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T Sloan Management Review

누가 위계질서를 혁신의 걸림돌이라 했나

244호 (2018년 3월 Issue 1호)

Article at a Glance

질문

팀은 위계 구조를 통해 어떤 식으로 혜택을 얻을 수 있을까?

연구를 통해 얻은 해답
- 위계 구조는 팀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확인하고, 선정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 위계 구조를 통해 팀원들이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개진하도록 독려하는 기본 원칙들을 세울 수 있다.
- 목표와 피드백이 집단 위주로 제시되면 위계 구조를 통해 학습을 장려하고 성과를 높일 수 있다.

전문가와 학자들, 노련한 혁신가들은 아이디어를 하나씩 전부 경청하고 혁신의 잠재력을 높이기 위해 위계 구조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많다.1 직관적으로는 이런 견해가 호소력을 갖지만 꼼꼼히 살펴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 사실 올바른 위계질서는 조직 내에서 팀들이 혁신과 학습을 더 효과적으로 추진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연구들이 증가하고 있고, 이 기사를 작성한 필자 중 한 명이 수행한 연구도 동일한 결과를 보여준다.2 필자들은 수평적인 조직을 고집하는 팀에서 발생하는 현상들도 목격해 왔다. 수평적인 조직은 대개 집중력이 떨어지고 떠들썩하며 비효율적이다. 완벽한 평등함을 추구하다 보니 집단 학습과 혁신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전문성이 더 높은 팀원들이 리더십을 발휘할 수 없고 갈등을 해결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187


근거 없는 믿음의 실체

개미에서 얼룩말에 이르기까지 군집 생활을 하는 종들에 대한 연구를 보면 집단의 기능에 위계질서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3 집단에 지휘 계통이 있으면 의견 충돌을 더 쉽게 해결할 수 있으므로 좀 더 조율된 행동을 취할 수 있다. 이렇게 조율된 행동은 종의 생존 확률을 높인다. 인간도 위계질서에 따라 생각하고 행동하는 경향이 있다.4 위계(집단 구성원들의 권력이나 신분에 의해 구별되는 차이)는 사실 놀이터에서 뛰어노는 어린아이들부터 회의실에 모인 기업의 중역들까지 모든 인간 집단에서 찾을 수 있다. 위계는 상황에 따라 공식적으로 지정되기도 하고 자연스럽게 나타나기도 한다. 위계 구조라는 개념이 민주주의의 본질과 신념에 반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사람들 사이에서 유용한 역할을 할 수 있으며 실제로도 그렇다.

디자인 컨설팅 회사인 아이데오(IDEO)는 이에 대한 좋은 예를 제시한다. 1999년 ABC 방송국의 ‘나이트라인(Nightline)’ 뉴스는 다양한 전공자들로 구성된 아이데오의 프로젝트팀이 슈퍼마켓 쇼핑 카트를 새롭게 디자인하는 과정을 처음부터 순서대로 기록했다. 방송 이후 해당 영상은 혁신이 어떤 식으로 이뤄지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가 됐다. 영상을 보면 아이데오를 설립한 데이비드 켈리(David Kelley)가 원래는 위계질서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는 이런 말로 자신의 견해를 밝힌다. “아주 혁신적인 문화에는 위계 구조 같은 게 없어야 합니다.”5 하지만 이야기가 전개되면 아이데오의 임원들로 구성된 소그룹이 상품 개발팀에 시간을 어떻게 할당해야 하는지 지침을 주기 위해 작업에 개입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왜 그런 개입이 필요했는지 묻자 한 임원은 이렇게 답했다. “창조적인 솔루션을 찾는 과정에도 이따금 아주 짧은 기간 동안 강력한 권위가 필요합니다.”

필자들은 학습과 그에 따른 혁신에 있어서 위계 구조가 갖는 역할을 살펴본 경험적 연구 결과들을 검토하면서, 그리고 관련 연구를 직접 수행하면서 적절한 위계 구조는 팀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높이고 학습과 혁신을 위한 노력에서 최선의 효과를 도출하는 필수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6 (‘연구내용’ 참고.)

DBR mini box
연구 내용
 본 연구는 위계질서에 대한 경영 이론과 기업 관행에 있어서 그 레토릭과 현실 간의 차이를 확인하려는 목적으로 수행됐다. 조직의 위계가 새로운 아이디어 발굴에 적이 된다는 주장은 위계질서가 조직 운영에 불가피한 요소이며 실제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기존 연구들에 비춰 오도된 측면이 있다. 그래서 필자들은 집단 안에서 위계 구조가 담당하는 역할과 학습 및 혁신에 미치는 영향력을 더 자세히 살펴보기로 결정했다. 본 기사는 J. 스튜어트 번더슨이 다양한 산업과 조직에 속한 팀들을 대상으로 수행한 4번의 연구를 통해 도출한 결과를 요약한 것이다. 또한 이 주제를 살펴본 다른 학자들의 연구 결과와 필자들의 다른 연구 프로젝트에서 얻은 정보들도 활용했다. 필자들의 목표는 이런 정보를 개괄적으로 보여줘서 관리자들과 컨설턴트들이 위계 구조에 대한 대중의 부정적인 추측에 의문을 제기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위계 구조의 역할

위계 구조는 야생에서 동물의 생존을 돕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팀의 혁신을 돕는다. 강한 의견 충돌로 업무 진전에 차질이 생기고 팀이 분열 위기에 빠졌을 때에도 구성원들을 한 방향으로 이끄는 역할을 한다. 필자들은 위계 구조가 구체적으로 3가지 아주 중요한 기능을 수행해서 (그리고 때에 따라 위계질서를 버리는 방법으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확인하고 선택하는 과정을 보조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솔루션의 경계 정하기, 아이디어 수렴하기, 프로세스 구조화하기가 그에 해당한다.

솔루션의 경계 정하기 아이디어를 구상할 때 팀은 위계를 통해 혁신의 파라미터와 목표를 설정한다. 창조성의 역설은 솔루션에 충족해야 할 명백한 제약이 있을 때 (시간, 예산, 고객 요구 등) 사람들의 혁신 역량이 더 높아진다는 점이다.7 하지만 팀 스스로는 그런 제약들을 제대로 정하지 못한다. 영향력을 가진 팀의 일원들이 혁신의 경계를 분명히 설정하고 팀원들이 그 경계 안에서 자유롭게 솔루션을 모색할 수 있게 하면 학습 과정을 가속화할 수 있다.

아이디어 수렴하기 혁신을 모색하는 초반에는 아주 다양한 아이디어와 가능성들이 나온다. 궁극적으로는 그중 몇 가지가 다른 아이디어보다 더 부각된다. 일부 아이디어가 회사의 역량 및 자원에 더 잘 부합하는 것도 그 원인 중 하나일 것이다.8 여기서 위계 구조는 어떤 아이디어가 더 유망하며 계속 밀고 나가야 할지, 어떤 아이디어를 보류해야 할지, 또 어떤 아이디어는 휴지통으로 보내야 할지를 팀이 결정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아이데오의 데이비드 켈리는 혁신의 초반은 ‘어수선한 과정’이라고 강조했다.9 아이디어 발상 단계로부터 이를 개선하고 이행하는 단계로 나아가려면 팀원들은 향후 주력할 아이디어를 결정하는 메커니즘을 개발해야 한다. 그러나 이는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저마다 끌리는 아이디어가 다르기 때문이다. 이때 위계 구조는 팀원들이 목표를 잃고 헤매는 대신 혁신의 방향에 맞춰 의견을 하나로 수렴하도록 돕는다.

프로세스 구조화하기 마지막으로 학습 과정이 효과적으로 전개되기 위해서는 팀원들이 자신의 전문지식을 통해 아직은 설익은 아이디어도 과감히 제안하고 모두가 추앙하는 믿음에도 이의를 제기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행동은 다른 팀원을 우스꽝스럽게 만들거나 그들에게 사회적 제재를 가할 가능성을 초래한다는 점에서 상호관계의 위험을 수반한다. 따라서 팀은 이런 위험요소를 낮추는 규칙과 프로세스를 적절히 갖춤으로써 구성원들이 학습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10

위계 구조는 팀원들이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자극하는 기본 원칙들을 창출하는 면에서도 효과를 발휘한다. 브레인스토밍 방법을 활용하는 그룹들은 우발적 접근법에 가까운 구조를 만들기 위해 위계를 배제한 채 고전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연구도 있었다.11 이와 관련해 필자 중 한 명은 포천 100대 기업에 속하는 한 하이테크 회사에서 다양한 팀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 결과 명확한 위계가 있는 팀은 팀원들이 제 목소리를 내고, 자신의 지식을 공유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그와 관련된 기준을 더 잘 확립한다는 사실을 밝힐 수 있었다.12 간단히 말해 책임자가 누구고, 각 팀원이 팀에 어떻게 공헌해야 할지가 명확히 규정되면 구성원 스스로 학습 과정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고, 또 참여해야 한다고 여기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또한 팀은 위계 구조를 통해 이를 위한 체계적인 방법도 확립할 수 있다.

팀에서 더 많은 권한을 가진 이들이 솔루션의 경계를 정하거나, 아이디어를 수렴하거나, 프로세스를 구조화하는 방법으로 굳이 도움을 줄 필요가 없다면 팀원들이 스스로 최선의 결과를 낼 수 있도록 그들의 작업을 방해하지 말아야 한다. 그럴 때는 팀이 다양한 견해와 지식을 공유하고 논의하고 통합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방법들을 도출할 수 있도록 뒤로 물러서야 한다. 다른 말로 최선의 위계는 평소에는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고 뒤에서 소임을 다하다 일을 진전시키는 데 권력의 차이가 작동해야 할 때 그림자 뒤에서 나오는 것이다. 최고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너무 고압적이거나 쓸데없이 팀원들을 간섭하면 선의의 위계조차 문제가 될 수 있다.

효과적인 위계질서 만들기

사람들이 위계에 대해 의심의 눈길을 보내는 데는 이유가 있다. 위계질서가 때때로 좋은 아이디어와 이를 위한 학습 과정을 억누르기 때문이다. 가령 위계질서의 역기능은 제너럴모터스(GM) 같은 회사들이 오랫동안 부진의 늪에 빠졌던 원인으로 비난받기도 했다.13

그럼 조직은 어떻게 학습과 혁신을 촉진할 수 있을까? 팀을 운영하는 데 위계질서가 갖는 힘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그 함정을 피하기 위해 리더들이 알아야 할 3가지 요건이 여기 있다.

분명한 명령 체계 정하기. 최근 필자 중 한 명은 다른 연구원들과 함께 50여 개 조직에 속한 팀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팀의 위계 구조가 갈등과 성과 창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이해하기 위해서였다.14 연구는 누가 누구의 아래에 있는지에 대한 혼란이 없을 때 위계질서가 가장 잘 작동한다는 것을 보여줬다. 명령 체계(누가 누구의 명령을 받는지 명확히 합의된 체계)가 확실한 팀은 그런 영향력이 주기적으로 변하는 팀보다 갈등과 교착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더 낮았다. 실제로 제약회사에서 R&D를 담당하는 62개 팀을 연구한 결과 명확한 위계 구조를 가진 팀들은 혁신에 중추적 역할을 하는 학습 과정에 참여하는 정도가 더 높았다.15

성과 중심의 문화 창출하기. 분명한 지휘 계통이란 팀원들이 지위나 존경심 측면에서 더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들의 의견에 따르는 것을 의미한다. 사람들 대부분은 실력 없는 이들이 공연하는 쇼가 어떤지 잘 알고 있다. 그럼 가장 적절한 지식을 가진 사람들이 팀의 서열에서 상위에 오르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 핵심은 관련 분야에 대한 실제 지식을 가진 구성원이 누구인지 팀이 알아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그 이유 중 하나로 인간은 은연중에 그 사람의 특징이나 배경으로 전문성을 판단하는 편견이 있기 때문이다. 가령 포천 100대 기업에 속한 하이테크 기업에서 수행한 연구는 전문성이 높은 멤버를 팀 위계의 상위에 배치한 팀들이 프로젝트에서 더 좋은 성과를 낸다는 사실을 보여주는데 이는 자연스러운 결과였다. 하지만 이 연구에서 발견한 사실이 하나 더 있었다. 팀 구성원들이 발휘할 영향력 정도를 가늠할 때 사람들이 종종 잘못된 요소에 주목한다는 사실이었다. 예를 들면 그 사람의 경험이나 전문성, 교육 정도보다 성별이나 인종을 눈여겨봤다.16 이런 편향은 무의식중에 일어나므로 그 사람의 전문성을 더 정확히 보여주는 신호가 강조되지 않으면 바로잡기 힘들다.

편견을 없애는 한 가지 방법은 성과를 측정하고, 공개하고, 축하하는 성과 기반의 문화를 만드는 것이다. 연구 결과들을 보면 자신의 역량을 증명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진 사람들은 자신의 전문성을 최고치까지 끌어올린다는 것을 알 수 있다.17 게다가 소극적인 팀원들도 정보에 입각해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여건이 잘 조성된 팀은 목소리만 큰 가짜 전문가들의 영향력을 제한할 수 있다는 믿을 만한 증거도 있다.18 말을 바꾸면 누가 전문가인지 식별할 수 있는 집단은 전문가의 의견을 더 잘 경청할 수 있다는 얘기다. 성과 중심의 문화를 가진 집단은 그 사람의 물리적인 특징보다 실제 전문성을 기초로 위계를 정하는 경향이 높다.

팀 피드백을 활용하라. 위계 구조가 작용하는 방식을 개선하는 또 다른 방법은 상위에 있는 사람들이 자신의 이익보다 집단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행동하도록 자극하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그렇게 될 수 있을까? 필자 중 한 명은 네덜란드 연구원들로 구성된 한 그룹과 함께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 나섰다. 그들은 은행, 제약, 소프트웨어 개발, 경영컨설팅 등 폭넓은 산업에 속한 46개 팀을 연구했다.19 그 결과는 기존 연구들이 제시했던 내용과 달랐다.20 팀 내 존재하는 권력의 차이가 팀의 학습에 꼭 방해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 실제로는 팀의 목표와 피드백이 집단 중심으로 주어지면 위계질서가 오히려 학습과 성과를 끌어올린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목표와 피드백이 개인 중심으로 주어지면 학습과 성과를 저해했다.

집단 중심의 목표와 피드백은 서열의 상위에 있는 사람들이 자신의 우월한 위치를 통해 팀원들이 서로 협력해 정보를 공유하고, 실험을 전개하고, 결과를 숙고하도록 독려하게 만든다. 반면에 개별적인 목표와 피드백은 구성원들이 자신의 임무와 성과에만 집중하게 한다.

번역 |김성아 dazzlingkim@gmail.com

편집자주

이 글은 MIT 슬론 매니지먼트 리뷰(SMR) 2017년 가을 호에 실린 ‘The Truth About Hierarchy’를 번역한 것입니다.

브렛 샌너 · J. 스튜어트 번더슨
브렛 샌너(Bret Sanner)는 버지니아주 윈체스터에 있는 셰넌도어대(Shenandoah University) 경영학 조교수다. J. 스튜어트 번더슨(J. Stuart Bundenson)은 세인트루이스에 있는 워싱턴대(Washington University), 올린경영대학원(Olin Business School)에서 조직윤리 분야의 조지 & 캐럴 바우어 교수(George and Carol Bauer Professor)로 있으면서 바우어리더십센터(Bauer Leadership Center)의 공동 이사직도 겸하고 있다. 이 기사에 의견이 있는 분은 http://sloanreview.mit.edu/x/59217에 접속해 남겨주시기 바란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50호 Smart Worcation 2022년 08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