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증권이 국내외 금융시장을 뒤흔든 여러 차례 충격에도 53년간 흑자 경영을 이어갈 수 있었던 비결은 무리하게 덩치를 키우는 대신 내실을 다지는 데 집중했기 때문이다. 창업주인 원국희 회장부터 이어진 ‘가치투자’ ‘장기투자’ 철학을 이어 가면서 의사결정을 내릴 때 신중하게 따져보고 잘하는 일에 집중하려 하고 있다. 이같이 보수적이고 신중한 리스크 관리에 저항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다른 회사에서는 심사에서 쉽게 통과되는 딜도 신영증권에선 번번이 제동이 걸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랜 기간 축적된 경험을 통해 결과적으로 보수적인 판단이 대부분 옳았음에 임직원들이 공감하고 있다. 신영증권은 일찌감치 자산관리 부문의 성장 가능성을 내다보고 투자해왔다. 가치투자, 장기투자를 강점으로 하는 만큼 고위험 고수익을 선호하는 단기 투자자보다 고액 자산 고객이 많았던 점도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또한 안정적인 기업문화와 적극적인 의사소통 덕에 임직원들이 회사의 경영 스타일을 깊이 이해하게 된 것 역시 구성원들이 장기 성과에 집중할 수 있게 된 배경이 됐다.
53년간 단 한 번도 빼놓지 않고 흑자를 낸 회사가 있다. 그것도 경제 상황에 따라 부침이 심할 수밖에 없는 증권회사 이야기다. 1997년 IMF 외환위기로 굵직한 기업과 금융회사들이 줄도산하고 코스피가 280까지 떨어졌을 때도, 2008년 ‘리먼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최근에는 코로나 팬데믹이 몰고 온 사나운 파도에도 가라앉지 않고 반세기 넘게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1925년 설립된 이후 37년간 연속 흑자를 낸 바 있는 일본의 노무라홀딩스도 때때로 적자의 고배를 마셔야 했고, 1999년 상장 이후 줄곧 흑자를 기록했던 골드만삭스도 금융위기의 파고는 넘지 못했다. 국내 금융업계에서 유일무이한 신화의 주인공은 바로 신영증권이다.
신영증권은 1956년 대한증권거래소(현 한국거래소) 개소와 함께 창립됐다. 처음부터 탄탄한 실적을 낸 것은 아니었다. 설립 후 네 차례나 주인이 바뀌고 만성 적자를 내는 등 위기를 겪었지만 1971년 창업주인 원국희 회장이 인수하면서부터 연속 흑자의 역사가 시작됐다. 현 원종석 대표이사 회장의 아버지인 원 회장은 대림산업 계열사였던 서울증권에 다니며 모은 돈 500만여 원에 지인들 돈을 보태 마련한 3000만 원으로 신영증권을 인수했다. 고객에게 내 줄 유자차를 집에서 담가올 정도로 허리띠를 졸라매며 회사를 경영한 끝에 지금의 신영증권을 만들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