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회원가입|고객센터
Top
검색버튼 메뉴버튼

Leadership

겸손한 리더와 ‘겸손 떠는’ 리더 구분 방법

박종규 | 402호 (2024년 10월 Issue 1)
Based on “Leader-expressed humility: Development and validation of scales based on a comprehensive conceptualization” (2024) by Chintakananda, K., Diefendorff, J. M., Oc, B., Daniels, M. A., Greguras, G. J., & Bashshur, M. R. in Journal of Business Ethics



GettyImages-1366758137


무엇을, 왜 연구했나?


지난 7월 타계한 극단 ‘학전’의 설립자이자 ‘아침이슬’을 작사·작곡한 김민기 씨는 스스로를 ‘뒷것’이라 불렀다고 한다. 다른 이들이 꿈을 펼칠 수 있도록 나서지 않고 뒤에서 받쳐주며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간 그의 모습에 많은 사람은 큰 감동을 받았다. 그가 이뤄낸 많은 것에 더해진 겸손함이 우리들에게 더 깊은 여운을 남겨 준 것이다.

리더십 관점에서 겸손함은 자신이 세운 공헌에 대한 현실적인 평가와 함께 타인, 특히 부하 직원의 공헌에 대한 인정, 그리고 자신이 성과를 낼 수 있게 도와준 행운에 대한 인식을 통해 나타난다. 하지만 성공한 리더들이 겸손함을 겸비하기는 쉽지 않다. 특히 상위직급에 있는 리더들은 지금껏 자신이 쌓아 온 공적을 인정받아 선발된 사람들이다. 그 때문에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기보다는 ‘나는 틀리지 않았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즉 오만해질 가능성도 높은 것이다.

그런데 유능하고 성공한 인물이라고 누구에게나 인정받는 리더 중에서도 오만하지 않고 겸손한 사람들이 있다. 이런 사람들은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나 비즈니스 세계가 직면한 문제들이 복잡하고 다면적이고 상호 의존적이라는 것을 인정한다. 그래서 다양한 사람의 말을 경청하고 부하 직원들은 물론 주변 사람들을 인정하고 함께 협력한다. 자신이 불완전한 개인일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 과거의 성공과는 상관없이 어떻게 하면 현재 수행하고 있는 일들을 최선을 다해 해 낼 수 있을지 고민하고 또 실행에 옮긴다. 이들이 보여주는 리더의 겸손함 내지 겸손의 리더십(Humble Leadership)은 개인과 조직 차원의 성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런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리더의 겸손함에 대한 연구는 지난 2013년 미국 브리검영대의 브래들리 오언스 교수와 그 동료들이 측정 도구1 를 개발한 이후에야 본격적으로 진행됐다. 이를 기점으로 리더가 보여주는 겸손함에 대해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기 시작했다. 특히 ‘겸손함(Humility)’의 도덕적이고 철학적인 가치에 따른 다양한 해석에 기반해서 리더의 겸손함을 어떻게 확인하고 측정할지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그중 최근 리더가 보이는 겸손함(Leader-expressed Humility)에 대해 동양철학과 사상을 포함한 폭넓은 관점에서 새롭게 개발한 측정 문항이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무엇을 발견했나?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양문화의 관점에서 대부분의 리더십 측정도구는 서구권에서 서양문화의 영향을 주로 받은 사람들을 통해 개발되고 검증됐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미국, 싱가포르, 중국, 캐나다의 여러 리더십 학자로 구성된 연구팀은 오언스 교수가 개발한 리더의 겸손함을 측정하는 도구를 보편적인 도구로 활용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문제의식을 가졌다. 연구팀은 서양의 문화적 특성뿐 아니라 동양문화권의 철학적, 종교적 전통까지도 반영하는 인간의 보편적인 덕목으로서의 겸손함에 초점을 맞추고 그 연구 대상으로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나라 중 싱가포르(동양)와 미국(서양)을 포함했다.

그 결과 연구팀은 기존에 주로 사용되던 3가지 차원인 (I) 스스로를 정확하게 보려는 의지 (Ⅱ) 타인의 기여와 강점에 대한 인정과 감사 (Ⅲ) 학습하고 피드백을 수용하려는 의지에 새로운 6가지 차원을 추가했다. 순서대로 (Ⅳ) 솔선수범 (Ⅴ) 겸손함의 표현 (Ⅵ) 공동의 목표를 위해 함께 노력하는 것 (Ⅶ) 공감 및 친근함 (Ⅷ) 상호 존중 및 공정성 (Ⅸ) 멘토링 및 코칭이다.

참고로 새롭게 추가된 6가지 차원은 다양한 철학과 종교의 관점(기독교, 도교, 불교, 유교, 이슬람교, 시크교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한 것이다. 겸손한 개인은 자신이 전체(예를 들어 우주, 지구, 국가, 사회, 조직 등)에 속한 한 부분이기 때문에 자신뿐 아니라 타인의 관심이나 이해관계 역시 당연하고 중요하게 여기며 서로 긴밀히 얽혀 있다는 점을 고려해 설정했다. 이 관점에 따르면 겸손한 리더는 부하 직원들의 입장이 적어도 자신의 입장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그들의 입장을 잘 헤아리고 자신과 부하 직원들 모두가 속한 더 큰 전체, 즉 조직이나 사회의 입장 역시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리더의 겸손함을 나타내는 9개 차원에 대한 각각의 구체적인 내용으로 구성된 측정문항은 [표 1]과 같다.

JW_a_1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이 연구에서 소개된 27개 문항은 기업 현장에서 겸손의 리더십을 발휘하기 위해 어떤 자세와 리더십 행동이 필요한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공한다. 또한 리더가 가져야 할 겸손함에 대해 도덕적이고 포괄적인 정의를 제공함으로써 부하 직원들을 포함한 타인의 입장이 리더 개인의 입장만큼 중요하다는 사실을 다시금 강조하고 리더가 쉽게 빠질 수 있는 특권의식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데 의의가 있다.

여기에 우리가 더 나은 사람, 더 나은 리더가 되기 위해 스스로에게 물어야 할 중요한 질문이 있다. 우리들은 자신이 마음속부터 겸손한 사람인지 스스로 묻고 또 자신을 솔직히 되돌아봐야만 한다. 마음속으로는 그렇지 않은데 겉으로만 겸손한 척하는 사람을 가리켜 우리는 ‘겸손 떤다’라고 말한다. 대부분의 사람은 진짜와 가짜를 동물적으로 알아챌 수 있기 때문에 진심으로 겸손한 사람과 겸손을 떠는 사람 역시 구분해 낼 수 있다.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이나 존경을 받고자 하는 마음이 내가 가진 겸손함의 크기보다 더 클 때 우리는 소위 겸손을 떨게 되는, 다시 말해 겉으로만 겸손을 보이게 되는 것 같다. 겸손한 리더라고 인정받는 것은 겸손함을 갖춘 다음 얻을 수 있는 결과이지 그 인정이나 존경을 받는 것 자체가 목적이 돼서는 안 된다.

더 겸손한 사람이 되고 겸손한 리더가 되는 길, 그리고 각자의 자리에서 겸손함을 실천하는 방법은 각자가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를 것이다. 하지만 모두에게 적용되는 한 가지 사실은 자신의 겸손함을 평가하는 몫은 다른 사람들에게 있고, 리더라면 그 평가가 특히 부하 직원들로부터 온다는 것이다. 이 연구에서도 측정 문항을 개발하고 검증하기 위해 조사에 참여한 이들은 모두 리더 본인이 아닌 부하 직원이라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각각의 문항들은 “나는”이 아닌 “나의 리더는”이라는 말로 시작한다. 따라서 리더의 겸손함을 평가하는 몫은 리더 자신이 아닌 부하 직원들에게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명심할 필요가 있다.
  • 박종규jonggyu.park@csi.cuny.edu

    뉴욕시립대 경영학과 조교수

    필자는 성균관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LG인화원에서 근무했으며 타워스왓슨과 딜로이트에서 HR과 전략 컨설팅을 수행한 바 있다. 현재 미국 로스웰앤드어소시에이츠(Rothwell & Associates)의 파트너로도 일하고 있으며 주요 연구 및 관심 분야는 리더십과 조직 개발이다.

    이 필자의 다른 기사 보기
인기기사

질문, 답변, 연관 아티클 확인까지 한번에! 경제·경영 관련 질문은 AskBiz에게 물어보세요. 오늘은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Cli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