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회원가입|고객센터|HBR Korea
페이지 맨 위로 이동
검색버튼 메뉴버튼

테크 / AI

피지컬 AI의 ‘손’이 산업을 집다… AI 기반 물류혁신 노리는 ‘덱스터리티’[최중혁의 월가를 흔드는 기업들-창업가편]

동아일보 | 업데이트 2025.11.07


피지컬 AI 스타트업 ‘덱스터리티’ 창업자 겸 CEO 사미르 메논 인터뷰
매일 아침, 전 세계 수억 명의 사람들이 온라인 쇼핑을 한다. 하루에만 미국에서 1억 개가 넘는 소포가 배송된다. 이 거대한 흐름의 뒤에는 놀라운 규모의 물류 시스템이 자리하고 있다. 거대한 창고들이 24시간 불을 밝히고, 수백만 명의 노동자들이 상자를 나르고 정렬하며 포장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만 해도 전 세계 1인당 국내총생산(GDP)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그런데 여기에 문제가 있다. 물류 산업의 기술 발전 속도는 다른 분야에 비해 현저히 뒤처져 있다. 자동차는 전기차 시대로 들어섰고, 스마트폰은 인공지능(AI) 칩을 탑재하고 있는데, 물류 창고는 여전히 인간의 육체노동에 크게 의존한다. 의아한 대목이다.

2017년, 조용한 변화가 시작됐다. 미국 스탠퍼드대 박사과정의 한 학생이 ‘덱스터리티(Dexterity)’를 창립하면서다. 라틴어 ‘dexter’(오른손)에서 유래한 회사명처럼, 그의 목표는 손의 민첩함을 AI로 구현하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다. 로보틱스는 이미 오래된 분야였고, 물류 자동화도 여러 기업이 시도해온 영역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회사는 단순한 로봇 제조사가 아니었다.

덱스터리티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사미르 메논이 미국 캘리포니아주 레드우드 시티에 위치한 회사의 물류 로봇 메크(Mech) 앞에서 양팔을 뻗고 있다. 최중혁 대표 제공

덱스터리티가 내세우는 ‘물리적 AI(Physical AI)’는 디지털 공간이 아닌 실제 세계에서 작동하는 AI다. 핵심은 ‘손의 지능’이다. 사람의 손은 사전 지시가 없어도 물체의 질감, 무게 중심, 마찰을 즉석에서 읽어 동작을 조정한다. 이 직관을 수학적 모델과 데이터 학습으로 복원해, 로봇이 모양이 불규칙한 물체도 안정적으로 잡고 예상치 못한 충돌에도 자세를 재정렬하며 다양한 그립 전략을 선택하도록 만든다. 목표는 단순히 프로그래밍된 동작을 반복하는 로봇이 아니라, 상황을 인식하고 스스로 학습해 예측 불가능한 환경에서도 적응하는 로봇을 만드는 것이었다. 그래서 덱스터리티의 로봇은 규격화된 라인보다 변동성이 큰 창고와 풀필먼트 환경에서 진가를 발휘한다.

설립 초기 많은 사람이 회의적이었다. 물류 자동화는 아마존 같은 거대 기업들도 자체 로보틱스 부서를 통해 천천히 진행하던 분야였다. 스타트업이 성공하기는 어려워 보였다. 하지만 우연이 겹쳤다. 코로나 팬데믹이 닥치면서 전 세계 물류 시스템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팬데믹은 역설적으로 물류 자동화의 필요성을 모두에게 깨닫게 했다. 공급망의 취약성이 드러났고, 노동 패턴은 급변했다. 무엇보다 대기업들이 새로운 기술 파트너를 찾기 시작했다는 점이 중요했다. 덱스터리티는 바로 그 순간을 포착했다.

페덱스, UPS 같은 글로벌 물류 기업들이 덱스터리티의 문을 두드렸다. 사미르 메논 덱스터리티 최고경영자(CEO)는 고객의 목소리에 진심으로 귀 기울였다. 단순한 기술 제안이 아니라, 고객이 직면한 실제 문제를 함께 풀어가려는 태도를 보였다. 비가 오면 소포가 젖는다는 창고 관리자의 투덜거림, 고지대에서 로봇이 과열된다는 기술자의 걱정, 신뢰할 수 없으면 운영할 수 없다는 경영진의 절박함-이 모든 것이 덱스터리티의 기술 개발 방향을 결정지었다.

결과는 극적이었다. 불과 3, 4년 만에 덱스터리티는 기존의 휴머노이드형 로봇에서 완전히 다른 형태로 진화했다. ‘메크(Mech)’라는 이름의 양팔 로봇이 탄생한 것이다. 바퀴 달린 박스 위에 두 개의 강력한 팔을 얹은 단순한 구조지만, 로보틱스 50년 역사에서 아무도 해내지 못한 기술적 돌파구였다. 트럭 적재와 하역이라는 물류의 ‘성배’를 실현한 셈이다.

이러한 기술 혁신은 자본시장에서도 주목받았다. 최근 덱스터리티는 라이트스피드 파트너스, 클라이너 퍼킨스, 그리고 일본 스미토모 등 저명한 벤처캐피털과 전략적 투자자들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유치했다. 그 결과 회사의 기업 가치는 16억5천만 달러에 달하는 ‘유니콘’으로 평가받았으며, 현재 미국 상장(IPO)을 추진 중이다.

그의 가장 큰 강점은 높은 기술력과 겸손함의 조화다. 그는 모든 경영 결정을 내릴 때 고객의 관점을 최우선에 둔다. 이론 세계와 현실 세계의 간극을 깊이 이해하며, 현장에서 “비 오면 소포가 젖는데, 네 로봇은 젖은 소포도 집을 수 있나?”라는 사소한 질문까지 존중하는 태도로 알려져 있다. 스탠퍼드대에서 수학 방정식만 들여다보다가 실제 창고 바닥에 내려와 문제를 마주했을 때 비로소 기술의 본질을 깨달았다고 그는 자주 언급한다.

필자는 8월 미 캘리포니아주 레드우드시티에 있는 덱스터리티 본사에서 메논 CEO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창업의 씨앗, 물리적 AI의 확신
― 덱스터리티를 창업하게 된 배경과 그 과정은 무엇인가?

“어릴 때부터 로봇과 AI를 꿈꾸며 자랐다. 공상과학 영화나 ‘트랜스포머’ 같은 작품을 보며 ‘이 기술을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세상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방식은 무엇일까?’를 늘 고민했다. 스탠퍼드대에서 컴퓨터공학 박사과정을 밟으며 AI와 로보틱스에 집중했고, 특히 인간의 움직임을 깊이 연구했다. 인간의 동작을 제대로 이해하면 그 기술을 로봇에 전이시켜 인간의 능력을 로봇이 수행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뛰어난 동료들을 만났고, 물리적 AI와 로보틱스 연구의 긴 역사를 접하면서 확신을 키울 수 있었다.
졸업을 앞두고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은 ‘지금이 맞는 타이밍인가?’였다. 물리적 AI는 언젠가 반드시 현실화될 기술이다. 문제는 시기였다. 시장을 보면 기회는 거대했다.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도 물리적 AI가 전 세계 GDP의 40~50%를 차지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보수적으로 보더라도 10% 이상은 누구도 부정하기 어려운 수치다. 충분히 거대한 시장이었다.
우리는 기술적 자신감, 훌륭한 팀을 구성할 수 있는 동료들, 그리고 시장의 준비 상태까지 모두 확인했다. 결국 중요한 것은 타이밍이었다. 그래서 2017년 말 덱스터리티를 창업했고, 2018년 초부터 본격적인 운영을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그 선택은 옳았다.
마침 이커머스 확산과 같은 거시적 변화가 맞물리면서 기술을 조기에 상용화할 기회가 열렸다. 고객들이 흥분할 만한 환경이 조성됐고, 우리는 세계 최고 수준의 물리적 AI를 개발하며 로봇 혁신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수 있었다. 그것이 출발점이었다. 지금도 우리는 여전히 큰 기대와 흥분 속에서 이 여정을 이어가고 있다. 기회는 점점 커지고 있으며, 기술 발전 속도는 상상을 초월한다. 지금 AI가 보여주는 성과는 불과 5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던 수준이다.”

― 2010년대에 물류 자동화를 내세운 로보틱스 스타트업은 많았지만, 성과를 낸 곳은 드물었다. 덱스터리티는 어떻게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나?

“우리의 성공 전략은 크게 세 가지 축으로 설명할 수 있다. 먼저,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 중심’이다. 로보틱스 분야 스타트업의 창업자 대부분은 기술자 출신이라 ‘이 기술은 대단하다’는 생각에서 출발해 ‘이걸 어디에 쓸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우리는 이 순서를 완전히 뒤집었다. 먼저 ‘고객과 시장의 문제가 무엇인가?’를 묻고, 그다음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기술을 적용할 것인가?’를 생각했다. 이 관점의 전환이 우리 회사를 완전히 다르게 움직이게 했다.
물리적 AI 로봇은 식기 세척, 채굴, 창고 물류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각 시장의 경제 구조를 깊이 분석하고, 실제로 상용화가 가능한 시장이 어디인지를 먼저 파악했다. 현재 로봇 기술의 가장 큰 한계는 환경의 불확실성이다. 오늘날의 로봇은 자동차 제조 공장처럼 환경이 완벽하게 통제된 곳에서는 정밀성과 신뢰성이 뛰어나다.
그러나 이런 환경을 구축하려면 엄청난 비용이 든다. 로봇 자체에 10만 달러를 투자하더라도, 환경을 정밀하게 만들기 위해 고정밀 컨베이어벨트, 평탄한 콘크리트 바닥, 정렬 장치 등에 100만 달러 이상을 추가로 투입해야 한다. 이러한 환경 정비는 제조업 공장에서만 가능하다. 제조업을 벗어나면 로봇은 쓸모없어진다. 우리가 풀어야 할 핵심 문제는 ‘불확실성 속에서도 작동할 수 있는 로봇을 만드는 것’이었다. 물류 창고처럼 완벽하게 통제되지 않은 환경에서 말이다.
두 번째는 ‘풀스택(Full-Stack) 접근’이다. 우리는 물리적 AI와 소프트웨어 기술로 시작했지만, 고객의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하려면 소프트웨어와 AI뿐 아니라 하드웨어까지 모두 통합해야 했다. 그래서 하드웨어 파트너들과 긴밀히 협력하며 완전한 솔루션을 구축했다. 고객의 문제를 찾아내고, 그 문제를 해결하며, 동시에 규모 있는 사업으로 성장시킬 수 있어야 한다.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려면 소프트웨어만으로는 부족하다.
세 번째는 ‘확장성’이다. 물리적 AI의 미래가 어떻게 전개될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디지털 AI의 진화 과정을 보면 그 이유를 이해할 수 있다. 처음에는 챗봇이, 그다음에는 신경망이, 그리고 GPT 트랜스포머가 등장했다. 그 이전에도 수십 가지 접근 방식이 시도됐고, 지금도 매년 새로운 기술이 계속 나오고 있다. 이 과정에서 트랜스포머가 핵심 기술로 자리 잡았다.
물리적 AI도 비슷한 과정을 거칠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어떤 기술이 핵심 기술이 될지 알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특정 모델에 의존하지 않고, 다양한 AI 방식을 수용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었다. 트랜스포머, 순환 신경망, 그래프 신경망, 물리 기반 시뮬레이션 등 어떤 방식이든 적용할 수 있는 유연한 구조다. 결국 덱스터리티는 고객 문제 해결, 풀스택 접근, 확장 가능한 플랫폼 구축이라는 세 가지 원칙으로 차별화에 성공했다고 본다.”

팬데믹이 바꾼 공급망, 로봇 도입의 가속 페달
― 아마존에 인수된 키바시스템스가 이미 2000년대에 물류 로봇을 도입했지만, 코로나 팬데믹 이후 본격적으로 가속이 붙었다. 2010년대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비교했을 때 물류 자동화 환경은 어떻게 달라졌나? 덱스터리티는 이 변화에 어떻게 대응했는가?

“회사를 시작할 때 필요한 것은 네 가지다. 시장, 기술, 팀, 그리고 타이밍이다. 우리는 2018년에 창업했는데, 그 직후 코로나 팬데믹이 터졌다. 이는 정말 거대한 사건이었고, 우리에게 세 가지 전환점을 만들어줬다.
첫 번째는 ‘물류 공급망의 취약성’이 전 세계적으로 명확해졌다는 점이다. 하나의 큰 사건이 발생하면 전체 공급망이 심각하게 흔들린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그것이 곧 우리의 생존과 직결된다는 것을 모두가 깨달았다. 그래서 물류와 공급망에 엄청난 관심이 모이게 됐고, 이를 더 튼튼하고 회복력 있게 만드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됐다. 당연히 엄청난 수요가 생겨났다.
우리는 처음부터 물류를 핵심 시장으로 정했다. 물류가 물리적 AI의 지능 수준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는 첫 번째 시장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동시에 물류는 가장 큰 초기 시장이기도 했다. 팬데믹은 이러한 판단을 더욱 강화했고, 고객들이 우리와 전략적으로 협력하려는 강력한 동기를 만들어줬다.
두 번째는 ‘노동 패턴의 붕괴’다. 재택근무가 확산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삶의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꿨다. 더 분산된 형태의 일자리를 선택하게 된 것이다. 이 변화는 아직도 우리 경제 곳곳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여성 노동력의 대규모 이탈이다. 팬데믹 동안 여성의 노동 참여율이 크게 떨어졌고,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다.
이런 변화는 중요한 질문을 던졌다. ‘인간이 계속해서 스트레스가 많고, 부상 위험이 높으며, 육체적으로 힘든 일을 해야 하는가?’ 이 질문 덕분에 물리적 AI와 로보틱스가 사회적으로 매우 긍정적으로 인식되는 계기가 마련됐다. 원래 물리적 AI가 사람들의 일상에 들어오는 데에는 큰 사회적 저항이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는 오히려 ‘우리는 기계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사회적 수용성이 눈에 띄게 높아진 것이다. 그 결과 고객들도 우리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세 번째는 ‘자본 유입’이다. 팬데믹 시기 엄청난 자본이 시장에 흘러들어왔고, 덱스터리티는 그 자본을 고객이 직면한 문제 해결에 집중적으로 투입했다. 우리는 ‘자본은 고객의 문제를 푸는 데 써야 한다’고 생각했고, 실제로 그렇게 해왔다.
개인적으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사회적 반응’이다. 내가 밖에 나가 우리가 만든 로봇을 사람들에게 보여주면, 그들은 “이 미친 듯한 메크(Mech) 로봇, 이 트랜스포머 같은 로봇”을 보며 미소를 짓는다. 나는 그 미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바로 우리의 존재 이유라고 본다.”

Mech는 강력하고 범용적인 산업용 로봇으로, 산업 및 물류 분야에 물리 기반 인공지능을 도입한다. 산업 현장에서는 이러한 산업용 기계가 필수 요소로 작용한다. 출처 덱스터리티

― 덱스터리티가 지금의 회사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가장 큰 전환점은 무엇이었나? ‘아하’ 모먼트나 실패, 성공의 순간이 있었다면?

“덱스터리티에는 수많은 전환점이 있었다. 하나만 꼽기는 정말 어렵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진리가 하나 있다. 바로 고객이 우리의 기술을 진심으로 믿는 순간이 가장 큰 전환점이라는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다른 모든 전환점보다 중요하다.
그중에서도 우리에게 엄청난 영향을 준 사건은 핵심 고객인 페덱스가 트럭 적재와 하역 애플리케이션 문제를 가지고 찾아왔을 때였다. 그때까지 우리는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상용 하드웨어로 문제를 해결해왔다. 우리의 초점은 철저히 물리적 AI 역량을 구축하는 데 있었고, 로봇 팔이나 관련 인프라에는 큰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가와사키 같은 파트너사의 로봇 카탈로그를 보고 ‘이번에는 버전 7 로봇이 필요하다’, ‘이번엔 RL 버전 41 로봇이 필요하다’는 식으로 선택해 우리의 AI를 결합하고 성공시키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페덱스가 트럭 적재와 하역 문제를 제안했을 때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이제 로봇이 트럭 안으로 직접 들어가야 했기 때문이다. 이는 로봇을 바닥에 고정시킬 수도 없고, 다리를 달 수도 없다는 뜻이었다. 트럭이라는 거대한 박스 공간에서는 다리를 단 로봇이 쓰러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요구되는 성능은 거의 초인적(superhuman) 수준이었다.
그전까지 우리의 회사 철학은 명확했다. ‘인간만큼 잘하는 로봇을 만들어야 한다.’ 수년 동안 ‘인간 수준의 성능’을 목표로 삼아왔다. 그러나 트럭 적재와 하역 문제 앞에서는 그 사고방식이 무너졌다. 사람도 제대로 해내기 어려운 일이었기 때문이다. 결론은 분명했다. ‘인간 수준이 아니라 초인적인 로봇이 필요하다.’
그래서 우리는 지난 3~4년간 페덱스와 함께 ‘슈퍼휴먼’ 로봇을 만들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진행했다. 그 결과는 극적이었다. 인간형에 가까웠던 로봇이 완전히 다른 형태로 진화했다. 마치 트랜스포머나 영화 ‘퍼시픽 림’의 메크처럼 강력한 형태의 로봇이 탄생한 것이다. 이는 고객이 주도한 대전환이었고, 우리는 그 요구에 맞춰 기술을 완전히 새롭게 구축했다.
우리가 최근 공식 출시한 ‘메크(Mech)’ 로봇이 바로 그 결과물이다. 겉보기에는 아주 단순하다. ‘바퀴 달린 박스 위에 두 개의 강력한 팔을 얹었다’고 농담 삼아 설명하곤 한다. 그러나 로보틱스 분야에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이것이 얼마나 어려운 기술인지 잘 안다. 지난 50년간의 로보틱스 역사에서 누구도 실제로 ‘두 팔 달린 박스’로 트럭 적재와 하역을 성공시키지 못했다. 우리는 바로 그 기술을 현실화했다.
이 메크 로봇은 시장과 고객을 위해 만들어졌고, 오늘날 실제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올 3월에 출시했는데 벌써 다섯 번째 배치 설치 현장을 열었다. 미국과 일본에서 실제 운영 중이며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고객 하나가 우리의 전략을 바꾸었고, 우리는 그 요구에 응해 50년 동안 아무도 해내지 못한 기술을 만들어냈다. 이것이 바로 덱스터리티의 성장 이야기다.”

거인들의 신뢰를 얻는 법
― 물류 시장은 규모가 클 뿐 아니라, 아마존처럼 자체 로보틱스 부서를 보유한 기업들이 장악하고 있어 스타트업이 진입하기 매우 어려운 분야로 알려져 있다. 덱스터리티는 UPS와 페덱스 같은 주요 물류 기업과 협력하는 데 성공했는데, 그 과정은 어땠나? 대기업이 스타트업의 로봇 솔루션을 신뢰하도록 만드는 데 가장 큰 도전은 무엇이었나?

“맞다. 이 분야는 단순히 기업 규모가 크기 때문만이 아니라, 그 기업들이 사회적으로 막대한 책임을 지고 있다는 점에서 특히 어렵다. 페덱스, 아마존, 월마트, 일본의 요소가와(Yosogawa), UPS 같은 회사들은 사회가 의존하는 핵심 기업들이다. 이들의 네트워크가 단 하루만 멈춰도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 그래서 나는 이 기업들에 대해 큰 존경심을 가지고 있다. 결국 핵심은 ‘어떻게 이들의 신뢰를 얻을 것인가’다.
신뢰를 얻기 위한 첫걸음은 고객을 진심으로 이해하려는 태도다. 고객에 대한 존중을 쌓아야 하고, 그들에게 사소해 보이는 문제조차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나는 스탠퍼드대에서 컴퓨터공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오랫동안 이론의 세계에 몰두해 있었다. 수학 방정식과 추상적 개념 속에서만 살아왔던 것이다. 하지만 실제 창고에 들어가 보면 완전히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창고 관리자들은 “비가 오면 소포가 젖는데, 네 로봇은 젖은 소포도 집을 수 있나?”라고 묻는다.
이론 세계의 기술자와 현실 세계의 운영자 사이에는 커다란 간극이 있다. 겉으로 보면 ‘소포가 여기서 들어와 저기로 나가 내 집에 도착한다’는 단순한 과정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매우 복잡하다. 직원들의 동기를 유지하고, 생산성을 높이며, 일정을 맞추고, 날씨에 대응하고, 변화하는 구매 패턴을 반영하고, 고장이나 정전까지 대비해야 한다. 매일의 상황이 조금씩 다르다.
덱스터리티가 신뢰를 얻을 수 있었던 이유는 고객과 함께 그 ‘작은 문제들’까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해결해왔기 때문이다. 수학 방정식에 쏟는 집중만큼이나 ‘비 오면 소포가 젖는다’는 문제에도 똑같은 집중을 기울였다.
우리는 신뢰를 당연하게 여기지 않는다. 어제 신뢰를 얻었다고 해서 오늘도 그것이 자동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매일 새롭게 신뢰를 쌓아야 한다. 문제가 생기면 즉시 “이건 우리의 책임이다. 바로 고치겠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고객의 존중을 얻으면 점차 더 큰 책임이 주어진다. 그러면 다시 그 책임을 통해 신뢰를 쌓고, 또 그 신뢰로 더 큰 기회를 얻게 된다. 이런 식으로 관계는 축적되고 깊어진다. 신뢰와 관계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질 수 없고, 반대로 아주 쉽게 무너질 수도 있다. 우리는 이를 잘 알고 있기에 언제나 겸손한 태도로 임하고 있다.
솔직히 처음부터 그러진 못했다. 박사과정 시절엔 오만했다. 하지만 현장에서 뼈저리게 배웠다. 이론과 현실은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결국 중요한 것은 겸손이다. 고객의 작은 목소리에도 귀 기울이는 겸손함. 그것이 신뢰의 기초다.”

Mech는 산업 최초로 AI 기반의 촉각과 압력 감지를 갖추고 있다. 팔에 적용된 초저지연(4킬로헤르츠) 토크 제어와 결합하여 산업용으로 인간 수준의 정교한 조작이 가능하다. 박스, 소포, 폴리백을 부드럽게 집고 놓는 데 탁월하며, 불가능해 보이는 틈새에도 꼼꼼하게 끼워 넣을 수 있다. 출처 덱스터리티

― 덱스터리티는 일본 기업들과 활발히 협력해왔고, 합작법인(JV)까지 설립했다. 일본 시장에 집중하는 이유와 전략적 중요성은 무엇인가?

“나는 일본을 매우 높이 평가한다. 일본은 미국의 동맹국이자, 로보틱스 분야에서 세계적인 강국이다. 오늘날 가장 큰 로봇 제조사들 상당수가 일본에 있다. 그래서 우리는 창업 초기부터 일본에서 올바른 로봇 제조 파트너를 찾는 데 주력했다. 그 결과 가와사키와 훌륭한 관계를 구축할 수 있었다. 가와사키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로봇 제조사 중 하나다. 개인적으로도 특별한 인연이 있다. 내가 처음으로 프로그래밍했던 로봇이 바로 가와사키였다. 약 20년 전 개인적인 인연이 4~5년 전부터 공식적인 협력으로 발전했다.
일본에서의 초기 목표는 제조 파트너십을 통해 로보틱스의 품질, 신뢰성, 그리고 오랜 기간 축적된 운영 노하우를 활용하는 것이었다. 이런 요소들은 물리적 AI를 제공하는 우리에게 큰 강점이 될 수 있었다.
일본 시장을 경험하면서 명확히 알게 된 사실이 있다. 일본은 단순히 시장 규모가 큰 나라가 아니라, ‘품질에 대한 기준’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라는 점이다. 일본에서 성공한다는 것은 곧 세계 어디서든 성공할 수 있다는 뜻이다. 미국 고객과 협력할 때의 어려움이 ‘문제의 난이도’라면, 일본에서는 ‘품질 기준’이 도전 과제가 된다.
이 두 기준을 모두 충족할 수 있다면, 가장 어렵고 까다로운 문제를 고품질로 해결할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그것이 고객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바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스미토모 상사와도 강력한 관계를 맺었다. 스미토모는 수백 년의 역사를 가진 기업으로, 해외 신기술을 일본에 도입하는 데 풍부한 경험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의 지원 덕분에 일본의 프리미엄 택배사 사가와(Sagawa)를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었다. 우리는 사가와와도 훌륭한 협력 관계를 구축했고, 최근에는 일본 내 배치를 공식 발표하기도 했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일본이 물리적 AI 분야에서 엄청난 잠재력을 가진 시장이라는 확신을 얻었다.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존재감을 확립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고, 그 결과 스미토모와 합작법인을 설립했다. 스미토모가 회사를 운영하면서도 우리는 사업 창출 과정에 주요 이해관계자로 참여하는 구조다.
이 모델은 지금까지 매우 성공적으로 작동하고 있다. 일본의 높은 품질 기준과 로보틱스 기술력, 그리고 우리의 물리적 AI가 결합하면서 엄청난 시너지를 내고 있다. 일본에서의 성공 경험은 우리에게 세계 시장으로 나아갈 자신감을 줬다. 그래서 나는 일본을 우리의 제2의 홈이라 부른다.”

플랫폼 게임의 승자가 되는 법
― 앞으로 3~5년간 경쟁 구도는 어떻게 변할 것으로 예상하는가?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스트래치(Stretch)’, 아마존의 내부 로보틱스, 그리고 휴머노이드 로봇까지 많은 기업이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이 경쟁 속에서 덱스터리티의 가장 큰 경쟁 우위는 무엇이며, 풀스택 접근과 파트너십 전략은 어떻게 차별화되는가?

“우리가 경쟁에서 진 사례는 단 한 건뿐이다. 미국 연방우정국(USPS) 계약이었는데, 일본의 파낙(FANUC)이 가져갔다. 당시 우리는 너무 작은 스타트업이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그 외의 기회에서는 도전자가 거의 없었다. 이유는 우리가 다루는 애플리케이션이 극도로 까다롭기 때문이다.
물류의 ‘성배(holy grail)’는 트럭, 컨테이너, 팔레트 같은 대형 물체를 적재하는 작업이다. 현재 어느 기업도 이를 완전히 자동화하지 못했다. 일부는 하역 정도는 가능하지만, 적재까지 해결한 곳은 없다. 우리는 가장 어렵고 복잡하면서도 가장 큰 임팩트를 낼 수 있는 문제에 정면으로 도전했다.
기술 발전은 세 가지 범주로 나눌 수 있다. 디지털 AI를 보면 명확해진다. 첫째, ‘AI 자체’다. 오픈AI의 GPT-3가 첫 번째 돌파구였다. 둘째, ‘애플리케이션(App)’이다. ChatGPT 같은 앱들이 그 위에 만들어졌다. 지금은 뉴스 집계기, 이메일 정리, 마케팅 에이전트 등 수십, 수백 개의 애플리케이션이 존재한다. 셋째는 ‘인프라’다. 디지털 AI에서 인프라는 데이터센터다.
물리적 AI도 정확히 같은 구조다. 앱, AI, 인프라가 있다. 다만 여기서의 인프라는 데이터센터가 아니라 ‘로봇’이다. 현재 시장을 보면 기업들이 각기 다른 전략을 취하고 있다. 어떤 곳은 애플리케이션에, 또 어떤 곳은 AI 모델이나 하드웨어에 집중한다. 산업이 아직 분화 중이라는 뜻이다.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스트래치는 일종의 ‘반쪽짜리 메크’다. 팔 하나를 단 로봇으로, 일부 물류 하역에만 맞춰 설계된 듯하다. 그러나 진정한 고객 가치를 제공하려면 다목적성을 지닌 범용 로봇 시스템이 필요하다. 단순한 하드웨어가 아니라, 깊이 통합된 AI 플랫폼, 안전성, 그리고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지원할 수 있는 역량이 결합되어야 한다.
우리의 초기 원칙은 ‘고객의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라’였다. 이를 실현하려면 한 부분만 잘해서는 절대 안 된다. 전체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하드웨어, 플랫폼, 애플리케이션을 모두 직접 구현해야 한다. 고객이 창고 운영을 자동화하고자 할 때, 그들이 원하는 건 ‘AI를 따로 사는 것’도, ‘로봇 팔만 사는 것’도 아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문제가 해결되는 경험’이다. 트럭에서 물건이 내려와 정렬되고 배송되는 전 과정이 자동화되고 안전하게 작동하는, 완결된 경험 말이다.
이것이 우리의 전략이다. 스마트폰을 생각해보라. 우리는 폰 하나를 사서 수십 개의 앱을 설치한다. 앱 하나마다 폰을 서른 개씩 사지는 않는다. 물리적 AI도 동일한 원리다. 하나의 플랫폼이 여러 애플리케이션을 지원해야 한다. 우리는 이미 동일한 하드웨어·소프트웨어 플랫폼 위에서 다수의 애플리케이션을 상용화했으며, 모두 안전하게 운영되고 있다. 플랫폼을 먼저 구축하고 그 위에서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확장하는 기업이 승리한다. 스마트폰이 등장한 후 세상이 바뀌었듯, 물리적 AI 시장도 통합된 플랫폼을 가진 기업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다.
풀스택 방식에는 도전이 따른다. 복잡하고, 리소스도 많이 들며, 책임도 크다. 모든 문제의 책임이 우리에게 있다. 하지만 그 대신 고객의 문제를 완벽히 해결할 수 있다. 한두 개의 구성 요소만으로는 절대 불가능한 일을 우리는 해낼 수 있다.
우리의 가장 큰 강점은 ‘매우 친화적인 회사’라는 점이다. 우리는 파트너십을 맺는 것을 진심으로 좋아한다. 물리적 AI 시장은 전 세계 GDP의 10~50%에 이를 것으로 본다. 역사상 이렇게 큰 시장은 없었다. 해결해야 할 문제가 너무 많고, 그 문제들을 풀기 위해선 많은 이들의 협력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메크의 많은 부품을 우리가 직접 제조하지는 않는다. 가와사키나 하이빈 같은 파트너들이 팔을 만들어준다. AI 영역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자체 AI 모델을 개발하지만, 오픈소스 AI 모델도 적극 활용한다. 애플리케이션 역시 우리가 직접 개발하면서도 외부 개발자들이 우리 플랫폼을 활용해 자신만의 애플리케이션을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한다. 올해 말에는 서드파티 개발자가 만든 첫 애플리케이션이 상용화될 예정이다.
우리가 개발한 로봇 소프트웨어 플랫폼 ‘아이리스(Iris)’는 핵심이다. 엔비디아의 소프트웨어 플랫폼 쿠다(CUDA)가 하나의 AI를 여러 GPU에 배포할 수 있게 하듯, 아이리스는 동일한 개념을 물리적 AI에 적용했다. 즉, 하나의 AI를 여러 로봇에 배포할 수 있게 한다.
하드웨어 제조사라면 아이리스 표준만 구현하면 된다. 그러면 당신의 로봇은 곧 스마트해진다. AI 모델 개발자라면, 트럭 적재 같은 애플리케이션에는 50~100개의 서로 다른 AI 스킬이 들어간다. 만약 그중 50개를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AI를 만들었다면, 완벽하다. 우리는 나머지 40개를 유지한 채 당신의 AI를 통합해 함께 시장에 나가면 된다.
정리하자면, 하드웨어든 AI 플랫폼이든 애플리케이션이든 우리는 언제나 파트너십에 열려 있다. 우리가 잘하는 영역에서는 세계 최고라고 자부한다. 하지만 파트너가 더 잘하는 부분이 있다면, 함께하자고 제안해 더 많은 비즈니스를 만든다. 고객은 훨씬 더 큰 가치를 얻는다. 경쟁이 심화될수록, 우리의 파트너십 철학이 더욱 빛날 것이라 믿는다.”

― 미국 물류 산업에서 물리적 AI의 도입은 어디까지 확산될 수 있다고 보는가? 이를 제때 실현하기 위해 경제·기술·변화관리 측면에서 무엇이 충족돼야 하나?

“도입에 대해 이야기할 때마다 반복하는 말이 있다. ‘기술이 웃음으로 받아들여져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파괴적이지 않은 도입, 사람들에게 긍정적 영향을 주는 도입이다. 누군가 물리적 AI를 봤을 때 ‘이게 나를 대체하겠구나’가 아니라, ‘이 덕분에 내 삶이 더 편해지고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겠네’라는 생각이 들어야 한다.
현재 우리는 도입의 초기 단계에 있다. 첫 번째 목표는 1% 자동화다. 미국 인구가 약 3억 5천만 명이니, 1% 자동화에는 약 350만 대의 로봇이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은 전 세계를 통틀어도 그 정도 규모의 로봇이 배치되어 있지 않다. 갈 길이 멀다.
집중해야 할 곳은 가장 힘들고, 반복적이며, 부상 위험이 높은 업무다. 1% 자동화만 달성해도 엄청난 임팩트가 있다. GDP를 1% 이상 끌어올릴 수 있고, 생산성이 향상되며, 새로운 일자리가 다수 창출된다. 도입을 통해 일자리를 만들고 사람을 강화해야 한다.
로봇이 ‘이건 너를 대체하려고 만든 거야’라는 인상을 주면 안 된다. 대신 ‘트랜스포머’ 같은 메크 로봇에 투자해야 한다. 사람들이 봤을 때 ‘와, 멋진데. SF 영화에서 파일럿이 조종하던 바로 그 로봇이네. 저런 게 나를 도와줄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떠오르도록 해야 한다. 사회적 수용성은 그만큼 중요하다.
다행히 대기업들은 이미 도입을 시작했다. 그들의 비즈니스 케이스는 명확하다. 운영 효율을 혁신하고, 근로자의 역량을 강화하며, 부상 위험을 줄이는 것이다. 가장 뜨겁고, 차갑고, 위험하고, 육체적으로 고된 환경에서 사람 대신 로봇을 투입하는 방식이다. 이는 단순한 대체가 아니라 강화이자 증강이다.
그 다음 목표는 10% 자동화다. 미국만 놓고도 3000만~4000만 대의 로봇이 필요하다. 이 단계에서는 기술이 민주화되어야 한다. 한 명의 파일럿이 수십 대의 로봇을 운용할 수 있어야 하고, 중소기업도 기술을 쉽게 채택할 수 있어야 한다. 경제적 효과가 소수 대기업에만 집중되지 않고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어야 한다.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많다. 교육도 그중 하나다. 미래에는 ‘여러 대의 로봇을 조종하는 파일럿’을 양성하는 교육이 필수적일 것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이거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영화 속에서 늘 악역으로 등장해 인류를 위협한다. 그러면 인류는 메크 로봇으로 맞서 싸운다. 나도 이런 영화를 보며 생각했다. ‘누군가는 진짜 메크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우리가 메크를 만든 것이다.
우리 메크의 철학은 분명하다. 우리는 사람을 대체하는 로봇이 아니라, 사람을 강화하고 사람에게 웃음을 주는 로봇을 만든다. 산업 리더들이 사회적으로 책임 있는 태도로 접근한다면, 이 기술은 인류에게 놀라운 발명품이 될 것이다. 우리의 삶은 더 나아지고, 우리의 아이들도 더 나은 세상에서 살게 될 것이다.”

어깨 높이 이상으로 무거운 물건을 들어 올리는 것은 장기적인 신체 손상을 초래할 수 있다. Mech의 수직 도달 범위는 8피트 이상으로 확보 되어 대형 트럭 상단에 쉽게 닿을 수 있으며, 여러 개의 높은 박스 더미를 동시에 적재할 수 있다. 출처 덱스터리티

― 물류 운영에 로보틱스 자율성을 적용할 때 가장 큰 기술적 과제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세 가지다. 첫째는 초인적(superhuman) 성능이다. 반드시 초인적이어야 한다. 사람을 단순히 모방하는 수준이 아니라, 사람의 능력을 ‘슈퍼차지(supercharge)’해야 한다. 물류 산업에서는 이것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초인적 성능을 낼 수 없다면 물류에 뛰어들지 말아야 한다. 시간 낭비다.
둘째는 롱테일(long tail) 문제, 즉 끝없는 변칙적 상황들이다. 현장에서 벌어지는 진짜 문제들이다. 비가 오면 소포가 젖는다. 로봇은 젖은 물건도 집을 수 있어야 한다. 공기가 희박한 고지대에서 작동할 때를 생각해보자. 로봇 손가락이 센서 역할을 한다면, 공기가 열을 충분히 빼내지 못해 손가락이 과열될 수 있다. 블로워(냉각장치)도 효과를 내지 못한다. 흡착컵은 어떤가? 고지대에서는 공기 압력이 낮아 진공을 형성하기 어렵다. 습도는 또 다른 악몽이다. 바닷가 근처에서는 습도가 95%까지 오른다. 물속과 비교해 5%밖에 차이 나지 않는다. 거의 수중 환경이다. 이런 조건에서 정밀한 전자 장비를 어떻게 안정적으로 운영할 것인가? 추위, 더위, 먼지 등 모든 극단적 환경에서도 작동해야 한다. 결국 우리는 초인적 로봇을 만들어야 한다. 사람을 강화하고, 무거운 작업을 처리하며, 온갖 변칙적 상황 속에서도 멈추지 않고 작동해야 한다.
그런데 여기에 또 다른 제약이 있다. 가격 대비 성능 문제다. 너무 비싼 로봇은 경제성이 없다. 비용을 회수할 수 없다면 아무도 사지 않는다. 또 자주 고장 나면 유지비가 치솟고, 그 순간 게임은 끝난다. 따라서 우리는 이 모든 롱테일 문제를 ‘가격 대비 성능’의 틀 안에서 해결해야 한다.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신뢰성을 확보하려면 비용이 올라가고, 가격을 낮추면 품질이 흔들린다. 이 모순을 풀어야 한다.
셋째는 신뢰성과 안전성이다. 이것은 타협할 수 없는 영역이다. 누구도 로봇이 고장 나서 자신의 발 위로 떨어지길 원하지 않는다. 더 끔찍한 시나리오를 상상해보자. 소프트웨어 버그나 AI의 환각(hallucination)으로 ‘저건 박스야’라고 착각하고 근처 사람의 머리를 붙잡는 상황. 이런 일은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된다. 로봇은 사람 옆에서 일한다. 안전하지 않으면 그 자리에 설 수 없고, 신뢰할 수 없으면 운영할 수 없다. 그런데 이 세 가지 과제는 각각 수천 개의 세부 기술 문제를 수반한다. 단일 과제가 아니라, 수천 개의 난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일이다. 우리는 그 모든 문제를 풀어야만 성공할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 모든 이야기가 너무 당연하다는 것이다. 누구나 듣자마자 ‘그래, 맞지. 당연한 이야기야’라고 생각한다. 초인적 성능? 당연하지. 안전성? 당연하지. 가격 대비 성능? 당연하지. 하지만 문제는, 아무도 이 세 가지를 모두 해내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수십 년의 로보틱스 역사에서 이를 모두 충족한 기업은 없었다. 말은 쉽지만, 현실은 극도로 어렵다.
그래서 우리는 이 세 가지를 동시에 해결하는 데 집중했다. 그 결과물이 메크 로봇이다.”

모델과 데이터, 둘 다 필요하다
― 대규모 물류 환경에서는 신뢰성과 안전이 핵심이다. 전통적인 모델 기반 로보틱스는 예측 가능성이 높고, 데이터로 학습하는 모델 프리 기반 로보틱스는 적응력이 뛰어나지만 돌발 상황에서는 위험할 수 있다. 덱스터리티는 이 두 방식을 어떻게 조합했나?

“아주 훌륭한 질문이다. 앞서 신뢰성과 안전을 기술적 과제로 꼽았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덱스터리티의 핵심 전략은 간단하다. 가능한 모든 접근법을 활용하는 것이다. 우리는 모델 기반 접근도 쓰고, 데이터 지향 방식도 쓴다. 두 방식을 결합(fusion)하기도 하고, 예측 시뮬레이션을 더하며, 다양한 안전장치를 병행한다. 여기에 마법 같은 단일 해답은 없다. 다양한 접근을 모두 활용하고 적절한 보호장치를 갖추는 ‘방대한 엔지니어링’이 유일한 답이다.
어떤 기법이 얼마나 성숙했는지, 우리가 보유한 데이터의 질, 축적된 테스트 규모, 경험한 돌발 상황의 폭에 따라 신뢰성이 달라진다.
우리가 개발한 핵심 기술은 ‘디시전 엔진(decision engine)’이다. 쉽게 말해 여러 AI를 관리하는 매니저다. 우리는 다양한 AI를 보유하고 있다. 순수 데이터 기반 AI도 있고, 모델 기반 요소가 일부 들어간 AI도 있으며, 완전한 모델 기반 알고리즘도 있다. 추론 기법과 시뮬레이션도 함께 사용한다.
작업을 수행해야 할 때 디시전 엔진은 ‘어떤 도구가 가장 적합한가?’를 판단한다. AI #21을 쓸지, AI #35를 쓸지를 결정하는 식이다. 각 AI는 서로 다른 특성을 가지도록 훈련되어 있다.
챗GPT를 예로 들어보면, 깊은 연구가 필요할 때와 빠른 답변이 필요할 때 서로 다른 모델을 선택한다. 디지털 세계에서는 사람이 그 선택을 하지만, 피지컬 AI에서는 다르다. 젖은 박스와 마른 박스, 비 오는 환경과 맑은 환경이 다르듯 상황은 항상 변한다.
그러나 중요한 차이가 있다. 디지털 AI에서는 사람이 직접 결정을 내리지만, 로봇은 작업 도중 ‘지금 다른 AI로 바꿔’라는 지시를 받을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독특한 방식을 개발했다. ‘어떤 AI를 쓸지 결정하는 문제’를 AI 학습과 분리한 것이다. 핵심은 실시간으로, 안전하게, 현재 상황에 맞는 AI를 배포하는 방법이다.
업계는 아직 이 문제를 충분히 다루지 못했다. 기술이 성숙할수록 더 많은 이들이 ‘어떤 상황에서 어떤 AI를 배포할 것인가’, ‘실시간으로 어떻게 안전하게 결정할 것인가’를 고민하게 될 것이다. 이것이 향후 물리적 AI의 핵심이 될 것이며, 덱스터리티는 이미 이 문제를 해결하고 있기 때문에 시장을 선도할 큰 기회를 갖고 있다고 본다.”

메크(Mech)는 인간들의 작업 공간에서 “슈퍼휴머노이드”급 성능으로 작동하도록 특별히 설계된 로봇이다. 이 로봇은 양팔을 갖추고 있으며, 최대 5.4미터의 길이에 달하고 60킬로그램의 중량을 들어 올릴 수 있다. 또한 독자적으로 개발되어 특허받은 어깨 구조와 두개의 팔꿈치를 통해 뛰어난 민첩성과 정밀한 조작 능력을 구현한다. 출처 덱스터리티

― 덱스터리티의 솔루션은 컨베이어 벨트 위 물건을 다루는 단계에서 출발해, 최근에는 트럭 적재용 양팔 로봇처럼 훨씬 복잡한 작업까지 다루게 됐다. 앞으로 덱스터리티 로봇의 다음 큰 애플리케이션이나 마일스톤은 무엇이라고 보나? 가까운 시일 내에 새롭게 공략할 물류 업무가 있는가?

“덱스터리티는 처음부터 물리적 AI 전체 시장을 목표로 했다. 나는 물리적 AI의 최종 목표를 ‘초지능(super intelligence)’이라고 본다. 그 긴 여정에서 물류는 우리가 초기 단계부터 접근할 수 있었던 시장이었다. 기술 수준이 아직 충분히 높지 않았을 때도 물류는 시작점이 될 수 있었고, 실제 고객 가치도 창출할 수 있었다.
이제 우리는 물류를 넘어 새로운 영역으로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공항과 항만 같은 개방된 환경에 진출했고, 건설 현장에서 기계 설치 작업도 시작했다. 이들은 모두 매우 흥미로운 시장 세그먼트다.
현재 탐색 중인 시장은 다양하다. 데이터센터, 태양광 패널 설치, 예측 정비, 창문 청소 등이다. 예를 들어 고층 빌딩에서 사람들이 안전 로프에 매달려 창문을 닦는 일은 매우 위험하다. 이런 반복적이고 위험한 작업은 로봇이 훨씬 더 잘할 수 있다. 지금까지 아무도 하지 않았던 이유는 단순하다. 기술이 아직 준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제약 산업도 흥미로운 분야다. 약품을 다룰 때는 사람이 직접 손을 댈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생물학적 위험이나 무균 상태 유지 등의 이유 때문이다. 로봇이 이를 대신하면 훨씬 더 안전하고 청결하다. 방위 산업, 국제 해운 등에서도 무궁무진한 활용 가능성이 있다.
시장은 아직 매우 초기 단계다. 앞으로 수많은 기업이 등장해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할 것이다. 로봇의 종류만 해도 수천, 어쩌면 수만 가지가 될 것이고, 애플리케이션은 수십만, 수백만 가지에 이를 수도 있다. 우리가 이 모든 것을 직접 할 수는 없다.
그래서 우리의 전략은 명확하다. 대형 기업 고객이 존재하는 시장 세그먼트에 집중한다. 우리는 페덱스 같은 글로벌 리더의 복잡한 문제를 깊이 이해하고 해결하는 데 강점을 갖고 있다. 동시에 플랫폼은 완전히 개방한다. 다른 기업들이 우리의 AI와 메카닉 플랫폼을 활용해 자신만의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길 바란다.
‘우리의 AI와 기술을 사용해 새로운 애플리케이션을 만들고 싶은가? 그렇다면 언제든 와서 협력하라. 우리는 기꺼이 우리의 기술을 공유하고, 당신들이 우리 플랫폼 위에서 새로운 것을 만들기를 원한다.’ 결국 우리는 모든 것을 직접 하려 하지 않는다. 수많은 다른 기업들이 우리 플랫폼 위에서 혁신을 만들어내길 바란다. 그들이 새 애플리케이션을 발명하고, 새 로봇을 만들고, 새 시장을 열어가길 기대한다. 우리는 우주를 놓고 싶지 않다.”

― 일상생활 속 로봇 자율성을 떠올리면 많은 사람이 가정용 로봇을 생각한다. 하지만 창고나 공장 같은 산업 환경은 업무가 반복적이고 구조화되어 있으며, 예측 불가능한 인간과의 상호작용도 상대적으로 적다. 이런 반복적·구조화된 산업 업무에서 로봇 자율성이 맡게 될 핵심 역할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로보틱스 업계에는 ‘모라벡의 역설(Moravec’s paradox)’이라는 흥미로운 현상이 있다. 인간에게 매우 어려운 일은 로봇에게는 오히려 쉽고, 인간에게 너무 쉬운 일은 로봇에게는 오히려 어렵다는 것이다.
극도의 정밀성을 예로 들어보자. 로봇에게는 오히려 쉽다. 나는 실에 바늘귀를 꿰려고 하면 거의 못하지만, 로봇은 매번 완벽하게 해낸다. 백플립도 마찬가지다. 인류의 99%는 백플립을 하지 못하지만, 로봇은 가능하며, 한 로봇이 한 번 성공하면 모든 로봇이 똑같이 수행할 수 있다. 이제는 거의 쉬워진 셈이다.
그런데 산업 업무를 보면 정반대 현상이 나타난다. 인간에게는 쉬워 보이는 일이 로봇에게는 매우 어렵다. 겉으로는 구조화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극도로 비구조화된 상황이 많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소포 분류다. 처음 분류 시설을 방문했을 때는 ‘꽤 쉬워 보인다’는 인상을 받았다. 하지만 현장에서 일해본 사람은 안다. 이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왜냐하면 매번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물건이 젖어 있을 수도, 무거울 수도, 불안정하거나 깨지기 쉬울 수도 있다. 적재 위치도 다르고, 로봇의 접근 각도도 달라진다. 매번 새로운 문제가 생긴다.
이 모든 문제를 연구실의 시뮬레이션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 아니다. 실제 현장에서 완전히 견고한 방식으로 풀어야만 의미가 있다. 여기서 얻은 교훈은 명확하다. ‘이 일이 무겁고, 부상 위험이 크며, 스트레스가 큰가?’ 그렇다면 로봇에 맡겨야 한다.
물류의 본질은 단순하다. 물건을 집어 박스에 넣고, 팔레트에 올려 컨테이너나 트럭에 싣는다. 그리고 도착지에서 다시 꺼내 분류하고, 또 다른 컨테이너에 집어넣는다. 결국 핵심은 박스, 팔레트, 대형 컨테이너를 다루는 일이다. 그 변형만 해도 수천 가지다. 물류를 넘어가면 더 많다. 공항, 항만, 리테일 매장의 후방, 산업용 자재 수취 구역 등 적용처는 무궁무진하다. 애플리케이션이 부족할 일은 없다.
우리의 전략은 명확하다. 앞으로도 계속 무겁고, 힘들고, 부상 위험이 큰 업무에 집중한다. 거기에 초인적(superhuman) 로봇을 투입해, 끝없는 롱테일 문제를 처리한다. 적절한 가격·성능 구조 속에서 안전하고 신뢰성 있게 해결한다. 이것이 로봇 자율성이 맡게 될 핵심 역할이라고 본다.”

덱스테리티의Physical AI,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는 인간 중심으로 설계되었으며,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한다. 모든 운영 및 생산 환경은 RIA 15.06 규정을 준수하도록 인증받았다. 출처 덱스터리티

― 장기적으로 물류 산업을 자동화할 때, 로봇을 기존 시설과 워크플로에 맞추는 것이 더 나을까? 아니면 로보틱스에 최적화된 물류 시스템을 새롭게 설계하는 것이 맞을까?

“우리는 아직 채택률이 1%도 되지 않는 초기 단계에 있다. 따라서 이 문제에 대해 확정적인 의견을 내놓을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항상 강조하는 것은 ‘겸손함’이다.
기술은 여전히 초기 단계이며, 결국 이 선택은 고객에게 달려 있다. 우리가 상대하는 대형 고객들은 다운타임을 절대 허용하지 않는다. 시스템이 1시간만 멈춰도 막대한 손실이 발생한다. 따라서 프로세스를 바꾸더라도 점진적으로 바꿔야 한다. 오늘 당장 모든 걸 멈추고 내일부터 새로 시작하는 방식은 비즈니스적으로 불가능하다.
아마존이나 월마트 같은 회사들도 새로운 기술을 도입할 때 보통 기존 워크플로에 먼저 적용한다. 충분히 검증된 이후에야 네트워크 전체에 확장 가능한 템플릿을 만든다.
그래서 우리가 고객과 진행하는 방식은 ‘3단계 접근법’이다. 첫째는 제품 평가(Product Evaluation) 단계다. 우리의 기술이 실제로 작동하는지, 고객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를 검증한다. 둘째는 운영 통합(Operational Integration) 단계다. 고객의 기존 시스템에 최소한의 변화를 주며 로봇을 통합하는 방식을 찾는다. 셋째는 변혁(Transformation) 단계다. 이 단계에서만 시스템 자체의 변경을 제안한다. 그것도 검증된 스케일 가능한 템플릿을 기반으로 한다.
이 3단계 접근법은 상업적으로 가장 합리적이다. 위험을 최소화하면서 최대의 가치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고객에게 무엇을 하라고 강요할 위치에 있지 않다. 다만 가장 적은 위험으로 최고의 보상을 얻을 수 있는 길을 제시할 뿐이며, 선택은 전적으로 고객의 몫이다.”

― 로보틱스 산업의 통합(consolidation)에 대해 깊이 있게 설명해달라.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측면에서의 통합이 어떻게 진행될 것이며, 덱스터리티 AI는 그 흐름을 어떻게 주도하려 하는가?

“많은 사람이 기술 도입을 전략적 관점에서 보지 않는다. 대부분 단위 경제성에만 집중한다. 하지만 한 걸음 물러서서 봐야 한다. AI는 변혁적 기술이자, 장기적으로 모든 산업을 바꾸게 될 기술이다. 그렇기에 기술 개발에 투자하는 방식은 반드시 장기적 상업 성과와 일치해야 한다.
디지털 AI의 진화 과정을 보자. 초기에 오픈AI의 GPT-3는 시장에서 독보적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제미니, 클로드, 라마 등 수많은 모델이 등장했다. 이제 디지털 AI의 무게중심은 모델 중심에서 인프라 중심으로 옮겨가고 있다. 누가 데이터센터를 소유하느냐가 핵심이 되었다. 데이터센터를 누가 보유하느냐에 따라 비용, 규모, 반응 속도를 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다음 단계의 산업 통합이다. 반면 애플리케이션은 어떨까? 애플리케이션은 거의 통합되지 않는다. 항상 파편화되어 있다. 이것이 매우 중요한 포인트다.
덱스터리티의 전략은 플랫폼 접근법이다. 핵심 개념은 두 가지다. 첫째, 우리의 AI가 어떤 로봇에서든 동일하게 작동해야 한다는 하드웨어 불가지론이다. 팔이 하나인 로봇이든 여덟 개인 로봇이든, 다리가 있든 바퀴가 있든 상관없다. 둘째, 하나의 AI가 다양한 업무에 사용될 수 있어야 한다는 애플리케이션 불가지론이다.
왜 물리적 AI에는 이런 조건이 필요할까? 디지털 AI와 달리 물리적 AI는 학습 데이터가 특정 애플리케이션에 묶여 있다. 수건을 개기 위한 데이터, 트럭 적재용 데이터처럼 각각 따로 학습해야 한다. 하드웨어도 수백 가지가 존재하고, 애플리케이션은 무궁무진하다. 이 문제를 해결해야 물리적 AI에서 진정한 통합이 가능하다.
AI는 하드웨어 불가지론적이어야 하고, 애플리케이션 불가지론적이어야 하며, 동시에 안전해야 한다. 이 세 조건이 충족될 때 비로소 진정한 통합이 일어난다. 초기에는 하드웨어 차원에서 일정한 통합이 진행되고, 이후 안전 시스템이 통합된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하드웨어 통합이 사라질 것이다. 수많은 종류의 로봇이 공존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장기적으로 가장 큰 가치가 있는 곳은 어디일까? 바로 플랫폼이다. 세 가지 조건을 만족하는 플랫폼에 자본을 투입해야 한다.
초기에는 하드웨어에 투자해 시장 리드를 확보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다양한 로봇이 공존하게 된다. 서로 다른 디자인과 목적의 로봇들이 같은 물류 시설에서 함께 일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마인드셋이다. ‘우리가 세상 유일한 로봇 제조사가 될 것이다’라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세상에는 수천 가지 로봇이 존재하게 될 것이다. 그 전제를 받아들이고, 그 위에서 당신의 플랫폼이 모든 로봇을 통합할 수 있다면 - 그것이 진정한 힘이다.”

기술은 항상 비용을 낮춘다

― 단순히 비용 절감 외에, 물류 분야에서 자율성이 확산되면 산업과 우리의 일상은 어떻게 변할 것이라고 보나?

“기술은 항상 디플레이션적(deflationary) 힘을 가진다. 역사를 보면 증명된다. 바퀴, 증기기관, 자동차, 통신 기술이 나타났을 때 각각의 서비스 비용은 급격히 떨어져 왔다. 기술의 본질은 비용을 낮추고 동시에 가치를 높이는 것이다.
우리가 오늘 당연하게 누리는 것들을 생각해보자. 아침에 욕실에 가면 뜨겁고 깨끗한 물이 나온다. 하지만 불과 100년 전에는 불가능했다. 내가 인도에서 자랐을 때, 우리는 작은 히터 막대로 물을 데웠다. 1시간을 기다려야 겨우 한 양동이의 물이 따뜻해졌다. 기술이 인류의 삶을 바꿨다.
물리적 AI와 자율성도 정확히 같은 맥락이다. 이것도 거대한 영향력을 가진 기술이다. 반드시 비용을 내려야 하고, 규모를 키워야 하고, 궁극적으로 우리의 삶을 더 나아지게 해야 한다.
여기서 일론 머스크의 철학을 언급하고 싶다. 그는 ‘바보 비율(stupid ratio)’이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로봇에 들어가는 원재료의 시장 가격 대비 최종 제품의 가격 비율을 보는 것이다. 핵심은 이 비율을 계속 낮추는 것이다. 규모가 커지면서 제조 공정을 개선하고, 생산 비용을 줄이고, 부품들을 규격화하고, 원재료를 더 효율적으로 조달하면서 비용이 깎아진다.
나는 향후 10~15년 안에 현재 대비 5~10배의 비용 절감이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 그렇게 되면 비즈니스의 초점이 비용에서 가치로 옮겨진다. 지금은 CapEx(자본 지출) 중심이지만, 어느 날은 비즈니스 모델이 가치 중심으로 완전히 전환될 것이다.
이것이 내 개인적인 철학이다. 우리는 긍정적인 영향을 만들어야 한다. 우리는 반드시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 어떤 기술은 엄청나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고, 어떤 기술은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우리는 반드시 긍정적인 쪽에 서야 한다. 우리는 사람에 대한 존경심을 가져야 한다. 고객이 돈을 벌 수 있도록 도와서 고객이 더 많이 벌 수 있게 하는 것. 그것과 우리의 책임감이 함께 간다면? 정말 아름다운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최중혁 팔로알토캐피탈 대표

필자(최중혁)는 미국 미시간대 경영학석사(MBA) 학위를 받은 뒤 삼성SDI America, SK Global Development Advisors 등을 거쳐 미 실리콘밸리 소재의 사모펀드 팔로알토캐피탈(Palo Alto Capital)을 설립해 운용하고 있다. ‘트렌드를 알면 지금 사야 할 미국 주식이 보인다’ ‘2025-2027 앞으로 3년 미국 주식 트렌드’ 등의 저자다.


인기 뉴스

경영·경제 질문은 AI 비서에게,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Cli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