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쿤 등 AI 리더 4인 ‘산업 AI 글로벌 협력’ 간담회
“제조·인재 갖춘 한국에 기회”…현장 배치·빠른 결단 주문
12일 서울 웨스틴조선 호텔에서 열린 ‘산업 AI 글로벌 협력’ 기자간담회에 참여한 얀 르쿤 회장의 모습. 사진=김영호 기자 rladudgh2349@donga.com
“AI에 또 한 번의 혁명이 온다. 피지컬 AI와 로봇공학에서 일어날 혁명이고, 한국은 그 혁명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을 기회가 있다.”얀 르쿤 AMI랩스 창업자·회장 등 글로벌 인공지능(AI) 리더들이 피지컬 AI 경쟁에서 제조 기반과 핵심 인재들을 갖춘 한국이 주도권을 쥘 수 있다고 진단했다.
12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서울에서 열린 ‘산업 AI 글로벌 협력’ 기자간담회에서 르쿤 회장은 이같이 말했다.
이번 간담회는 AI 경쟁이 제조·반도체·에너지 등 산업 현장으로 확산하는 가운데 한국 제조업의 역할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행사에는 크리스토퍼 응우옌 에이토매틱(Aitomatic) 대표, 앤서니 아눈지아타 AI얼라이언스(AI Alliance) 공동의장, 지미 리 ASI파운드리 회장이 함께 참여했다.
● 르쿤 “피지컬 AI 열쇠는 세계 모델…한국은 이미 인재 갖춰”
기자간담회 현장의 모습
르쿤 회장은 AI의 다음 혁명이 ‘현실 세계를 이해하는 피지컬 AI’에서 나온다고 봤다. 그는 대규모 언어모델(LLM)이 코드 작성이나 수학 같은 좁은 분야에서는 강하지만, 로봇은 아직 10살 아이 수준의 일도 해내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르쿤 회장은 “10년이 지났지만 사람이 운전한 학습 데이터가 말 그대로 수백만 시간 쌓였는데도 아직 완전한 자율주행차는 없다”며 “세계 모델(World Model), 그리고 다른 개념들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계 모델은 AI가 현재 세계의 상태를 바탕으로 다음 결과를 예측하는 일종의 ‘디지털 뇌’다. LLM이 다음에 올 단어를 예측하는 방식으로 학습하는 반면, 세계 모델은 행동에 따라 세계가 어떤 상태로 바뀔지 예측하도록 학습한다. 이를 통해 AI는 목표를 이루기 위한 행동 순서를 미리 계획할 수 있다.
르쿤 회장은 세계 모델을 구현할 방법으로 JEPA(결합 임베딩 예측 구조)를 제시했다. JEPA는 그가 2022년 제안한 AI 학습 방식으로, 이미지나 영상의 가려진 부분을 세밀하게 복원하는 대신 추상적인 의미 표현으로 예측해 AI가 세상의 작동 원리를 효율적으로 익히도록 하는 구조다.
● “수조 달러 투자보다 현장 배치·빠른 결단이 중요”
크리스토퍼 응우옌 에이토매틱(Aitomatic) 대표
르쿤 회장은 한국의 강점으로 제조업 기반과 연구 인력을 꼽았다. 그는 “인재는 한 나라가 가장 확보하기 어려운 자원”이라며 “한국은 이미 그걸 갖췄다”고 밝혔다.
르쿤 회장은 해외 인재가 찾아오는 연구 생태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 인재를 끌어들인 싱가포르와 고학력자 이민 우대로 돌아선 일본을 예로 들며 “한국은 중국 바로 옆에 있으니 당연히 해볼 만한 일”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강점을 살리려면 투자 방향과 의사결정 속도부터 바꿔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응우옌 대표는 오픈AI·앤트로픽처럼 수조 달러를 들여 데이터센터를 짓는 미국식 경쟁을 그대로 따르지 말라고 했다. 그는 초지능 개발에 쏟는 막대한 컴퓨팅 자원이 한국 입장에서는 낭비가 될 수 있다고 봤다.
응우옌 대표는 대신 AI를 현장에 서둘러 배치하라고 권했다. 그는 “예전에는 학습하지 않는 시스템을 만들어 설정값만 지정하면 됐다”며 “이제는 AI 시스템을 배치하면 사람처럼 환경을 배운다는 데서 가치가 생긴다”고 말했다.
리 회장은 결정 전에 완벽한 정보를 요구하는 한국 기업의 관행을 짚으며 “지금은 머뭇거리는 대가가 과감하게 움직이는 대가보다 훨씬 큰 시기”라고 말했다.
김영호 기자 rladudgh234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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