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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rvard Business Review

‘꿈의 직장 만들기’ 꿈이 아니다

롭 고피,가레스 존스(Gareth Jones) | 145호 (2014년 1월 Issue 2)

 

편집자주

이 글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2013 5월 호에 실린 런던 비즈니스 스쿨 조직 행동 명예교수 롭 고피(Rob Goffee) IE 비즈니스 스쿨 객원 교수 가레스 존스(Gareth Jones)의 글 ‘Creating the Best Workplace on Earth’를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2013 Harvard Business School Publishing Corp

 

, 세상에서 가장 일하기 좋은 직장을 만든다고 상상해 보자. 그런 직장은 어떤 모습일까? 필자들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3년 동안 설문 조사와 세미나 등을 통해 세계 각지에서 활동하는 수백 명의 경영자들에게 이상적인 조직의 모습이 어떠할 것이라고 생각하는지 설명해줄 것을 요청했다. 필자들은 진정성과 효과적인 리더십 간의 관계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이상적인 직장에 관한 궁금증을 갖게 됐다. 간단하게 이야기하면, 사람들은 진정성이 없는 것처럼 여겨지는 리더를 따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필자들로부터 질문을 받은 경영자들은 진정성을 얻으려면 먼저 진정성 있는 조직에서 일해야 한다고 명확하게 말했다.

 

무슨 의미일까? 물론 경영자들이 내놓은 대답 중 상당 부분은 매우 구체적이었다. 하지만 필자들은 각 경영자가 처한 환경과 소속된 산업, 각 경영자가 갖고 있는 야망이 다르다는 점을 감안해 6개의 공통된 원칙을 찾아냈다. 6개의 원칙이 모두 더해지면 직원들에게 최상의 업무를 해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최대의 잠재력을 실현하는 조직이 된다.

 

필자들은 이런 조직을꿈의 직장이라 부른다. 간략하게 이야기하면, 꿈의 직장이란 개개인이 갖고 있는 차이점을 키워주고, 정보를 억압하거나 조작하지 않으며, 단순히 직원의 노동력을 착취하는 차원에서 그치지 않고 직원에게 가치를 부여하고, 의미 있는 무언가를 대변하고, 업무 자체가 본질적으로 보람되며, 쓸데없는 규칙이 없는 직장이다.

 

이런 원칙이 모두 당연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누군들 이런 원칙을 따르는 회사에서 일하고 싶지 않겠는가? 이미 여러 연구를 통해 경영자들이 이런 장점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사례를 생각해 보자. 헤이그룹(Hay Group)은 연구를 통해 업무 몰입도가 매우 높은 직원들은 업무 몰입도가 가장 낮은 직원보다 기대치를 뛰어넘을 가능성이 평균 50% 정도 높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또한 직원들의 업무 몰입도가 매우 높은 편인 기업은 직원들의 업무 몰입도가 가장 낮은 기업에 비해 직원 유지율이 54%, 고객 만족도가 89%, 매출 성장률이 4배가량 높다.런던비즈니스스쿨(London Business School) 교수 댄 케이블(Dan Cable)은 최근 연구를 통해 직장에서 편안하게 자신의 진정한 자아를 드러낼 수 있다고 느끼는 직원들에게서 조직을 향한 헌신, 개인 성과, 다른 사람을 돕고자 하는 성향 등이 좀 더 높게 나타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하지만 6개의 원칙을 모두 따르는 조직이 실제 존재한다 하더라도 소수에 불과하다. 6개의 속성 가운데 일부는 전통적인 관행과 깊이 몸에 밴 습관을 거스른다. 솔직히 이야기하면 그 외의 몇몇 속성은 매우 복잡한데다 실행하는 데 많은 돈이 들 수도 있다. 일부는 다른 속성과 모순된다. 또한 대부분의 속성은 리더들에게 상충되는 이익 사이에서 신중하게 균형점을 찾고 시간과 관심을 재분배할 것을 촉구한다.

 

꿈의 직장은 그야말로 꿈인 것이다. 따라서 필자들은 연구를 통해 찾아낸 내용을 하나의 도전과제, 즉 가능한 가장 생산적이고 보람 있는 업무 환경을 만들어내고자 하는 리더와 조직을 위한 의제로 제시하고자 한다.

 

직원들이 진정한 자기 모습을 드러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라

 

차이를 받아들이기 위해 노력한다고 주장하는 기업들이 실제로는 성별, 인종, 연령, 민족성 등 전통적인 다양성 범주를 넘어서지 못하는 경우가 너무도 많다. 물론 이런 노력들도 칭찬할 만하다. 하지만 필자들이 인터뷰한 경영자들은 관점, 사고방식, 핵심적인 가정의 차이 등 좀 더 미묘한 다양성을 추구한다.

 

예컨대, 세계 일류 유명 대학의 어느 부총장은 어디에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는지 파악하기 위해 밤 늦게 캠퍼스를 거닐곤 했다. 강인한 정신을 갖고 있는 물리학자였던 부총장은 과학 실험실에서나 밤 늦게까지 연구가 이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고대사, 연극, 스페인어 등 모든 학과에서 밤 늦도록 연구가 이뤄졌다.

 

이상적인 조직은 조직 문화 내에 존재하는 지배적인 흐름, 업무 습관, 복장 규정, 전통, 관리에 대한 가정 등에 대해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직접 대학 캠퍼스를 거닐었던 부총장과 마찬가지로 이상적인 조직은 이런 것들을 모두 초월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한다. 가령, 대개의 직원이 정장을 차려 입고 일하는 금융 서비스 기업이지만 반바지와 샌들 차림으로 출근하는 IT 전문가를 용인하는 조직, 최신 유행과 관련된 일을 하지만 누군가가 정장을 입고 출근하더라도 미심쩍은 눈길을 보내지 않는 조직 등이 이에 속한다. 거의 모든 사람이 각자 다른 업무 시간을 선택하지만 오전 9시에 출근해 오후 5시에 퇴근하는 업무 방식을 선호하는 1∼2명의 직원도 기꺼이 용인하는 조직도 마찬가지다.

 

예컨대, 빠른 속도로 성장 중인 세계 최대 규모의 명품 기업 LVMH를 보면 마크 제이콥스(Marc Jacobs), 피비 필로(Phoebe Philo)와 같이 뛰어나고 창의적인 혁신가를 발견할 수 있을 것처럼 느껴진다. 물론 실제로도 그렇다. 하지만 분석에 초점을 맞추고 아이디어를 주시하고 평가하는 경영자와 전문가의 비중도 생각보다 훨씬 높다. LVMH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정반대되는 사람들이 번성하고 함께 일할 수 있는 문화다. 신중한 선택 또한 LVMH의 성공 비결 중 하나다. LVMH는 창의성을 갖고 있을 뿐 아니라 자신이 디자인한 제품의 상품성을 높이고 싶어 하며 상업적인 가능성을 잘 포착하는 전문가들의 진가를 인정하는 인재를 원한다.

 

다양한 사람들의 지식과 재능을 활용하면 물론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이를 실행하는 기업이 소수에 불과한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우선, 편견을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 (성실한 부총장이 연구의 강도와 밤 늦게까지 계속되는 실험실 활동을 동일시하며 어떤 가정을 했는지 떠올려보기 바란다.) 하지만 좀 더 근본적으로 파고들면, 직원 개개인의 개성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은 인센티브 시스템을 고안하고 직원들을 위한 진로를 제시함으로써 조직의 효과적인 활동을 강화하기 위한 정반대의 노력과 상충된다. 역량 모델, 평가 시스템, 목표 중심의 관리 방식, 엄격하게 정의된 채용 정책 등은 모두 용인 가능한 행동의 범위를 좁히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직원 개개인의 개성을 효과적으로 키워내는 기업은 조직적인 질서를 어느 정도 포기해야 할 수도 있다. 세계에서 가장 창의적인 엔지니어링 설계 기업인 아룹(Arup)의 경우를 생각해 보자.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Opera House)에서부터 퐁피두센터(Centre Pompidou), 베이징 수영센터(Beijing Water Cube)에 이르기까지 세계적으로 유명한 수많은 상징적 건물에 아룹을 의미하는 독특한 흔적이 남아 있다.

 

아룹은 전체론적인 접근방법을 활용한다. 예를 들어, 현수교를 지어야 하는 상황이 되면 자사 고객의 관심사에 귀를 기울이는 데서 그치지 않고 교량을 사용하는 지역 전체를 고려한다. 아룹 직원들은 이를 위해 수학자, 경제학자, 예술가, 정치인 등 다양한 사람들과 협력한다. 아룹은 다양한 기술과 성격을 수용하는 능력을 자사 전략의 핵심으로 여긴다. 아룹 회장 필립 딜리(Philip Dilley)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꼭 들어맞지는 않지만 우리를 예상치 못한 곳으로 데려다 줄 만한 흥미로운 요소를 원한다. 완전히 질서정연해지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내가 해야 할 일 중 일부다.”

 

이런 세계에서는 전통적인 평가 시스템이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 따라서 아룹은 양적인 성과 측정 시스템을 활용하지 않으며 직원들이 어떤 식으로 발전해나가야 할지 조직 차원의 정책을 명시하지 않는다. 관리자가 기대치를 결정하면 직원 개개인이 기대치를 충족시킬 방법을 결정하는 것이다.아룹의 고위급 인사 책임자는 이렇게 설명한다. “자기 결정이란 직접 나아갈 길을 결정하고 자신의 성공에 대해 책임을 지는 것을 뜻한다. 성장과 발달은 회사의 지원을 발판 삼아 직원 개개인이 이뤄내야 할 몫이다.”

 

좀 더 전통적인 기업에 적용하기에는 이런 방식이 지나치게 혼란스럽다고 생각되는가? 그렇다면 영국에서 가장 성공적인 식품 소매업체 중 하나인 웨이트로즈(Waitrose)의 경우를 생각해 보자. 웨이트로즈는 시장점유율, 수익성, 고객 충성도, 직원 충성도 등 다양한 척도를 기준으로 삼았다. 효율적인 프로세스 실행에 주목할 수밖에 없는 식품 소매 산업에서 활동하는 웨이트로즈는 고객 경험에 커다란 변화를 일으키는 사소한 창의력을 육성하는 것이 자사에 경쟁 우위를 안겨준다고 생각한다.

 

웨이트로즈는 협동조합이다. 모든 직원이 웨이트로즈의 연간 이윤을 공유하는 공동 주인이다. 그러니 직원들이 회사에 충성하는 것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웨이트로즈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직원 개개인의 이익을 권장하고 지지한다. 웨이트로즈 직원이 피아노 강습을 원하면 웨이트로즈가 강습료의 절반을 지불한다. 요리, 공예, 수영 등 다양한 동아리 문화도 발달해 있다. 필자들의 친구는 자신의 아버지가 요트를 타는 법을 배울 수 있었던 것은 웨이트로즈에서 근무했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 웨이트로즈는 바로 이런 식으로 직원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본연의 모습을 찾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한다. “친구들과 가족들이 직장에서 나를 인정해줄 것이라는 웨이트로즈 고위급 경영자의 말은 필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웨이트로즈의 또 다른 경영자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훌륭한 소매 기업들은 남다른 방식으로 일을 처리하는 사람들을 필요로 한다. 지난 몇 년 동안 우리는 그런 인재를 많이 확보했다. 그런 사람들을 소중하게 여겨야 할 뿐 아니라 시스템적인 문제로 인해 그런 사람들이 설 자리를 빼앗기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예측 가능성을 중시하면 순응하는 문화가 생겨난다. 프랑스의 사회학자 에밀 뒤르켐(Emile Durkheim)은 이런 현상을기계적 연대(mechanical solidarity)’라 표현했다. 하지만 LVMH, 아룹, 웨이트로즈와 같은 기업들은유기적 연대(organic solidarity, 뒤르켐이 차이를 생산적으로 활용하는 방식을 지칭하기 위해 고안한 표현)’를 토대로 한다. 그렇다면 왜 굳이 이런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것일까? 필자들은 상호보험회사 뉴욕라이프(New York Life) CEO 테드 매터스(Ted Mathas)가 그 이유를 가장 잘 설명한다고 생각한다. “CEO로 임명됐을 당시 내가 가장 염려했던 것은이 일을 하면서 내가 생각하는 바를 진실되게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인가였다. 내게 주어진 일을 훌륭하게 해 내기 위해서는 먼저 진정한 내 모습을 드러낼 필요가 있었다. 누구나 마찬가지다.”

 

정보의 흐름을 막지 말라

 

꿈의 직장은 속임수를 쓰거나, 방해하거나, 왜곡하거나, 조작하지 않는다. 꿈의 직장은 페이스북(Facebook), 위키리크스(WikiLeaks), 트위터(Twitter)의 시대에는 남들보다 앞서서 사람들에게 진실을 이야기하는 편이 낫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꿈의 직장은 주어진 일을 잘 해내기 위해서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정확하게 파악하고자 하는 직원들의 욕구를 존중한다. 모든 사람들의 동요를 막기가 이미 어려워진데다 직급을 막론한 모든 직원들이 좀 더 전략적으로 생각할 것을 요구받는 불안한 환경하에서는 특히 그렇다. 어디에서건 관리자들이 이 같은 사실을 자명하게 받아들일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급진적인 솔직함(radical honesty, 전적으로 솔직하고, 완벽하며, 명료하고, 시기 적절한 의사소통)’을 막는 장애물이 많다.

 

효율성을 유지하려면 직원들이 알아둬야 할 필요성이 있을 때 정보를 조금씩 공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관리자도 있다. 반면 직원들에게 걱정을 끼치거나 해결책을 찾기도 전에 문제를 언급하는 것을 꺼리는 등 선의가 전제된 온정주의를 실천하는 관리자도 있다. 조직을 위하겠다는 충성심 때문에 가장 부정적인 상황마저도 긍정적으로 묘사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느끼는 사람도 있다.

 

나쁜 소식을 전달하기를 꺼리는 것은 지극히 인간적인 모습이다. 또한 수많은 최고경영자들이 사람들의 이런 성향이 자유로운 정보 흐름에 방해가 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1990년대에 노보노르디스크(Novo Nordisk) CEO로 취임한 매즈 외블리센(Mads Øvlisen)의 경우를 생각해 보자. 당시 덴마크에 위치한 노보노르디스크의 인슐린 생산 시설이 미 식품의약국(Food and Drug Administration)의 규정을 위반한 사태가 꽤 심각하게 흘러가 미 규제기관들이 미국 시장 내에서 노보노르디스크의 인슐린 유통을 금지하는 방안을 고려하기에 이르렀다. 지금에 와서 뒤돌아보면 믿기지 않을 정도로 터무니없이 들리겠지만 당시 그 누구도 외블리센에게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보고하지 않았다. 당시 노보노르디스크에 경영 이사회에는 나쁜 소식을 전달하지 않는 조직 문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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