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대 응급의학과 전문의 홍윤식 고려대 교수

“매일 하던 일이 잘 안 풀린다면? 과감하게 다른 사람에게 맡겨봐야”

142호 (2013년 12월 Issue 1)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박세준(고려대 경영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응급실은 늘 긴박하다. 환자 대부분은 생사의 갈림길에 서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의사는 최대한 빨리 응급환자를 중환자실로 보내는 게 목표다. 심폐소생술과 창상치료 등 모든 응급 조치를 해서 환자가 위급한 시기를 잘 넘길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의사에게 허락된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분초를 다투는 상황도 잦다. 이런 위급한 상황에서는 의사들이 사소한 의사결정에도 과중한 부담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게다가 빨리, 그리고 정확하게 결정해야 한다. 또 작은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다. 그래서 응급실 의사들은 위급한 상황에서 최선의 의사결정을 내리는 나름의 노하우를 터득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기 때문에 전혀 주저하지 않고 결정한다. 응급실 의사들이 위기 상황에서도 빠르고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1세대 응급의학과 전문의 홍윤식 고려대 교수를 고려대 안암병원에서 만나 그 이유를 들었다.

 

응급실에 실려온 환자를 어떻게 치료해야 할지 감을 잡기 어려운 상황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일단 환자가 응급실에 오면 위기에 처하도록 만든 원인이 무엇인지부터 찾아내야 합니다. 대체로 몇 가지 검사를 거치면 어떤 조치를 내려야 하는지 큰 방향은 잡을 수 있어요. 하지만 어떤 상황인지 전혀 갈피를 잡지 못할 때도 있습니다. 앞이 깜깜하고 답답하겠죠. 위기 상황인데 해법이 보이지 않는다면 기본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응급실에서 기본은 환자의 ABC를 살피는 것이죠. A는 기도(Airway), B는 호흡(Breathing), C는 혈액순환(Circulation)입니다. ABC를 점검하면 이후 확인해야 할 부분을 찾을 수 있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점차 문제를 풀어가는 것이죠. 예를 들어 환자가 숨이 차서 응급실에 실려왔다면 그 이유가 기도 때문인지, 폐나 심장 때문인지 살펴야 합니다. 기도가 문제라면 기도의 문제를 먼저 풀어야 합니다. 때로는 이상 징후가 동시에 여러 곳에서 발생할 수도 있어요. 이런 상황에서는 먼저 ABC를 적용해서 문제점을 찾고 이후 가장 시급한 문제부터 해결하는 방식으로 진행해야 합니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전체적인 문제를 모두 한꺼번에 해결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위기에서는 일의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시간이 별로 없기 때문이죠. 가장 급한 문제부터 먼저 풀어나가는 방식을 고수해야 합니다. 환자가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는데 전체적인 문제점을 찾는다고 다른 검사를 더 하면 치료를 받을 시기를 놓칠 수도 있습니다.

 

위기에서는 처음에 방향을 잡는 것이 중요합니다.

 

골든타임은 의학적으로 환자에게 어떤 치료가 행해져야 하는 제한시간을 말하는 것인데요, 중환자에게는 처음 6시간이 골든타임입니다. 응급상황에서는 골든타임에 의사가 환자를 어떻게 치료했느냐에 따라서 결과가 크게 달라집니다. 환자가 위중할수록 골든타임의 치료가 결과에 끼치는 영향이 더 커집니다. 의사는 초창기 방향 설정을 잘해야 합니다. 그런데 의사들도 사람이라서 실수를 할 때가 있어요. 베테랑 의사들도 마찬가지죠. 처음에 방향을 잘 잡으려면 혼자 모든 것을 해결하려고 하기보다는 다른 사람들과 상의해서 진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야 여러 관점에서 해결책이 나오겠죠. 또 의사 혼자서 욕심을 부려서 모두 해결하려고 해도 물리적으로 어려울 때가 있어요. 예를 들어서 어떤 환자의 혈압이 낮다면 그 이유가 심장의 이상 때문일 수도 있고 과출혈 때문일 수도 있어요. 이럴 때는 여러 가지를 검사해야 그 원인을 알 수 있는데 혼자서는 짧은 시간 안에 모든 것을 해내기가 어렵습니다. 효율적으로 하려면 여러 사람이 달라 붙어서 함께 진행해야 하는 것이죠. 그래야 시간 낭비를 줄일 수 있습니다. 응급의학과 의사만으로 부족할 때는 다른 진료과목의 의사들과 협진해야 합니다. 위기에서 초창기 방향을 잘 잡으려면 결국 공동의 노력이 필요한 것입니다.

기본으로 돌아가도 해법이 보이지 않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자신이 담당하던 수술을 다른 의사에게 넘겨야 하겠죠. 이런 과정을 의료계에서는손을 바꾼다고 말합니다. 이게 창피한 일은 아닌데 선뜻 용기가 나지는 않습니다. 손을 바꾸는 것은 같은 사안이라도 다른 시각에서 보려는 취지에서 하는 것입니다. 매일 하던 일이나 간단한 수술이라도 처음에 판단을 잘못하거나 진행과정에서 잘못 꼬이면 아무리 해도 잘 안 될 때가 있어요. 사람들은 문제를 해결하다 어려움에 맞닥뜨렸을 때 이전과 비슷한 방법으로 해결책을 찾으려고 하기 마련입니다. 기본으로 되돌아가서 처음부터 전혀 다른 방법으로 해결책을 찾으려고 노력하려는 모습은 잘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다른 관점에서 해결하려는 게 잘 안 되는 것입니다. 누구나 겪는 것인데 이럴 때는 과감하게 손을 바꾸면 오히려 문제가 쉽게 풀릴 때가 있어요. 제 경험을 살펴보면 과거 어느 동료 의사가 암 수술을 할 때 수술도구를 환자 배의 측면에 삽입해서 암세포를 찾으려고 시도했어요. 그런데 아무리 해도 암세포가 보이지 않았어요. 환자는 의사가 암세포를 찾지 못했기 때문에 1시간 이상 피를 흘리고 있었고 출혈이 심했어요. 매우 위험한 상황이었습니다. 제게 갑작스럽게 연락이 와서 수술실로 달려갔어요. 저는 동료 의사와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서 배의 정면으로 수술도구를 넣었어요. 접근법을 달리 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기 때문이죠. 그랬더니 금새 암세포가 보였고 환자의 출혈도 곧 멈췄습니다. 아주 어렵게 느껴지는 일도 다른 시각에서 시도하면 의외로 간간하게 해결될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때로는 손을 바꿔야 합니다.

 

 

홍윤식 고려대 응급의학과 교수는 1980년대 말 응급의학과가 국내 병원에 본격적으로 도입될 때 초창기부터 임상과 학술연구, 교육체계 등을 체계적으로 만드는 데 기여한 1세대 응급의학과 의사다. 그는 1976년 연세대 의학과를 졸업한 뒤 고려대에서 의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서 수련의와 흉부외과 전공의 과정을 마쳤고 1985년부터 고려대 의과대학 교수를 맡고 있다. 고려대 의과대학 응급의학과 주임교수와 안암병원 응급의료센터 소장 등을 거쳤으며 독일 자를란트대 병원 응급의학과와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샌프란시스코캠퍼스 트라우마센터에서 교환교수를 지냈다. 2004년 국내 최초로 미국응급의학회 명예회원에 임명됐고 국제응급의학회(IFEM) 이사로 선출되기도 했다. 2003∼2005년 대한응급의학회장을 맡았고 2010 2월 대한민국 의학한림원의 정회원이 됐다.

 

환자가 일반과로 옮겨질 때 넘겨받기를 꺼리거나 반대로 적극 유치하려고 할 때가 있습니다.

 

척추환자는 일반적으로 정형외과와 신경외과, 골반 골절환자는 정형외과와 일반외과가 담당할 수 있습니다. 척추환자는 회복과정이 드라마틱하게 이뤄지기 때문에 신경외과와 정형외과 의사 모두 환자를 수용하려고 합니다. 의사가 이런 환자를 치료하면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성취감이 매우 높습니다. 반면 골반 골절환자는 당장 수술해서 그 결과를 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상당 기간 환자에게 의료인력을 투입해야 합니다. 대체로 이런 상황에서는 환자를 꺼릴 때가 많죠. 환자를 어느 과에서 담당해야 할지 애매할 때도 있어요. 환자가 한 부위만 다친 게 아니라 머리와 가슴, 골반, 배 등을 한꺼번에 다칠 때도 있어요. 대부분의 병원은 이런 상황을 대비해서 규칙을 정해놓고 있습니다. 상황에 따라 어떤 과가 책임을 질지 세부적으로 정해놓은 것이죠. 그런데 이런 규칙으로 해결되지 않는 상황도 발생합니다. 이럴 때는 응급의학과 의사가 조정자의 역할을 맡아야 합니다. 조정자의 역할을 하려면 기본적으로 이해 관계자들에게저 사람의 얘기라면 믿을 수 있다는 신뢰를 심어줘야 합니다. 그래야 이해 관계자들이 자신에게 불리한 결정이 내려져도 수용할 수 있어요. 장기적으로 불이익을 당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야 당장은 자신들에게 불리한 결정이 내려져도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죠. 그러기 위해서는 조정자에 대한 신뢰가 절대적입니다. 그런데 병원에서는 신뢰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왜냐하면 병원에서는 응급의학과 의사들도 이해 당사자가 됩니다. 응급환자의 배치에 따라서 응급의학과에도 이해 관계가 작용하는 것이죠. 이런 상황에서는 조정자가 추가로 전문성까지 갖춰야 합니다. 이해 당사자가 조정자까지 맡아야 하기 때문에 조정자가 해당 사안에 대해서 더 깊게 전문적으로 알아야 합니다. 그래야만 이해 관계자들을 설득할 수 있고 이들이 조정자의 결정을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응급실에서는 순간적인 판단력이 매우 중요합니다. 직관이 필요한 것인가요.

 

의사는 환자를 다룰 때 자신의 직관은 철저하게 배제하고 판단해야 합니다. 직관은 본능적인 것을 말하는데 직관이 개입되면 그릇된 판단을 내릴 수 있어요. 특히 전문가의 판단력은 경험에서 나오는 산물이 대부분입니다. 이런 경험은 지식이나 교육 등이 합쳐져서 결과물로 나옵니다. 의사들은 과거 비슷한 사례를 기반으로 임상에서 적절한 결정을 내리기 때문에 숙련의 과정이 많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경험을 통해서 배우는 데는 물리적으로 한계가 있습니다. 의학은 계속 발달하기 때문에 의사가 배워야 할 양은 계속 늘어나는 것이죠. 시간적으로 모든 의술을 다 경험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학습을 통해서 간접경험을 쌓아갈 때가 많습니다. 저널을 읽거나 콘퍼런스에 참가해서 다른 사람의 경험을 받아들여서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의사라는 직업은 똑똑해야 하지만 지나치게 똑똑한 사람들은 이 직업에 맞지 않습니다. 의사라는 직업은 환자를 진료할 때 직관에 따라서 판단하는 게 아니라 경험과 지식 등의 사례를 토대로 판단을 내리는 것이기 때문이죠. 순간적인 직관은 환자를 치료하는 데 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임상에서는 빌 게이츠와 같은 창의력을 기반으로 특별하게 성공하는 사람이 나오기가 어렵습니다.

 

응급실처럼 위기가 일상인 상황에서는 위기에 무감각해질 수도 있습니다.

 

환자가 위태로운 상황에 빠졌다고 해서 의사가 위기를 느끼면 안 됩니다. 위기에 처한 사람은 의사가 아니라 환자입니다. 의사는 항상 차가운 마음으로 환자를 바라봐야 합니다. 환자와 자신을 동일시해서는 안 됩니다. 환자가 죽어간다고 같이 위기를 느끼면 제대로 치료할 수 없어요. 물론 수술대에서 갑자기 응급 상황이 발생하면 당황할 수는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도 한걸음 뒤로 물러서서 객관적으로 내가 어디에서 틀렸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사실 진짜 위기는 다른 곳에 있습니다. 의사들도 치료를 하다가 판단을 잘못 내릴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한 번 주장하면 후배 의사와 간호사 등 옆에서 지켜보는 사람들을 의식해서 대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기 싫어하게 되죠. 그래서 자신의 잘못된 판단을 정당화하려고 하고 이를 그대로 밀고 나가려는 성향을 보입니다. 그 결과는 돌이킬 수 없는 경우가 될 때가 많죠. ‘이거 잘못됐구나라고 생각하면 대체로 그 순간에는 위기가 아닙니다. 그런데 잘못된 것을 알면서도 자꾸 정당화하려고 몰고 갔을 때 그때부터는 위기가 되는 것이죠.

 

한 번 실패하면 이후 같은 일을 할 때 트라우마에 시달릴 때가 있습니다.

 

아마 대부분의 의사들에게는 뼈저린 실패의 경험이 한 번씩은 있을 것입니다. 외과 의사들은 자신이 수술하던 환자가 죽었던 경험이 있을 것이고 또 최선을 다했으나 수술 결과가 좋지 않을 때도 있을 것입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증세가 비슷한 환자를 다시 볼 때 겁이 날 것입니다. 의사뿐만 아니라 다른 직업을 가진 사람들도 그렇겠죠. 다만 의사가 환자의 생명을 다루는 직업이기 때문에 실패에 대한 트라우마가 더 심할 수는 있어요. 트라우마에서 벗어나려면 먼저 비슷한 경험을 가진 선배들과 얘기를 해봐야 할 것입니다. 저만 이런 과정을 거친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다 그런 과정을 거쳤으니까 먼저 선배들의 해법을 들어볼 필요가 있어요. 또 트라우마에서 벗어나는 회복의 시간도 필요합니다. 뻔한 해법 같지만 결국 시간이 많은 것을 해결해 줍니다. 심리적으로 회복의 과정이 필요한 것이죠. 다만 사람에 따라서 트라우마에서 빠져 나오는 데 걸리는 시간에는 차이가 있어요.

 

200병상 정도의 병원 응급실에서만 근무하고 싶어 하는 의사들이 있습니다.

 

병실 규모가 200병상보다 훨씬 커지면 병원은 시스템에 따라 운영되기 마련입니다. 시스템에 따라 조직이 운영되면 업무가 기계적으로 처리되죠. 또 큰 병원 응급실에서는 수련의들이 환자를 주로 담당합니다. 큰 병원에서는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이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보여주기가 어려울 것입니다. 반면 200병상 정도의 병원이라면 병원 규모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응급환자가 꽤 실려오기 때문에 의사도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펼칠 수가 있습니다. 성취감을 맛볼 수가 있겠죠. 그래서 200병상 정도의 병원 응급실에서만 근무하고 싶어 하는 의사가 있는 것입니다. 큰 병원에도 장점이 있습니다. 작은 병원에서는 문제가 발생하면 해결책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큰 병원에서는 선후배의 경험과 의견을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열려 있습니다. 결국 사람들이 자신의 역량을 효율적으로 성장시키려면 조직의 크기가 자신의 역량 크기에 맞아야 합니다. 무조건 큰 조직에 있다고 해서 개인의 역량이 성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또 작은 조직이 개인의 성장을 방해할 때도 있죠. 조직의 크기가 개인의 성장과 비례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후배와 학생은 어떤 방식으로 가르칠 때 가장 효과적인가요.

 

큰 틀에서 집을 지어주고 학생들이 스스로 공부하게 만드는 것이 제일 좋은 교수법입니다. 선생은 집을 지어주고 지붕만 만들어주면 됩니다. 선생이 집의 내부까지 다 만들어주면 학생들은 이후 같은 문제에 부닥쳤을 때 제대로 해내지 못합니다. 제가 의대생을 가르칠 때 이것저것 모두 가르쳐줬더니 나중에 하나씩 물어보면 하나도 대답하지 못하더군요. 가르치는 사람들만 아는 것이죠. 반면 강의시간에 대충 농담이나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기본을 알려주면 상황이 달랐습니다. 큰 틀에서 집을 짓는 법을 알려주면 오히려 잘 기억했습니다. 또 다른 방법은 제가 평소 솔선수범해서 어떻게 하는지 직접 보여주는 것이죠. 후배 의사들에게 틀렸다고 직접 대놓고 말하기보다는 제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직접 보여주면 후배들도저 선생님이 하면 믿을 수 있다. 저 선생님이 하는 대로 하면 나도 할 수 있겠다는 믿음이 생깁니다. 또 수술실에선 업무분담(직책)에 따라서 너무 기계적으로 일하면 결과가 좋지 않았어요. 분위기가 경직되니까요. ‘나는 의사이고, 너는 간호사이며, 저 사람은 인턴이다는 생각으로 일하면 농담을 꺼내기가 어렵잖아요. 같은 연배의 동료처럼 젊은 의사들을 칭찬하고 용기를 북돋워주며 간호사들과 소통을 잘할 때 성과가 잘 나왔어요. 수술실에서는 웃으면서 일해야 환자의 수술 결과도 좋습니다.

 

아버지도 의사였습니다.

 

아버지는 내과 의사였습니다. 제가 레지던트 과정을 마칠 때 아버지가 해줬던 말이 지금도 기억에 남아요. 아버지는 패기 만만하던 제게진짜 외과 의사는 환자에게수술을 하지 마세요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다고 했어요. 어느 날 갑자기 뜬금 없이 이런 말씀을 하셨는데 당시에는 이 말의 깊은 뜻을 이해하지 못했어요. 내과 의사들은 환자를 약으로 치료합니다. 반면 외과 의사는 수술해야 고칠 수 있다고 하죠. 그래서 당시에는 아버지가 내과 의사니까 저런 말을 했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죠. 저는 당시 칼만 하나 들고 수술실에 들어가면 모든 것을 다 고칠 수 있다고 생각할 정도로 자신감이 넘쳤으니까요. 그런데 지금 돌이켜서 생각해보니 아버지가 제게 말하려고 했던 것은 제가 생각하고 판단한 것만이 정답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려고 했던 것 같아요. 환자를 고칠 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합니다. 어떤 상황에서는 의학 교과서에는 꼭 수술해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의사가 환자의 증세를 살펴봤을 때 굳이 수술하지 않아도 치료할 수 있는 상황도 있는 것이죠. 환자를 치료할 때는 모든 상황이 ‘1 더하기 1 2’라는 것처럼 딱 맞아 떨어지는 것은 아니니까요. 또 같은 상황이라도 내과 의사와 외과 의사가 해결하는 방법은 다르겠죠. 그리고 환자에게는 치료될 수만 있다면 가급적 수술하지 않는 것이 수술하는 것보다는 더 좋은 방법이겠죠.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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