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175호를 읽고
‘소비자는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른다.’
애플의 창업자인 고(故) 스티브 잡스의 말이다. 실제로 애플은 소비자 조사를 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소비자의 니즈’가 경영학의 오래된 기본 개념 중 하나임을 생각하면 파격적인 얘기다. 그럼에도 승승장구하는 애플을 보면 기업의 성공은 결국 천재 한 명의 직관에 달려 있는 걸까. 그렇지 않다면 단지 우연의 산물일까. 해답을 찾는 범인(凡人)들은 회의감에 빠지게 된다. DBR 175호의 스페셜 리포트 ‘User Innovation(사용자 혁신)’은 이와 같은 의구심에 해답을 제시했다.
먼저 수동적 수용자인 ‘소비자(Consumer)’에서 능동적 참여자인 ‘사용자(User)’로 패러다임이 이동하고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애플의 성공 요인은 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의 혁신이다. 소비자가 아닌 사용자 관점에서 과거의 휴대폰이 답습하던 불편한 점들을 개선했다. 소비자의 무지를 지적한 잡스의 말은 소비자 조사가 불필요하다는 뜻이 아니라 방향의 전환이 필요함을 역설한 것이다. 반대로 몰락의 길을 걸었던 소니와 노키아의 경우 사용자보다 제품 기반의 혁신이나 이미 보유한 역량에 집중해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기회를 코앞에서 날려버렸다.
그렇다면 한국 기업들은 어떨까. 사용자 관점에서 중장기적인 제조 과정에 참여하기보다는 전통적인 ‘베타테스터(beta tester)’ 방식으로 기존 제품의 개선에 참여하는 단계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다. 빠른 추격자(Fast Follower)에서 시장선도자(Market Leader)로의 변화가 필요한 현실과는 동떨어진 현황이다. 사용자 혁신을 위해 국가 차원의 지원과 기업의 변화가 동시에 필요한 것은 이 때문이다.
DBR 175호에서는 사용자 혁신 활용 방법의 유형부터, 행동 관찰과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드러나지 않은 소비자 수요를 발굴하는 기법, 그리고 기업이 명심해야 할 소비자 수요의 특성까지 사용자 혁신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론이 다양하게 제시돼 있다. 덕분에 현업에 당장 활용할 수 있는 전략을 수립하는 데 도움이 됐다.
사용자가 모여 이룬 집단지성의 힘에 기업의 평가와 보상이 더해지면 보다 체계적인 공동 혁신이 가능하다. 피터 드러커가 기업의 목적을 단순한 이윤 추구가 아닌 ‘고객 창출과 유지’라 강조한 것도 이러한 관점에서 제고할 수 있었다.
영원한 승자가 없는 혁신의 시대, 기업의 신성장 동력을 육성하는 업무를 맡고 있는 실무자로선 DBR 175호가 던지는 메시지가 크게 느껴졌다. 모두가 혁신을 외치는 소음 속에서 유의미한 신호를 찾아내야 한다는 화두가 바로 그것이다. 혁신은 결국 사용자가 보내는 작은 신호를 증폭시키는 것에서 시작될 것이다.
전소영
DBR 제9기 독자패널(아모레퍼시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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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다음 호(178호, 2015년 6월 1호, 5월 다섯째 주 발행 예정)에는 스페셜 리포트로 ‘Localization’ 을 다룰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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