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엉뚱한 문제에 정력 쏟고 있진 않은가?

132호 (2013년 7월 Issue 1)

 

 

 

편집자주

이 글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2012 9월 호에 실린 드웨인 스프래들린(Dweyne Spradlin)의 글 ‘Are you solving the right problem?’을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2012 Harvard Business School Publishing Corp

 

 

“내게 세상을 구할 시간이 한 시간 주어진다면 59분은 지구가 풀어야 할 과제를 파악하는 데 쓰고 나머지 1분은 그것을 해결하는 데 쓰겠다.” 앨버트 아인슈타인은 이렇게 말했다. 참 현명한 말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조직은 혁신 업무를 수행할 때 이 말대로 하지 않는다. 실제로 새로운 제품이나 프로세스, 신사업을 개발할 때 대부분의 기업은 해결하려는 문제가 무엇인지 정의하고 그 문제가 왜 중요한지 분명히 하는 데 그다지 철저하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기회를 놓치고 자원을 낭비하고 전략에 맞지 않는 방향으로 과제를 추구하는 결과가 발생한다. 프로젝트를 한참 진행하고 나서야 다른 방향으로 갔어야 했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가 얼마나 많은가? 혁신을 통해 획기적인 결과가 나오기는 했지만 실행이 불가능하거나 전혀 엉뚱한 문제에 대한 답이라는 것이 밝혀질 때는 또 얼마나 많은가? 문제를 올바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올바른 질문부터 던질 수 있어야 한다.

 

나는 어떤 조직에든 적용이 가능한 문제 정의 프로세스를 알려주려고 한다. 우리 회사, 이노센티브는 이 프로세스를 사용해서 100개 이상 기업과 공공기관, 재단 등이 혁신의 질과 효율성을 높일 수 있도록 했다. 성과가 높아졌음은 당연한 결과다. ‘도전 중심적 혁신이라는 이름의 이 프로세스를 통해 고객사들은 스스로의 비즈니스와 기술, 소셜, 정책 이슈들을 정의하고 혁신 마켓인 이노센티브닷컴(InnoCentive.com)에 등록된 25만 명의 해결사들에게 도전과제로 제시했다. 이 해결사들은 200여 개 국 출신으로 과학자, 엔지니어 등 전문가들로 구성돼 있다. 성공한 해결사들은 5000달러에서 100만 달러를 받는다.

 

 

이 프로세스는 10년도 더 전에 시작됐다. 이후 우리는 2000개 이상의 문제를 다뤘고 그 중 절반 이상을 해결했다. 대부분 기업들이 스스로 해결할 때보다 성공률이 훨씬 높다. 성공률은 2006 34%, 2009 39%, 2011 57%를 기록하며 가파르게 상승했다. 제기하는 문제와 해결사들의 수준이 모두 높아진 결과다. 흥미로운 것은 해결되지 못한 문제들도 많은 고객사에 매우 가치가 있다는 사실이다. 이를 통해 그들은 실패로 끝날 프로그램을 조기에 취소하고 자원을 재배치할 수 있었다.

 

초기에는 매우 구체적인 기술 문제에 집중했지만 이후 문제의 범위가 넓어졌다. 기초적인 R&D와 제품 개발부터 우주 비행사의 건강과 안전, 개발도상국의 은행 서비스 등 거의 모든 분야가 다뤄진다. 우리는 이제 문제를 철저히 정의하는 것이 올바른 해결책을 찾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점을 안다. 그리고 대부분 기업들이 문제를 분명하고 간결하게 정의하는 데 익숙하지 않다는 것을 봐왔다. 대다수 기업들은 미션과 전략을 수행할 때 어떤 점이 중요한지 파악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는다.

 

사실 많은 고객사들은 우리와 일하면서 자신들이 올바른 문제를 다루고 있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점을 깨닫는다. 생산기기에 맞는 윤활유를 찾으려고 했던 기업을 예로 들어보자. 문제 해결에 앞서 다음과 같은 대화가 오간다.

 

이노센티브 직원: 왜 윤활유가 필요하신가요?

고객사 엔지니어: 우리 기계로 원래 용도 아닌 다른 일을 해보려고 하는데 그렇게 작동하게 하려면 특별한 윤활유가 필요합니다.

이노센티브 직원: 그럼 기계를 바꿀 생각은 없나요?

고객사 엔지니어: 우리 필요에 딱 맞는 기계를 만드는 곳이 없거든요.

 

질문이 점점 심화된다. 이 회사는 윤활유가 필요한 걸까, 아니면 제품을 생산할 새로운 방법이 필요한 걸까. 제조 프로세스를 다시 생각해보면 경쟁우위를 만들어내는 새로운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문제의 근원에 도달할 때까지 질문을 계속 던지는 것은 도요타에서 개발하고 식스시그마에서 사용되는 ‘Five Ways’ 문제해결법에서 나온 방법이다.)

 

위의 예는 우리가 본 많은 사례와 비슷하다. 어느 기업의 핵심에 있는 직원이 매우 구체적이면서 단기적인 문제를 해결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하자. 하지만 문제를 다각도로 이해하기 위한 프로세스를 철저하게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경영진은 내재된 전략 이슈를 다룰 기회를 놓친다. 스테판 톰크와 도널드 라이너슨이프로젝트를 일찍 시작할수록 일찍 끝난다의 오류로 지적한 대로 상황은 점점 악화된다.( 2012 5제품 개발의 여섯 가지 신화참조.) 문제를 정의하는 데 시간을 너무 많이 들이면 일을 시작하는 데 시간을 오래 끌었다고 지적당할 수 있다는 걱정 때문에 해당 직원은 성급하게 해결책 찾기에 나선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방식은 처음부터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고 그것의 중요성을 깊이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방식에 비해 시간과 돈이 더 들고 성공 확률이 낮다. 이를 염두에 두고 우리는 문제를 정의하고 분명히 하는 4단계 프로세스를 개발했고 고객사들과 함께 다듬었다. 이는 일련의 질문을 던지고 답변을 통해 문제를 서술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 프로세스는 두 가지 면에서 중요하다. 우선 문제 자체는 물론 회사가 그것을 왜 해결해야 하는지, 자원은 어느 정도 받을 수 있는지 등을 조직이 함께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중요한 문제 해결에 자원을 너무 적게 배정하고 우선순위가 떨어지거나 처음부터 잘못 정의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너무 많은 자원을 배정할 수 있다. 이를 막으려면 해결책에 가치를 부여해봐야 한다. 조직은 가치가 적거나 분명하지 않은 과제보다는 1억 달러 정도의 시장가치가 있는 노력에 자원을 더 투자해야 한다. 둘째, 프로세스를 통해 다양한 분야의 안팎 전문가들에게 문제 해결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서 문제 해결책을 찾는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이 프로세스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설명하기 위해 NGO인 릴리프인터내셔널(Relief International) 산하의 엔터프라이즈 웍스/VITA(EnterpriseWorks/VITA)가 맡은 깨끗한 음용수 공급을 늘리는 과제를 예로 들어보겠다. EWV는 기업가들이 지속가능한 사업을 시작할 수 있도록 도와서 개발도상국의 경제성장을 유도하고 삶의 수준을 향상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들은 기술책임자인 존 노글을 이 과제의문제 해결사로 정했다. 이런 역할을 맡는 사람은 이 분야를 깊이 이해하고 프로그램 실행력이 있어야 한다. 프로그램을 끌고 갈 권위와 책임감, 자원을 가진 검증된 리더여야 한다. 규모가 크고 더 전략적 역할이 필요한 과제에서는 더욱 그렇다. 동부 및 서부 아프리카, 카리브해 연안 등에서 25년 이상 농촌 개발 경험을 가진 엔지니어 노글은 이 과제에 딱 맞는 사람이었다. 그는 지역시장 여건과 가능한 자원, 음용수 공급과 관련된 주요 이슈들을 이해하는 전문가들의 지원을 받고 있었다.

 

 

1단계 해결책이 필요한 이유를 명확히 한다

1단계의 목적은 문제를 가능한 한 가장 간단한 용어로 표현하는 것이다. “우리는 W로 측정된 Z를 얻기 위해 X를 찾고 있다.” 이처럼 엘리베이터 피치(elevator pitch)와 유사한 서술은 이슈의 중요성을 명확히 해주고 해결에 필요한 자원을 얻도록 돕는다. 1단계는 다음 세 가지 질문에 답을 해준다.

 

기본적인 니즈가 무엇인가? 이것은 본질적인 문제를 명확하고 간결하게 표현한 것이다. 이 단계에서는 해결책으로 성급하게 넘어가는 대신 문제의 본질에 있는 니즈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범위도 정해야 한다. 기계 윤활유를 찾는 것은 새로운 제조 프로세스를 찾는 것과는 다르다. EWV가 확인한 기본적인 니즈는 깨끗한 식수를 얻을 수 없는 전 세계 11억 명에게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었다. 이는 강수량이 풍부하지만 물을 효과적으로 모으고 보관하고 배분하지 못하는 지역에서도 시급한 문제다.

 

원하는 결과는 무엇인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고객과 다른 수혜자들의 관점을 이해해야 한다. (Five Whys 방식이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 특정한 솔루션이나 접근법을 선호하고 싶은 유혹을 피해라. 이 질문은 가능하다면 질적이고 양적으로 다뤄져야 한다. “2020년까지 연료 효율을 100mpg까지 높인다처럼 높지만 구체적인 목표가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노글과 그의 팀은 결과물이 물에 대한 접근 이상을 담아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접근이 편리해야 한다는 점이다. 우간다 같은 나라에서 여자들과 아이들은 종종 계곡에서 물을 길어 오기 위해 먼 거리를 걷고 마을까지 언덕을 올라와야 한다. EWV가 원하는 결과는 시간과 에너지를 너무 많이 소모할 필요 없이 일상생활에 필요한 물을 얻는 것이었다.

 

누가 이익을 볼 것 같고 왜 그런가? 이 질문에 답을 하려면 조직은 모든 잠재적 고객 및 수혜자를 파악해야 한다. 윤활유 문제 해결이 엔지니어를 위한 것인지 아니면 제조책임자를 위한 것인지 이 단계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성공의 정의도 매우 달라질 수 있다.

 

이 문제를 생각해보면서 EWV는 지역 및 국가뿐 아니라 개인과 가족에게도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물을 길러 다녀오는 데 시간이 덜 들면 여자들은 그 시간을 밭에서 일하거나 다른 직장에 다니는 데 사용해서 수입을 늘릴 수 있다. 어린이들은 학교에 다닐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지역과 국가도 교육 및 생산성 향상의 혜택을 보게 될 것이다.

 

 

 

 

 

 

2단계 니즈를 정당화한다

2단계 질문의 목적은 문제 해결이 왜 필요한지를 설명하기 위함이다.

 

노력이 전략에 부합하는가? 다시 말해 니즈를 충족시키는 것이 회사의 전략적 목표에도 맞는 것인가? 기업이 전략이나 미션과 맞지 않는 문제 해결에 힘쓰는 것은 드물지 않은 일이다. 그럴 때는 노력(그리고 아마도 과제 전체)을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EWV는 깨끗한 식수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조직 미션을 충족하려면 경제 개발과 지역 기업을 위한 기회까지 포함하는 솔루션이어야 했다.

 

문제가 회사의 우선순위에 부합하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EWV의 다른 프로젝트에는 취사용 곤로나 페달식 양수기 같은 저렴한 제품을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 포함돼 있었으므로 음용 식수 프로젝트는 적절한 프로젝트였다.

 

회사에 어떤 이득이 있으며 그것은 어떻게 측정되는가? 영리기업이 원하는 결과는 목표수익 달성, 특정 시장점유율 도달, 특정한 분기의 실적 향상 등이 될 수 있다. EWV는 민간 기업들에 기술을 이전해서 전 세계 빈민을 도와주는 리더가 되겠다는 목표를 달성하고 싶었다. 이 이득은 시장에 대한 영향력으로 측정할 수 있을 것이다. 얼마나 많은 소비자가 솔루션에 돈을 지불하고 있는가? 그들의 삶에는 어떻게 영향을 주고 있는가? 판매와 설치가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는가? 잠재적인 이득을 감안할 때 이 프로젝트를 우선순위에 둘 만하다고 EWV는 판단했다.

 

솔루션 실행을 보장할 방법은? 솔루션을 찾았다고 가정해보자. 조직의 어떤 사람들이 실행을 책임질 것이다. 새로운 제조 기술을 설치하든, 신사업을 시작하든, 제품 혁신을 상업화하든 책임자가 정해진다. 물론 그 사람이 문제 해결사일수도 있다. 하지만 기존 부서나 다기능 팀 또는 새로운 부서의 관리자가 해결사일 수도 있다.

 

EWV에서 존 노글은 솔루션을 실행할 책임도 맡았다. 그는 기술적 능력을 갖고 있었고 비슷한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실행한 전력이 있었다. 예를 들어 그는 니제르에서 EWV의 국가 책임자로 일하며 소규모 민간 관개 사업을 촉진하기 위한 월드뱅크 시범 사업의 일부를 담당했다. 그가 맡은 프로젝트는 민간 기업을 끌어들여 페달식 펌프와 손으로 판 우물을 제조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이 단계에서는 솔루션에 들어갈지 모르는 자원에 대해 조직의 고위급과 대화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제 겨우 문제를 정의하는 단계고 솔루션의 범위는 넓을 수 있으므로 이르다고 느낄지 모른다. 하지만 조직이 솔루션을 평가하고 그중 가장 좋은 것을 실행하는 데 어떤 자원을 투자할 수 있는지 알아보는 것은 아무리 빨리 시작해도 지나치지 않다. 시작할 때부터 어떤 솔루션 실행에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비용이 많이 들 것이라고 짐작될 때가 있다. 그럴 때는 필요한 비용과 인력의 대략적인 예상치를 알리고 회사가 그것을 계속 추진할 의사가 있다는 것을 분명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과정을 거쳐서 자원조달 이슈가 문제 정의에 포함돼야 한다. EWV는 음용수 프로젝트 초기에 연구 및 솔루션 후보군 테스트에 얼마나 많은 자원을 투입할지 한도를 정해놓았다.

 

솔루션에 대한 니즈 및 그것이 조직에 갖는 중요성을 파악했다면 이제는 문제를 상세하게 정의해야 할 때다. 문제 해결에 필요한 정보를 모두 수집했다는 것을 확실히 하기 위해 이 과정은 꼼꼼해야 한다.

 

 

3단계 문제를 맥락화한다

솔루션을 찾기 위한 기존 노력들을 점검하면 시간과 자원을 절약하고 혁신적인 사고를 할 수 있다. 문제가 산업 전반에 걸친 것이라면 시장이 그것을 왜 해결하지 못했는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떤 접근법을 시도해봤는가? 여기서 목적은 조직에 이미 존재할지도 모르는 솔루션을 찾아보고 버려진 솔루션을 되돌아보는 것이다. 이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쓸데없이 시간을 낭비하거나 막다른 골목으로 가는 것을 피할 수 있다.

 

깨끗한 물에 대한 접근을 넓히기 위한 EWV의 과거 노력 중에는 손으로 파는 우물부터 가정용 물을 위한 필터까지 포함돼 있었다. 다른 모든 프로젝트에서와 마찬가지로 EWV는 저소득 소비자들이 구매할 수 있고 가능하다면 지역 기업가들이 만들어 서비스할 수 있는 제품들을 찾아냈다. 하지만 노글과 그의 팀이 기존 노력들을 다시 살펴보니 이런 솔루션은 지표수나 지하수 등 수원이 집과 가까울 때만 가능했다. 그래서 그들은 세계 어디에서나 접할 수 있는 빗물을 더 많은 사람들이 다가갈 수 있는 수원으로 주목했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빗물 채집이라는 개념에 주목했다. 노글은빗물은 최종 사용자에게 직접 도달합니다. 수도 파이프가 없어도 수도만큼이나 가까이 있지요.”

 

다른 기업들은 어떤 시도를 해봤는가? EWV는 기존에 행해진 빗물 채집 시도들을 조사하기 위해 현장을 다섯 차례 연구했다. 어떤 기술이 사용되고, 어떤 것이 효과가 있고, 또 없으며, 솔루션의 사용을 막거나 촉진하는 것은 무엇인지, 비용은 얼마나 들고 정부는 어떤 역할을 하는지 등을 20개 국에서 설문조사했다.

 

노글은우리가 설문조사에서 알게 된 중요한 사실은 대부분 집은 지붕이 딱딱하기 때문에 빗물 채집면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문제는 보관 비용이 되지요.”

 

해결해야 할 문제는 바로 이것이었다. EWV는 콘크리트 탱크 같은 기존의 빗물 저장 방식은 개발도상국의 저소득 가정에 너무 비싸기 때문에 여러 가정이 저장 탱크를 공유하고 있다는 점을 알게 됐다. 하지만 공동 시설에는 주인이 없기 때문에 이 탱크는 자주 황폐해졌다. 노글과 그의 팀은 저렴한 가정 빗물 저장 도구를 만든다는 개념으로 문제를 압축했다.

 

기존 솔루션을 연구하다 보니 언뜻 유망해 보이는 방법이 나타났다. 어른 키 높이만 하고 폭은 세 배나 되는 525갤론짜리 그릇에 빗물을 담는 것이다. 태국에서는 지난 5년간 이런 그릇이 500만 개나 사용됐다. 추가로 조사를 해보니 이 그릇들은 시멘트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게다가 태국은 도로 사정이 좋아서 이런 그릇을 한곳에서 만들어 트럭에서 싣고 전국으로 실어 보낼 수가 있었다. 시멘트도 없고 도로 사정도 안 좋은 곳에서는 이 솔루션이 통할 수 없었다. 실제로 우간다 마을 사람들과 인터뷰한 결과, EWV 50갤론밖에 못 담는 폴리에틸렌 물통도 운반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됐다. 도로가 없는 곳에서 물을 운반하려면 저장 용기가 충분히 가벼워야 한다는 점이 분명해졌다.

 

솔루션을 실행할 때 내외적 제약은 무엇인가? 어떤 것을 성취하고 싶은지 정리됐다면 이제는 자원 및 조직의 투입 문제를 돌아볼 때다. 솔루션 후보군을 요청하고 평가하기 위한 지원을 받을 수 있는가? 가장 유망한 것을 실행하기 위해 돈과 인력을 얻을 수 있다는 확신이 있는가?

 

외부 제약을 평가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특허나 지적재산권과 관련된 문제는 없는지, 고려해야 할 법이나 규제는 없는지 파악하는 과정이다. 이런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나 전문가들과 상담해야 할지도 모른다.

 

EWV는 외부 제약을 살펴보기 위해 빗물 저장에 대한 정부 정책을 검토했다. 노글과 그의 팀은 케냐, 탄자니아, 우간다, 베트남 정부가 이 아이디어를 지지한다는 것을 알았다. 가장 강한 지지자는 우간다의 수자원 환경장관인 마리아 무타감바였다. 그래서 EWV는 저장 솔루션을 우간다에서 실험해보기로 했다.

 

 

4단계 문제를 서술한다

이제는 해결하려는 문제와 솔루션이 충족해야 할 사항들을 문장으로 기술해보는 단계다. 문제 서술은 이전 단계들에서 질문에 답하며 알게 된 모든 사항을 포함한다. 가능한 솔루션이 무엇이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어떤 자원이 필요한지 컨센서스를 이루도록 도와준다.

 

완전하고 분명한 서술은 조직 내외부의 사람들이 그 문제를 빨리 파악하도록 도와주기도 한다. 이는 특히 업계의 복잡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종종 다른 분야 전문가들로부터 나오기 때문에 중요하다. (2007 5 ‘R&D퍼즐을 풀기 위한 유주얼 서스펙트참조.) 예를 들어 북극 및 아북극 해수에 유출된 끈적끈적한 기름을 채집선에서 처리 탱크까지 옮기는 방법은 시멘트 업계의 화학자로부터 나왔다. 그는 오일 스필 리커버리 인스티튜트(Oil Spill Recovery Institute)가 이 문제를 정유업계 전문용어가 아닌 용어로 서술해놓은 것을 보고 응답했다. 덕분에 정유 엔지니어들을 수년간 쩔쩔매게 한 과제를 수개월 만에 해결할 수 있었다. (문제 기술 전문을 보려면 hbr.org/problem-statement1을 방문하라.)

 

다음 질문들은 문제를 좀 더 잘 서술할 수 있도록 돕는다.

 

문제가 실제로 여러 가지인가? 근원을 파고 들어가 보자는 것이다. 복잡하고 보기에는 답이 없어 보이는 문제들도 별개의 요소들로 분해해보면 훨씬 접근이 쉬워진다.

 

EWV가 문제를 분해해보니 물 저장기기는 각 가정이 구입할 수 있되 도로 사정이 안 좋은 곳에서도 쉽게 운반할 수 있을 만큼 가볍고 유지하기 쉬운 솔루션이어야 했다.

 

솔루션이 충족해야 할 사항은? EWV는 우간다의 잠재 고객들을 대상으로 광범위하게 설문조사를 했다. 이를 통해 솔루션이 필수로 갖춰야 할 요건과 갖추면 좋을 요건들을 파악했다. (‘성공적인 솔루션의 요소참조) 솔루션이 새로운 기기인지, 아니면 기존 기기의 변형인지는 EWV에 중요하지 않았다. 솔루션이 대량 생산 가능한 것이어야 한다는 법도 없었다. 지역의 소기업이 생산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빗물 채집 전문가들은 노글과 그의 팀에 목표가격인 20달러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보조금이 필요하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보조금을 받는 제품은 EWV의 전략과 철학에 맞지 않았다.

 

 

 

 

어떤 해결사에게 맡겨야 하는가? 전문가들에게서 20달러짜리 솔루션을 찾던 EWV는 다른 분야 전문가들을 가능한 많이 포함시켜야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바로 그 시점에 EWV는 이노센티브와 우리의 25만 명 해결사 네트워크를 이용하기로 했다.

 

문제 서술문은 어떤 정보와 언어를 포함해야 하는가? 다양한 분야의 많은 해결사들을 불러들이기 위해서 문제 서술문은 극도로 구체적이지만 불필요하게 기술적이지는 않아야 한다는 두 개의 목표를 충족시켜야 한다. 업계 전문용어를 포함하거나 특정 분야의 지식을 당연한 것으로 가정해서는 안 된다. 기존 해결 시도들의 요약과 세부적인 요구사항들도 포함하는 것이 좋다.

 

이런 기준에 맞춰 노글과 그의 팀은 문제 서술문을 만들었다. (다음은 요약문이며 전문은 hbr.org/problem-statement2에서 볼 수 있다.)

 

EnterpriseWorks는 개발도상국 가정에 설치할 수 있는 저비용 빗물 저장 시스템의 디자인 아이디어를 찾고 있습니다. 이 솔루션은 가정에서 쉽게 깨끗한 물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해서 가난한 지역이나 시골에 사는 전 세계 수백만 명이 겪고 있는 문제를 해결할 것입니다. 가정 내 빗물 채집은 물을 이용하고 접근할 수 있게 하는 소중한 옵션이 될 수 있다고 판명된 기술입니다. 하지만 기존의 빗물 저장 시스템이 너무 비싸기 때문에 저소득 가구에서 설치하기는 어렵습니다.

 

 이 문제에 대한 솔루션은 부족한 물자원에 대한 접근을 편리하고 가능하게 해줄 뿐 아니라 가족, 특히 물 조달을 맡고 있는 여성과 아이들이 물을 긷기 위해 먼 거리를 걷느라 들이는 시간을 줄이고 소득 창출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활동에 더 많은 시간을 들일 수 있게 해줄 것입니다.”

 

해결사들은 무엇을 제출해야 하는가? 조직은 후보로 올라온 솔루션에 투자하기 위해 어떤 정보를 필요로 하는가? 예를 들어 근거가 충분한 가정적인 접근법이면 충분한가, 아니면 완벽한 프로토타입이 필요한가? EWV는 해결사가 솔루션에 대한 설명을 기술하고 구체적인 도면을 제출하면 된다고 판단했다.

 

해결사들은 어떤 인센티브를 필요로 하는가? 이 질문은 적합한 사람들이 문제 해결에 동기부여를 받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내부 해결사들에게 인센티브는 승진이나 보너스의 형태로 제시될 수 있다. 외부 해결사들에게는 현금이 인센티브가 될 수 있다. EWV는 이노센티브 네트워크를 통해 가장 좋은 솔루션을 제시하는 해결사에게 15000달러를 주겠다고 제안했다.

 

솔루션이 어떻게 평가되고 성공은 어떻게 측정될 것인가? 이 문제에 답하는 과정에서 회사는 솔루션을 어떻게 평가할지 분명히 하게 된다. 실현가능한 솔루션에 도달하고 평가 프로세스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명확함과 투명성이 필수다. 어떨 때는닥치면 알게 될 것이라는 방식이 합리적일 수도 있다. 예를 들면 새로운 브랜딩 전략을 찾고 있을 때가 그렇다. 하지만 대부분 그런 방식은 프로세스의 이전 과정들이 충분히 엄격하게 다뤄지지 않았다는 증거라고 봐야 한다.

 

EWV는 낮은 비용, 큰 저장 용량, 적은 무게, 손쉬운 유지를 기준으로 솔루션을 평가할 것이라고 단서를 달았다. 모듈형 디자인(운반을 쉽게 하기 위함이다)과 적용 및 재활용이 가능한 디자인이거나 기능이 다양한 것(제품 수명이 다한 후 재활용하거나 다른 용도로 판매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을 선호한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가격을 낮춰 가난한 가정에서도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 목표였다.

 

승자

최종적으로 EWV의 빗물 저장 문제에 대한 솔루션은 다른 분야 전문가로부터 나왔다. 관광 잠수함 디자인을 전문으로 하는 독일 기업의 한 발명가가 주인공이다. 그가 제안한 솔루션은 정교한 기계를 필요로 하지 않았다. 펌프나 이동식 부품도 없었다. 물 저장에는 적용되지 않던 기술이었다. 플라스틱 백 안에 플라스틱 백을 넣고 위에 튜브가 달린 형태였는데 외부 백(덜 비싼, 폴리프로필렌 직물로 만들어졌다)은 구조물에 힘을 실어줬고, 내부 백(상대적으로 비싼, 저밀도 폴리에틸렌 선으로 만들어졌다)은 방수가 되며, 125갤론을 저장할 수 있었다. 이렇게 두 개의 백을 사용한 결과, 내부 백은 얇게 만들어 제품의 가격을 줄이고 외부 백은 1.5t의 물을 담을 정도로 튼튼하게 할 수 있었다.

 

이 구조물은 서류가방 사이즈로 접혔고 8파운드 정도 나갔다. 즉 이 솔루션은 가격이 합리적이고, 상용화가 가능하고, 먼 지역까지 쉽게 운반할 수 있으며, 지역 업체들에 의해 판매 및 설치될 수 있었다. (소매업자들은 구매량에 따라 한 대당 4달러에서 8달러를 벌었다. 홈통, 하관, 그리고 기본 구조물의 설치업자는 약 6달러를 벌었다.)

 

EWV는 초기 버전을 개발해 우간다에서 시험해봤다. 최종 사용자들에게 무게가 어떤지, 니즈가 충분히 충족되는지 등을 질문했다. 색상도 고려했다. 외부 백은 흰색이었는데 여자들은 곧 더러워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EWV는 지적을 반영해 디자인을 바꿨다. 예를 들어 장치 색을 갈색으로 바꾸고 사이즈는 350갤론으로 늘렸다(하지만 목표 가격은 125갤론 저장능력당 20달러를 넘지 않게 유지했다). 더 안정적으로 모양을 바꿨고 기존의 사이펀 관을 토수 꼭지로 교체했다.

 

14개월 동안 현장 테스트를 마친 후 EWV 2011 3월 우간다에서 상용화된 제품을 선보였다. 2012 5월 말까지 50∼60개의 가게, 지역 에이전트와 협동조합에서 제품이 판매됐다. 80명 이상의 업자가 설치 교육을 받았고 우간다 남서부 8개 지역에 1418개의 제품이 설치됐다.

 

EWV는 출시 단계에서 이 정도 성과는 성공이라고 여긴다. 향후 5년 내 제품을 10개 국에 공급하고 수만 혹은 수십만 개를 설치하기를 원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수백만 대가 가정용 식수, 개관, 건설 등 다양한 용도로 쓰일 것이라고 믿는다. 흥미롭게도 사람들이 이 제품을 구매하는 데 가장 큰 장애물은 5갤론짜리 용기처럼 작은데 물이 350갤론이나 들어갈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었다. 마을 사람들에게 실제로 설치된 제품을 보여주는 것이 지름길이라고 믿으면서 EWV는 현재 다양한 홍보와 마케팅 프로그램을 시험 중이다.

 

EWV 이야기가 보여주듯 문제를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분명히 하는 과정은 매우 혁신적인 솔루션을 낳을 수 있다. 이 간단한 개념을 적용하고 더 나은 질문을 할 수 있는 스킬을 개발하는 것, 또한 더 엄격하게 문제를 정의하는 조직들은 전략적 우위를 만들어낼 수 있다. 진정으로 획기적인 혁신을 이루고 더 나은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더 나은 질문은 더 나은 결과를 이끌어낸다.

 

 

 

드웨인 스프래들린

드웨인 스프래들린(Dweyne Spradlin)은 다양한 분야의 프리랜서 해결사들과 조직들을 연결해주는 온라인 기업 이노센티브(InnoCentive)의 대표다. 그는 알페우스 빙햄(Alpheus Bingham)과 함께 <오픈 이노베이션 마켓 플레이스(The Open Innovation Marketplace: Creating Value in the Challenge)>를 저술했다.

 

번역 |윤자영 pompomy@gmail.com

 

동아비즈니스리뷰 329호 Fly to the Metaverse 2021년 09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