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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ential Cases in Books

타인의 성공에서 기회를 잡아라

서진영 | 137호 (2013년 9월 Issue 2)

 

 

‘아이들에게 사주다 보니 부모들이 그 제품이 좋아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어린이 제품을 만들다가 어른 제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제품의 경쟁력을 설명할 때 이보다 더 좋은 상황이 있을까?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크록스다. 크록스 신발은 앙증맞은 어린이 신발로 출발했다. 하지만 사용하기 편리하다는 장점 때문에 어른들도 좋아했고 크록스는 제품라인을 성인시장까지 확대했다. 크록스 신발은 부드러운 합성수지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신는 사람의 발 모양에 맞게 변형된다. 구멍이 있어 공기가 통하며 물이 쉽게 빠져서 해변에서도 편리하게 신을 수 있다. 처음에는 우스꽝스러운 모양 때문에 구매를 꺼리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곧 젊은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크록스의 고속성장에는 2004년 크록스 설립자들이 CEO로 임명한 론 스나이더의 날카로운 전략이 크게 기여했다. 스나이더가 CEO에 취임했을 당시 크록스의 매출액은 1350만 달러를 기록하고 있었다. 창업 첫 해 매출액이 120만 달러인 것을 고려하면 성장세를 보이고 있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가전회사 플랜트로닉스의 해외사업을 담당했던 스나이더의 생각은 달랐다. 그 정도의 매출액은 단지 시작일 뿐이라고 여겼다. 그는 계절과 기념일에 따라 다양한 색깔과 스타일의 크록스를 출시했고 구시대적인 공급망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당시 대부분의 신발 소매업체는 최대 6개월 이전에 대량으로 제품을 주문해야만 했다. 하지만 스나이더는 대량 구매가 아니라 24켤레 단위의 적은 수량도 주문할 수 있게 했고 제품은 주문 후 몇 주 안에 받아볼 수 있도록 했다. 특수 합성수지로 신발을 만드는 캐나다의 제조업체를 인수해서 공급의 유연성을 확보했다.

 

스나이더의 전략에 따라 판매량은 계속 증가했다. 그는 생산 공장을 더 늘리기로 했다. 중국과 이탈리아, 멕시코, 루마니아에서도 크록스가 생산됐다. 전 세계 매출액은 2005 1 860만 달러에서 2006 32220만 달러, 2007 44600만 달러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무려 70개 대학이 대학의 로고가 찍힌 크록스를 주문했고 구글과 타이코, 플랜트로닉스, 로스앤젤레스 레이커스 등의 회사들도 크록스를 주문하기 시작했다. 유행이 식어갈 즈음 크록스는 32개에 이르는 새로운 스타일과 조합을 갖춘 디자인을 출시해 변덕스러운 소비자들을 다시 유혹하기 시작했다.

 

기업혁신 이론의 대가인 제임스 챔피는 <아웃스마트(21세기북스, 2009)>에서 크록스를 이용한 지비츠의 사례를 소개한다. 지비츠는 크록스 신발에 붙이는 아기자기한 디자인의 전용 장식품이다. 지비츠는 크록스를 이용해서 또 다른 성공을 거뒀다. 크록스는 2000년대 중반 당시 미국 콜로라도 주 볼더 인근 니워트 공장에서 생산돼 세계 20개 국 1600개의 매장으로 공급되고 있었다. 이 때문에 크록스 신발의 인기는 볼더 지역에서 유난히도 더 크게 일어났다. 볼더에 사는 전업주부인 셰리 슈멜저는 크록스 신발의 열렬한 마니아였다. 그녀의 가족은 열두 켤레가 넘는 크록스 신발을 가지고 있었다. 셰리는 어느 날 집 지하실에서 어린 세 딸과 함께 만들기 숙제를 하고 있었는데 별다른 생각 없이 크록스 구멍에 실크로 만든 꽃을 끼웠더니 아이들이 매우 좋아했다. 셰리는 다음 날 V자 모양의 플라스틱과 모조 다이아몬드 등 장식 재료를 구입해 커프스 단추에 붙인 뒤 크록스 구멍에 끼웠다. 셰리의 아이들은 이런 장식이 달린 크록스 신발을 신고 학교에 갔다. 친구들은 이 신발을 보고 모두 갖고 싶어 했다. 이날 저녁 세례의 남편인 리치 슈멜저가 집에 돌아왔을 때 가족들은 단추와 나비매듭 같은 자잘한 물건으로 장식된 크록스 신발을 신고 있었다. 리치는 가족들의 발을 보자마자 굉장한 비즈니스가 아이들의 신발에 있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게 됐다. 리치는 사업적인 감각이 뛰어난 사람으로 이미 그림 인쇄와 벽지 관련 웹사이트인 월드프린츠닷컴 등 인터넷 회사를 설립하고 매각한 경험이 있는 기업가 출신이었다. 리치는 장식을 보는 순간 크록스의 성장 가능성을 감지했다. 그는더 생각할 것도 없이 대단한 아이디어였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다른 아이들도 좋아하겠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말했다.

 

 

흥미로운 것은 슈멜저 부부가 상표권의 중요성을 미리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히트상품을 만드는 브랜딩 트렌드-인브랜딩(브랜드메이저 지음, 김앤김북스, 2012)>에서 셰리는 크록스 장식품 생산을 시작하면서 자신의 별명인 플리버티지(flibbertigibbet·수다쟁이)를 응용해서 장식품의 이름을지비츠라고 지었고 브랜드로 등록했다. 그 결과 지비츠는 이후 유사 브랜드의 무차별 복제를 방지할 수 있었다. 셰리와 리치는 초창기 집 지하실에서 제품을 생산했고 지비츠 하나에 2달러50센트씩 받고 팔았다. 크록스 장식품에 대한 소문은 볼더 지역 전체로 퍼졌고 여기저기에서 주문이 쇄도했다. 지비츠의 인기는 크록스의 유행에 힘입은 것이다. 크록스를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신발을 장식하고 싶어 했고 지비츠의 수요는 늘 수밖에 없었다. 새로운 지비츠 디자인을 만들어달라는 요청도 쇄도했다. 어린이들은 만화 캐릭터를 원했고 10대들은 로커나 래퍼로 장식된 지비츠를 갖고 싶어 했다. 리치는 다른 제품의 성공을 등에 업고 이뤄낸 성공은 해당 제품의 인기가 지속될 때만 유지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이들 부부는 크록스뿐만 아니라 손목밴드와 벨트, 발찌, 헤드기어 등 장식품을 끼울 수 있는 구멍을 갖춘 다른 제품들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신제품 라인을 개발하는 데 주력했다. 셰리는구멍이 많을수록 지비츠의 매출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마침내 이들은 구멍 있는 제품은 물론 휴대전화와 팔찌 등을 위한 고리도 만들었다.

 

지비츠는 2006년 여름, 직원이 40명으로 늘어났고 미국에만 3300여 개의 매장에 납품했다. 유럽과 중동에도 제품을 공급했다. 이때까지 판매량은 600만 개를 넘어섰다. 슈멜저 부부에게는 더 큰 행운이 주어졌다. 일곱 살이던 딸 렉시 슈멜저는 어느 여름 날 지비츠로 장식한 크록스를 신고 수영장에 갔다. 그런데 어떤 남자가 렉시에게 다가와 명함을 주면서엄마한테 전화하라고 전해주렴이라고 말했다. 이 남자는 크록스의 설립자 3명 중 한 명인 듀크 핸슨이었다. 셰리는 가벼운 마음으로 그에게 전화했다. 이후 크록스는 현금 1000만 달러에 지비츠를 인수한다. 지비츠가 크록스의 자회사가 된 뒤에도 리치는 사장, 셰리는 디자인 총괄책임자를 맡았다. 이들 부부는 특정한 판매액을 달성하면 최고 1000만 달러를 더 받기로 크록스와 계약을 맺었고 지금까지 순조롭게 목표를 달성하고 있다. 지비츠는 현재미키에서곰돌이 푸우등 다양한 디즈니 캐릭터를 비롯해 1100여 개의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크록스와 지비츠는 최고의 상생(相生) 사례 중 하나다. 일반적으로 다른 기업의 성공을 이용해서 또 다른 성공을 창출한 기업은 원래 기업들에도 이익을 가져다줄 때가 많다. 액세서리와 장식품, 기능 강화 도구 등 추가적인 제품을 파는 시장이 생겨나면 원래의 제품이 더 많이 알려지고 용도도 다양해져서 소비자를 더 많이 끌어들일 수 있는 것이다. 크록스 신발이 낡거나 아이들이 성장함에 따라 발 사이즈가 변해서 새로운 신발을 사게 되더라도 지비츠는 계속 활용할 수 있다. 개인의 개성과 기호에 따라 디자인을 선택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크록스의 제품 라인에 관계없이 사용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크록스를 더 강하게 만들 수 있는 것은 더 새로운 크록스가 아니라 바로 지비츠다. 인브랜드(inbrand)가 모()브랜드를 강화시킨 것이다. 유행을 좇거나 새로운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늘 새로운 디자인의 제품을 출시해야 한다. 하지만 이보다 더 쉬운 방법이 바로 다양한 지비츠를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크록스는 1000만 달러에 지비츠를 인수했다. 우리에게는 이미 많은 고객을 확보한 성공한 제품과 서비스가 있다. 이제 여기에 결합시킬 수 있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필요할 때다. 상생의 철학은 비즈니스에서도 이렇게 빛나고 있다.

 

서진영 자의누리경영연구원 대표 sirh@centerworld.com

필자는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에서 경영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전략과 인사 전문 컨설팅 회사인 자의누리경영연구원(Centerworld Corp.) 대표이면서 최고경영자(CEO)를 위한 경영 서평 사이트(www.CWPC.org)를 운영하고 있다.

 

  • 서진영 서진영 | - (현) 자의누리경영연구원(Centerworld Corp.) 대표
    - 최고경영자(CEO)를 위한 경영 서평 사이트(www.CWPC.org)운영 - OBS 경인TV ‘서진영 박사의 CEO와 책’ 진행자
    sirh@centerworl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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