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with Business Frontier - 린스타트업 전도사 이희우 대표
Article at a Glance
창업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먼저 핵심적인 아이디어를 도출하고 이후 제품 개발과 출시를 위한 정확한 스케줄을 짜고, 필요한 예산을 마련한 후 최고의 제품을 내기 위해 제품 개발에 온 힘을 기울이는 것이 정석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최소한의 비용으로 일단 최소 존속 제품(MVP)을 만들어 시장에서 직접 테스트를 하는 ‘린스타트업’이 대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직장을 다니면서 얼마든지 창업 아이디어를 실험할 수 있고 페이스북 페이지를 이용해서도 기반을 다질 수 있는 시대다. 아이디어는 그저 아이디어일 뿐이다. 아이디어가 있다면 하루 빨리 시장에서 테스트할 제품을 만들어봐야 한다. |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이예림(이화여대 국문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스타트업 열풍이 불고 있다. 대통령이 창조경제를 설파한 덕분인지 요즘엔 직장인들 사이에서도 모이면 창업 이야기를 하고 아이템을 공유한다. 물론 이 중에 실제 창업으로 뛰어드는 사람은 아직 많지 않다. 하지만 열기만큼은 어느 때보다 뜨겁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창업은 어렵고 두려운 일이다. 창업하면 뭔가 전 재산을 투자해 사활을 걸고 해도 성공할까 말까 한 일이라는 생각이 강해서다. 주위에 창업했다 실패한 사례가 훨씬 많다 보니 이런 두려움은 더 커진다. 그런 와중에 수년 전부터 ‘쫄지 말고 창업하라’고 외치는 이가 있다. 바로 이희우 IDG벤처스 한국지사의 대표이사다. 그는 수년째 팟케스트를 통해 창업에 대한 생각을 설파하고 있는 창업 전도사다. 지난해에는 <쫄지 말고 창업>이라는 책도 낼 정도로 왕성하게 활동 하고 있다. 또 창업스쿨을 운영하는 스타트업계 스승이기도 하다. 그가 운영하는 ‘쫄지 마! 창업스쿨‘은 지난 2013년에 시작된 이래로 지금까지 총 6회를 진행하며 4000여 명의 졸업생을 배출한 국내 대표 창업교육 프로그램이다. 올해 상반기에 진행된 시즌 1의 경우 전회 매진을 달성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이 프로그램 출신인 언니의 파우치, 모두의 주차장, 심플로, 앤벗, 와이디어, 번개 장터, 베이비 프렌즈 등 많은 수료팀이 각종 창업경진대회 수상 또는 투자유치 등의 성과를 얻었다. 그를 만나서 스타트업 창업의 방법과 성공 비법을 자세히 들어봤다.
이희우 대표는 서강대 경제학과 졸업 후 KTB네트워크에서 벤처캐피털리스트로서 경력을 쌓았다. 최근에는 글로벌 벤처캐피털인 IDG벤처스(IDG VENTURES) 한국지사의 대표를 맡고 있다. 특히 그는 스타트업 대상 투자상담 토크쇼 ‘쫄투! 쫄지 말고 투자하라’는 팟캐스트 진행자로 왕성하게 활동하는 동시에 창업교육 프로그램 ‘쫄지 마! 창업스쿨’도 운영 중이다. 최근에는 ‘먼데이펍’이라는 스타트업을 직접 창업하기도 했다.
창업 열기가 뜨겁다. 원인이 무엇이라고 보는가.
창업 열풍은 전 세계적 추세다.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취직이 안 되기 때문이다. 취업난이나 청년실업 문제는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적 문제다. 여기에 모바일 경제 시대로 접어들면서 이 시장이 커지고 상대적으로 창업을 하기 쉬워진 것도 한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미국만 봐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하나 만들어서 크게 성장한 기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고 국내에서도 많은 성공 사례가 나오고 있지 않나. 스마트폰 시대가 되면서 많은 자본을 들이지 않아도 창업을 손쉽게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고 기술적 진보로 가속도가 붙었다고 본다. 클라우드 시스템 때문에 굳이 서버를 유지하거나 할 필요도 없어지고 돈 안 들이고도 모듈을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 된데다 최근에는 제도적으로 액셀레레이터나 엔젤투자자 등이 나타나면서 창업 초기 펀딩을 하기도 쉬워졌다. 국가가 나서 창업을 장려하는 것도 사실이다. 과거 국내에서 창업을 하려면 자본금 규모가 5000만 원은 있어야 했는데 지금은 1만 원부터 시작할 수 있다. 창업이 쉬워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 직접 창업에 도전했던데 자세한 이야기를 들려달라.
평생을 투자자로 살았지만 창업 관련 책도 쓰고 강연도 하다 보니 창업 경험이 없다는 것이 한계로 여겨졌다. 그래서 직접 창업을 해보기로 했다. 특히 창업을 너무 어렵게 생각하는 사람들의 고정관념을 깨고 싶었다. 실제 이번에 ‘먼데이펍’이라는 회사를 만들고 ‘요즘예능’ 앱을 출시하는데 딱 100만 원 들었다.
먼데이펍 창업은 아주 우연한 계기로 진행됐다. 우연히 ‘쫄지 마! 창업스쿨’에서 만난 제자와 술을 한 잔 하는데 이 친구가 아이디어를 냈다. 향후 콘텐츠 소비가 동영상 중심으로 갈 테고 동영상 중에서도 예능 프로그램에 대한 소비가 늘어날 텐데 지금까지는 예능 프로그램을 다운받아야 해서 귀찮았다. 그런데 이 친구가 이걸 한 방에 해결할 수 있는 방법으로 연예인별, 프로그램별로 예능을 데이터베이스로 정리해서 보여주는 앱을 만들자고 했다. 좋은 아이디어 같았다. 될 것 같았다. 그래서 해보자고 했다. 거창하게 시작할 필요도 없었다. 이 친구나 나나 모두 직장이 있으니 회사를 다니면서 창업을 하자고 했다. 매주 월요일에 오프라인에서 한 번씩 보고, 주중과 주말에는 카카오톡으로 회의를 했다. 이후에 합류하는 팀원에게는 지분 10%씩을 나눠져 책임감을 갖고 일하게 했다. 대신 사람이 많아지면 분쟁이 자주 생기기 때문에 영역이 겹치는 사람은 합류시키지 않는다는 원칙을 정했다. 일단 창업 쪽 컨설팅을 많이 한 내가 기획을 맡고 제자가 데이터베이스 작업을 맡았다. 서버 하나에 안드로이드 클라이언트 하나로 시작했다. 일단 처음 MVP부터 빨리 만들고 나중에 팀을 확대하는 방법으로 진행하자고 했다. 이렇게 월요일마다 술집에 모여서 앱을 개발했다고 해서 회사 이름도 ‘먼데이펍’으로 지었다. 이후 팀원 각자가 25만 원씩 갹출해 100만 원으로 ‘요즘예능’을 만들어 출시했다. 그게 지난해 12월이다. 예능 프로그램을 연예인별, 요일별 등으로 찾아 볼 수 있는 앱이다. 초기에 성과가 좋았다. 2주 만에 1억 정도 투자도 받았다. 그런데 난관이 발생했다. 방송사에서 저작권 위반으로 앱 삭제 요청을 해 구글플레이어에서 삭제된 것. 결국 구글에 이의 제기를 해 한 달 보름 만에 앱을 다시 살려 다운로드 수 21만을 넘기는 등 선전했지만 최근 또 모 케이블 방송에서 딴지를 걸어서 주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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