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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xury & Premium Frontiers: ESSEC 드니 모리세 교수 인터뷰

디지털 혁명 시대의 럭셔리 브랜드, ‘제왕적 카리스마’ 버리고 ‘소통’ DNA 장착하라

김현진 | 190호 (2015년 12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소수의 선택된 자’(happy few)를 위한 럭셔리는 태생적 특성상 배타성(exclusivity)이 미덕으로 통했다. 제한된 유통 및 마케팅 채널을 통해 고객과 커뮤니케이션하다보니 온라인과 같은민주화된 공간을 상극처럼 여겼다. 하지만 디지털 와해에 따른 변화의 물결을 맞아 럭셔리 업계도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잰걸음에 나섰다. 기존의 대형 럭셔리 브랜드의 아성에 밀렸던 스타트업성 신생 럭셔리 브랜드나, ‘울트라 럭셔리브랜드 모두 온라인을 획기적인 마케팅 툴로 사용할 수 있다. 다만 기존의 성공공식이었던통제가 아닌소통 DNA를 새롭게 탑재할 필요가 있다.

 

럭셔리를 규정하는 단어 중 하나는 배타성(exclusivity)이다. ‘소수의 선택된 자(happy few)’를 타깃 소비자로 하는 제품군이다 보니 아무나 살 수 없고, 아무데서나 볼 수 없는 제한된 유통 채널을 선별해 판매망을 꾸리는 것이미덕으로 여겨졌다.

 

일반 유통업종들이 온라인 비즈니스를 본격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한 10년 전만 해도럭셔리와 온라인은 본질적으로 공생할 수 없다며 온라인 유통에 대한 강한 반발심을 보이는 럭셔리 브랜드 최고경영자(CEO)가 적지 않았다. 그러던 럭셔리 업계에서도 몇 해 전부터 e커머스, SNS 등 온라인 생태계가 주도하는 디지털 와해 현상이 혁신의 키워드로 떠올랐다. 이에 지금까지 전통적인 마케팅, 유통 노하우에 길들여진 럭셔리 업계 임직원들은 태생적으로 이질적으로 여겨졌던 럭셔리와 온라인을 연결하는 최적의 솔루션을 찾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럭셔리 브랜드는 디지털 혁명에 의해 와해될 것인가(Are Luxury Brands Disrupted by the Digital Revolution?)’라는 주제로 최근 서울 남산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프랑스 비즈니스스쿨 ESSEC 주최 마스터클래스는 이런 고민을 가진 럭셔리 업계 종사자들로 가득 찼다. 이 강의를 이끈 드니 모리세 ESSEC 아시아퍼시픽 Luxury Executive Marketing Program 디렉터로부터 럭셔리 브랜드 및 유통을 표방하는 업체들이 가져야 할디지털 마인드에 대해 들었다.

 

 

 

드니 모르세 교수는 프랑스의 명문 상경계 그랑제콜인 ESSEC을 졸업하고 25년간 조르지오 아르마니, 랄프 로렌, 피에르 발망 등의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에서 근무하며 COO CEO 등을 역임했다. 2004년부터 ESSEC에서 Luxury Brand Management MBA를 비롯한 여러 과정의 럭셔리 유통 전략 및 서비스 마케팅을 강의하고 있다. 2011년부터는 중국과 싱가포르, 프랑스를 오가며 강의 및 컨설팅 활동을 벌여왔다. 현재 ESSEC의 싱가포르 캠퍼스에서 고위 경영자를 대상으로 하는 Luxury Executive Marketing Program을 개발, 운영하고 있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럭셔리 브랜드 CEO 가운데 온라인 전략이 무엇인지 묻는 말에 손사래를 치며 “우리는 대중화를 거부한다고 말하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왜 럭셔리 업계는 온라인과 거리를 두었나.

 

CEO는 말할 것도 없고 경영 석학들 역시 럭셔리가 피해야 할 유통 채널로 온라인을 꼽기도 했다. 럭셔리 브랜드는 기본적으로 특정한 가치와 철학을 고객들에 제시하는, 카리스마 강한 트렌드세터 역할을 해왔다. 유통, 홍보, 마케팅 채널 등을 중앙집권식으로 유지하며 일괄적으로 이미지와 판매를 통제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유지하는 골든 룰로 생각했다. 온라인은 이 같은 기존 유통 채널에 비해 자유방임적이다. 럭셔리 업체들은 온라인 채널을 통한 모조품 유통, 온라인상에서 여러 브랜드 제품이 한꺼번에 뒤섞이며 발생할 수 있는 브랜드 이미지 혼동 등을 우려한 것이다. 또 병행수입 시장 등이 활성화되면 중앙집권식 방식을 고수하는 브랜드들로서는 큰 위협이 되지 않을 수 없다. 마지막으로 가격 자체가 온라인 채널을 기피하게 된 원인이 되기도 했다. 한국에서 직구 트렌드가 인기를 끄는 이유도 일부 국제 배송료를 감수하더라도 한국에서 사는 것보다 유럽이나 미국에서 구입하는 것이 훨씬 더 싸기 때문일 것이다. 온라인이 큰 유통 채널로 떠오르면서 가격은 더 이상 숨길 수 없는 요소가 됐다. 각 브랜드는 지역별 가격차이가 나는 데 대해 합리적으로 설명하거나 각국의 소비자들이 공평하다고 느낄 수 있게 하는 가격 정책을 펼치는 등 가격 이슈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온라인 판매나 홍보가 럭셔리 브랜드의 고유 속성인 배타성을 잃게 한다는 우려가 여전히 존재하는 것 같다. 그럼에도 럭셔리 브랜드에게 온라인 혁명은 기회가 될 수 있을까.

 

올해 발표된 맥킨지 조사에 따르면 온라인 채널을 통한 럭셔리 제품의 매출은 전 세계적으로 140억 유로에 달했다. 이는 2013년 대비 50%가량 성장한 수치다. 온라인을 통한 판매는 지난 5년간 27% 증가해 7% 성장하는 데 그친 오프라인 채널의 성장세를 압도했다. (그림 1)1 또 지난해 기준 온라인을 통한 판매 실적은 전체 럭셔리 시장의 6% 2009 2%에 비해 3배 가까이 늘었다. 이제 럭셔리 브랜드들에게도 온라인 채널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됐다.

 

 

 

사실 럭셔리와 온라인의 관계를 얘기할 때 쉽게 간과하는 것이 모든 럭셔리 브랜드가 똑같은 처지가 아니라는 점이다. , 모든 럭셔리 브랜드가 샤넬이나 루이뷔통처럼 유명하진 않다. 전 세계인이 아는 이른바 톱 브랜드들에게는 배타성과 온라인 채널이 주는 대중성을 어떻게 저글링할지가 관건일 것이다. 하지만 가격이나 품질 면에서는명품급이라 할 만하나 인지도가 약한숨은 럭셔리 브랜드에게는 온라인 채널만 한 기회가 없다. 오프라인 채널을 통한 경쟁만을 벌일 때 대형 럭셔리 기업에 밀려 파리의 샹젤리제, 뉴욕의 5번가 등 유명 쇼핑가에 매장 하나 열지 못했던 기업들이 온라인이라는 평등한 플랫폼에서 진검승부를 펼치게 된 셈이다. 그래서 온라인이명품의 민주화를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는 것이다.미국의 신생 프리미엄 핸드백 브랜드만수르 가브리엘이 대표적 사례다. 아직 대규모 자금을 동원하기 어려운 스타트업 성격의 이 브랜드는 먼저 입소문을 바탕으로 온라인상에서 팬덤을 형성했다. 오프라인 매장이 많지 않은 한계를 극복하고 재고가 적어 웨이팅 리스트가 긴 점을 노려플래시 세일로 불리는 온라인 반짝 판매 마케팅을 했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한정 판매제품을 구했다는 심리적 만족감을 줄 수 있는 기법이다.

 

한편 온라인이라는 새 영토는 범접할 수 없는 가격대와 희소성을 자랑하는울트라 럭셔리브랜드에도 기회가 될 수 있다. 예컨대 페라리는 자동차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갖고 싶어 하는드림 카. 하지만 페라리를 구입할 정도로 재력을 갖춘 사람들이 단순히 디자인과 엔진사향 등의스펙만 봤을지는 의문이다. 이들 역시인정 욕구가 있다. 동료 소비자들이 페라리를 타고 거리를 지나가는 내 모습을 한번쯤 봐주기를 바란다는 뜻이다. 비 고객인동료 소비자를 교육하는 것도 브랜드의 몫이다. 페라리를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포함해 최대한 많은 고객 접점을 통해 알리는 것은 이런부가가치를 노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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