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rvard Business Review
편집자주
이 글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2013년 1-2월 호에 실린 킴벌린 레어리(Kimberlyn Leary), 줄리아나 필머(Julianna Pillemer), 마이클 윌러(Michael Wheeler)의 글 ‘Negotiating with Emotion'을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 2013 Harvard Business School Publishing Corp.
협상할 때 사람들은 상당히 감정적이다. 때로는 감정이 끓어 넘치기도 한다. 2011년 뉴욕 그리니치 빌리지(Greenwich Village) 내 300만 달러 규모의 브라운스톤 건물 매매는 판매자가 거래 성사 이틀 전 오래된 세탁기를 치워버린 데서 발생한 분쟁으로 거의 무산되다시피 했다. 건물 소유주 측 변호사인 스테판 라파엘(Stephan Raphael)은 <뉴욕타임스(New York Times)>와의 인터뷰에서 “구매자들은 가격을 높이고 많은 것을 양보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있던 상태였는데 이것이 결정타였다”고 했다.
거래를 마무리 짓는 단계에서도 판매자는 세탁기를 다시 돌려놓기를 거부했다. 구매자 중 한 명은 잔금을 치르기 위해 준비했던 수백만 달러짜리 수표를 찢어 불에 던져버리고 쿵쿵거리면서 방에서 나갔다. 판매자는 마침내 뜻을 굽혀 300달러만큼 가격을 낮추기로 했다. 중개인들은 화가 난 채 근처 바에서 술을 마시고 있던 구매자를 찾아냈다. 그들은 그를 달래 거래가 성사되도록 했다.
협상은 이보다 훨씬 더 격할 수 있다. 뉴욕의 한 중개인 펀 해먼드(Fern Hammond)는 몇 년 전 화가 난 한 여성이 집 열쇠 꾸러미를 한 남성의 얼굴에 있는 힘껏 집어 던지는 것을 봤다. “갑자기 방안 곳곳에 피가 가득했습니다.” 해먼드가 위의 <타임스> 기사에서 한 말이다. “모든 사람들이 계약서를 치우기 시작했죠.” 여성이 분노한 대상은 그녀의 남편이었다. 그녀는 남편이 자신의 생각보다 낮은 가격으로 집을 팔겠다고 한 사실에 분노했다.
어떤 사람들은 끓어오르지만 얼어붙는 사람들도 있다. 보스턴병원(Boston hospital) 응급실의 내과의사인 크리스 로빈스(Chris Robbins)를 보자. 로빈스는 밤낮으로 사람들의 목숨이 촌각을 다투는 상황에서 어려운 결정을 내린다. 그는 당신이 들것에 들려 병원에 도착했을 때 만났으면 하는 바로 그런 의사다. 차분하고 냉정하며 스트레스가 가득한 상황에서도 아주 침착하다.
그러나 그의 평정심도 협상 앞에서는 사라져버린다. 그는 대단히 뽑히기 어려운 임상 트레이닝 프로그램 자리를 얻어냈지만 이를 위해 필요한 2개월의 휴직을 요청하지 못해 곤란한 상황이었다. 그런 요청은 일반적이지 않았고 당시 인력을 충원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에 (휴직을 요청하는 것은) 응급실 팀에 충성심이 없는 것처럼 보일 수 있었다. 단지 반대에 부딪치는 상황을 예상하는 것만으로도 그는 위축됐고 결국 말조차 꺼내지 못했다.
로빈스와 같은 사람들은 사실 협상 테이블로 향하는 자체에 공포를 느낀다. 그들은 남을 압박하거나 혹은 자신이 압박당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라도 한다. 이런 사람들은 경쟁적이지도, 협조적이지도 않다. 심리학적 용어로는 회피자(avoider)라고 한다. 최소한의 욕구가 충족되기만 하면 그들은 자신과 다른 주장이나 스타일을 가진 사람들을 마주하는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기 위해 곧바로 서명한다. 그러나 그 대가는 아주 비싸다.
도널드 델(Donald Dell)의 사례를 보자. 그는 미국 스포츠 마케터 및 에이전트 분야의 선구자다. 델은 그의 책 <절대로 먼저 제시하지 마라(Never Make the First Offer)>에서 그가 막 이 분야에 진입했을 때 테니스 라켓 브랜드 ‘헤드(Head)’의 새로운 소유주와 가졌던 격렬한 협상에 대해 이야기한다. 헤드는 델의 스타 고객인 아서 애시(Arthur Ashe)와 계약을 맺고 U.S. 오픈과 윔블던 챔피언인 그에게 전체 판매액의 5%를 로열티로 지급하고 있었다. 새로운 소유주는 그 조항을 없애고 싶어 했고 델과 애시는 당연히 유지하고 싶었다.
델이 중역 임원진에게 한창 그의 주장을 펼치고 있을 때 문이 열리고 소유주가 난폭하게 들어왔다. “이런 제기랄!” 그가 소리쳤다. “이건 말도 안 돼. 그가 나보다 10배나 많은 돈을 받는군! 나는 이 회사 회장이라고!”
방에는 적막이 감돌았고 모든 시선은 델에게로 향했다. 그가 어떻게 반응할까? 굴복할까? 아니면 똑같이 맞받아쳐 거래를 망쳐버릴까? 짧은 침묵 후 델이 답했다. “하지만 피에르, 아서는 당신보다 훨씬 서브를 잘한다고요.” 긴장감은 사라졌고 사람들은 한 차례 웃고 나서 다시 논의를 진행했다. 그들은 로열티 지불 일정을 약간 수정했고 양측에 진정한 이익이 되는 관계를 지켜냈다.
델이 보여준 침착함은 거래가 성사되는 것과 교착상태가 어떻게 다른지를 의미할 수 있다. 이는 재빨리 농담을 하는 것보다 훨씬 더 고차원적인 것이다. 당신 주변의 모든 사람이 침착함을 잃어버리는 그 순간에도 냉정을 잃지 않는 능력이다. 연구자로서 (우리의 연구방식에 대해서는 아래에서 설명한다.) 우리는 델과 같은 협상가에게 매료되지만 크리스 로빈스나 남편에게 열쇠를 던져버린 여성에게도 흥미를 느낀다. 협상이 종종 불러오는 격한 감정을 다스리지 못하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에게 말이다.
협상 이론과 감정
최근까지 대부분의 협상 관련 서적에서는 감정을 – 그것이 뜨겁든 차갑든 간에 – 건설적인 합의에 이르는 데 장애물로 여겨왔다. 이 분야의 고전 ‘YES를 이끌어내는 협상법(Getting to Yes), 로저 피셔(Roger Fisher), 윌리엄 유리(William Ury), 부루스 패튼(Bruce Patton) 지음’은 독자들에게 “문제로부터 사람을 분리시키라”고 진심 어린 조언을 한다. 협상가들은 스타트랙(Star Trek)의 냉정하고 분석적인 스팍(Spock)과 같아야 하며 평범한 인간이 되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는 의미다.
철저한 준비는 당연히 중요하다. 큰 규모의 거래일수록 핵심적인 이해관계를 명확히 파악하고, 계약 체결 후 해지할 수 있는 옵션을 가늠해보고, 다른 협상 주체들이 그들의 선택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평가하는 일은 더욱 중요하다. 협상 테이블로 향하기 전에 숫자를 계산해보고 시장을 정찰하는 것도 아주 중요하다. 원하는 대로 풀리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차선책(plan B)을 만들어두는 것도 마찬가지다. 모든 것이 맞는 말이다.
그러나 이것은 단지 절반일 뿐이다. 사실 현실에서의 거래 성립이나 분쟁 해결에서는 감정이 중요하다. 당면한 상황에 적응하고 다른 이들과 성공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으려면 감정을 이해하고 그것과 소통하며 그것에서 배워야 한다. 이는 협상을 할 때 감정적으로도 준비가 돼야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될 것이라고 예상될 때도 그렇다. 긴장과 사소한 분노가 수면 아래 숨어 있을 수 있다. 그것이 곪아 터지게 두거나 의도치 않게 상대방을 괴롭힌다면 대화는 궤도를 이탈할 수 있다. 또한 감정이 끓기 시작하는 때를 감지해 신경이 날카로워지거나 무시하거나 또는 ‘헤드의 회장처럼’ 폭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YES< SPAN><YES를 이끌어내는 협상법>의 공저자들은 각각 다음 책에서 감정의 특정한 측면들을 다뤘다. (‘더 읽을 거리’를 참고하라.) 이 책들은 협상이 단순히 냉정한 계산의 문제일 뿐이라는 관념을 넘어 한걸음 더 나아간다. 사람들이 관심을 기울이는 모든 것 - 단순한 성과뿐 아니라 존중과 권력, 정체성까지 - 은 격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데 관련이 있다. 따라서 문제로부터 사람을 분리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협상 이론은 아직 의사결정과 창의성, 관계 형성 – 합의에 도달하는 데 중요한 요소들 – 에서 감정의 긍정적인 역할에 대해 신경과학이나 심리학의 발전을 완벽히 따라잡지는 못했다. 예를 들어 신경과학자인 안토니오 다마지오(Antonio Damasio)는 감정을 담당하는 우뇌에 손상을 입은 사람들이 의사결정에 심각한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을 보여줬다. 무엇이 중요한지, 무엇을 얻고 지키고자 하는지를 알려주고 상황을 전체적으로 볼 수 있게 하며 세부사항에 말려들지 않도록 해주는 것이 감정이기 때문이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테레사 아마빌레(Teresa Amabile)와 그의 동료 연구자 스티븐 크레이머(Steven Kramer)는 최근 연구에서 감정과 창의성 간의 밀접한 연관을 연구했다. 그들은 7개 기업 내 238명의 직원들이 제공한 1만2000건에 달하는 일기 내용을 분석하고 직장에서의 긍정적인 도전이나 행복한 감정이 생산성과 창의성을 동시에 증가시킨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아마빌레와 크레이머가 <진보 원칙(The Progress Principle)>에서 설명한 것처럼 이 효과는 스스로를 더욱 강화한다. 긍정적인 감정이 창의성을 증가시키고 그 창의성은 다시 팀이나 조직에서 긍정적인 감정을 끌어낼 수 있다. 창의성은 특히 교착상태에 처한 협상에서 중요하다.
관계 형성의 대부분은 비언어적이고 비합리적인 차원에서 일어난다. MIT 미디어 랩의 알렉스 (샌디) 펜트랜드(Alex (Sandy) Pentland) 연구팀은 대인관계 역학을 측정하는 스마트폰 크기의 소시오미터(sociometer)를 개발했다. 이 기기에는 마이크가 장착돼 있지만 대화를 녹음하지는 않는다. 대신 발언의 크기와 높이, 속도를 기록한다. 또한 가속도계가 있어 신체의 움직임을 추적하고(신체적 에너지를 측정), 적외선 빔으로 두 사람이 서로를 마주 보고 있는지 추적한다.
소시오미터의 결과는 다양한 선들이 마루와 골을 그려 마치 심박동 곡선처럼 보인다. 만일 두 사람의 기록이 가지런하고 균형 잡혀 있다면 연구자들은 그 두 사람이 관계를 원만하게 맺어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펜트랜드와 그의 MIT 경영대학원 동료 자레드 커핸(Jared Curhan)은 가상 협상을 진행하는 피실험자 몇 쌍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대화는 한마디도 듣지 않고 오직 피실험자들 간의 처음 몇 분 동안의 교류만 보고도 그들은 최종 합의에 이르게 되는 팀과 그중에서도 어떤 팀이 창의성을 발휘해 전체 파이를 키울지를 상당히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었다.
이 실험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능력 있는 관리자나 높은 성과를 내는 팀원, 노련한 협상가가 되기 위해서는 자신의 감정을 조율하고 다른 사람의 감정에 긍정적으로 공감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이 같은 통찰은 감성지능 분야 연구의 많은 부분은 주도했다. 15년 전에는 새로웠던 이 콘셉트가 오늘날 친숙한 것은 상당 부분이 심리학자 대니얼 골먼(Danial Goleman) 덕분이다. 이 주제에 대한 그의 유명한 저서들은 예일대의 피터 살로베이(Peter Salovey)와 뉴햄프셔대의 존 메이어(John D. Mayer)의 연구에 상당히 의존한다. 또 ‘자신과 타인의 기분과 감정을 관찰하고 구별하며 그 정보를 통해 자신의 생각과 행동을 이끌어낼 수 있는 능력’이라는 감성지능에 대한 그들의 정의를 근간으로 삼았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감성지능이 발달한 사람들은 아래와 같은 능력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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