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Case Study : 싱글몰트 위스키 맥캘란의 브랜드 전략
편집자주
※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이상지(KAIST 경영공학 석사과정), 김정학(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 장마가 막 끝난 지난 8월9일 금요일 밤, 한남동의 한 위스키 바(Bar)에는 30대 중반의 남성들이 테이블마다 모여 위스키를 즐기고 있었다. 술을 따라주는 여성 종업원은 아예 보이지도 않았다. 오히려 일반적으로 ‘독주’라고 생각해 여성들은 잘 즐기지 않는 위스키를 잔에 채워 천천히 음미하는 30대 초중반의 여성들이 간간히 눈에 띄었다. “위하여”나 “원샷”을 외치며 마시는 사람 역시 단 한 명도 없었다. 조용히 대화를 나누고 때론 웃고 떠들지만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는 사람도,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사람도 찾기가 어려웠다. 최근 30대 초중반부터 40대 중반까지의 전문직, 고소득 남성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며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는 ‘싱글몰트 전문 위스키 바’의 풍경이다.
경제 불황의 그림자가 짙어지면서 경기에 민감한 위스키 시장이 어디가 바닥인지 모를 정도로 추락하고 있다. 하지만 유독 ‘싱글몰트’1 위스키만은 매년 두자릿수 가까운 성장을 하고 있다. 지금은 주춤해진 와인 열풍이나 한때 대세처럼 여겨졌다가 곧바로 추락한 막걸리 인기와는 조금 다른 패턴이다. 지난해 잠시 숨고르기 했던 때를 제외하고는 2000년대 초반, 중반 이후부터 일정한 성장률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기존에 싱글몰트 위스키가 주로 판매되던 호텔 바(Bar)나 고급 레스토랑뿐 아니라 아예 각 나라별 다양한 브랜드의 싱글몰트 위스키 전문 바가 점점 늘어나면서 시장은 오히려 더 커지는 추세다.
이 같은 싱글몰트 위스키의 놀라운 성장세의 중심에는 글로벌 3위 싱글몰트 업체 에드링턴그룹이 공급하는 브랜드 ‘맥캘란’이 자리 잡고 있다.
한때 10배 이상 격차가 있던 국내 시장 싱글몰트 브랜드의 최강자 ‘글렌피딕’을 누르고 시장 1위 업체로 부상한 맥캘란의 성공요인을 DBR이 집중 분석했다.
10년 전엔 아무도 모르던 브랜드, 싱글몰트 1위가 되기까지
1.“우리가 갈 곳은 고급 바(Bar)다”: 차별화된 거점 거래처(Anchor Account) 전략
맥캘란이라는 싱글몰트 위스키 브랜드가 국내에 처음 들어온 건 1991년. VIP, 패스포트 등 기존의 한국형 위스키가 아닌 제대로 된 수입 위스키가 한국에 들어오기 시작한 게 1989년인 것을 감안하면 매우 빠른 진입이었지만 조니워커, 발렌타인 등 유명 블렌디드 위스키도 자리 잡지 못하던 시절에 ‘싱글몰트’라는 위스키는 존재감을 갖기 어려웠다.
당시 진출은 시장을 곧바로 공략하기 위한 것은 아니었다. 탐색을 위한 시기였다. 당시에는 맥캘란의 수입과 유통을 맡았던 프랑스 레미마틴사의 주력 상품인 브랜디(코냑)가 현 시기의 ‘싱글몰트’가 차지하고 있는 ‘고급 양주’의 위상을 갖고 있었다. 따라서 맥캘란 입장에서는 레미마틴사의 유통망에 올라타 한국 시장의 특성을 탐색하고 본격적인 투자 타이밍을 잴 수 있었다. (표 1)
1999년 후반, 그리고 2000년도 초반 IMF 외환위기의 수습이 끝나가면서 위스키 시장이 부활하던 시기, 맥캘란 역시 본격적으로 시장공략에 나섰다.
맥캘란은 한국 시장에 ‘닻을 내리기 위한 준비’로 기존의 유흥업소가 아닌 최고급 호텔·레스토랑의 ‘바(Bar)’ 세 곳을 찍어 영업직원들을 보냈다. 브랜드 고급화를 위한 차별화된 ‘Anchor Account(거점 거래처)’ 확보 전략이었다. (그림 1) 당시 강남 최고의 호텔 중 하나였던 리츠칼튼호텔의 바(Bar), 대한민국 최고 ‘럭셔리’로 불리던 신라호텔 바, 연예인과 정치인, 그리고 금융인 등이 많이 찾아 유명해진 여의도 63빌딩 스카이라운지 바 이렇게 세 곳이 선정됐다. 주류업계 용어로 전통적 유흥업소, 이른바 TOT(Traditional on Trade)는 철저히 배격한 채 고급 바나 클럽 등 MOT(Modern on Trade)에 접근하고자 함이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질펀한 접대’와 무관한 국내 최고급 바부터 공략해야 싱글몰트 위스키, 나아가 맥캘란의 포지션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이 세 곳을 거점으로 VIP 구전 마케팅을 전개했다. 영업직원은 세 거점 바에 상주하다시피 하며 바텐더에게 위스키 종류를 설명하고 싱글몰트 위스키별로 맛과 향의 차이를 알렸다. 또 영업사원들로부터 설명을 들은 바텐더들은 이 같은 내용을 VIP들에게 ‘추천’ 형식으로 자연스럽게 퍼뜨렸다.
애초에 ‘매스 마케팅’은 블렌디드 위스키에 비해 같은 연산 기준 최소 15% 이상 비싼 싱글몰트 위스키의 방법이 될 수 없었다. 이들 세 거점 거래처를 중심으로 이후 맥캘란의 소비처가 조금씩 확산된다. (그림 2) 글로벌 본사의 동의를 얻어 한국적 특성을 감안해 시도한 한국 시장에서만의 전략이었다.
당시 맥캘란보다 10배 이상 많은 출고량을 보이던 글렌피딕은 전혀 다른 길로 갔다. 이미 완전히 자리 잡은 조니워커, 발렌타인, 윈저, 임페리얼 등의 블렌디드 위스키 시장에 그대로 들어간 것. 전통적인 유흥업소에 ‘싱글몰트’라는 단어는 희석시킨 채 ‘고급 위스키 중 하나’로 공급했다. 워낙 위스키 시장이 활황이다 보니 상당한 성과가 나왔다. 맥캘란이 1000상자도 팔지 못하던 시절 매년 1만 상자 넘게 팔았다. 맥캘란은 유혹에 흔들리지 않았다. 국민소득 2만 달러가 넘어간 나라에서는 수년 안에 반드시 ‘와인’과 ‘싱글몰트 위스키’ 시장이 성장한다는 전 세계 각국의 사례를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진짜 시장이 열렸을 때 ‘차별화된 고급 브랜드’를 갖고 있지 않으면, 다시 말해 맥캘란이 그 포지션을 갖고 있지 않으면 정작 중요한 시기에 힘을 못 쓰게 된다는 걸 알고 있었다는 뜻이다. 쓰디쓴 인내였지만 이후 그 열매는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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