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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퍼로컬 관점에서 본 서울

‘지역밀착형 공간경험’ 여행 트렌드로
한국인의 일상이 가장 차별화된 콘텐츠

강보라 | 380호 (2023년 11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서울을 찾는 여행객들은 용산, 망원동, 한남동, 성수동 등 서울 내의 미시적인 공간 구획에 따라 서울 사람들과 같은 일상을 누려 보고자 하는 욕구를 갖는다. ‘매우 좁은 지역’을 지칭하는 하이퍼로컬에서 생활밀착형 경험을 통한 마케팅 전략을 설계하기 위해선 다음과 같은 제언을 고려해야 한다.

1) 수요자 중심으로 다양한 경험 모듈을 발굴하라

2) 현지인의 관심사가 곧 여행객의 관심사임을 이해하라

3) 목적지향적 경험이 아닌 백과사전식 경험을 설계하라

4) 콘텐츠 대신 커뮤니케이션 자체를 소비하게 하라

5) 다양한 하이퍼로컬 기반 경쟁 시나리오를 구상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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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6년 일본에서 창간돼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남성·라이프스타일 매거진 중 하나로 꼽히는 ‘뽀빠이(Popeye)’는 2023년 7월 호 주제로 ‘서울’을 다뤘다. ‘서울 시티 가이드(Seoul City Guide)’라는 테마하에 2박 3일 일정의 여행 가이드, 서울에 사는 유명인들과의 인터뷰, 서울의 맛집 소개 등 최신 트렌드에 관심이 많은 일본 독자들을 겨냥한 내용들로 가득 채웠다. 현재 케이팝을 대표하는 아이돌 그룹 중 하나인 뉴진스가 커버를 장식한 특별판도 함께 발매돼 서울 기획이 갖는 무게를 가늠케 했다.

이전부터 서울을 매력적인 여행지로 다룬 해외 매체의 리포트는 있었지만 유서 깊은 라이프스타일 매거진이 창간 이래 처음으로 서울을 집중적으로 다뤘다는 점, 또 그 시점이 바로 코로나19 엔데믹 이후인 2023년 여름이라는 지점은 짚어볼 만하다. 이번 기획이 현재의 외국인 여행객이 보고 싶어 할 만한 ‘지금, 여기’의 서울의 모습을 담은 것으로 간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질적인 것이 섞여 매력적인 도시”

서울 시티 가이드에서 주요하게 다뤄진 지역은 용산과 망원동, 한남동, 그리고 성수동이다. 각각의 지역들이 갖는 특징은 조금씩 다르지만 종합적인 관점에서 이들 지역은 이질적인 것들이 섞여 있어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한적한 주택가와 개성 있는 카페와 숍들이 어우러져 있거나 스트리트 감성과 하이엔드 감성이 절묘하게 공존하고 있다는 점이 매력으로 꼽혔다.

내용 중 또 눈에 띄는 점은 서울의 지역과 매칭해서 생각해볼 수 있는 도쿄의 지역을 함께 언급했다는 사실이다. 용산은 14개국의 대사관이 몰려 있고 이미지도 좋은 부촌인 메구로, 망원동은 전형적인 주택가로 공원이 많은 세타가야와 비슷한 인상을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낯선 곳에서 자신이 살고 있는 도시와의 친밀성을 발견하는 과정이 여행지에 대한 애착을 더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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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위를 좀 더 좁혀 서울 시티 가이드에서 소개한 음식점 33곳을 메뉴와 지역에 따라 살펴보는 것도 해외에 비친 서울의 매력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표 1]에서 보는 바와 같이 대부분의 식당은 강남보다는 강북에 있고 메뉴 또한 다양함을 알 수 있다. 특이 사항으로 프랜차이즈는 아니지만 여러 지점을 운영하는 유명 음식점이 있다는 점, 전통시장 내에 위치해 지도 앱 서비스에도 등록이 돼 있지 않거나 팝업스토어 형식으로 운영해 개별 SNS 계정을 일일이 확인해야 하는 경우도 상당수 포함돼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상반된 요소가 뒤섞여 있다는 이유로 여행객에게 성수동과 망원동이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것처럼 서울에서 맛볼 수 있는 음식점의 분위기나 가격, 메뉴 또한 하나의 유형에 포괄하기 어려운 지점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서울 시티 가이드에서 소개된 음식점을 구 단위로 정리해보면 종로구가 8곳으로 가장 많았고, 용산구가 7곳, 마포구가 6곳으로 그 뒤를 이었다. 이들 지역에 유적지나 박물관 등 전형적인 여행 요소뿐 아니라 상업 시설이나 주택단지 등 일상적인 요소가 함께 녹아 있다는 점이 주요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음식점이나 카페 방문 이외에 서울에서 즐길 만한 거리를 살펴보면 이들 지역에 여행객이 더 오래 머무를 만한 이유를 납득하게 된다. 해당 가이드에서 소개된 액티비티를 위한 장소에는 뚝섬이나 여의도, 망원 등 한강공원이 3곳 정도 언급됐고, 약령시장, 동묘 벼룩시장, 망원시장 등 다양한 먹거리와 볼거리를 찾을 수 있는 전통시장도 여러 곳 포함돼 있었다. 서울에 사는 누군가가 그러하듯 야구 경기를 보거나 한강공원을 거닐고, 북한산에 오르거나 ‘인생네컷’을 찍는 하루를 그려보고자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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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감각을 담은 하이퍼로컬

서울 시티 가이드는 현재 서울을 찾고자 하는 이들의 잠재적 욕구와 함께 2023년 여행 방식의 흐름을 발설한다. 이를테면 한 도시 안에서도 미시적인 공간 구획에 따라 현지인과 같은 일상을 누려보고자 하는 점이 그러하다. 그리고 이러한 양상은 ‘하이퍼로컬(hyperlocal)’이란 용어를 통해 한층 구체화할 수 있다.

사전적으로 하이퍼로컬은 ‘매우 좁은 지역’을 지칭하는데 여행의 관점에서 이 뜻은 한층 확장될 여지가 있다. 대표적으로 독일의 미래연구소(Zukunftsinstitut)는 2014년에 ‘관광 보고서(Tourismus Report)’를 발행하면서 하이퍼로컬을 여행 산업의 주요한 변화로 제시했다.1 보고서에서 하이퍼로컬을 설명하기 위해 단 ‘(내가 있는) 장소가 바로 나’라는 부제 안에는 하이퍼로컬에 대한 결정적인 단서가 여럿 들어 있다. 첫째로 장소에 대한 소속감을 가지려고 하는 욕망이 유례없이 커졌다는 점이다. 둘째, 장소의 성격이나 정체성을 부여하는 건 다름 아닌 나 자신이 된다. 마지막으로 내가 있는 (또는 머무는) 장소는 고정돼 있는 한 곳이 아니라 여럿 이상이 될 수 있다.

결과적으로 하이퍼로컬은 기존의 여행에서 바라보는 장소와 공간적 경계가 이제 개개인에 의해 얼마든지 재조정될 수 있는 것임을 의미한다. 동시에 자율성을 추구하는 개인들이 이동성과 정보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언어, 국경, 문화 간의 장벽을 초월해 유연하고 유동성 있는 존재로 탈바꿈했음을 방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에 따라 하이퍼로컬(형) 여행은 개별 요구에 맞춘 지역밀착형 공간 경험을 주된 골자로 둔다고 할 수 있다.


하이퍼로컬로 읽는 시대감각

1) 평평해진 세계

하이퍼로컬의 부상은 오늘날의 변화한 시대감각을 대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5년 뉴욕타임즈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이 ‘세계는 평평하다(The World is Flat)’고 동명의 저서에서 밝혔듯이 21세기에 들어선 지 20여 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어떤 국가, 어떤 문화권에서 살고 있든 엇비슷한 광고를 보고, 유사한 제품을 사거나 서비스를 누리게 됐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세계의 모든 사람이 완전히 똑같은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말은 아니다. 다만 예전보다 그 격차가 줄어들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사례로 극소수만이 여행을 즐길 수 있었던 19세기에 비해 21세기에는 훨씬 더 많은 이가 여행을 즐기고 있음을 떠올려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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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도 『팩트풀니스(Factfulness)』란 저서로 잘 알려진 스웨덴 통계학자 한스 로슬링은 2010년 BBC Four를 통해 방송된 ‘The Joys of Stats’라는 프로그램에서 지난 200여 년간 200개의 국가 간에 존재하던 1인당 국민소득 및 기대수명의 차이에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지 분석했다.2

로슬링에 따르면 19세기 초 영국과 같은 소수의 국가를 제외하고 대부분 국가의 1인당 국민소득이 연간 400달러 이하인 데다 기대수명 또한 50세에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21세기에 들어서는 소수의 국가를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가 1인당 국민소득이 연간 4만 달러에 근접해 있고, 기대수명 또한 75세에 이르는 등 전반적으로 그 수치가 상승했다고 지적한다. 그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앞으로는 국가 단위가 아니라 서울이나 베이징같이 비슷한 수준의 도시별 소득과 기대수명을 비교하는 것이 한층 현실적인 접근법이라고 덧붙인다. 이제 개인 또는 개별 여행자를 설명하는 준거로서 국가가 힘을 잃은 대신 사는 도시나 더 좁은 거주 지역이 그 역할을 대신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2) 디지털화된 일상

여기에 더해 글로벌 소셜미디어와 여행 관련 서비스의 대중화 또한 하이퍼로컬이 탄생하는 데 중요한 배경이 됐다. 데이터플랫폼 스태티스타(Statista)는 소셜미디어가 여행지 선택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봤다.3 2023년 2월을 기준으로 1년에 한 번 이상 여행하는 연간 7만 달러 이상의 소득이 있는 300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75%가 여행지를 선택하는 데 소셜미디어가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 응답자의 48%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여행지 사진을 올리는 등 여행지를 자랑하는 행위를 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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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젊은 세대일수록 여행에 있어 소셜미디어의 영향력이 훨씬 커진다고 할 수 있다. 한국관광공사의 『잠재 방한 여행객 조사』(2021)에 따르면 MZ세대는 타 세대에 비해 포털사이트보다 소셜미디어를 활용하는 비중이 더 높게 나타났다. 지난 3월 매거진 ‘엘르’ 싱가포르판이 한국의 베이글 열풍을 기사화하며 베이글 맛집의 주소 대신 인스타그램 계정 링크를 걸어둔 사례가 이를 뒷받침한다. 소셜미디어상에서만 제한적으로 공유되는 지역 맛집의 정보가 있는 데다 인플루언서 등 대중이 눈여겨보는 이들과 관련된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다는 점도 큰 몫을 담당하고 있다.


3) 핵개인화

‘핵개인화’ 또는 ‘초개인화’로도 불리는 현상은 여러 경제적·사회적 배경에 기인하지만 디지털화라는 기술적 요인 또한 빼놓기 힘들다. 일례로 빅데이터 전문가 송길영 씨는 그의 저서 『시대예보: 핵개인의 시대』를 통해 개인화가 촉발될 수밖에 없었던 한국 사회의 역사적 흐름을 짚었다. IMF 금융위기를 겪으며 국가와의 사회적 계약관계가 실효를 다했음을 인지한 이들이 소위 각자도생의 문법을 체득한 것을 ‘핵개인’ 출현의 전조로 봤다. 이후 전 지구화와 디지털화를 겪으며 국경의 문화적 윤곽이 희미해졌고, 과거 단일한 한국인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여겨진 것들이 글로벌 네트워크 속 ‘K컬처’로 거듭나면서 다양성과 포용성을 요구받는 시점이 도래했다고 평했다.

모순적으로 들리지만 평평한 세계, 미디어화된 일상과 맞물린 개인화는 모두가 독자적이고 배타적인 존재가 된다는 걸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보다는 과거 존재의 근간이 됐던 가족이나 국가의 결속력이 약화된 상태에서 끊임없이 자구책을 도모해야 하는, 그렇기에 개별적인 사회·경제·문화적인 조건에 따라 부유할 수밖에 없는 개개인들이 많아졌음을 뜻한다.

여행의 맥락에서 개인화를 한때 ‘세계시민(주의)’으로 불렸던 ‘코스모폴리탄(cosmopolitan)’의 개념이 이전보다 좁은 맥락에서 재탄생한 것으로 볼 수도 있겠다. 말하자면 지구촌 어딘가로의 소속감 또는 준거집단을 향한 열망을 여행지 곳곳에서 저울질해 보는 여행자의 모습에서 바로 개인화의 면모를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일본의 철학자 아즈마 히로키는 그의 저서 『약한 연결』에서 “풍요로운 삶을 위해 특정 공동체에만 소속된 ‘마을 사람’도, 어느 공동체에도 소속되지 않은 ‘나그네’도 아닌 기본적으로 특정 공동체에 속하면서 때때로 다른 공동체에도 들르는 ‘여행객’ 같은 존재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에 따르면 여행은 필요에 의해 하는 것이 아니라 우연성을 획득하기 위함이다.4 낯선 여행지에서 여행객은 현지의 삶의 방식을 보고 듣고 느끼며 자신에 대해서든, 타인에 대해서든 우연한 발견을 하게 된다. 그럼으로써 비로소 단절된 개인의 사회 속에서 느슨하나마 연결돼 있음을 경험할 수 있는 것이다.


하이퍼로컬 기반의 ‘서울 마케팅’ 잘 하려면

앞서 2023년의 주요한 여행 트렌드 중 하나인 하이퍼로컬, 즉 과거보다 좀 더 좁은 범주의 장소에서 현지에 밀착된 질적 경험을 하고자 하는 개별 여행객의 욕구가 커졌음을 확인했다. 하이퍼로컬의 관점에서 여행객을 타깃으로 서울 기반의 마케팅 활동을 구상할 때 적용할 수 있는 지점은 무엇인지 짚어보고자 한다. 서울뿐만 아니라 지역을 기반으로 한 마케팅에 두루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주요한 내용은 [표 2]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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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하이퍼로컬(형) 여행으로의 변화가 주는 첫 번째 시사점은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무게추가 이동했다는 사실이다. 아직까지도 전통적인 방식으로 만들어진 여행 상품의 경우 수요자의 니즈보다는 공급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모두 짜인 ‘완성형’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오늘날의 여행객은 수요자 자신이 중심이 돼 여행 과정에 어느 정도 관여하길 바란다.

여기서 실제 서울 기반의 마케팅을 할 때 고려할 만한 포인트 하나는 관 중심의 특화여행블록을 새롭게 만드는 것보다 민간 차원에서 여행객이 주도적으로 조합 가능한 모듈을 제시하는 방식이 훨씬 효과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음식만 하더라도 서울에는 여러 곳의 ‘OO특화거리’가 있고, 사업자들은 이곳의 집합적 효과를 누리고자 한다. 그러나 디지털 정보와 이동성으로 무장한 오늘날의 여행객을 한 가지 메뉴만으로 특성화된 거리에 오래 머물도록 하는 것은 어렵다.

그보다 서로의 메뉴를 보완할 수 있는 각기 다른 아이템을 판매하거나 이와 연관될 수 있는 액티비티와 연계해 여행객이 자신의 상황에 맞게 조합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여기서 통합마케팅의 일환으로 여행객에게 끊김 없는 서비스를 제공해줄 수 있다면 훨씬 효과적일 것이다. 한국어나 문화에 익숙지 않은 해외여행객의 경우 여러 디지털 서비스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다원화된 정보를 쉽게 연결해주거나 통합된 채널을 이용하게끔 만들어 플랫폼 내에서의 록인(lock-in)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2. 현지인의 관심사가 곧 여행객의 관심사

오늘날 여행객의 관심사는 현지와 동떨어져 있지 않다. 현지인과 현지 커뮤니티의 관심사가 곧 여행객의 관심사라고도 할 수 있다. 단적인 예로 해외 고객을 대상으로 한국 여행 상품을 소개하는 한 여행 스타트업 관계자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요새 한국 여행 트렌드는 ‘한국인처럼 소비하기’입니다. SNS가 발달하며 무엇이 현지에서 인기가 많은지 파악할 수 있게 된 외국인 여행객은 한국인의 일상을 그대로 체험하고 싶어 합니다.”5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여행객만을 위한 특별한 이벤트나 프로그램을 구상하는 것보다 서울의 각 지역에서 살아가는 시민들의 즐길 거리 안에 여행객을 위한 상품 또는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는 편이 효과적일 수 있다. 즉, 외국이나 지방에서 온 사람들이 무엇을 좋아할지보다 요즘 서울 사람들이 무얼 즐겨 하는지를 고민하는 편이 낫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여의도의 벚꽃축제나 불꽃놀이와 같이 서울시민들에게도 인기 있는 볼거리와 한강공원에서의 치맥을 즐기는 먹거리를 연계하는 방식이 가능하다. 페르소나 마케팅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서울 사람처럼 즐기고픈 여행객’이란 상을 그리고 나면 다르게 보이는 요소가 많을 것이다. 여기서의 ‘페르소나’가 (기존에 서울을 방문한 여행객의 데이터를 주축으로 삼는 게 아닌) 서울 사람들이 주로 가는 곳이나 주로 소비하는 품목에 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만들어져야 하는 건 물론이다.

3. 백과사전식 경험으로 전환

현재 디지털 서비스에 의해 압축된 경험이 필요하다면 아날로그 형태로 해체시키는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 디지털 서비스에 의해 압축된 경험의 대표적인 예는 내비게이션 서비스다. 내비게이션상에선 도착지라는 목적지향적 정보만이 중요할 뿐 일련의 과정은 부차적인 문제가 되는데 중요한 건 이와 같은 사고방식이 비단 내비게이션을 사용할 때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오늘날 여행 문화에서 내비게이션적 사고가 지배적이다 보니 A라는 지역에서 B라는 지역으로의 이동이나 C라는 상품을 사고 D라는 음식을 먹는다는 행위만 강조될 뿐 그 사이에 존재하는 과정적인 맥락은 생략되는 경우가 많다. 말하자면 여행에서 기대할 수 있는 완전한 우연과 그로 인한 중대한 발견, 즉 ‘세런디피티(serendipity)’를 놓치는 셈이 된다. 예를 들어 북촌에 유명한 베이글 가게를 유일한 목적지로 두고 있는 여행객에게 북촌을 백과사전과 같은 형태로 펼쳐 그 목적지에 도달하기 전까지의 여정을 즐기며 좀 더 오래 머물도록 만든다면 그것 자체로 중대한 우연적 발견이 될 수 있다.

여기서 일본 서점 츠타야의 큐레이션 방식을 참고할 만하다.6 츠타야의 요리책 서가에는 비치된 요리책 안에 등장하는 조리 도구나 음식 재료 등을 함께 진열, 판매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여행이나 라이프스타일 서가도 마찬가지로 책을 ‘최종 목적지’가 아니라 매개로 삼아 더 넓은 세계로 잇는다. 하이퍼로컬의 관점에서 서울 안에서의 브랜딩을 고민할 때에도 세밀한 지역을 소비의 목적이 되도록 만들기보다 지역을 매개로 어떤 연쇄적인 경험을 디자인할 수 있는지 고민한다면 그 과정 안에서 소비는 자연스럽게 발생할 것이다.

4. 콘텐츠가 아닌 커뮤니케이션의 소비

하이퍼로컬과 관련해 네 번째로 생각해볼 점은 여행 산업에 끼치는 소셜미디어의 영향력이 어디로 이동하고 있는지에 대한 지점이다. 현재 여행 산업에서 핵심적인 소비자층으로 떠오른 Z세대의 경우 여행 콘텐츠에 대한 소비 이상으로 그를 둘러싼 커뮤니케이션의 소비 자체에 큰 의미를 둔다고 할 수 있다. 틱톡, 유튜브 숏츠, 릴스와 같은 숏폼 플랫폼 콘텐츠의 특징은 무엇보다 빠르게 확산되고 중독성이 있다는 점이다.7

여기서 콘텐츠의 확산 속도나 모방 정도가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커뮤니케이션을 소비하고자 하는 젊은 이용자들의 니즈와 맞물린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좋아요’를 누르거나 댓글을 달고, 주변인들과 해당 게시물을 공유하는 등의 커뮤니케이션이 오늘날 Z세대가 여행을 떠나게 되는 주요한 동기로 작용한다.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주변인과 트렌드, 그리고 세계와 연결돼 있다는 느낌을 전달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 주목할 만한 점은 짧은 여행 동영상에 이용자 간 커뮤니케이션을 촉발할 수 있는 요소가 다분하다는 사실이다.8 일례로 해외여행객에게 인기가 있는 망원동과 관련된 소셜미디어의 인기 콘텐츠에는 사진과 거의 비슷한 비율의 영상물이 게시돼 있다. 인기 게시물 중 하나는 망원시장에서 떡볶이와 튀김 등을 산 뒤 망원한강공원에 가 노을을 바라보며 음식을 즐기는 내용을 담았는데 사진보다 현지의 생동감이 훨씬 잘 드러나 이에 대한 이용자들의 긍정적인 반응이 뒤따른다. 결국 하이퍼로컬이 지향하는 바가 지역밀착형, 공간경험형 여행에 있다면 잠재적 소비자를 피상적으로 연결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연결감을 이끌어내는 데 집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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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하이퍼로컬 경쟁 대비

마지막으로 하이퍼로컬 기반의 경쟁이 심화될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서울 안에서 세부화된 하이퍼로컬 간의 경쟁을 통해 다양한 발전 시나리오를 도모해야 하고, 서울의 지역과 경쟁 요소를 지닌 세계 대도시들에 대해서도 차별화된 지점을 개발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우선 국가 단위보다는 서울이라는 단독 도시 단위를 강조하는 한편 성수동, 신사동, 망원동과 같이 훨씬 좁은 지역 단위에서 기대할 수 있는 구체적인 경험 시나리오를 구상 및 제안하는 방식을 생각해 봄 직하다.

예컨대 여행지로서 유럽 스위스의 인터라켄과 이탈리아의 로마를 서울과 비교할 때, 각 도시의 여러 요소 중 어떤 요소가 우위적 가치를 선점할 수 있는지 예상해볼 수 있다. 인터라켄은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고 있지만 서울보다 물가가 훨씬 높다. 아테네는 고대 유적지 여러 곳이 잘 보존돼 있어 한 번쯤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만 일부 지역의 치안이 불안하고 불친절한 것으로 악명이 높다고 가정해보자. 이런 도시들과의 비교선상에서 서울의 어떤 요소가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할 수 있을까? 또한 서울의 강점과 약점을 나열해볼 때, 이 중 어떤 강점이 약점을 모두 상쇄할 만큼의 강력함을 발휘할 수 있을까? 예컨대, 유럽 도시보다 상대적으로 서비스가 저렴하다는 점, 치안이 보장된 덕분에 밤늦게까지 안전하게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는 점 등이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비교분석을 브랜드가 진출하고자 하는 서울의 좁은 지역에 시도해 보면 하이퍼로컬의 관점에서 서울만이 가진 자원을 발굴, 브랜딩하는 새로운 가능성이 열릴 것이다.

하이퍼로컬이 현재진행형인 만큼 하이퍼로컬을 지향하는 서울의 모습 또한 만들어지는 과정 중에 놓여 있다. 유동성, 유연성, 초월성은 비단 하이퍼로컬을 탄생시킨 배경에 준하지 않는다. 이를 넘어 지금의 시대정신과 동 시대인의 특성까지도 결정한다. 서울을 찾는 다른 누군가가 아닌 자기 자신의 경험이 중요한 ‘핵개인’에게 이 공간이 줄 수 있는 최상의 느낌은 과연 무엇일까. 일본 구마모토현의 캐릭터 ‘쿠마몬’을 디자인한 것으로 알려진 굿디자인컴퍼니(Good Design Company)의 대표 미즈노 마나부(水野学)의 조언이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 “기분 좋다, 편하다, 행복하다 이런 느낌을 받는 공간, 즉 좋은 공간이란 그저 한두 가지 요소가 아니라 몇십, 몇백 가지의 이유가 복잡하게 얽혀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이제 하이퍼로컬 서울을 향한 수백, 수천 가지의 가능성을 넓게 펼쳐 보일 시점이 왔다.
  • 강보라 | 연세대 커뮤니케이션연구소 전문연구원

    필자는 미디어문화연구자다. 맛있는 걸 먹기만 해서는 치솟는 엥겔지수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여겨 음식 관련 글을 쓰기 시작했다. 『디지털 미디어 소비와 젠더』 『AI와 더불어 살기』 등을 함께 썼고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이 발간하는 『한류백서』에서 ‘음식한류’를 2019년부터 지금까지 담당하고 있다. 연세대 커뮤니케이션연구소 전문연구원으로 대학에서 강의와 연구를 병행 중이다.
    b-hind@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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