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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밥 사먹어?” 통념 깬 30살 햇반… K붐 타고 이젠 세계인의 식탁으로

동아일보 | 업데이트 2026.10.26
무균공정-패키징 등 기술력 발전
연 7억개 만들어 美 등 60개국 수출
“미래 먹거리, 이재현회장 철학 담겨
2028년 연매출 1조5000억 목표”
21일 충북 진천 CJ블로썸캠퍼스 햇반 생산라인에서 햇반이 생산되는 모습. 올해 출시 30주년을 맞은 햇반은 올해 말 누적 매출이 1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CJ제일제당 제공
‘누가 맨밥을 돈 주고 사 먹어?’

1996년 12월, ‘밥은 지어 먹는 정성’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등장한 ‘햇반’이 올해로 출시 30주년을 맞았다. 당시만 해도 한국의 식문화는 즉석밥을 ‘맛없는 밥’, 이를 사는 사람을 ‘게으른 주부’로 보는 편견이 강했다. 하지만 1인 가구와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는 등 사회문화적 변화가 이어지면서 오늘날 햇반은 한국 밥상 문화의 일부가 됐다.

출시 첫해 70억 원 수준이던 매출은 지난해 연간 기준 1조1800억 원 규모로 성장했다. 같은 기간 국내 햇반 시장점유율은 약 66%다. 누적 판매량은 68억 개로, 햇반을 나란히 줄 세우면 지구를 약 24바퀴 돌 수 있다. CJ제일제당은 “햇반은 ‘10년, 20년 후를 내다보는 미래 먹거리를 만들겠다’는 이재현 회장의 철학과 의지를 상징하는 제품”이라고 밝혔다.

● 독보적 기술 녹여 연 7억 개 생산

햇반 출시 30주년을 계기로 21일 찾은 충북 진천 CJ블로썸캠퍼스 햇반 생산라인은 축구장 70개(약 49만 ㎡) 크기의 거대한 규모였다. 6개 생산라인에서는 컨베이어 벨트를 따라 하얀색 햇반 용기들이 줄지어 지나가고 있었다. 빈 용기에 직접 도정한 지 하루도 안 된 쌀들이 담기고, 뜨거운 증기와 고압을 통해 살균됐다. 이어 초대형 밥솥 역할을 하는 취반기로 옮겨져 30분가량이 지나자 구수한 밥 냄새와 함께 갓 지은 햇반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곳과 부산의 생산시설에서 연 7억 개의 햇반이 만들어져 한국뿐 아니라 미국, 독일, 베트남 등 60여 개국으로 수출된다.

CJ제일제당은 “햇반은 이 회장의 ‘온리원’ 철학 아래 ‘초격차 연구개발(R&D)’을 강조해 왔다”며 “무균 기술을 비롯해 쌀 품종과 원료 선정부터 도정, 무균 공정, 패키징, 영양 설계에 이르기까지 독보적 기술력을 발전시켜 왔다”고 했다. 국내외에서 출원한 브랜드 특허는 총 267건에 달한다.

오예진 CJ제일제당 식품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이 같은 기술력은 백미를 넘어 잡곡밥, 솥반, 글로벌 백미 등 제품 다각화의 기반이 됐다”고 말했다. 국내 식품시장이 건강식 위주로 재편되면서 햇반 국내 매출에서 잡곡밥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10%대에서 지난해 30%에 가깝게 높아졌다. 12월에는 식물성 단백질로 만든 쌀을 섞어 달걀흰자 3개 이상에 해당하는 단백질을 담은 ‘단백질 잡곡밥’도 출시할 예정이다.

● K붐 타고 세계로 가는 햇반

국내 즉석밥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CJ제일제당은 해외 시장 확대에도 집중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이 ‘비비고’ 브랜드를 통해 해외에서의 만두를 ‘덤플링(중국식 만두)’에서 ‘만두(한국식 만두)’로 재정의했듯, 햇반을 만두에 이은 ‘넥스트 K웨이브’ 대표 제품으로 키우겠다는 포부다.

햇반의 해외 매출은 최근 5년간 연평균 30%가량 늘었다. 전 세계적인 웰니스 인기와 더불어 미국 시장에서 ‘글루텐 프리’ 식단 열풍이 불면서 빵보다 쌀이 건강한 식품으로 각광받은 덕분이다.

K드라마와 K팝 스타 등을 통해 한국 특유의 ‘찰진 밥’에 대한 해외 소비자의 호기심이 높아진 것도 호재다. 통상 외국인들은 밥알이 길고 잘 흩어지는 동남아시아식 장립종 쌀에 익숙하지만 최근 K푸드의 인기에 햇반의 미국 즉석밥 시장 점유율은 11.9%까지 올랐다.

김숙진 CJ제일제당 식품마케팅실장은 “급할 때 먹는 ‘비상식’에서 집밥을 대신하는 ‘일상식’이 된 햇반을 이제 건강한 탄수화물을 제공하는 ‘건강식’으로 키워 갈 것”이라며 “햇반을 2028년까지 국내외 연매출 1조5000억 원 브랜드로 키우고, 해외 매출 비중도 15%에서 최대 25%로 높이겠다”고 밝혔다.

진천=김다연 기자 dam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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