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람을 놀라게 만든 세월호 침몰 사고를 계기로 위기관리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졌다. 필자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리더십, 문화, 비전, 구조, 시스템 등 5가지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 평시에는 조직관리를 잘하는 리더도 위기 상황에서는 허둥댈 때가 많다. 위기 상황은 평시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그래서 진정한 리더는 위기 상황에서 빛을 발한다. 하지만 위기 상황에서 리더십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하면 사소한 위기를 더 키울 수도 있다. 위기의 상황에서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책임을 먼저 묻고 떠넘긴다. 그러다 보면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오히려 위기를 더 키우게 된다. 그래서 위기에 대처하는 방안을 평소에 준비하고 숙지해야 한다.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와 유민영 에이케이스 대표는 널리 알려진 ‘허드슨강의 기적’ 사례를 분석하면서 앞으로 어떻게 위기를 대처해야 할지를 조목조목 짚어줬다. 위기 상황에서는 간단하고 효율적인 매뉴얼에 따라서 재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또 리더는 위기 상황에서 마음이 조급해 질 수 있다. 중요하지만 꼭 해야 할 일을 놓치기 쉽다. 이런 상황을 막으려면 주변에서 도와줘야 한다. 주변에서 매뉴얼에 따라 리더가 놓친 것을 알려줘야 한다. 더불어 위기와 관련해서 미리 시스템을 만들고 부단하게 훈련해야 한다. 몸에 익어야 위기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대처 방법이 나오게 된다. 이런 것은 비단 항공기 사고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기업도 위기가 발생하기에 앞서 위기를 미리 진단하고 대처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특이한 점은 위기 대처에는 조직의 문화도 크게 작용한다는 점이다. 서진영 자의누리경영연구원 대표의 서평에 따르면 인도 타타호텔 직원들은 테러리스트의 총탄이 빗발칠 때도 단 한 명의 임직원도 도망가지 않고 고객의 안전을 위해 노력했다. 국민의 행복을 주주의 이익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타타그룹의 조직 문화는 타타호텔의 직원들이 위기 상황에서 자신의 본분을 잊지 않고 고객들을 살필 수 있도록 했다. 미국의 홀푸드마켓은 직원에게 ‘완전한 자율성’을 부여했고 위기가 발생했을 때 현장 직원들이 매우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었다. 폭설이 내리는 상황에서 계산대 시스템이 고장 났을 때 돈을 받지 않고 물건을 가져갈 수 있도록 해서 결과적으로 홀푸드마켓에 대한 신뢰도를 높였다.
세월호 침몰 사고는 ‘인재(人災)’다. 정부는 물론 세월호에도 위기 관련 매뉴얼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기본적인 메뉴얼을 갖고 있었으나 위기가 발생했을 때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결국 사람이 문제인 것이다. 허드슨강의 기적은 위기 대처 노력에 대한 산물이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허드슨강의 기적은 기적이 아니라고 말하기도 한다. 기적이 아니라 준비의 결과라는 것이다. 우리도 이제 안전 불감증에서 벗어나 위기를 먼저 준비해야 한다. 또 위기 상황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평소에 훈련해야 한다. 그래야 다시는 세월호 침몰 사고와 같은 비극이 발생하지 않는다. 위기는 오기 마련이다. 언제 위기가 발생할지는 누구도 모른다. 하지만 위기 대처 능력을 평소에 갖춘 사람과 기업은 위기의 상황에서도 무너지지 않고 건재할 수 있다.
허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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