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d on “Income Disaster Model with Optimal Consumption”(2025) by S. Park in Economic Theory, forthcoming.
무엇을, 왜 연구했나?
올해 1월 20일 발생한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산불 사태는 40년 만에 가장 큰 규모의 산불로 기록됐다. 피해 면적은 서울의 4분의 1, 피해 금액은 88조 원에 복구 비용에만 300조 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산불의 위협에서 자유롭지 않다. 특히 지구온난화로 인한 가뭄과 뜨거운 날씨는 이제 계절과 지역을 가리지 않고 대형 산불 가능성을 상존케 한다. 이미 많은 과학자는 지구 기후의 안정성이 위협받는 임계치 순간이 거의 임박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학계에서는 기후의 티핑 포인트(Climate Tipping Point)를 넘어서는 순간부터 다양한 글로벌 기후재난이 더욱 빈번하게 발생할 것이라고 본다. 그로 인해 지금 우리가 경험하는 기후재난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극심한 고통을 겪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기후 티핑 포인트란 특정 지역에서 지구온난화에 따른 변화가 급격하게 가속화되는 변곡점을 말한다. 한 번 이 변곡점을 넘어서면 되돌릴 수 없다.
이 같은 기후재난은 이제 금융시장에서도 중요하게 다뤄야 할 요인이 됐다.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기후재난이 끊임없이 발발하고 있다. 크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을 들 수 있고 그 밖에 극단적 폭염과 극한 호우가 교차하고 이상 기후가 나타나는 빈도도 높아졌다. 예컨대 재난도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시대가 됐다. 경기가 저점에서 정점으로 개선되는 기간인 경제 확장기와 경기가 정점에서 저점까지 위축되는 기간인 경제 수축기, 두 가지 국면의 경기주기(Business Cycle)를 따랐던 금융시장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이제 확장과 수축이라는 경기주기에 따라 다른 투자 전략을 마련하는 것 이외에도 현재 상황이 평상시(Business As Usual)냐 재난 시(Disaster Period)냐의 재난주기(Disaster Cycle)에 따라서도 투자 해법이 새롭게 도출돼야 한다. 그래야 기후재난의 중·장기적 파급효과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노팅엄 경영대 연구진은 마코프 국면전환모형(Markov Regime Switching Model)을 통해 재난주기를 모델링하고 이를 경제 주체의 소비·투자 모형에 적용해 재난주기의 불확실성을 해소할 수 있는 새로운 자산관리 모형을 개발했다. 또한 재난주기가 어떠한 경제적 메커니즘을 통해 금융시장 전반의 수익률 및 이자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면밀히 분석했다.
무엇을 발견했나?
VaR(Value-at-Risk)은 위험관리의 핵심 지표 중 하나다. 특정 기간 동안 발생할 수 있는 최대 손실 금액을 손쉽게 계산할 수 있는 위험관리 프레임으로 잘 알려져 있다. VaR을 포함한 전통적인 위험관리 기법의 대부분은 위험 사건의 발생 가능성을 확률적 형태로 표현할 때 정규분포(Normal Distribution)를 활용한다. 문제는 최근의 미국 LA 산불 사태, 극단적 폭설 등 이상 기후가 야기할 수 있는 기후재난은 그동안 발생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여겨졌던 정규분포의 꼬리 부분에서 드물게 발생하는 극단적 사건이다. 그래서 통상적인 위험관리 프레임에서는 기후재난의 크고 부정적인 파급효과를 과소계상(Underestimation)할 여지가 많다. 기후재난은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평균적인 시나리오에서 크게 벗어나 있고 발생 확률은 작지만 한번 발생하게 되면 천문학적으로 큰 금액의 금전적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
한편 금융시장에 경제 확장기와 경제 수축기의 경기주기가 존재하는 것처럼 이제 재난 상황에서도 평상시와 재난 시의 재난주기가 존재한다. 그러나 재난주기는 경기주기와 다르게 재난의 발생 빈도와 파급효과를 예측하기가 매우 어렵다. 이 때문에 재난주기의 스토캐스틱 시변성(Stochastic Variation)을 위험관리 프레임에 새롭게 반영해 재난주기가 갖는 불확실성을 해소해야 한다. 본 연구에서는 마코프 국면전환모형을 통해 현재 상황을 평상시와 재난 시의 두 가지 국면으로 나눠 재난주기를 모델링하고 이를 경제 주체의 소비·투자 모형에 새롭게 적용했다.
연구진은 분석 결과를 토대로 평상시와 재난 시에 따라 경제 주체의 소비 및 투자 해법이 크게 달라질 수 있고 재난주기가 바뀔 때마다 빠르게 새로운 소비 및 투자 전략을 도출해야 기후재난의 중·장기적 파급효과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기후재난이 경제 주체의 소득에 큰 손실을 초래할 수 있는 소득재난(Income Disaster)의 상황(예컨대 비자발적 실업 등)에서 경제 주체는 평상시와 재난 시의 두 가지 국면에 따라 다른 양상의 예비적 저축 동기를 갖고 위험을 관리한다. 이는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미국의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이 주장했던 항상소득가설(Permanent Income Hypothesis)과 밀접한 연관성을 갖는다.
항상소득가설은 개인이 생애주기 동안 벌어들일 수 있는 소득의 총합, 즉 항상소득의 증가 또는 감소에 따라서 현재의 소비 패턴 또한 크게 바뀔 수 있다는 소비 이론이다. 현재의 상황이 평상시라면 기후재난은 일시적으로 소득을 낮출 뿐 항상소득의 관점에서는 소득의 변화가 거의 없는 것과 동일하다. 따라서 평상시에서는 예비적 저축 동기가 크지 않다. 그러나 현재의 상황이 재난 시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재난 시의 기후재난은 소득재난으로까지 이어져 항상소득이 크게 감소할 수 있다. 이에 재난 시에서는 경제 주체가 큰 예비적 저축 동기를 갖게 된다. 이는 현재 소비를 큰 폭으로 감소시킬 수 있다.
재난주기에 따라 다른 패턴을 보이는 예비적 저축 동기는 금융시장 전반의 수익률 및 이자율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현재의 상황이 재난 시라면 소득재난의 가능성으로 인해 경제 주체가 큰 예비적 저축 동기를 갖는다. 그래서 경제 주체의 실제적인 위험회피성향(Effective Risk Aversion)이 높아진다. 경제 주체는 위험 자산에 대한 투자를 줄이는 대신 저축을 통해 안전 자산을 확보하고자 한다. 일반균형(General Equilibrium)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경제 주체가 투자를 줄이니 위험 자산의 가치가 하락해 주식 프리미엄(Equity Premium)이 증가하고, 저축을 늘리니 안전 자산의 가치가 상승해 이자율은 감소하게 된다. 이는 유례없이 초저금리 기조가 계속돼 왔던 최근의 팬데믹과 같은 재난 시에서의 경제 상황을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스웨덴 스톡홀름대의 요한 록스트롬 교수는 인류의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을 위한 9가지 주요 지구경계선(Planetary Boundaries)을 제시했다. 인류가 생존하고 번영할 수 있는 지구 위험의 한계선을 의미한다. 2023년을 기준으로 과학자들은 현재 인류가 기후변화, 생물다양성 손실, 생화학적 흐름, 토지 사용 변화 등을 포함한 6가지의 지구경계선을 이미 넘어서고 있으며 앞으로 지구 생태계에 예측할 수 없는 극단적인 위험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제 우리는 재난이 우리에게 닥칠 가능성이 지극히 낮고 먼 미래의 일이라는 기존의 사고방식에서 탈피해 재난도 언제 어디서든지 우리에게 주기적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사실을 객관적으로 분명하게 인식해야 한다.
위험관리는 위험 사건의 존재 자체에 대한 인식에서만 머무르지 않는다. 위험관리는 위험 사건의 발생 가능성을 분석하고 이에 대한 파급효과를 체계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적극적인 프로세스를 요구한다. 재난도 마찬가지다. 재난에 대한 위험관리는 이제 주기적으로 다가오는 재난 사건의 발생 가능성을 어떻게 분석하고, 이 사건이 가져올 수 있는 경제적 손실에 어떻게 선제 대응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서부터 시작된다. 이 점에서 본 연구의 재난주기에 따른 투자 및 위험관리 해법은 재난 위험관리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 특히 경제 주체들의 성향 변화에 따른 경제적 파급효과를 따져 위기 극복 전략을 도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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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영seyoung.park@nottingham.ac.uk
노팅엄경영대 재무 부교수
필자는 연세대 수학과를 졸업하고 포항공대에서 투자/위험관리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여신금융협회 조사역으로 재직한 후 싱가포르국립대 박사후과정을 거쳐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영국 러프버러경영대에서 재무 조교수로 재직했다. 주요 연구 분야는 포트폴리오 이론을 중심으로 한 투자/위험관리와 은퇴, 보험, 연금 등 생애주기 전반에 걸친 자산 관리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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