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Case Study: 프리미엄 한우 시장의 강자 ‘설로인’
DBR mini box I: Interview: 설로인 변준원 대표, 김지수 부대표 “연구실에서 실험하듯”… 한우 시장 혁신 나선 두 공학도 공학도들이 무언가에 몰입하면 이렇게 되는 걸까. 화학생물 공학도인 두 사람은 한우 품질을 지키기 위해 연구실에서 실험하듯 여러 ‘변인(variable)’을 하나씩 통제해 나가며 마침내 설로인만의 성공 방정식을 만들어냈다. 설로인을 창업한 변준원 대표와 김지수 부대표는 서울대 화학생물공학과 04학번 동기다. 졸업 후 변 대표는 ㈜한화에서 미사일을 만드는 엔지니어로 일하다 컨설팅 회사인 AT커니(AT Kearney)와 부즈앤컴퍼니(Booz&Company)로 자리를 옮겨 컨설턴트로 일했다. 김 부대표는 CJ제일제당 전략기획실을 거쳐 넥스트스토리, 엑스몬게임즈 등에서 게임 개발자이자 기획 부문 전문가로 일했다. 졸업 후 잠시 각자 다른 길을 갔지만 육류 산업에 대한 관심으로 다시 뭉친 두 사람의 관심사는 하나로 수렴됐다. 인터뷰 도중 소고기의 단백질 결합 구조를 설명하는 두 사람의 눈망울이 유난히 반짝여 인상적이었다. 설로인은 이제 단순히 좋은 한우를 파는 데서 나아가 한우 시장 혁신을 위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다음은 두 사람과의 일문일답. 전공도 그렇고, 커리어를 보면 한우와는 접점이 없어 보인다. 어떻게 비즈니스를 시작하게 됐나. 변준원 대표(이하 변) 컨설턴트로서 많은 회사를 컨설팅하면서 나도 내 사업을 하고 싶다는 욕구가 컸다. 위스키를 좋아하는데 위스키와 함께 즐기곤 하던 육포로 사업을 해 보기로 했다. 남아프리카의 전통 육포인 ‘빌통(biltong)’을 만들어 팔면 한국 시장에서도 먹힐 것 같았다. 내 손으로 직접 소고기 건조기까지 만들어 가며 상품을 개발했고, 나름대로 좋은 결과도 얻었다. 엔젤투자자로서 창업에 관심이 많던 김 부대표에게 의견을 물었는데 “형, 이거 맛있기는 한데 사업은 인생을 거는 건데 이렇게 작은 시장으로 되겠냐”며 만류하더라. 육포를 만들면서 알게 된 원료육, 특히 한우 시장의 문제가 떠올랐고 그러면 이걸 바꿔보자고 결심하게 됐다. 원하는 맛을 내려고 비싼 한우를 사서 육포를 만들어 보기도 했는데 들쭉날쭉한 한우 품질 탓에 만들 때마다 육포 맛이 달랐다. 이때 한우 경매사를 하던 한덕우 현 최고상품책임자(CPO)를 만나 한우 시장의 구조적인 문제점에 대해 알게 됐다. 셋이 곧장 의기투합해 지금의 설로인을 만들게 됐다. 그래도 경험해 보지 않은 시장인 데다 진입장벽이 높아 시행착오를 겪었을 것 같다. 김지수 부대표(이하 김) 그렇다. 우리끼리만 했다면 해내지 못했을 것 같다. 다행히 한우 경매사로 일하던 한 CPO를 만나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었다. 함께 지방 곳곳의 축산 농가도 찾아가고, 우시장과 도축장도 다녔다. 직접 경험하지 않으면 디테일까지 챙길 수 없기 때문이다. 한우 다이닝 식당인 삼정하누와 한우 오마카세 식당인 설로인다이닝을 운영한 것도 도움이 됐다. 설로인을 마케팅하는 데도 도움이 됐고, 무엇보다도 고객들의 반응을 바로 살펴보고 제품에 반영할 수 있는 일종의 테스트베드이자 포커스그룹인터뷰(FGI)로 활용할 수 있었다. 그런데 주객이 전도된 나머지 식당을 운영하느라 고생한 적도 있다. 창업 초기 직원 한 명 없이 창업자 셋이 고기를 연구하고 비즈니스 모델을 다듬으며 설로인다이닝을 운영하고 있었던 때였다. 그런데 맛집 소개 프로그램인 ‘수요미식회’와 ‘맛있는 녀석들’에 삼정하누와 설로인다이닝이 나오면서 갑작스레 유명세를 치렀다. 손님들이 크게 늘면서 핵심 사업인 설로인은 제쳐두고 하루 종일 고기만 구워야 했다. 사업 초기엔 설움도 많았다. 좋은 원육을 소싱하러 다니며 우리의 비즈니스 모델을 설명해도 무관심한 경우가 많았고, 아예 만나주지도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지금은 한우 업계에 설로인을 모르는 곳은 없을 것 같다. 바잉 파워가 생기면서 좋은 업체들이 설로인에 원육을 납품하고 싶다고 줄을 서고 있는 상황이다. 프리미엄 말고 착한 가격을 앞세운 한우나 수입산 소고기, 돼지고기나 닭고기 등으로 제품군을 확대할 계획은 없나. 김 지금도 돼지고기와 양고기는 설로인을 통해 판매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아직까지 한우만큼 차별성 있는 제품을 만들지 못했다. 설로인의 돼지고기도 마찬가지로 숙성을 거쳐 시중에 나온 제품보다는 우수한 품질을 갖추고 있다고 자부하지만 프리미엄 돼지고기 제품에 대해서는 아직 국내 소비자들의 지불 의사가 크지 않은 것 같다. 한우와 다르게 어디서 사든 품질이 비슷한 것도 그 이유 중 하나다. 하지만 설로인이 성장해 나갈수록 다양한 상품을 찾는 소비자도 늘어날 것이다. 합리적인 가격에 다양한 좋은 고기를 먹을 수 있는 사업 모델도 개발하고 있다. 한우의 맛을 끌어올리기 위해 아직도 남은 과제가 있다면 무엇인가. 변 소를 키우는 게 생산이라면 도축 이후부터 소비자의 손에 들어가기까지 가공 및 포장, 배송 등 전 유통 단계를 거쳐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변인은 다 관리하고 있다고 본다. 이제 좋은 품질의 한우를 소비자가 맛있게 요리해 먹는 최종 단계가 남았는데 그릴링 기술이 있어야 하고 열원을 통제해야 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소비자가 가정에서 표준화된 맛을 내기가 쉽지 않다. 마음 같아선 그릴을 들고 가서 소비자들께 맛있게 구워 드리고 싶지만 그럴 수도 없고. 현재 시중의 여러 조리 도구를 어떻게 활용해야 최적의 맛을 낼 수 있는지 연구하기 위해 여러 주방 기계 업체를 서치하고 있다. 이미 삼성전자 큐커에는 설로인만의 한우 요리 레서피가 탑재돼 있기도 하다. 내년 상반기 상장을 계획하고 있는데. 김 아직 FI(재무적투자자)로부터 투자가 그리 오래되지 않았기 때문에 엑시트 요구는 없다. 이미 군포에 공장을 세워 가동 중에 있기 때문에 B2C에서는 더 이상 대규모 자본 지출이 필요하지도 않은 상황이다. 다만 본대로가 예상보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일부 물류 창고와 배송 차량 등의 인프라를 확대할 계획이다. 또 상장을 통해 무엇보다도 좋은 사람을 많이 데려올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설로인에서는 고기를 정형하는 기술자가 가장 중요한 생산 직원이다. 그런데 이분들이 갖고 있는 기술과 노하우에 비해 시장의 대우는 그렇지 못한 상황이다. 이런 분들이 자긍심을 가지고 다닐 수 있는 회사가 되고 싶다. |
DBR mini box II: 성공 요인 및 시사점① “신선해요” 말하는 대신 신선한 가공 과정 보여줘 이동민 강릉원주대 해양바이오식품학과 교수 dongminlee@gwnu.ac.kr 온라인으로 좋은 품질의 신선식품을 고르기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과일이나 육류와 같은 제품은 여전히 직접 눈으로 보고 다른 제품들과 비교해가며 구매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소비자의 관성을 뚫고 설로인은 신선육류 온라인 마켓을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 더 나아가 B2B 시장에서까지 그 성장세가 지속되고 있다. 설로인은 어떻게 기존의 온라인 시장, 더 나아가 오프라인 시장을 위협하는 강자로 성장할 수 있었을까? 웹사이트에서 특정 물건을 구매하는 상황을 상상해 보라. A 웹사이트에는 제품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만 기재돼 있는 반면 B 웹사이트에 비해 저렴하게 제품을 판매한다. B 웹사이트는 제품 가격이 더 높게 책정돼 있지만 제품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뿐만 아니라 상세한 제품 정보가 표시돼 있다. 소비자라면 어느 웹사이트에서 제품을 구매할 것인가? 비틀스의 열한 번째 앨범을 구매하는 상황이라면 아마 열에 아홉은 저렴하게 판매하는 A 웹사이트를 선택할 것이다. 어디서 사든 똑같은 제품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신선한 전복을 구매하는 상황이라면 어떨까? 대부분 돈을 좀 더 주더라도 제품에 대한 정보가 상세하게 제공되는 B 사이트를 선택한다. 이는 서울대 연구진의 연구 결과다.i 이 연구에서도 나타나듯 이 같은 결과는 제품의 비균질성 수준(Heterogenous level)에 기인한다. (그림 1) 출처: De Figueredo, J.(2000)ii 비틀스 앨범은 어떤 웹사이트에서 구매하든 다르지 않지만 전복의 경우 어떤 웹사이트에서 구매하는지에 따라 제품 품질이 달라질 수 있다. 신선식품과 같이 품질의 편차가 크고 구매와 소비 과정에서 오감을 모두 사용하는 제품군의 경우 특히 온라인상에서 품질 판단이 어렵다. 소고기 역시 대표적인 비균질 상품이다. 소비자는 품질에 대한 판단을 위해서 정보의 양과 질적인 측면이 더 나은 판매자를 선택하게 된다. 전복을 구매할 때는 가격이 더 비싸더라도 정보가 상세한 B 웹사이트를 선택하는 것이다. 하지만 온라인상에서 신선식품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기란 매우 어렵다. 신선식품은 판매자와 구매자가 동일한 정보를 소유하고 있지 않은, 즉, 정보의 비대칭성(Information asymmetry)이 필연적으로 존재할 수밖에 없는 품목군이다. 신선식품의 품질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도록 소비자의 오감을 발동시킬 수 있는 양질의 정보를 제공하기에는 온라인이라는 환경에 제약이 많다. 소비자가 구매하는 모든 소고기, 사과, 시금치의 실제 사진을 제공할 수 있다면 큰 도움이 되겠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이 같은 이유로 신선식품을 구매할 때는 여전히 오프라인을 선호하게 되는 것이다. 정보를 가진 쪽이 자신이 갖고 있는 정보를 최대한 전달함으로써 이러한 정보의 불균형을 해결할 수 있다. 특히 신선식품은 오감을 사용해 품질을 판단하는 품목이기 때문에 제품 고유의 특성과 관련된 정보로 맛, 향, 색깔 등의 물리적 요소에 대한 내재적 단서(Intrinsic cues)를 제공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 하지만 온라인 환경의 특성상 대부분 생산 과정이나 생산지, 상품평, 별점 등 제품의 품질을 간접적으로 예측할 수 있는 외재적 단서(Extrinsic cues)를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경우가 많다. 설로인은 소비자가 신선육류를 온라인으로 구매할 때 느끼는 정보의 불균형을 탁월하게 해소했다. 특히 소비자의 오감을 성공적으로 자극하고 발동시킬 수 있는 다양한 내재적 단서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B2B 채널인 ‘본대로’와 B2C 채널인 ‘설로인’에서 제공하고 있는 내재적 단서를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① 시각 자극, 본대로: 최근 B2B 전용 온라인 플랫폼이 늘어나고 있다. 그렇지만 신선식품 영역에서 B2B 온라인 플랫폼은 오프라인이나 유선으로 거래가 진행되던 것이 단순히 온라인으로 바뀌었음을 의미할 뿐 여전히 암묵적인 관계와 이미 구축된 신뢰를 바탕으로 거래돼 구매자가 제품을 비교하며 고르기 어려운 기존의 거래 방식을 그대로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기존에 오프라인 B2B 채널을 운영하던 업체가 온라인 플랫폼을 개설한 경우 대부분 이런 형태를 띤다. 설로인은 처음부터 온라인 플랫폼으로 시작했기에 통용되고 있는 기존의 거래 방식을 차별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무엇보다도 비전 AI 기술을 활용해 시각적인 자극을 줄 수 있는 제품 사진을 통해 구매자가 직접 품질을 판단할 수 있게 했다. B2C 채널처럼 수많은 신선육류 제품 중 대표적인 한 개의 제품 사진이었다면 별 의미가 없었을 것이다. 설로인은 판매하는 모든 제품 각각의 외관과 단면을 다각도로 촬영해 품질 판단에 필요한 충분한 시각적인 정보를 제시하고 있다. 다만 이러한 시각적 정보를 제공하는 과정은 추가적인 비용을 수반하기 때문에 가격이 중요한 시장보다는 품질의 균질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구매자에게 특히 어필할 수 있다. 본대로의 구매 고객 중 식재료의 품질이 중요한 파인다이닝이나 단골이 많은 정육점 등이 다수라는 것은 이러한 점을 방증한다. ② 미각 자극, 설로인: B2C 채널인 설로인은 오감 중 미각을 자극하는 정보를 제시하는 데 상품 페이지의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다. 해당 제품의 부위를 이미지화해 같은 안심 부위라도 판매하는 상품에 따라 미각적으로 어떻게 섬세한 차이가 있는지 제시하고 마블링(담백한↔고소한), 육향(은은한↔풍부한), 연도(부드러운↔쫄깃한) 등을 기준으로 맛을 시각화해 해당 제품의 맛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사실 맛을 설명하는 것은 어떤 기업이든 잘할 수 있다. 하지만 맛에 대한 설명이 구체화될수록 소비자 역시 머릿속으로 구체적인 맛을 상상하게 되므로 기대만큼의 만족을 주기 어려울 수 있고 취향에 따른 호불호가 갈릴 수 있어 기업 입장에서는 쉬운 선택이 아니다. 이 때문에 그저 누구나 좋아할 만한 특징들, 신선하다거나, 육즙이 풍부하다거나 하는 일반적인 설명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설로인은 자체적인 기준에 따라 한우 부위를 세분화해 가공하고 소비자의 취향에 맞춰 다양한 육질의 고기를 판매하고 있기에 이 같은 프리미엄 정보를 제공할 수 있었고 이것이 주효한 전략이 됐다. 필자는 고려대 식품공학부를 졸업하고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푸드비즈랩에서 석사 및 박사학위를 받았다. 생산 단계에서의 농식품의 가치가 구매 및 소비 단계로 잘 이어지지 못하는 점에 주목해 농식품 산업 및 마케팅 전략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저서로는 『푸드트렌드 No.4 집밥2.0』 『2024 푸드트렌드』 등이 있다. |
DBR mini box III: 성공 요인 및 시사점② 품질 균질화 어려우면 오히려 비균질성 내세워야 이철 아주대 경영대학 e-비즈니스학과 교수 crhee@ajou.ac.kr 상품을 ‘품질의 균질 정도의 높낮이’로 구분할 때 소고기는 낮은 균질도의 고유한 특성을 갖는다. 공산품과 달리 대체로 신선식품은 공산품에 비해 비균질적인(heterogeneous)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비균질적인 상품은 균질적인 상품에 비해 품질의 불확실성이 크다. 균질화(homogenization)는 상품 품질의 불확실성을 줄이는 방법이다. 균질화를 쉽게 이해하기 위해 사과를 예로 들어 보자. 사과의 품질을 결정하는 요소로는 크기와 모양, 당도, 산도, 식감, 과즙의 양, 맛의 농도 등을 들 수 있다. 만약 생산자나 유통업체가 사과의 품질에 관여하는 요소들을 모두 수치화한 후 유사한 품질의 사과끼리 모아서 판매한다면 소비자들은 균질적인 상품을 접할 수 있게 되고, 선택에 따른 불확실성 역시 줄어들게 된다. 지금도 마트나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브릭스(brix)로 당도를 표시해 유사한 당도의 상품끼리 묶어 판매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한우는 제품의 부위와 마블링, 육량, 신선도, 숙성 방식 등 다양한 요소가 품질을 결정한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서 매기는 소고기 등급은 비균질한 소고기의 불확실성을 줄이는 주효한 방법이다. 하지만 도체가 크고 도축 후부터 산패가 시작되는 소고기의 특성상, 여전히 같은 등급의 같은 소고기라도 부위나 유통 방식에 따라 품질 편차는 소비자가 유의미하게 느낄 만큼 크다. 설로인은 한우가 갖는 비균질적인 특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근내지방도를 기준으로 한 등급제는 물론 육질과 육량, 육색, 마블링 분포, 근섬유 굵기 등 한우의 맛을 결정하는 다양한 요인을 분석하고 선별해 소비자들에게 일정한 품질의 구매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소고기 부위를 더욱 세분화해 판매하는 것도 상품의 비균질성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소의 등과 배 사이 안쪽에 있는 부위인 안심은 소 한 마리에서 1%가량만 나올 정도로 극히 일부인 데다 가격이 비싼 부위인 만큼 일반적으로는 대분할된 안심 덩어리를 모두 안심으로 묶어 팔고 있다. 하지만 설로인은 안심을 샤토브리앙과 미니 샤토, 로스안심, 꼬들안심, 안심추리 등 5개 상품으로 더욱 세분화했다. 설로인의 샤토브리앙을 구매하는 소비자는 다른 브랜드의 안심을 사 먹을 때보다 제품의 편차를 적게 느낄 수밖에 없다. 물론 이 같은 균질화 노력에는 많은 비용이 든다. 상품의 균질화와 가격이라는 가치 사이를 저울질하며 어느 부분은 포기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설로인은 수직계열화를 통해 B2C뿐만 아니라 B2B를 동시에 전개했다. B2C로는 설로인(SIR.LOIN)을 통해 고객이 균질한 한우를 구매하게 함으로써 가치에 대한 지불 의사를 높이고 B2B 본대로를 통해 안정적인 비용 구조를 확보하면서 B2C 가격을 높이지 않아 고객이 느끼는 기쁨을 극대화할 수 있었다. 품질을 균질화하기 어렵거나 균질화에 대한 요구가 크지 않다면 역으로 비균질성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것도 전략이 될 수 있다. 한 막걸리 업체 대표에게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다. “일정한 맛을 내려고 하지 말고 가양주 빚듯이 무조건 맛있게만 만들어 보라고 하면 막걸리 업체가 어디든 맛있게 만들 수 있을까요?” 그러자 그 대표는 맞다고 답했다. 막걸리를 생산하는 데 있어 좋은 맛을 내는 것보다 늘 같은 맛을 유지하는 게 더 어렵다는 얘기다. 한우 역시 소마다 품질이 다를 수밖에 없는 점을 인정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단점도 장점으로 승화할 수 있다. 비균질한 상품의 특성을 그대로 살리되 이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정보의 양이나 질, 품질에 대한 예측력이 충분하다면 고객이 갖는 신뢰와 만족도는 상승하게 된다. 설로인의 B2B 채널인 본대로는 다양한 품질의 한우를 취급하면서 제품에 대한 사진과 자세한 정보를 통해 불확실성을 줄였다. 고객으로서는 오히려 다양한 가격대, 품질의 상품을 골라 구매할 수 있어 만족도를 높일 수 있었다. 필자는 서울대에서 학사와 석사학위를, 미국 뉴욕주립대 버팔로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농식품정보과학회 편집위원장을 지냈으며 국내외 저명학술지에 다수의 논문을 게재했다. VR 및 메타버스, 스마트패키징 로지스틱스, 농식품 IT 전략 등을 연구하고 있으며 대학에서 IT 전략과 HCI 등을 가르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