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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의 일상화로 세계적 창조기업 꿈꾸다

신수정 | 57호 (2010년 5월 Issue 2)


‘고생없이 자란 조직’
2008년 12월, 웅진씽크빅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한 최봉수 대표는 이처럼 직원들에게 충격적인 조직 진단을 내렸다. 1980년 설립된 웅진씽크빅은 2005년까지 무차입 경영을 할 정도로 안정적인 회사였다. 2005년엔 매출 5423억 원의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이후 몇 년간 신규사업이 잇따라 실패해 부채 비율이 급속도로 높아졌다. 웅진씽크빅 단행본 부문 대표에서 총괄 대표 자리에 오른 최 대표는 위기의 근본 원인은 직원들의 위기불감증이라고 분석했다. 초기에 잘 잡은 비즈니스모델 덕분에 30년간 한 번도 강제적인 구조조정을 하지 않았던 회사의 ‘따뜻한’ 문화 속에서 직원들은 안주했다. 최 대표는 이후 혁신경영을 화두로 삼았다.
 
최 대표가 혁신경영을 강조하면서 벤치마킹 모델로 삼은 기업은 3M과 구글. 그는 웅진씽크빅이 지속적인 성장을 하려면 기존 전집과 방문 학습지 사업 외에 새로운 신성장 동력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수익을 창출하는 창조기업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혁신의 일상화, 체질화를 통해 창조기업으로 거듭나자’라는 강력하면서도 명확한 비전 아래 최 대표가 이끄는 웅진씽크빅은 지난해 전사적으로 강도 높은 혁신 활동을 펼쳤다. 혁신 관련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경영혁신위원회를 비롯해 대표이사 직속 조직인 이노오션 그룹을 신설하고 주관부서인 경영기획실 경영혁신팀을 강화했으며, 혁신통합시스템인 IIS(Innovation Information System)를 구축했다. 회사 구성원 개인, 팀, 본부 모두 같은 비전을 공유하면서 혁신활동을 펼친 결과는 놀랍다. 지난해 매출의 9.9%에 해당하는 820억 원, 영업이익의 21.3%인 183억 원을 혁신 활동을 통해 거뒀다.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10.5%로 1994년 증시 상장 이후 가장 높았다. 눈에 보이는 실적 외에 일과 혁신을 구분짓지 않고 ‘일을 혁신적으로’ 하는 마인드가 조직 내에 전파된 게 더 큰 소득이다. 최 대표는 “직원들이 혁신 과제 수행을 하면서 회사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고, 수익과 인프라 개선을 위한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내면서 혁신을 스스로 즐기고 자랑하는 문화가 서서히 자리잡았다”며 “이 과정에서 핵심 인재를 발굴 및 육성할 수 있었던 것도 큰 성과”라고 말했다.
 
웅진씽크빅의 혁신경영이 경영 현장에 소문나면서 이를 벤치마킹하려는 기업들의 방문이 부쩍 늘었다. 지난해 7월, 웅진씽크빅 파주 사옥에 포스코 임직원 22명이 다녀간 데 이어, 올해 1월과 2월에는 하나카드와 SK C&C, 3월에는 한솔제지와 GS리테일 등 국내 유수 기업들이 방문했다. 기업 외에 경기도청, 서울시청 같은 지자체의 방문도 잇따랐다. 웅진씽크빅의 혁신 슬로건은 ‘Learn(배우자), Execute Fast(빨리 실행하자), Do Better(더 잘하자), Show off(자랑하자)’이다. 혁신활동을 공유하고 자랑함으로써 혁신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고 더 나아가 새로운 혁신문화로 발전시키자는 의미다. 1년 만에 조직에 혁신문화를 정착시키고, 혁신의 지속적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데 성공한 웅진씽크빅의 혁신경영 성공비결을 집중 분석했다.
 
혁신전담조직 이노오션의 활약
최 대표가 취임 이후 가장 먼저 한 일은 혁신 경영을 위한 조직 개편이었다. 그는 혁신을 전담하는 조직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자신의 고유 업무와 혁신을 병행하면 직원들이 혁신에 소극적으로 임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 전담 조직을 구성키로 한 것이다. 그의 아이디어로 탄생한 것이 혁신 전담 조직인 이노오션 그룹이다. 이노오션은 혁신을 뜻하는 단어 이노베이션(Innovation)에 새로운 시장을 뜻하는 블루오션(Blueocean)이 합쳐진 이름이다. 이노오션 그룹은 본사 조직 600명의 10%인 60명으로 구성됐다. 신사업을 발굴하고 다양한 혁신 활동을 수행해야 하기 때문에 역량을 인정받은 핵심 인재들을 선발했다. 이노오션 그룹은 현업에서 벗어나 1년간 창조적 상상력을 마음껏 발휘해 혁신 업무에만 몰입한다. 회사의 성장, 수익, 인프라의 영역을 총망라한 전사적인 혁신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본인이 제안한 혁신 과제가 채택되면 그 과제의 제안자가 프로젝트 매니저가 된다. 이 과정에는 누구의 지시나 직급차별도 없다. 대리가 프로젝트 매니저가 될 수도 있고, 그 팀의 일원으로 과장, 차장, 부장이 될 수도 있다.
 
①신속한 조직 개편 이노오션 그룹은 최 대표가 취임한 지 채 한 달이 되지 않은 2009년 1월 6 발족됐다. 현업에서 벗어나 혁신 업무만 한다는 말에 웅진씽크빅의 많은 직원들은 이를 ‘고도화된 구조조정’으로 받아들였다. 조직 내에 구조조정의 일환이라는 소문이 돌자 이노오션 그룹에 배정받은 일부 직원들은 사표를 내기도 했다. 최 대표는 “절대로 구조조정이 아니다”라며 다독거렸지만 임직원들의 동요는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그럼에도 최 대표는 이노오션 그룹의 발족을 밀어붙였다. 핵심 인재를 내놓으려고 하지 않는 본부 이기주의를 타파하기 위해 본부별로 할당 인원을 정해놓고 조건에 맞는 직원을 이노오션 그룹에 보내도록 독려했다. 이 과정에서 CEO의 지시로 혁신 업무를 총괄하는 경영기획실이 자발적으로 우수 직원들을 이노오션 그룹으로 배치했다. 최 대표는 “조직원간에 불필요한 오해를 없애고, 혁신 경영을 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나타내기 위해서라도 신속한 결정과 실행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②투명한 프로세스 이노오션 그룹의 멤버들은 3개월간 각각 2개의 혁신 과제를 수행한다. 한 가지 과제는 수익 및 인프라와 관련된 내용으로 답이 있다. 또 다른 과제는 신성장 과제로 당장 솔루션을 제안하기에 부담스러운 과제다. 웅진씽크빅은 이노오션 그룹 멤버들에게 3개월간 2개의 과제를 동시에 진행하도록 하고 있다. 답이 있는 과제를 수행하도록 하는 이유는 작은 성공을 통해 추진 에너지를 확보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3개월이란 기간을 정해놓은 것도 건전한 긴장을 유지하면서 과제에 몰입하길 기대해서다. 이렇게 3개월간 운영한 프로젝트는 매 분기 말에 열리는 이노오션 그룹 성과 발표회를 통해 평가받는다. 이 자리에는 각 사업본부의 본부장, 팀장들이 바이어로 참여한다. 이노오션 그룹 멤버들이 과제 발표를 마친 후 사회자가 “이 과제를 어느 본부에서 사겠습니까?”라고 물으면 각 사업본부에서 손을 들어 과제를 산다. 채택된 과제 중에 기존 조직에서 할 수 있는 일은 그 조직으로 과제를 이관하고, 새로운 조직을 꾸려 진행해야 하는 경우엔 새 조직이 만들어진다.
 
이노오션 그룹을 통한 대표적인 성과가 ‘웅진 에듀프리 하나카드’다. 교육전문 캐시백 카드인 웅진 에듀프리 하나카드는 하나카드와 연계해 고객에게 제품 할인혜택을 준다. 1기 이노오션 그룹 멤버였던 김민우 과장은 신규회원 확보과 비용절감을 목표로 교육전문 마일리지 서비스를 만들어보자고 제안했다. 김 과장은 이에 대한 구체적인 솔루션으로 신용카드 제휴 서비스를 고안해냈다. 김 과장의 아이디어는 가능성을 인정받아 바로 실행과정에 들어갔다. 카드 서비스 출시를 위해 ‘통합 마케팅 추진팀’이라는 새로운 팀이 만들어졌다. 김 과장은 해당 팀의 팀장으로 자리를 옮겨 3명의 팀원을 모집해 실행에 돌입했다. 그 팀은 지난해 8월 10일 에듀프리 카드를 출시했고 출시 한 달 만에 카드 신청자가 3만 명을 넘으며 돌풍을 일으켰다. 출시 6개월이 지난 올해 2월 기준 약 150억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기존 고객의 전집 구매율이 늘고 학습지 휴회 비율이 감소하는 등 고객 로열티 증가 효과도 나타났다. 출범 이후 1년간 이노오션 그룹은 웅진 에듀프리 하나카드 외에 디지털 콘텐츠를 중심으로 하는 중등교육사업단 발족, SCM(Supply Chain Management) 추진팀 출범 등 모두 62개의 혁신 과제를 수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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