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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cture from Bestselling Author 저자 콜린 메이어 교수

“몇초만 보유한 주주에게도 같은 의결권 부여해야 하나?”

조진서 | 131호 (2013년 6월 Issue 2)

 

 

 

편집자주

※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 연구원 임채범(고려대 경영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주주가 기업의 주인이라는 주주자본주의(share holder capitalism)에 충실하게 운영됐던 영미권의 대형 기업과 은행들이 금융위기 동안 줄줄이 무너지는 것을 지켜본 경영학계는 중국의 국영기업, 독일의히든챔피언’, 한국의 가족기업(재벌) 등 다른 기업 모델에 눈을 돌리고 있다. 과연 21세기에 맞는 기업지배구조는 무엇일까? 옥스퍼드대 경영대학원 전 학장이자 경제, 재무 전문가인 콜린 메이어 교수는 이러한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올 21 를 펴냈다. 무거운 주제를 다룬 만큼 대중적인 베스트셀러는 아니지만 언론과 학계에선 큰 주목을 받고 있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 블로그, 블룸버그, 슬레이트 같은 서구 매체뿐 아니라 중국의 국영 매체인 <차이나데일리>에서도 이 책을 소개했다.

 

메이어 교수는 주주자본주의도, 재벌기업도 정답이 아니라고 말한다. 주주자본주의에선 기업의 장기적 생존에는 관심이 없는 단기 금융투자자들이 문제다. 재벌에선 창업자 가문의 이익이 다른 이해관계자나 사회 전체의 이익과 충돌하는 게 문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동서양을 막론하고 기업 내부의 신뢰(trust)와 책임감(commitment)을 회복해야 하며 이는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만들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요지다.

 

메이어 교수는 옥스퍼드대에서 공학과 경제학을 공부하고 같은 대학에서 경제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옥스퍼드대, 워릭대, 하버드대에서 가르치면서 영란은행 고문으로 일했다. 경제 전문 컨설팅/자문 업체인 옥세라(Oxera)를 공동 창업하고 24년간 회장직을 맡아 키워내는 등 사업 수완도 발휘했다. 2006년부터 2011년까지는 옥스퍼드대 사이드경영대학원 학장을 지냈다.

 

그는 지난 3월과 4월 한국과 중국을 방문해 서울대, 중앙대, 연세대, 베이징 인민대, 시안 교통대 등에서 강연했다. 연세대 강연을 요약 소개한다.

 

 

 

강연 요약

현대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조직은 국가, 종교단체, 학교가 아닌 기업(corporation)이다. 한국에서 부와 경제성장의 근원은 삼성, 현대, SK 같은 기업들이다. 동시에 이런 기업들은 공해, 부패, 탈세 같은 온갖 사회적 해악의 근원이기도 하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증상들을 하나하나 치료하려 애쓸 것이 아니라 모든 문제의 중심에 있는 기업 그 자체를 고치는 편이 낫다.

 

우리는 기업을 여러 가지 각도로 바라본다. 어떤 사람들은 기업을 노동력, 원재료와 같은 자원을 가지고 상품과 서비스로 바꾸는 하나의 프로세스로 보기도 한다. 다른 이들은 기업을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을 묶어놓는 법적 계약의 집합으로 본다. 경영학에서는 기업을 주주의 이익을 대변하며 이익을 극대화하는 존재로 보는 관점이 가장 보편적이다. 또 경영학자들은 간혹 주주의 이익이 사회 전체의 이익과 맞지 않을 때는 정부가 기업을 규제할 필요와 의무가 있으며 때에 따라서는 아예 국영화해 버릴 수도 있다고 가르친다. 하지만 틀렸다. 전통적인 경영학은기업이라는 개념을 잘못 가르치고 있다. 기업은 생산 프로세스도 아니고 계약관계의 집합도 아니며 무엇보다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존재하지도 않는다. 기업은 사회와 시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물건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존재한다.

 

기업은 위와 같은 목적을 달성하는 데 매우 효율적인 시스템으로 고안됐다. 우선 기업은 사람과 동등한 존재로 대접받는다. 사람이 사람을 고용하듯이 기업이 사람을 고용하거나 사람이 기업을 고용할 수 있다. 또 사람이 사람을 상대로 소송을 걸 수 있듯이 기업 역시 소송을 걸거나 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또 현대의 기업은 소유(ownership)와 지배(control)가 분리돼 있다. 기업의 역사를 보자. 600여 년 전 사람들은 공공의 목적(public purpose)을 위해 기업(법인·corporation)이라는 제도를 고안해냈다. 기업의 시작은 대항해시대 때 리스크가 큰 장거리 해상 탐험과 교역을 하기 위해 생긴 동인도회사 같은 법인이다. 그 다음엔 운하와 철도 같은 큰돈이 들어가는 공공 인프라사업을 위해 기업들이 만들어졌다. 기업은 소유와 지배가 분리돼 있기에 개인이 짊어지기엔 너무 큰 리스크를 떠안고 위대한 일을 해낼 수 있었다. 19세기 영국에서유한책임제도가 생기면서 주주가 짊어져야 하는 리스크가 크게 줄어들었다. 이 제도는 인기가 많아서 매우 빠른 속도로 프랑스로, 그리고 다른 나라들로 퍼져나갔다.

 

한편 가족들이 지배하는 기업도 있다. 가족 기업가들은 아주 오랫동안 기업을 소유하고 대대로 운영했다. 그러다 기업을 확장해야 할 필요가 생기자 주식을 발행해 외부 투자자들에게 팔았고 그 대신 소유권을 잃었다. 공개기업(public company)2 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공개기업 초기에는 주주의 대부분이 장기 투자자, 개인투자자였다. 그러다가 연기금, 은행과 같은 기관투자가들이 늘어났다. 그러면서 점점 주식의 평균 보유기간도 줄어들었다. 주식의 보유기간이 줄어들면서 기업은 단기 보유 주주들의 이익을 위해 다른 이해관계자들인 소비자, 직원, 지역사회, 국가의 이익을 희생시키기 시작했다.

 

70년 전에 전 세계 상장기업 주주들의 평균 보유기간은 8년이었다. 30년 전에는 보유기간이 평균 4년으로 내려왔다. 지금은 어떤가? 몇 달, 며칠, 몇 시간, 몇 초, 심지어 몇 나노초(nanoseconds) 단위로 주주가 바뀐다. 애초에 사회 전체의 공적인 이익을 위해 만들어졌던 훌륭한 창조물인 기업이 이렇게 괴물이 돼버렸다. 주주라는 하나의 이해관계자 그룹이 기업 전체를 납치해버린(hijacked) 것이다. 좀 더 정확히 얘기하면 주주 중에서도 일부 그룹인 단기적 투자자들이 납치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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