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187호를 읽고
경영학자들은 조직이 환경변화에 대응하지 못해서 서서히 고사하는 현상을 은유적으로 ‘삶아져 죽어가는 개구리 현상’ 혹은 줄여서 ‘삶은 개구리 증후군’이라고 부른다.
2015년 국내외적으로 금융 산업의 가장 큰 화두는 누가 뭐래도 금융(finance)과 기술(technology)의 두 단어의 머리글자를 따서 만든 ‘핀테크(fintech)’였다. ‘금융 산업’을 주제로 한 DBR 187호에서도 대부분의 지면을 핀테크에 할애했다. 이러한 뜨거운 핀테크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기존 플레이어들인 금융회사들뿐만 아니라 통신사, 대형 포털 업체들도 경쟁에 합세한 상황이다. 이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OO페이’ ‘XX지갑 등 수많은 송금 및 결제 수단들을 쏟아내고 있다.
우리나라는 인터넷 이용률, 스마트폰 보급률 같은 정보통신 인프라 역량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선진국에 비해 핀테크 기업의 서비스 상용화 실적은 훨씬 뒤처져 있는 것이 현실이다. 많은 서비스가 쏟아져 나온다 하더라도 실질적인 규제 완화를 통해 기업들이 더 창의적으로 뛰어다닐 수 있도록 돕거나, 각종 어려움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지 않는다면 한국의 금융 산업은 ‘삶은 개구리’가 될 수 있다. 금융과 기술의 질서가 전환된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하지 못한 채 마치 가장 좋아하는 온도에서 서서히 온도가 높아져 개구리가 결국 죽어가듯 그렇게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처럼 계속 핀테크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미국, 영국, 중국의 해외 기업들에 국내 시장마저 내줘야 할지도 모른다.
필자는 금융산업의 창조적 파괴를 일으키기 위해서는 대형 플레이어뿐만 아니라 벤처 핀테크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생각한다. 최근 안타까운 소식이 들려왔다. 국내 21개의 핀테크 업체 모임인 ‘핀테크 얼라이언스’ 컨소시엄이 이르면 내년 초 인터넷 은행을 룩셈부르크에 세울 계획이라고 한다. 이들이 룩셈부르크에 인터넷 은행을 설립하려는 이유는 인터넷 은행의 최소 자본금(620만 유로) 규모가 국내에 비해 작고, 룩셈부르크 정부가 이번 인터넷 전문 은행 설립을 위한 투자기금 및 금융지원, e비즈니스 관련 프로젝트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기 때문이다.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성장시킬 수 있는 기업환경·인프라 구축이 되지 않는다면 젊은 벤처 핀테크 기업들을 잃을 수 있다는 걸 잘 보여주는 사례다.
범세계적인 핀테크 시류가 우리 금융 산업에 도약하는 기회가 될지, 위기가 될지는 결국 우리의 몫이다.
이웅
DBR 제10기 독자패널(코리아크레딧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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