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는 선언들이 잇따르고 있다. 2019년에는 대형 투자자들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에 투자하겠다는 ‘BRT 선언’이 있었고, 2020년에는 주주 자본주의를 종식해야 한다는 ‘다보스 선언’이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도 2022년 대한상의가 ‘신기업가정신 선언’을 통해 기업의 목적을 이해관계자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더 이상 주주의 이익만이 경영의 제1원칙이 아니며 기업의 모든 이해관계자와 사회 전체의 가치가 극대화돼야 한다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로 나아가야 한다는 게 이들 선언의 핵심이다.
이러한 흐름에 도화선을 당긴 건 자본주의에서 가장 보수적인 집단인 투자자들이었다. 투자자들이 마침내 지속가능성의 개념을 이해하고 비재무적 요인이 기업 경영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겠다고, 즉 ESG 투자에 나서겠다고 한 것이다.
이는 매우 양면적인 신호이다. 경영에 큰 영향을 미치는 투자자들이 ESG를 평가하겠다고 하니 기업의 지속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희망적인 메시지인 동시에 투자자들이 나서야 할 만큼 우리 사회가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다는 것에 대한 방증이기도 하다. 전 세계 모든 국가가 기업은 성장하는데 빈부격차 문제는 점점 더 커지는 딜레마에 빠졌다. 그 과정에서 생기는 환경, 사회 문제 역시 인류의 생존과 화합을 위협하는 막대한 위기로 다가오고 있다. 결국 기업의 성장과 발전이 사회의 공존과 공영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고리를 형성하는 게 전 세계가 추구해야 할 길이며, 이것이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의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