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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Case Study: 살림 미니멀리즘의 원조 ‘생활공작소’의 차별화 전략

성분-가격-디자인 ‘더하기 아닌 빼기’
생활용품 고객의 선택 고민 덜어줘

강지남 | 365호 (2023년 03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흰색 용기에 제품 용도만 간결하게 적어 놓은 생활용품. 생활공작소는 ‘미니멀 생활용품’의 원조다. 2016년부터 알록달록 패키지 일색인 생활용품 시장에 기본에 충실한 성분, 합리적 가격, 간결한 디자인을 갖춘 제품들을 선보여왔다. 합리적 소비를 추구하면서 ‘공간력’을 해치지 않는 생활용품에 갈증을 느끼던 2030 소비자들은 생활공작소의 미니멀한 감성에 열광하며 자발적으로 SNS 홍보에 나서는 등 팬덤을 형성했다.

이처럼 소비자의 숨겨진 니즈를 읽고 공동 창업자끼리 “각자 잘하는 것을 잘하자”는 마인드로 영업, 기획, 브랜딩, 마케팅에서 확실한 분업을 실천한 것이 생활공작소가 대기업이 장악한 생활용품 시장에서 파란을 일으킨 비결이다. 이후 시장에 유사한 패키지 디자인으로 만들어진 미투 제품 출시가 이어졌지만 생활공작소는 ‘기본부터 다른 일상을 만들어가자’는 브랜드 가치관을 보다 뚜렷하게 드러내는 브랜드 리뉴얼 및 다양한 브랜딩 활동을 통해 MZ 세대가 사랑하는 생활용품 브랜드로 독보적 입지를 다져 나가고 있다.



알록달록 시장에 등장한 ‘흰검’ 이단아

대형마트의 생활용품 진열장 앞에 서면 열두 가지 색 크레파스를 펼쳐 놓은 듯한 풍경을 만난다. 세탁 세제와 주방 세제, 그리고 샴푸, 린스, 보디워시는 빨강, 주황, 노랑, 파랑, 초록, 보라 등 갖가지 색상의 용기에 담겼다. 용기마다 적혀 있는 색색의 문구도 크고 길다. 라이스 테라피, 주이시 피치, 플라워 페스티벌, 생화 향기 컬렉션, 시크릿 오브 그린 파워….

옷 소매의 찌든 때를 빼주고, 그릇이 뽀드득 닦이며, 피부를 촉촉하게 해줄 것 같은 제품을 골라 사오면 아뿔싸, 너무 튄다. 화이트 싱크대에 놓은 빨간색 주방 세제통과 그레이 톤 욕실 세면대에 둔 보라색 핸드워시병은 ‘공간력1 ’을 해치는 이질적 소품처럼 느껴지곤 한다. 집 안 인테리어를 ‘망치지’ 않기 위해 심플한 디자인의 용기를 따로 사서 세제나 핸드워시 용액을 덜어 쓰는 사람도 적지 않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 알록달록 제품 일색인 생활용품 시장에 ‘심심한’ 외모의 제품이 출시되기 시작했다. 흰색 혹은 베이지 톤의 용기에 보통 검은색으로 인쇄한 제품명은 직관적이고 간결하다. 패키지에 꽃, 레몬, 핑크소금 등의 이미지도 넣지 않는다. 이러한 ‘흰검’ 패키지 제품은 자신의 취향을 녹인 집 안 공간에 너무 튀는 제품을 들여놓기 꺼리는 MZ세대 소비자의 지지를 얻으며 생활용품 시장에서 하나의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

간결한 디자인으로 ‘살림의 미니멀리즘’을 실천하는 생활용품 브랜드의 원조는 생활공작소다. 생활공작소의 대표 상품 중 하나인 핸드워시를 보자. 용기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흰색이고, 아무런 그림이 그려져 있지 않다. 제품명은 ‘핸드워시’, 딱 네 글자로 검은색으로 인쇄됐다. 온라인 쇼핑몰의 제품 상세 페이지에 따르면 이 제품은 코코넛오일을 함유한 순비누 성분으로 만들어졌다. 트리클로산, 파라벤 트리에탄올아민을 첨가하지 않았고 피부 자극 및 대장균 테스트를 완료했다. 이처럼 자랑 포인트가 될 내용이 적지 않은데 ‘코코넛오일’ ‘3무(無) 성분’ ‘99.9% 항균 테스트 완료’ 등의 광고 문구를 라벨에 굳이 넣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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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에서 화제 된 검은 뚜껑 제습제

생활공작소는 2014년 10월 설립된 생활용품 전문 회사다. (그림 1) ‘합리적 소비를 위한 미니멀리즘’이라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소비자가 가격, 성분, 디자인 측면에서 심리적 부담을 느끼지 않고 구입할 수 있는 생활 전반의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전 제품에서 △기본에 충실한 성분 △합리적 가격 △주변 인테리어와 잘 어우러지는 깔끔한 디자인이라는 세 가지 핵심 가치를 추구한다. 주방 세제, 세탁 세제, 청소용품, 욕실용품, 위생용품 등 80여 가지 생활용품을 주문자상표부착(OEM) 방식으로 생산하며 주요 판매처는 자사 몰과 쿠팡, G마켓,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등 온라인 쇼핑몰이다. 2022년 매출은 370억 원으로 2019년 150억 원과 비교해 3년 만에 2배 이상 성장했다.

창업 8년 만인 2022년 3월 IMM인베스트먼트, 에이벤처스, CJ ENM 커머스 부문 등으로부터 120억 원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보통 시리즈A 투자 규모가 5억∼50억 원인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으로 큰 규모의 투자다. 생활공작소는 “국내 생활용품 시장의 세대교체를 이끈 차별성과 전문성을 높게 평가받은 결과”라고 평가한다.

알록달록 생활용품과 확실한 차별화를 보여준 생활공작소의 첫 번째 제품은 2016년 4월 출시한 제습제다. ‘습기의 영혼까지 끌어모으는 제습제’는 몇 가지 시범 제품을 출시한 이후 생활공작소가 처음으로 정식 출시한 ‘1호’ 제품으로 흰색 용기에 검은색 뚜껑으로 디자인됐다. 흰색 라벨에는 제품명 등을 검은색으로 적어 넣었다. 제품 패키지에 흰색과 검은색, 딱 두 가지 색상만 사용한 것이다.

당시 국내 제습제 시장은 외국계 기업이 만든 핑크색 뚜껑 제품이 80%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다른 제품들도 1등 제품과 유사하게 핑크색 뚜껑을 채택하는 경우가 많았다. 제습제용 용기 및 뚜껑을 제조하는 공장들도 이러한 시장 상황과 납품 주문에 대비해 주로 핑크색 뚜껑용 부자재를 재고로 구비해두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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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시장에서 생활공작소는 ‘흰검(흰색과 검은색)’ 제습제를 만들기로 했다. 하지만 용기를 제작해줄 협력사를 구하는 것부터가 난관이었다. 제습제 뚜껑의 최소 주문 물량이 10만 개인데 신생 업체인 생활공작소가 10만 개를 다 팔기 전에 망할까 염려해 아무도 생활공작소의 주문을 받아주려고 하지 않았다. 핑크 뚜껑 제습제가 장악한 시장에서 검은 뚜껑 제습제로 판로를 개척할 수 있을지 모두가 의심했던 것이다. 이에 생활공작소는 “제품을 다 팔지 못하더라도 10만 개 뚜껑 대금은 치르겠다”고 약속하고서야 검은색 뚜껑 제조를 의뢰할 수 있었다.

주변 걱정과 달리 검은 뚜껑 제습제는 출시와 동시에 화제가 됐다. 인터넷 쇼핑몰 입점 단계부터 엠디(MD, 상품기획 담당)들로부터 “디자인이 뛰어나다” “고급스럽다”는 평가를 받았다. 판매는 출시 초기부터 호조를 보였다. 출시 첫해 30만 개 이상이 팔려나갔고 현재까지 누적 2000만 개가 판매됐다.

이 같은 성공에는 소비자의 자발적 홍보가 큰 역할을 했다. 소비자들은 SNS에 생전 처음 보는 심플한 제습제 사진을 업로드했다. 옷장 깊숙이 넣어두는 제습제를 집 안 인테리어와 어울리게끔 비치해놓고 사진 찍어 남들에게 보여준 것이다. 2016년 여름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생활공작소 제습제에 대한 소비자 언급은 다음과 같다. ‘요즘 핫하다는 제습제’ ‘패키지 때문에 구입’ ‘제습제가 뭐 이리 예뻐’ ‘가뜩이나 핑크 뚜껑 맘에 안 들었는데!’ 등등. 해시태그로는 #디자인깡패 #감성제습제 #북유럽스타일 #제습제도 #블랙앤화이트 #제습제도 #심플럭셔리 등이 붙었다. 생활용품 전문 스타트업이 첫 제품부터 자사 브랜드를 소비자에게 각인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생활공작소의 미니멀한 감성이 MZ세대에게 소구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점은 생활공작소의 ‘영화관 진출’에서도 확인된다. 코로나19 사태 초기인 2020년 3월 CGV는 극장 관람객을 위한 위생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생활공작소를 협업 브랜드로 선정했다. 전국 CGV 극장 화장실에 ‘손님, 어서 오세요’라는 문구를 쓴 캠페인 광고물과 함께 생활공작소 핸드워시를 비치한 것이다. 이후 구매 후기에 ‘CGV에서 본 핸드워시라 반갑다’는 내용이 종종 올라오기 시작했다. 생활공작소와 CGV의 협업은 1년 후 종료됐지만 일부 극장은 현재도 계속 생활공작소 핸드워시를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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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명 중 7명 “생활공작소 알고 있어”

국내 생활용품 시장은 대기업 및 외국계 기업이 장악하고 있다. 2조 원에 가까운 국내 세제 소매시장에서 세탁 세제는 헨켈(18.8%), 애경산업(17%), LG생활건강(16.3%) 순으로 섬유유연제는 P&G(36.1%), LG생활건강(31.9%), 피죤(18%) 순으로 시장을 점유한다. 2 워낙 시장이 크다 보니 많은 중소업체가 존재하지만 소비자에게 ‘브랜드’로 각인된 회사는 흔치 않다.3

이러한 환경에서 생활공작소는 기존 제품과 확실하게 차별화된 제품을 개발함으로써 소비자 팬덤을 형성하는 데 성공했다. 생활공작소라는 회사 이름이자 브랜드 이름에 대한 소비자 인지도는 꽤 높은 편이다. 생활공작소가 2022년 실시한 소비자 설문 조사에서 “생활공작소라는 브랜드를 들어본 적 있다”는 응답이 75%에 달했다. 4 이는 대형마트 입점이나 대규모 광고 집행 등 별다른 마케팅 활동 없이 이룬 성과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 지금부터 생활공작소가 대기업 위주의 시장에서 빠른 속도로 성장할 수 있었던 성공 전략을 살펴보자.

① 더하기 말고 ‘빼기’의 접근

김지선 생활공작소 대표는 창업 전 온라인 광고대행사를 운영했다. 그는 당시 클라이언트 중 생활용품 회사가 몇 군데 있어 생활용품 가격에 거품이 상당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한편 국내에는 생활용품 제조 업체가 상당히 많고 제조 수준도 높다는 사실 또한 알게 됐다. 김 대표는 차별화된 기획력과 판매 전략만 있다면 자체 제조 시설에 투자하지 않더라도 생활용품 회사를 창업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는 또 온라인 시장이 성장하면서 제품의 가격과 품질을 따지는 합리적 소비가 증가하는 추세에 근거해 가격 거품을 제거한 좋은 품질의 제품을 판매한다면 스타트업이라고 하더라도 대기업 위주의 생활용품 시장에서 선전할 수 있다고도 생각했다.

구체적인 제품 기획은 김 대표와 생활공작소를 공동 창업한 임재모 부사장, 그리고 최종우 브랜드마케팅사업부 상무이사가 맡았다. 시장 조사 결과 이들은 ‘17가지 추출물’ 등 직접적 기능을 하지 않는 성분을 내세우는 제품이 상당히 많고 이 점이 제품 가격 인상을 부추긴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생활공작소는 반대의 길을 걷기로 했다. 기본 기능에 충실한 원료만 사용하고 기본 기능과 상관없는 고가 콘셉트의 원료 사용은 지양하기로 했다. 더하기가 아닌 빼기의 제품을 만들기로 한 것이다. 일례로 생활공작소 제습제는 염화칼슘 100%로 제조된 단일 성분 제품이다. 탈취 효과가 있는 성분 등을 별도로 첨가하지 않았다. 가격은 1500원(515㎖)으로 시장점유율이 높은 국내외 대기업 제품들보다 다소 저렴하다.

가격과 성분에서 ‘빼기’를 한다면 디자인에서도 ‘빼기’를 해야 일관된 브랜딩이 가능하다는 것이 최 상무의 판단이었다. 사실 최 상무 자신이 알록달록한 생활용품 패키지에 질린 소비자였다. 그는 평소 집 안 공간과 어울리지 않고 광고성 이미지와 문구로 가득 찬 생활용품 패키지에 불만이 많았다. 패키지 디자인이 훌륭하면서도 튀지 않은 제품을 구하기 위해 해외 직구도 마다하지 않았다.

최 상무가 생활용품 패키지를 되도록 심플하게 디자인하기로 결심한 데는 신혼 시절 겪은 일화도 작용했다. 장인과 장모가 그의 집에 하룻밤 머물기로 한 날, 그의 아내는 메모지에 ‘샴푸’ ‘린스’ ‘보디워시’를 큼지막하게 써서 욕실의 목욕용품에 붙였다. 이들 제품의 용기는 디자인이 너무 화려한 데 비해 정작 어떤 용도의 물건인지에 대해서는 너무 작게 표기해 놔 용도에 따라 찾아 쓰기가 불편했기 때문이다.

‘흰검’ 제습제 다음으로 출시한 핸드워시와 주방세제 역시 흰색 혹은 투명 용기에 검은색 한글 문구로만 구성된 미니멀한 디자인으로 제작됐다. 이 두 제품의 현재까지 누적 판매량은 각각 900만 개와 400만 개로 제습제와 함께 생활공작소의 3대 대표 상품으로 자리를 굳혔다.

생활공작소는 2018년 10월 빨간색과 진분홍색 일색인 고무장갑 시장에 회색과 갈색 고무장갑을 내놓아 또 한 번 화제를 일으켰다. 현재 6가지 색상(베이지, 그레이, 딥그린, 파스텔블루, 핑크, 민트)으로 출시되는 생활공작소 고무장갑은 누적 판매량이 1200만 켤레다.

성분, 가격, 디자인에 이어 생활공작소가 또 빼기를 한 영역은 브랜드 가짓수다. 생활용품 기업들은 보통 제품군마다 별도의 브랜드명을 붙인다. LG생활건강의 경우 ‘엘라스틴’ ‘리엔’ ‘닥터그루트’(샴푸), ‘페리오’ ‘죽염치약’(치약), ‘샤프란’ ‘아우라’(섬유유연제), ‘자연퐁’ ‘퐁퐁’(주방세제) 등의 브랜드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생활공작소는 제품군마다 개별 브랜드를 만들지 않는다. 80여 가지 제품을 모두 하나의 브랜드 ‘생활공작소’ 아래 둔다. 2022년 반려용품 시장에 첫 진출하면서도 반려용품 전용 브랜드를 따로 만들지 않았다. 제품명도 해당 제품의 기능을 나타내는 단어를 그대로 사용한다. 세탁세제는 ‘세탁세제’, 울세제는 ‘울세제’, 바르는 세제5 는 ‘바르는 세제’다.

이 같은 하나의 브랜드 전략은 생활공작소를 소비자에게 빠르게 인식시키고 브랜드 신뢰도를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됐다. 생활공작소 제습제를 써본 소비자는 생활공작소 치약이나 생활공작소 키친타월을 낯설어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미 써본 제습제와 같은 품질일 것이라는 기대와 신뢰를 보였다. 생활공작소가 일종의 플랫폼으로 역할하는 것이다. 김 대표는 “소수의 히트 상품에 의존하다 보면 상품 이름만 기억하고 회사는 모르는 경우가 많다. 시장은 매우 가변적이어서 인기 상품이 갑자기 안 팔릴 수도 있다. 위험을 회피하는 취지에서도 우리 브랜드를 먼저 알리고 그 안에 다양한 상품을 담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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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영업/전략/브랜딩 각자 맡은 공동 창업자들

김 대표와 임 부사장은 고등학교 동창이고 최 상무는 김 대표와 임 부사장이 오래 알고 지내던 후배였다. 김 대표가 생활용품 회사 창업을 결심했을 때 임 부사장은 홈쇼핑 MD로 일하고 있었고, 최 상무는 대기업과 외국계 기업에서 브랜딩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었다. 김 대표는 생활용품 시장에 대한 이해가 높고 재무에도 밝은 임 부사장과 브랜딩 전문가 최 상무가 꼭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영업 쪽에서 오랜 경력을 쌓아온 자신이 제품 전략이나 브랜딩까지 잘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김 대표는 둘에게 공동 창업을 제안하며 “각자의 업무 영역에서 하는 판단을 전적으로 신뢰하겠다”고 약속했다. 자신은 제조 협력사 발굴과 판로 개척, 임 부사장은 상품 및 사업 전략과 재무, 최 상무는 브랜딩과 마케팅을 각각 도맡고 각자의 판단을 서로 믿고 따르기로 한 것이다.

“제습제 뚜껑은 핑크색이어야 잘 팔린다”는 주변의 만류에도 생활공작소가 검은 뚜껑 제습제를 출시할 수 있었던 것은 이러한 분업과 신뢰가 제대로 작동한 덕분이다. 협력사 사장들이 “왜 제습제 뚜껑이 꼭 검은색이어야 하느냐”며 혀를 차면 김 대표는 “저도 잘 몰라요. 그런데 꼭 그래야 한대요”라고 대답하며 생산해 달라고 거듭 졸랐다고 한다. 김 대표는 “과연 소비자가 처음 들어보는 브랜드인데다가 외형부터 낯선 우리 제품을 반길지 확신할 수 없었지만 가까이에서 오래 지켜봐 온 최 상무의 까다로운 감각을 믿고 전적으로 그의 판단을 따랐다”고 말했다.

③ 전 성분 공개로 신뢰 얻어

생활공작소가 사업을 시작할 무렵부터 SNS 바이럴이 중요한 마케팅 수단으로 부각됨과 동시에 모바일 뷰티 플랫폼 ‘화해’가 큰 인기를 얻었다. 화해 플랫폼에 모인 소비자들은 화장품의 전 성분을 분석하며 인체에 좋은 성분과 유해한 성분을 자세하게 구분했다. 당연히 유해 성분을 첨가하지 않은 화장품이 소비자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고, 시장에서도 높은 매출을 기록했다.

전 성분을 따져가며 제품을 고르는 소비 행태는 화장품을 넘어 생활화학용품으로도 확대됐다. 그릇에 묻은 주방 세제 잔여물이 인체에 해로울 수 있는지, 물티슈가 아이 피부에 트러블을 만들진 않을지 꼼꼼히 따져가며 소비하기 시작한 것이다. 생활공작소는 생활용품 업체로서는 이례적으로 창업 초기부터 모든 제품의 전 성분을 공개했다. 6 동시에 유해 성분을 최대한 배제한 제품을 개발하고자 노력했다. 생활공작소 주방 세제는 식기뿐만 아니라 과일이나 채소를 씻을 수 있는 식약처 고시 1종 주방 세제다. 또 자원순환성을 향상시키고 지역 환경오염 감소에 기여하는 친환경 제품으로 환경부 인증을 받았다. 생활공작소 물티슈는 트리클로산, 카드뮴, 포름알데하이드, 형광증백제 등 17가지 유해 성분을 사용하지 않은 제품이다.

환경부와 식약처는 2017년 말 생활화학제품 전 성분 공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이는 생활화학제품 제조 및 유통업체들이 자발적으로 함량과 관계없이 제품에 함유된 모든 성분을 공개하도록 권장하는 지침이다. 결과적으로 생활공작소는 이러한 정부 가이드라인이 나오기 전에 한발 앞서 전 성분을 공개한 것이다. 정부의 가이드라인이 발표되자 협력사에선 ‘생활공작소에 선견지명이 있었던 거냐’고들 했다. 이처럼 생활공작소는 소비자 인식 변화를 예민하게 포착하고 달라진 소비자 가치관을 십분 반영한 제품을 만든 덕분에 소비자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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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MZ세대 마음 훔친 키치 문구

생활공작소 제품은 파격적으로 미니멀한 디자인 외에도 제품마다 다르게 붙인 키치 문구로도 MZ 소비자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주방 세제는 ‘여보, 먹었으면 치워야지 주방세제’, 고무장갑은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게 해 줄게 고무장갑’, 비데용 물티슈는 ‘하던 일에 집중해요. 뒤는 제가 책임집니다. 비데 물티슈’로 네이밍했다. 이러한 키치 문구는 일종의 재미 요소로 작용하며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SNS와 블로그, 맘카페 등에서 생활공작소 제품을 언급하도록 만들었다.

생활공작소가 키치 문구를 고안한 것은 사업 초기 마케팅에 투입할 자금이 없었기 때문이다. 돈 들이지 않고도 주목받을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제품마다 재미있는 문구를 만들어 붙이기로 한 것이다. 최 상무는 “소비자가 키치 문구를 보고 재밌어서 웃게 되면 우리 제품을 기억해주지 않을까 기대했다. 그런데 거기서 더 나아가 소비자 스스로 SNS에서 입소문을 내고, 다음 제품의 네이밍을 궁금해하며 기다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매우 적은 비용으로 생활공작소 브랜드를 빨리, 널리 알리는 데 키치 문구가 큰 도움이 된 것이다.

생활공작소는 2022년 4월 발표한 브랜드 리뉴얼 이후 키치 문구를 더는 선보이지 않기로 했다. 제품 패키지에 브랜드 로고와 제품명만 선명하게 입히고 키치 문구는 삭제하기로 한 것이다. 재미와 유머 요소가 브랜드 론칭 초기에는 큰 도움이 됐지만 앞으로 브랜드를 보다 세련되게 다듬어가는 데는 방해 요소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필요에 따라 온라인 마케팅 활동에서는 기존 문구를 활용할 예정이다.

⑤ 좌고우면 않고 온라인 판매에 주력

국내 온라인 시장은 2014년 이후 급성장했다. 2014년 쿠팡이 익일배송 서비스를 개시한 이후 주말에 대형마트에 가서 일주일 치 장을 보던 소비자들이 필요한 물건을 시시때때로 온라인 쇼핑몰에서 구매하기 시작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7년 94조 원이던 연간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2022년 206조 원으로 2배 이상 성장했다. 생활용품 역시 온라인 소비가 빠르게 늘었다. 생활용품의 연간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2017년 7조5000억 원에서 2022년 17조 원으로 130% 증가했다.

생활공작소는 창업 초기부터 현재까지 온라인 유통에 주력하고 있다. G마켓, 옥션, 11번가를 시작으로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쿠팡, 카카오톡 스토어, 마켓컬리, 코스트코 온라인몰 등에 입점해 있다. 온라인 쇼핑이 크게 성장하고 브랜드에 의존하기보다 품질과 가격을 따지며 합리적 소비를 추구하는 소비자가 많아지면서 자본이 많지 않은 스타트업이 온라인 유통에 중점을 둔 것은 비용 대비 효과가 큰 전략으로 작용했다.

생활공작소는 2020년 6월 자사 몰(www.saengong.com)을 오픈하고 기획전, 균일가전 등 각종 이벤트를 통해 자사 몰을 주력 유통 채널로 성장시키고 있다. 입점 수수료 등을 고려할 때 자사 몰 이익률이 타 온라인 쇼핑몰 대비 10%가량 높기 때문에 자사 몰은 향후 생활공작소의 수익성 증대에 큰 역할을 할 예정이다. 현재 자사 몰 회원 수는 3월 기준 5만6000명가량이다.

생활공작소는 대형마트 입점이나 플래그십 혹은 팝업스토어 오픈 같은 온라인 진출은 시간을 두고 신중하게 접근한다는 입장이다. 오프라인 진출에 적지 않은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다만 2019년 11월 전국 코스트코 매장에 생활공작소 핸드워시가 입점한 적이 있다. 브랜드 입지를 강화하는 좋은 기회이면서 코스트코 매장은 일반 대형마트와 달리 매장에 영업 직원을 상주시키고 이벤트를 여는 등의 비용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내린 결정이었다.

생활공작소는 2020년 12월부터 1년간 롯데백화점 영등포점 1층에서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한 경험도 있다. 당시 롯데백화점은 신입사원들로 TF팀을 꾸려 영등포점 1층에 핫한 스트리트 브랜드들을 입점시키는 리뉴얼을 진행했는데 아웃오브스탁, 아우어베이커리, 로컬스티치, 오버더피치, 테슬라 갤러리 등과 함께 생활공작소가 선정된 것이다. 생활공작소는 숙박 중계 플랫폼 스테이폴리오를 만들고 운영하는 건축사무소 지랩과 함께 매장 한가운데 집을 짓고 세면대를 설치해 어린이용 발 받침대를 놓는 등 온 가족이 생활공작소 제품을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콘셉트로 매장을 꾸몄다.

생활공작소는 이 매장을 통해 보다 넓은 층의 소비자에게 생활공작소를 알릴 수 있었지만 1년의 계약 기간이 끝난 뒤 매장을 철수했다. 다시 온라인 유통에 주력하고 자사 몰을 성장시키면서 체력을 다지기 위한 조처였다. 임 부사장은 “최근 플래그십이나 팝업스토어가 흔해지면서 비용 대비 큰 차별성을 얻기가 어려워졌다. 생활공작소는 우선 자사 몰 강화에 주력하며 오프라인 진출은 좀 더 시간을 갖고 준비하고자 한다. 잠깐 화제를 일으키는 이벤트성 매장보다는 생활공작소다운 색깔과 지향점에 맞는 방향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⑥ ‘비싸지 않은 친환경’ 추구

‘환경 경영’에 대한 요구가 점점 강해지는 요즘, 규모가 작은 스타트업이라고 해도 이를 외면할 수 없다. 친환경 소비가 확산되면서 특히 소비자와 직접 커뮤니케이션하는 D2C(Direct To Consumer, 온라인 직접 판매) 회사들에 환경 경영은 피할 수 없는 화두다.

생활공작소 역시 다방면으로 친환경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선 2019년 제품 포장에 사용하는 비닐 에어캡(air cap)을 종이 포장재로 교체했다. 종이 포장재는 재활용이 가능하고 자연 분해되는 소재다. 비닐 에어캡 대비 종이 포장재 가격이 30%가량 비싸지만 환경오염을 최소화하자는 취지에서 추가 비용을 감당하기로 했다. 생활공작소의 많은 제품이 액상 제품이어서 비닐 에어캡은 패키지 손상을 막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자체 테스트 결과 종이 포장재로 인한 파손율은 비닐 에어캡과 유사한 수준이었다.

또 생활공작소는 2022년부터 핸드워시와 주방 세제를 시작으로 기존 플라스틱 용기를 PCR7 용기로 교체해 나가고 있다. 이 역시 가격이 기존 플라스틱 용기 대비 20∼30% 높다. 또 플라스틱 용기 배출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용기에서 쉽게 탈착되는 ‘이지 필(easy peel)’ 라벨로도 바꿔 나가고 있다. 이 같은 친환경 용기 및 포장재에 대한 소비자 반응은 매우 좋은 편이다. ‘친환경 제품이라 구매했다’ ‘지구환경에 부담 준다는 죄책감을 덜었다’ ‘친환경 제품이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등의 소비자 리뷰도 자주 올라오고 있다.

다만 회사 측의 자체 분석 결과 친환경 용기 및 포장재 도입으로 제품 가격이 인상되면 소비자 구매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소비자는 ‘가격 인상 없는’ 친환경 제품을 선호하는 것이다.

이에 생활공작소는 비싸지 않은 친환경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22년 9월 출시한 백인박스(Bag In Box) 리필 제품이 이러한 노력으로 탄생한 예다. 생활공작소 상품기획개발팀은 해외 코스트코 매장에서 와인을 종이 상자에 담아 판매하는 것에 착안해 백인박스를 기획했다. 핸드워시 백인박스 3L와 주방 세제 백인박스 5L는 리필 용액을 담은 진공 비닐 팩을 종이 상자에 넣어 포장한 제품이다. 종이 상자에 레버를 달아 편리하게 용액을 덜어낼 수 있다.

핸드워시 백인박스 3L의 경우 250㎖ 본품 12개와 같은 용량으로 플라스틱 용기 사용을 90% 이상 줄여준다. 가격은 2만3900원으로 기존 핸드워시 본품이나 리필 제품보다 30∼40%가량 저렴하다. 백인박스 아이디어로 플라스틱 사용량을 대거 줄이면서도 가격을 인상하기는커녕 더 낮추는 데 성공한 것이다. 생활공작소는 앞으로도 가격 인상을 피하는 친환경 제품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시도할 예정이다.

또 생활공작소는 친환경 제품에 한해 자체 생산 시설을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김 대표는 “친환경 제품을 소비자가 원하는 낮은 가격으로 공급하려면 생산 단가를 낮춰야 한다”며 “생산 비용 절감을 위해 일부 제지류 제품을 대상으로 자체 생산 시설을 갖추려고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⑦ 생활과 가치를 이야기하는 브랜딩 활동

생활용품 회사에선 보통 영업 인력의 비중이 가장 크다. 제품 유통이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기업 활동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체 직원이 55명인 생활공작소에선 브랜딩 및 마케팅을 담당하는 브랜드마케팅사업부 인력이 10명(브랜드팀 5명, 디자인팀 5명)으로 그 비중이 꽤 높은 편이다. 그만큼 브랜딩 활동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브랜드마케팅사업부는 제품 콘셉트와 패키지 기획 및 디자인, 마케팅 활동을 담당한다. 마케팅 활동 역시 온라인 위주인데 인스타그램을 주력 채널로 해 유튜브, 네이버 포스트, 브런치 등의 SNS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브랜딩 활동의 큰 원칙은 단순한 제품 홍보를 지양하고 ‘기본을 지킵니다, 생활을 만듭니다’라는 브랜드 슬로건에 따라 소비자가 생활공작소를 ‘생활을 함께하는 친구’로 여기게끔 하는 것이다. 생활공작소는 인스타그램 활동 초기부터 제품 홍보 외에도 생각과 취향을 공유하는 콘텐츠를 자주 업로드했다. 현재는 공식 계정(@saengong_official)과 취향 계정(@saeng_vely)을 분리해 운영하고 있다. 공식 계정이 제품 소개나 제품 활용 방법에 대해 주로 이야기한다면 취향 계정은 ‘생블리’라는 가상의 생활공작소 직원 캐릭터가 맛집, 편집숍, 서점 등 정보를 공유하고 생활공작소의 캠페인과 이벤트를 소개한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생활공작소가 ‘기본부터 다른 일상을 만들어 가는 데 진심’이라는 것이다. 생활공작소는 2022년 9월부터 고객이 카페와 식당 등 매장에서 생활공작소 핸드워시의 구형 용기가 놓여 있는 것을 발견해 알려주면 이를 지난해 디자인을 리뉴얼한 새 용기로 교체해주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폐기 현수막으로 업사이클링 제품을 만드는 브랜드 누깍과 협업해 ‘생공적인 두 번째 기회’ 캠페인도 진행 중이다. 육아로 잠시 일을 멈춘 여성 등 두 번째 기회가 필요한 소비자의 사연을 응모받고, 선정된 이들에게 누깍과 생활공작소가 컬래버레이션한 파우치와 5만 원 상당의 생활공작소 인기 제품을 증정하는 캠페인이다. 물론 이러한 캠페인의 진행 및 결과는 모두 SNS로 공유된다. 생활공작소는 이후 두 번째 기회가 필요한 은퇴 세대, 취업준비생 등으로 캠페인을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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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대적 브랜드 리뉴얼로 차별화 꾀해

첫 번째 제품부터 대박을 낸 생활공작소는 창업 이후 빠르고 탄탄하게 성장해왔다. 창업 첫해부터 매해 흑자 경영을 달성했다. 8 하지만 고민도 생겼다. 생활공작소가 소비자 팬덤을 바탕으로 성장을 거듭하자 시장에 미투(Me-too) 상품이 번성하기 시작했다. 온라인 쇼핑몰에는 패키지에 흰색과 검은색만 사용하고 국문으로 제품명을 적은 유사 디자인의 제품이 대거 쏟아졌다. ‘생활공작소 제품인 줄 알고 샀는데 아니었다’는 소비자 리뷰가 심심찮게 보일 정도로 생활공작소의 기존 고객마저 종종 헷갈릴 정도가 됐다.

이에 생활공작소는 미투 제품과의 차별화를 목표로 1년간의 작업을 거쳐 2022년 4월 브랜드 아이덴티티(BI)와 패키지 디자인 교체 등 브랜드 리뉴얼을 단행했다. 창업 후 제품을 하나씩 늘려 나가면서 각 용기의 재질과 라벨 소재 등에서 통일성이 떨어졌는데, 이를 하나로 통일하려는 목표도 있었다. 새로운 로고는 스탠실을 모티브로 삼아 공예적 특성을 살려 생활에 필요한 제품을 만드는 공작소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했다. 패키지는 그래픽 요소를 최소화하며 견고하고 깨끗한 인상으로 새로 디자인했다. 국문 위주의 제품명 표기는 그대로 유지했다. 생활공작소의 새로운 BI 디자인은 2022년 12월 열린 ‘2023 독일 디자인 어워드(GDA)’에서 브랜드 아이덴티티 분야 특별상을 수상했다. 최 상무는 “생활공작소 흰색은 약간 따뜻한 기운이 도는 웜 톤의 흰색이며 플라스틱 용기는 광택이 나지 않고 매끈함의 정도가 낮은 재질”이라며 “생활공작소의 모든 제품이 통일된 디자인과 균일한 사용감을 제공한다면 소비자는 보다 확실하게 미투 제품과의 차이를 인식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생활공작소는 반려용품을 출시하며 새로운 시장에 도전장을 냈다. 주방 세제, 고무장갑, 세탁 세제, 치약과 칫솔 등을 만든 회사라면 역시 주방과 욕실에서 사용하는 식기나 헤어·스킨케어 제품으로 확장해나갈 법한데 그보다는 조금 더 ‘먼’ 거리에 있는 반려용품을 택한 것이다. 그 이유에 대해 임 부사장은 “주방 제품이나 헤어·스킨케어 제품은 대기업이 이미 선점한 시장이지만 반려용품은 펫 인구가 빠르게 증가하는 데 반해 아직 1등 플레이어가 없는 시장이라서 우리에게 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생활공작소는 현재 30여 가지 반려용품을 출시하고 있다. 이 중 강아지 배변 패드와 고양이털 제거용 청소포가 판매가 많이 되는 제품이다. 국제삼림관리협의회(FSC) 인증펄프가 사용된 배변 패드는 프리미엄 SAP(초강력 고분자 흡수체) 소재를 사용해 흡수가 빠르고, 시중 제품 대비 3배 이상 두툼한 두께로 소변이 쉽게 흐르거나 넘치지 않아 소비자에게 호평을 받고 있다. 청소포는 기존 제품들처럼 마찰식이 아니라 점착식 청소포로, 특수 처리된 점착 성분의 포집력으로 미세먼지 등 매우 작은 이물질까지 제거할 수 있어 만족도와 재구매율이 높다고 한다. 또한 생활공작소는 세계적 비건 인증 기관인 프랑스의 이브비건(Eve Vegan)에서 인증을 받은 펫 샴푸, 펫 피부밤, 펫 미스트 등의 제품을 출시했다. 이는 동물성 원료나 부산물을 사용하지 않고 동물 실험을 하지 않은 제품에 부여하는 인증서다. 동물권을 중시하는 펫 인구의 가치관을 고려한 제품을 개발한 것이다. 이러한 반려용품은 꾸준한 매출을 내며 생활공작소 전체 매출에서 유의미한 비중으로 자리 잡아가는 중이다.

새로 진입한 반려용품 시장에서 순조롭게 출발한 것은 생활공작소 브랜드의 연결성을 입증한 사례라고 평가할 수 있다. ‘생활공작소 제품은 자극적이지 않아 안심하고 쓸 수 있다’는 게 소비자가 생활공작소 제품에 대해 갖는 이미지인데 이러한 브랜드의 제품을 가족이나 다름없는 반려동물에게도 사주고 싶어 하는 것이다. 임 부사장은 “생활용품이란 결국 소중한 가족이 사용하는 제품”이라며 “반려동물 역시 우리 가족이므로 소비자가 믿고 쓸 수 있는 브랜드라고 인식하는 생활공작소가 파고들기 딱 좋은 시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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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의 ‘선택 고민’ 줄여주겠다”

빠른 성장을 거듭하던 생활공작소는 2022년 매출이 370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350억 원) 대비 6% 성장으로 숨을 골랐다. 생활용품 시장에서 중소업체 간 경쟁 심화와 경기 침체에 따른 소비 둔화의 영향을 받은 결과다. 올 한 해 경기 침체가 더욱 심화될 전망이기 때문에 생활공작소는 국내에선 내실을 다지고 2년 전부터 준비해온 해외 사업에 보다 주력할 계획이다.

생활공작소는 2021년 9월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의 3개 이마트 매장에 입점한 이래 해외시장 진출에 노력하고 있다. 2022년 2월 미국 아마존에 공식 입점했고, 일본, 홍콩, 대만,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로도 진출했다. 울란바토르는 한류 인기로 한국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매우 높은 지역으로 특히 생활공작소의 미니멀한 디자인과 한글 로고 및 제품명이 한국적인 스타일로 어필되며 현지 반응이 매우 좋다고 한다. 덥고 습한 싱가포르에서는 생활공작소의 제습제와 곰팡이 제거제가 특히 반응이 좋은 편이다. 김 대표는 “그간 해외시장을 연구한 결과 우선 현지 한인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고 좋은 평가를 받아야 현지인들에게도 어필할 수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며 “올해는 현지 한인마트 등에 우리 제품을 입점시키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생활공작소는 이러한 노력을 통해 현재 전체 매출의 5%를 차지하는 해외 매출을 올해 2배 이상 성장시키고 내년부터 더 큰 도약을 이뤄내겠다는 포부다.

생활공작소의 궁극적 비전은 생활에 필요한 유형(有形)의 아이템과 무형(無形)의 서비스를 모두 아우르는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중장기적 관점에서 소형 가전과 생활공작소 제품들로 채워진 감성 숙소, 생활공작소 제품들로 진행되는 청소 서비스 등을 구상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확장에 앞서 기본에 충실한 브랜드라는 정체성을 더욱 공고히 하는 것이 제1 원칙이라는 게 생활공작소의 다짐이다. 임 부사장은 “우리가 고객에게 가장 듣고 싶은 말은 ‘생활공작소는 믿을 만한 브랜드여서 여기 제품은 별 고민 없이 산다’는 이야기”라며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과의 신뢰를 계속 유지,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기 때문에 ‘합리적 소비를 위한 미니멀리즘’이라는 우리 브랜드의 일관성을 계속 지켜나가겠다”고 말했다.

DBR mini box I : interview: 생활공작소 공동 창업자 김지선 대표, 임재모 부사장, 최종우 상무이사

“각자 잘하는 부분을 잘하자… 믿고 맡기는 분업의 힘”

대표이사가 제품 기획 및 디자인을 일괄 위임하기가 쉽지 않을 텐데.

김지선 대표 나는 내가 자신 있는 영업을 도맡고 임 부사장이 제품 기획, 최 상무가 브랜드와 마케팅을 전담한다면 드림팀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너희 없이 나 혼자는 못한다’며 둘을 붙들고 소주도 많이 마셨다.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게 하기까지 설득하느라 꽤 힘들었지만 한 팀으로 뭉치자 너무 잘 맞았다. 각자 역할이 명확하고, 서로가 왜 필요한지 십분 이해했기 때문이다. 나는 사람 만나는 걸 워낙 좋아하는 성격이고 인맥이 넓다. 그래서 생활공작소에서 나는 ‘부탁 전문’이다. 단가 낮춰달라고, 안 된다는 거 만들어 달라고 조르고, 돈을 잘 빌려온다. (웃음)

최종우 상무이사 50세가 되기도 전에 하루아침에 집으로 가는 회사 선배들을 보며 ‘나는 저들보다 똑똑한가? 오래 버틸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하던 시기에 김 대표가 창업을 제안했다. 브랜딩과 마케팅을 전적으로 맡기겠다는 약속을 처음엔 반신반의했는데 무슨 회사 대표가 이럴 수 있나 싶을 정도로 확실하게 힘을 실어줬다.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제품 디자인을 만들 때 내부 설득은 어렵지 않았다. 오히려 김 대표가 밖에서 협력사 등을 설득하고 다니느라 힘들었을 것이다. 믿고 맡겨준 리더십에 감사하고 나도 배우려고 노력하고 있다.

사명(社名)은 어떻게 정했나.

임재모 부사장 창업 초기 합리적 가격의 제품, 불필요한 성분을 뺀 기본에 충실한 제품을 만들자는 방향만 정해놓고 최 상무와 둘이서 성수동과 홍대입구 등을 걸어 다니며 많은 대화를 나눴다. 하나라도 더 뺄 게 없는지 고심하며 제품을 만드는 회사라는 뜻을 사명에 담고 싶었다. 생활용품 회사니까 ‘생활’에 장인 정신과 밀접한 ‘연구소’ ‘공방’ 등을 고려하다가 ‘공작소’로 최종 결정했다.

첫 제품 제습제가 성공할 것으로 확신했나.

최 대박 날 줄 알았다기보다는 이런 제품을 만들고 싶어서 만들었다. 하지만 과하게 화려한 패키지 디자인에 질린 소비자가 나 하나는 아닐 거라는 믿음은 있었다.

김 사실 나는 제습제 디자인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때가 묻을까 봐 흰색 옷을 피하는 편이기도 하고, 협력사 사장님들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심지어 사진작가를 찾아가 제습제 사진을 패션화보처럼 찍는 등 나로선 이해할 수 없는 일들만 골라 했다. 그렇게 제습제를 출시하니 나 빼고 주변에서 모두 예쁘다며 정말 좋아했다. ‘해외 직구한 제습제냐’는 말도 들었다. 생각해보니 아내가 새로 이사한 집의 사진을 찍을 때 빨간색 고무장갑을 치우고 주방 사진을 찍는 걸 본 적이 있었다. 소비자는 예쁘지만 튀지 않는, 주변과 잘 어울리는 제품을 선호한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다.

창업 첫해부터 몇 년간 흑자 경영을 이어온 비결은 뭔가.

김 제품 개발과 인력 충원, TV CF 캠페인 등에 투자한 2021년과 2022년에만 약간의 적자를 냈다. 그전까지는 매해 흑자를 유지했는데 우선 소비자 팬덤 덕분이 컸다. 사업 초기에 마케팅을 거의 하지 않았음에도 제품이 잘 팔렸다.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우리 제품을 SNS를 통해 소문내 줬기 때문이다. 또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지 않았다. 우리가 잘할 수 있는 속도에 맞춰 제품을 하나씩 늘려나갔다. 그리고 모든 제품이 소비자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

창업 8년 만에 처음으로 외부 투자를 유치했다.

김 그간 투자하겠다는 제안을 많이 받았지만 거절해왔다. 너무 무리하지 말고 우리가 잘할 수 있는 만큼만 하자는 생각이었기 때문에 투자 유치의 필요성은 느끼지 못했다. 또 외부 자금이 들어와 생활공작소만의 즐겁게 일하는 문화가 변질될까 봐 걱정됐다. 그러나 시장에 미투 제품이 너무 많아졌다. 친척 누나 한 분이 생활공작소의 열렬한 팬인데 우리 제품인 줄 알고 산 물건이 미투 제품이었다. 열성 고객마저 헷갈리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걸 깨닫고 투자 제안을 수용하자고 마음먹었다. 그간 생활공작소가 소비자 팬덤으로 커왔다면 지금부터는 대규모 마케팅으로 불특정 다수 고객으로까지 고객층을 확대하고자 한다. 지난해 TV 광고를 집행한 것도 그러한 노력의 일환이다.

다양한 카테고리의 제품을 만들면서 생활공작소라는 단일 브랜드만 고집한다.

임 생활공작소라는 브랜드로 제품 카테고리를 확장하기가 좋다는 것을 확인했다. 생활용품이라는 큰 카테고리 안에서 다양한 신상품을 출시해도 소비자는 이질감을 느끼지 않는다. 그렇다면 우리 브랜드로 생활용품 밖으로도 진출할 수 있는지 실험했다. 두유와 에너지바를 출시해서 꽤 의미 있는 매출을 냈다. 그 덕분에 용기를 얻어 반려용품 시장에도 도전했는데 소비자들은 생활공작소의 반려용품도 매우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생활공작소 주방 세제로 반려동물 식기를 씻는 등 이미 우리 제품을 반려동물과 함께 사용하고 있었던 거다. 가격, 성분, 디자인 면에서 믿고 살 수 있는 브랜드라는 인정을 받았기 때문에 자녀 혹은 동생 같은 존재인 반려동물에게도 생활공작소 제품을 사주고 싶어 한다.

온라인 유통에만 집중한다면 소비자층 확대가 어렵지 않을까.

임 대형마트는 손익의 측면에서 좋은 유통 채널이 아니다. 납품에 끝나지 않고 판매 인력을 투입하고 행사를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부수적 리소스가 많이 들어간다. 그래서 코스트코와 트레이더스 같은 리소스 투입이 적은 창고형 대형마트에만 입점했다. 역시 리소스가 적게 들어가는 편의점 진출은 검토하고 있다. 오프라인 시장이 워낙 크기 때문에 아예 외면할 순 없어서 여러 시도를 하고 있다. 명품 회사부터 식품 회사까지 성수동 일대가 플래그십 및 팝업스토어로 북적거리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잠깐의 화제를 위해 큰돈을 들이지는 말자는 게 우리 판단이다. 생활공작소다운 방향과 색깔을 찾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브랜드 리뉴얼을 통해 미투 제품과의 차별화에 성공했다고 평가하는가.

최 정식으로 소비자 인식 조사를 한 건 아니지만 고객 리뷰 등을 통해 차별화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보고 있다. ‘생활공작소인 줄 알고 샀는데 생활○○이었다’는 리뷰는 확실히 줄었다. 브랜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디테일이다. 생활공작소가 처음 선보인 ‘생활의 미니멀리즘’은 단순히 흰색 용기에 검은 뚜껑을 달아서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다. 소비자가 우리 제품 중 무엇을 하더라도 로고부터 라벨의 텍스트 배치, 용기의 재질까지 일관된 경험을 하게 된다면 미투 제품과 확실하게 구별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 기본부터 다른 일상을 만들어 가자는 생활공작소의 가치관을 보여줄 수 있는 다양한 협업과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소비자에게 이런 모습을 계속 보여줌으로써 꾸준하게 차별화해 나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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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탁 생산으로 제품을 만들고 있다. 품질 관리를 위한 협력사 관리의 원칙이 있는지.

김 한 군데 협력사를 선정하기까지 아주 많은 업체를 만나고 검토한다. 후보 업체들의 기존 출시 제품을 모두 분석하는데 소비자 리뷰를 꼼꼼하게 확인하는 것은 물론 제품을 직접 사용해본다. 장기간 거래할 수 있는 탄탄한 회사인지, 품질 관리도 철저하게 하는지 따져보며 매우 엄격하게 협력사를 선정한다. 이후 생산 및 품질 관리는 서로 협업하며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화장품 제조 분야와 마찬가지로 생활화학제품 제조 분야도 중소업체 기술 및 제조 수준이 굉장히 높아졌다. 대기업 제품과 퀄러티 면에서 별 차이가 없을 정도로 상향 평준화됐다. 앞으로도 계속 OEM 생산을 하되 친환경 제품에 한해서는 단가 이슈를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자체 시설을 마련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몽골에서 생활공작소 제품이 인기 있다는 게 의외다.

임 몽골 쪽 바이어가 생활공작소의 간결한 디자인과 한글 로고를 마음에 들어 하며 먼저 우리에게 울란바토르 이마트 입점을 제안했다. 처음에는 ‘우리 제품이 몽골에서 과연 잘 팔릴까’ 싶었다. 그런데 인구 150만 명의 울란바토르에 국내 대기업 제품 진출이 활발하지 않다는 점이 오히려 우리에겐 블루오션으로 작용했다. 또 울란바토르에는 한국에서 공부하거나 일한 적 있는 분들이 꽤 많다. 이들은 한글을 좋아하고 미니멀한 디자인을 한국적인 것으로 생각한다. 실제로 바이어의 예상대로 이들은 생활공작소의 한글 라벨과 깨끗한 디자인을 좋아한다. 주방 세제와 뽑아 쓰는 키친타월 등이 특히 잘 팔린다.

경기 침체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는데 이에 대한 대응은 뭔가.

김 생활용품은 크게 경기를 타지 않는 시장이다. 하지만 최근 온라인 시장 성장세가 주춤하고 오히려 오프라인 시장이 성장하는 추세다. 올해는 공격적으로 신규 카테고리로 확장하기보다는 기존 제품의 판매에 내실을 다지고자 한다. 올해 성장 기회는 해외시장에 있으리라고 본다. 2년 전부터 해외시장 진출을 준비해왔는데 올해부터 그 결실을 맺기 시작해 내년에는 해외 매출이 크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한다. 아시아의 몇 개 국가에서 한국계 대형마트 및 현지 한인 슈퍼마켓과 입점을 협의하고 있다.

즐거운 회사 만들기에 관심이 많다고.

김 재미있게 일하는 회사를 만들고 싶다. 직원이 네댓 명인 시절부터 즐겁게 일해왔다. 주방 세제 키치 문구로 ‘남편 전용’ ‘섹시 백(Sexy Back) 테스트’ 등 아이디어를 내놓고 좋아라 하면서. 우리 회사는 워크숍을 플레이숍(Playshop)이라고 부른다. 일은 안 하고 놀기만 하는 행사니까. 얼마 전 제주도로 간 플레이숍에서 직원 만족도가 98% 나왔다. 비결은 우리 셋이 안 갔기 때문이다. 직원들끼리 신나게 놀다 오라는 취지였는데 이렇게 반응이 좋으니 다음 번에도 가지 않을 생각이다.


DBR mini box II : 성공 요인 및 시사점

‘Less is More’ 가치로 자기중심적(Me-Centric) 세대에 공감

필자 | 이승윤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디지털문화심리학자 seungyun@kunkuk.ac.kr

‘Less is more.’

‘더 간결할수록 더 풍요롭다’라는 뜻을 담은 이 격언은 근대 건축의 거장 루트비히 미스 반 데어로에가 자신의 건축 철학을 설명하며 한 말이다. 이 말은 생활공작소 성공의 핵심을 가장 잘 드러낸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생활공작소가 성분, 가격, 디자인에서 튀려고 하지 않고 오히려 기본에 충실하고자 노력해온 브랜드이기 때문이다.

‘Less is more’는 MZ세대가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을 가장 함축적으로 드러내는 키워드이기도 하다. 한국전쟁 이후 태어난 베이비붐세대의 삶은 한국 사회의 폭발적 성장 과정과 그 궤를 같이한다. 폭발적인 성장의 결과물은 그 이후 세대인 X세대에게 고스란히 전달됐다. 그리고 X세대 이후, 그러니까 1980∼1994년에 태어난 밀레니얼세대와 1995년 이후 태어난 Z세대는 소위 저성장 시대를 살아가는 대한민국의 첫 번째 세대다. 이들은 경제적으로 부모 세대보다 가난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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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은 제품 아닌 ‘주인의 취향’

그러다 보니 미니멀리즘은 이들 삶에서 매우 중요한 지향점이 됐다. 자원은 한정적이고 내일은 더 풍요로울 것이라고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삶의 많은 부분에서 자신이 특히 가치를 두는 것에 집중하고 그 외의 부분에서는 합리적 소비를 추구한다. ‘Less is More’의 가치관을 공통적으로 갖기 때문에 이들에게 생활공작소가 추구하는 ‘더하기 아닌 빼기’의 철학은 매력적으로 다가갔을 것이다. 각각의 제품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적 요소에 집중하고, 불필요한 것은 덜어내며, 합리적 가격으로 낭비를 막는 생활공작소는 미니멀한 삶을 추구하는 MZ세대의 가치관과 맞물리면서 대기업 위주의 생활용품 시장에서 유의미한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Less is More의 또 하나의 가치는 적게 표현될수록 더 많은 이야기를 할 여백이 생긴다는 데 있다. MZ세대는 미니멀리즘적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한편으로 자기중심적인(Me-Centric) 세대다. 또 자기중심적인 뚜렷한 취향을 SNS 등을 통해 타인에게 끊임없이 노출시키고자 하는 욕망을 갖는다.

생활공작소가 만드는 간결하고 심플한 디자인의 제품들은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다. MZ세대 소비자가 자신의 취향에 맞게 꾸민 공간에서 세련됐지만 눈에 덜 띄는 존재로 역할하며 자연스럽게 자리 잡고 있을 뿐이다. 생활공작소가 브랜딩 및 마케팅 활동에서 가장 중요한 채널로 생각하는 인스타그램 공식 계정을 보자. 30대 초반 혹은 20대 후반 여성이 살 법한 집 안 공간 곳곳을 자연스럽게 노출한 듯한 ‘일상 라이프스타일 컷’이 대부분이다. ‘화이트 컬러의 거실 테이블 위에 놓인 흰색 패키지의 물티슈’처럼 각 제품은 각자 자리 잡은 공간에 조용히 머물며 주인의 취향을 돋보이도록 해줄 뿐이다.

알록달록한 디자인은 눈에 잘 띄지만 취향의 호불호가 심하게 갈린다. 반면 무색무취한 디자인은 소비자의 취향을 오히려 풍부하게 담아내는 법이다. 생활공작소는 이처럼 자신을 낮추고 소비자의 취향을 더욱 세련되게 드러내 줌으로써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무인양품 오프라인 전략 참고할 만

생활공작소가 오프라인 시장으로의 진출을 무리하게 추진하지 않는 것 역시 Less is more의 관점에서 현명한 전략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사실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제품들이기 때문에 큰돈 들여 오프라인 공간을 만든다고 해서 생활공작소의 핵심 가치를 더욱 빛나게 해줄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다만 오프라인의 영향력을 언제까지고 모
른 척할 수 없기 때문에 향후 어떤 방식으로 오프라인에 진출할 것인지에 대해 계속 고민하는 것이 생활공작소가 가진 과제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생활공작소의 오프라인 공간은 Less is More의 신념을 제대로 보여주는 장소여야 한다.

이 점에서 무인양품은 좋은 참고가 될 수 있다. 도쿄 긴자에는 10층짜리 무인양품 공간이 있다. 1층부터 5층까지는 무인양품 플래그십 스토어, 6층부터 10층은 무인양품 호텔이다. 이 거대한 공간에서 가장빛나는 것은 무인양품 제품들이 아니다. 그보다 정교하게 설계해둔, 무인양품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의식주와 관련한 다양한 취향 기반콘텐츠가 이 공간의 주인공 역할을 한다. 소박한 한 끼를 제공하는 식당 ‘무지 다이너’와 무인양품 제품들로 채워진 호텔 등이 무인양품이추구하는 의식주 신념을 경험하게 한다. 이러한 무인양품의 오프라인 공간 전략은 비슷한 철학을 가진 생활공작소가 충분히 참고해볼 만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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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다양한 제품 중 소비자 삶의 변화에서 가장 크게 영향받는 것은 생활용품이다. 생활용품은 우리 생활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해주는 ‘주체’인 동시에 우리 생활의 변화를 가장 크게 영향받는 ‘객체’이기도 한 것이다. 그렇기에 생활공작소와 같은 생활용품 브랜드는 단순히 제품력만 키워서는 안 된다. 변화하는 고객의 라이프스타일과 취향을 예민하고 자세하게 들여다보고 그와 결을 같이하는 가치관과 신념을 갖춰가며 브랜드를 키워나가야 한다.

고객은 제품의 품질력과 유연성을 통해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브랜드를 정말로 사랑하는 팬(fan)은 브랜드가 가진 철학과 신념으로 만들어지는 법이다. 생활공작소의 성공을 그대로 답습하며 등장한 미투제품들과 차별화하려면 브랜드의 진정한 팬을 만들어야 한다. 비슷한 디자인을 선보이는 미투 제품과의 경쟁에서 앞서 나가려면 패키지 디자인과 로고 등을 변경하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생활공작소가 지켜나가고자 하는 철학과 신념을 더욱 정교한 방식으로 다듬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어떻게 실천해나갈지 방향을 정립하고 고객과 꾸준하게 소통해 나가야 한다. Less is More라는 가치와 신념을 얼마나 더 생활공작소답게 만들어나는가에 지속가능한 성장이 달렸음을 기억할필요가 있다.


필자는 디지털 문화 심리학자다. 영국 웨일스대에서 소비자심리학으로 석사 학위를, 캐나다 몬트리올의 맥길대에서 경영학 마케팅 분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비영리 연구 기관 디지털마케팅연구소(www.digitalmarketinglab.co.kr)의 디렉터로 디지털 및 빅데이터 분야에서 다양한 연구 활동을 펼치고 있다. 저서로는 『공간은 경험이다』 『디지털로 생각하라』 『바이럴』 『구글처럼 생각하라-디지털 시대 소비자 코드를 읽는 기술』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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