많은 팀, 기업, 그룹은 처음에는 새롭고 엉뚱한 아이디어를 받아들이는 듯하다가 점차 완강히 거부하게 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혁신적인 조직들은 이 흐름을 깨고 변혁적 시대에 살아남는 것일 것일까? 괴짜 아이디어를 살리는 네 가지 테크닉을 소개한다.
1. 모세가 아닌 정원사가 되라 2. 예술가와 병사를 동등하게 사랑하라 3. 좋은 실패를 축하하라 4. 스피드보트와 헬리콥터를 측정하라
급변하는 시장과 기술 발전으로 인해 오늘날의 기업들은 지도자가 되지 않으면 언제든 희생자로 전락할 수 있는 환경에 처해 있다. 시장을 주도하는 서비스가 연일 바뀌고, 누구든 막대한 자본에 접근할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증시에 상장 직후 한때 시가총액이 약 100조 원에 달했던 한국의 쿠팡도 이런 변화의 틈에서 급부상한 기업이다. 그렇다면 이런 변화의 한복판에서 생존하는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서킷시티와 베스트바이의 엇갈린 운명
약 50여 년 전, 미국 버지니아주 리치먼드라는 마을에서 살던 젊은 남성 ‘샘 월즈(Samuel Wurtzel)’는 TV라는 새로운 기술이 출현하고 미국 최초의 방송국이 남부 지역에 생길 것이라는 소식을 들었다. 그리고는 방송국이 생기면 방영되는 프로그램을 보기 위해 사람들이 TV를 필요로 할 것이라고 판단하고 TV를 판매하는 작은 매장을 열었다. 이 예상은 보기 좋게 들어맞았다. 매장은 금세 유명해졌고 매출도 급성장했다. 이렇게 시작된 회사가 바로 1949년 설립된 전자제품 대형 소매 업체 ‘서킷시티’다. 서킷시티는 한때 연 매출 100억 달러를 올리는 거대 기업으로 자리 잡았고 미국 주식시장에서도 상장 후 30년간 좋은 주가 흐름을 보였다. 최고의 실적을 내는 포천 500대 기업 중에서도 1위 기업으로 꼽힐 정도였다. 하지만 그랬던 회사는 한순간에 부도가 났고 모든 자산을 청산한 뒤 역사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이렇듯 잘나가던 회사가 나락으로 추락한 까닭은 1990년대에 일어난 두 가지 변화 때문이었다.
첫 번째, 1900년대 소비자 가전제품의 가격이 급격히 하락했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저가 전략을 앞세운 한국 등 해외의 가전회사들이 급부상하면서 소비자 가전제품을 판매하던 유통 업체들이 수익을 내기 힘들어졌다. 두 번째, ‘베스트바이’라는 경쟁 매장이 출현했고 순식간에 서킷시티의 매출을 추월해 버렸다. 베스트바이는 시장 가격 하락이라는 변화에 서킷시티보다 빠르게 대응했다. 이 회사는 가장 먼저 시장 반응을 실험했다. 유통 업체가 가전제품만 팔아서는 많은 수익을 내기가 어렵다고 보고 제품에 이상이 생길 때 교환이나 AS를 제공하는 1년짜리 보증 플랜을 팔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이런 서비스 플랜의 판매는 더 많은 영업사원을 고용해야 하기 때문에 그만큼 인건비가 드는 일이었다. 하지만 베스트바이는 시장 반응을 실험해보면서 이 플랜을 통해 비용보다 더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한 실험을 통해 소비자가 직접 진열대에서 원하는 제품을 가지고 와서 계산하게 하는 셀프 체크인 서비스도 도입했다.
서킷시티가 베스트바이와 달랐던 점은 실험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1990년대 서킷시티의 리더들은 가치 있는 제품을 판매하기만 하면 AS가 없더라도, 영업사원의 도움이 없더라도 소비자들이 기꺼이 주머니를 열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실제 테스트 없이 이런 짐작만을 바탕으로 의사결정을 했다. 마진이 낮은 음악 CD, DVD 등 제품군을 판매할지 결정할 때도 마찬가지다. 서킷시티는 이런 저마진 제품이 수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진열대에 추가하지 않았다. 하지만 베스트바이는 이 역시 실험을 통해 확인했다. 테스트 결과 저마진 제품을 추가하면 이를 좋아하는 10대들이 부모님을 끌고 매장을 방문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리고 이렇게 매장을 찾은 부모님이 더 비싼 고마진 제품을 아이들을 위해 구매한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는 값싼 제품까지 판매한 것이 이익 창출에 더 도움이 된 셈이다. 이렇듯 실험 기반의 의사결정은 두 회사의 운명을 가르는 결정적 요인이 됐다. 오늘날 베스트바이는 매출 470억 달러를 올리는 포천 73위 기업이 된 데 반해 서킷시티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된 이유다.
이처럼 경쟁사보다 오래 살아남은 탁월한 기업들은 새로운 시도를 끊임없이 반복적으로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기업이 라이프사이클에 따라 해야 할 일은 다음과 같다. 첫 번째, 시장을 찾고, 수요가 어디에 있는지 찾기 위한 테스트를 진행해야 한다. 두 번째, 핵심 사업의 규모를 잘 키우고, 파이프라인에 있는 고객의 이탈을 줄이고, 고객 한 명당 수익을 어떻게 높일지 고민해야 한다. 보통 두 번째 단계까지만 잘해도 업계 1∼2위로 오를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업은 세 번째 단계로 넘어가기에 앞서 여기에서 멈춘다. 소수의 기업, 국가만이 가는 이 세 번째가 바로 혁신가 단계다. 이 단계로 진화하려면 새로운 아이디어, 괴짜 아이디어를 잘 관리해야 한다. 그런데 많은 기업이 그러지 못하고 실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