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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Case Study: AI 학습용 데이터 가공 스타트업 ‘테스트웍스’

다름을 재능으로 승화한 ‘포용적 고용’ 모범
자폐인 능력 살려 사업과 미션 둘 다 잡다

이방실 | 293호 (2020년 3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2015년 설립한 테스트웍스는 자폐성 장애인, 지적장애인 등 발달장애인들을 고용해 인공지능(AI) 학습용 데이터 가공 업무를 수행하는 사회적기업이다. 지난해 약 49억 원의 매출액을 올렸고, 현재 약 50곳의 고객사를 대상으로 AI 데이터를 가공해 납품하고 있다. 사업 초창기엔 제대로 된 준비도 없이 ‘취약계층 일자리 창출’이란 소셜 미션과 진정성만 앞세우다 형편없는 품질로 고객사로부터 계약 중도 해지 통보를 받는 등 위기를 맞기도 했다. 하지만 1) 품질관리 시스템을 체계화하고 2) 고객사와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정립하며 단기간 내 품질을 높여 위기를 극복했다. 이후 1) 자폐성 장애인 채용 프로세스 체계화 2) 자폐성 장애인 업무 적응을 위한 관리지원 시스템 정비 3) 비장애인 직원 대상 자폐성 장애인과의 소통 교육 실시 등을 통해 장애인이 어떠한 편견이나 차별 없이 일할 수 있는 ‘포용적 고용(inclusive employment)’의 모범을 제시하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영화 ‘아이언맨’ 시리즈에 나오는 캐릭터 ‘자비스’는 우리가 원하는 인공지능(AI)의 전형적 모델로 통한다. 하지만 자비스처럼 제아무리 뛰어난 AI도 처음부터 똑똑할 순 없다. 기계를 스스로 생각하는 인간처럼 만들기 위해선 학습 데이터가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게 데이터 전처리 과정이다. 맨 처음부터 기계 스스로 생각할 수는 없기 때문에 일일이 사람 손으로 가공한 데이터를 입력해 줘야 한다.

가령, 자율주행기술 구현을 위한 영상인식 AI가 사람과 자동차를 구분할 수 있게 만들려면 AI에 시각 데이터를 계속 보여주면서 어떤 게 사람이고, 어떤 게 자동차인지 분간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당연히 사진이나 영상을 있는 그대로 보여줘서 될 일은 아니다. 이미지 속 객체(object)마다 주변에 사각형 상자로 경계(bounding box, 바운딩 박스)를 만들거나 객체 형상 그대로 테두리를 치는 식(polygon segmentation, 다각형 분할)으로 영역을 설정한 후, 해당 객체가 무엇인지 일일이 설명을 달아주는 가공 과정(data labelling, 데이터 라벨링)이 필요하다.(그림 1)

AI 산업의 성장과 함께 머신러닝 학습을 위한 데이터 수요가 늘면서 AI 개발을 위한 데이터 가공 서비스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2015년 6월 설립한 테스트웍스(Testworks)는 최근 이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회사 중 하나다. 국내 자율주행 스타트업의 대표주자로 딥러닝 기반의 영상 인식 기술을 보유한 스트라드비젼1 이 테스트웍스의 핵심 고객사다. 테스트웍스는 작년 스트라드비젼 한 회사에만 약 460만 건(사람, 자동차 등 데이터 이미지 안에 포함된 객체 기준)2 의 AI 학습용 데이터를 가공해 납품했다. 2019년 이 회사가 가공한 AI 학습용 데이터 건수는 약 1800만 건. 회사 설립 이래 지금까지 누적 가공한 데이터 건수는 약 3300만 건(2020년 2월 말 기준)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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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한 점은 이 회사 직원들의 면면이다. 전체 직원(2020년 2월 말 기준 80명) 가운데 자폐성 장애인(8명), 지적장애인(2명), 청각장애인(6명) 등 장애인 비중이 20%나 된다.3 이 중 자폐성 장애인은 모두 비장애인 직원들과 함께 AI 데이터 가공 업무를 맡고 있다. 가령, 테스트웍스가 스트라드비젼으로부터 요청받은 물량을 수행하기 위해 지난해 약 25명의 인력을 투입했는데 자폐성 장애인 직원 8명 모두 이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자폐증 천재 의사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 ‘굿닥터(2013년)’나 비범한 기억력을 가진 자폐 청소년이 살인사건의 유일한 목격자로 등장하는 영화 ‘증인(2019년)’에서도 잘 드러나듯 자폐성 장애인 중 일부는 뛰어난 지능과 관찰력을 갖고 있다. 이런 잠재력을 높이 평가해 마이크로소프트(MS)나 SAP, 휴렛팩커드엔터프라이즈(HPE) 등 앞서가는 글로벌 기업들은 이들을 IT 테스터 등으로 적극 채용하고 있다. 가령, SAP는 7년 전 “2020년까지 전 세계 직원의 1%가량을 자폐인으로 채용하겠다”고 공언하며 전 세계적으로 자폐인 대상 직업 훈련 프로그램 ‘오티즘@워크(Autism at Work, 자폐인에게 일자리를)’를 운영해 오고 있다.

안타깝게도 한국에선 아직까지 자폐성 장애인들이 자신들만의 독특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가 많지 않다. 그 때문에 대부분이 단순 노무 작업에 종사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테스트웍스는 단순 제조업이나 서비스업이 아니라 AI라는 첨단 산업 분야에서 자폐성 장애인들의 새로운 가능성을 테스트하며 그 가치를 증명해 나가고 있어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른바 ‘스타트업 순방’으로 알려졌던 작년 6월 문재인 대통령의 북유럽 3국 순방 당시 동행했던 6개 소셜 벤처 중 한 곳으로 테스트웍스가 뽑힌 이유이기도 하다. 장애인이 어떠한 편견이나 차별 없이 일할 수 있는 ‘포용적 고용(inclusive employment)’의 모범을 제시하며 ‘기술을 통한 사회 혁신’이라는 사명을 실천해 나가고 있는 테스트웍스에 대해 DBR이 분석했다.


DBR mini box I
‘경단녀’ 고용 이끄는 사회적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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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채용에 적극적인 테스트웍스는 여성 친화적 사회적기업으로도 유명하다. 설립 이듬해인 2016년 서울시 여성 일자리 창출 우수기업으로 선정됐고, 2017년엔 여성가족부 ‘여성 친화적 사회적기업 아이디어 및 우수 모델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모두 테스트웍스의 경단녀 고용 노력을 높게 평가받은 결과다.

테스트웍스가 경단녀 일자리 창출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서울시 은평여성인력개발센터에서 일하던 윤석원 대표의 지인이 윤 대표에게 경단녀들을 대상으로 한 테스터 양성 교육 의뢰를 해 온 게 계기가 됐다. 당시 윤 대표는 사회 재취업을 노리는 이 여성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현업 근무자들도 따기 어렵다는 ISTQB 주관 국제공인 테스터 자격증(CTFL) 취득을 목표로 커리큘럼을 구성했다. 원래 경력 1년 이상 현업 엔지니어들을 대상으로 하면 30시간 정도면 충분히 다룰 수 있는 내용이지만 경단녀들에겐 최소 3∼4번은 반복 학습이 필요하다고 보고 무려 200시간(10주)으로 교육시간을 늘려 잡았다. 이론 교육을 약 120시간 정도 진행했고, 나머지 80여 시간은 실습과 막바지 시험 대비 코스로 배정했다.

총 20명의 수강생 중 중도에 포기하지 않고 ISTQB CTFL 시험에 응시한 경단녀는 12명. 이 중 최종적으로 8명이 시험에 합격했다. 윤 대표는 “당시 일반 현업 엔지니어들의 합격률이 50%가 채 안 됐다는 걸 감안하면 놀라운 성과였다”며 “시험을 치렀던 여성 대부분이 10년 이상 경력이 끊겼던 40대 여성들이어서 더욱 의미가 컸다”고 밝혔다. 이렇게 국제공인 테스터 자격증을 취득한 여성들의 상당수는 재취업(파트타임 포함)에 성공했다. 테스트웍스 역시 여기서 배출된 경단녀 네 명을 채용했는데, 이 중 한 명은 무려 17년간 경력이 끊겼던 42세 여성이었다. 2020년 2월 기준, 경력이 단절됐다 테스트웍스를 통해 재취업의 기회를 얻게 된 직원은 12명(전체 15%)이다.



취약 계층 일자리 창출 위해 창업

테스트웍스는 미국 코넬대 컴퓨터공학 석사 학위자로 마이크로소프트(MS)와 삼성전자에서 소프트웨어 품질관리(QA) 전문가로 일했던 윤석원 대표가 5년 전 세운 사회적기업이다. 글로벌 기업에서 안정적인 직장생활을 해 오던 윤 대표가 44세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 창업에 나선 이유는 “사회 취약 계층에게 일할 기회를 만들어주고 싶어서”였다. “MS 재직 시절 사회공헌활동 차원에서 탈북 청년을 대학생 인턴으로 채용했던 적이 있다. 소프트웨어 테스팅 관련 경험이나 지식이 전혀 없던 학생이라 6개월간 기초부터 차근차근 가르쳐가면서 테스팅 경험을 쌓게 했다. 이후 이 친구는 탈북 청년 최초로 LG전자에 테스트 엔지니어로 입사했다. 이 일로 내가 쌓은 전문성이 사회적 약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이기도 한 윤 대표가 창업에 대한 열망을 갖게 된 계기다.

테스트웍스가 처음부터 자폐성 장애인들에게 관심을 가졌던 건 아니다. 처음엔 경력 단절 여성(이하 경단녀)을 고용해 소프트웨어 테스팅 업무를 수행했다. (DBR mini box Ⅰ 참고.) 그러다 2016년 초여름, 사회혁신 컨설팅 업체인 MYSC의 김정태 대표에게서 연락이 왔다. “SAP코리아 및 (재)디코리아와 함께 자폐인 직업훈련 및 사회 적응 교육 프로그램인 ‘오티즘@워크’를 운영하려고 하는데 테스트웍스가 협력사로 참여해 줄 수 있겠냐”는 제안이었다. 프로그램 참여자 선발 등 전체 프로그램 기획과 운영은 MYSC가 담당하고, 사회성 강화 훈련은 게임으로 자폐성 장애인의 발달을 돕는 프로그램 운영 업체에서 맡을 테니 테스트웍스는 전문성을 살려 IT 소프트웨어 테스팅 교육을 실시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자폐성 장애인 문제 해결이라는 공통의 소셜 미션을 중심으로 다양한 영역에 속한 기관들이 힘을 합쳐 ‘집합적 임팩트(collective impact)’를 창출하자는 것. 취약 계층을 위한 일자리 창출을 위해 멀쩡히 다니던 삼성전자까지 박차고 나온 윤 대표가 이런 기회를 마다할 리 없었다. 테스트웍스가 경단녀에서 자폐성 장애인으로 관심 대상을 확장하게 된 계기다.

자폐성 장애인들 대상의 커리큘럼을 기획하기에 앞서 윤 대표는 일단 이들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부터 높여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를 위해 커피지아(커피 가공 업체), 동구밭(천연비누 제작 업체) 등 발달장애인을 고용해 이미 사업을 하고 있는 사회적기업 대표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이들은 윤 대표에게 “자폐성 장애인들은 모두 이러이러할 것이라는 선입견을 갖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다” “자폐성 장애인들도 비장애인처럼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다 다르기 때문에 사람 특성에 따라 각기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 같은 조언을 해줬다.

이 같은 권고를 바탕으로 윤 대표는 프로그램에 선발된 자폐성 장애인 세 명을 최소 3∼5명이 관리하는 ‘팀 티칭(team-teaching) 시스템’을 만들었다. 국제소프트웨어테스팅 자격위원회(International Software Testing Qualification Board, ISTQB) 주관 공인 테스터 자격증(Certified Tester Foundation Level, CTFL) 취득이라는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고 커리큘럼을 구성하면서 주 강사와 보조강사 외에 참가자 한 사람당 청년 멘토를 개별적으로 붙여 한 사람, 한 사람을 세심하게 돌볼 수 있도록 했다. 특히 강사들이 수업을 진행하면서 1) 끈기, 사회성, 독립성(이상 개인적 성향) 2) 기술 기반 사고, 창의적 사고, 사용자 기반 사고(이상 직무 역량) 등 크게 6가지 항목에 따라 교육생들의 특성을 파악하는 정성 평가를 병행하도록 해 개인별 맞춤 지도가 가능하도록 했다. 이런 시스템하에 2016년 9월부터 약 두 달 동안 주 5일 3시간씩 교육했다.

나름 체계적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짰지만 처음엔 당황스러움의 연속이었다. 교육생들이 수업 시간에 조는 건 다반사고 갑자기 벌떡 일어나서 화장실에 가거나 혼잣말을 하는 등 수업 환경을 해치는 돌발 행동을 일삼았기 때문이다. 윤 대표는 “강사들이 힘들어서 도저히 못하겠다며 불만을 토로했지만 솔직히 뾰족한 해결책은 없었다”며 “시간이 해결책이니 가급적 무덤덤해지려고 노력해 보자며 강사들을 다독였다”고 말했다. “너무 과잉 친절을 베풀 필요도 없고 긴장할 것도 없으니 교육생들의 반응 하나하나에 일일이 신경 쓰지 말고 수업을 진행하자”고 강사들을 설득했다.

다행히 수업을 진행할수록 학생들의 학습 태도가 조금씩 개선되는 게 느껴졌다. 심지어 교육 중간에 치른 모의 테스트에서 학생들이 기대 이상의 성과를 보이자 강사들도 더욱 인내심을 갖고 가르칠 수 있게 됐다. 학생들이 수업 시간에 도무지 말도 안 듣고 계속 딴짓만 하는 것 같았는데 사실은 다 듣고 있었다는 걸 확인했기 때문이다. 게임을 매개로 한 사회성 강화 세션에 IT 테스팅 교육을 담당하는 강사들이 함께 참여해 학생들과 시간을 보내며 유대관계를 형성하려고 노력했던 것도 이들의 학업 태도를 개선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학생과 강사 간 친분이 쌓이면서 실습 교육도 점점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오티즘@워크 참가자 세 명 모두 우수한 성적으로 ISTQB CTFL 취득에 성공했다. 테스트웍스를 비롯해 여러 기관이 힘을 합쳐 일궈낸 값진 성과였다. 이렇게 국제공인 테스터 자격증까지 획득한 이들 중 두 명은 SAP 연구개발센터의 한국 지사인 SAP랩스코리아(SAP Labs Korea)에서 3주간의 인턴십 기회도 얻었다.


자폐성 장애인들과 함께 도전한
AI 데이터 가공 사업

인턴십도 끝나고 오티즘@워크 프로그램이 최종 마무리된 2016년 12월의 어느 날, 윤 대표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코넬대 동문으로 삼성전자에서도 함께 근무했던 김준환 스트라드비젼 대표였다. 스트라드비젼은 당시 업력 2년을 막 넘기면서 자율주행차에 탑재할 영상 인식 소프트웨어 연구를 본격화한 상태였다. 이와 관련해 영상 인식 AI를 학습할 데이터가 필요한 건 당연한 이치였다. 딥러닝 기반 영상 인식 시스템을 고도화하려면 차량은 물론 보행자, 애완동물, 차선, 신호등 등 세부적인 사항이 라벨링된 데이터를 만들어 AI가 반복적으로 학습할 수 있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김 대표는 관련 업무를 믿고 맡길 용역회사를 물색하던 중이었고, 급기야 소프트웨어 업계에서 ‘더티 워크(dirty work, 궂은일)’를 잘하기로 정평이 나 있던 윤 대표에게 연락한 것이었다. 마치 인형에 눈을 붙이듯이 객체 이미지 하나하나에 설명을 다는 ‘디지털 막노동’을 해야 하는데 테스트웍스가 맡아서 해볼 수 있겠냐는 제안이었다.

윤 대표는 “전화를 받는 순간 절묘한 타이밍에 소름이 돋았다”고 회상했다. 오티즘@워크 프로그램이 성공적으로 끝나긴 했지만 막상 참가한 학생들을 정식으로 채용해주는 곳이 없어 마음이 무거웠던 차에 테스트웍스가 자체적으로 이들을 고용할 명분과 자원을 확보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기 때문이다. 회사 차원에서도 기존 소프트웨어 테스팅에서 AI 학습용 데이터 가공이라는 새로운 업무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윤 대표는 수화기 너머 김 대표에게 최근 테스트웍스에서 자폐성 장애인들을 교육했던 일과 이들이 얼마나 우수한 인재인지에 대해 한참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스트라드비젼에서 맡기고자 하는 업무를 자폐성 장애인들에게 맡겨도 괜찮겠느냐”고 물었다. 다행히 “품질만 좋다면 누가 하든 무슨 상관이냐”는 답변이 돌아왔다. 기본적으로 스트라드비젼과 테스트웍스 두 회사 최고경영자(CEO) 간 돈독한 신뢰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지만 김 대표의 ‘열린 태도’가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윤 대표 스스로도 “기적 같은 일”이라고 평할 정도다.

스트라드비젼으로부터 AI 데이터 가공 용역을 수주하게 되면서 테스트웍스는 직접 훈련했던 자폐성 장애인 3명을 전원 고용할 수 있게 됐다. 이후 테스트웍스는 이들 3명과 경단녀 직원 4명 등 총 7명으로 팀을 구성해 2017년 2월부터 본격적인 AI 데이터 가공 업무에 나섰다. 그러나 당초 1년 계약으로 진행됐던 이 사업은 프로젝트 시작 불과 넉 달 만에 스트라드비젼 측 실무자로부터 “계약을 중단해야겠다”는 통보와 함께 좌초위기를 겪게 됐다. 도대체 뭐가 문제였을까.


진정성만 갖고 일하다 위기를 만나다

당시 스트라드비젼에서 테스트웍스에 가장 크게 항의한 내용은 데이터 가공 품질이었다. 테스트웍스 직원들이 보낸 라벨링 결과물을 보니 라벨링을 잘못 달거나 아예 하지 않은 채 보내는 등 허점이 너무 많아 도저히 사용할 수가 없다는 지적이었다. 자폐성 장애인들과 커뮤니케이션하기가 어렵다는 것도 커다란 불만 중 하나였다. 같은 질문을 계속해서 하고, 뭐 하나 제대로 알아서 하는 것 없이 시시콜콜한 사항까지 일일이 물어대는 통에, 거기에 하나하나 답해주다 보면 도저히 다른 업무를 볼 시간이 없다는 것. 장애인에게 일할 기회를 준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회사가 자선기관도 아닌데 기본 품질이 안 되는 곳과는 일하기 힘들다는 게 고객사 실무자의 의견이었다.

윤 대표는 이에 대해 “국제공인 테스터 자격증 시험 성적으로 드러난 실력만 놓고 보면 비장애인들보다 우수한 사람들이라 그냥 맡겨놓으면 알아서 잘할 것이라고 믿었던 게 큰 실수였다”고 털어놨다. 이어 “진정성만 가지고는 절대 사업을 할 수 없다는 걸 뼈저리게 깨달았다”고 말했다.

당장 계약 해지라는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그는 일단 급한 불부터 꺼야겠다는 심정으로 김 대표에게 통사정했다. “두 달만 더 시간을 주면 돈 받지 않고 일하는 대신 제대로 된 품질로 보답할 터이니 한 번만 더 기회를 달라”고 매달렸다. 테스트웍스는 그렇게 어렵사리 위기를 넘기고 다시 한번 기회를 잡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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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테스트웍스는 가장 시급한 품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 작업자가 데이터 가공을 한 후 고객사에 결과물을 제출하기 전 두 번의 검수 과정(review process)을 거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즉, 동료들끼리 1차적으로 서로의 작업을 검수(peer review)한 후 그렇게 나온 결과물 전부를 전담 매니저가 다시 확인(manager review)하도록 했다. 특히 2차 검수자들은 1차 검수를 끝낸 결과물 중 샘플 몇 개만 골라 보는 게 아니라 전량을 모두 다 꼼꼼히 확인하도록 했다. 이를 위해 2차 검수에 투입되는 전담 매니저에겐 데이터 라벨링 작업은 일절 맡기지 않고 오로지 검사만 하게 했다.(그림 2)

또한 테스트웍스는 커뮤니케이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객사와의 소통 창구를 경력 단절 후 재취업에 성공한 여성 프로젝트매니저(PM) 한 사람으로 단일화했다. 이전에는 고객사 담당 실무자가 테스트웍스 팀원들 7명 모두와 단체로 소통하는 SNS 채팅방을 만들어놓고 원격으로 업무 관련 지시를 했는데, 이런 방식은 자폐성 장애인들의 특성을 고려할 때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자폐성 장애인들에겐 매우 구체적이고 세세하게 작업 지시를 줘야 하는데 e메일이나 원격 SNS로는 아무래도 정확한 소통에 한계가 있다 보니 서로 간 불필요한 오해와 스트레스가 쌓였다고 진단한 것. 이에 따라 고객사 담당자가 테스트웍스 직원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직접 업무 지시를 내리는 형태가 아니라 테스트웍스 측 PM이 고객사의 지시사항을 일괄적으로 전달받아 팀원들에게 업무를 배분하고 커뮤니케이션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이렇게 2단계 검수 시스템을 도입하고 업무 지시 전달 방식을 바꾸면서 고객사 불만은 현저히 줄어들었다. 당장 PM 한 사람이 고객사와의 소통을 전담하면서 양사 간 커뮤니케이션이 훨씬 매끄러워졌다. 데이터 품질 역시 점점 좋아졌다. 처음엔 아예 시행조차 하지 않았던 검수 과정을 새롭게 도입한 덕택이기도 하지만 동료 검수 과정에서 경력 단절 후 취업한 여성들과 자폐성 장애인들 간 소통이 잦아지면서 자폐성 장애인들의 성과가 눈에 띄게 향상됐기 때문이다.

“자폐성 장애인들은 사회성과 대인관계 기술은 부족하지만 비장애인들이라면 그냥 지나쳐버릴 사소한 사항에 대해서도 민감하게 반응할 정도로 섬세한 사람들이다. 따라서 이들을 대할 때는 인내심을 갖고 최대한 구체적으로 상세하게 이야기하는 게 중요하다. 경단녀였던 직원들은 이런 면에서 확실한 강점을 갖고 있다. 따뜻함과 친절함은 기본이고, 질풍노도의 사춘기를 보내는 ‘중딩’ 자녀를 키워봤기 때문인지 다들 놀라울 정도의 참을성을 갖고 자폐성 장애인들을 대했다. 고객사의 작업 지시 내용을 하나하나 짚어가며 꼼꼼히 피드백을 주자 자폐성 장애인들의 업무 능력이 급격히 좋아졌다. 예상했던 건 아니었지만 이 여성 직원들과 자폐성 장애인들 간에 절묘한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걸 확인했다.” 윤 대표의 분석이다. 결국 테스트웍스는 유예 기간으로 받아냈던 두 달이 지난 후에도 스트라드비젼과의 계약을 계속 유지하며 원래대로 데이터 가공 용역을 수행할 수 있었다.


자폐성 장애인들의 업무 적응을 돕는
지원 시스템 구축

물론 위기 극복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스트라드비젼 프로젝트에 투입됐던 세 명의 자폐성 장애인 중 하나인 A가 도저히 업무에 적응하지 못하겠다며 입사 6개월 만에 사표를 낸 것. 지금까지 A는 테스트웍스에 입사한 자폐성 장애인 중 유일하게 퇴사한 직원이다. 그만큼 테스트웍스 입장에선 아픈 기억이기도 하다.

A는 다른 두 명의 자폐성 장애인과 마찬가지로 SAP의 오티즘@워크 프로그램에 참가해 ISTQB CTFL 자격증까지 취득한 인재였다. 그런 A가 끝내 퇴사하게 된 이유는 뭘까. 윤 대표는 “인턴십은커녕 최소한의 모니터링도 거치지 않은 사람을 잠재력만 믿고 덜컥 채용한 것부터가 문제였다”고 털어놨다. 인턴십은 회사 입장에선 지원자의 역량을 검증해 보고, 지원자 입장에선 자신이 회사와 업무에 잘 적응할 수 있을지를 미리 파악해보는 소중한 탐색 기간이다. 하지만 테스트웍스는 이를 건너뛴 채 A를 포함한 오티즘@프로그램 참가자 모두를 정규직원으로 뽑아 곧바로 실무에 투입했다. 어떻게든 사회 취약 계층에게 하나라도 더 많은 일자리를 제공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자폐성 장애인들을 제대로 관리하고 지원해 줄 사내 시스템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무턱대고 채용부터 했으니 A의 경우처럼 문제가 생기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테스트웍스에서 장애인 관련 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노정화 실장은 “A의 경우 입사 당시 각각 19세, 22세였던 다른 두 명의 동기들에 비해 10살 이상 나이가 많은 32세 청년이었다”며 “상대적으로 늦은 나이에 난생처음 직장 생활을 하다 보니 다른 두 명에 비해 업무 적응에 어려움이 훨씬 컸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만큼 A는 남보다 더 많은 도움을 필요로 했지만 당시 전 직원이 10명도 안 됐던 테스트웍스로선 당장 발등에 떨어진 고객사(스트라드비젼) 불만(품질 문제)을 해결하기도 버거운 상태였다고. 결국 자폐성 장애인에 대해 이렇다 할 지원 시스템이 없는 상황에서 회사와 A 모두 힘든 시간을 겪을 수밖에 없었고,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한 A는 반년 만에 회사를 떠나게 됐다.

A의 퇴사를 계기로 테스트웍스는 자폐성 장애인 고용의 목표를 ‘최대한 많이’에서 ‘가능한 오래’로 바꿨다. ‘취약 계층 일자리 창출’이라는 미명하에 자폐성 장애인을 무턱대고 많이 고용하는 것보다는 단 한 명이라도 회사와 잘 맞는 사람을 뽑아 오래 다닐 수 있도록 하는 게 훨씬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일이라는 걸 절감했기 때문이다.

이후 테스트웍스는 자폐성 장애인 채용 프로세스에 신중을 기하기 시작했다. 가령, 하나금융그룹의 사회적 가치 창출 프로젝트인 ‘하나 파워 임팩트 온’4 에 협력기관으로 참여해 자폐성 장애인들에게 전문적인 직무 훈련(AI 데이터 가공, 소프트웨어 테스팅 등)을 시키되 프로그램을 이수한 이들을 무턱대고 채용하지 않고 단계적 프로세스를 통해 뽑는 접근을 취했다. 우선, 맨 처음 실습 기간을 두고 실제 업무 능력을 검증하는 절차를 만들었다. 테스트웍스의 자폐성 장애인들에게 맡겨진 것과 똑같은 데이터 가공 과제를 실습자에게 주고, 정해진 시간 안에 얼마나 정확하게 업무를 수행하는지를 분석했다. 이렇게 약 1달 정도의 실습 기간을 통해 기본 역량이 검증된 사람들을 인턴으로 뽑아 최소 석 달 정도 실무를 맡겨본 후 최종 평가를 통해 정규직으로 채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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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성 장애인 입사자들을 관리하는 시스템도 차근차근 보완해 나갔다. 우선 테스트웍스는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제시한 국제기능장애건강분류(International Classification of Functioning Disability and Health, ICF)와 통계청에서 발표한 ‘사용자를 위한 ICF 활용 길잡이’를 참고해 자폐성 장애인들을 위한 ‘자기관리 체크리스트’를 만들었다.(그림 3) 출근은 제때 했는지, 가방은 정해진 장소에 걸었는지, 자리에 앉자마자 e메일부터 확인했는지, 사무실 내에서 큰 소리로 화를 내지는 않았는지, 퇴근 전에 자리를 정돈했는지 등 직장 내 기본적인 규범과 예절, 업무 태도 등을 파악할 수 있는 항목 23개를 만들어 놓은 후 자폐성 장애인들이 직접 항목별로 체크해 점수를 매기도록 한 것. 이를 바탕으로 잡코치(Job Coach, 장애인들이 회사 업무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 위해 테스트웍스가 사내에 개발한 직무)가 해당 자폐성 장애인에게 칭찬을 해 준다거나 개선이 필요한 부분을 설명해주도록 했다. 이는 “발달장애인들에게 효과적인 교수법으로 알려진 자기관리전략(self-management strategy)을 도입해 보려는 시도였다. 즉, 자기점검과 자기평가를 할 수 있는 자기관리 체크리스트를 자폐성 장애인들이 직접 작성하게 하고 관리자가 이에 대한 피드백을 주기적으로 제공해 줌으로써 자폐성 장애인 스스로 자신의 행동을 관리할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한 결정이었다.” (노정화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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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테스트웍스는 한 달에 한 번씩 작업치료사(occupational therapist)를 회사로 초빙, 자폐성 장애인의 사회성이나 근무 태도, 업무 능력 등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1대1 상담을 통해 추적했다. 이를 위해 직장 내 스트레스 상황은 물론 수면 습관이나 운동 습관, 여가 활동, 복약 여부 등 개인적인 생활 습관까지 꼼꼼히 체크했고, 가족들과의 관계(예: 가족과의 대화 시간이나 여행, 함께 식사하는지 여부 등)에 대해서도 세밀하게 파악했다. 심지어 자폐성 장애인의 부모를 대상으로도 대면 인터뷰를 실시해 교차 확인을 했다. 자폐성 장애인의 경우 평소 집에서의 생활 습관과 주변인들의 지지가 직장 생활에 미치는 영향력이 비장애인들보다 훨씬 크다고 봤기 때문이다. 테스트웍스에서 잡코치로 일하고 있는 윤재홍 선임은 “실제 분석 결과 수면 시간이 부족하면 다음 날 업무 성과가 급격히 떨어지는 것으로 드러났다”며 “이런 경우 집에서 생활 관리가 잘될 수 있도록 해당 직원의 부모에게 당부하며 협조를 구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테스트웍스는 외부에서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갖춘 상담심리 전문가를 초빙해 비장애인들을 대상으로 3개월에 한 번씩 장애인과 비장애인 간 소통을 주제로 한 교육도 실시했다. 비장애인 직원들이 자폐성 장애인들에 대해 더 많이 이해할수록 조직원들 간 불필요한 갈등과 오해를 피하고 편견 없는 조직문화가 이뤄질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2019년엔 40여 페이지 분량의 ‘자폐성 장애인 직원 생활지도 매뉴얼’5 도 만들어 비장애인 직원들이 숙지하도록 했다. 구체적으로 △ 자폐성 장애인과 근무할 때 고려해야 할 점 △효과적인 의사소통 방법 △ 출•퇴근, 회의, 휴식시간 등과 관련한 행동 지도 △행동개선 지도를 위한 구체적 대응책 예시(예: 정리정돈을 제대로 하지 못할 때, 계속 지각을 할 때, 업무 태도가 불성실할 때) 등을 자세히 소개해 비장애인 직원들이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잘 대처할 수 있도록 했다.(그림 4)


고품질 AI 데이터 가공 기업으로 탈바꿈하다

● 회의시
111_회의시

● 행동개선 지도 사례 (출근 시 지각할 때)
111_행동개선-지도-사례-(출근-시-지각할-때)


자폐성 장애인 채용 프로세스를 개선하고 회사 업무에 잘 적응할 수 있는 나름의 관리 시스템을 차근차근 정비해 나가기 시작하면서 자폐성 장애인들의 역량은 놀랍도록 좋아졌다. 고객사의 평가가 그 증거다. 한때 품질이 형편없어 계약을 중도 해지해야겠다던 스트라드비젼은 여전히 테스트웍스의 No.1 고객사로 함께하고 있다. 2017년 이후 지금까지 테스트웍스가 스트라드비젼에 납품한 AI 학습용 데이터 가공 누적 건수(객체 기준)는 약 1500만 건(2020년 2월 말 기준)으로 테스트웍스 전체 가공 건수의 47%에 달한다. (그림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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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테스트웍스는 스트라드비젼 외에도 SK텔레콤이나 SK C&C 등 대기업은 물론 스마트팩토리 솔루션 개발업체인 싸이엔스(Psyence), 감성인식 분야 AI 스타트업인 아크릴(Acryl) 등 스타트업과 한국정보화진흥원(NIA),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 같은 공공기관 및 단체들에 이르기까지 50여 개의 다양한 고객군을 확보하고 있다. 6

더욱 놀라운 건 프로젝트 단가다. 테스트웍스는 현재 작업자 1인당 평균 인건비 기준으로 3년 전 처음 AI 데이터 가공 업무를 시작했을 때에 비해 약 2배 정도 높은 가격을 책정하고 있다. 첫 프로젝트 당시 책정했던 인건비가 워낙 낮기도 했고 수행 프로젝트 난이도가 올라감에 따라 어느 정도의 단가 상승은 당연한 결과이긴 하지만 단기간에 상당한 상승폭임은 분명하다. 이렇게 단가가 높아졌음에도 불구하고 테스트웍스를 찾는 고객사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AI 상용화가 진척될수록 데이터 품질의 중요성이 점점 더 커지는 만큼 다소 비용이 비싸도 품질이 확실한 테스트웍스에 맡기는 편이 낫다는 판단에서다. 테스트웍스의 핵심 고객사인 스트라드비젼의 전봉진 연구소장도 “자율주행기술은 사람의 생명과 직결되기 때문에 AI 데이터 가공에 적용하는 회사 내부 품질 기준이 매우 까다롭고 엄격하다”며 “테스트웍스의 경우 스트라드비젼의 높은 품질 기준에 부합하는 결과물을 내놓고 있어 장기간 협력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고 밝혔다.

고객사가 인정할 정도의 높은 품질을 확보한 테스트웍스는 2019년부터 자체 개발한 AI 기반의 데이터 가공 자동화 도구를 활용해 작업 효율을 높이고 있다. 물론 아직 기술 수준이 완벽하지 않은 만큼 단순 결과물만 놓고 비교해 보면 자동화 도구를 활용해 가공한 데이터 품질이 수작업으로 가공한 데이터보다 떨어진다. 하지만 1차로 자동 가공한 데이터를 숙련된 작업자들이 2차적으로 수동 보정해 검수하는 서비스 패키지(자동+수동)를 구성한다면 작업 능률은 획기적으로 올리면서 높은 품질을 유지할 수 있다7 고 보고 자체 자동화 도구 개발에 나선 것. 바로 AI 데이터 가공 자동화 도구인 ‘블랙올리브(Black Olive)’다.(그림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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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동시에 테스트웍스는 기존 검수 프로세스도 한층 강화했다. 동료 검수와 매니저 검수로만 구성했던 기존 2단계 검수 프로세스에 샘플 중심으로 제3자(프로젝트에 참여하지 않은 전문 검수자)가 검증을 하는 최종 검수 과정을 하나 더 추가해 품질관리에 만전을 기한 것. 결국 블랙올리브 자동화 툴을 활용해 나온 1차 결과물을 테스트웍스 작업자들이 2차로 수동 보정하면, 이를 바탕으로 3단계 검수 시스템을 거쳐 최종 결과물을 내놓는 식으로 서비스 패키지를 설계했다.

블랙올리브 개발을 계기로 테스트웍스는 대규모 데이터 가공 사업에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됐다. 지난해 NIA에서 장애인의 이동권 신장을 위해 발주한 ‘인도(人道) 보행 영상 AI 학습 데이터세트(Korean Sidewalk Image AI Training Dataset)’ 구축 프로젝트를 수주한 게 대표적인 예다. 당시 테스트웍스는 크라우드소싱(crowd-sourcing) 기반의 데이터 수집•가공 스타트업 셀렉트스타, 소프트웨어 개발기업 디투리소스, 로봇시각기술을 연구하는 KAIST RCV랩 및 한국척수장애인협회와 컨소시엄(주관기업: 테스트웍스)을 이뤄 객체 기준으로 약 380만 건(이미지 기준 약 68만 건)의 데이터를 가공했다.

이 프로젝트의 주목적은 보행에 위협이 되는 각종 장애물에 대한 정보를 파악해 시각장애인이나 지체장애인, 휠체어 이용자 등이 보다 안전하게 걸어 다닐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테스트웍스는 보행자, 자전거, 애완견, 유모차, 스쿠터, 가로수, 전봇대, 볼라드(차량 진입 방지용 말뚝), 소화전, 표지판 등 인도 보행 시 충돌 위험이 있는 29종의 장애물에 대한 데이터를 가공했다. 이미지 속 해당 객체가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게 데이터 라벨링 작업(bounding box, polygon segmentation)을 한 건 기본이고, 객체에 대한 거리를 인식할 수 있는 정보(depth prediction)도 담았다. 심지어 과속방지턱이나 닳아 해진 도로점자블록처럼 노면 특성이나 파손 여부 등으로 인해 보행 시 위험을 유발할 수 있는 상황까지 AI가 학습할 수 있도록 노면 상태 정보(surface masking)도 20여 가지로 세분화해 가공했다.

이 모든 작업을 약 6개월 동안 30여 명을 투입해 끝냈다. 자동화 툴이 없었다면 더 많은 시간과 인력을 필요로 했겠지만 블랙올리브를 적극 활용한 덕에 보정 및 검수 작업에만 최소한의 인력을 투입해 프로젝트를 효율적으로 끝마칠 수 있었다고. 윤 대표가 “대규모 AI 학습 데이터를 ‘고품질’로 가공하는 작업과 관련해선 테스트웍스가 국내 최고 수준”이라고 자신 있게 말하는 이유다. (DBR mini box Ⅱ 참고.)


DBR mini box II
테스트 자동화 솔루션 테드웍스(TEDWorks)

테스트웍스는 AI 데이터 가공 자동화 툴인 ‘블랙올리브’를 내놓기에 앞서 2018년 11월 자체 개발한 웹 호환성i 진단 목적의 테스트 자동화 솔루션 ‘테드웍스(TEDWorks)’ii 를 선보였다. 테드웍스는 웹 표준 문법과 비표준 기술 제거 여부를 자동으로 진단해 주는 것은 물론 브라우저별 스크린숏 비교나 각종 기능 호환성 테스트를 알아서 수행해 준다. 그 덕분에 이 툴을 활용하면 웹 호환성 진단에 투입되는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테드웍스 서비스도 블랙올리브처럼 고객사에 ‘자동+수동’ 패키지 형태로 제공된다. 즉, 테드웍스 툴을 통해 1차적으로 얻은 자동화 결과물을 인간 작업자들이 수동 보정해 3단계 검수 시스템(동료 검수→전담 매니저 검수→제3자 최종 검수)까지 통과한 최종 결과물을 고객사에 최종적으로 납품한다.

테스트웍스가 이렇게 테드웍스 솔루션을 개발해 수동 보정 및 검수 서비스와 연계한 패키지 모델을 만든 이유는 AI 데이터 가공뿐 아니라 소프트웨어 테스팅 분야에서도 자폐성 장애인들의 우수한 잠재력을 인정받게 만들고 싶어서다. 주지하다시피 자폐성 장애인들은 비장애인들에 비해 반복 작업에 대한 싫증을 적게 느끼며 집중력도 뛰어날 뿐 아니라 조그만 차이도 간파해낼 정도로 섬세하고 예민하다. 이런 특성 때문에 자폐성 장애인들은 소프트웨어 테스팅, 특히 호환성 테스트에서 뛰어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테스트웍스는 테드웍스를 개발하기 전까지 자폐성 장애 직원들에게 소프트웨어 테스팅 과제를 맡긴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장애인에 대한 편견으로 인해 대부분 고객사가 원하질 않았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테스트웍스가 고안해 낸 아이디어가 바로 ‘자동+수동’ 패키지 모델이다. 자동화 솔루션을 서비스의 핵심 요소로 내세우면서 부가적으로 제공되는 수동 보정 작업에 자폐성 장애인들을 투입함으로써 고객들의 심리적 저항은 줄이면서 장애인들의 역량이 사장되는 일도 없도록 하겠다는 접근이었다. 윤 대표는 “개인적으로는 자폐성 장애인들이 AI 데이터 가공보다 소프트웨어 테스팅 작업을 훨씬 더 잘할 수 있다고 확신하지만 대부분 고객사가 꺼리는 상황에선 설득에 한계가 있다”며 “하지만 자동화 솔루션을 전면에 내세우고 자폐성 장애인은 마무리 작업에 투입해 완성도를 높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하면 고객사가 수용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봤다”고 말했다.

실제로 테스트웍스는 작년 말 하나투어를 대상으로 테드웍스를 활용한 단기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자폐성 장애인 1명을 투입했다. 윤 대표는 “테스트웍스 역사상 자폐성 장애인이 소프트웨어 테스팅 업무를 맡게 된 첫 사례라 의미가 깊다”며 “올해에는 더 많은 자폐성 장애인이 단순 데이터 가공 업무를 벗어나 테스터나 전문 검수자로 일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궁극적으로는 이들이 프로그램을 직접 개발하는 엔지니어나 PM 같은 관리자로도 성장할 수 있도록 다양한 경력 개발 경로(career path)를 만들어 회사와 직원이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사점

테스트웍스는 한국에선 드물게 첨단 IT 분야에서 ‘신경다양성(neurodiversity)’ 개념을 적극 도입해 조직의 핵심 경쟁력으로 삼고 있는 회사다. 신경다양성이란 주의력, 학습력, 사회성 등 인간의 뇌 기능과 신경학적 특성엔 자연적인 다양성이 존재하므로 표준화된 한 가지로 획일화될 수 없다는 개념이다. 여러 영역에서 두루두루 비슷한 역량을 보이는 ‘신경전형인(neurotypical, 신경다양성 관점에서 신경질환이 없는 사람)’과 달리 신경다양성 인재들은 특정 영역에서 놀랍도록 뛰어난 능력을 갖추고 있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자폐증이나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같은 신경질환은 유전체의 정상적이고 자연스러운 변이의 결과이므로 인종 다양성이나 문화 다양성처럼 사회에서 용인되고 존중돼야 한다는 게 신경 다양성 옹호론자들의 주장이다.

이와 관련, 로버트 D. 오스틴 아이비경영대학원 교수와 게리 P. 피사노 하버드경영대학원 교수는 지난 2017년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에 ‘신경다양성을 경쟁력으로(Neurodiversity as a competitive advantage)’라는 기고문을 통해 “혁신을 위해서는 ‘비주류’로 구분되는 인재들과 아이디어를 포용해 조직의 다양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저자들은 “자폐나 난독증 등 신경증상을 가진 사람들 중에는 패턴 인식, 기억력, 수학 등에 특출한 재능을 가진 인재가 많지만 대부분 기업에서 신경다양성 지원자들을 배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MS나 SAP, HPE 같은 글로벌 기업들의 경우 △기존과는 다른 방식의 평가와 훈련 과정을 도입해 신경다양성 인재를 발굴하고 △ 신경다양성 인재들이 직장 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은 물론 △ 비장애인 직원과 관리자들이 이를 잘 숙지하게 하는 등의 노력을 통해 인재 관리 방식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꿔나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인재 채용 방식이나 인사 관리 절차는 예외 없이 표준화돼야 한다는 통념에 도전해 기존 인사관리 관행을 개혁함으로써 신경다양성 인재들을 기업의 경쟁 우위로 활용하고 있는 대표적 모범 사례들이다.

테스트웍스의 놀라운 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업력도 얼마 되지 않은 국내 작은 스타트업임에도 신경다양성 인재 채용 및 관리 시스템을 스스로 개발해 체화했다. 우선 자폐성 장애인 채용과 관련해 사업 초기 겪었던 시행착오를 반면교사 삼아 테스트웍스만의 독특한 채용 프로세스를 정립했다. 즉, 서울발달장애인훈련센터 등 자폐성 장애인의 취업을 지원하는 다양한 기관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1차적으로 걸러진 지원자들을 실습과 인턴이라는 단계적 프로세스를 통해 선별 채용하고 있다. 또한 자기관리 체크리스트를 포함해 작업치료사와의 정기적 상담과 잡코치를 통한 상시 관리 시스템 등을 통해 자폐성 장애인들이 회사 업무에 효과적으로 적응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여기에 ‘자폐성 장애인 직원 생활지도 매뉴얼’까지 만들어 조직원들과 공유함으로써 편견 없는 포용적 고용이 조직에 정착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자폐성 장애인들에 대한 지원 시스템이 조직 내에 자리 잡으면서 회사의 성장세도 눈에 띄게 높아지고 있다. 창업 3년 차인 지난 2018년 이 회사의 매출액은 약 13억 원이었지만 지난해엔 약 49억 원의 매출액을 올려 1년 만에 약 3.8배가 늘었다.(그림 7) 매출액 구성비(2019년 기준)는 AI 데이터 가공이 대략 전체의 59%(나머지 41%는 소프트웨어 테스팅)를 차지한다. 2018년 AI 데이터 가공 사업이 전체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약 38%였다는 걸 감안하면 1년 새 약 5.8배가 늘며 전체 성장을 견인했다.

지난 2018년 12월 테스트웍스의 성장성을 일찌감치 알아보고 이 회사에 투자한 디쓰리쥬빌리파트너스의 이덕준 대표는 “임팩트 투자기관으로서 피투자 업체의 소셜 미션을 중요하게 본다”면서도 “테스트웍스의 가장 큰 성장 동력은 장애인을 고용하는 사회적기업이라서가 아니라 서비스 품질이 워낙 우수해 고객사들이 계속해서 찾아오는 회사라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소셜 미션을 빼놓고 단순히 기업의 객관적 역량만 놓고 보더라도 시장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갖고 있는 회사라는 설명이다.

이를 뒷받침할 근거로 이덕준 대표는 지난해 테스트웍스에 ‘AI 기반 컨베이어 이동객체 실시간 추적 및 계측 솔루션’ 개발을 위한 데이터 가공을 의뢰했던 스마트팩토리 솔루션 스타트업 싸이엔스를 꼽았다. 당시 싸이엔스는 데이터 바우처 지원 사업8 을 통해 테스트웍스에 데이터 가공을 의뢰했었는데 올해 들어선 아예 테스트웍스와 AI 기반 스마트팩토리 시장 공략을 위한 업무 협약까지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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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운 싸이엔스 공동 대표는 “테스트웍스의 데이터 가공 수준이 기대 이상으로 훌륭해 솔루션의 정확도를 높이는 데 큰 기여를 했다”며 “해당 솔루션은 개념검증(proof-of-concept) 테스트를 위해 올 상반기 중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에 시범 설치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현대제철과 몇 개 프로젝트를 더 진행 중에 있는데 관련 솔루션을 성공적으로 개발하려면 테스트웍스의 품질 높은 데이터 가공이 필수적이라고 보고 업무 협약을 맺자고 먼저 제안했다”며 “앞으로 테스트웍스와 싸이엔스 간 더욱 긴밀한 협업이 이뤄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덕준 대표는 “정부 지원금을 받아 1회적으로 수행하는 단발성 프로젝트로 끝날 수도 있었던 일이 전략적 파트너 관계로까지 발전할 수 있었던 건 그만큼 테스트웍스의 데이터 가공 역량이 뛰어났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속가능한 수익 모델을 만들지 못하는 사회적기업이 많지만 테스트웍스는 설립 이래 한 번도 영업적자를 낸 적이 없다”며 “전문성을 갖춘 창업자와 우수한 비즈니스 모델이 결합돼 있는 만큼 앞으로도 안정적인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도전 과제

AI 데이터 가공 산업이 성장하면서 테스트웍스를 둘러싼 시장의 경쟁 압력은 점점 심해지고 있다. 대표적인 업체가 2017년 4월 설립한 크라우드웍스다. 이 회사는 AI 학습 데이터 가공 사업에 테스트웍스보다 약 1년 정도 늦게 뛰어들었지만 불특정 다수의 일반인이 참여하는 크라우드소싱(crowd-sourcing) 방식을 활용하며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현재 크라우드웍스에 등록된 작업자 수는 약 12만 명. 크라우드웍스에서 시시각각 올리는 과제에 맞춰 작업자들이 데이터를 가공해 올리면 그 대가로 건당 얼마씩 금전적 보상을 제공하는 모델이다. 크라우드웍스의 지난해 매출액은 약 40억 원(종업원 65명). 크라우드소싱 방식을 등에 업고 이 회사가 지금까지 누적 처리한 AI 데이터 수는 약 4000만 건(객체 기준, 2020년 2월 기준)에 달한다. 높은 성장성을 인정받아 작년 9월엔 총 100억 원 규모의 시리즈 B 투자까지 유치했을 정도다.

이 같은 경쟁 압력에 대해 윤 대표는 “비록 프로젝트 단가는 경쟁사 대비 높지만 품질에 대한 자신이 있기 때문에 장기적 관점에서 봤을 때 업계를 선도할 자신이 있다”며 “AI 상용화가 진척될수록 테스트웍스의 진가는 점점 드러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스케일업은 모든 스타트업이 고민하고 있는 중요한 과제인 만큼 올해에는 데이터 수집 플랫폼과 가공 자동화 솔루션을 결합해 국제화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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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으로 테스트웍스는 작년 11월 선보인 크라우드소싱 방식의 AI 학습 데이터 수집 플랫폼 ‘ai웍스(aiWorks)’와 블랙올리브의 핵심 기능을 한데 묶어 원격에서도 효율적으로 업무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해 해외에 있는 자폐성 장애인들을 테스트웍스의 작업자로 끌어들이는 모델을 구상 중에 있다.(그림 8) 이를 위해 지난해 MS와 아마존웹서비스(AWS) 등에서 20여 년간 SDET(Software Development Engineer in Test)로 일하며 다양한 분야의 테스트 툴 및 진단 도구를 개발한 이창신 박사를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역시 삼성SDS와 한국MS 등에서 20여 년 이상 세일즈 전문가로 활약해 온 신창우 이사를 영업본부장(전무)으로 각각 영입했다. 이에 대해 이덕준 대표는 “업력도 얼마 되지 않은 신생 기업에 탁월한 전문성을 갖춘 이들이 합류했다는 것 자체가 테스트웍스의 잠재력을 말해주는 것”이라며 “비즈니스 모델 자체만 놓고 봐도 매력적이지만 사람들을 매료시키는 소셜 미션이 명확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평했다.

실제로 ai웍스 플랫폼의 운영 모델만 놓고 보더라도 대부분 경쟁사의 플랫폼과는 분명한 차별점이 존재한다. 데이터 가공에 참여한 작업자에게 추후 현금 전환이 가능한 포인트를 적립해 주는 방식 외에도 ai웍스는 작업자들이 노동의 대가를 봉사활동과 연계할 수 있는 옵션을 함께 제공하고 있다. 일반 대중들도 ai웍스라는 플랫폼을 활용해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확산하는 데 동참할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다. 가령 휠체어 사용자, 시각장애인 등을 위한 AI 서비스 개발 프로젝트에 참가한 이들이 ai웍스에서 제시된 작업 가이드라인9 에 맞춰 사진을 찍어 올리면 1365 자원봉사 포털과 연계해 사진 320건(검수 완료 기준)당 봉사시간 4시간으로 인정해 주는 식이다. 이렇게 온라인 자원봉사 식으로 모인 데이터 중 일부는 오픈 데이터로 만들어 공유한다는 게 테스트웍스의 계획이다. 윤 대표는 “적어도 사회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는 공익적 성격의 프로젝트는 금전적 보상 시스템보다 봉사나 기부와 연계하고 싶다”며 “앞으로 작업의 대가로 제공하는 포인트를 소외 계층이나 자선단체에 기부하는 시스템도 구축해 명실공히 ai웍스를 ‘임팩트 R&D 플랫폼’으로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방실 기자 smile@donga.com


DBR mini box III
테스트웍스 성공 요인은 ‘집합적 임팩트’


창업 초기에 크고 작은 문제들을 성공적으로 해결하고, 기회를 발견하며, 발견한 기회를 실현함에 있어 창업가 본인의 능력과 자질은 매우 중요하다(백서인 외, 2015). 특히 창업 ‘초기’에 필요한 창업가의 능력과 자질은 기업가 본인의 전문성과 실무 경험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다(Chwolka and Raith, 2012). 뉴욕 시러큐스대 칼 슈람(Carl Schramm) 교수는 그의 저서 『Burn the Business Plan』에서 창업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비즈니스 필드 안에서 실제 경험을 쌓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처럼 실무 경력을 통해 전문성과 경험을 쌓는 것은 이후 성공적인 창업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테스트웍스의 가장 큰 성공 요인은 창업자인 윤석원 대표의 역량이라고 볼 수 있다. 윤 대표는 이미 창업 전에 IT 분야에서 전문성과 실무 역량을 갖춘 상태였다. 특히 삼성전자와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일하면서 글로벌 기업은 어떻게 일하는지 경험을 충분히 쌓았다. 이는 그가 40대에 창업에 나섰을 때 비교적 안정적으로 회사를 운영할 수 있게 하는 기틀이 됐다. 구체적으로, 윤 대표는 자신의 전문성과 네트워크, 실무 경력을 기반으로 소프트웨어 테스팅 및 인공지능(AI) 데이터와 관련한 다양한 솔루션을 만들었고, 이를 기반으로 성공적인 B2B 모델을 구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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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표의 사회적기업가정신(social entrepreneurship) 역시 주목할 만하다. 사회적기업가정신은 연구자에 따라 다양하게 정의되나 핵심적인 내용은 사회적 가치 창출을 위한 사회적 니즈를 파악하는 데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조직을 만들고 운영함으로써 이러한 니즈를 충족하는 것이다(이용탁, 2009). 윤 대표의 행보는 이러한 정의에 꼭 들어맞는다. 우선, 잠재력이 충분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기업들의 편견 때문에 재취업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는 경력 단절 여성 문제를 해결해야 할 사회 문제로 봤다. 그리고 자신의 전문 지식을 경단녀들에게 전수해 국제자격증을 취득하게 한 후, 이들을 테스트웍스에 채용해 기업 대상으로 소프트웨어 테스팅 아웃소싱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었다. 그 결과 단순한 재교육 서비스 차원을 넘어 취약 계층의 일자리 창출이라는 명확한 소셜 임팩트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강정훈 외, 2019). 특히 윤 대표는 경단녀 고용에서 멈추지 않고 발달장애인이나 청각장애인 등 장애인들로까지 관심을 넓혔다. 이러한 노력은 사회 취약 계층의 지속적인 성장은 물론 사회통합(social integration)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장종익 외, 2020).

창업가의 자질 외에 비즈니스 모델 측면에서 테스트웍스의 가장 큰 차별점은 발달장애인의 특성을 잘 활용한 맞춤형 직무(AI 데이터 가공)를 개발했고, 이를 통해 장애인들에 대한 지속적인 관리 지원 시스템을 구축, 발달장애인들을 기업의 경쟁우위로 만들었다는 점이다. 이는 누구나 약점이라고 생각하는 요소를 오히려 강점으로 바꿔놓았다는 의미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발달장애인 근로자 대부분은 막노동, 가구 배달, 폐지 분리 작업 등 단순노동 작업에 종사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발달장애인들은 저임금 구조를 피할 수 없고, 일자리의 지속가능성 역시 담보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테스트웍스가 개발한 직무는 장애 당사자와 그들의 가족은 물론 테스트웍스의 까다로운 고객들까지 만족시켰다는 점에서 무척이나 고무적이다.

흔히 발달장애인 고용에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사회적기업의 사례로 베어베터를 꼽는다. 베어베터는 ‘연계고용제도(장애인고용부담금 납부 의무가 있는 사업주가 연계고용 대상 사업장의 생산품을 구매하는 경우, 그 사업주가 장애인을 고용한 것으로 간주해 부담금을 감면해 주는 제도)’를 적극 활용해 인쇄사업, 커피사업, 제과사업, 화훼사업 등에서 2019년 기준 63억 원(발달장애인 고용 규모 약 250명)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물론 베어베터의 비즈니스 모델이 정부 제도에 의존적이라는 한계도 존재하지만(김효선, 공혜원, 2016),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달장애인이 일하기 쉽도록 다양한 직무를 개발해 성공한 사례임은 분명하다.

테스트웍스는 여기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발달장애인들이 나름의 핵심 역량(core competence)을 가진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다고 보고, 적절한 훈련과 함께 이들을 전방위로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나갔다. 그 결과, 테스트웍스의 발달장애인 사원들이 수행한 머신러닝 데이터 가공 작업의 정확도와 품질이 비장애인들의 결과물과 비교했을 때 훨씬 높게 나오는 성과를 거뒀다(장종익 외, 2020).

테스트웍스의 경우 발달장애인들이 고부가가치 산업에서 일하다 보니 베어베터와 종업원 1인당 매출액을 비교해보더라도 훨씬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윤석원 대표에 따르면 테스트웍스가 설립 4년 차인 지난해 AI 학습용 데이터 가공으로 올린 매출액(약 29억 원) 중 전체 발달장애인(10명)의 기여도(man/month 기준)는 약 19%(5억4000만 원)다. 이는 발달장애인 1명당 매출액이 5400만 원이라는 뜻이다. 반면 베어베터의 경우 비슷한 시기인 설립 4∼5년 차에 각각 46억 원(200명, 2016년), 63억 원(201명, 2017년)의 매출액을 올려 종업원
1인당 매출액은 약 2300만∼3100만 원 수준이다. 테스트웍스가 취약 계층을 위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기업 경쟁력 향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성공했다는 평을 받는 이유다.

이 밖에 테스트웍스의 성공에는 집합적 임팩트(collective impact)의 비밀이 숨어 있다. FSG라는 소셜 임팩트 컨설팅회사의 창립자로 마이클 포터 하버드대 교수와 함께 공유가치 창출(Creating Shared Value) 개념을 창안한 마크 크레이머(Mark Kramer)는 지난 2011년 스탠퍼드소셜이노베이션리뷰(Stanford Social Innovation Review)에 집합적 임팩트에 관한 글을 기고했는데, 이 글은 당시 SSIR 역사상 가장 많이 다운로드됐을 정도로 사회적 파장이 컸다. 여기서 크레이머는 사회 문제의 복잡성과 규모가 점점 커짐에 따라 어느 한 기관만의 자원과 역량으로는 의미 있는 임팩트를 만들기가 어렵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민간 섹터, 공공 섹터, 소셜 섹터 등 다양한 기관이 협력해 함께 문제를 해결해 나가며 집합적 임팩트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한 전제조건으로 그는 1) 공통의 어젠다(common agenda), 2) 공동의 측정(shared measurement), 3) 상호 강화작용(mutually reinforcing activities), 4) 지속적 소통(continuous communication), 5) 중추적 지원조직(backbone organization)의 5가지 요소를 제시했다.

테스트웍스 역시 2016년 오티즘@워크(Autism@Work), 2017년 하나파워온임팩트 사업 등을 통해 다양한 기관과 협력하며 집합적 임팩트를 만들고자 했다. 이 과정에서 사회혁신 컨설팅 회사인 MYSC는 소셜벤처 액셀러레이션 분야에서의 경험과 기획력, 코디네이션 역량 등을 살려 전체 프로그램과 운영을 담당했다. 재원은 기업(SAP코리아, 하나금융그룹)이 지원했으며, 테스트웍스를 비롯한 여러 소셜 벤처가 각자의 강점을 연계해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특히 오티즘@워크의 경우 ‘자폐성 장애인 맞춤형 소프트웨어 직무개발’이라는 공통의 어젠다와 명확한 측정지표(발달장애인 3명의 국제 자격증 취득 및 취업 연계)하에서 다수의 기관이 하나의 목표에 초점을 맞춰 소통하고 협력했고, MYSC라는 중추 지원조직이 중요한 코디네이션 역할을 담당했다. 처음부터 너무 큰 목표를 세웠으면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았으나 작지만 의미 있는 목표를 세우고 여러 기관의 명확한 역할 분담하에 각자의 강점과 전문성을 살려 협력하는 가운데 성공을 만들어냈다. 이 같은 경험을 토대로 테스트웍스는 자폐성 장애인들을 회사의 비즈니스 경쟁력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시스템을 차근차근 구축해 나갔고 이제 사업을 확대해나가는 과정에서 발달장애인 고용 규모를 빠르게 늘려나가는 단계에 진입했다. 비즈니스가 잘되면 사회취약계층 일자리가 늘어나고, 이는 더 많은 매출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한 것이다. 이는 집합적 임팩트를 시장에서 실증해낸 것이며, 크레이머의 프레임워크가 국경을 넘어 한국에서도 통용된다는 것을 보여준 좋은 사례이기도 하다.

최근 신경다양성(neurodiversity)이라는 개념이 관심을 얻는 가운데 우리나라 사회적기업들도 발달장애인들이 가지는 강점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커피지아나 행복모아가 대표적 예다. 커피지아의 경우 결점두(缺點豆, 덜 익거나 썩거나 부서져서 커피 로스팅 과정에서 품질을 떨어뜨리는 원두)를 수작업으로 찾아내는 업무에 있어서 반복 업무에 능숙한 발달장애인들이 비장애인에 비해 강점을 갖고 있음을 발견하고 이를 비즈니스 모델에 반영했다. SK하이닉스의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인 행복모아는 대량의 방진복, 방진화 등을 세척•분류•포장하는 반복적 업무에서 발달장애인들이 강점을 가질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해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했다. 2019년 10월 기준 행복모아는 장애인 189명을 고용했는데 이 중 90%가 중증장애인이다. 두 회사 모두 발달장애인들의 ‘다름’을 ‘재능’으로 승화시켜 성공적으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테스트웍스는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이라는 시대적 변화 속에 첨단 IT 산업에서도 발달장애인들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는 측면에서 특히 의미가 있다. (강정훈 외, 2019). 이처럼 테스트웍스는 사회 취약 계층과 함께하는 가운데 시장에서 탁월한 성과를 냄으로써 그들에 대한 사회의 편견을 깨기 위해 필요한 증거를 차곡차곡 만들어 내고 있다. 이들의 다음 행보가 기대되는 이유다.


참고문헌

1. 강정훈, 한승희, 라건희, 백민주, 신현상 (2019). “발달장애인의 고용과 사회통합을 위한 세 가지 솔루션,” 스탠포드 소셜 이노베이션 리뷰 한국어판(Stanford Social Innovation Review Korea), Spring, p.86-90.
2. 김효선, 공혜원 (2016). “MISSION IMPOSSIBLE?” ‘이익 ZERO’ 고용 경영 – 베어베터. 아산기업가정신리뷰, Vol.2, No.11
3. 백서인, 이성민, 장현준 (2015). “기업가정신과 업무경력에 관한 탐색적 사례연구: 기업유형별 기회포착, 기회실현, 위기관리 전략,” 중소기업연구, 제37권, 제2호, pp. 107-146.
4. 이용탁 (2009). “사회적기업가정신에 대한 이론적 고찰,”사회적기업연구, 제2권, 제2호, pp. 5-28.
5. 장종익, 오창호, 신현상 (2020). 사회적경제 우수사례 성공요인 분석,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6. Chwolka, A. and M.G. Raith(2012) “The value of business planning before start-up: A decision-theoretical perspective,” Journal of Business Venturing, Vol.27, No.3, pp.385-399.
7. Schramm, C. (2018). Burn the Business Plan: What Great Entrepreneurs Really Do. Simon & Schuster: New York, NY.


필자소개
강정훈 한양대 임팩트사이언스연구센터 연구원 theodorekang@naver.com
강정훈 한양대 임팩트사이언스연구센터 연구원은 고려대 영문학과를 졸업했다. 현재 한양대 일반대학원 경영학과에서 마케팅 석사 과정 중에 있으며 스탠퍼드소셜이노베이션리뷰(SSIR) 한국어판 집필진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신현상 한양대 교수•임팩트리서치랩 대표 hyunshin70@hanyang.ac.kr
신현상 한양대 교수는 서울대 경영학과에서 학사•석사 학위를 받았고, 미국 일리노이대에서 경제학 석사,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롱아일랜드대 경영대 조교수와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조교수를 역임했다. 현재 한양대 임팩트사이언스연구센터장 및 SSIR 한국어판 편집인을 겸임하고 있다. 주요 연구 분야는 마케팅 애널리틱스, 신제품 개발, 사회 혁신, 임팩트 측정 및 관리 등이다.

  • 이방실 이방실 | - (현)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기자 (MBA/공학박사)
    - 전 올리버와이만 컨설턴트 (어소시에이트)
    - 전 한국경제신문 기자
    smi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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