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통이라는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분야에 손을 대 수출까지 하는 스타트업이 있다. 이 회사는 스타트업 중 드물게 직접 쓰레기통을 제조한다. 초기 길거리에 쓰레기가 넘치지 않게 해보자는 단순한 생각에서 출발한 사업이 이제는 압축형 쓰레기통 제작을 넘어 쓰레기 관리 솔루션 업체로 성장했다. 최근에는 영국, 콜롬비아 등 16개국에 수출도 한다. 이 회사 권순범 대표는 성공 비결을 묻는 질문에 “누구나 하고 싶어 하는 화려한 비즈니스가 아닌 것도 성공의 한 이유”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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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박민혁(연세대 사회복지학·경영학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사업을 성공시키는 비결은 무엇일까. 번뜩이는 아이디어나 풍부한 자금력, 혹은 폭넓은 인맥이 있으면 성공할까? 이들 중 한 가지만 확실히 갖춘다면 성공에 가까워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보통 사업을 시작할 때 이들 중 한 가지라도 제대로 갖추고 시작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렇다면 이건 어떨까. 아무도 도전하지 않는 분야. 이를테면 너무 힘들거나, 더럽거나, 위험해서 사람들이 기피하는 분야 말이다.
최근 국내의 한 스타트업이 쓰레기통 하나로 성공 스토리를 쓰고 있다. 주인공은 이큐브랩이다. 이큐브랩은 쓰레기 관리 효율화 솔루션을 제공하는 소셜벤처다. 태양광 압축쓰레기통과 모니터링 솔루션, 그리고 기존 쓰레기통에 부착이 가능한 IoT센서를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이큐브랩은 태양광에너지로 쓰레기를 8배까지 압축해 주는 ‘클린큐브’, 어떤 타입의 쓰레기통에도 간단히 설치해 쓰레기 적재량을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IoT 적재량 초음파 센서 ‘클린캡’, 클린큐브와 클린 캡이 인식한 센서 정보를 받아와 데이터로 변화해 도심 폐기물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클린큐브네트웍스’를 개발했다. 압축은 쓰레기통 내 설치된 배터리로 이뤄지는데 배터리는 태양광으로 하루 이틀이면 완충이 된다. 완충된 배터리는 빛 없이도 3주간 사용이 가능하다.
20대 청년 4명이서 창업한 이큐브랩은 스타트업으로는 특이하게 자체 제조공장을 소유하고 있다. 김포에 위치한 공장에서 전 세계 16개국으로 수출되는 쓰레기통을 자체 생산하고 있다.
이큐브랩은 단순 압축식 쓰레기통 제조업체는 아니다. 스스로를 쓰레기 관리 솔루션 업체라 부른다. 이를 위해 쓰레기통이 얼마나 채워졌는지 알 수 있는 모니터 시스템을 개발했다. 모니터링 솔루션은 쓰레기통이 설치된 지역과 함께 해당 쓰레기통이 얼마나 채워져 있는지를 표시해준다. 꽉 채워진 쓰레기통만 찾아 수거할 수 있어 편리하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쓰레기통에 IoT센서를 부착해 쓰레기 수거를 위한 가장 효율적인 동선을 제공하기도 한다.
창업 7년 차를 맞은 이큐브랩은 올해 매출 55억 원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직원도 초기 3명에서 40명 가까이 늘었다. 남들이 주목하지 않는 분야에 도전해 세계 시장에서 그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는 청년 기업가 권순범 이큐브랩 대표를 DBR이 만났다.
왜 쓰레기통에 주목했나.
시작은 아주 우연한 기회였다. 친구들끼리 신촌에서 술을 마시다가 길가에 있는 쓰레기통에 쓰레기가 넘쳐서 지저분한 모습을 보면서 친구들과 시민의식이 부족해서 저런 문제가 생기는 것이라는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사실 환경미화원들이 열심히 청소도 하고 쓰레기를 비우는 데도 쓰레기가 넘치는 건 시민의식의 문제보다 쓰레기통이 처리할 수 있는 용량이 너무 적어서가 아닐까 생각하게 됐다. 그래서 같이 술 먹던 친구들끼리 모여서 프로젝트를 하자고 제안했다. 태양광에너지를 활용해서 쓰레기통에 쓰레기가 일정 수준 이상 차면 이를 압축해주는 시스템을 만들자고 아이디어를 모았다. 당시 같이 술 먹고 어울리던 이들이 사회적기업 컨설팅을 해주는 ‘소셜컨설팅그룹(SCG)’에서 만난 친구들이었다. 그래서 처음부터 사회 문제 해결에 관심이 많았다. 시작은 소박했다. 돈이 목적이 아니라 정말 쓰레기가 길에 넘치는 것을 막아보자는 목표에서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