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이 글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2012년 9월 호에 실린 드웨인 스프래들린(Dweyne Spradlin)의 글 ‘Are you solving the right problem?’을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 2012 Harvard Business School Publishing Corp
“내게 세상을 구할 시간이 한 시간 주어진다면 59분은 지구가 풀어야 할 과제를 파악하는 데 쓰고 나머지 1분은 그것을 해결하는 데 쓰겠다.” 앨버트 아인슈타인은 이렇게 말했다. 참 현명한 말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조직은 혁신 업무를 수행할 때 이 말대로 하지 않는다. 실제로 새로운 제품이나 프로세스, 신사업을 개발할 때 대부분의 기업은 해결하려는 문제가 무엇인지 정의하고 그 문제가 왜 중요한지 분명히 하는 데 그다지 철저하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기회를 놓치고 자원을 낭비하고 전략에 맞지 않는 방향으로 과제를 추구하는 결과가 발생한다. 프로젝트를 한참 진행하고 나서야 다른 방향으로 갔어야 했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가 얼마나 많은가? 혁신을 통해 획기적인 결과가 나오기는 했지만 실행이 불가능하거나 전혀 엉뚱한 문제에 대한 답이라는 것이 밝혀질 때는 또 얼마나 많은가? 문제를 올바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올바른 질문부터 던질 수 있어야 한다.
나는 어떤 조직에든 적용이 가능한 문제 정의 프로세스를 알려주려고 한다. 우리 회사, 이노센티브는 이 프로세스를 사용해서 100개 이상 기업과 공공기관, 재단 등이 혁신의 질과 효율성을 높일 수 있도록 했다. 성과가 높아졌음은 당연한 결과다. ‘도전 중심적 혁신’이라는 이름의 이 프로세스를 통해 고객사들은 스스로의 비즈니스와 기술, 소셜, 정책 이슈들을 정의하고 혁신 마켓인 이노센티브닷컴(InnoCentive.com)에 등록된 25만 명의 해결사들에게 도전과제로 제시했다. 이 해결사들은 200여 개 국 출신으로 과학자, 엔지니어 등 전문가들로 구성돼 있다. 성공한 해결사들은 5000달러에서 100만 달러를 받는다.
이 프로세스는 10년도 더 전에 시작됐다. 이후 우리는 2000개 이상의 문제를 다뤘고 그 중 절반 이상을 해결했다. 대부분 기업들이 스스로 해결할 때보다 성공률이 훨씬 높다. 성공률은 2006년 34%, 2009년 39%, 2011년 57%를 기록하며 가파르게 상승했다. 제기하는 문제와 해결사들의 수준이 모두 높아진 결과다. 흥미로운 것은 해결되지 못한 문제들도 많은 고객사에 매우 가치가 있다는 사실이다. 이를 통해 그들은 실패로 끝날 프로그램을 조기에 취소하고 자원을 재배치할 수 있었다.
초기에는 매우 구체적인 기술 문제에 집중했지만 이후 문제의 범위가 넓어졌다. 기초적인 R&D와 제품 개발부터 우주 비행사의 건강과 안전, 개발도상국의 은행 서비스 등 거의 모든 분야가 다뤄진다. 우리는 이제 문제를 철저히 정의하는 것이 올바른 해결책을 찾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점을 안다. 그리고 대부분 기업들이 문제를 분명하고 간결하게 정의하는 데 익숙하지 않다는 것을 봐왔다. 대다수 기업들은 미션과 전략을 수행할 때 어떤 점이 중요한지 파악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는다.
사실 많은 고객사들은 우리와 일하면서 자신들이 올바른 문제를 다루고 있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점을 깨닫는다. 생산기기에 맞는 윤활유를 찾으려고 했던 기업을 예로 들어보자. 문제 해결에 앞서 다음과 같은 대화가 오간다.
이노센티브 직원: 왜 윤활유가 필요하신가요?
고객사 엔지니어: 우리 기계로 원래 용도 아닌 다른 일을 해보려고 하는데 그렇게 작동하게 하려면 특별한 윤활유가 필요합니다.
이노센티브 직원: 그럼 기계를 바꿀 생각은 없나요?
고객사 엔지니어: 우리 필요에 딱 맞는 기계를 만드는 곳이 없거든요.
질문이 점점 심화된다. 이 회사는 윤활유가 필요한 걸까, 아니면 제품을 생산할 새로운 방법이 필요한 걸까. 제조 프로세스를 다시 생각해보면 경쟁우위를 만들어내는 새로운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문제의 근원에 도달할 때까지 질문을 계속 던지는 것은 도요타에서 개발하고 식스시그마에서 사용되는 ‘Five Ways’ 문제해결법에서 나온 방법이다.)
위의 예는 우리가 본 많은 사례와 비슷하다. 어느 기업의 핵심에 있는 직원이 매우 구체적이면서 단기적인 문제를 해결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하자. 하지만 문제를 다각도로 이해하기 위한 프로세스를 철저하게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경영진은 내재된 전략 이슈를 다룰 기회를 놓친다. 스테판 톰크와 도널드 라이너슨이 ‘프로젝트를 일찍 시작할수록 일찍 끝난다’의 오류로 지적한 대로 상황은 점점 악화된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방식은 처음부터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고 그것의 중요성을 깊이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방식에 비해 시간과 돈이 더 들고 성공 확률이 낮다. 이를 염두에 두고 우리는 문제를 정의하고 분명히 하는 4단계 프로세스를 개발했고 고객사들과 함께 다듬었다. 이는 일련의 질문을 던지고 답변을 통해 문제를 서술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 프로세스는 두 가지 면에서 중요하다. 우선 문제 자체는 물론 회사가 그것을 왜 해결해야 하는지, 자원은 어느 정도 받을 수 있는지 등을 조직이 함께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중요한 문제 해결에 자원을 너무 적게 배정하고 우선순위가 떨어지거나 처음부터 잘못 정의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너무 많은 자원을 배정할 수 있다. 이를 막으려면 해결책에 가치를 부여해봐야 한다. 조직은 가치가 적거나 분명하지 않은 과제보다는 1억 달러 정도의 시장가치가 있는 노력에 자원을 더 투자해야 한다. 둘째, 프로세스를 통해 다양한 분야의 안팎 전문가들에게 문제 해결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서 문제 해결책을 찾는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이 프로세스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설명하기 위해 NGO인 릴리프인터내셔널(Relief International) 산하의 엔터프라이즈 웍스/VITA(EnterpriseWorks/VITA)가 맡은 깨끗한 음용수 공급을 늘리는 과제를 예로 들어보겠다. EWV는 기업가들이 지속가능한 사업을 시작할 수 있도록 도와서 개발도상국의 경제성장을 유도하고 삶의 수준을 향상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들은 기술책임자인 존 노글을 이 과제의 ‘문제 해결사’로 정했다. 이런 역할을 맡는 사람은 이 분야를 깊이 이해하고 프로그램 실행력이 있어야 한다. 프로그램을 끌고 갈 권위와 책임감, 자원을 가진 검증된 리더여야 한다. 규모가 크고 더 전략적 역할이 필요한 과제에서는 더욱 그렇다. 동부 및 서부 아프리카, 카리브해 연안 등에서 25년 이상 농촌 개발 경험을 가진 엔지니어 노글은 이 과제에 딱 맞는 사람이었다. 그는 지역시장 여건과 가능한 자원, 음용수 공급과 관련된 주요 이슈들을 이해하는 전문가들의 지원을 받고 있었다.
1단계 해결책이 필요한 이유를 명확히 한다
1단계의 목적은 문제를 가능한 한 가장 간단한 용어로 표현하는 것이다. “우리는 W로 측정된 Z를 얻기 위해 X를 찾고 있다.” 이처럼 엘리베이터 피치(elevator pitch)와 유사한 서술은 이슈의 중요성을 명확히 해주고 해결에 필요한 자원을 얻도록 돕는다. 1단계는 다음 세 가지 질문에 답을 해준다.
기본적인 니즈가 무엇인가? 이것은 본질적인 문제를 명확하고 간결하게 표현한 것이다. 이 단계에서는 해결책으로 성급하게 넘어가는 대신 문제의 본질에 있는 니즈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범위도 정해야 한다. 기계 윤활유를 찾는 것은 새로운 제조 프로세스를 찾는 것과는 다르다. EWV가 확인한 기본적인 니즈는 깨끗한 식수를 얻을 수 없는 전 세계 11억 명에게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었다. 이는 강수량이 풍부하지만 물을 효과적으로 모으고 보관하고 배분하지 못하는 지역에서도 시급한 문제다.
원하는 결과는 무엇인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고객과 다른 수혜자들의 관점을 이해해야 한다. (Five Whys 방식이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 특정한 솔루션이나 접근법을 선호하고 싶은 유혹을 피해라. 이 질문은 가능하다면 질적이고 양적으로 다뤄져야 한다. “2020년까지 연료 효율을 100mpg까지 높인다”처럼 높지만 구체적인 목표가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노글과 그의 팀은 결과물이 물에 대한 접근 이상을 담아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접근이 편리해야 한다는 점이다. 우간다 같은 나라에서 여자들과 아이들은 종종 계곡에서 물을 길어 오기 위해 먼 거리를 걷고 마을까지 언덕을 올라와야 한다. EWV가 원하는 결과는 시간과 에너지를 너무 많이 소모할 필요 없이 일상생활에 필요한 물을 얻는 것이었다.
누가 이익을 볼 것 같고 왜 그런가? 이 질문에 답을 하려면 조직은 모든 잠재적 고객 및 수혜자를 파악해야 한다. 윤활유 문제 해결이 엔지니어를 위한 것인지 아니면 제조책임자를 위한 것인지 이 단계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성공의 정의도 매우 달라질 수 있다.
이 문제를 생각해보면서 EWV는 지역 및 국가뿐 아니라 개인과 가족에게도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물을 길러 다녀오는 데 시간이 덜 들면 여자들은 그 시간을 밭에서 일하거나 다른 직장에 다니는 데 사용해서 수입을 늘릴 수 있다. 어린이들은 학교에 다닐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지역과 국가도 교육 및 생산성 향상의 혜택을 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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