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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산업

한미약품, 제넨텍에 비만 신약 3.2조 기술수출 ‘역대 최대’

동아일보 | 업데이트 2026.08.25
체중 줄이면서 근육 늘리게 설계
위고비-마운자로와 작용방식 달라
인체 효능 검증전에 수조대 계약
선급금 2630억원, 별도 로열티도
한미약품. 뉴시스
한미약품이 체중을 줄이면서 근육은 늘리도록 설계한 차세대 비만 신약 후보물질을 글로벌 제약사 로슈 그룹의 자회사 제넨텍에 최대 23억 달러(약 3조2000억 원)에 기술수출했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이 단일 신약 후보물질로 맺은 기술수출 계약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다. 한국 기업이 ‘포스트 마운자로’ 신약 개발 경쟁에 글로벌 제약사와 손잡고 뛰어든 셈이다. 바이오업계에서는 기존 비만 치료제와 다른 방식으로 작용하는 신약 후보물질이 기존 치료제의 한계로 꼽히는 ‘근손실’을 보완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 선급금만 2600억… 한국 제외 전 세계 권리 넘겨

한미약품은 로슈그룹 자회사 제넨텍과 비만 신약 후보물질 ‘HM17321’의 독점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고 24일 밝혔다. 제넨텍은 한국을 제외한 전 세계에서 HM17321을 개발·제조하고 판매할 수 있는 독점적 권리를 갖는다. 한미약품이 받는 선급금은 1억9000만 달러(약 2630억 원)다. 향후 임상 개발과 규제기관 허가, 상업화 등에 성공하면 단계별 기술료(마일스톤)를 더해 계약 규모가 최대 23억 달러까지 늘어난다. 제품이 출시되면 매출에 따른 로열티를 별도로 받기로 했다.

이번 계약은 단일 신약 후보물질을 기준으로 국내 제약·바이오업계 최대 규모의 기술 수출 계약으로 평가된다. 제넨텍이 사들인 HM17321은 현재 미국에서 임상 1상이 진행 중인 초기 단계 신약이다. 한미약품이 임상 1상을 마무리하면 임상 2상부터는 제넨텍이 개발을 이어간다. 아직 사람을 대상으로 효능이 본격적으로 검증되기 전인데도 수조 원대 계약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후보물질의 잠재력을 높게 평가받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미약품 측은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경우 기술수출을 할 때 선급금이 통상 전체 계약 규모의 1∼3% 수준이지만, 이번에는 8%에 이를 만큼 양질의 기술수출”이라고 강조했다.

● 살 빼고 근육 지킨다… GLP-1과 다른 승부수

HM17321의 가장 큰 특징은 기존 비만 치료제와 작용 방식이 다르다는 점이다. 위고비, 마운자로 등 식욕 억제 등을 통해 체중을 줄이는 기존 GLP-1 계열과 달리, ‘UCN2 유사체’를 기반으로 한다. 지방을 선택적으로 줄이면서 근육량과 근기능은 유지하는 ‘퍼스트 인 클래스(계열 내 최초)’ 신약이 목표다. 그간 GLP-1 계열 치료제는 강력한 체중 감량 효과를 내지만 근육이 함께 줄어들 수 있다는 한계가 지적돼 왔다.

한미약품에 따르면 비임상시험에서 HM17321을 단독 투여하거나 GLP-1 치료제와 함께 투여했을 때 체중 감량과 체성분 개선 효과가 확인됐다. 펩타이드 기반 치료제로 개발되고 있어 향후 GLP-1 계열 치료제와 함께 투여하거나 복합제로 개발할 가능성도 있다. 현재 임상 1상에서는 건강한 성인과 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안전성 등을 살펴보고 있다.

정윤택 한국제약산업전략연구원장은 “차세대 치료제는 감량 과정에서 근육을 얼마나 보존할 수 있느냐가 중요한 차별화 요소가 되고 있다”며 “HM17321이 이를 해결할 후보로 부상한 만큼 실제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에서 비임상 결과가 재현되는지가 향후 가치 판단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증시에서 기술수출 기대감에 한미약품 주가는 전일 대비 29.96% 오르며 상한가를 기록했다.

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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