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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인터뷰] 넥슨 최하혁 AI 담당자 “게임 개발은 이미 인공지능에 지배당하고 있다”

동아일보 | 업데이트 2025.10.24
챗GPT와 함께 시작된 인공지능 물결이 세상을 뒤덮고 있다. 어딘가 먼 곳에서 나와 상관없는 일이라고 치부됐던 인공지능이, 이세돌의 바둑 대결을 시작으로 불과 몇 년 만에 그 누구보다 친숙하게 삶의 도우미로 변화하고 있다.

혹자는 스마트폰 탄생 이후 가장 큰 인간 삶의 개혁이라고 하고, 혹자는 인공지능을 통해 더욱 급진적인 미래가 열리게 될 것이라고 진단한다. 유튜브 알고리즘부터 쇼핑 선호도, 전화 내용 요약 등 이제 우리의 삶은 인공지능을 멀리하고는 논할 수 없게 되어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게임은 어떨까. 단언컨대 게임 개발자만큼 인공지능과 친숙한 인류는 없다. 80년대 PC가 태동하면서부터 게임 개발자들은 인공지능을 개발해 왔다. 아주 단순한 상하좌우 움직임이었을지언정, 개발자들은 플레이어들과 겨루도록 하기 위해 NPC(논 플레이어 캐릭터)들에 원시적인 인공지능을 심었다. 이렇게 수십 년 간 겹겹이 쌓여온 인공지능에 대한 기술이 혁신을 만나 현재에 다다른 셈이다.

구글의 딥 마인드 대표이자 현세대 인공지능의 최고 권위자 데이비드 허사비스 또한 청년 시절에 테마파크‘나 ’블랙 앤 화이트‘ 같은 AI가 고도화된 게임을 개발했다는 사실은 유명하다.

필연적 이게도, 챗GPT 이후 게임 개발 과정에도 중대한 변화가 발견되고 있다. 국내 게임업계를 선도하는 대표 게임사 중 하나인 넥슨 또한 그 거대한 변화의 기류에 몸을 실었다.

넥슨 그룹 내에서 ’인공지능 전도사‘로 통하는 최하혁 넥슨 AI 담당자는 이러한 넥슨의 빠른 변화를 체감하는 1인이다. 그는 “인공지능은 이미 게임 개발을 지배하고 있다”라고 설명한다.

넥슨 최하혁 AI 담당자(자료 출처-게임동아)

방송부터 UI UX, 회사 전략까지 전했던 최하혁 담당, 날개를 달다

최하혁 담당자는 원래 게임 개발자가 아니었다. 사회 초년생 때 방송국에서 방송 콘텐츠를 기획하고 데이터를 분석하는 업무를 담당했던 그는 종합적이고 생동감 있는 콘텐츠인 게임 쪽에 대한 갈증을 이기지 못하고 게임업계에 뛰어들었다.

1980년대 어린 시절에 대우 MSX, 닌텐도 패미콤 등 레트로 게임에 푹 빠졌던 그는 일본 캡콤과 블루홀(현 크래프톤)을 먼저 찾았다. 자신이 가장 빠르게 어떤 일을 잘할 수 있을까 고민했던 그가 생각한 직군은 게임 UI와 UX였다. 게임의 구조, 데이터 분석, 콘텐츠 구성에 대한 능력을 가장 쌓기 좋은 분야였기 때문이라고.

이어 수많은 게임을 즐기며 데이터를 분석해 오던 최 담당은 컴투스에서 게임의 성공 가능성을 분석하는 게임제작관리실에 합류해 더욱 시장을 보는 눈을 키웠다. 이후 그는 넥슨게임즈에 입사한 후, 인공지능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본격적으로 인공지능 연구에 뛰어들었다.

그가 인공지능에 대해 접근한 방식은 ’구조 분석‘ 및 ’생산적‘ 측면이었다. 보통 사람들이 자신의 프로필 이미지를 ’지브리‘ 캐릭터로 변환시키거나, 우스꽝스러운 영상을 만드는 ’소비재‘ 정도로 인공지능을 활용했다면, 최 담당은 철저히 생산적인 방향으로 연구를 하기 시작했다.

회사에서 그 누구도 시키지 않았던 일이지만, 최 담당은 자비로 몇백만 원이 넘는 최신식 그래픽 카드를 구입해 인공지능 튜닝 환경을 만들었고, 자발적으로 매일 집에서 인공지능 엔진을 튜닝해 나갔다. 프로그래밍 지식이 많지 않았던 그였지만 해외 영문 스레드를 보면서 인공지능 개발자들과 소통했고, 다양한 인공지능 툴을 자신만의 노하우에 맞게 튜닝해 가면서 더욱 큰 가능성을 발견했다고 한다.

노하우가 쌓이면서 인공지능은 점점 그에게 날개가 되어 주었다. 기획, 디자인, QA, 통계 등 꼭 누군가가 필요했던 다양한 일들을 혼자서 처리할 수 있게 되면서, 최 담당은 자신도 모르게 환호성을 질렀다고 한다. 그렇게 최 담당 사내에 어떤 일이든 가장 빠르게 결과물을 내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다.

넥슨 최하혁 AI 담당자(자료 출처-게임동아)

게임업계 인공지능 전도사로 맹활약.. 유명세를 떨치다

물론 사람들에게 인공지능을 활용하도록 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인공지능은 여전히 생소한 생활 속 침범자였고, 개발자들은 자신의 영역을 침범하는 이 오랑캐 같은 인공지능에 대해 애써 배척하는 모습을 보이곤 했다. 소위 밥벌이를 위협하는 모습에 불편한 기색을 보이는 개발자가 한두 명이 아니었다. 대놓고 언급하진 않았지만, 최하혁 담당자를 경계의 눈초리로 보는 이들도 많았다.

하지만 최 담당은 그런 개발자들의 모습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충분히 그러한 경계에 대해 이해했고, 불협화음을 만들고 싶지도 않았다. 그래서 그는 주변에 친한 사람들부터 포섭하며 인공지능에 대한 노하우를 전수하기 시작했다.

그런 그가 사내에서 가장 먼저 진행한 일은 ’매뉴얼‘ 작성이었다. 인공지능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어떤 효과가 있는지, 그는 체계적으로 분석하여 공유했다. 실제 이용 사례, 그리고 그에 대한 경제적 효과까지 세부적으로 분석하여, 두 달에 한 번씩 PPT를 공유하며 개발 프로세스의 개선 방향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다. 1년, 2년의 시간이 지날수록 그의 노하우는 더 단단해졌고, 인공지능을 멀리하던 개발자들과의 격차도 더 커졌다.

그런 그의 선견지명은 맞아떨어졌다. 어느 순간 인공지능은 거부할 수 없는 대세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무조건 배척하던 개발자들의 시선도 이에 따라 달라지기 시작했다. AI 업스케일, 리마스터, 리이미징 등 디자인 파트에서 우선적으로 인공지능 활용에 대한 수요가 생기기 시작했고, 다양한 변수를 예측하는 무한대의 대전 데이터 활용 등 게임 검증 측면에서도 인공지능이 쓰이기 시작했다.

이어 다양한 컨셉에 대한 수요가 늘어났다. 인공지능의 결과물을 직접적으로 게임 리소스로 활용할 순 없었지만, 아이템, 무기류, 아이콘, 프랍(Prop), 컨셉 아트, 레벨 디자인, 3D 프리뷰, 미디어 생성, 이펙트 리소스 제작 등 게임성 검증을 위한 초기 컨셉 제작에 인공지능이 적극적으로 활용되기 시작했다.

사내에서도 인공지능을 통한 개발 효율성 증가의 필요성이 대두되자, 각 게임 개발팀마다 인공지능 회의가 열렸고, 최하혁 담당자는 소환되기 바빴다. 그렇게 최하혁 담당 점점 사내에서 특별한 포지션을 가진 존재가 되어갔다.

넥슨 최하혁 AI 담당자(자료 출처-게임동아)

최하혁 담당자 “인공지능은 역사상 가장 강력한 개발 툴이 될 것”

최하혁 당담자는 인공지능이 인류의 수천 년의 삶과 경험을 불과 몇 년 만에 뛰어넘는 발전 속도를 보이고 있다고 진단한다. 아직까지 종합적으로는 숙련된 인간의 결과물을 대체할 수 없다고 하지만, 특정 영역에서는 실무 상황에 맞게 튜닝하고 노드를 잘 구성하면 이미 인간의 50배에서 100배 퍼포먼스를 만들어내는 단계에 이르렀다고 보고 있다.

특히 최 담당은 현재는 인공지능이 향후 전 영역에서 고루 높은 퀄리티의 결과물을, 극단적인 단 기간에 내도록 하는 개발툴의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금도 최 담당이 날마다 연구와 튜닝을 거듭하는 이유다.

’높은 퀄리티의 결과물을 양산하는 것‘. 사실 이것은 게임의 개발에 국한된 사항은 아니다. 모든 회사의 궁극적 목표일 수 있다. 결국은 이런 내용이 ’비용 절감‘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이렇게 높은 가능성을 가진 인공지능에도 걸림돌이 있다. 누구나 인공지능을 잘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사용하는 사람의 성향이나 노하우, 스타일에 따라 결과물이 천양지차로 달라질 수 있고, 경우에 따라 안 쓰느니만 못하는 결과를 낼 수도 있다.

때문에 최하혁 담당 인공지능을 제대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생성 기술에 대한 원리를 이해하는 것부터 시작‘이라고 조언했다. 생성원리를 파악하고 어느 타이밍에 필요한 것을 어떻게 요구해야 하는지를 알아야 한다는 것.

스테이블 디퓨전, 구글 플래시 나노 바나나, 챗 GPT 등 각 툴들이 노이즈를 발생시켜 조립하는 모델인지, 대화형 생성 모델인지 등 원리를 파악하고 그 특성을 이해해야 그에 맞게 ’명령‘을 내릴 수 있고 원하는 ’결과‘ 값이 나온다는 결론이다.

인공지능과 대화를 위한 걸음마를 익히라는 것으로, 최 담당은 “영어 같은 외국어를 공부하듯 지속적으로 사용하고 대화하듯 이해하면서 접근해야 인공지능을 최고의 개발 파트너로 만들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최 담의 진단과는 별개로, 인공지능은 전 세계에서 이미 게임 개발에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스팀조차 최근 인공지능 사용 게임에 대한 폐쇄 안을 거둬들일 정도로, 인공지능의 사용은 일상화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최하혁 담당자는 자신을 위해서, 그리고 회사를 위해서 앞으로도 더욱 인공지능 연구에 매진한다고 전했다. 개발자의 한 사람으로서 더 높은 가능성을 위해 연구하고, 그는 앞으로도 꾸준히 인공지능 게임 개발 전도사로 활약하겠다고 전했다.

최하혁 당담 말하는 ’미래의 게임이란‘?

최하혁 담당자는 인공지능이 지금보다 1세대에서 2세대 정도 앞서게 된다면, AI 친화적인 개발의 무리를 중심으로 적게는 3~4명, 많게는 10~20명 이내로 A급 게임을 빠른 시간 내에 제작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노하우가 쌓인다면 AAA 대규모 게임도 자동화 시스템을 활용하여 단기간에 제작 가능한 시점이 올 것으로 예상했다.

이와 함께 궁극적으로 최하혁 담당자가 예상하는 미래의 게임 시장은 ’실시간 게임 생성시대‘였다. 현재 ’로블록스‘ 같은 게임 환경이 실시간으로 펼쳐지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게임 이용자가 자신이 좋아하는 아트 이미지 한 장, 그리고 좋아하는 세계관 또는 설정, 그리고 구동에 필요한 프롬프트 몇 줄 만으로 개인 맞춤형 게임을 실시간으로 경험할 수 있는 시대.

그는 그래서 향후 게임에 대한 차별성은 결국 세계를 구성하는 요소와 재미를 만드는 인간의 상상력과 창의성의 차이로 나뉘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인터뷰 마지막으로, 최하혁 담당자는 “인공지능이라는 툴이 고도화되면 될수록 우리가 게임을 사랑하며 품어왔던 상상력을 더욱 확장하고 새로운 AI 게임시대를 준비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넥슨 인텔리전스랩스(자료 출처-넥슨)

넥슨의 인공지능 연구소 ’인텔리전스랩스

이러한 최하혁 담당자와 별개로, 넥슨에서도 그룹 차원으로 인공지능의 원천기술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 전담 개발 연구소가 인텔리전스랩스다.

넥슨 인텔리전스랩스는 약 800명 규모로 2017년 4월 설립된 AI·데이터 분석 전문 조직으로, 이 연구소의 목표는 게임에 적용된 부가기능의 고도화는 물론 머신러닝, 딥러닝 기술을 활용한 시스템을 개발·적용해 게임의 재미를 극대화하고 있다.

인텔리전스랩스에서는 ▲대규모 언어모델(LLM)을 활용한 데이터 학습 ▲시나리오 생성 및 대화형 AI 제작 ▲다국어 동시 번역 ▲ MCP(Model Context Protocol) 연구를 통한 빠른 제작 도구 개발 등이 선행되고 있다.

그 결과물이 바로 개발, 출시, 라이브 서비스까지 모든 단계를 통합 관리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게임스케일(GameScale)‘이며, 현재 ’메이플스토리‘, ’서든어택‘, ’마비노기‘, ’바람의 나라‘ 등 넥슨 대표 게임에 다수 적용됐다.

게임동아 조학동 기자 igelau@gamedong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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