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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ential Cases in Books

사람의 ‘몸’이 아닌 ‘말’을 귀히 여겨라

서진영 | 144호 (2014년 1월 Issue 1)

 

 

통계청이 발간한 한국통계발전사(1992)에 따르면 조선 중종 14(1519) 당시 한반도의 인구는 3745481명이었다. 그런데 인조 17(1639)에는 인구가 70%나 줄어 1521165명에 불과했다. 또 경작지 중 66%가 파괴됐다. 왜 이런 상황이 발생했을까. 이유는 임진왜란 때문이다. 임진왜란이 끝난 뒤 30년 정도 흐른 시기인 인조 4(1626) 영의정 이원익(李元翼)이 임금에게인구가 아직 평상시의 6분의 1에도 못 미친다고 말한 것에서도 이러한 사실이 확인된다. 조금만 일찍 선현(先賢)의 조언을 들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율곡 이이는 10만 양병설을 주장했다. 당시 조선의 인구와 경제규모를 고려할 때 10만 명의 군사는 무리였다. 율곡도 이런 어려움을 잘 알고 있지 않았을까? 하지만 무리를 해서라도 군사력을 확충해야 한다는 주장은 이후 발생할 참화(慘禍)를 미리 내다보고 사전에 막으려고 했던 이이의 충정 때문이었을 것이다.

율곡은 선조 7(1574) 왕에게 만언봉사(萬言封事)라는 상소문을 올린다. <퇴계 vs. 율곡, 누가 진정한 정치가인가(2011)>에서 저자 김영두 씨는율곡은 때에 맞춰 제도와 법령을 적절히 바꾸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개혁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상소문에 담았다. 어떤 개혁을 논했을까? 이번 서평에서는 율곡의 인재 등용, 안민(安民), 군정개혁 등에 대한 내용을 조금 더 깊게 알아보겠다.

 

인재 등용

먼저 인재 등용에 관한 율곡의 제안이다. 율곡은 당시 벼슬을 하지 않았던 선비와 이들을 대하는 임금의 태도에 대해 썼다. 더 많은 인재를 필요로 하는 국가와 기업이 귀담아 들을 만한 대목이다. 율곡은 초야에 숨은 선비를 4가지 부류로 나눴다. 첫째 유형의 재야 선비들은 높은 도덕심을 품고 있으면서 자신을 세상에 알리려고 하지 않는다. 하지만 자신을 감춰도 세상을 잊으려는 게 아니라서 나설 기회가 있으면 정성을 다해 임금을 섬기고 백성들에게 혜택이 돌아가게 노력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을 가리켜 유현(遺賢)이라고 했다. 둘째 유형은 맑고 곧게 스스로를 지켜 높은 벼슬을 가벼이 보고 천하의 일은 거들떠보지도 않은 채 홀로 몸을 깨끗이 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은둔(隱遁)이라고 했다. 셋째 유형은 스스로 재주가 부족하다는 것을 헤아리고 집에서 지내는 것을 편하게 여기며 자신의 분수를 따져 함부로 나아가지 않는 사람들이다. 이들을 염퇴(恬退)라고 했다. 마지막 유형은 감정을 속이고 행동을 꾸미며 헛된 명예나 낚으려고 하는 부류다. 겉으로는 벼슬자리를 사양하면서도 속으로는 잘못된 욕망을 추구한다. 겉모습은 담담하지만 속마음은 뜨거우며, 낯빛은 엄하지만 속은 무른 사람들이다. 이들을 가리켜 도명(盜名)이라고 했다.

율곡은 임금이 선비의 부류에 따라 대하는 태도가 달라야 한다고 한다. 첫째, 유현에게는 겸손한 말과 두터운 예물로 공경을 표시하고 예를 다해야 한다. 또 그와 더불어 하늘이 맡기신 직위를 함께 지키고 하늘이 내리시는 녹을 함께 먹으며 그의 도를 행하고 온 천하를 아울러 잘 다스릴 수 있어야 한다. 둘째, 은둔하는 선비에게는 예의와 법도로 대하여 능히 굽히게 할 수 없으니 그의 절의를 드러내고 그가 유유히 지내는 대로 맡겨야 한다. 또 그가 탐욕스러운 사람을 맑고 깨끗하게 만들고 유약한 사람에게는 유약함을 떨치도록 해야 한다. 셋째, 염퇴하는 선비에 대해서는 그의 재능을 자세히 살펴서 그에게 익숙하지 않은 것을 강요할 수 없다고 판단될 때는 물러나 쉬는 것을 허락해야 한다. 그가 지키려고 하는 것을 잃지 않도록 해 주는 게 핵심이다. 넷째, 명성을 훔치려는 선비는 무시해서 이들이 밝음을 속이고 백성들을 병들게 방치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숨어 있는 선비들의 유형에 상관없이 임금이 기본적으로 염두에 둬야 할 원칙이 있다. 바로 그들의을 존귀하게 대하고 집안을 부유하게 해주는 게 아니라 그들의을 받아들이고 그들이 내놓는 방법을 실행해서 어려운 시기에 나라를 살리겠다는 태도를 갖는 것이다. 조정에 나가는 선비는 자신의 이름을 영화롭게 하고 녹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뜻을 이루고 학문을 펴서 임금을 섬기고 백성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율곡이 보기에 선조는 율곡이 제시한 숨은 선비를 대하는 원칙을 제대로 실천하지 못했다. 율곡이 임금을 비판한 이유였다.

지금의 우리는 어떤가? 우리는 신입사원 채용부터 총리 임용까지 율곡의 인재 등용 상소문에서 큰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명성만을 얻으려는 도명들이 설치는 세상은 아닌지, 숨어 있는 선비, 유현을 얻기 위해 최선을 노력을 하고 있는지 살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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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진영

    서진영sirh@centerworld.com

    - (현) 자의누리경영연구원(Centerworld Corp.) 대표
    - 최고경영자(CEO)를 위한 경영 서평 사이트(www.CWPC.org)운영 - OBS 경인TV ‘서진영 박사의 CEO와 책’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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