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회원가입|고객센터|HBR Korea
페이지 맨 위로 이동
검색버튼 메뉴버튼

의학 / 연구

‘종양 성장 90% 억제’ 미니항체… 난치암 희망으로 떠올라

동아일보 | 업데이트 2025.10.30
㈜셀렌진
안재형 대표
세계 CAR-T 치료제 시장이 연평균 30% 이상 성장하며 2030년 200억 달러(약 28조6000억 원)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 그러나 현재 FDA 승인을 받은 CAR-T 치료제 대부분이 혈액암에 집중돼 있어 암 사망률의 90%를 차지하는 고형암 영역은 여전히 미개척 시장으로 남아 있다. 특히 5년 생존율 12%에 불과한 췌장암, 난소암 등 난치성 고형암은 표준 치료법조차 제한적이어서 혁신적 치료제 개발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국내 바이오벤처가 자체 발굴한 차세대 미니항체 기술로 난치성 고형암 CAR-T 치료제 개발에 속도를 내며 글로벌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하버드 출신 과학자, 난치암 해법 찾아 창업 나서

㈜셀렌진을 이끄는 안재형 대표는 연세대학교에서 생화학 학사부터 박사까지 마친 뒤 하버드 의대 전임강사와 혈액연구센터 연구원으로 활동하며 세포·유전자 치료제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았다. 국내외 바이오 산업 현장과 연구 양쪽에서 깊이 있는 경험을 축적한 그는 2019년 세포 유전자 치료제 전문기업 셀렌진을 설립했다.

안 대표가 창업을 결심한 이유는 명확했다. 혈액암에서는 높은 치료 효과를 보이는 CAR-T 기술이 정작 암 사망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고형암에서는 성공 사례가 거의 없다는 점이었다. 그는 “췌장암과 난소암 같은 난치성 고형암은 표준 치료법이 있어도 치료제가 부재한 상황”이라며 “환자들에게 실질적 도움이 되는 치료제 개발에 집중하고자 했다”고 설립 배경을 밝혔다.

현재 셀렌진은 유전자 세포치료제 분야 우수 연구진과 전문 경영진으로 구성돼 R&D와 사업화를 동시에 추진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으며 기관 및 시리즈 A 투자 유치에도 성공하며 연구개발 가속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인간 유래 미니항체 ‘CG-34’, 완전관해 수준 효능 확인

셀렌진의 핵심 기술은 메소텔린 항원을 타깃으로 한 독자 개발 미니항체다. 메소텔린은 췌장암, 난소암, 악성중피종 등 고형암에서 높게 발현되는 암 항원으로, 여러 국가에서 메소텔린 항체 ‘SS1P’에서 유래한 ‘SS1’ 미니항체로 고형암 타깃 CAR-T 개발을 시도했지만 아직 임상 성공 사례가 없다.

셀렌진은 메소텔린 막단백질의 세포 외부 노출 부위를 특이적으로 인식하는 미니항체 38종을 발굴했고 그중 안전성과 항암 효능 면에서 최적의 미니항체 ‘CG-34’를 선정하는 데 성공했다. 기존 개발 업체들이 사용하는 마우스 유래 SS1과 달리 CG-34는 인간 항체로 에피토프(항원 결정부위)가 다르며 면역원성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차별점이 있다. 특히 SS1 CAR-T와 CG-34 CAR-T의 효능을 비교한 동물실험에서 CG-34를 투여했을 때 암의 모든 증상과 검사 결과가 소멸하는 완전관해(CR)가 관찰됐다. 단회 혈관 투여만으로 췌장암, 난소암, 악성중피종 동물실험에서 모두 90% 이상의 종양 성장 억제 효능을 입증한 것이다.

기술혁신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올해 6월 셀렌진은 CRISPR 유전자 가위 기술을 활용한 PD-1 표적 유전자 조절 특허를 국내에 등록하며 차세대 면역세포 치료제 개발 역량을 한층 강화했다. 이 기술은 암세포가 면역세포의 공격을 회피하는 데 활용하는 PD-1 유전자를 선택적으로 제거해 기존 항체 치료제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혁신 플랫폼으로 평가받고 있다.

글로벌 특허망 구축… 동북아 시장 공략 본격화

셀렌진은 현재 국내 4건을 포함해 총 15건의 특허를 등록하며 글로벌 지식재산권 포트폴리오를 탄탄히 구축했다. 미국, 중국, 일본, 캐나다, 유럽, 호주, 싱가포르 등 주요 시장에서 특허를 확보한 상태다. 특히 지난해 중국, 일본, 싱가포르 등 동북아 3개국에 고형암 치료제 관련 특허를 등록하며 역내 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했다.

메소텔린의 다른 부위에 결합하는 또 다른 미니항체 ‘CG-3’ 역시 난소암 종양 동물 모델에서 90% 이상의 종양 성장 억제 효과를 보이며 암종에 따라 최적화된 CAR-T를 적용할 수 있는 파이프라인 다양화 전략도 가능해졌다.

안 대표는 “한국을 거점으로 동북아에서 CAR-T 임상시험을 위한 환자 모집은 물론 기술 수출과 생산기지 확보 등 사업화를 위한 파트너사를 적극 발굴할 계획”이라며 “향후 기술 이전 및 전략적 제휴를 통해 차세대 면역세포 치료제 시장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셀렌진의 도전이 난치성 고형암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으로 다가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안소희 기자 ash0303@donga.com

인기 뉴스

경영·경제 질문은 AI 비서에게,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Cli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