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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아트 인사이트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진화, AI 아트의 미래는?

김민지 | 379호 (2023년 10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AI 아트는 미술 시장과 예술계 안에서 자체적으로 태동한 장르가 아니다. 비단 기존 예술계뿐 아니라 AI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시장에 접목해 서비스로 구현하는 산업계가 함께 만들어 나가는 장르다. 마케팅에 테크를 접목하는 ‘마테크’의 일환으로 AI 아트에 접근하는 기업들도 많다. 따라서 예술과 기술, 자본의 교차점에서 다양한 영역의 전문가들이 현재 AI 아트와 관련된 담론을 어떻게 이끌어가고 있는지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 영국계 유명 갤러리인 화이트 큐브에는 ‘AI는 집단 지성’이라고 해석한 작품이 걸렸고, 미국 뉴욕 구겐하임미술관과 LG가 신설한 ‘LG 구겐하임 어워드(LG GUGGENHEIM Award)’는 인격을 복제한 듯한 AI 로봇을 테마로 창작한 작가를 수상자로 선정했으며, 아시아 최대 어반&스트리트 아트페어인 어반브레이크에서는 AI가 MZ세대의 취향을 저격하는 참여형 콘텐츠로 주목받았다.



“AI 아트가 대체 뭔가요?” 최근 자주 받는 질문이다. 질문의 의도를 유추해 보건대 미드저니, 스테이블 디퓨전 등 이미지 생성형 AI를 사용해 그림을 만들면 그걸 ‘AI 아트’라 부를 수 있는지, 아니면 또 다른 정의가 가능한지를 알고 싶어 하는 것 같다. 또한 질문의 저변에는 AI 아트의 예술성을 대체 어떤 기준으로 판단할 수 있는지에 관한 궁금증도 담겨 있을 것이다.

이런 궁금증에 답하려면 예술과 더불어 기술과 시장을 함께 살펴봐야 한다. AI 아트는 본질적으로 기술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기존 미술 시장과 예술계 안에서 자체적으로 태동한 장르가 아니다. 기존 예술 시장을 주도해온 아트페어, 뮤지엄, 갤러리, 옥션, 비엔날레 등만이 주축이 돼 이끌어 가는 장르가 아니란 의미다. AI란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시장에 접목해 서비스로 구현하려는 산업계의 입김이 크기 때문에 예술이라는 잣대만으로 AI 아트의 현주소를 이해하기는 어렵다. 실제로 기업이 마케팅 차원에서 자사 제품에 AI 아트를 접목하고, ‘예술 작품을 창작하는 AI’를 내세워 MZ세대를 공략하는 사례도 빈번하게 등장하고 있다. 이는 마케팅에 테크놀로지를 결합한 ‘마테크(MAR-Tech)’가 새로운 트렌드로 부상한 상황과도 맞닿아 있다. 일례로 오비맥주 카스도 ‘카스쿨(CassCool) 캠페인’ 플래그십 팝업스토어에서 나만의 카스 AI 아트캔을 만드는 체험을 마련하면서 ‘AI 아트’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마찬가지로 기업이 AI를 창작의 주체로 앞세워 ‘AI 아티스트’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경우도 눈에 띈다. 카카오브레인은 2023년 7월 AI 이미지 생성 모델 ‘칼로(Karlo) 2.0’을 공개하면서 약 3억 장 규모의 텍스트-이미지 데이터세트를 학습한 초거대 ‘AI 아티스트’라는 점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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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AI 아트에 관한 담론을 주도하는가

이처럼 초기 기술 선점과 바이럴 효과를 노리며 경쟁적으로 AI 아트에 접근하는 기업과 기존 예술계의 반응 속도에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예술계 안에서도 이해관계자마다 반응이 제각각이다. 작품 연구와 보존을 중요시하는 뮤지엄 및 미술관에서는 AI 아트가 어떤 새로운 미학적 가치를 창출하며 작가의 심오한 작품 세계를 확장할 수 있는지를 고찰하고 있다. 이들은 다학제적 연구의 관점에서 엔지니어, 교수, 큐레이터, 아티스트 등 해당 기술을 둘러싼 다양한 주체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라운드 테이블을 마련하기도 한다. 올해로 24년 차를 맞은 국내 첫 디지털 아트 전문 기관 ‘아트센터 나비(관장 노소영)’에서는 일찍부터 AI 로봇과 인간의 상호작용을 비롯해 AI 기반 미디어아트 작품 연구와 전시 등의 활동을 진행해 왔다.

아트페어와 옥션 등 또 다른 미술 시장의 주체들은 MZ세대 컬렉터들의 관심이 어디로 향하는지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마켓 트렌드를 발 빠르게 파악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세계 최대 경매사 크리스티(Christie’s)는 2023년 7월 19일부터 이틀간 미국 뉴욕 록펠러센터에서 제7회 ‘크리스티 2023 아트+테크 서밋(Christie’s Art + Tech Summit 2023)’(이하 크리스티 서밋)을 개최했다. 크리스티 서밋은 미술계에서 신기술의 역할과 잠재적 영향에 관한 담론을 형성하기 위해 여러 산업계의 최고 전문가와 혁신가들을 모아 강연, 패널 토론, 네트워킹을 촉진하는 행사다. 2023년 행사는 글로벌 럭셔리 패션 브랜드 구찌(Gucci)와 웹3 인프라 기업 문페이(MoonPay)와의 협업으로 진행됐으며 ‘AI와 양자 컴퓨팅’ ‘핀테크’ ‘웹3와 블록체인’ ‘럭셔리와 패션’이라는 네 가지 주제가 중심이 됐다.

이처럼 현재 예술과 기술, 자본의 교차점에서 다양한 전문가가 현재 AI 아트와 관련된 담론 형성을 도모하고 있고 미술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생성형 AI 기술을 다룰 만한 역량과 호기심을 가진 이들이 디지털 아트 신진 작가로서의 활동을 개시하며 이 무대에 합류하고 있다. 미디어 아티스트로 오랜 활동을 해온 이들이 AI 기술이 가진 속성을 재해석해 본인의 작품 세계관에 녹이는 실험도 일어나고 있다. 현시점에서 주목할 점은 AI 아트에 관한 정의와 미학적 담론 형성이 초입부에 놓여 있다는 점이다. AI 아트가 무엇인가에 관한 일종의 케이스 스터디로서 관련 담론을 주도하는 메가 갤러리, 뮤지엄, 아트페어 등의 행보를 눈여겨봐야 하는 이유다.


1) AI는 집단 지성이다 -
메가 갤러리 화이트 큐브 사례

2023년 가을, 영국의 대표적인 현대미술 갤러리인 화이트 큐브(White Cube)가 ‘화이트 큐브 서울’이라는 이름으로 한국에 진출한다. 화이트큐브는 1993년 아트 딜러였던 제이 조플링(Jay Jopling)이 런던 중심부에서 설립한 갤러리로 특정 작가의 개인전을 개최한다는 특장점을 가지고 있다. 이에 1980년대 말 이후 부상한 젊은 영국 작가들, 즉 수많은 YBAs(Young British Artists)가 화이트 큐브를 거쳐 갔다. 데미언 허스트와 트레이시 에민 등이 개인전을 연 대표적인 작가들이다. 그뿐만 아니라 한국 단색화의 거장 박서보를 비롯해 안드레아스 구르스키, 안토니 곰리, 이미 크뇌벨, 이사무 노구치 등도 화이트 큐브와 관계를 맺고 있다. 이처럼 명성이 자자한 화이트 큐브는 홍콩, 파리, 뉴욕, 웨스트 팜 비치, 뉴욕에 이어 서울로까지 지점을 확장 중이다.

이 중 2011년 개관한 화이트 큐브 버몬지 지점에서 올해 4월 프랑스 태생의 런던 기반 아티스트 마르게리트 위모(Marguerite Humeau)의 개인전 ‘meys’이 열렸다. 과학과 상상의 세계에 존재하는 다양한 생물을 극적이며 신비로운 조각 작품으로 선보여 평단의 주목을 받은 마르게리트 위모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AI를 이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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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큐브 개인전에서 마르게리트는 AI가 일종의 ‘집단 지성(collective intelligence)’이라고 재해석했다. GPT3와 이미지 생성형 AI 달리(DALL-E)로 작업한 결과물을 내놓았는데 단순히 생성형 AI를 가지고 특정 이미지를 산출한 것이 아니라 철저하게 작가의 세계관을 표현하기 위한 부분적인 도구로 AI를 활용했다. 작가는 높은 단계의 사회성을 지닌 진사회성 곤충들(eusocial insects)이 협력을 통해 자신의 크기와 개별 능력에 비해 훨씬 더 놀라운 기술적 위업을 성취한다는 데서 영감을 받았다. 그녀는 AI 역시 일종의 개미와 꿀벌처럼 협동 본능을 가지고 인간 한 명, 한 명의 역량을 뛰어넘는 성취에 도달하게 해 줄 도구라고 봤다. 이에 달리를 활용해 흰개미들이 공용 식량을 저장하기 위해 마치 인간이 농사를 짓듯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일종의 의식적인 춤 혹은 안무처럼 표현한 이미지를 선보였다.

작가는 또한 벽면에 세라믹 패널 컬렉션을 설치해 인간이 살지 않은 채 무너져 가는 도시의 단편적인 경관을 표현했는데 이때 AI로 지금은 세상을 떠난 폴란드 태생의 작가 아담 코소프스키(Adam Kossowski)를 부활시켰다. 1905년생인 코소프스키는 전쟁 난민으로 영국에 이주해 온 작가로 회화, 벽화, 세라믹 작품을 주로 창작했으며, 1965년 화이트 큐브 버몬지 지점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페컴 시민 센터에 ‘The History of the Old Kent Road’라는 대규모 모자이크 명화를 그렸다. 그러나 명화가 철거될 상황에 처하게 되자 마르게리트는 고인인 코소프스키의 지성과 상호작용하며 새로운 벽화를 창작하기 위해 GPT3를 이용했다. GPT3에 코소프스키의 벽화를 업데이트해 새로운 포스트 아포칼립스(Post-Apocalypse, 대규모 재난에 의한 인류 멸망 이후) 도시를 형상화해 달라고 주문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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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큐브는 갤러리 홈페이지에 마르게리트가 코소프스키의 부활한 지성(resurrected intelligence)과의 매체적 상호작용(mediumistic interface)을 통해 도출한 단서들로 새로운 도시의 모습을 스케치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GPT3에 대해서는 “인류의 집단 지식(collective knowledge)을 온라인에서 학습한 AI가 인간의 말을 모방하며 학습한 인격으로, 질문에 응답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고 정의했다. 이러한 작품 설명은 현대미술의 언어라 대중에게는 다소 심오하고 난해하게 받아들여질 소지가 있다. 그렇지만 오늘날 현대미술이 깊이감을 지닌 작품의 심미적 구현을 위해 AI를 어떠한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이는 미술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대형 갤러리가 어떻게 AI 아트를 다루는지를 보여준다. 마르게리트는 화이트 큐브에서의 개인전을 계기로 세계 최대 규모의 아트페어인 ‘아트 바젤(Art Basel)’의 대담 프로그램 컨버세이션스(Conversations)에도 참여해 AI 이미지 생성 프로그램이 예술가의 작업과 대중의 상상력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에 관한 논의를 펼치는 등 관련 담론 형성에 일조하고 있다.


2) AI가 야기할 차별과 편견을 경계해야 한다 -
뉴욕 구겐하임미술관과 LG 사례

LG는 2023년 5월 미국 뉴욕 구겐하임미술관에서 제1회 ‘LG 구겐하임 어워드(LG GUGGENHEIM Award)’ 시상식을 열고 초대 수상자로 미국 출신 작가 스테파니 딘킨스(Stephanie Dinkins)를 선정했다. LG와 구겐하임재단이 2022년 파트너십을 체결해 신설한 ‘LG 구겐하임 어워드’는 첨단 기술을 활용해 예술 활동을 하는 작가를 선정해 시상한다. 뉴욕 스토니브룩대 교수인 딘킨스는 20년 이상 AI와 AR(증강현실)·VR(가상현실) 등 첨단 기술을 이용해 다양한 예술적 실험을 해온 아티스트다. 수상작인 작품 ‘비나48과의 대화(Conversations with Bina48)’는 실존 인물인 흑인 여성 비나 로스블랫을 소재로 제작한 AI 로봇 ‘비나48’과 작가 딘킨스의 대화를 담은 영상이다.1

이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은 인간을 꼭 빼닮은 AI 복제 로봇을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대체 비나 로스블랫이 누구이길래 AI 로봇으로 만든 것일까? 비나 로스블랫은 미국 생명공학기업 ‘유나이티드 테라퓨틱스’를 창립한 마틴 로스블랫 최고경영자(CEO)의 아내이다. 그의 남편 마틴 로스블랫은 비나와의 사이에서 네 명의 자녀를 낳고 성공한 기업 대표로 살아가다가 40대에 여성으로 성전환 수술을 했다. 놀라운 점은 이후에도 아내 비나가 영혼의 친구로서 마틴 곁에 남아줬다는 점이다. 이에 감동한 마틴은 그녀에게 영원한 삶을 선물한다는 의미로 AI 로봇인 ‘비나48’을 만들었다. 48이란 숫자는 로봇의 처리 속도로 초당 4800경 회를 처리할 수 있는 슈퍼컴퓨터를 의미한다. 비나48은 실제 비나와 유사한 외모를 지녔을 뿐 아니라 그녀의 대화 데이터를 학습한 AI이기 때문에 인격까지 유사하도록 만들어졌다. 비나48은 무수한 빅데이터가 아닌 개인화된 데이터를 집중적으로 학습해 한 사람의 정체성을 오롯이 구현한 AI다. 여기까지는 비나48이라는 AI 복제 로봇의 탄생기다.

구겐하임미술관은 비나48을 둘러싼 스토리를 기반으로 현대미술가 스테파니 딘킨스가 전달하려고 한 메시지에 주목했다. 딘킨스는 AI 로봇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자신만의 시선과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예술 작품을 창작했다. 본 수상 이전이었던 2017년 작가는 타임지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AI의 친구가 되려고 노력했을 때 어떻게 될지 보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소수의 인구 집단이 우리의 삶에 기여할 AI 생태계를 만들고 있다”며 AI가 야기할 수 있는 인종 및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과 편견 문제에 대해 지적했다. 이처럼 작가는 ‘비나48과의 대화’를 통해 인간을 쏙 빼닮은 AI와 어떻게 친구가 될 것인지, 그리고 이런 AI가 인간이 가지고 있는 편향을 답습하고 있지는 않는지, AI가 인종, 성별, 장애, 문화 등의 다양성을 고려하도록 하려면 어떻게 학습시켜야 할지 등 여러 시사점을 피력했다. 스테파니 딘킨스의 수상은 구겐하임미술관과 LG 역시 AI가 인간과 더 가까워지고 개인의 정체성을 구현하게 될수록 인간이 가진 편견이나 차별을 재생산하지 않아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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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AI는 참여하고 소통하는 예술이다 –
어반브레이크 사례

2023년 4회를 맞이하는 어반브레이크는 아시아 최대 어반·스트리트 아트페어이자 2022년 관객 수 5만 명을 기록한 축제다. MZ세대의 힙한 예술 놀이터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이 어반브레이크를 주목한 이유는 크게 세 가지였다. 첫째, AI·NFT 등 기술과 예술의 교차점에서 현대미술의 확장성과 가능성을 모색하는 새로운 실험 양상을 파악할 수 있을 거라 기대했다. 둘째, MZ세대의 놀이터로 브랜딩한 아트페어인 만큼 동일한 타깃층을 지닌 기업들이 어떠한 방식으로 참여하는지를 살필 수 있는 장이었다. 실제로 어반브레이크에 하이트진로, LG생활건강, 포스코, 현대자동차, 현대백화점 등 유수의 기업이 아트 컬래버레이션으로 함께했다. 셋째, 회화와 조각 작품을 선호하는 전통 미술 시장과 달리 하위문화(subculture)로 대변되는 그라피티·힙합·스트리트 아트·일러스트레이션·웹툰 등을 주요 무대에 세운 아트페어에서 과연 MZ세대가 단순 관람객을 넘어 작품을 소유하는 아트 컬렉터 층으로 자리 잡았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였다. 어반브레이크는 신진 작가의 수십만~수백만 원대의 중저가 작품을 선보이면서 젊은 미술 애호가들의 작품 구매 접근성과 진입 장벽을 낮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필자가 이런 질문을 품고 달려간 어반브레이크에서 가장 눈여겨본 프로젝트는 AI 기술과 예술의 결합 양상을 보여준 ‘더 뉴 캔버스 오브 AI(The New Canvas of AI)’였다. 이 프로젝트는 ‘AI의 작품을 예술로 볼 수 있을까’ 하는 질문에서 기획됐다. 어반브레이크는 카카오브레인의 AI 이미지 생성 모델 ‘칼로’를 활용해 카카오브레인과 공동 기획, 개발한 AI 아티스트 패즐로(PZLO)를 공개했다. 패즐로는 지구와 비슷한 조건인 고향 행성 ‘URBK’에서 온 AI 아티스트다. 생태계 유지를 위해 지구에 방문한 패즐로의 소망은 멸종 위기 동물과 환경을 보호하는 것이다. 패즐로의 임무는 동식물이 멸종된 URBK에 지구의 동식물을 데려가 과학기술로 보호하는 것이며, 이를 위해 지구 동식물 정보를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정보 수집의 일환으로 관람객들이 컴퓨터 화면에 본인이 원하는 멸종 위기 동물을 선택해 두 줄 정도의 응원 메시지를 기입하면 부스 안쪽 미디어월에 관람객들이 AI로 활용해 생성한 동물 이미지와 응원 문구가 구현된다. 이는 ‘패즐로의 포토북’에 동물도감을 채워 넣는 행위다. 이처럼 어반브레이크에서는 스토리 세계관 설정과 관객 참여형 놀이 문화를 접목한 AI 아트 프로젝트를 선보였다.


살아 있는 생명체인 AI 아트의 현주소

AI는 완성체가 아니다. 청소년처럼 여전히 성장호르몬이 폭발하고 있는 듯한 기술이다. AI 아트도 마찬가지다. AI 기술과 시장에 관한 관심이 증가한 상황에서 AI 아트와 관련한 다양한 실험과 활발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동시에 새로운 AI 기술 개발 및 서비스 출시 뉴스가 국내외에서 빗발치며, 이는 또다시 AI 아트의 새로운 담론 형성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형국이다. 네이버는 한국의 문화적 맥락까지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는 생성형 AI ‘하이퍼클로바X’를 들고 나왔다. 메타는 텍스트로 이미지를 생성하고 텍스트로 설명까지 해주는 멀티모달(Multimodal) 이미지 생성 AI 모델 ‘카멜레온(CM3leon)’을 공개했다.2 카멜레온에 ‘사하라사막에서 밀짚모자와 네온 선글라스를 쓴 작은 선인장’ 같은 설명을 기입하면 사용자가 원하는 이미지가 곧바로 생성된다. 기존 서비스와의 차별점은 생성한 이미지를 편집할 수 있고, 이미지에 대한 간략한 설명인 캡션을 붙여주며, 해당 이미지에 대한 질문에 텍스트로 답변까지 해준다는 점이다.

그런가 하면 스테이블 디퓨전의 개발사 스태빌리티AI도 2023년 7월 스케치를 이미지로 바꾸는 서비스 ‘스테이블 두들(Stable Doodle)’을 출시했다.3 스테이블디퓨전XL 모델을 근간으로 만든 이 서비스는 스케치의 윤곽을 분석해 예술적 표현을 생성한다. 낙서처럼 스케치만 해도 윤곽선을 AI가 인식해 시각적 표현을 추가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 스태빌리티AI는 누구나 몇 초 만에 고품질 원본 이미지를 생성할 수 있는 이 서비스가 교육, 창의 디자인, 패션, 예술 등 다양한 산업 분야를 획기적으로 바꿔 놓을 것이라 관측하고 있다.

이렇게 AI 아트가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꾸준히 진화하고 있는 가운데 생성형 AI의 개발로 인한 부작용을 막기 위한 고민도 커지고 있다. 최근 미 백악관은 생성형 AI로 만든 텍스트, 이미지, 오디오, 영상 등 모든 형태의 콘텐츠에 AI가 제작했다는 표시로 워터마크를 넣는 방안에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MS), 메타플랫폼스, 아마존, 오픈AI 등 7개 빅테크가 자발적으로 동참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일종의 AI 콘텐츠 추적 시스템을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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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는 예술가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새로운 창작의 매체다. 이 새로운 물감을 인간의 주체성을 유지한 채 어떻게 새로운 도구로 활용할 수 있을지에 관한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경험담이 쏟아져나오고 있다. 설령 인간의 주체성과 창의성이 엿보일지언정 단지 생성형 AI를 활용한 작품만을 AI 아트의 전부라 파악하는 것은 아직 성장 중인 AI 아트의 영토를 벌써부터 한정지어버리는 오류를 저지르는 것일 수 있다. AI는 예술 영역뿐 아니라 정치, 사회, 외교를 비롯해 지구 생태 및 기후변화 등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복합적인 기술이다. 현대미술에서 중요한 가치를 지니는 시대정신의 구현은 AI 기술을 둘러싼 정치경제학적 복합적인 내러티브를 이해하고 파악해 나가려는 토대 위에서 가능할 수 있다. 또한 AI의 불완전성을 이해하고 어떠한 논쟁과 규제 논의가 예술 외적인 영역에서도 어젠다로 부상하고 있는지를 들여다보고자 하는 혜안이 요구된다. 이러한 거시적인 맥락에서 다시 질문을 던져보자. AI 아트란 무엇인가. 이에 답하기 위해서는 AI 아트가 기술과 시장이라는 커다란 캔버스에서 펼쳐지는 역동적인 그림이라는 점을 집요하게 들여다보고자 하는 시선이 필요하다.
  • 김민지 | Art&Tech 칼럼니스트

    필자는 서울대에서 미학을 전공하고 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에서 과학저널리즘 석사 학위를 받았다. 15년간 예술 관련 강의 및 진행 활동을 해왔으며 미래 교육 및 문화예술 콘텐츠 스타트업에서 근무했고, 경제방송에서 ‘김민지의 Art & Tech’ 앵커로 활동한 바 있다. 저서로는 『NFT Art 그 무엇으로도 대체 불가능한 예술(2022, 아트북프레스)』이 있다.
    artandtechminj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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