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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박범신

“작가는 연민 많은 사람 결핍이 상상력의 근원이다”

이유종 | 158호 (2014년 8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 인문학, 자기계발

작가 박범신이 비즈니스 리더에게 주는 교훈

1. ‘이 소설을 왜 써야 하는지에 대한 대답이 마련돼 있어야 한다. 확신이 없으면 도중에 길을 잃어버리기 마련이다. 길을 도중에 잃어버리면 끝까지 글을 쓴다고 해도 좋은 글로 남을 수 없다.

2. 실패할 것이 확실하다면 도중이라도 접는 게 옳다. 선택의 문제다. 더 큰 꿈을 가지고 있다면 그렇게 해야 한다. 더 멀리 봐야 한다.

3. 상상력은 결핍에서 생긴다. 억압, 구속, 상처 등 자신을 누르는 것에서 상상력이 발생한다. 소설을 계속 쓰는 이유는 아직 행복해지지 않았고 뭔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4. 배타적인 방법으로는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정체성이다. 자신의 정체성은 확고해야 하지만 그것을 퍼뜨릴 수 있다면 모든 방법을 다 이용해야 한다.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선정효(연세대 정보산업공학과 3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작가 박범신(68) 41년 동안 40여 편의 소설을 썼다. 하지만 그는 아직도 창작에 대한 매우 심한 갈증을 느끼고 있다. 아직도 쓸 게 많이 남았단다. 그는 물리적인 결핍을 느끼기 위해 고향인 충남 논산의 집필실에 내려가 글을 쓴다. 서울 자택에 사는 가족과 떨어져서 보내야 하는 시간은 아무래도 불편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불편한 환경은 고희(古稀)를 앞둔 작가에게 더 많은 창작 열의를 북돋는다. 그는 1980년대 이미 베스트셀러 작가 반열에 올랐다. 동아일보에 연재됐던 <불의 나라>는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고 1989년에 장길수 감독이 영화로 제작하기도 했다. 60대 중반의 나이에 내놓은 소설 <은교(2010)>는 블로그 연재와 단행본, 영화 등 다양한 형태로 제작되면서 큰 인기를 모았다. 그렇다고 그가 늘 대중적인 인기만 추구한 것은 아니다. 그는 소설의 내용과 형식에서 언제나 새로움을 추구했고 문단에서는 그의 작품세계가 계속 깊어지고 있다고 평가한다. 그는 “1970년대 대중들과 더 가까웠고 직설적인 화법을 구사했다. 당시와 비교하면 지금은좋은 문학에 대한 욕망이 더 강해졌다. 모든 예술가는 맺힌 마음을 풀어준다는 의미에서 무당이라고 볼 수 있다. 소설의 자궁은 결핍감이다. 나는 그 결핍감을 풀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 평창동 화정박물관에서 작가 박범신을 만났다.

 

 

작가 박범신은 원광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 교육대학원에서 교육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교사를 지내다 1973 1월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여름의 잔해가 당선돼 등단했다. 1970년대 주로 소외계층을 다룬 소설을 발표해 주목을 받기 시작했고 1979년 소설 <죽음보다 깊은 잠> <풀잎처럼 눕다> 등이 베스트셀러가 됐다. 1980년대에는 동아일보에 <불의 나라> <물의 나라>를 연재해 큰 인기를 모았다. 1993년 문화일보에 소설 <외등>을 연재하다 절필을 선언하고 1996년 중반까지 칩거에 들어가기도 했다. 1996년 문학동네 가을 호에 중편 소설 <흰소가 끄는 수레>를 발표하면서 다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2000년대에도 왕성하게 창작에 매진해 소설 <촐라체(2008)> <고산자(2009)> <은교(2010)> <비즈니스(2010)> <소금(2013)> <소소한 풍경(2014)> 등을 남겼다. 대한민국문학상(1987), 원광문학상(1998), 김동리문학상(2001), 만해문학상(2003), 한무숙문학상(2005), 대산문학상(2009), 올해의 최우수예술가(2010) 등을 수상했다. 명지대 문예창작과 교수, 서울문화재단 이사장, 한국방송공사 이사, 연희문학창작촌 촌장 등을 지냈다. 현재 상명대 국어교육과에서 석좌교수를 맡고 있다.

 

소설을 쓸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먼저 자기 자신에게이 소설을 왜 써야 하는지에 대한 대답이 마련돼 있어야 한다. 주제에 대한 작가의 강한 확신이 필요하다. 여기에 대한 대답이 준비되지 않으면 아무리 방대하고 극적인 자료를 이미 확보했다고 해도 제대로 된 소설을 쓸 수 없다. 작가는 소설에서 절대적인 발언권을 가지고 있다. 자신의 발언권에 대해 강한 신념을 가져야 한다. 신념이 확고하면 아무리 힘들어도 중간에 지치지 않고 끝까지 소설을 완성할 수 있다. 소설 <은교>에서는늙어가고 죽어가는 것은 고통스럽고 이겨내기 힘들다라는 주제를 말하고 싶었다. 그래서 소설을 잘 마무리했다. 하지만 나도 신문이나 잡지에 소설을 연재하다 중단한 적이 몇 차례나 있다. 1993년 문화일보에 소설 <외등>을 연재하다 중간에 그만뒀다. 소설을 쓰다가 도중에 그만둔 게 대여섯 번 정도다. 소설은 탐험가가 정글을 탐색해서 길을 찾아가는 과정과 같다. 작가는 정글에서 자신만의 나침반을 들고 있다. ‘이 소설을 왜 써야 하는지에 대한 확신이 없으면 도중에 길을 잃어버리기 마련이다. 길을 도중에 잃어버리면 끝까지 글을 쓴다고 해도 좋은 글로 남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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