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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xury & Premium Frontiers: 현대자동차 제네시스- 김상대 현대자동차 국내마케팅실 실장

"‘기본기의 혁신’ 내걸고 덤빈 프리미엄 車 희소성 유지가 향후 과제"

김현진 | 186호 (2015년 10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제네시스는 현대자동차가 양산 차 전문 메이커라는 인식을 벗고 유럽의 프리미엄 차종과도 당당히 견줄 수 있을 정도의 품질과 디자인을 갖추기 위해 야심차게 내놓은 첫 프로젝트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겹쳐 데뷔 시기가 좋지 않았음에도합리적 가치를 무기로 한국을 넘어 미국인의 관심을 잡는 데 성공했다. 2013 2세대 모델의 탄생과 맞물려 기대를 뛰어넘는 성과들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는 BMW, 아우디의 경쟁 차종 등을 제치고 안전도, 잔존가치 면에서 우월한 평가를 받기도 했다. 현대차는 명품 브랜드와의 협업 경험, 소비자 분석을 바탕으로 감성과 기술을 동시에 내세우는 전략을 구사하며 과거 익숙지 않았던 프리미엄 마케팅의 영역을 차근차근 개척해나가고 있다.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이민정(중앙대 경영학부 4학년) , 권세은(성신여대 경영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지난해 11월 미국 최고 권위의 중고차 잔존가치 평가사 ALG(Automotive Lease Guide)가 발표한 ‘2015 잔존가치상(Residual Value Award)’에서 제네시스가 전년도 수상 차종인 렉서스 GS(3) 2012년 수상차인 아우디 A6(4), BMW5시리즈(7) 등을 제치고 현대·기아차 최초로 프리미엄 대형차 부문 최우수상 수상 모델에 올랐다. 잔존가치란 일정 기간 신차를 사용한 뒤 예상되는 차량의 가치를 품질, 상품성, 브랜드 인지도, 판매전략 등의 요소를 따져 종합적으로 산정한 것으로 통상 3년 후 잔존가치를 평가한다.

 

미국의 오토가이드는 2015년형 제네시스와 재규어의 중대형 세단인 XF3.0을 비교하는 특집 기사에서 이 두 모델이 코카콜라 및 펩시, 포드 및 쉐보 레와 흡사한 라이벌 관계라고 규정하고 ‘20년 전만 해도 품질이 떨어졌던 현대차가 재규어에 비해 한 세대는 앞서는 것처럼 여겨지는 차량을 내놓았다는 것만 해도 기념비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고 지적했다.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들이 각축전을 벌이는 미국 시장에서내공을 인정받는 낭보가 속속 들려오고 있고 소비자 소통 채널을 강화해 국내 마케팅에도 힘을 쓰면서 제네시스는 내수와 수출 실적 모두 눈에 띄는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2013 11월 신형(2세대) 모델이 출시된 이후 제네시스의 국내 판매대수는 12147(2013)에서 36711(2014)로 껑충 뛰었다. 2세대 제네시스는 출시 18개월 만에 10만 대 판매를 넘어서는 기염을 토했다. 이는 2008년 출시된 1세대 모델이 10만 대 판매를 돌파하는 데 걸린 28개월을 10개월가량 단축시킨 것으로 현대차가 지금까지 선보인 대형차 중 역대 최단 기록이다. 미국 시장에서는 중형급 이상 글로벌 자동차 카테고리에서 BMW5시리즈,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에 이어 판매 실적 3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영어로기원’ ‘창세기라는 뜻을 가진 제네시스는 실제 현대차를프리미엄 카 메이커로 재포지셔닝할 기회를 제공하며 새 역사를 열었다. 데뷔 시기가 글로벌 금융위기와 겹쳤지만 오히려 과시적 가치보다 합리적 가치를 중시하는 실속형 소비자들에게 어필하며 의외의 선전을 거뒀다. 제네시스의 프리미엄 마케팅 전략을 김상대 현대자동차 국내마케팅실 실장으로부터 들었다. 판매 전략 담당인 김윤수 차장과 김남중 과장, 제네시스 마케팅을 담당하는 양영선 국내상품팀 과장, 지난해 10월 신설된 국내커뮤니케이션실에서 소비자 소통 전략을 담당하는 이기봉 과장도 인터뷰에 동석해 제네시스의 상품, 마케팅 전략에 대해 의견을 전했다.

 

 

 

2세대 제네시스의 핵심 가치제안은 무엇인가.

 

1세대는 승차감, 정숙성 등을 내세워 렉서스를 겨냥했다. 2세대로 접어들면서 기동성, 주행감 등을 내세우며 유럽의 명품 차들을 직접적인 경쟁자로 상정했다. 1세대 모델이 출시될 때만 해도 고급 차 수요자 조사 결과, ‘고급 차는 승차감이 좋아야지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더 많았다. 하지만 이후 유럽 차들이 디젤 차량을 내세워 주행감이 살아 있는펀 드라이빙을 내세우는 트렌드가 국내 고급 차 시장에도 조금씩 확산되기 시작했고 이에 맞춰 2세대 모델에는 자동차 본연의 주행 성능을 내세웠다.

 

과거 대형 차는사장님 차’ ‘아저씨 차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그러나 제네시스는젊은 중년층고객들의 구매가 많다고 들었다.

 

기존 현대차의 디자인 철학이었던플루이딕 스컬프처를 보다 세련되게 바꾼 새 디자인 철학플루이딕 스컬프처 2.0’이 신형 제네시스에 처음으로 적용됐다. 또 현대차가 자체 개발한 세단용 4륜 구동 시스템 ‘H트랙도 이 차량에 처음 도입됐다. 최근 수입 4륜 후륜구동이 안전성 측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것과 맞물려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높았던 것도 주효했다. 현재 제네시스 차량을 구입하는 소비자 60%가량이 H트랙을 선택하고 있을 정도다. 제네시스를 통해 현대차의 프리미엄 대형 차급에서는 처음으로 유수 디자인상도 수상할 수 있었다. 디자인 자체가 젊은 세대 취향에 맞춰 바뀌면서 ‘3545’ 세대를 겨냥한 마케팅을 다양하게 기획했다. 소비와 관련된 정보가 많고, 이 정보를 실시간으로 지인과 공유하는 이들을 공략하려는 취지에서 지난해 7월 초 경기도 남양연구소에 동호회 회원, 전문가, 구매 고객 등 40여 명을 불러 충돌실험을 하기도 했다. 충돌테스트 시연 일주일 전, 자동차 파워블로거 1명과 제네시스 동호회 관계자 1명을 울산 출고센터로 초청해 테스트에 사용할 제네시스를 선정하도록 하고 차량이 바뀌는 걸 막기 위해 락카로 표시하게 하는 등 공정성에 만전을 기했다. 제네시스 수출용 차와 내수용 차가 다르다는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한 행사였다. 이 스몰오버랩(운전석 쪽 25%를 충돌하는 실험) 충돌실험 영상을 1분 분량의 바이럴 영상으로 만들어 유튜브에 게시했는데 게시 1개월 만에 111만 뷰를 넘어서는 등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아우디를 사려다가 이 동영상을 본 뒤 제네시스로 마음을 돌렸다는 고객도 본 적이 있다. 이런 것들이 합쳐져 제네시스에 대한 긍정적인 팬덤이 형성된 것 같다.

 

사실 고객 초청 충돌 시연회를 여는 것에 대한 내부 반발은 적지 않았다. 특히 홍보 및 연구소 부문에서 단 1%라도 원치 않은 결과가 나왔을 경우 부정여론이 확산될 것을 우려했다. 2세대 모델 출시 당시 기자단을 대상으로 이미 한 차례 선보인 충돌실험을 통해 어느 정도 자신감도 생긴 상태였고, 결국 각 부문 경영진이 최종적으로 결단을 내리면서 담대한 도전을 할 수 있었다.

 

 

 

고급 명품 브랜드에서 조금 더 대중화된 세컨드 라인을 내는 것은 쉬워도, 그 반대의 방향성을 갖기는 쉽지 않다. 특히 미국 시장에서 세계 명차들과 겨루기가 쉽지 않았을 듯한데.

 

슈퍼볼, 아카데미상 시상식 후원 등 미국인의 시선이 집중되는 대규모 행사에 현대자동차 브랜드가 노출되는 대규모 광고를 진행한 것과 별개로 최신 광고 트렌드에 맞춰 감성적인 부분과 기술적인 부분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메시지를 꾸준히 개발했다. 4월 전 세계 시장을 대상으로 선보여 유튜브 등에서 크게 화제가 된 브랜드 캠페인메시지 투 스페이스(A Message to Space)’는 우주비행사인 아빠에게 고사리 손으로 쓴 딸의 메시지를 필체 그대로 전달한 제네시스의 대형 프로젝트다. 미국 네바다 주의 사막델라마 드라이 레이크에서 11대의 제네시스를 활용해 우주에서도 보일 정도로 거대한 타이어 트랙 메시지를 그린 이 캠페인은 자동차가삶의 동반자라는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한 것이었다. 자동차가 만든 궤적은 2015년 기네스북에세계에서 제일 큰 타이어 자국(The largest tire track image)’으로 기록되기도 했다. 이 같은 마케팅은 감성뿐 아니라 후륜구동인 제네시스의 기술적 우수성을 드러나게 한 것으로 고객들에게 친밀감을 주려는 의도로 기획됐다. 이번 영상은 멀리 떨어진 가족들을 연결하는 모습을 통해 자동차가 사랑하는 사람들 간의 물리적 거리를 가깝게 하는 이동 수단 역할을 넘어 감정적 거리를 가깝게 느끼도록 돕겠다는 비전이 담겨 있다.브랜드 웹사이트를 통해 우주비행사 아빠와 딸의 감동적 스토리, 제작 비하인드 스토리 등을 전하기도 했다. 아울러 이와 유사한 감동을 나누기 위해 전 세계 주요 국가에서 사랑하는 사람에게 특별한 메시지를 보내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이벤트 참여 고객이 개인 SNS 채널을 통해 메시지를 작성하면 제네시스가 사막 위에 메시지를 그려주는 영상이 자동으로 제작되며 이 메시지를 서로 공유할 수 있게 하면서 구전효과가 더해졌다. 전 세계적으로 입소문이 날 만한, 그리고 무엇보다 제네시스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좀 더 대담(bold)하게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마케팅을 생각하다 나온 아이디어고 실제 반응도 좋았다.

 

 

 

이 광고는 2011년 새로운 브랜드 슬로건 ‘New Thinking, New Possibilities’를 발표하면서 선보였던메가 오르골기업 광고가 호평을 받았던 것을 경험삼아한번 더 대형 프로젝트를 기획해보자는 최고경영진의 아이디어가 반영돼 기획됐다. 당시 현대차는 427대의 쏘나타로메가 오르골을 연주하는 이색적인 기업 광고를 선보이며 호평을 받았다.1

 

2008년 처음 제네시스 1세대 모델이 나왔을 때, 도요타의 렉서스처럼 별도의 독자 브랜드를 내는 전략을 내는 대신 제조업체 이름과 새로 내놓는 브랜드의 명칭을 함께 쓰는 콤비네이션 전략을 택했다. 당시 현대차 브랜드 위상이 뿌리내리기도 전 초기 투자비용이 큰 고급 차 시장에 무리하게 진출하기보다 안정적으로 입지를 확보하기 위해 이 같은 전략을 택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 전략을 앞으로도 유지할 것인지.

 

현대차는 여전히 세계 5대 자동차 메이커 중에 단독 프리미엄 브랜드를 갖고 있지 않는 유일한 회사다. 2008년 당시에도 렉서스의 프리미엄 전략을 벤치마킹해 별도 브랜드를 내야 한다는 주장이 만만찮았다. 독자 브랜드는 고급 승용차종으로의 라인 확장으로 고객층의 저변을 확대하고 장기적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현대차 자체에 대한 인지도가 아직 확고하지 않았던 미국 시장에서 단독 브랜드로 나서는 데 대한 리스크도 고려해야 했다. 현대차의 우산 아래 브랜드를 두게 될 경우 초기 투자비용을 절감할 수 있음은 물론 기존 유통망을 그대로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컸기에 이에 따라 콤비네이션 브랜드로 출범한 것이다.2

 

 

 

별도 브랜드로의 독립과 관련된 갑론을박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북미에선 2세대 제네시스를 내놓으며 차체 앞면에서 현대자동차 로고를 떼버렸다. 국내의 경우 현대차가 1등 브랜드라는 인식이 강하고 독보적인 인프라를 갖춘 만큼 제네시스 브랜드가 굳이 현대차 우산 아래에 있지 않아도 고객들이 헷갈려 하진 않을 것으로 봐 1세대부터 앞뒤면 모두에 현대차 로고를 부착하지 않았다. 별도 프리미엄 브랜드로의 독립을 주장하는 이들은 아직은 현대란 브랜드를 대중 차 전문 메이커라고 인식하는 고객이 적지 않기에 완전히 분리되는 것이 맞다고 주장한다. 기존 판매, 서비스 거점을 지금처럼 그대로 활용할 경우 타깃 소비자들이 차별화된 경험 및 서비스를 누리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쏘나타 등 대중 차를 판매하는 카 마스터(판매사원)가 제네시스를 판매하는 등 구입 차종에 따른 응대 서비스도 차별화하기 어렵다는 것도 콤비네이션 브랜드의 한계로 지적될 수 있다. 아직은 장단점이 뚜렷하기에 별도 브랜드로의 독립은 장단점을 면밀히 따져본 뒤 신중히 결정할 예정이다.

 

마케팅과 관련해 리스크도 있었나.

 

1세대 모델이 출시된 이후 예상치 못한 리스크가 발생했다. 미국과 한국 제품 간에 가격 차이가 나면서 국내 고객들의 불만이 발생한 것이다. 북미 시장은 한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신흥시장이었고, 딜러 중심의 시장 상황에서 경쟁 차종과의 관계를 고려해 전략적으로 마진을 낮게 책정할 수밖에 없었다. 또 미국 소비자 특성에 맞춰 옵션을 줄이면서 평균 가격이 낮아진 점도 있었다. 마침 2세대 모델 발매 시기에는 북미 시장에서 현대차 제값 받기 캠페인이 어느 정도 탄력을 받고 있던 시점이었던 만큼 국내외 판매 가격의 간격을 줄일 수 있게 됐다. 온라인 기술 혁명, 직구 트렌드와 더불어 가격 민감도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자동차뿐 아니라 어떤 산업 영역에서든 각 국가에서 판매되는 제품의 가격차에 소비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한다. 고급 차 수요자라도 이런 흐름에서 자유롭지 않기 때문에 최대한 가격 이슈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정하고 있다.

 

 

현대차가 실수로 제네시스를 잘 만들었다며 ‘제네실수’라는 표현을 쓰는 사람들도 있다. 어쨌거나 제네시스에 대한 선호도는 높다는 뜻인 듯 하다. 제네시스 브랜드를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등으로 확대할 계획이 있나.

 

‘제네실수’란 표현이 안타깝기도 하지만 역으로 제네시스만큼은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 확고한 포지셔닝과 품질력을 갖춘 제품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긍정적인 의미라고 생각한다. 국내외에서 모두 제네시스가 현대차를 대표하는 중대형 세단으로 인식되고 있고 에쿠스는 국내 중심으로만 판매되다 보니 제네시스가 대표 브랜드로 확산될 것이라는 전망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브랜드 확장, 그중에서도 인지도가 높은 브랜드를 활용한 확장은 사실 어떤 브랜드라도 쉽게 선택할 수 있는 전략이다. 포르셰도 스포츠카를 기반으로 고급 세단인 파나메라, 대형 SUV인 카이엔, 소형 SUV 마칸을 만들지 않았나. ‘프리미엄 이미지 지키기에 방점을 두고, 다양한 가능성을 검토 중이다.

 

 

 

 

2009제네시스 프라다를 서울 모토쇼에서 공개하며 처음으로 해외 럭셔리 브랜드와 협업했다. 2013년 서울모터쇼에서 에르메스와 협업한 ‘에쿠스 by 에르메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 같은 협업의 성과와 교훈은 무엇인가.

 

링컨은 카르티에와컨티넨털 마크 VI 카르티에 에디션을 선보였고, 마세라티는 이탈리아 남성 패션 브랜드에르메네질도 제냐와 여러 차례 협업 작품을 내놨다. 구치는 이탈리아 통일 150주년과 구치 창업 90주년을 맞아 2011년 피아트와 ‘500 구치 에디션을 내놓기도 했다. 사실 자동차와 명품 패션 브랜드의 협업은 새로운 일은 아니다. 프라다가 2009년 서울 경희궁에서 네덜란드 건축가 렘 콜하스의트랜스포머전시회를 열 때 먼저 협찬 의뢰를 해왔다. 당시 단순히 스폰서만 하기는 어렵고 현대차가 직접 참여하는 컬래버레이션은 환영이라는 의사를 전한 것을 계기로프라다를 입은 제네시스를 계획하게 됐다. 방송인 유재석 씨 등 여러 유명 인사가 이 차를 애용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당시 판매 대수가 많진 않았지만 우리가 노린 것이 판매량만은 아니었다. 인구 구조가 급격히 고령화되고 상위 20%에 해당되는 계층도 빠르게 늘고 있다. 상위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는 것은 브랜드의 중요성이 더 커진다는 의미로 읽을 수 있다. 소비는 결국 양극화될 것으로 본다. 피라미드 상단에서 브랜드 가치 중심의 소비를 하는 집단과 하단에서 실속 중심의 소비를 하는 집단으로 이미 소비자층이 구분되고 있다. 실제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도 실속형 SUV와 고급 세단으로 시장이 양분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해외 명품 브랜드들이 어떻게 럭셔리 마케팅을 하는지 배우는 좋은 계기가 됐고, 이를 통해 제네시스를 비롯한 향후 럭셔리 라인업 마케팅에 대한 좋은 인사이트를 얻었다.

 

구체적으로 어떤 점들을 배웠나.

 

이 프로젝트를 위해 이탈리아 밀라노의 프라다 본사를 오가며 여러 사람들을 접촉했다. 특히 모든 구성원이 하나의 비전을 명확히 따르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프라다는 이런 스타일이야’ ‘프라다는 이런 식으로는 절대 일하지 않아하는 비전과 명제가 명확했고 구성원들 간에 이런 비전이 잘 공유되고 있었다. 의사결정권자든, 말단 직원이든프라다 스타일이 무엇인지 똑같이 인지하고 있다는 점이 놀라웠다. 수백년 동안 가치가 변하지 않는 명품 브랜드로 자리잡을 수 있었던 비결이 아닐까 생각했다.

 

2013년 신형 제네시스를 내놓으면서 서울과 부산에서 개발 스토리, 핵심 기술 설명과 차량 시승 서비스 등을 즐길 수 있는 프라이빗 쇼룸, ‘더 제네시스를 선보인 것도 프라다와의 협업에서 영감을 받은 마케팅 노력의 일환이다. 이 쇼룸에는 전문 요원을 배치하고, 핵심 기술들을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설명하면서 브랜드 정체성을 각인시키도록 했다.

 

그리고 서비스의 디테일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이런 디테일은 굴뚝산업으로 성장한 기존 현대차 DNA에는 없던 특질인 만큼 반드시 수혈을 해야 했고, 프라다와의 프로젝트를 통해 효과적으로 습득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차량 제작 이후 고객에게 배달을 할 때도 기존에는 그냥 래커 차에 전달했다면 제네시스 프라다만큼은 전용 트레일러로 배달했다. 일종의딜리버리 세리모니를 만든 셈이다. 대부분의 고객들은특별한 대우를 받는 것 같다며 기뻐했다. 제네시스 프라다는 사실 차체에 붙은 직사각형의 작은 ‘PRADA’ 마크를 발견하기 전엔 프라다와의 협업 제품인지 발견하기 어렵다.하지만 차 문만 열면 럭셔리함을 한껏 만끽할 수 있다. 시트에 사피아노 가죽을 쓴다든지 천장에 고급 스웨이드 재질을 적용하는 등 민감한 소비자만 알 수 있는 2%의 디테일로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유럽 메이커들의 슈퍼카가 아닌 제네시스 프라다를 찾은 고객층이라면 과시적인 럭셔리보다나만을 위한 프라이빗한 럭셔리를 찾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현재 신형 제네시스 구매 고객에게 5년간 매년 1홈 투 홈방식으로 직접 고객의 집을 방문해 차량을 가져간 뒤 차량 점검, 내비게이션 업데이트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고객 관점에서 그들의 편의를 위해 개발한 디테일한 서비스의 예 중 하나다. 한국 소비자들의 니즈는 우리 자동차 회사들이 가장 잘 알지 않을까. 수입 차에 비해 큰 장점인 AS센터 수, 전문 정비 인력 등과 더불어 한국 소비자만의 감성을 자극할 수 있는 프리미엄 서비스에 주목하고 있다.

 

현대차에 대해 공격적인 성향을 가진 소비자가 적지 않다. 지난해 10월 커뮤니케이션실을 신설한 이유 중 하나도 이런 부정 여론에 신속하게 대처하기 위해서였던 것으로 안다.

 

서비스 마케팅 개론에 등장하는제공자 갭(gap)’ 중 하나인 소통 갭(communication gap)을 발생시키는 요인이 조직 내에서 의견을 모아 고객들과 효과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단일 채널이 없다는 점이다. 현대차가 큰 조직이다 보니 지금까지 동호회는 서비스 담당자가, 언론 홍보는 홍보실이, CRM 부서는 SNS를 각각 따로 관리하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이슈가 발생했을 때 해당 부서의 해명을 발 빠르게 포착해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역할이 효과적으로 이뤄지지 못했다. 현대차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크고, 때론 부정적인 목소리가 SNS, 블로그 등을 통해 빠르게 전파된다. 커뮤니케이션실은 다양한 채널을 통해 제기되는 문제들을 파악해 실제 잘못한 게 있다면 시정하고, 잘못된 정보라면 확산되기 전에 사실을 밝히는 역할을 하고 있다. 8월 말 인천 송도 도심서킷에서 국내판 LF소나타 2.0T모델과 해외 생산 LF소나타 2.0T모델의 정면충돌 테스트를 실시한 것도 커뮤니케이션실이 주도한 프로젝트다. 국내 생산모델과 수출모델의 강판에 두께 차이가 난다는 등의 루머가 실제처럼 확산되는 현상을 막기 위한 것이었고 두 차량의 파손 정도가 차이가 없다는 점을 실제 고객들 앞에서 증명한 뒤 확실히 이와 관련한 의혹은 잠잠해졌다. 앞으로는 각 본부장이나 부회장 등 임원진이 고객들과 직접적인 간담회를 할 수 있는 자리도 마련할 예정이다.

 

이 같은 소통 행보가 프리미엄 마케팅과도 관련이 있을까.

 

럭셔리 마케팅의 핵심은 스토리텔링, 커뮤니케이션이 아닐까 싶다. 본질적으로 스토리를 입혀 감성적으로 제품이나 서비스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것이 프리미엄 마케팅의 본질이 아닐까. 차량 충돌 테스트가럭셔리한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겠지만 정직함을 통한 소비자 신뢰 확보 등브랜드 롱런 전략과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프리미엄 마케팅과도 통하는 접점이라고 본다.

 

현대차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기대치는 남달라서인지 현대차 관련 기사나 게시물에 달린 댓글에는 부정적인 의견이 많다. 그러나 제네시스에 대해서는 다른 것 같다.

 

제네시스는기본기의 혁신이라는 현대차의 새로운 개발 철학이 최초로 반영된 차다. 특히 2세대 제네시스의 탄생 시점은 연구소의 개발 철학이 5대 기본 성능(안전, 주행성능, 내구성, RNH(Ride and Handling), 소음진동)에 초점을 맞춰 바뀌게 된 시점과 일치한다. 2세대 모델 개발에 앞서 2009년부터 48개월간 총 5000억 원을 투자했고 3만여 개의 부품을 거의 모두 바꿨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화려한 프리미엄 마케팅을 쓰는 데 앞서 자동차의 본질인 안전을 가장 염두에 뒀던 점이 제네시스를 돋보이게 한 것 같다. 제네시스가 지난해 실시한 IIHS 안전도 평가3 에서 29개 세부 항목에서 모두 유일하게 최고점을 받으면서 미국 현지 고객뿐 아니라 국내 고객들도 다시 한번 진가를 확인하게 됐다.

 

특히 엑셀, 엑센트, 엘란트라, 쏘나타 등으로 차례차례 갈아타며 조금씩 살림살이가 나아지는 모습을 직접 경험한 국내 베이비부머 세대 고객들이 특히 제네시스에 대해 묘한 공감과 지지를 보내는 것 같다. 현대차의 기술력이 빠르게 발전한 데 대해 뿌듯함을 느낀다는 것이다. 해외에선 객관적인합리적 가치를 확실히 따지는 것 같다. 벤츠, BMW 등 세계적 명차들의 동급 차종과 비교할 때 실내 공간, 정숙성, 각종 조작 기기의 사용자경험(UX) 측면에서 오히려 앞선다고 평가한 것이다. 국내 젊은 고객들도 해외 고객들과 선택 기준이 크게 다르지 않다. 경험 많은 소비자 세대인 이들은 치밀하게 다양한 브랜드를 비교하고 머릿속으로 자기도 모르는 새 SWOT4 모델을 그린다.

 

제네시스 1세대 때 주창하던 캐치프레이즈는다이내믹 럭셔리였다. 2세대로 오면서휴먼 퍼포먼스로 바뀌었다. 휴먼 퍼포먼스는 육상선수가 근육을 잘 조절해 빨리 달리고, 커브길에서 관절이 적절히 움직여 기능을 발휘하듯 밸런스가 잘 갖춰진 차라는 뜻이다. 특히 2세대로 오면서 차체 골격 구조가 견고해졌고 이에 맞춰 코너링, 브레이크 성능 등도 개선돼 전반적으로 기본기가 더 탄탄해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물론 여러 가지 채널을 통해 프리미엄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지만명품의 필요충분조건은 기본기에 있다는 사실을 다시 곱씹게 되는 계기가 됐다.

 

 

앞으로의 도전 과제가 있다면.

 

럭셔리의 필요조건은 희소성이다. 루이뷔통 핸드백이 거리에서 흔하게 만날 수 있는 ‘3초 백으로 불리게 됐듯 제네시스도 같은 절차를 밟으며 흔한 존재가 될까 내부적으로 우려하기 시작했다. 소비자들이 식상하게 느끼지 않도록, 계속 변화하고 업그레이드되는 브랜드라는 인식을 주기 위해 애쓰려고 한다.과거엔 사람들이 굉장히 선망했던 모델인데 흔해지면서 차별화된 가치를 주지 못하게 된 외제 차 브랜드도 나오고 있다. 제네시스가 이렇게 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과거엔 자동차 업계 내에서 주로 벤치마킹 대상을 봤지만 이제는 다른 산업군에서 어떤 노력을 하는지 지켜볼 예정이다. 우리 산업만 봐서는 혁신을 이룰 수 없다. 물론 자체 혁신도 게을리하지 않겠다. 자동차 업계에 차별화된 프리미엄 이미지를 줄 수 있는 또 하나의 방법은 기술 혁신이다. 하지만 제조에 근간을 둔 업체로써 구글이 무인자동차를, 아마존이 드론을 개발하는 것과는 다른 방식으로 혁신에 접근해야 한다고 본다. 그저기술을 위한 기술이 아닌 기술의 본질인 안전을 확실히 챙기는 지점에서 혁신이 시작돼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이미 혁신은 시작됐다. 이를 이어가는 것이 제네시스 프리미엄 전략의 한 축이 될 것이다.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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