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xury & Premium Frontiers: 한섬 핸드백 브랜드 ‘덱케’ 이끄는 윤현주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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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섬이 만든 프리미엄 핸드백 브랜드 ‘덱케’가 출범 만 2년이 되기도 전에 국내 패션업계가 주목하는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핸드백 브랜드로서는 ‘약점’이라 할 수 있는 ‘made in Korea’, 역사가 짧은 후발주자라는 ‘핸디캡’을 딛고 프리미엄 핸드백 브랜드의 ‘루키’로 떠오른 이 브랜드의 성공 요인을 몇 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1) 브랜드 중심에서 디자인 중심으로 바뀐 소비 트렌드 (2) 기존 명품 브랜드가 갖지 못한 ‘독특함(uniqueness)’과 개성 (3) ‘절대가치’를 위한 소재 투자 (4) 오감을 자극하는 디테일 마케팅 (5) 럭셔리의 본질에 입각한 SNS 소통 |
편집자주
이 기사의 취재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김나경(고려대 심리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패션의 위기’, 특히 백화점을 주요 유통 채널로 삼고 있는 프리미엄 브랜드들의 고전이 이어지는 가운데 타임, 마인, 시스템 등의 브랜드를 거느린 패션업체 ‘한섬’1 의 선전은 이례적으로 느껴진다. 따뜻한 겨울 날씨까지 악재로 작용해 지난해 4분기(9∼12월) 전년 대비 백화점 의류 판매가 마이너스(-2%)를 기록한 반면 한섬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연결재무재표 기준)은 각각 2234억 원(21.3% 신장)과 306억 원(34% 신장)으로 뛰어올랐다. 실적 성장의 주 요인으로는 압도적인 브랜드 파워와 디자인의 힘이 꼽힌다. 또 국내 의류 시장에서 아웃도어와 SPA(제조유통일괄형) 브랜드들의 수요가 둔화되자 ‘브랜드의 힘’을 일관되게 고집해온 타임과 시스템 등 고가 의류 브랜드들의 선전이 상대적으로 힘을 발휘한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도 나온다.2
한섬의 선전 배경에는 이 업체가 현대백화점그룹에 인수된 이후 약 1년간 개발 기간을 거친 뒤 2014년 3월 내놓은 핸드백 브랜드 ‘덱케’ 역시 한몫을 했다. 한섬으로서는 7년 만에 처음 내놓는 이 신규 브랜드는 2015년 24개 매장을 통해 13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한 데 이어 2016년, 35개 매장(면세점 포함)에서 250억 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갓 두 돌도 지나지 않는 이 브랜드의 성장에 업계가 이례적인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핸드백이라는 아이템의 특수성 때문이기도 하다. 옷은 SPA 브랜드를 선택해 실용성을 추구하면서도 핸드백만큼은 자존심으로 여기는 모습을 나름의 ‘가치소비’로 여기던 여성 소비자들로 하여금 여성들이 명품 대신 국산 핸드백 브랜드에 눈길을 돌리게 한 비결은 무엇일까. 앞서 ‘쿠론’으로 이미 한 차례 K패션(한국발 패션브랜드)의 가능성을 보여준 윤현주 한섬 잡화사업부장(상무)에게서 덱케의 프리미엄 브랜드 전략을 들었다.
덱케는 한섬이 수입 또는 라이선스가 아닌 자체 브랜드로는 7년 만에 선보인 브랜드다. 고급화를 추구하는 한섬의 아이덴티티에 맞추려면 프리미엄 브랜드여야 했고, 실제로도 제품 기획 및 판매 과정에 럭셔리 브랜드의 공식이 녹아 있는 점이 엿보인다. 한국발(發) 잡화 브랜드의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한 것인가.
덱케는 프리미엄군, 그중에서도 최근 인기를 끄는 ‘컨템포러리’3 패션 장르를 염두에 둔 브랜드다. 한섬 전체 포트폴리오상 필요하기도 했고 출범 이후 덱케처럼 컨템포러리 감성을 지향하는 신진 후발 브랜드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의류가 아닌 잡화 브랜드로 7년 만에 자체 신규 브랜드를 선보이면서 가장 염두에 둔 점은 글로벌 시장이었다. 패션 브랜드 내에서도 핸드백, 주얼리, 신발 같은 잡화 영역이 중시되는 트렌드를 반영한 결과이기도 했다. 한국과 프랑스 파리에서 동시에 출시했다. 한섬이 파리에 세운 패션 편집숍 ‘톰그레이 하운드 파리’를 플랫폼 삼아 2015년 3월, 유럽 시장에 진출한 것은 이 브랜드가 해외 소비자들에게도 충분히 소구할 수 있을지 테스트하기 위해서다. 또 파리가 전 세계 패션업계에서 ‘트렌드의 창’ 역할을 하다보니 이 매장을 통해 다른 국가의 매장에서 입점 문의가 오기도 한다. 실제 런던의 편집숍 ‘펜윅(Fenwick)’에서도 입점 요청이 들어와 이 매장에 어울리는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K팝, 한국드라마 등을 통한 한국의 이미지는 서구에서도 ‘쿨’ 한 요소로 받아들여지는 것 같다. ‘별에서 온 그대’를 통해 인기가 높아진 전지현을 구찌의 글로벌 광고에서 만나볼 수 있게 됐고 한국의 문화와 한국발 유행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이 유지되고 있는 지금 같은 시기를 잘 활용해야 한다고 본다.
하지만 브랜드와 나(self)를 동일시하려는 성향이 강하게 나타나는 핸드백이란 아이템의 특성상, 신규 국내 브랜드가 세련된 취향을 가진 여성 고객들을 공략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 같다. ‘비복귀 효과(non-return effect)’ 또는 ‘톱니 효과(ratchet effect)’ 이론을 일부 적용하면 한 번 럭셔리 브랜드 핸드백을 소유했던 고객이 전통적인 럭셔리 브랜드 대신 국내 브랜드로 방향을 선회하기란 쉽지 않을 것 같다.
소비 트렌드는 빠르게 ‘브랜드’ 중심에서 ‘디자인’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특히 많은 글로벌 브랜드가 진출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성숙한 시장에서 이러한 변화가 더 빠르게 나타나고 있는 것 같다. 실제 덱케의 고객층 가운데는 이른바 명품 브랜드 중에서도 가장 고가의 라인업을 갖춘 에르메스 핸드백을 소유한 상류층 여성이 적지 않다. 이들이 원하는 것은 오히려 ‘독특함(uniqueness)’이었고 디자인 측면에서 기존 브랜드보다 훨씬 개성적이었던 덱케가 소구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이는 해외 시장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난다.파리 매장인 톰그레이하운드에서 잘 팔리는 아이템은 국내 시장에서의 베스트셀러에 비해 훨씬 더 개성적인 디자인을 자랑하는 제품들이다. 유럽은 워낙 많은 브랜드들이 오랫동안 진검승부를 펼쳐온 공간이다보니 평범한 브랜드만으로는 승부를 볼 수 없다. 또 이미 자리를 잡은 브랜드들조차 시선을 끄는 제품을 내놓지 못하다보니 ‘잇(it) bag’ 같은 잭팟이 잘 터지지 않는 것 같다. 신규 주자로서 고객과 바이어를 유혹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역시 디자인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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