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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Case Study: 유한킴벌리의 40년 최장수 숲·환경 공익 캠페인

‘브랜드 액티비즘’으로 명성 자본 구축
기업 가치 높인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최호진 | 392호 (2024년 5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유한킴벌리의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캠페인은 1984년 나무 심기를 시작으로 숲의 가치를 알리는 공익광고 캠페인과 학교와 도시에 숲을 조성하는 ‘학교숲’ ‘도시숲’ 운동을 전개하는 등 ‘숲’을 매개로 사회 문제를 해결해왔다. 올해 40년을 맞은 국내 최장수 숲·환경 공익 캠페인으로서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가 갖는 경영학적 함의와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

1. 기존의 제도적 환경을 혁신적으로 변화시키는 제도적 기업가정신(Institutional Entrepreneurship)으로 기업과 이해관계자의 가치를 동시에 창출하는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

2. 가치 있고(Valuable), 희소하며(Rare), 모방이 어렵고(Inimitable), 조직화 가능한(Organizable) 자원, 즉 VRIO 기준을 충족하는 캠페인을 통해 기업의 브랜드 가치를 제고했다.

3. 제품 품질 제고 등 시장 이슈와 환경 문제 등의 비시장 이슈를 조화롭게 관리해 기업의 명성 자본을 축적했다.

4. 브랜드가 사회 문제에 참여해 목소리를 내고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브랜드 액티비즘(Brand Activism)’의 기원으로서 진정성이 검증된 목적 지향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강원도 동해시 초구동의 봉화대산. 서쪽으로는 강원도 백두대간의 능선이 보이고 동쪽으로는 푸른 바다와 해변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이곳 해발 100m에는 ‘아픈 과거’가 있다. 지난 2022년 3월 강원도 강릉 옥계면에서 발생한 산불이 번져 이곳의 나무들을 집어삼켰다. 당시 강릉·동해 산불로 축구장 5600여 개에 달하는 산림 4000㏊(강릉 1900㏊·동해 2100㏊)가 잿더미로 변했다. 여전히 그날의 상흔이 남아 곳곳이 검게 그을린 산에 지난 3월 31일, 젊은 부부 120쌍이 모였다. 벌거숭이가 된 산에 푸른 옷을 입히기 위해서다. 2인 1조로 짝을 이룬 부부들은 1.8m 간격으로 소나무 묘목을 심기 시작했다. 한 사람이 곡괭이로 땅을 파면 다른 한 사람이 묘목을 심고 정성스레 흙을 채워 넣은 다음, 흰색 천이 달린 대나무 표시봉을 묘목 옆에 꽂았다. 6~8월 풀베기 철 예초기를 돌릴 때 어린 나무들이 베이지 않도록 묘목을 심은 자리임을 표시하기 위해서다. 이날 심은 나무는 총 2000여 그루. 지난해 이맘때 신혼부부 110쌍이 이곳을 찾아 심은 산벚나무와 소나무 3000그루는 90% 이상이 살아남아 푸르게 자라고 있다.

이곳 강원도뿐만이 아니다. 1985년부터 2023년까지 경기도, 대전광역시 등 국내 32개 지역의 민둥산을 찾아 신혼부부들이 매년 나무를 심어왔다. 우리 산을 푸르게 만들기 위해 이들을 이끈 주체는 정부도, 시민단체도 아닌 민간기업이었다. 생활용품 제조사 유한킴벌리다. 1985년 첫 나무 심기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총 5700만여 그루의 나무를 심고 가꾸고, 숲의 가치를 알리는 공익광고 캠페인과 학교와 도시에 숲을 조성하는 ‘학교숲’ ‘도시숲’ 운동을 전개하는 등 유한킴벌리가 지속해온 캠페인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는 올해 40주년을 맞았다. 국내 최장수 숲·환경 공익 캠페인으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숲을 매개로 사회 문제를 해결해온 ‘일관성’과 정부, 시민사회, 전문가와 함께 거버넌스를 구축해 40년간 캠페인을 이끌어오면서 증명된 ‘지속성’은 유한킴벌리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양분이 됐다. 이화여대가 발표하는 ‘명성 높은 기업 순위’에서 2004년 이래 늘 3위권 안에 오르는 등 유한킴벌리는 윤리적 기업, 친환경 기업으로서 시장 입지를 단단히 다졌다.

세 번의 대표이사 사장 교체에도 유한킴벌리가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캠페인의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이 뭘까. 40년을 맞은 국내 최장수 숲·환경 공익 캠페인으로서 갖는 비즈니스 가치와 경영학적 함의는 무엇이며, 앞으로 어떻게 발전해 나가야 할까. DBR이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캠페인 40년의 스토리와 의미를 조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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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옳은 방향이면 굴하지 말고 나아가야 한다.”

1970~1980년대 대한민국에는 양론이 팽팽했다. 1960년대부터 20여 년에 걸쳐 진행된 산업화의 영향으로 환경 문제가 사회적으로 대두되자 산업 발전을 위해 환경을 희생해도 된다는 논리와 선진국처럼 우리도 환경친화적인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는 주장이 맞붙었다. 1980년 환경청이 설립되고 각종 공해 및 환경 문제 연구소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기업의 사회·환경적 책임이 부각되기 시작했다. 1970년 창립한 유한킴벌리는 1970년대 중반부터 폐수 정화 및 재사용뿐만 아니라 원료와 제조 공정 등에 있어 환경을 고려하는 등 ‘환경 경영’을 신경영 전략으로 채택했다. 국내에 대두되는 환경 문제를 기업으로서 좌시하지 않고 진지하게 고민한 것이다.

1982년 당시 유한킴벌리 내 크리넥스 마케팅부장이었던 문국현 전 대표는 선진 경영을 공부하기 위해 연수를 떠난 호주에서 모국의 환경 문제를 해결할 단초를 얻었다. 바로 ‘숲’이었다. 호주는 도시 곳곳에 숲이 울창했고, 숲을 보존하려는 사회적 노력도 적극적이었다. 일제강점기 목재 수탈과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황폐해진 모국의 산림을 복구하는 일을 나라에만 맡길 일이 아니라 기업이 함께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다. 킴벌리 클라크 호주에서 파견 근무하면서 한국의 산림을 복구하고 조성하는 국가적 나무 심기 캠페인을 계획한 문 전 대표는 회사로 돌아와 이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그러나 회사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당시 한강 개발 등 대규모의 공공 프로젝트는 정부가 주도했기에 민간기업이 나서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국내에 전례 없는 사업일뿐더러 다른 기업 역시 공공사업에는 소극적인 때였다. 무엇보다 “나무는 한번 심으면 자라는 데 몇십 년이 걸리는데 당장 빨리 이익을 내는 것이 중요한 기업이 이런 사업을 하는 게 효율적이냐”며 회의적인 시각이 팽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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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문 전 대표 역시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숲이 훌륭해야 국민 삶의 질도 높아진다”며 유한킴벌리가 지금 왜 이 캠페인을 해야 하는지를 끊임없이 설득했다. 킴벌리 클라크 호주의 크리넥스팀이 매출액 중 일부 기금을 코알라를 지키는 단체에 지원해주는 ‘Help us, Keep Koala’ 캠페인 사례를 들며 한국 유한킴벌리도 ‘Help us, Help Keep Korea Green’ 캠페인을 통해 사회적 책임을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자연환경 보호에 대한 대중적 공감대나 인식이 부족한 상황이었기에 대의만으로는 내부를 설득하기 어려웠다. 명분이 필요했던 것이었다. 문 전 대표가 그때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본인이 재량을 발휘할 수 있는 크리넥스 브랜드 광고의 일환으로 광고비를 집행해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캠페인을 시작했다.

먼저 숲을 조성하기 위해 크리넥스 매출액의 1%를 산림자원조성기금으로 조성했다. 제품의 속성과 우수성을 광고에 활용하는 경쟁사들과 다른 행보였다. 또한 크리넥스 제품 광고에 산림 선진국의 비전을 앞세우고 2년 동안 매출의 1%를 축적하는 한편 1년 가까이 정부를 설득했다. 이러한 노력 끝에 유한킴벌리는 1984년 8월 14일 산림청 산하 산림조합중앙회에 첫 번째 산림자원조성기금을 전달하고 이후 본격적인 나무 심기 캠페인을 시작한다.

산림 소유주도 임업 전문회사도 아닌 생활용품을 제조하는 민간기업이 국·공유지에 숲을 조성한 최초의 사례였다. 먼저 1985년 4월 충북 제천의 한 민둥산에 잣나무 1만2000그루가 뿌리를 내렸다. 유한킴벌리가 조성한 첫 번째 숲이었다. 캠페인 초기에는 사회적 영향력이 높은 인사나 유한킴벌리 사업 파트너들과 함께 나무를 심었다. 그러나 캠페인의 효과는 기대와 달랐다. 일부 참가자는 나무 심기 캠페인을 기업이 진행하는 이벤트 정도로 생각해 가볍게 즐겼고, 계획했던 양의 나무를 다 못 심고 내려오는 경우도 있었다. 캠페인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변화가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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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 끝에 눈을 돌린 식수 주체가 바로 신혼부부였다. 숲을 지속해서 가꾸는 데 꼭 필요한 자질 중 하나인 생명의 소중함에 대한 인식과 미래 세대를 위한 책임감이 가장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문 전 대표는 “생명을 존중하는 마음을 갖고 묘목 하나하나를 자기 자식에 대한 약속처럼 성심성의껏 심어줄 수 있는 사람들, 자녀들에게 나무 심기 활동을 이어줄 사람들을 생각하다 보니 신혼부부가 제격이었다”라고 말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캠페인에 대한 관심과 참여도가 눈에 띄게 늘었다. 심지어 결혼하지 않은 커플이 결혼을 했다고 속여 지원할 정도였다.

국민의 관심 속에 대외적으로 흥행하며 매년 신혼부부 나무 심기를 진행했지만 유한킴벌리의 속사정은 그리 좋지 않았다. 1985년 첫 숲을 조성하고 매년 나무심기 기부금을 정부에 전달할 때마다 44%의 세금을 부담해야 했기 때문이다. 민간기업으로부터 정부가 기금을 받는 첫 사례였기에 아무리 취지가 좋더라도 손비 처리가 되지 않아 세금 징수가 불가피했다. 그러나 유한킴벌리는 포기하지 않고 방법을 찾았다. 공익광고는 손비 처리가 가능했기에 나무 심기를 위해 정부에 직접 기부하는 금액을 계획보다 조금 줄이고 공익광고 캠페인을 병행하기로 결정했다.

유한킴벌리는 TV와 라디오, 신문과 잡지 등 대중매체를 통한 대국민 인식 개선 활동을 시작했다. 캠페인 초기인 1980년대에는 숲의 중요성을 알리면서 캠페인의 의미를 전달하는 데 중점을 뒀다. 홍수와 가뭄 등 재해 예방을 위한 숲 조성의 필요성과 산불 예방의 중요성을 주로 담았다. TV 광고에는 민둥산에 나무들이 하나둘씩 자라며 울창한 숲을 이루는 장면을 보여주고, 라디오 광고에서는 동식물을 보존하는 숲의 가치를 알리기 위해 ‘우리강산의 새소리를 찾아서’라는 주제로 울새 등 우리나라의 희귀한 새소리를 들려주기도 했다.

공익광고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최우선으로 삼은 건 판매도, 마케팅도 아닌 국민적 공감이었다. 이에 소비자나 국민이 공감하고 캠페인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집중했다. 1984년부터 15년간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의 공익광고 캠페인을 이끈 신강균 전 오리콤 이사는 “단순히 ‘나무를 심자’ ‘크리넥스 매출액의 1%를 나무를 심는 데 사용한다’라는 메시지만 주는 것은 일방적인 고지일 뿐 국민의 공감을 이끌어내기 어렵다고 봤다”며 “숲이 국민에게 어떤 영향과 이득을 주는지 담아내는 데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숲이 사라지면 더 이상 볼 수 없는 민물고기, 나비, 야생동물, 텃새들을 소개하며 국민의 감성을 자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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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수원 서호에는 머리끝에서 꼬리지느러미 끝까지 5.5센티미터를 넘지 않는 자그맣고 귀여운 물고기, 민물조개를 먹고 살아가는 한국특산종 ‘서호납줄갱이’가 모여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부근의 숲이 파괴되고 서호의 물이 말라가면서 서호납줄갱이는 사라져 버렸습니다. 이제 우리나라 어느 곳에도 ‘서호납줄갱이’는 없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맑은 공기와 깨끗한 물을 원하며 쾌적한 환경에서 살고 싶어합니다. 나무를 심고 가꾸며 깨끗한 물을 지켜가는 마음이 없다면 푸른 숲, 푸른 강의 친구들은 사라져 가게 됩니다. 물고기들이 마음 놓고 살 수 있는 곳, 그곳이 바로 우리가 즐겁게 살 수 있는 곳입니다.”

1992년 3월 발행된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인쇄광고 문구의 일부다. 당시로선 파격적인 광고였다. 일반적인 인쇄광고는 카피 문구 1~2줄에 이미지 위주가 일반적이었지만 유한킴벌리는 마치 동물도감처럼 멸종위기의 동물 삽화를 가득 채워 넣고 자세한 텍스트 설명을 더했다. 기사형 광고인 애드버토리얼(Advertorial)이었다. 광고지만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기사 형식을 취하고 팩트에 집착했다. 광고 캠페인을 담당한 오리콤 카피라이터들과 기획자들은 도서관에 가서 생물학자, 기후학자처럼 과학적인 자료를 찾아보고 학자들과 교류하며 팩트를 검증했다. 실제로 이 민물고기들이 사라지는 게 맞는지, 동물 삽화에 묘사가 틀린 부분은 없는지 등을 일일이 찾아가며 광고를 만들었다. 유한킴벌리 직원들도 함께 공부했다. 평일 저녁이나 주말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 소속의 환경운동가나 산림자원학과, 농생명과학과 교수 등을 초빙해 강의를 들으며 과학적 팩트에 기반해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캠페인의 가치를 광고 메시지로 녹일 방법을 고민했다.

공익광고 캠페인의 진정성을 의심받지 않기 위해 제품도 노출시키지 않았다.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캠페인이 크리넥스 매출 기반으로 진행된 극초기 외에는 숲의 가치와 나무 심기의 필요성만을 강조할 뿐 공익광고에 유한킴벌리 제품을 드러내지 않은 것이다. 판매, 마케팅 부서 담당자들이 이왕 하는 공익 캠페인에 크리넥스나 뽀삐 제품 광고도 넣어 달라고 요구한 적도 있지만 리더십 선에서 일축했다. 제품을 강조하면 소비자들의 공감을 끌어내지 못하고 캠페인의 진정성이 훼손될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유한킴벌리 지속가능경영부문장인 손승우 전무는 “나무를 심고 숲을 가꾸면서 회사를 내세우는 것은 공익적인 취지에도 맞지 않을 뿐 아니라 NGO, 전문가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적극적인 참여에도 장애가 된다. 캠페인이 잘돼서 우리 사회가 발전하면 회사도 같이 잘되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캠페인이 잘될지, 사회적으로 큰 영향을 미칠지에만 주안점을 두면 된다는 게 문 전 대표 때부터 이어져오던 철학이다”라고 설명했다.

44%의 세금을 감수하면서도 꿋꿋이 매년 150만 그루씩 나무를 심어오던 유한킴벌리는 1994년 김영삼 정부가 들어서고 나서야 산림자원조성기금에 대해 면세 처리를 받는다. 10년간 이어온 나무 심기와 대국민 인식 개선 광고 캠페인이 공익 활동으로 인정받은 것이다. 문 전 대표는 “세금을 부과하겠다고 하면 기업들은 움찔하고 위축되기 마련인데 그런 마음가짐이면 아무것도 못한다”며 “10년씩 세금을 내더라도 옳은 방향이면 가겠다는 마음으로 좌절하지 않고 목소리를 내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끈기와 사명감, 리더십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40년 헤리티지의 비결,
이해관계자 거버넌스 구축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캠페인을 만든 문 전 대표가 2007년 유한킴벌리를 떠난 후 2024년 4월 현재까지 유한킴벌리의 대표이사는 세 번 바뀌었다. 김중곤, 최규복 전 대표를 거쳐 2021년 진재승 현 대표이사가 취임하며 여러 차례 리더십이 바뀌었지만 캠페인의 명맥은 유지됐다. 오히려 신임 대표이사들은 취임 시마다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를 유산으로 여기고 잘 계승,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약속을 강조했다. 이처럼 40년간 유한킴벌리가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의 헤리티지를 지켜올 수 있었던 비결이 무엇일까. 손 전무는 “명확한 목적의식과 이해관계자의 지지”를 꼽는다. 시대가 변하더라도 숲을 통해 사회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일관되고 명확한 목적의식과 사원, 정부, 시민사회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지지가 캠페인의 든든한 버팀목이 돼 줬다는 설명이다.

단순히 오랫동안 캠페인을 지속한다고 이런 사회적 지지가 자연스레 생겨나는 건 아니다.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가 범국민적 캠페인으로 발전하고 사회적 변화의 마중물이 될 수 있도록 유한킴벌리가 다양한 분야의 이해관계자들과 거버넌스를 구축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유한킴벌리는 정부 및 정부 산하기관, 기업, 숲· 환경 NGO, 학계 등과 파트너십을 맺어 적은 노력을 들여도 큰 사회적 효과로 확산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데 집중했다.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데 힘을 보태기 위해 정부, 시민사회와 함께 머리를 맞대 출범한 ‘생명의숲 국민운동’이 대표적이다.

1996년 산림청과 경실련 등 시민사회 관계자들과 함께 세계 경제 동향을 주시하던 유한킴벌리는 다가올 대규모 실업 사태를 직감했다. 홍콩의 중국 반환에 따른 뱅크런, 일본의 부동산 폭락에 따른 은행의 몰락과 외환 회수에 따라 외환위기가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 전 대표는 1997년 10월 최열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과 당시 산림청 조림과장이던 조연환 전 산림청장 등 각계 인사들을 불러 모아 “이제 곧 경제위기가 오니 대비해야 한다”며 “만일 대량 실업 사태가 발생하면 미국의 시민자원보전단(CCC, Civilian Conservation Corps)을 벤치마킹해 ‘숲 가꾸기 공공근로 사업’을 제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시민보전단이란 1930년대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이 추진한 정책으로 대공황 시기에 실업자가 대거 발생하자 200만여 명의 젊은이가 나무 심기와 삼림 개간, 도로 보수, 하천 개간 등 국유지를 보존하는 작업 현장에 투입한 정책이다. 문 전 대표의 주도로 산림청과 경실련, 환경운동연합, 녹색연합 등 시민사회 단체들과 외환위기에 대비하기 위해 결성된 팀은 CCC 프로그램을 한국에 접목하기 위한 준비 작업을 착수한다. 그리고 3개월 후인 1997년 12월 한국에는 실제로 외환위기가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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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막 출범한 김대중 정부는 대책 없이 실업자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각 정부 부처에 고용 정책을 주문했다. 선제적으로 준비하고 있던 유한킴벌리와 산림청은 실업자를 고용하는 ‘숲 가꾸기 공공근로 사업’을 빠르게 제안할 수 있었다.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캠페인으로 인연을 맺어온 이보식 당시 산림청장이 정부 관계자들을 설득한 끝에 1998년, 실업자를 고용한 숲 가꾸기 공공근로사업이 출범했다.

그러나 숲 가꾸기 사업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얻어내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국민 대다수는 나무 심기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했다. 하지만 일부 수목을 베야 하는 숲 가꾸기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은 저조했다. 숲 가꾸기에 대한 국민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유한킴벌리는 다시 한번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힘을 모았다. 건강한 숲을 위해서는 숲 가꾸기가 꼭 필요하다는 점을 홍보하기 위해 국민 운동을 전개하기로 한 것이다.

1998년 3월 유한킴벌리와 숲 가꾸기 사업을 함께 준비했던 경실련, 환경운동연합, 녹색연합 등 시민단체와 산림청 등 정부 관계자, 학계 전문가들과 언론인, 종교인 등 각계 오피니언 리더가 참여한 ‘생명의 숲 가꾸기 국민운동’이 이때 출범했다.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국민 운동으로 탄력을 받은 숲 가꾸기 공공근로사업은 1998년 시작돼 2002년까지 5년 동안 연 1554만 명의 실업자를 고용해 총 44만 ㏊의 숲을 조성했다. 당시 숲 가꾸기 공공근로사업은 매년 연말 진행되는 전문기관 평가에서 가장 우수한 실적을 올린 모범 사업으로 평가받기도 했다. 이런 성과 뒤에는 이해관계자와의 거버넌스를 유지, 발전시키려는 유한킴벌리의 노력이 있었다는 사실을 부정하기 어렵다.

생명의숲에서 활동하며 숲 가꾸기 운동 활성화에 기여한 이강오 전 한국임업진흥원 원장은 “산림청과 환경단체, 기업과 전문가들은 서로 뭉치기 쉽지 않은 사람들인데 이들을 매달 모아 운영위원회의를 여는 등 거버넌스를 튼튼하게 지켜 나가려는 유한킴벌리의 노력이 컸다”며 “10이라는 지렛대를 가지고 전문가의 시간과 역량, 정부의 재정과 사람, 시민사회의 에너지와 사회적 영향력을 활용해 100 이상의 효과를 거두는 거버넌스 모델을 만든 게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캠페인이 롱런할 수 있었던 성공 요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해관계자 거버넌스를 통해 성장한 숲 가꾸기는 2003년 공공근로사업이 종료된 이후에도 정부 정책 사업으로 채택돼 매년 2000억 원 규모의 예산을 투입한 산림청의 대표 사업으로 발전했다.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의 경영학적 함의와 시사점

1984년 나무 심기로 시작한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캠페인은 사회 변화에 발맞춰 진화해왔다. 1995년부터 학교 운동장을 비롯한 학교 옥외공간을 숲으로 만드는 ‘학교숲 운동’을 추진하고, 2000년대 들어서는 도시 내 공원과 산림, 가로수, 정원 등을 조성해 도시의 생태계 기능을 회복하고 시민들이 누릴 수 있는 녹색 생활 공간을 늘리는 ‘도시숲 운동’을 펼쳤다. 나아가 국내 황사 피해를 줄이기 위해 중국과 몽골에 숲을 조성하고, 황폐화된 북한 산림을 복구하기도 했다. 북한과 몽골, 중국에 유한킴벌리가 심고 가꾼 나무는 2600만 그루 이상이다. 이 밖에도 나무 심기뿐만 아니라 1980년대 환경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지 않던 시절, 청소년을 대상으로 기획한 캠프형 환경 교육인 ‘그린캠프’도 2024년 현재까지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숲을 매개로 변화하는 사회 문제를 해결해온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가 창출한 사회적 성과는 뚜렷하다. 우리나라와 동북아시아에 2023년 기준 5700만여 그루의 나무를 심고 가꿨으며, 17만여 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다. 1997년까지는 산림청이 국민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설문조사 항목에 ‘숲 가꾸기’가 포함조차 되지 않았다. 하지만 유한킴벌리가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함께 숲 가꾸기 공공근로사업을 이끌고 생명의 숲 가꾸기 국민운동이 출범한 이후 산림에 관한 국민 인식이 확산됐다. 이에 2023년 설문조사 결과, 82.9%의 국민이 숲 가꾸기가 필요하다고 응답하기도 했다.

주목할 점은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가 사회적 가치뿐만 아니라 비즈니스 가치도 창출했다는 점이다. 40년간 추구해온 환경친화적인 가치가 기업의 이미지로 굳어져 브랜드 가치를 높인 것이다. 유한킴벌리가 마크로밀 엠브레인에 의뢰해 2023년 10월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기업 브랜드 소비자 인식 조사를 시행한 결과, 제품 제조사가 유한킴벌리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소비자의 제품 선호도가 평균 27%p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유한킴벌리라는 기업 이미지가 제품을 살 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나요?”라는 설문에는 81.8%의 소비자가 “그렇다”고 답했다. 유엔글로벌콤팩트(UNGC)가 ESG(Environment, Social, Governance)를 처음 언급한 2004년보다 무려 20년이나 앞선 1984년부터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캠페인을 이어오며 그린 오션(Green Ocean)1 을 선점해 브랜드 가치와 기업 경쟁력을 높인 유한킴벌리 사례가 갖는 경영학적 함의과 시사점은 무엇일까. 앞으로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는 어떤 방향으로 발전해 나가야 할까. 유한킴벌리의 캠페인은 국내 대표 ESG 활동으로서 많은 국내외 학계 및 업계에도 이미 큰 영감을 제공해왔다. 이 캠페인의 성과를 진단하고 앞으로의 행보에 가이드를 제시하는 것은 유사한 활동을 기획하는 후발 기업들에도 큰 인사이트를 줄 수 있다는 뜻이다. 이에 DBR은 커뮤니케이션 및 전략, 브랜딩 등 다양한 관점에서 유한킴벌리의 ESG 활동을 해석할 수 있는 국내외 대표 연구자들에게 의견을 물었다. 이들이 진단한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캠페인의 과거 40년, 그리고 향후 40년에 대한 평가와 제언을 정리해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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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1990년대를 풍미했던 주주 중심 기업 경영의 시대가 저물고 2000년대 이후 주주 이외의 다양한 이해관계자 이익을 고려하는 ESG 경영이 강조되고 있다. 2019년 미국 200대 대기업 협의체인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Business Roundtable)이 주주 자본주의를 넘어서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를 선언하면서 ESG 경영은 더 이상 급진적 사상이 아닌 기업 운영의 보편적 원리로 자리매김하는 추세다. 이런 이해관계자 중심 경영의 저변에는 기업의 환경 적응이 성과를 결정한다는 근본적인 전제가 깔려 있다. 즉, 주주뿐만 아니라 임직원, 협력업체, 소비자, 정부, 지역사회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변화하는 요구가 기업 경영의 주요 환경을 구성하며, 급변하는 환경에 빠르고 역동적으로 부응함으로써 ‘조직-환경 적합성(Organization-Environment Fit)’을 제고하는 것이 기업 성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하버드경영대학원의 마이클 포터 교수와 마크 크레이머 교수는 기업이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이익에 부합하는 새로운 제품 및 서비스를 설계하고, 기존의 공급망에 연관된 이해관계자의 이해를 폭넓게 고려해 생산성을 재정의하며, 지역사회의 요구와 기업의 수요가 맞닿는 지점에서 지역 개발을 추구함으로써 공유가치를 창출(Creating Shared Value)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2 또한 로널드 미첼 미국 텍사스공과대 롤스 경영대학 교수 및 공동 연구진은 성공적인 이해관계자 중심 경영을 위해서는 각각의 이해관계자가 갖는 기업에 대한 영향력, 이해관계자의 정당성, 이해관계자의 요구가 갖는 시급성 등을 고려해 기업이 우선적으로 집중할 이해관계자를 선별해야 한다고 조언한 바 있다.3

이렇듯 현재 부상하고 있는 ESG 경영의 지배적 흐름은 이해관계자 환경에 대한 기업의 적응을 강조한다.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경제, 사회적 요구에 기업이 발맞춰 나갈 때 성공적인 ESG 경영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주어진 환경에 대한 조직의 적응이 성공적인 ESG 경영의 유일한 메커니즘일까? 환경 적응이 유일한 메커니즘이 아니라면 어떤 다른 대안이 있을까? 유한킴벌리의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캠페인은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유한킴벌리가 40년 넘게 지속해온 캠페인이 기업과 사회에 기여한 유·무형의 성과를 고려할 때 이는 분명 성공적인 ESG 경영 사례다. 그러나 흥미로운 점은 이 캠페인의 성공이 ESG 경영의 효과성을 설명할 때 흔히 쓰이는 환경 적응의 메커니즘으로는 쉽게 설명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캠페인은 이해관계자의 요구가 선명하게 자리 잡기 전부터 시작됐다. 캠페인이 출범한 1984년 당시 국내에서는 환경 문제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미미했다. 1984년 대한민국의 국민소득은 5000달러에 못 미쳤고, 서울 지하철 2호선 신규 개통 등 도시화를 위한 인프라 구축과 함께 사회 전체가 고도 산업화를 향해 힘차게 달려가던 시기였다.4 환경 문제를 관할하는 정부 부서인 환경청이 불과 4년 전인 1980년 보건사회부 외청으로 처음 설립됐고, 1990년대 낙동강 페놀 유출 등의 굵직한 사건들을 통해 산업화로 인한 환경오염 문제가 본격적인 사회 문제로 대두되기 전까지는 이해관계자들이 환경 관련 요구를 기업에 제기하는 일이 흔치 않았다. 1984년 당시 ‘환경’이란 단어는 개인이 자라난 지역, 학교 등 성장 배경을 지칭할 때 주로 쓰였을 뿐 ‘자연’과 연계되는 개념이라는 인식 자체가 생소했다. 자연환경 보전을 위한 기업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요구 자체가 미미한 상황에서 유한킴벌리는 환경 적응을 통한 이익을 보기보다 오히려 손해를 보며 캠페인을 시작했다. 1984년 캠페인 초기 환경청은 유한킴벌리가 출연한 기금에 대해 감세는커녕 오히려 세금을 징수했다. 이처럼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캠페인은 이해관계자 요구에 부응한 것이 아닌 요구에 앞서 선도적으로 ESG 경영을 실천한 사례라는 점에서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또한 ESG 경영 관점에서 주목할 만한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캠페인이 갖는 가치는 바로 지속성이다. 유한킴벌리는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변화하는 요구에 발맞춰 역동적으로 ESG 경영의 초점과 내용을 재빠르게 변화시키기보다는 환경 이슈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로 주목받지 않아도, 숲의 중요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미미해도 캠페인의 가치를 고수하며 꾸준히 지속해왔다. 한 기업이 하나의 사회, 환경적 이슈에 집중해 40년 넘게 변함없이 캠페인을 지속해온 사례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흔치 않다. 예를 들어 미국의 벤앤드제리스 아이스크림(Ben & Jerry’s Ice Cream)은 다양한 사회, 환경적 이슈에 적극 목소리를 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시대 변화에 따라 회사가 집중한 이슈와 이니셔티브들도 다양하게 변화해왔다. 반면 유한킴벌리의 캠페인은 환경에 따라 변하지 않고 오히려 일관성을 유지했다.

1998년 외환위기 당시 유한킴벌리가 인력 운용을 4조 2교대로 혁신함으로써 감원 없이 위기를 극복한 사례는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런 위기 상황에서도 유한킴벌리는 산림 자원 조성 사업에 1997~1999년 변함없이 3억5000만 원을 매해 출연했으며 같은 기간, 매년 50만 그루의 나무를 심고 가꿨다. 경제 위기 상황에서 주주, 임직원 등 주요 이해관계자들의 요구는 경제적 이슈에 초점을 맞췄을 테지만 그럼에도 유한킴벌리는 캠페인을 지속하는 동시에 시민단체 등과 협력해 생명의숲 국민운동을 일으키고, 이를 통해 외환위기 시기 대거 발생한 실업자를 숲 가꾸기 공공근로사업을 통해 재고용하는 데 기여했다. 당시 캠페인 광고 문구를 보면 “패전의 아픔을 딛고 애국심으로 세계적인 흑림을 가꾸어낸 나라-독일” “숲 가꾸기로 경제 공황을 극복하고 희망을 찾은 나라-미국” 등을 언급하며 “숲을 키우는 것은 희망을 키우는 것입니다”라고 역설한다. 환경보전과 숲 가꾸기를 경제 위기 시기에 동떨어진 활동이 아닌 오히려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으로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유한킴벌리의 행보는 기존 ESG 경영의 문법으로는 쉽게 설명되지 않는다. 이해관계자들의 요구에 발맞추기보다 이해관계자의 인식을 새롭게 만들고 변화시켜왔다. 그렇다면 기존의 이해관계자 중심 경영 이론 틀에 들어맞지 않는 유한킴벌리의 여정을 경영학적으로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40년의 여정에서 관찰되는 흥미로운 패턴은 이 캠페인이 이해관계자들의 인식 변화를 선도하고 이에 따른 제도 변화를 이끌어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캠페인의 주요 활동에는 나무 심기뿐만 아니라 때론 기존의 나무를 베어야만 하는 숲 가꾸기가 포함됐다. 그러나 1990년대까지만 해도 숲을 가꾸기 위해 일부 나무를 베어야 한다는 인식은 널리 자리 잡지 않았었다. 숲 가꾸기 활동은 1997년까지 산림청의 국민 대상 설문조사에 포함조차 되지 않았다. 하지만 유한킴벌리가 1985년부터 시작한 숲 가꾸기 활동은 공익광고, 그린캠프, 신혼부부 나무심기 운동 등을 통해 조금씩 대중 인식 속에 자리 잡기 시작했다. 일부 나무를 베고 숲을 가꿈으로써 숲이 더 건강해진다는 사회적 인식을 형성시킨 것이다. 산림청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숲 가꾸기 필요성에 대한 국민 인식은 2010년 23%, 2023년 약 83%로 가파르게 증가했다. 유한킴벌리의 캠페인이 이해관계자의 요구를 도리어 창출한 셈이다.

조직학에서는 기업의 이런 활동을 제도적 기업가정신(Institutional Entrepreneurship)으로 개념화한다. 줄리 바틸라나 하버드경영대학원 교수와 연구진에 따르면 기업가(Entrepreneur)가 새로운 기업을 만드는 것처럼 제도 혁신가(Institutional Entrepreneur)는 기존의 제도적 환경에 존재하는 자원들을 활용해 새로운 제도를 만들거나 기존의 제도적 환경을 혁신적으로 변화시킨다.5 여기에서 일컫는 제도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공식적인 법 체제와 규제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의 관습과 같은 규범적 제도, 그리고 우리가 이른바 상식이라며 당연하게 여기는 인식과 믿음을 지칭하는 인지적 제도까지 포함한다. 앞서 설명했듯 유한킴벌리의 제도적 기업가정신은 숲 가꾸기를 생소한 활동에서 마땅히 해야 할 환경보전 활동의 일환으로 변모시켰다. 이런 인지적 제도의 전환은 공식적인 제도 변화로 이어졌다. 1984년 유한킴벌리의 산림자원조성기금 마련으로 시작된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캠페인은 1999년 산림청의 녹색사업단 형성으로 이어졌다. 또한 1988년 유한킴벌리가 시작한 청소년 대상 캠프형 환경 교육인 ‘그린캠프’ 등을 통해 숲 체험을 유의미한 활동으로 여기기 시작했고, 이는 숲 해설가 등 관련 직종의 태동으로 이어졌으며, ‘산림교육 활성화에 관한 법률’ 등 새로운 법 제정에 중요한 단초 역할을 했다. 숲 가꾸기뿐만 아니라 학교와 도시에 숲을 조성하는 ‘학교숲’ ‘도시숲’ 운동은 2020년 ‘도시숲 등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과 같은 도시숲 관련 제도 체계화에 이바지했다.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는 제도적 환경 제약에 순응하기보다 주도적으로 제도 환경을 바꿔가는 제도적 기업가정신이 유한킴벌리의 조직 DNA에 각인돼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유한킴벌리가 캠페인을 통해 보여준 제도적 혁신의 또 다른 특징은 정부, 시민/환경단체, 학교, 도시 등 다양한 영역의 파트너와의 협력을 통해 제도 환경 변화를 이뤄냈다는 점이다. 산티 푸나리 영국 런던시티대 베이즈경영대학원 교수는 기업, 정부, 민간 등 다양한 제도적 영역이 중첩되는 공간(Interstitial Space)에서 제도적 혁신이 일어난다고 말한다. 기업가, 정부 정책 담당자, 비영리조직 운동가 등 서로 다른 영역에 속한 행위자들이 만나 하나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협력할 때 기존 제도의 틀을 넘어서는 새로운 활동이 일어나고 정당성을 얻게 된다는 것이다.6 유한킴벌리가 보여준 다양한 이해관계자와의 협력은 외환위기와 함께 시작된 ‘생명의 숲 국민운동’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유한킴벌리는 이 운동의 구심점이 되면서 산림청, 환경단체, 환경 전문가, 그리고 기업이 한자리에서 만나는 중간 공간(Interstitial Space)을 조성했다. 그리고 이 공간에서 생겨난 다양한 아이디어가 기존 환경 관련 제도의 틀을 깨기 시작했다. 학교숲 조성 운동을 통한 인식 변화가 대표적인 예다. 사업 초기에는 숲 조성이 학생들의 체육 공간을 줄인다며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점차 더 많은 학생이 학교숲을 경험하면서 학교에 조성된 숲이 학생들의 정서 안정과 학업 환경에 도움을 주고, 심지어는 성적 향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점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나아가 학교 주변 시민들도 숲을 이용하기 시작하면서 학교숲에 대한 인식은 점차 긍정적으로 변했고 학교에 녹지 공간을 만드는 새로운 활동은 사회적 정당성을 얻었다.

유한킴벌리는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캠페인을 통해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함께 제도적 환경을 바꿔 나갔다. 단지 이해관계자의 요구를 파악하고 수용하는 활동에 자원을 투입해 공유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넘어 기업이 이해관계자들과 직접 부대끼며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 새로운 제도적 환경을 조성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기업과 이해관계자의 가치를 동시에 창출하는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 이는 이미 알려진 소비자 수요에 맞추기보다 존재하지 않던 소비자의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내는 제품 혁신과 유사하다.

한편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캠페인의 향후 40년을 위해서는 새로운 도전을 이어 나가야 한다. 유한킴벌리가 지난 40년간 지속해온 숲 가꾸기 운동은 이제 더 이상 혁신적인 것이 아닌 보편적인 사회 활동으로 자리 잡았다. 이제는 다시 한번 인식 전환과 제도 혁신을 선도해야 할 시점이다. 유한킴벌리의 정체성이 무엇이고, 그것이 현재의 제도적 환경에서는 어떻게 새로운 혁신으로 발현될 수 있을지, 그리고 어떤 영역에서 혁신을 일으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지에 대한 깊은 고민으로 향후 40년을 이어 나가길 바란다.



김선태 교수(suntae.kim@jhu.edu)는 서울대 경영대학 학사와 석사를 거쳐 미국 미시간대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현재 미국 존스홉킨스대 케리경영대학원에서 조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위기, 가난, 차별과 같은 역경의 상황에서 어떻게 새로운 조직 형태가 나타나는지를 미국 디트로이트, B Corp 운동, 탈북민 창업, 한국의 COVID-19 대응 등 다양한 맥락에서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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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킴벌리가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캠페인을 시작한 1984년은 지금과는 다른 세상이었다. 휴대폰은 고사하고, 서울 내 가정의 유선전화 보급률은 72%에 불과했고, 인텔 286 CPU가 최첨단 컴퓨터 사양이던 시기였다. 현재 세계에서 시가총액이 높은 10대 기업 중 엔비디아, 아마존, 알파벳, 메타, TSMC 다섯 개 기업은 아직 세상에 나오기도 전이었다. 1984년은 전략경영 분야에서 두 편의 기념비적인 저작이 출간된 해이기도 하다. 미국 버지니아대 에드워드 프리먼 교수는 저서 『Strategic Management: A Stakeholder Approach』에서 이윤 극대화를 추구하는 주주 중심 경영에 대비해 다양한 이해관계자와의 공존을 모색하는 이해관계자 중심 경영을 제시하며 2019년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 선언으로 이어지는 전통을 확립했다.7 미국 미시간대 버거 워너펠트 교수의 논문 ‘A resource based view of the firm’은 기업 경쟁 우위의 원천으로서 제품의 경쟁력이 아닌 기업이 보유한 자원의 경쟁력을 강조했다. 이는 타 기업이 모방할 수 없는 무형자산이 기업가치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자리 잡은 현재의 상황을 예견한 고전이 됐다.8 이해관계자 이론과 자원기반이론을 바탕으로 40년을 맞은 유한킴벌리의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캠페인의 의미를 되짚어 보고자 한다.

지난 40년간 이해관계자 이론에 있어 큰 변화 중 하나는 이해관계자로서의 자연환경의 지위다. 이해관계자 이론이 처음 제안된 1980년대에는 자연환경보다는 노동조합이나 NGO와 같은 전통적인 이익집단들이 이해관계자로 고려됐다면 글로벌 기후 위기가 현실화된 현재는 ESG 평가에서 볼 수 있듯이 이해관계자로서 자연환경의 중요성이 최우선적으로 강조되고 있다. 이에 거의 모든 기업이 경영활동에 있어 친환경을 내세우고 있다. 기업의 실제 활동을 소비자가 직접 감시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기업과 소비자 사이에는 정보 비대칭이 존재한다. 이런 상황에서 실제로 친환경 노력을 하지 않으면서 위장 환경주의(Greenwashing)를 추구하는 기업들은 소비자들을 혼란시켜 모두가 친환경 기업으로 인식되는 합동 균형(Pooling Equilibrium)을 선호한다. 반면 진정한 친환경 기업들은 진짜와 가짜가 구별되는 분리 균형(Separating Equilibrium)을 선호한다. 이때 진짜 친환경 기업들이 위장 환경주의 기업들과 구분돼 소비자들에게 인식되기 위해서는 적절한 ‘신호’가 필요하다. 신호를 통해 차별화하고자 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는 소비자가 이 신호를 신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신호의 신뢰성(credibility)은 남들이 흉내 낼 수 없는 진정성을 통해서만 달성될 수 있다. 진정성을 구성하는 두 가지 요소는 일관성과 투입된 시간이다.

우선 일관성과 관련해 이해관계자 이론은 크게 도구적 관점과 규범적 관점으로 나눠볼 수 있다. 도구적 관점의 이해관계자 이론에서는 현명한 이해관계자 관리를 통해 기업의 성과, 특히 이윤과 기업 가치를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하며, 규범적 관점의 이해관계자 이론에서는 이윤이나 기업가치와 같은 재무적 성과와 무관하게 보호돼야 하는 이해관계자의 권리를 강조함으로써 기업이 지켜야 하는 행동 규범의 범위를 제안한다. 친환경 경영이 항상 주주들에게 환영받는 경영 방식은 아니었다. 지금은 대세라고 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 기업들이 친환경 경영에 별 관심이 없었던 시절도 있었고, 단기 실적 압박 탓에 친환경 경영이 주주들로부터 도전받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유한킴벌리는 흔들리지 않고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캠페인을 지속해왔다. 이는 도구적 관점보다는 규범적 관점의 이해관계자 이론에 충실한 결정이었다고 볼 수 있다. 이렇듯 단기 성과에 좌우되지 않는 일관성은 진정성을 드러내 신호의 신뢰성을 담보하는 장치가 될 수 있다.

다음으로 투입된 시간의 가치와 관련해서 자원기반이론은 기업이 경쟁 우위를 달성, 유지하기 위해 VRIO 기준을 만족하는 자원과 역량을 보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VRIO 기준이란 자원이 가치 있고(Valuable), 희소하며(Rare), 모방이 어렵고(Inimitable), 조직화가 가능한(Organizable) 것이다. VRIO 기준을 만족하는 대표 자원으로는 기업의 브랜드를 들 수 있다. 고객들이 브랜드 가치가 높은 기업의 제품에 대한 구매 의향과 지불의사 또한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실제로 소비자들이 경쟁사 제품 대비 유한킴벌리 제품에 대해 6.88% 높은 지불 의사를 보인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따라서 브랜드는 기업이 경쟁사와 차별화해 높은 가치를 제공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의미에서 가치 있고, 또 아무나 가질 수 없다는 점에서 희소하다. 잘 키운 브랜드는 조직화 가능성도 만족하는데 기업의 의도에 따라 브랜드를 활용하거나 재배치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브랜드가 경쟁 우위 확보에 핵심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모방의 어려움이 결정한다고 볼 수 있다. 브랜드가 아무리 가치 있고 희소하더라도 경쟁사가 모방할 수 있다면 브랜드를 통한 경쟁 우위 확보와 유지는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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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어떻게 경쟁사가 모방할 수 없는 브랜드를 키울 수 있을까? 자원기반이론의 핵심 연구 성과로 꼽히는 1989년 잉게마르 디에릭스와 카렐 쿨의 연구에 따르면 자원을 모방하기 어렵게 만드는 핵심 요소 중 하나가 ‘시간 압축 불경제(Time-compression Diseconomy)’다.9 시간 압축 불경제란 같은 일을 오랜 시간 동안 하는 것이 단시간에 압축적으로 하는 것보다 비용이 적게 드는 현상을 지칭하는 용어로 남들이 2년에 걸쳐 달성한 일을 1년 만에 달성하려고 하면 2배 더 큰 비용을 지불해야 함을 의미한다. 이런 시간 압축 불경제는 생태계 관련 경제활동에서 특히 두드러지는데 농업에서는 파종과 수확 사이에 일정한 시간 간격이 필요하고 임업에서 나무를 심고 키우고 베어 활용하는 데에도 마찬가지다. 내일 당장 필요한 나무를 오늘 심어서 키운다고 얻을 수 없는 것처럼 나무와 숲 가꾸기는 시간 압축 불경제가 거의 무한대로 작동하는 사례라고 볼 수 있다. 브랜드 확립에도 시간 압축 불경제가 작용하기 때문에 오랜 시간 쌓아온 브랜드를 하루아침에 따라잡기 어렵다. 이런 시간 압축 불경제는 국내 최초로 시작해 40년을 지속해 온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캠페인 고유의 가치를 설명하기에 적절한 개념이다. 실제로 한국능률협회컨설팅이 실시한 우리나라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전자와 같은 국내 대표 기업과 함께 유한킴벌리가 매년 10위 안에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건 기업의 규모나 경제적 영향력을 고려했을 때 놀라운 성과다.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와 같은 지속적 노력이 경쟁사들이 모방할 수 없는 브랜드 가치를 가져다줬음을 보여준다.

이해관계자이론과 자원기반이론은 서로 독립적으로 발전해 온 경영 이론이지만 2018년에 이르러 각각 이론을 대표하는 학자들이 서로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논문을 발표하며 상호 보완적인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자원기반이론의 창시자 중 한 명인 제이 바니 유타대 경영대학원 교수의 논문에 따르면 기업이 주주들의 이익만을 위해 경영되면 경쟁 우위의 원천이 되는 주요 자원을 획득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이해관계자에 대한 고려는 필수적이다.10 또한 이해관계자이론의 대표 학자 중 한 명인 토마스 존스 워싱턴대 교수와 공동 연구진의 논문에 따르면 이해관계자와의 신뢰를 바탕으로 한 협조 관계가 VRIO 조건을 만족시키는 경쟁 우위의 원천이 될 수 있다.11 이런 관점에서 유한킴벌리의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캠페인과 이를 통해 형성된 높은 브랜드 가치와 수반되는 재무적 성과는 이해관계자이론과 자원기반이론의 상징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킴벌리 클라크와 유한양행이 합작한 유한킴벌리는 캠페인을 시작한 1984년 당시 선진 경영의 대명사와 같은 존재였다. 40년이 지난 지금, 한국 경제는 개발도상국에서 명실상부한 선진국으로 도약했고, 글로벌 대기업을 여럿 배출했으며, 그중 일부는 킴벌리 클라크보다 시가총액이 커질 정도로 성장했다.12 친환경 분야의 사례를 보더라도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이 물이 필요 없는 화장실을 저개발국에 보급하거나 파타고니아가 미세 플라스틱을 거르는 세탁기를 제작하려 할 때 한국 기업을 파트너로 삼는 등 한국 기업은 선진 경영의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리버스 이노베이션(Reverse Innovation)’, 즉 역혁신이라는 개념이 있다.13 기존의 혁신은 선진국 출신의 다국적기업의 본사에서 시작해 해외 자회사로 확산되는 것으로 여겨왔다. 하지만 이제는 오히려 자회사에서 시작한 혁신이 본국에 더 큰 수익성을 가져오고 환영받는 사례들이 생겨나고 있다. 우리나라가 직면한 환경 문제들, 예컨대 수자원 문제, 친환경 에너지 전환 등은 세계적으로 보편성을 가진 문제들이다. 이런 맥락에서 우리나라에 필요한 친환경 혁신을 일으키고 킴벌리 클라크와 협업해 전 세계적으로 확산시키는 사례를 만드는 건 어떨까? 기후 위기에 대응할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경고음이 곳곳에서 들려오는 지금,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캠페인이 명실상부한 글로벌 캠페인으로 업그레이드돼 또 다른 40년을 맞길 기대한다.



문정빈 교수(jonjmoon@korea.edu)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런던정경대(LSE)에서 경제학 석사,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중국 상하이교통대를 거쳐 고려대에 재직 중이며 연구 분야는 비시장 전략, 글로벌 전략, ESG와 지속가능 경영 등이다. 『Strategic Management Journal』 『Journal of International Business Studies』 『경영학 연구』 『전략경영연구』 등 다수의 국내외 저널에 논문을 게재했으며 『전략경영연구』 편집위원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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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명성이란 기업을 둘러싼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기업의 과거, 현재, 미래 활동에 대해 종합적으로 평가한 결과다. 따라서 명성이 높은 기업일수록 브랜드 가치가 크다. 기업 명성은 다양한 관점에서 접근할 수 있지만 경영학과 커뮤니케이션 관점에서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캠페인을 이어온 유한킴벌리의 기업 명성을 검토해보고자 한다. 나는 2004년부터 한국형 기업명성지수를 발표하고 명성 높은 기업 순위를 발표해왔다. 늘 유한킴벌리는 3위권 안에 들어왔다. 순위 높은 기업들은 대부분 매출액이 높거나 글로벌 기업으로 유명한 삼성전자나 LG전자, 현대자동차 등이었는데 유한킴벌리의 경우 유일하게 사회 공헌 활동이 높은 기업이자 윤리적인 기업으로 높은 명성 순위를 보였다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

이해관계자 관점에서 경영학자 존 마흔 미국 메인대 교수는 시장 이슈와 비시장 이슈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기업 명성을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시장 이슈란 제품 품질이나 서비스 등 마케팅 측면에서 이슈를 관리하는 것이며 비시장 이슈란 정치·사회적 이슈와 같은 비마케팅 측면에서 이슈를 관리하는 것이다. 많은 글로벌 기업은 시장 이슈, 즉 마케팅과 경영 측면에서 제품 품질을 높이고 기업 성과를 강조하는 경영활동을 수행해왔다. 하지만 기업은 시장 이슈뿐 아니라 비시장 이슈 측면에서도 성과를 내야 하는데 이는 시장 이슈와 비시장 이슈가 상호 영향을 미치는 누출 효과 때문이다. 사람들이 두려워하고 불안해하는 환경 문제나 기후 위기 등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거나 윤리 경영활동을 수행한다면 이것이 마케팅 활동이나 매출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제품력이나 마케팅이 강한 기업이라도 환경오염 등의 비윤리적 이슈가 문제시되면 불매운동 등으로 매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마흔은 시장과 비시장 이슈 모두 조화롭게 관리해야 다양한 이해관계자와의 관계를 원활히 할 수 있음을 강조한다. 이 지점에서 가장 부합하는 기업이 바로 유한킴벌리다. 유한킴벌리는 이미 40년 전부터 제품 품질을 제고하는 시장 이슈는 물론 환경 문제 등의 비시장 이슈에도 적극 관여해 윤리 경영을 수행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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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앞으로 유한킴벌리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을 강조한 발머와 그레이저(Balmer & Greyser)14 의 기업 명성 관리를 위한 5가지 정체성 모델을 바탕으로 향후 개선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5가지 정체성 모델은 실제 정체성(A)과 이상적 정체성(I), 기대되는 정체성(D), 커뮤니케이션 정체성(C), 인식된 정체성(C)으로 구성된다. 이 5가지 정체성 갭 분석에 따르면 유한킴벌리는 실재와 이상, 그리고 외부 커뮤니케이션 정체성 간 차이가 전혀 없다. 이는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갖고 이를 전달하는 기업의 정체성과 외부 커뮤니케이션이 매우 잘 일치함을 보여준다. 반면 유한킴벌리가 여전히 확고한 정체성을 갖고 일관된 커뮤니케이션을 수행하고 있지만 외부에 인식된 정체성을 보면 예전만큼 대표적인 환경 기업으로 인식되진 않는 듯하다. 이는 환경 변화와 ESG 경영 확산, 외부 이해관계자의 요구 변화 등 다양한 이유가 있을 수 있다. 이에 정체성과 커뮤니케이션, 두 가지 측면에서 개선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1) 글로벌 이슈 소유권 확장


명성 높은 기업들은 ‘이슈 소유권’을 갖고 있다. 이슈 소유권이란 특정 사회 문제를 해결할 능력과 자원을 갖고 있다고 사람들이 인식하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기업의 정체성이나 기업이 활동하는 비즈니스 영역과 일치된 이슈를 소유한다면 사람들은 그런 기업에 대한 진정성을 더 많이 느끼고 기업의 명성도 높아진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유한킴벌리의 이슈 소유권은 탁월하다고 볼 수 있다.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캠페인을 시작한 이유와 철학이 기업의 비즈니스 영역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최근 들어서는 지난 40년간 일관되게 지속해온 캠페인의 성과가 조금씩 희석되는 느낌이 있다. 최근 더 다양한 사회 문제가 생겨났고 유한킴벌리와 유사한 주제의 캠페인을 수행하는 기업이 많아져 차별성이 약화된 탓이다. 하지만 유한킴벌리는 이 분야의 독보적인 이슈 소유권과 풍부한 자원을 갖고 있기에 이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지난 40년간 환경 문제와 저탄소 문제 해결 등 꾸준히 지속해온 캠페인의 노하우를 다른 기업, 단체, 기관과 연합해 글로벌 생명 공동체를 만들고 주도해야 한다. 그동안 쌓아온 성과와 경험, 노하우를 나눠주고 다른 기업이나 정부 기관이 글로벌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주는 글로벌 이슈 소유권을 가진 기업으로 거듭난다면 환경 분야의 유일무이한 명성을 가진 기업으로서의 지위를 확고히 할 수 있을 것이다.


2) ‘역량’에 초점 맞춰 스토리텔링

기업은 자신의 독특한 정체성을 적극적인 스토리텔링 방식을 통해 커뮤니케이션해야 한다. 유한킴벌리의 스토리텔링 방식은 이미 우수하다. 유한킴벌리가 캠페인을 시작하게 된 이유와 CEO의 철학과 비전, 캠페인 광고에는 유한킴벌리만의 진정성과 차별성이 담겨 있다. 그런데 왜 최근에는 유한킴벌리의 스토리텔링이나 커뮤니케이션이 잘 와닿지 않는 걸까? 근래 들어 많은 기업이 윤리 경영이나 ESG 경영을 내세우고 있어 유한킴벌리의 기업 철학이나 비전이 특별하거나 독특하게 다가오지 않는 탓이다. 따라서 유한킴벌리만의 철학과 독특성을 갖춘 스토리텔링을 통한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다.

명성 이론에 따르면 ‘역량(Ability)-활동(Activity)-성과(Accomplishment)’ 순환 모델 방식의 스토리텔링이 명성을 높이는 데 가장 효과가 크다. 근본적인 기업의 철학이나 역량이 무엇인지, 어떤 활동을 했고, 왜 이런 성과를 냈는지 등 상호 인과관계를 갖고 스토리텔링을 해야 한다. 이론에 따르면 사람들은 성과보다는 활동, 활동보다는 기업 역량에 관심을 갖는다. 따라서 왜 이런 활동을 하게 됐고, 어떤 능력 때문에 이런 성과를 냈는지 ‘역량’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기업이 특정 이슈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면 어떻게 그런 성과를 낼 수 있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역량(인재나 리더십, 조직문화 등)을 강조해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이 중요하다.

유한킴벌리도 마찬가지다. 유한킴벌리가 어떻게 40년간 한결같이 이 캠페인을 수행할 수 있었는지,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근본적인 철학이나 역량은 무엇인지 등 역량에 초점을 맞춰 스토리텔링을 전개할 필요가 있다. 유한킴벌리가 이 캠페인을 수행하게 된 배경과 유한킴벌리만의 철학과 비전, 이를 공유하고 공감하며 기꺼이 함께해준 직원과 기타 이해관계자들과의 신뢰 관계 등 사람에 초점을 맞춰 파트너십을 구축해가는 유한킴벌리의 기업 정신과 휴머니티 역량 등을 강조해 커뮤니케이션할 필요가 있다.

기업 정체성을 바탕으로 적극 소통하면서 소비자 인식을 변화시키는 좋은 사례는 미국 아웃도어 기업 파타고니아다. 이 기업은 ESG 경영의 교과서 같은 기업으로 환경을 기반으로 ESG 경영의 폭을 넓히고 있다. 특히 “우리는 우리의 터전, 지구를 되살리기 위해 사업을 합니다(We’re in business to save our home planet)”라는 회사 사명을 통해 환경 위기 극복을 위한 신념과 의지를 전달한다. 소비자들의 올바른 인식과 소비 행동 변화가 가장 중요하다는 신념으로 파타고니아는 일관성 있는 국내외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환경보호에 관련된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예를 들어 2011년 파타고니아는 환경 발자국을 줄이기 위해서는 모든 사람이 소비를 줄여야 하고, 기업은 더 좋은 품질의 물건을 더 적게 만들어야 하고, 고객들은 구매하기 전에 한번 더 생각해봐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블랙프라이데이에 ‘이 재킷을 사지 마세요(Don’t Buy This Jacket, Unless You Need It)’라는 광고를 뉴욕타임스에 게재해 소비자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2020년에는 ‘덜 사고, 더 요구하세요(Buy Less, Demand More)’라는 글로벌 캠페인을 실시하고, 최근에는 ‘파타고니아는 유행을 팔지 않습니다(Patagonia Doesn’t Sell Trends)’라는 캠페인을 전개해 유행이 아닌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들 수 있는 소비 행동 변화를 촉구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유한킴벌리의 명성은 40여 년간 기업 정체성을 토대로 구축된 것으로 독보적이며 차별적이다. 하지만 이를 내부 구성원뿐만 아니라 외부 이해관계자, 사회와 지속적이고 일관된 소통을 통해 확산시켜야 한다. 앞으로도 유한킴벌리만의 독특한 이슈 소유권을 AAA 스토리텔링을 통해 글로벌 이슈 소유권으로 확장시키며 이해관계자의 인식을 변화시켜 나간다면 향후 유한킴벌리가 40년을 넘어 100년의 명성을 가진 기업 브랜드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차희원 교수(heewon@ewha.ac.kr)는 시라큐즈대 방문교수, 코콤포터노벨리 커뮤니케이션 전략연구소 소장 등을 역임했다. 외교부, 문화체육관광부, 식약처 등 다수의 정부 부처 자문위원을 맡고 있으며 저서로는 『기업명성과 커뮤니케이션』 『빅데이터와 국가브랜드』 『PR커뮤니케이션과 명성』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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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킴벌리는 ‘공익 연계 캠페인’과 ‘공익 캠페인’을 구분한다. 공익 연계 캠페인은 브랜드가 핵심 소비자를 위해 목소리를 내는 활동으로 대표적인 예가 하기스의 이른둥이 캠페인이다. 이른둥이란 임신 37주 미만에 태어나거나 2.5㎏ 이하로 태어난 신생아를 뜻한다. 하기스가 이른둥이를 위해 소형 사이즈 기저귀를 제공하는 캠페인은 비록 공익을 위한 일이긴 하지만 결국은 마케팅의 확장 버전이라고 유한킴벌리는 말한다. 반면 공익 캠페인은 국민의 인식을 바꿔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것 자체가 목적이다.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는 세계에서도 비슷한 사례를 찾기 힘든 공익 캠페인이다. 무엇보다 40년간 지속해오며 헤리티지를 가졌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깊다.

판매 증진과 연결되는 공익 연계 캠페인과 달리 공익 캠페인은 마케팅과의 연관성이 상대적으로 희미하다. 재무 출신 CEO의 관점에서 본다면 판매와 직접적인 연결이 없는 공익 마케팅을 굳이 지속해야 하는지에 대해 의문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마케팅의 아버지라 불리는 필립 코틀러 노스웨스턴대 켈로그경영대학원 석좌교수는 이런 공익 마케팅의 가치를 ‘브랜드 액티비즘(Brand Activism)’ 개념으로 설명한다. 브랜드 액티비즘이란 “브랜드가 세계관과 인격을 가진 사회적 존재로서 각종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또는 환경적 이슈에 참여해 목소리를 내고 적극적인 행동을 함으로써 사회의 긍정적 변화를 만드는 노력”을 뜻한다. 기존의 코즈 마케팅(Cause Marketing)이 마케팅에서 시작해 사회로 나아가는 것이었다면 브랜드 액티비즘은 사회에서 출발해 마케팅으로 나아가는 개념이다. 핵심은 “우리는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만듭니다”가 아닌 “우리가 행동해서 사회를 바꾸겠습니다”라고 선언하는 것이다. 브랜드 액티비즘을 통해 이에 공감하고 추종하는 소비자가 생기고 이들은 단순히 브랜드의 소비 주체인 고객의 역할을 넘어 팬으로 진화하게 된다.

브랜드 액티비즘의 글로벌 사례를 살펴보자. 미국에서 경찰의 흑인 과잉 진압 논란으로 흑인과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 이슈가 급부상한 2016년 8월, 당시 NFL(미국프로풋볼리그)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 쿼터백이었던 콜린 캐퍼닉은 경기 시작 전 국가(國歌) 제창을 거부하고 기립 대신 무릎을 꿇는 퍼포먼스를 했다. 인종차별에 대한 침묵시위를 벌인 것이다. 그러자 미식축구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스포츠 선수가 그의 퍼포먼스에 동참했고 인종차별 반대와 평등을 외치는 많은 이의 지지를 얻었다. 물론 이런 행동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만 있었던 건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을 포함한 보수주의 성향의 인사들로부터 강한 질타를 받았고, 사회 분열을 부추겼다는 논란 속에 캐퍼닉은 2017년 3월 팀과의 계약이 만료됐다. 어느 팀도 그와 계약하려 하지 않았고 그의 선수 생활은 종료됐다. 1년 반이 흐른 2018년 9월, ‘Just Do It’ 슬로건을 발표한 지 30주년을 맞이한 나이키는 ‘Dream Crazy’라는 캠페인을 론칭하면서 메인 모델로 캐퍼닉을 발탁했다. 인종차별이라는 사회적 이슈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위함이었다. 이 캠페인으로 나이키는 초기에 거센 비난도 받고 주가도 떨어졌지만 결국 대중의 지지를 받으며 매출과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했다. 압력에 굴복하거나 눈치를 보지 않는 나이키를 응원하는 세력이 더 컸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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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키가 30주년 캠페인을 연 2018년 코틀러 교수는 4P에 P 하나를 더 추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바로 목적(Purpose), 즉 기업의 미션, 존재 의의다. 흔히 알려진 석공 이야기가 좋은 사례다. 매일 돌을 깎으며 반복적이고 지겨운 일상을 살지만 매일 성전을 조금씩 짓고 있는 중이라며 행복한 삶을 사는 석공. 결국 목적이 이런 차이를 만들기에 기업은 왜 존재하는지, 어떤 사회적 기여를 하고 있는지 명확히 밝혀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이제는 기업의 목적, 즉 기업의 존재 의의가 중요한 시대가 됐다. 나이키는 왜 존재하는가? 나이키의 목적은 무엇인가? ‘건강한 지구에서 모든 사람에게 평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운동장을 만들고 스포츠의 힘으로 전 세계를 하나로 만든다’가 나이키의 목적이다. 나이키는 이 목적을 선언만 하지 않고 행동으로 옮겼다. 나이키는 제품 관점에서 보면 운동화를 만드는 회사다. 하지만 목적 관점에서 보면 다르다. 평등을 추구하는 회사이며 이를 위한 행동으로 캐퍼닉을 모델로 발탁해 “모든 것을 잃게 될지라도 신념을 가져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이처럼 브랜드 액티비즘의 핵심은 목적을 정립하고 이를 행동에 옮기는 것이다.

같은 관점에서 유한킴벌리를 보자. 유한킴벌리는 어떤 회사인가? 제품 관점에서 본다면 다양한 생활용품을 한국에 최초로 소개한 회사다. 미용티슈 ‘크리넥스’와 여성 생리대 ‘코텍스’(각 1971년), 화장지 ‘뽀삐’(1974년), 팬티형 기저귀 ‘하기스’(1983년)까지. 모두 그전엔 한국에 없던 제품이다. 지금도 여성용품과 물티슈 등 여러 제품군에서 유한킴벌리는 시장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다. 한편 목적 관점에서 본다면 유한킴벌리는 ‘생활, 건강, 지구환경을 위해 행동하는(We act life-health-planet)’ 회사다. 이를 위한 액션으로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캠페인을 이어 오고 있다. 그것도 무려 40년 동안이나 말이다. 나아가 유한킴벌리는 2023년 4월 서울 도심의 대형 전광판에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39주년 반성문’을 게재했다. “우리는 끔찍한 산불의 후유증에 대해 잘 알고 있음에도 잘 알리지는 못했습니다. 이제 좀 더 소리내어 알리겠습니다” “대전 대덕구 추동리의 잣나무숲에 이제야 미안한 마음을 전합니다. 1987년 심은 우리의 3호숲. 우리가 심었지만 제대로 가꾸지 못해 잃어버린 잣나무숲에게 사과합니다.” 유한킴벌리는 아직 부족하며 더 적극적으로 행동하겠다고 브랜드 액티비즘을 펼친다.

브랜드 액티비즘의 대표 사례로 꼽히는 나이키는 사회적 캠페인을 펼치면서도 자사 제품을 사달라고 홍보한 적이 없다. 단지 그들의 철학을 이야기할 뿐이다. 유한킴벌리의 궤적을 보면 나이키와 다를 바 없다. 오히려 나이키가 ‘Just Do It’을 론칭한 1988년보다 4년 앞선 1984년부터 일관된 목소리를 높여왔다. 오늘날 마케팅 트렌드인 브랜드 액티비즘의 기원인 셈이다. 기업의 사회적 역할이 주목받으면서 이에 발맞춰 새롭게 브랜드 액티비즘을 시도하려는 기업은 자사 이름이나 로고를 병기해 강조해야 소비자들에게 각인될 수 있다. 그러나 유한킴벌리의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는 40년의 헤리티지가 이미 국민 인식에 자리 잡았다. 더 많은 진성 팬덤을 끌어모을 수 있는 경쟁력을 가진 셈이다.

이제 다음 단계를 위해 필요한 고민은 커뮤니케이션 전략이다. 나이키의 브랜드 액티비즘을 가장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이 콜린 캐퍼닉이었다면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캠페인의 헤리티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대상은 누구인가? 이들은 어떤 스토리를 갖고 있으며, 국민 공감대를 얻기 위해 유한킴벌리는 어떤 일을 해야 할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으며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순수한 공익 캠페인’에서 한 단계 나아가 ‘브랜드 액티비즘의 기원’으로 포지셔닝한다면 그간 쌓아온 헤리티지를 미래에도 지켜나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신현암 대표(gowmi123@gmail.com)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과정을 마쳤다. 성균관대에서 박사학위(경영학)를 받았다. 제일제당에서 SKG 드림웍스 프로젝트 등을 담당했고 CJ엔터테인먼트에 근무했으며,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및 사회공헌실장을 역임했다. 주요 저서로는 『설렘을 팝니다』 『잉잉? 윈윈!』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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