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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T Sloan Management Review

할리우드 영화 만들 듯 R&D 펀딩하기

앤드루 W. 로 (Andrew W. Lo) | 194호 (2016년 2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질문

 

생명공학 같은 분야의 초기 R&D 프로젝트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좀 더 효과적인 방법이 있을까?

 

연구를 통해 얻은 해답

 

- 필자들은 특정 R&D 프로젝트의 수행을 목표로 하는 프로젝트 중심 조직을 만들라고 제안한다.

 

- 이 모델은 영화제작 프로젝트에 활용되는 방식과 유사하다.

 

- 프로젝트 중심 조직은 간접비를 최소화하고, 외부 자원을 필요할 때마다 계약을 통해 활용할수 있다.

 

 

편집자주

이 글은 슬론 매니지먼트 리뷰(SMR)> 2016년 겨울 호에 실린 ‘Lessons From Hollywood: A New Approach To Funding R&D’를 번역한 것입니다.

 

생명공학 같은 과학기반 산업은 성장 잠재력이 높지만 그만큼 리스크도 뒤따른다. 그에 따른 보상이 있다 하더라도 실제 현실화되는 데는 수년이 걸릴 수 있다. 단기 재무 성과에 대한 자본시장의 압박이 심화되는 가운데, 성공한 대기업들조차도 위험부담이 높은 연구개발 분야에 대한 장기투자 타당성을 확보하는 데 점점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특히 생명공학, 나노기술, 신소재처럼 투자 결실을 맺기 전에 막대한 R&D 투자가 필요하고 구현 기간은 계속 지체되면서 실패 리스크가 높은 연구 집약적 분야에서 극복해야 할 난관은 더욱 커진다.

 

이와 같은 상황을 감안했을 때 과학기반 산업은 기업의 R&D센터로부터 자금을 지원받기 어렵고 초기 연구에 관심을 갖는 벤처캐피털사들의 투자에 더 적당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전통적 벤처캐피털 모델이나 사업 모델이 다양한 기술 분야(소프트웨어, 컴퓨터, 인터넷, 전자제품 등)에서 혁신을 자극해 왔다고 해도 과학기반 산업에서 요구되는 높은 비용과 리스크, 또 더딘 투자회수 기간까지 해결하지는 못했다. 예를 들어 생명공학 분야에서 기초적인 과학 발견을 한 후, 이를 효과가 완전히 입증된 신약으로 개발하기까지는 평균 10∼20년이 걸리고 약 20억 달러의 투자비용이 필요하다. 더군다나 신약 개발 R&D 과제는 겨우 몇 %만이 그 효과를 입증하는 데 성공한다.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Nature Biotechnology)> 저널의 최근 연구 결과를 보면 초기 발견에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기까지 약품 개발에 성공하는 비중은 고작 10%.1 종양학처럼 중요한 치료 분야에서 이 성공률은 7% 정도로 더 낮아진다. 반면에 구글 검색 엔진은 회사의 공동 창업자인 세르게이 브린(Sergey Brin)과 래리 페이지(Larry Page)가 연구를 시작한 지 고작 1년 만에 스탠퍼드대에서 이미 운영되고 있었다. 벤처캐피털 자금이 생명공학 같은 사업으로 계속 유입되고 있지만 R&D 사이클 초기 단계에 투자되는 벤처 자금은 상당히 줄었다.2

 

일반적으로 과학 기반의 스타트업 기업은 장거리 다단계 로켓과 비슷한 미션을 갖는다. 각 단계마다 완벽한 발포를 통해 다음 단계 미션에 착수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한 단계라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전체 미션이 실패하고 만다. 리스크에 대한 내성이 높은 투자자일지라도 리스크가 갖는 불확실성 때문에 투자를 단념하게 된다. 바로 그날그날 성과들에 대해 제대로 정의된 지표들이 없는 데서 기인한알려지지 않은 미지의 요인(unknown unknowns)’을 말한다. 더 확실하고 안정적 보상을 기대할 수 있는 프로젝트들을 선택할 수 있는데 무엇 때문에 미래가 불확실한 투자를 하겠는가?

 

하버드경영대학원의 라마나 난다(Ramana Nanda)와 매튜 로즈-크로프(Matthew Rhodes-Kropf) 교수는 구현 기간이 길고 리스크가 높은 과학 기반 사업들에서 벤처캐피털 모델이 작동하지 않는 데에는 충분한 이론적 근거가 있다고 주장해왔다.3 현재 단계에서 펀딩에 문제가 없더라도 후속 단계에서 지원돼야 할 벤처캐피털 펀딩이 부족해 갑작스레 자금 유입이 중단될 위험이 있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이 글에서 우리는 전형적으로 과학기반 환경에 속하면서 오랜 기간이 소요되고 리스크도 높으면서 자본 집약적인 R&D 프로그램들에 착수하는 대안적 조직구조를 제안할 것이다. 우리는 이 구조를 프로젝트 중심 조직(PFO·Project-Focused Organization)이란 말로 부른다. PFO는 특정 R&D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단일 목적하에 만들어진 독립 조직을 말한다. 프로젝트를 완수하면 PFO는 해체되고, 남은 수익은 (만약 존재한다면) 투자자들에게 분배되며, 지적 재산과 기타 자산들은 매각된다. 우리는 PFO가 전통적 수직통합 모델과 전통적 벤처캐피털 모델, 혹은 스타트업 창업 모델 모두에 대한 매력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여긴다. 이 구조를 적용할 수 있는 분야는 훨씬 더 광범위하지만 우리는 바이오의약품 R&D 사례를 통해 PFO가 실제로 어떻게 운영될 수 있는지 논의해 보겠다.

혁신의 방법 개편하기

 

과학기반 분야에서 혁신을 이루려는 연구자들은 두 가지 구체적인 도전을 극복해야 한다. 첫째, 장기적이고 리스크가 높으며 매우 값비싼 프로젝트를 지원할 수 있는 충분한 자금을 모아야 한다. 둘째, 자산(인적, 재무적)을 할당하고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한 관리기구를 확보해야 한다. 금융공학은 첫 번째 도전에 대한 해결책을 제공해 왔다. 필자 중 한 명인 앤드루 W. 로가 보여줬듯이 리스크가 높은 다수의 개별 프로젝트들을 하나의 메가펀드 프로젝트로 통합하면 적어도 하나의 성공을 이룰 가능성이 커지고, 다각화를 통해 리스크가 줄어들어 투자를 훨씬 더 매력적으로 만든다. 실패 위험을 통계적으로 낮추려면 꽤 많은 자금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바이오의약품의 경우 벤처캐피털 산업을 압도할 만큼 많은 자금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 또한 채권시장을 통해 소화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소수의 프로젝트로 구성된 투자 포트폴리오도 오늘날 일반적인 투자 수준보다 훨씬 더 많은 지금을 끌어모을 수 있을 정도로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연구 자금 확보는 오히려 쉬운 일일지도 모른다. 과학적 발견을 상용화하는 과정에는 보통 스타트업 기업 모델이 활용된다. 스타트업 기업들은 일단 진행 중인 연구를 계속하기 위해 벤처자금 확보를 위한 경쟁을 해야 한다. 그리고 특정 마일스톤에 도달한 다음에야 비로소 자금력을 갖춘 협력사들이 해당 스타트업을 기꺼이 인수하고 상용화 후반 단계들을 거쳐 제품을 완성한다. 우리는 바이오의약 산업에서 이 모델이 작동되는 것을 늘 봐 왔다. 스타트업은 벤처캐피털 회사들로부터 자금을 확보하고, 과학적 개념을 임상 실험으로 연계하기 위한 중개 연구를 수행한 다음, 회사 혹은 프로젝트에 대한 라이선스를 글로벌 유통이 가능한 거대 제약 회사에 넘긴다.

 

전통적으로 기술 혁신에 지배적으로 이용돼 왔던 조직 모델은 법인이었다. 어떤 혁신가가 새로운 프로젝트 아이디어를 갖게 되면 그는 이 아이디어를 실행하는 데 필요한 자금과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새로운 법인을 만들게 된다. 만약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팀을 만든 혁신가와 투자자들은 일반적으로 상장된 주식이나 대기업에 회사를 매각함으로써 산정된 법인의 시장가치를 통해 보상을 받는다. 금융위기가 끝난 후, 실리콘밸리와 케임브리지(Cambridge, 하버드와 MIT가 소재한 미국 보스턴 지역), 샌디에이고와 기타 기술 요충지들은 스타트업 기업들로 넘쳐나고 있다.

 

하지만 실리콘밸리 같은 곳에서조차 혁신은 법인과 프로젝트로 구성된 이중 시스템을 취한다. 혁신은 프로젝트 단계에서 일어난다. 그리고 법인은 프로젝트에 자원을 할당하고 개별 프로젝트들을 관리하는 책임을 갖는다. 회사는 거래비용을 줄이기 위해 존재한다는 것은 경제학자인 로널드 코스(Ronald Coase)의 통찰이었다.4 예를 들어, 보통 하나의 예산을 수립하는 과정은 거래당 하나씩 여러 계약서를 쓰는 것보다 비용이 덜 들고 효율적이다. 그 다음으로 인센티브를 기업 목표와 확실하게 연계하는 경영이라는 중요한 무형의 요소가 있다. 법인이 혁신을 체계화해야 한다는 생각은 너무 오랫동안 존재해왔기 때문에 매우 자연스럽게 느껴지고 혁신을 접근하는 유일한 방법처럼 보인다. 과연 그럴까?

 

지난 40년 동안, 생명공학 산업은 3000여 개의 신규 사업을 탄생시켰다. 암젠(Amgen), 셀진(Celgene), 제넨테크(Genentech), 젠자임(Genzyme), 길리아드(Gilead) 등 주목할 만한 성공담도 많았지만 절대 대다수는 수익성이 없었다. 물론 다른 산업에서도 스타트업의 실패는 흔하지만 승자들의 누적 수익은 일반적으로 패자들의 누적 손실을 상회한다. 하지만 1984년부터 2004년 사이, 생명공학 분야에서 상장한 회사들이 낳은 누적 손실은 누적 수익보다 높았다. (물론, 비상장 생명공학 회사들도 사실상 모두 적자를 봤으므로 이들을 고려한다면 누적 손실은 더 커질 것이다.)5 심지어 가장 성공적이었던 생명공학 기업들조차 독립된 회사로 남아 있는 게 힘들어 보인다. 지난 5년간 생명공학 산업에서 가장 큰 성공을 거둔 제넨테크와 젠자임은 거대 제약사들에 인수됐다.

 

신약을 성공적으로 상용화하는 일이 엄청나게 어렵다는 건 가뭄에 콩 나듯 극소수의 생명공학 스타트업만이 하나의 상품을 출시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팀이 성공을 반복할 가능성은 그만큼 더 낮아진다.

 

생명공학, 그중에서도 바이오의약 연구에서 일어난 혁신에 대한 보상은 매우 편중돼 왔다. 이는 바이오의약 연구가 가지는 본질을 반영한다. 다른 산업에서 일어나는 주요 획기적 발견들은 대부분 과학의 경계 안에서 발생한다. 이를 공학적, 혹은 개념적 승리로 인정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 발견들이 알려지지 않은 미지의 요인들(unknown unknowns)까지 다루진 않는다. 반면에 생명공학에서의 혁신(예를 들면 신약 개발)은 새로운 과학적 진보를 나타내고, 생명공학이 갖는 이런 성격은 본질적으로 예측 불가능하다. 더구나 혁신이 이뤄지기까지의 기간이 10년 혹은 그 이상 지연되고, 그에 따라 리스크도 수반될 수밖에 없다. 새로 발견된 행성으로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는 것처럼 연구자들이 궁극적으로 무엇을 발견할지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신약을 성공적으로 상용화하는 일이 엄청나게 어렵다는 건 가뭄에 콩 나듯 극소수의 생명공학 스타트업만이 하나의 상품을 출시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팀이 성공을 반복할 가능성은 그만큼 더 낮아진다.

 

프로젝트-중심 조직

 

실패율은 높지만 잠재적 보상이 크다는 것은 대개 회사와 프로젝트 사이에 인센티브가 제대로 조정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스타트업들은 매몰비용의 오류보다 더 미묘한 이유로 프로젝트에 과도하게 헌신하기 쉽다. 물론 일반 기업들도 같은 위험에 빠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떤 기업은 새로운 프로젝트 하나를 위한 다양한 접근법에 투자한다. 왜냐하면 잠재적 보상이 매우 크고, 허위음성(虛僞陰性, false-negative, 실제로는 가치가 높은 프로젝트가 오류에 의해 실패로 보이는 경우) 비율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현실에서 이 접근법은 더 이상의 손실을 막기 위해 프로젝트들에서 재빨리 손을 떼는 데 실패하기 쉽다. 반면에단 한 가지접근법을 지나치게 강조하면 역동성을 잃을 수 있다. 지식의 경계가 빠르게 진화하면서 기업들도 때에 맞춰 일련의 새로운 역량들을 확보해야 한다. 과학 기반의 산업에서 대기업들은 이런 역량을 종종 규모의 경제를 통해 얻는다. 그들은 스타트업 회사들을 인수해 많은 프로젝트들을 동시에 추진한다. 중소기업들은 종종 높은 간접비 부담과 함께 상황에 따라 쉽게 활용할 수 있는 자원도 보유하고 있지 않다.

 

이런 이유로 우리는 과학 기반의 산업에서 혁신을 조직화하기 위해서는 회사보다 프로젝트에 중심을 둔 관리 형태가 더 효율적이라고 제안하는 바이다. 결국 프로젝트는 혁신을 이루기 위한 자연적 단위다. 거대 제약회사가 전도 유망한 스타트업을 매입하는 트렌드도 이를 암시한다. 그렇다면 이런 생각을 어떻게 실행에 옮길 수 있을까? 우선 간접비 문제를 다뤄야 한다. 개별 프로젝트들은 자체 공장과 장비를 구입하는 대신에 계약에 따라 필요한 자원을 임대할 수 있다. 무한정으로 연구원과 관리직 인력을 고용하는 대신에 프로젝트 중 특정 단계 동안, 혹은 특정 프로젝트를 위한 인력을 고용할 수 있다. 또한 회사를 통해 한 프로젝트의 자금을 다른 프로젝트로 할당하는 대신 투자자들은 프로젝트가 성공했을 때에만 수익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한 후 자신이 원하는 투자 프로젝트를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영화 산업 모델

 

앞서 설명한 모델은 이미 영화 산업에 존재하고 있다. 예전에 고도로 통합됐던 할리우드 스튜디오들은 이제 독립 영화 프로젝트에 일반적 조직 형태의 자리를 내줬다. 영화 프로젝트들은 독립된 주체로서 일반적으로 유한책임회사 혹은 독립 법인 형태로 조직화된다. 영화의 핵심 자원인 자금과 인력은 다양한 출처로부터 투자되고 온전히 해당 프로젝트를 위해 활용된다. 프로젝트는 영속적 존재가 아니라 여러 의무사항으로 엮인 계약에 의한 정산소 역할을 한다. 여기에는 초기 투자자들에게 수익금을 지급하고 잔여 청구권을 가진 제작 인력들에게 급여를 지급하는 활동 등이 포함된다. 영화 배급이 완료되면 법인은 근본적으로 사라진다. 단지 영화의 수명(오늘날과 같은 정보시대에 본질적으로 영원한 수명)이 다할 때까지 발생되는 비용을 지급하는 법적 장치로서의 기능만 담당할 뿐이다.

 

영화 프로젝트는 바이오의약품 프로젝트와 조직화 방식에 있어 유사하다. 그 한 가지는 둘 다 실패율(제작 비용이 수입을 초과하는 경우)이 높다는 점이다. 많은 영화들이 정형화된 공식을 따르지만 대중의 취향 변화는 예측 불가능해서6 바이오의약 산업에서 말하는 알려지지 않은 미지의 요인(unknown unknowns)과 비슷한 상황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영화도 제작 기간이 길기 때문에 신약 개발 과정과 매우 흡사하다. 예를 들어 스파이더맨의 지적 재산 사용권은 1985년에 처음 정해졌다. 17년 후 마침내 스파이더맨이 상영됐을 때 영화는 박스오피스에서 흥행을 달성했고 미국에서만 4억 달러, 전 세계적으로 8억 달러 이상의 총 수익을 거둬들였다.

 

영화 프로젝트에 필요한 자금은 개별적으로 투자받을 수 있고, 이는 독립영화 운동의 기초가 된다. 하지만 미국의 주류 영화 대부분은 여전히 파라마운트픽처스(Paramount Pictures) 20세기폭스(Twentieth Century Fox), 워너브러더스(Warner Bros.) 같은 대형 스튜디오들에 의해 만들어진다. 제작사는 영화 프로젝트에 전통적으로 방음 스튜디오와 옥외 촬영지를 제공했다. 영화 스튜디오의 이름이 아티스트의 스튜디오 이름과 유사한 이유가 이 때문이다. 제작사는 또한 영화를 제작하는 경영, 재무, 배급, 마케팅 직원들을 위한 사무실과 영화 상영용 극장을 제공했다. 이는 1948년 대법원이 영화 제작사가 더 이상 극장을 소유할 수 없다는 판결(미국 정부 vs. 파라마운트픽처스)을 내렸을 때까지 지속됐다. 프로젝트 중심 관점에서 보면 영화 스튜디오는 영화 제작사가 프로젝트의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존재하는 특화된 조직 구조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영화 산업이 PFO가 지배적으로 사용되는 유일한 분야는 아니다. 비디오 게임의 개발 비용이 증가하고 실패한 프로젝트들의 부정적 여파가 급부상하면서 비디오 게임 산업은 명백하게 프로젝트 방식으로 재편됐다. 인터넷 이전에 음악 산업도 마찬가지여서 음반 회사들은 앨범을 연속적 성격이 아닌 개별 프로젝트로 취급했다. 그러던 중 1997년에 PFO가 연속적으로 발생하는 음원 저작권 사용료를 기초로 자산담보증권의 발행을 관할하면서 발전은 급물살을 탔다. 음악 저작권 사용료가 상품 목록에 포함되면서 앨범 혹은 오늘날의 경우 디지털 싱글이 처음 제작된 후 한참 뒤에도 저작권 소유자(, 해당 음악인이나 상속자)에게 계속해서 비용이 지급됐다. 이렇게 연속적으로 발생하는 저작권 수입은 자산담보증권에 대한 채권 지급의 기초가 된다. 초기의 PFO 중 하나는 록 음악가 데이비드 보위(David Bowie)의 초기 음반 25개에 대한 저작권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보위는 선금으로 5500만 달러를 받았고 투자자들은 10년간 그 수익을 지급받았다. 와인스타인(Weinstein Co.)과 미라맥스(Miramax) 또한 영화 수입과 결부된 자산담보증권을 발행했다. 이는 미래에 창출될 의약품 매출과 특허 사용료가 바이오의약 분야 혁신 프로젝트에 대한 메가펀드를 어떻게 조성할 수 있는지를 시사한다.

 

할리우드 모델을 생명공학에 맞게 재편하기

 

생명공학 산업에서 PFO 모델은 어떤 특징을 갖고 있을까? 각 프로젝트에는 영화로 치면 제작자(movie producer)에 해당하는 연구원이 존재한다. 그는 신약의 가능성을 믿고 해당 개념을 규제 기관의 승인을 받은 치료약으로 개발하는 작업에 매진하게 된다. 하지만 연구원은 신약의 개념을 벤처캐피털 업체나 제약회사 대신 혁신 스튜디오(innovation studio)에 소개할 수 있다. 이런 스튜디오는 자체 첨단 시설을 갖고 단일 투자 펀드를 조성하거나 공동 투자자와 컨소시엄을 구성할 수도 있다. 만약 혁신 스튜디오가 한 프로젝트에 청색 신호를 준다면 해당 스타트업은 스튜디오 시설 안에 연구실을 만들 수 있다. 프로젝트 운영과 관련된 많은 부분(예를 들어 평가와 실험, 독성 연구, 동물 실험, 약물학적 효과 측정, 구조 측정 등)은 외부에서 지원되는데, 이는 영화 제작 과정에서 지원 사업 네트워크(예를 들어 세트 디자인, 의상, 조명, 특수효과, 로케이션, 음식 케이터링 등)를 활용하는 것과 비슷하다. 기본 개념은 프로젝트의무중력 상태(weightlessness)’를 유지하기 위해 가능한 제3자를 많이 활용하는 것이다.

 

스타트업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특정 임무와 단계에 한해 계약직이나 컨설턴트로 고용된다. 유일한 정규직은 프로젝트 총감독과 프로젝트 관련 핵심 재능을 갖춘 소규모 팀만 해당되며, 이들은 미래의 잠재 수입에 대한 우선권을 갖게 된다. 능력이 입증된 스타 인재들은 영화 산업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프로젝트에 할당된 자원들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보너스와 잔여 수익, 그리고 분배 비율 등을 협상할 수 있어야 한다.

 

대형 제약회사나 대기업의 계열사로 존재하는 혁신 스튜디오들의 경우에는 스타트업 프로젝트에 거대 자금을 제공할 것이다.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Steven Spielberg)와 전 디즈니 사장 제프리 카젠버그(Jeffrey Katzenberg), 음반사 사장 데이비드 게펜(David Geffen)이 공동 설립한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드림웍스 SKG(Dreamworks SKG)는 영화 산업에서의 혁신 스튜디오의 한 예다. 마이크로소프트 공동창업자인 폴 알렌(Paul Allen)이 맨 처음 5억 달러를 투자한 드림웍스는 이후 자신의 저작권을 담보로 자산담보증권을 발행했고, 이를 통해 회사를 운영할 수 있는 미래의 수익창출 모델을 기대했다. 혁신 스튜디오는 스타트업 프로젝트를 감독할 수 있다. 스튜디오와 프로젝트 사이의 재무 계약은 향후 프로젝트 진행에 대한 주요 마일스톤을 정하고, 스튜디오가 프로젝트에 대해 어떤 권한을 갖는지 구체화한다. 중요한 권리 중 하나로 스튜디오는 프로젝트에 대한 재무적, 물질적 지원을 철수할 수 있다.

 

이런 혁신 스튜디오 프로세스가 단순히 스타트업을 인수하는 프로세스와 가장 다른 점은 프로젝트가 완수되기 전까지는 스타트업이 자신의 지적 재산을 지킬 수 있다는 점이다. 연구에 성공할 경우 프로젝트 팀은 자신의 지적 재산권을 스튜디오에 넘긴 후 그에 대한 보상을 계약서 내용에 따라 체계적으로 받게 된다. 실패할 경우 프로젝트 팀은 자신의 운명을 또 다른 스튜디오에서 시험해 볼 수 있다. 스튜디오에서 발견된 혁신은 그 무엇이든 프로젝트 팀이 아닌 스튜디오가 소유하고, 생산과 마케팅, 유통을 위한 사업 확장의 책임도 스튜디오가 맡는다. 궁극적으로 프로젝트팀은 해체되고 또 다른 프로젝트에 착수할 준비를 한다.

 

PFO를 통해 혁신을 조직화하는 데에는 장점이 많다. 투자자들의 입장에서 개별 옵션들로 구성된 단일 포트폴리오를 갖는 것과 단일 포트폴리오에 대한 한 가지 옵션을 갖는 것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 투자자들은 다양한 프로젝트들을 통해 투자를 다각화할 수 있고 자신의 선호도에 따라 프로젝트를 취사 선택할 수 있다. 스타트업 회사는 PFO를 통해 소규모 핵심 팀만 내부에 갖추고 다른 역량은 필요에 따라 추가할 수 있어서 간접비를 최소화할 수 있다. 엔터테인먼트 산업과의 유사성은 스타 파워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좋은 연구원과 연구 감독은 자신의 재능을 통해 완전한 보상을 받는 훌륭한 기업가 역할을 해야 한다. 스타 시스템에서 그들은 혁신을 위한 주요 프로세스에 자신을 헌신하고 노력한 만큼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PFO 실행하기

 

PFO를 실행하는 데 가장 큰 난관은 관련 산업 인프라에 다음과 같은 두 가지 핵심 요소가 결여돼 있다는 사실이다. 바로 (1)개발을 위한 표준 플랫폼과 (2)개념입증(proof-of-concept) 프로젝트에 대해 효과적으로 작동하는 유동자산 시장이다.

 

표준 플랫폼의 결여

제약 산업에서플랫폼이란 용어는 회사가 약품을 개발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일련의 관련 기술들을 설명하는 데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하지만 타 분야에서 이 용어는 다른 의미를 지닌다. 플랫폼은 구매자, 판매자, 사용자로 구성된 네트워크의 중심에 있는 조직을 일컫는다. 예를 들어 아마존닷컴은 구매자와 판매자가 효과적으로 서로를 찾아 상거래를 할 수 있게끔 해주는 여러 가치창출 역량과 인프라를 제공한다. 아마존은 판매자에게 비용지불 시스템과 주문체결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이 모든 서비스는 판매자가 잠재 고객을 찾아 더 용이한 판매활동을 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아마존 생태계에 참여하면 할수록 판매자들은 그곳이 더 매력적인 상거래장으로 느껴지게 마련이다. 아마존은 일련의 대규모 고정비 투자를 통해 막대한 수의 구매자와 판매자를 관리할 수 있는 서버 팜(server farms), 웹 인프라, 웨어하우스, 물류시스템 등을 구축함으로써 규모의 경제를 활용한 가치를 창출한다. 이를 통해 가치를 창출한다. 개인 소매업자에게, 심지어 대기업조차도 아마존 규모의 투자를 결정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겠지만 대신 아마존 플랫폼을 상대적으로 적은 한계 비용으로 활용할 수 있다.

 

현재 의약 개발에서 아웃소싱은 극도로 번잡스런 일이다. 물론 업계에는 검사, 독성 연구, 임상 전 개발부터 임상실험 디자인과 실험, 그리고 물류 프로세스 개발과 제조까지 폭넓은 서비스를 대행해 주는 회사들이 꽤 많다. 생명공학 회사가 기존의 거대 제약회사와 협력관계를 구축하면 제약회사가 일반적으로 개발 업무 대부분을 맡는다. 하지만 모든 회사는 조직마다 서로 다른 접근법과 프로토콜, 다른 분석법과 기준을 따르는 경향이 있다. 약품 개발을 가속화하고 비용을 줄일 수 있도록 바로 사용 가능한플러그 앤 플레이(plug-and-play)’ 플랫폼은 그 비슷한 것도 찾아볼 수 없다. 대신에 바이오의약 프로젝트 하나가 아웃소싱되면 프로젝트 창시자와 계약자, 혹은 개발 파트너는 다 함께 학습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보다 더 나쁜 상황은 파트너들에게 할당되는 인센티브 수준이 제대로 조정돼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어떤 제약회사는 외부 파트너 프로젝트와 직접적인 경쟁 관계에 있는 내부 프로젝트를 진행 중일지도 모른다. 3의 계약자들도 이 문제를 꼭 해결한다는 보장이 없다. 왜냐하면 그들 중 일부도 자체 프로젝트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PFO 모델이 영화 산업에서 매우 효과적으로 작동하는 이유 중 하나는 영화 스튜디오들이 많은 전문 기능들을 아웃소싱하지만 제작 플랫폼은 여전히 그들이 통제하기 때문이다.

 

PFO 모델이 영화 산업에서 매우 효과적으로 작동하는 이유 중 하나는 영화 스튜디오들이 많은 전문 기능들을 아웃소싱하지만 제작 플랫폼은 여전히 그들이 통제하기 때문이다. 영화 스튜디오가 프로젝트 경영을 주관하고 프로세스를 통합한다. 물론 어떤 산업이건 그 환경이 같을 수는 없다. 할리우드의플러그 앤 플레이플랫폼이 바이오의약 산업에서는 전혀 다른 효과를 낳을 수도 있다.

 

 

계약을 어떻게 체계화할 수 있는지에 대한 좋은 견본은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에서 진행한 임상실험 하나를 통해 찾을 수 있다.7   문제의 임상실험은 I-SPY 2라 불리는 민관 합작 프로젝트였다. 이 프로젝트에는 미국과 캐나다의 국립암센터와 식품의약국(FDA), 20여 개 암 연구 센터, 다양한 바이오의약사 소속의 종양학자, 암 생물학자, 그리고 생물 통계학자 다수가 참여했고 이들 모두는 더 효과적인 유방암 치료법을 개발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었다. 이 협력단은 실험이 완성되면 해체될 예정이었으므로 PFO 조직의 성격을 띤다. 이들은 치료법에 대한 정보를 위해 환자들의 치료 결과를 활용했고, 새로운 치료법들을 기존 대비 절반의 시간 내에, 그리고 전통적 방법보다 훨씬 더 적은 비용으로 실험할 수 있었다. 비록 연구는 아직 진행 중이지만, 그들은 이미 두 가지 신약에 대한 생물지표(biomarket)와 효과를 확인했고 그 밖에도 앞으로 효과가 입증될 후보들이 여러 개 더 남아 있다.

 

I-SPY 2는 바이오의약 산업에서 일련의 표준화 개발 프로세스와 서비스를 만들기 위한 비전을 제공한다. 재빠른플러그--플레이형태의 통합을 완수하려면 플랫폼 개발 제공자는 개발 과정을 가능한 투명하게 만들어야 한다. 이를 통해 프로세스의 핵심 구성요소(개발 프로토콜, 데이터베이스, 그리고 개발 도구와 방법 등)들의 개방성과 활용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기존 제약회사와는 다른 비즈니스 모델을 취할 필요가 있다. 플랫폼 제공자는 몇 개의 대규모 성공 프로젝트를 통해 매출을 내기보다는 다수의 프로젝트들이 창출하는 가치들의 일부를 취하려 노력해야 한다. 표적치료와 정밀의학, 그리고 희귀 난치병 치료약들의 출현과 함께 이런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실현 가능성과 효과는 더 강력해질 것이다.

 

유동자산 시장의 결여

표준 플랫폼이 필요하다는 사실과 더불어 PFO 모델은 의약품의 성공적 개념입증이 창출하는 가치는 그 자산을 거대 제약회사에 매각함으로써 현실화된다는 가정을 기초로 한다. 자산 구매자는 규모가 큰 임상 3상 실험과 규제기관의 승인 절차, 그리고 상용화를 위한 마케팅 및 유통 채널을 인수한다. 이는 사소한 가정이 아니다. 오늘날 많은 생명공학 회사들과 제약 회사들이 다양한 유형의 라이선스 계약과 개발 합의를 통해 개념입증 단계에 있는 프로젝트들을 인수하지만 그 과정 자체가 일반적으로 매우 번잡하다. 협상과 실사, 그리고 내부 인증 등의 작업이 몇 개월간 시간을 질질 끌 수 있다. 가치 평가는 매우 주관적이고 프로젝트 설립자(생명공학 회사)와 구매자(제약회사) 사이의 정보 불균형은 서로에게 양립 가능한 가치평가 결정을 어렵게 만든다. 이와 별개로 계약 당사자들은 주요 마일스톤에 대해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이런 프로세스는 결코 효율적 시장의 모습이라 할 수 없다.

 

의약품 개발은 확실히 복잡한 일이다. 많은 의약품 프로젝트가 개발 중에 있지만 이들을 서로 비교하기는 어렵다. 같은 종류의 암에 대한 유사 치료제를 비교하는 것은 가능할지 모르지만 다른 질병군 간(예를 들어 암 치료제와 당뇨병 치료제)의 비교는 의미가 없다. 왜냐하면 같은 군 안에는 대개 프로젝트 수가 너무 적기 때문에 주식이나 채권, 소비재, 심지어 부동산 시장과 비교했을 때에도 개념입증 시장 규모가 아주 작아진다. 덧붙여 의약품 프로그램의 가치는 상대적으로 많은 변수에 의해 결정되고, 그중 일부 변수는 알려져 있지만 사전에 가늠하기 어렵고, 또 다른 변수들은 알려져 있지도 않고 사전에 파악할 수도 없다.

 

의약품의 개념입증을 위한 효율적 시장을 창조하는 일은 어렵지만 적어도 특정 유형의 프로그램에 대해 시장이 더 효율적으로 작동하도록 만드는 일은 가능하다. 한 가지 방법은개념입증이란 의미를 표준화하는 것이다. 개념입증이란 용어는 오늘날 산업에서 폭넓게 사용되지만 실제로입증개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제약회사들 스스로도 특정 치료군의 개념입증에 대한 자신들의 구체적인 기준을 투명하게 만듦으로써 그 개념을 표준화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기업들이 합의에 따라 동일한 표준을 가질 필요는 없다. 어떤 표준이 최선인지는 시장이 구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약 산업은 제약회사들이 어떤 개념입증 표준을 받아들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여길지 추측할 수 있어야 한다. 치료 종류에 따라 구체적 표준을 미리 세우는 것이 항상 가능하지는 않다.(특히 새로운 목표와 새로운 치료법일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하지만 좀 더 틀이 잡힌 치료 분야와 더 잘 알려진 목표에 대해서는 필요 조건을 공개적으로 투명하게 정리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법이 된다.

 

다른 산업에서는 제3의 평가자들과 회계 감사인들을 통해 효율을 개선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부동산의 경우 은행들은 부동산 가치를 파악하기 위해 제3의 감정인을 활용한다. 또 주식 시장의 경우에는 투자분석가가 있고 채권시장에는 신용평가기구가 있다. 하지만 금융위기 동안 우리가 배웠듯이 언제나 이해상충의 위험은 존재한다. 그런 가능성은 객관적이고 질적으로도 우수한 제3자에 의해 이뤄지는 평가의 중요성을 더욱 강조할 뿐이다.

 

 

 

 

제약 산업에서 제3자의 평가는 개발 프로그램의 마지막 단계, 즉 정부기관(미국의 경우에는 FDA)이 모든 데이터를 평가하고 의약품의 안전성과 효험에 대해 최종 결정을 할 때 비로소 이뤄진다. 하지만 개념입증 시장을 만드는 게 목적이라면 검토 단계가 너무 늦다. 그렇다고 개념입증에 대한 검토를 정부기관이 담당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사실 우리는 민간 부문의 객관적이고 정보력을 갖춘 제3의 기관이 검토 작업을 수행하는 게 더 효율적이리라 생각한다. 오늘날 그런 전문가들은 없다. 기업들은 본인들의 표준과 접근방식을 통해 자체 평가를 시행하되 관련 정보는 일반적으로 공개하지 않는다. 3의 기관에 이 작업을 넘기고 명백하게 기술된 표준과 제대로 규정된 방법을 통해 투명한 절차를 활용하면 개념입증을 위해 더 효율적인 시장을 창출하고 의약품 R&D 프로세스의 효율성도 더 높일 것이다. 현재는 이런 기능을 수행하는 단체가 없지만 그 기능이 창출할 가치를 고려한다면 이런 부재가 지속될 이유도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 관점에서 보면 PFO가 바이오의약 산업에서 리스크를 더 다각화하고, 자원 할당은 더 역동적으로 만들고, 인센티브를 더 잘 조정함으로써 전반적인 R&D 프로세스의 효율성을 증진시킬 수 있다. 하지만 혁신을 조직화하는 데 늘 통용 가능한 방법이란 없다. 같은 산업 안에서도 경쟁 모델이 함께 존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전통적 스튜디오라는 네트워크 중심 모델은 픽사(현재는 디즈니 자회사)가 활용하는 매우 수직적인 구조와 양립할 수 있다. 이와 유사하게 우리는 PFO 모델이 전통적으로 벤처투자 중심으로 운영되는 생명공학이나 전통적인 제약회사들을 완전히 대체할 수 없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신규 기술 역량을 개발하거나 완전히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기 위해 막대한 자금이 선행 투자돼야 하는 경우 일련의 미래 프로젝트에 대해 투자 수익을 높일 수 있는 좀 더 영속 가능한 독립체(entity)를 설립하는 게 효과가 더 클 것이다. 하지만 과학적 발견 하나가 기존의 지배 기술을 하루 아침에 쓸모 없게 만드는 급변하는 산업 환경에서 PFO는 중대한 이점을 제공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의약품 R&D 경제를 바꾸기 위해서는 생명공학 산업에서의 제도 변화와 구조 개선이 추가적으로 필요하다. 하지만 지난 100년 동안 혁신의 역사가 우리에게 가르쳐 준 게 있다면 그건 제도적 구조적 혁신은 기술 혁신을 가능하게 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필요가 발명의 어머니란 말이 있듯이 가까운 미래에 바이오의약 산업에서 우리는 여러 가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보게 될 것이다.

 

번역 |김성아dazzlingkim@gmail.com

 

앤드루 W. (Andrew W. Lo) MIT 슬론 경영대학원의 찰스 E & 수전 T. 해리스 교수(Charles E. and Susan T. Harris Professor)이자 MIT 금융공학 연구소 소장이다. 게리 P. 피사노(Gary P. Pisano)는 하버드경영대학원의 해리 E. 피기 주니어 교수(Harry E. Figgie Jr. Professor). 이 글에 관한 의견이 있으신 분은 http://sloanreview.mit.edu/x/57209에 접속해 남겨주시기 바란다. 저자와의 연락을 원하시는 분은 smrfeedback@mit.edu e메일을 보내주시기 바란다.

 

감사의 글

필자들은 크리스 오스틴(Chris Austin), 휴버트 버너(Hubert Birner), 벨렌 카릴로-리바스(Belen Carillo-Rivas), 프란세스코 데 루버티스(Francesco De Rubertis), 앤스버트 가디커(Ansbert Gadicke), 호세 카를로스 구티에레즈-라모스(Jose Carlos Gutierrez-Ramos), 닐 쿠마(Neil Kumar), 존 레얼(John Rehr), 톰 러트리지(Tom Rutledge), 크리스티아나 스테모리스(Christiana Stamoulis), 노라 양(Nora Yan)에게 그들이 전해준 조언과 함께 논의한 내용들에 대해, 그리고 제이나 커밍스(Jayna Cummings)에게는 편집자로서 의견에 대해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또한 필자들은 MIT대의 금융공학 연구소와 하버드경영대학원의 교수 연구개발 분과가 제공한 연구 지원에 대해서도 특별히 고마움을 전합니다. 이 글에 나타난 필자들의 견해와 주장은 특정 기관이나 단체, 관련 기관, 혹은 해당 임직원이나 위에 언급된 개인 중 특정인의 관점이나 주장을 대변하지 않습니다.

 

 

 

DBR Mini Box

로와 피사노의 제안에 대한 논평

 

필립 A. 샤프

“유전다는 영화와 다름을 기억하라

기초과학을 치료법(수십 혹은 수백 가지의 새로운 시도들에 대한 리스크를 현금화하는 투자금을 통해 지원되고 육성되는 치료법)으로 연계해 주는 단계를 개발해 낼 수 있다면 생물의학과 제약산업 전체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내 생각에 이런 시도는 마땅히 행해져야 한다. 경영과 실험실, 지적 재산, 유독성 실험 등에 대한 서비스는 공유될 수 있고, 또 이런 서비스를 통해 연구 성과를 의약품으로 변화시키는 데 드는 비용을 줄일 수도 있다.

 

나는 기존 시스템에 태생적으로 비효율성이 있다는 주장에 동의한다. 예를 들어 조금만 더 진행했다면 성공할 수 있었는데 중단된 프로젝트도 일부 있기 때문이다. 개발에 성공한 모든 신약 뒤에는 회사가 해당 프로젝트를 죽이려 할 때에도 이를 살리려 애썼거나, 혹은 프로젝트가 중단된 뒤에도 본인 시간을 투자해 부활시킨 챔피언의 이야기도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는 무엇을 의미할까? 이런 이야기가 말해주는 한 가지 사실은, 사람들은 대개 어떤 프로젝트가 투자를 계속해서 결실을 맺을 정도로 충분히 가치가 있는지 결정할 수 있는 정보를 충분히 갖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계속 자금을 지원해야 하는지 결정하기 어려운 미지의 변수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무엇인가를 이해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그것이 시장에서 가치 혹은 활용도가 있거나 사람들에게 혜택을 준다는 것은 아니다.

 

이 글의 필자들은 개념입증을 수립하는 데 따르는 도전들을 제대로 규명한다. 맞다. 규제기관을 통해 개념입증이 무엇인지 정의하고, 임상 결과를 증명할 수 있는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방법을 갖는 게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갖고 있는 생물학적 지식의 불확실성과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실제 시장에서 요구되는 다양한 임상 요건, 그리고 일부 경우에는 병리학의 본질과 치료에 대한 반응을 보여줄 수 있는 좋은 생물지표의 결핍 상황을 감안한다면 그건 어려운 주문이 될 수 있다. 불확실한 것들이 너무 많다.

 

매년 미국 정부와 제약 회사들, 그리고 재단과 자선단체들은 바이오의약 관련 연구에 1000억 달러 가까운 돈을 투자한다. 비록 필자들이 마음속에 그리는 새로운 시도들은 대체로 평이한 편이지만 앞으로 어떻게 신규 의약품과 치료법, 혹은 예방법을 개발할 수 있을지 방향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또한 필자들의 제안은 실제 결과에서 오는 혜택과 프로세스에 존재하는 리스크를 줄이는 데서 오는(그리고 효율을 높이는 데서 오는) 혜택을 이중으로 제공할 것이다. 두 번째 혜택이 더 중요할 것 같다.

 

자금을 지원받은 프로젝트들이 채권 비용을 부담할 수 있을 정도로 매출을 창출하는 것이 큰 도전이 될 것이다. 할리우드 시스템에 대한 비유는 비록 영화 제작 방식은 이해하지만 유전자가 무엇인지는 모르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궁극적으로 사람들은 필자들의 아이디어를 투자금을 조성하는 사람들이 스스로 하겠다고 말한 바를 실제로 할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할 것이다. 그럼, 사람들은 그 프로세스를 추적 관찰할 수 있을까? 어떻게 관찰할까? 만약 투자자들에게 투자가 사회적 이익을 창출한다는 점에서 더 많은 리스크를 부담하라고 요구한다면, 그 이익은 과연 무엇일까? 이를 통해 전반적 의약품 개발 프로세스(혹은 과학을 보다 나은 건강관리 방법으로 바꾸는 프로세스)의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일 수 있을까?

 

필립 A. 샤프(Phillip A. Sharp) MIT대의 제도교수(Institute Professor, 대학 내 그 어떤 과목에 대해서도 가르칠 수 있는 교수)이자 MIT 코흐 통합 암연구소(Koch Institute for Integrative Cancer Research)의 연구원이다. 그는 바이오젠(Biogen)의 공동창업자이며 1993년에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누바 아페얀

 

“혁신적 스튜디오 실험은 계속된다

생명공학 산업에서 초기 자금을 확보하는 일은 비록 지난 3년간은 그 문제가 덜 심각했지만 영원한 숙제다. 저마다 투자금 조성의 어려움을 겪었지만 우리는 지난 10년간 특정 벤처캐피털 회사들의 후원 아래 점점 커가던 가상 의약품 개발 기업들(virtual drug-development companies)’의 인기를 목격했다. 이 접근법에는 외부 계약자들을 통해 개발되는 단일 의약품 자산과 함께 경험 있는 연구 관리자가 필요하다. 가상 의약품 개발 회사들은 로와 피사노가프로젝트 중심 조직’, 혹은 PFO라고 말한 개념과 비슷한 점이 많다. ‘가상 생명공학 회사들은 옵션 기반 거래(투자자들이 프로젝트의 주요 마일스톤 업적에 따라 회사를 매입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를 포함해 자금을 조달하는 다양한 혁신 방식을 활용해 왔다.

 

로와 피사노가 주장하는 내용의 새로운 점은 마치 영화를 제작할 때 그렇듯이 가치귀착(value attribution, 객관적 데이터보다는 첫인상처럼 초기에 지각된 가치를 기반으로 사람이나 사물을 성급하게 평가하는 심리적 편향 - 역주)과 자금조달(financing) 리스크를 처음부터 연합시켰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우리는 프로젝트가 성공할 경우 어떤 구성원들과 기부자들이 그 보상을 받게 되는지 처음부터 알 수 있다. 이는 가상 생명공학 회사들이 하는 일과 다르다. (표준 모델에서, 초기 투자자들은 재무 리스크를 부담하고 의약품이 이에 대한 보상을 하기를희망한다.) 가상 개발자들을 봐 왔지만 재무 측면에서의 리스크 연합은 본 적이 없다.

 

로와 피사노는 프로젝트가 주요 마일스톤을 향해 진척되는 한 PFO는 존재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들은 PFO혁신 스튜디오를 통해 진행될 수 있고, PFO와는 성격이 다른 혁신 스튜디오는 대기업이나 제약회사, 혹은 협력 관계에 있는 기업군의 일부가 될 수 있다고 제안한다. 하지만 내가 확실히 이해가 안 가는 점은 이 과정에서 의사결정이 어떻게 내려지는가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자금 지원을 중단해야 하는지, 또 그 시점은 언제인지를 누가 결정한단 말인가? 혁신 스튜디오가 결정하는가? 아니면, PFO가 하는가? 만약 혁신 스튜디오가 PFO를 가능하게 하는 주체라는 가정하에 PFO 자금 지원을 중단할 수 있다면 PFO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모르겠다. 혁신 스튜디오는 흥미롭고 상대적으로 새로운 개념이며, PFO(조직적 실체이기보다는 법적 실체에 가까운)만큼이나 잠재력이 크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그 관리체계가 실제로 어떻게 운영되는지는 확실히 이해가 안 간다.

 

혁신 스튜디오 모델은 그 이름만큼 매우 혁신적이기 때문에, 실제로 존재하는 경우는 생각보다 적은데, 이는 좋은 현상이다. 모데르나(Moderna), 앨나일람(Alnylam), 아기오스(Agios) 등 선도적인 생명공학 회사들을 포함해 현재 대내외로 복합 자산을 개발하는 자체 플랫폼을 확립한 단체들이 많다. 이런 회사들은 기본적으로 (개별 프로젝트 매니저가 아닌) ‘회사가 통제하는 특정 프로젝트 자산을 가진 혁신 스튜디오 형태를 띠고 있다. 이들은 자체 스튜디오 안에서 각 자산을 독립된 프로젝트로 운영하는데, 대부분은 내부적으로 운영하지만 일부 프로젝트는 외부에서 운영하기도 한다.

 

내 생각에, 이렇게 새로운 혁신 공급망을 이루는 구성원들을 모두 보상할 수 있는 공정한 재무관리 구조를 어떻게 처음부터 만들어 낼지가 바이오의약 산업에서 아직 충족되지 못한 큰 니즈이다. 가상 조직과 계약 연구, 그리고 계약 생산 조직들과 함께, 바이오의약 산업에서 지속적으로 진행되는 모든 실험들 때문에 우리는 주식 거래 대신, 혹은 주식 거래와 더불어 옵션 거래나 부분 인수가 선행되는 (추후 주식을 되사는 옵션이 붙어 있는 모델) 거래 형태를 봐 왔다. 어쨌든 많은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은 좋은 소식이다. 하지만 이 모든 모델들은 상한선이 있다. 여기서의 도전은 의약품이 성공적일 경우, 상한선 없이 최고의 인재와 최고의 혁신을 포섭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결국 마지막에는 자유 시장이 무대가 된다. 그리고 당신이 원하는 것은 어떤 이유로든 자금 지원을 받지 못한 인재가 아닌최고의 인재다.

 

누바 아페얀(Noubar Afeyan)은 매사추세츠 케임브리지에 있는 초기 벤처캐피털 회사인 플래그십 벤처스(Flagship Ventures)의 수석 경영 파트너이자 CEO, 그리고 공동창업자다. 그는 또한 MIT 슬론 경영대학원의 부교수다.

 

 

 

 

마크 E. 데이비스

“긍정적 측면에서 큰 자극이 된다

나는 앤드루 로와 게리 피사노가 사람들로 하여금 획기적인 시도들에 대한 새로운 자금 지원 방식을 생각하도록 자극한 데 박수 갈채를 보낸다. 그들은 일부 매우 어려운 문제들에 태클을 거는 새로운 방법을 찾고 있고, 나는 그들이 표준 패러다임에 이의를 제기한 사실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프로젝트 중심 조직(PFO)이라는 아이디어가 마음에 든다. 발명가들이 발견한 것을 승인된 의약품으로 만들 수 있도록 돕는 전문가들을 내부에 둔 이런 조직 형태야말로 가장 효과적일 것이다. 최근 몇 년간 나는 이런 조직 형태가 암 치료에 어떻게 활용될 수 있을지 조금이나마 생각해 왔다. 로와 피사노는 PFO가 조직되고 자금을 조성하는 흥미로운 방식을 기술한다.

 

하지만 영화를 만드는 일과 연구를 통해 발견된 사항을 의약품으로 만드는 일 사이에는 실행 측면의 차이가 존재한다. 대부분의 연구원들은 영화 제작자보다 작가에 더 가깝다. 그들은 개념, 즉 위대한 과학적 혁신이 될 수도 있는 아이디어를 갖고 있지만 이것을 실제 의약품으로 바꾸는 방법에 대해서는 단서조차 없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그들에게는 도움이 필요하고 PFO는 연구원들의 이런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다.

 

로와 피사노가 지적했듯이 생명공학 분야에 존재하는 큰 문제는 표준 플랫폼이 없다는 점이다. 특히 리스크가 높은 연구를 할 경우에는 조합 가능한 체계가 없기 때문에 연구를 진행하면서 그 방법을 만들어 나갈 수밖에 없다. 당신이 어떤 문제를 당한다면, 당신에게는 문제에 뛰어들어 이를 해결해줄 누군가가 필요하다. 당신이 해야 할 일을 늘 단일 계약으로 하나씩 처리할 수는 없다. 이는 바람직하지도 않다. 내 경험상, 계약은 많이 할수록 실패 확률도 높아진다. 사람들은 계약을 통해 해야 할 일을 하기 때문에 오히려 중요한 일들이 빈 틈 사이로 빠져나갈 수 있다. 이런 이유로 나는 리스크가 높은 치료법을 주로 내부에서 개발하는 작은 생명공학 회사 개념을 좋아한다. 어떤 개념에 혼신을 다하는 사람들은 일이 잘못됐을 때에도 그것을 고치기 위해 인생 전부를 걸 테니 말이다.

 

새로운 개념은 무엇이든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있고 로와 피사노가 설명한 접근 방식도 다르지 않다. 긍정적인 면은 그들의 개념이 자극이 된다는 점이다. 부정적인 면은 프로젝트가 문제에 당면했을 때, 그리고 어떤 프로젝트의 자금을 다른 프로젝트로 옮길 마음이 없을 때, 해당 프로젝트는 죽는다는 사실이다. 이런 이유에서 이 재무 모델을 활용하면 성공률이 높아지기보다는 사실상 줄어든다. 전반적으로, 나는 로와 피사노의 개념에 강한 흥미를 느끼며 많은 긍정적 토론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마크 E. 데이비스(Mark E. Davis)는 캘리포니아 파사데나에 있는 캘리포니아 공과대학 화학공학과의 워렌 & 캐서린 슈링거 교수(Warren and Katharine Schlinger Professor)이다. 그는 약물 전달을 위한 촉매 물질과 생체적합 물질의 합성을 집중 연구 중이다.

 

 

 

조시 러너

“성공보장 못할 프로젝트, 대비책 챙겨라

로와 피사노는프로젝트 중심 조직을 창조해 장기간 소요되고 리스크가 있는 혁신 프로젝트 자금을 지원한다는 흥미로운 제안을 한다. 이 글은 실제 문제를 확인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창의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하지만 초기 혁신이 갖는 본연의 불확실성과, 그런 환경일수록 추악한 본성을 드러내는 기회주의적 행동은 언제든 쉬운 해답은 없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필자들은 리스크가 높은 초기 프로젝트의 자금을 조달하는 주요 장치인 벤처캐피털이 갖는 한계를 제대로 부각한다. 벤처캐피털 업체들은 스스로를 긴 안목을 지닌 투자자로 규정할지 모르지만 기껏해야 중기 관점에서 자금을 지원한다. 한정된 수의 파트너들에게 자금을 돌려주고 다시 자금조달의 길로 돌아서야 하는 압박은 벤처투자자들로 하여금 불과 몇 년이 지난 시점에서 투자 회수를 생각하게끔 만든다. 흔히 이 회사들을 상장의 길로 몰아붙이는 것은 험난하며, 시장 분위기의 주기적 부침에 좌우된다. 이 때문에 클린테크, 신소재, 생명공학처럼 구현 기간이 오래 걸리는 벤처캐피털 업체들의 투자 수익이, 정보기술이나 커뮤니케이션처럼 투자 결실이 훨씬 빨리 산출되는 분야보다 낮은 것은 놀랍지 않다.

 

 

 

 

하지만 이 제안에서 특히 우려되는 것은 일반적으로 초기 프로젝트들에서 발생하는 정보 문제들과 이런 환경(경제학자들이대리인 문제라 부르는 환경)에서 종종 대두되는 기회주의적 행동이다. 벤처캐피털 업체들은 자신의 투자 포트폴리오에 있는 신규 벤처 프로젝트들을 긴밀하게 모니터링하고, 투자 자금을 몇 개로 작게 나누며, 추가 자금 지원은 실질적 성과와 연결하고, 매우 엄격한 조건으로 우선주 매입 동의서를 작성함으로써 이 문제들을 최소화한다. 그들이 이런 운영 방식을 취하는 이유는 옹졸해서가 아니라 연구에 큰 차질이 생겼음에도 불구하고 벤처기업들이 프로젝트를 계속 밀고 나가려 하는 게 걱정되기 때문이다. 벤처투자자들은 본질적으로 자신의 프로젝트에 대해 긍정적인 기업가들이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투자자들에게 자금을 돌려주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데이비드 보위 채권의 경우처럼 이미 제작된 일련의 음반에 대한 자금을 제공할 조직을 만드는 건 별개의 일이다. 이 경우에는 해당 제품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리스크도 크지 않기 때문이다. 위험도가 더 높지만 여전히 그럴듯한 건 영화 제작 자금을 조성하는 일이다. 제작 프로세스 일정과 예산을 잘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초기 기업 환경에서, 특히 이 글에서 부각된 리스크가 높은 분야의 경우에는 일정과 예산 모두 종잡을 수 없다. 프로젝트에 앞서 대규모 자금을 미리 기업에 제공하면 그 예산은 반드시 다 쓰이게 되지만 그 프로젝트가 꼭 성공하리란 걸 보장하지는 못한다. 저자들에게 벤처캐피털 업체들의 핵심 프로젝트 관리 방법, 즉 자금을 작은 규모로 나누고 추가 자금조달은 합의된 목표 달성과 연계하는 등의 방법을 탐색해 볼 것을 권한다.

 

조시 러너(Josh Lerner)는 하버드경영대학원 투자은행학과의 제이컵 H. 시프 교수(Jacob H. Schiff Professor)이며 기업가정신 학과장을 맡고 있다. 그는의 저자다.

  • 앤드루 W. 로 (Andrew W. Lo) 앤드루 W. 로 (Andrew W. Lo) | - MIT 슬론 경영대학원의 찰스 E & 수전 T. 해리스 교수(Charles E. and Susan T. Harris Professor)
    - MIT 금융공학 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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