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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밀함, 관계, 경청... 최고의 영업은 현장에 있다

짐 코흐 | 127호 (2013년 4월 Issue 2)

 

 

 

 

 

편집자주

이 글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2012 7∼8월 호에 Smarter Sales를 주제로 한 Spotlight 코너의 ‘The View From The Field’ 기사에 실린 보스턴비어컴퍼니 회장 짐 코흐(Jim Koch)의 글 ‘How One Entrepreneur Learned to Sell (in a Barroom)’ 등을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 2012 Harvard Business School Publishing Corp

 

 

양조가문, 맥줏집에서 영업을 배우다

-짐 코흐

짐 코흐(Jim Koch) : 보스턴비어컴퍼니(Boston Beer Company) 설립자 겸 회장

설립 년도 : 1984

직원 수 : 840

2011년 매출 : 51300만 달러

 

1984년에 보스턴비어컴퍼니를 설립할 당시 필자는 하버드대에서 3개의 학위를 받았고 7년 동안 경영 컨설팅을 해온 경력도 있었다. 또 필자는 영업을 사람들의 주머니에서 돈을 털어내는 약간 미심쩍은 행위라고 여겼다. 자존심 강한 아이비리그 졸업생들은 영업사원이 되고 싶어 하지 않았다. 필자 역시도 하버드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후 컨설턴트가 됐다.

 

필자는 양조기술자 가문의 일원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다시 한번 미국에서 훌륭한 맥주를 만들어내야겠다는 집념이 강하게 생겼다. 보스턴에서 활동하는 모든 유통업자들이 보스턴비어컴퍼니의 맥주를 거절했다. 결국 술집과 가게에서 맥주를 팔기 위해 직접 영업을 뛸 수밖에 없었다. 별다른 도리가 없었던 필자는 서점으로 달려가 서점 내에 진열돼 있는 유일한 영업 서적 <판매의 기술(How to Master the Art of Selling)>을 한 권 구입해 곧장 읽어 내려갔다. 책에는 훌륭한 아이디어도 있었다. 하지만 가식적이고 속임수처럼 느껴지는 것들이 상당수였다. 필자는 영업을 시작하는 방법, 고객의 반대에 대처하는 방법, 영업을 마무리하는 방법에 관한 내용을 정독했다. 책을 읽은 후 술집으로 가 첫 번째 영업을 시도했다. 필자는타고 난 영업맨이 아닌데다 주위에는 보스턴비어에 대해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게다가 그 어떤 브랜드와 비교해도 양조 비용이 높은 편이었고 맥주 맛도 기존 제품과 달랐다. 정말이지 무서워서 죽을 것만 같았다.

 

초기에는 영업 차 고객을 방문해 기존 술집에서 판매하는 맥주와는 전혀 다른 풍미를 지닌 새뮤얼 애덤스 보스턴 라거(Samuel Adams Boston Larger)를 양조하는 새로운 맥주회사의 소유주라고 30초 정도 짧게 소개를 했다. 이어새뮤얼 애덤스 보스턴 라거라는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는지질문을 던졌다. 상대가 들어본 적이 없다고 답을 하면 우리 회사에 관한 이야기가 담긴 2∼3개의 기사를 내밀었다. 3자의 추천이 있으면 신뢰를 얻을 수 있다는 내용을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다음 가방에서 시원한 맥주 6병과 컵을 꺼내 맥주의 맛을 보고 싶은지 물었다. 필자는 상대에게 맥주를 맛보일 기회를 얻을 수만 있다면 판매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첫 번째로 영업을 시도한 날, 술집 주인은 맥주 맛을 본 후 가게에서 팔아보겠다고 이야기했다. 필자는 술집 주인의 승낙에 흥분한 나머지 술이 몇 상자나 필요한지 묻지도 않고 가게를 나와버렸다. 결국 다음날 다시 가게로 돌아가 진짜 주문을 받아야만 했다. 첫 번째 영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이후 지금껏 필자는 술집을 직접 찾아 다니며 맥주를 팔고 있다.

 

이제 설립 28년이 된 보스턴비어컴퍼니는 320명의 영업사원을 거느리고 5억 달러가 넘는 연 매출을 기록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여전히 양조를 제외한 그 어떤 비즈니스 활동보다 영업 활동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필자는 보스턴컨설팅그룹(Boston Consulting Group)에서 일하는 동안 스프레드시트에 기록된 데이터를 이해하는 법을 배웠다. 하지만 시장에서 직접 고객을 상대하며 익힌 지식과는 비교 자체가 불가하다. 우리 회사가 고안한 신제품 개발 아이디어는 대개 영업 활동을 통해 얻었다.

 

예컨대, 1년 전에 소매업체들이 발효 사과주를 운반하는 모습을 목격하고 고객들에게 누가 그 술을 구입하며, 술의 브랜드가 무엇이며, 고객들이 그 술을 선호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묻기 시작했다. 몇몇 도시에서 4∼5일 동안 사과주 시장이 점차 성장하고 있다는 주제로 40건의 대화를 나눴다. 통계적으로 보면 그다지 데이터가 많은 편은 아니다. 하지만 그간 필자의 경험에 미뤄보면 40명의 현명한 소비자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면 그 어떤 컨설턴트가 내놓는 연구 자료를 열람할 때보다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필자는 고객들과의 대화를 바탕으로 시중에 나와 있는 사과주를 맛본 후 풍미를 한층 개선해앵그리 오처드(Angry Orchard)’라는 새로운 브랜드를 출시했다.

 

필자는 맥주 회사를 운영하면서 고객을 찾아가 직접 영업 활동을 하는 것이 그 무엇보다도 도전적인 지적 활동 중 하나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사실 보스턴컨설팅그룹에서 했던 그 어떤 일보다도 훨씬 도전적인 활동이다.) 영업의 핵심은 자사가 내놓는 상품이 고객의 목표(자사의 목표가 아니라 고객의 목표) 달성에 어떤 도움을 주는지 파악하는 것이다. 그 외 다른 것들은 모두 무의미하고 자기 잇속만 차리려는 속셈에 불과하다. 필자는 술집에 발을 들여놓은 후 약 30초 동안 그 장소의 경제학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한다. 가게의 전략이 무엇이며 고객은 누구인가? 그 가게는 어떻게 돈을 버는가? 어떤 종류의 맥주가 가장 부실한가, 그 맥주를 밀어내고 우리 회사 맥주를 공급하면 판매가 늘어날까? 의사결정권자는 누구인가? 그런 다음 이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을 직접 연결해야 한다. 물론 그 과정은 복잡하고 모호하다. 하지만 제대로 수행하기만 하면 영업 과정 자체를 당당하고 매력적인 것으로 만들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책상 앞에 가만히 앉아 있을 때보다 질적으로 훨씬 뛰어난 지식을 습득할 수 있다.

 

직접 발로 뛰면서 영업을 하려면 매우 겸허해져야 한다. 긍정적 강화(positive reinforcement)를 경험하기도 힘들고 CEO와 같은 대접을 받지도 못한다. 관리자가 10피트 옆에 서있는데도 불구하고 관리자가 자리에 없다고 이야기하는 바텐더도 많다. 뉴욕의 어느 슈퍼마켓에서 새뮤얼 애덤스 스티커 위에 붙어 있는 경쟁제품 스티커를 떼내다가 들켜 쫓겨난 적도 있다. 영업을 하는 것은 고객의 손에 목숨을 내맡기는 일과 같다. 영업은 겁쟁이들에게 어울리는 일이 아니다. 아이비리그 졸업생들은 사실 영업보다는 마케팅이나 관리에 대해 이야기하는 쪽을 선호한다. 하지만 어떤 기업에서건 영업만큼 중요한 부문은 없다. 영업이 없으면 관리해야 할 비즈니스 자체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운전을 모르는 고객은 가르쳐서 판매한다

-제임스 팔리

제임스 팔리(James Farley) : 포드자동차(Ford Motor Company)에서 글로벌 마케팅, 영업, 서비스를 담당하는 그룹 부사장

설립 년도 : 1903

직원 수 : 164000

매출 : 1360억 달러

 

필자는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자동차 산업에서 일해왔다. 그 기간 동안 자동차 업계 내에서 영업사원들의 역할이 급격하게 변화했으며 영업사원들의 역할 자체가 점차 티핑 포인트에 가까워지고 있다. 과거에는 자동차 가격을 협상하는 것이 영업사원들의 주된 업무였다.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자동차를 구입하려는 고객은 에드먼즈(Edmunds)나 트루카(TrueCar) 같은 웹사이트에 접속해 버튼을 클릭한 다음 인근에서 자동차를 판매하는 딜러들을 통해 가격을 확인한다. 협상의 여지 자체가 아예 없어진 셈이다. 기술의 발달로 인해 고객이 지식을 습득하는 과정 역시 달라졌다. 자동차를 구매하는 고객은 매장에 발을 들여놓기도 전에 제품에 대해 엄청나게 많은 정보를 습득한다. 고객은 인터넷에서 정보를 찾고 동영상으로 자동차를 꼼꼼하게 살펴보며 먼저 구매한 사람들의 반응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런 변화로 인해 영업사원들은 새로운 역할을 찾을 수밖에 없는 입장이 됐다.

 

오늘날의 기준에서 보자면 문제 해결자(problem solver)와 컨시어지(concierge)의 중간쯤 되는 역할을 하는 영업사원이 최고다. 요즘 우리가 타는 자동차 내부에는 멀티미디어 장치, 내비게이션 기기, 스마트폰을 지원하는 장치, 그 외 각종 기기 등 정교한 전자장치가 많다. 따라서 마치 애플(Apple) 사용자들이 애플의 기술지원센터 지니어스 바(Genius Bar)에서 직원들로부터 도움을 받듯 자동차 구매자들 역시 영업사원들의 도움을 받아 각종 장치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파악하고 자신의 필요에 맞게 수정해야 한다.

 

메이오클리닉(Mayo Clinic)에서 운영하는 경영진 건강 프로그램(Executive Health Program)을 담당하는 컨시어지는 환자가 여러 전문의를 만날 수 있도록 시간을 조정하고, 기록을 관리하며, 중심적인 접점의 역할을 수행한다. 훌륭한 영업사원 역시 컨시어지와 같은 역할을 한다. 자동차를 구매하려면 자금을 확보하고, 보험에 가입하고, 세금 신고서를 제출하고, 정부로부터 등록증과 번호판을 수령하는 등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영업사원들은 이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실수를 방지하고 바쁜 고객들이 가능한 신속하게 일을 처리할 수 있도록 돕는 등 프로젝트 관리자의 역할을 한다.

 

시장에 따라 영업사원에게 요구되는 기술이 달라지는 경우가 있다. 인도에서는 자동차 구매가 중산층으로 상향 이동 중인 가정에서 치러야 할 중요한 통과의례다. 자동차 구입 당사자가 자동차를 인계 받을 때 부모와 조부모, 삼촌, 숙모 등 친인척을 대동하고 매장을 찾는 경우가 대다수다. 열쇠를 건네받기 전에 영업사원에게 자동차를 축복해줄 것을 요구하는 사람도 있다. 중국 내 소도시에서는 자동차 구매자 대다수가 운전하는 방법을 모른다. (운전 경험이라고 해 봐야 오토바이 운전 경험이 전부다.) 이런 도시에서 자동차를 판매하는 영업사원들은 구매자들에게 기초적인 운전 강습을 해주는 경우가 많다. 다른 글로벌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포드도 국가별로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잘 알고 있어야 하며 이처럼 다양한 고객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영업사원을 발굴할 수 있도록 딜러들을 도와야 한다.

 

투명성은 영업 과정의 변화를 초래하고 비즈니스에 또 다른 영향도 미친다. 과거에는 영업력이 매우 뛰어난 자동차 영업사원들이 보통 수준의 자동차를 성공적으로 판매하곤 했다. 뛰어난 영업사원들이 약한 브랜드를 떠받치는 역할을 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그런 일이 가능하지 않다. 고객이 예전에 비해 좀 더 나은 정보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지배적인 영향력을 갖고 있는 모델과 경쟁하는도전 브랜드(challenger brand)’에 커다란 도움이 된다. 지난 몇 년 동안 이 같은 시장의 변화가 포드의 성장에 커다란 도움이 됐다. 2009년에 출시된 퓨전(Fusion)이 연비, 중고 가격, 신뢰도 부문에서 도요타(Toyota)의 캠리(Camry)를 추월하자 곧장 모든 사람들에게 관련 정보가 들어갔다.

 

필자는 포드에서 마케팅과 영업, 둘 다를 책임진다. 이것은 정말 근사한 일이다. 대부분의 경쟁업체들은 각기 다른 사람에게 마케팅과 영업을 맡긴다. 그것은 정말 잘못된 방법이다. 마케팅 부문에 영업에 대한 책임을 맡겨야 한다. 자동차 업계는 기억에 남을 만하긴 하지만 판매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슈퍼볼(Super Bowl) 광고를 제작하는 마케팅전문가들로 넘쳐난다. 필자는 포드처럼 안정적이고 유명한 브랜드에는 슈퍼볼 광고가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슈퍼볼 광고에 돈을 들이지 말아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필자가 마케팅뿐 아니라 영업도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이와 같은 책임 의식과 더불어 그런 관점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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