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T Slogan Management Review
Article at a Glance - 전략
질문 새로운 사업기회를 가장 효과적으로 포착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연구를 통해 얻은 해답 - 관리자와 기업가는 기회추구자(opportunists) 아니면 전략가(strategists)로 나눠지는 경향이 있다. - 대부분의 관리자는 기회의 실행(execution)을 중시하고 있지만 기회의 선택(selection)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문제다. - 비즈니스의 지속적인 성공을 위해서는 하나의 기회를 포착하는 것 외에도 여러 기회를 함께 연결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
편집자주
이 글은 슬론 매니지먼트 리뷰(SMR)> 2014년 가을 호에 실린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 키넌플래글러 경영대학원 크리스토퍼 B. 빙햄(Christopher B. Bingham) 교수, 브리검영대 매리어트 경영대학원 네이선 R. 퍼(Nathan R. Furr) 교수, 스탠퍼드대 캐슬린 M. 아이젠하트(Kathleen M. Eisenhardt) 교수의 글 ‘The Opportunity Paradox’를 번역한 것입니다.
새로운 성장기회를 포착하는 것은 전략, 혁신, 기업가정신의 근간이다. 그렇다면 관리자가 이러한 도전에 대응하는 최선의 방법은 무엇인가? 탄력적으로 대응해야 하는가, 아니면 일관성 있게 초점을 유지해야 하는가? 위 질문에 대한 답은 기존에 생각했던 것만큼 단순하지 않고 회사의 성공 여부를 좌우할 수 있다. 성숙 기업, 성장 중인 기업, 신생 벤처기업을 대상으로 한 이 연구를 통해 초점(focus) 유지와 유연성(flexibility) 발휘 사이에는 역설적인 긴장감(paradoxical tension)이 존재하며 어떤 방식을 취하느냐에 따라 사업 성격이 분명해지기도 하고 또는 사업을 망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 연구에서는 초점 및 규율을 중시해야 할 때는 언제이고, 반대로 유연하면서 기회를 추구해야 할 때는 언제인지를 밝히고자 했다.
실험은 혁신을 위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수단 중 하나다. 일부 업계 전문가들은 역동적인 환경 속에서는 처음 계획대로 되는 일이 드물기 때문에 계획을 중시하기보다는 빠른 주기로 실험하고 방향을 전환할 것(pivoting)을 주장한다.1 기회는 빠르게 흘러 예측하기 어렵고 시장의 경계는 계속 변하며 경쟁자도 끊임없이 바뀌는 불확실한 환경 속에서, 그러한 접근법은 직관적이면서 동시에 합리적이라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이처럼 변화와 유연성을 요구하는 새로운 경쟁 상황 속에서 기존 초점 중시 전략은 부적절한 것일까? 필자들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관리자들과의 면접을 통해 유연성 못지 않게 초점 유지가 중요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또한 우리의 직관과는 다르게 초점 유지는 유연성에 영향을 끼칠 수 있으며, 그 반대의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 내용’ 참조.)
기회는 복합적이다
기회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복합적인 측면을 가지고 있다. 새로운 사업기획의 포착은 기회의 선택(selection) 및 기회의 실행(execution)이라는 두 가지 요소로 구성돼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관리자는 별로 없다. 기회의 선택이란 어떤 고객 문제를 해소할 것인가에 대한 결정을 말하며, 기회의 실행이란 선택된 특정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것을 말한다.2 기회에 대해 연구한 대부분의 문헌이나 선도적 학자는 고객을 위한 솔루션 개발을 통해 어떻게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까라는 기회의 실행 측면에 편중돼 있다. 연구에 따르면 그러한 솔루션을 찾기 위한 혁신 노력의 대부분은 너무 빠르게 진행돼 정작 우리가 어떤 문제 해결을 위한 솔루션을 찾고 있는지도 망각할 정도다.3 이처럼 많은 회사들이 기회의 실행에 시간을 쏟고 있지만 필자들은 이 연구를 통해 기회의 실행 못지 않게 기회의 선택도 중요하다는 점을 발견했다. 더 중요한 것은 기회를 선택할 때 유연성을 중시하느냐, 아니면 초점을 중시하느냐에 따라 기회 실행의 성공 여부가 결정된다는 점이다.
기회추구자 vs. 전략가
기업가 및 관리자는 기회추구자(opportunists) 아니면 전략가(strategists)로 나눠지는 경향이 있다. 기회추구자는 정해진 방식에 의존하기보다 유연하게 기회를 선택한다. 즉, 어떤 기회를 선택할지 미리 계획하고 그 계획에 따라 다음 행동을 하기보다는 고객의 긴급한 요청에 맞춰 기회를 선택하는 유형이다. 예를 들어 미국의 어떤 보안 소프트웨어 회사는 독일의 한 고객이 자사의 보안 모니터링 서비스에 관심을 보인다는 이유로 독일 시장 진출을 결정했다. 또한 스위스 시장에 진출할 때에도 치밀한 사전 계획이 아니라 뜻밖의 고객 수요가 생겨서 뛰어들었다. 이런 결정에 대해 이 회사의 한 중역은 “의도한 것이 아니라 마치 휘말리는 것처럼 결정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외견상으로 보면 이러한 성향의 관리자나 기업가들은 기회가 사라지거나 경쟁사가 그 기회를 가져가기 전에 순간의 기회를 최대한 활용했고 그들이 쉽게 얻을 수 있는 것만을 골라 가졌을 뿐이다. 또한 세부 계획은 결함을 내포하고 있거나 시대에 뒤떨어진 것일 수도 있기 때문에 세부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데 시간을 낭비하기보다는 새롭게 부상한 기회를 최대한 활용했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유연한 기회 선택방식은 폭넓은 전략 선택 및 기업가정신을 강조하는 기존 저술들과 대체로 맥을 같이하고 있다. 즉, 많은 회사를 둘러싼 시장의 역동성 때문에 선행적인 심사숙고의 장점이 많이 희석됐으며, 또한 애매모호함이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라는 주장과 일치한다. 실제로 많은 비즈니스 리더들은 초점을 맞춘 계획에 따라 미리미리 의사결정할 때보다 일을 진행해 나가는 과정 속에서 더 좋은 의사결정을 한다.4
반면 전략가는 다른 접근방식을 보였다. 이들은 회사가 다양한 시장의 니즈에 대응해야 한다는 이유로 돌발적인 기회를 임의로 선택하다 보면 결과적으로 사업의 초점이 결여되는 심각한 위협을 초래한다고 생각했다. 그에 따라 상대적으로 성공 가능성이 높은 특정 시장을 위한 기회만을 선택하고 전사적 채널을 그 시장에 집중했다. 이처럼 전략가는 예상치 못한 돌발 기회를 이용하기보다는 엄격한 규율을 중시했다. 이들은 자신이 속한 시장에서 기회의 포착은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학습부터 시작했다. 그리고 나서 최상의 기회(가장 쉬운 기회가 아닌)에 관심을 집중할 수 있도록 초점을 맞춘 계획을 수립했다. 그 계획은 한 번의 기회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계속되는 일련의 기회를 포착할 수 있었다. 구체적인 사례를 살펴보자. 판매시점 재고관리 솔루션을 판매하는 한 핀란드 회사는 첫 번째 해외시장으로 스웨덴을 선택했다. 선택 배경은 스웨덴에 당장 판매하는 게 가능해서가 아니라 해외 비즈니스를 배울 수 있을 것이라는 이유에서였다. 즉, 스웨덴은 비록 큰 시장은 아니어도 문화적으로 핀란드와 유사하고 지리적으로도 가깝기 때문에 핀란드 경영진이 지역 차이로 고전할 위험은 적은 반면 해외 비즈니스를 배울 가능성은 더 높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회사 CEO는 당시 상황에 대해 “우리는 해외 비즈니스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매우 보수적으로 접근했다. 그래서 스웨덴부터 시작했다”라고 설명했다. 그 회사는 스웨덴에 이어 노르웨이, 프랑스, 독일, 영국을 선택했고, 그 다음으로 미국 시장에 진출했다. 그 회사는 점진적으로 점점 큰 시장을 경험할 수 있었으며, 그 경험으로부터 축적된 지식을 최대한 활용할 수도 있었다. 종합하자면, 좀 더 초점을 맞춰 기회를 선택하면 상대적으로 쉬운 기회 또는 시작단계에서 추진하기에 적합한 기회를 활용해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 또한 그러한 초기의 기회는 이어지는 후속 기회를 제공하는 발판이 될 수 있다. 따라서 다리를 건설하거나 컴퓨터를 조립할 때 조립 순서가 핵심이듯이 기회를 효과적으로 포착하기 위해서는 경험의 순서가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유연한 선택 및 단호한 실행
그렇다면 이처럼 상이한 기회 선택 방식, 즉 유연성 중시 또는 초점 중시 방식은 실제로 어떻게 전개돼 갈까? 비록 유연성이 매우 유용할 수 있지만 필자들은 이 연구를 통해 기회 선택 단계에서 가장 유연한 기회추구자들이 실행 단계에서는 오히려 가장 완고한 경향을 보인다는 것을 발견했다. 다시 말해, 돌발 기회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데 능숙한 관리자 중 상당수는 일단 기회 실행 단계에 접어들면 놀랍게도 융통성 없게 변했다. 미국의 의료 영상 소프트웨어 회사의 사례를 살펴보자. 이 회사 경영진은 기회의 선택 단계에서 매우 탄력적이었다. 회사의 공동 창업자 중 한 사람은 “회사는 유럽시장 진출 기회를 탐색했고 그중에서 입맛에 맞는 것을 선별했다”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회사는 그 당시 스웨덴 어느 지방의 의사들이 자사 소프트웨어에 약간의 관심을 보이자 스웨덴 시장 진출을 결정했다. 그런데 그 회사의 소프트웨어가 기존 유방촬영술보다 뛰어난 신기술이라고 평가했던 스웨덴 지방 의사들은 막상 회사가 스웨덴에 진출하자 그 소프트웨어 구매를 주저했다. 회사가 스웨덴 시장 진출 기회를 유연하게 실행했어야 했고, 또한 지역 시장의 니즈에 맞게 솔루션을 수정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미국식 제품을 전 세계 어디에나 똑같이 판매하려고 했기 때문이었다. 스웨덴에 이어 회사 경영진은 노르웨이를 두 번째 해외시장으로 선택했는데 이 또한 스웨덴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유연한 방식을 통한 결정이었다. 노르웨이에서의 매출도 기대에 못 미쳤는데, 이에 대해 회사 경영진은 타깃 고객이 자사 제품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치부했다. 회사는 노르웨이 시장에 맞게 접근 방식을 조정하지 않고 기존 소프트웨어 솔루션 판매를 밀어붙임으로써 스웨덴에서의 실패를 반복했다. 이처럼 기회 선택은 유연하지만 기회 실행이 융통성 없을 경우 종종 나쁜 성과로 이어졌다는 것을 이 연구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스웨덴 시장 진출 실패에 대한 회사 경영진의 코멘트를 들어보자. “스웨덴에 우리 제품을 판매할 수가 없었다. (중략) 우리는 벼랑 끝에서 추락했고 아무런 성과도 얻지 못했다.” 물론 후속 시장에서의 이 회사 실적도 스웨덴의 경우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실제로 많은 비즈니스 리더들은 초점을 맞춘 계획에 따라 미리미리 의사결정할 때보다 일을 진행해 나가는 과정 속에서 더 좋은 의사결정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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