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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w the Growth Outliers Do It

‘도전+안정’, 탁월한 성장기업의 지속혁신 비결

리타 군터 맥그래스 | 115호 (2012년 10월 Issue 2)

 

 

 

 

편집자주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2012 1∼2월 호에 실린 컬럼비아 경영대학원 교수 리타 건터 맥그래스(Rita Gunther McGrath)의 글 ‘How the Growth Outliers Do It’을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2012 Harvard Business School Publishing Corp

 

안정적이면서 예측 가능한 성장은 모든 대기업이 얻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자 모든 투자자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다. 최근 몇몇 동료들과 함께 이런 성장을 이뤄내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아보기 위한 연구를 진행했다. 먼저 아주 간단한 질문을 던졌다. ‘시가총액이 10억 달러를 웃도는 공개기업 중 2009년까지 5년 동안 매년 5% 이상 성장한 기업의 숫자가 몇 개나 될까?’ 이를 위해 연구진은 금융 솔루션 전문업체 캐피털 IQ(Capital IQ)가 보유한 엄청난 양의 데이터베이스를 살폈다. (이 기간 동안 세계 GDP 연평균 성장률이 약 6%였기 때문에 5%를 기준으로 잡았다. 또한 우리는 단순히 연평균 성장률을 확인하려 했던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성과를 확인하고자 했다는 사실을 기억하기 바란다.)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확인한 후 우리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4793개의 표본 기업 중 연간 5% 이상의 매출 성장을 기록한 기업은 8%에 불과했으며 매년 5%가 넘는 순이익 성장률을 기록한 기업은 4%에 불과했다.

 

2008년에 대불황이 시작됐기 때문에 연구진이 선택한 시기에 문제가 있는 것일 수도 있다고 판단해 그 직전의 5년을 기준으로 똑같은 조사를 실시했다. 숫자가 조금은 높아졌다. 연간 5% 이상의 매출 성장을 기록한 기업이 15%, 연간 5% 이상의 순이익 성장률을 기록한 기업이 7%로 늘어났다. 하지만 지속적인 성장을 보이는 기업이 생각만큼 많지 않았다.

 

여기까지 연구를 진행한 후 10년을 기준으로 기업 실적을 분석해보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궁금해졌다. 10년이라는 기간 내내 연구진이 정해 놓은 조건을 충족한 2347개의 기업 중 10년 동안 연간 5% 이상의 순이익 성장률을 기록한 기업은 10개에 불과했으며 매년 순이익과 매출 모두가 5% 이상 성장한 기업은 5개뿐이었다.

 

투자자와 관찰자들의 기대와 대부분의 기업들이 이뤄내는 성과 간의 극명한 차이가 중요하게 느껴졌다. 이 데이터를 확인한 후 기업 성과에 관한 가정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5%라는 그리 높지 않은 숫자를 기준으로 삼는다 하더라도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성과를 이뤄내기는 힘들다. 그러니 기업 경영진이 흔히 내거는 두자릿수의 성장률 같은 것은 잊어버리는 편이 낫다. (기업 성과를 평가하고자 할 때 어떤 기간을 선택하건평범한시기 같은 것은 없는 듯했다. 어떤 시기를 택하든 5년을 기준으로 잡으면 표본 기업 중 일부를 제외할 수밖에 없는 경제 부문 및 주위 환경에서 예기치 못한 사건이 등장했다.) 물론 필자들은 전략적 성공에서 행운이 중요한 역할을 하며 (일부 광고의 경고문에 적혀 있는 주의 문구처럼) 과거의 성공이 미래의 성과를 예측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지만 필자들이 찾아낸 탁월한 성장 기업(확률에 저항하며 10년 동안 꾸준히 지속적인 성장을 이뤄낸 기업)들은 공통적인 특성을 갖고 있었다. 그중 일부는 쉽게 예측할 수 있는 것이었고 일부는 놀라운 것이었다.

 

 

탁월한 성장 기업에 대한 오해

연구를 통해 찾아낸 기업(‘탁월한 성장 기업참조)들이 갖고 있는 특성들을 살펴보면 성장에 관한 전통적인 생각과 일치하지 않는 것들이 있다. 전략 부문의 어느 학파는 기업의 성장률이 대개 해당 기업이 속해 있는 산업에 의해 결정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 주장은 옳지 않은 듯하다. 연구를 통해 찾아낸 탁월한 성장 기업들이 속한 산업은 제약산업에서부터 맥주, 건설, 은행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했다. 또한 탁월한 성장 기업들은 모두 업계의 전반적인 성적보다 뛰어난 성과를 자랑했다. 뿐만 아니라 탁월한 성장 기업 대부분은 특허나 회사의 비밀을 보호받지 못할 만큼 매우 경쟁이 치열한 업계에서 활동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사람들은 기업의 덩치가 커질수록 성장을 지속하기가 어려워진다고 가정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생각 또한 근거가 없었다. 연구진이 분석한 모든 기업들과 비교했을 때 탁월한 성장 기업들은 그 규모가 작지 않았다. 탁월한 성장 기업 중 직원의 숫자를 따졌을 때 가장 규모가 큰 기업은 약 14만 명의 직원을 거느린 스페인 굴지의 건설 회사 ACS(Actividades de Construccion y Servicios)였다. 가장 규모가 작은 기업은 4000명 이상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는 미국의 금융 연구 회사 팩트셋 리서치 시스템스(FactSet Research Systems)였다. 시가총액 역시 본 연구진이 정해 놓은 10억 달러를 최저치로 범위가 다양했다.

 

성장 속도가 빠른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성장률이 높을 것이라고 기대하지만 그것은 사실과 다르다. 특정한 지역에서 탁월한 성장 기업이 두드러지는 현상은 없었다. 탁월한 성장 기업은 성장 속도가 빠른 신흥 경제와 성숙 경제에 고루 분포돼 있었다. 기업의 세계화 수준 또한 지속적인 성장과 관련이 없었다. 인포시스(Infosys) ACS는 처음부터 해외 시장의 비즈니스 기회에 주력할 계획을 세웠지만 야후 재팬(Yahoo Japan)은 거의 전적으로 일본에서만 사업을 하고 HDFC은행(HDFC Bank)은 오직 인도에서만 영업을 하며 아트모스 에너지(Atmos Energy)는 미국 시장에 주력한다. 칭다오맥주(Tsingtao Brewery)는 전체 매출 중 50%를 수출을 통해 벌어들이지만 2007년까지는 생산 기지 건설을 목적으로 해외 시장을 기웃거리지 않았다. 크르카그룹(Krka Group)은 동유럽 곳곳에서 복제약품을 생산하며 주로 동유럽 시장에서 활동한다.

 

기업의 운영 기간이 늘어날수록 성장이 둔화될 것이라는 통념도 있다. 하지만 뛰어난 성장 그룹 내에서는 그런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탁월한 성장 기업 중 1980년 이후에 지금의 형태로 설립된 기업이 절반이 넘었다. 하지만 가장 오래된 2개 기업의 설립연도는 1903년과 1906년이었다. 모든 기업들은 세계화, 근본적인 기술, 비즈니스 관행 등의 중대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성과를 자랑했다.

 

기업가정신을 갖고 있는 기업가가 설립한 기업이 우위를 가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생각 또한 옳지 않았다. 탁월한 성장 기업 중 인포시스와 팩트셋은 신생기업이었으며 연구가 진행되는 기간 내내 이들 기업에서는 설립자가 상당한 존재감을 갖고 있었다. 반면, 인드라 시스테마스(Indra Sistemas), ACS, 아트모스, 크르카 등 합병과 통합의 산물로 탄생한 기업도 있었으며 코그니잔트(Cognizant), HDFC, 야후 재팬 등 분사 기업이거나 기존 조직의 투자로 탄생한 기업도 있었다.

 

산업, 지리적 위치, 운영 기간 등 외생적 요인이 탁월한 성장 기업의 성장률을 설명해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규명한 후 연구진은 프로젝트의 다음 단계, 즉 좀 더 질적인 단계로 넘어갔다. 연구진은 기록 연구 및 인터뷰를 동원해 탁월한 성장 기업들의 공통점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이와 더불어 경쟁적인 행동의 차이가 성과의 차이를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되는지 확인하기 위해 연구진이 살펴본 각 기업과 3대 경쟁기업(선택 편향을 피하기 위해 세계 기업 디렉토리 제공업체 후버스(Hoover’s)가 제공하는 정보를 기준으로 삼았다)을 비교했다. 탁월한 성장 기업들에서 수많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물론 이들이 공통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방법이 그 자체로 놀라움을 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방법들이 모여 매우 흥미롭고 반직관적인 결과를 만들어낸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탁월한 성장 기업들은 민첩하고 적응력이 뛰어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기업들은 경영진과 전략, 가치가 매우 안정적이다.

 

 

신속한 적응 능력

탁월한 성장 기업들은 엄청난 양의 실험을 감행하고 적극적으로 혁신을 추진한다. 신기술을 개발하고 활용하며, 새로운 시장으로 진출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탐구하고, 새로운 산업을 만들어낸다. 뿐만 아니라 탁월한 성장 기업들은 다른 기업을 인수하며 자사와 전혀 다른 성향을 갖고 있는 사람 및 조직으로부터 적극적으로 조언을 구한다. 신속하게 자원을 재조정하며 필요에 따라 경영진과 일반 직원들의 역할을 변경하는 것을 편안하게 받아들인다.

 

남보다 앞서 소규모 투자를 하고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한다. 탁월한 성장 기업은 신규 시장에 진출할 때 필자가 옵션 중심적 접근방법(options-oriented approach)이라 부르는 방법을 택한다. 매력적으로 보이는 시장 영역이 나타나면 이들은 경쟁기업들보다 앞서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 즉 초기에 소규모의 투자를 한 다음 상황을 봐서 투자를 대폭 늘리거나 시장에서 빠져 나온다. 탁월한 성장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규모가 크지 않은 투자 대상을 끊임없이 물색한다.

 

HDFC는 신규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 왔다. 1998, HDFC는 마스터카드(Mastercard) 사용자들이 자사 ATM을 사용할 수 있도록 시러스(Cirrus)은행 네트워크에 가입했다. 2001, HDFC는 인도 은행 최초로 비자(Visa)와 협력해 국제 현금카드를 선보였다. HDFC는 농민 전용 카드를 비롯해 다양한 신용카드 혁신을 이뤄냈으며 타타 파이프스(Tata Pipes)와 협정을 맺고 농민들에게 대출을 해주기도 했다. 반면, HDFC의 주요 경쟁은행인 인도의 ICICI은행(ICICI Bank) 2000년까지 가장 기본적인 형태의 현금 카드조차 제공하지 않았다. HDFC는 텔레뱅킹, 모바일 뱅킹, 환전 서비스 등 또 다른 새로운 시장에도 재빠르게 진출해 초기의 성공을 바탕으로 입지를 다져나갔다. HDFC는 인도 최대 상업은행 인디아스테이트은행(State Bank of India)이 탄탄하게 자리를 잡고 있는 인도의 농촌 시장에서만 유일하게 패했다.

 

경쟁업체들과 비교했을 때 탁월한 성장 기업들은 규모가 크고 위험이 큰 소수의 프로젝트에 투자를 하는 것이 거의 없었다. 이는 옵션 중심적 접근방법과 일맥상통한다. 이를 검증하기 위해 연구진은 인드라와 경쟁기업 BAE를 직접 비교해 보았다. 그 결과, 연구 기간 동안 두 기업 모두 다른 기업을 인수하고 자회사를 매각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하지만 인드라가 인수한 기업은 대부분 1억 달러 미만인 반면 BAE 2007년에 45억 달러를 주고 아머 홀딩스(Armor Holdings)를 인수하는 등 인드라보다 훨씬 규모가 큰 인수를 적극 추진했다.

 

마지막으로 탁월한 성장 기업들은 다양하지만 서로 관련 있는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었으며 새로운 대안을 탐구하는 동시에 핵심 비즈니스에 투자할 수 있을 정도의 다양성을 유지했다. 탁월한 성장 기업들은 이런 노력을 통해 하나의 분야가 사양길로 접어들면 다른 분야를 적극 활용했다. 예를 들어, 인드라는 방위산업에서 벗어나 컴퓨터 시스템 설계 및 금융 소프트웨어 솔루션 산업으로 진출하기 위해 다른 기업을 인수했다. 또한, 인드라는 다른 기업을 지속적으로 인수해 하나의 비즈니스 모델이나 최종 시장에 의존하지 않는 강력한 솔루션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유지했다. 단일 제품으로 시장에서 활동 중인 칭다오맥주와 야후 재팬조차도 이 원칙을 따랐다. 칭다오는 지리적인 다각화를 추구했으며 야후 재팬은 새로운 시장 부문을 공략하고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다각화를 추진했다.

 

적극적으로 인수한다. 탁월한 성장 기업들은 새로운 역량을 구축하고 단기간 내에 신규 시장으로 진출하는 데 인수가 커다란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또한 탁월한 성장 기업들의 인수 실적은 평균을 웃돈다. 인드라는 역량을 확대하고 새로운 지역으로 진출하기 위해 여러 기업을 인수했다. 2001년에는 전략 컨설팅 회사 유로프락시스(Europraxis), 2002년에는 포르투갈의 IT 업체 CPC-IS, 2007년에는 호주의 IT 회사 인터스캔(Interscan)을 인수했다. 칭다오는 1990년대 초에 민영화된 후 국내외에서 적극 M&A를 추진해 오고 있다. 이런 노력 덕에 칭다오는 군소업체들이 난립해 있던 중국의 맥주 시장을 어느 정도 통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ACS는 자사의 입지를 강화하고 신규 시장에 접근하기 위해 2002년과 2005, 2007년에 여러 건의 대형 인수를 추진했다. 팩트셋은 과도한 M&A로 비난을 받기도 했다. 자사의 순이익이 7200만 달러에 불과했던 2005년에 기업 인수에 9200만 달러를 지출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팩트셋은 고객에게 좀 더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꾸준히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중요한 자원은 중앙에서 직접 관리한다. 많은 회사들이 사업부나 업무부서가 자원에 대한 결정권을 갖는다. 이런 경우, 한 사업부가 위협을 받거나 서로 다른 업무부서가 기회를 놓고 다투는 일이 벌어지면 효과적으로 대처하기가 어렵다. 사업부나 업무부서를 맡고 있는 임원이 본사 경영진의 결정을 따르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탁월한 성장 기업에서는 중요한 전략적 선택과 관련된 의사 결정을 내릴 때 중앙에서 결정권을 갖는다.

 

속도 및 탄력성 개선에 도움이 되는 프로세스를 갖고 있다. 탁월한 성장 기업들은 온전히 효율성에 집중하기보다 적응력을 더욱 중요하게 여긴다. 이런 방침 탓에 완벽하지 않은 결과가 나올 때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탁월한 성장 기업들은 적응력을 더욱 중요하게 여긴다. 탁월한 성장 기업들은 1년 단위가 아니라 분기마다 승진, 인사 평가, 전략 수정, 자원 할당 변화 등과 관련된 결정을 내린다. 이런 노력 덕에 탁월한 성장 기업들은 엄격한 연간 평가 체제를 고수하는 기업에 비해 환경 변화에 더욱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일상 업무 처리 방식에 혁신이 반영돼 있다. 전통적인 기업에서는 가장 영향력 있는 사람들이 이미 확고하게 자리를 잡은데다 규모가 큰 부문을 관리하는 반면 상대적으로 영향력이 적은 별도의 그룹이 성장 중심의 혁신 프로젝트를 관리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탁월한 성장 기업에서는 혁신이 좀 더 효율적으로 통합돼 있는 편이다. 인재 채용 자료, 마케팅 메시지, 직원들 간의 의사소통 등에서도 혁신이 언급되는 경우가 많다. 뿐만 아니라 기업의 자원 할당 및 승진 과정에도 혁신이 반영돼 있다. 인포시스 경영진은 매년 각 사업부서에 실시간으로 비즈니스를 급진적으로 진척시키는 데 도움이 될 2개의 대형 프로젝트를 결정하고 그 프로젝트가 무엇인지 공개할 것을 요구한다. 야후 재팬은 4개의 주요 성장 전략을 발표하는 방법을 활용한다. 정기적으로 관리자들에게 각 분야에서 유망한 기회를 찾아낼 것을 요구한 다음 관리자들이 토론을 통해 최고의 아이디어를 선정하면 그 아이디어에 많은 자원을 할애한다.

 

뛰어난 안정성

앞서 설명했듯이 탁월한 성장 기업들은 매우 탄력적인 동시에 대단히 안정적이다. 이들은 점진적으로 변화를 추구하며 필요한 경우 신속하게 적응한다. 탁월한 성장 기업들에서 변화를 고통스럽게 여기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경영진이 문화와 공통의 가치에 많은 관심을 쏟는다. (뛰어난 성과를 자랑하는 조직에 대해 연구하는 다른 학자들이 그랬듯) 필자와 동료들 또한 탁월한 성장 기업들이 가치, 문화, 협력에 많은 관심을 쏟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실제 상황에서 이것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일까? 연구를 통해 탁월한 성장 기업들이 적절한 기업 문화 형성, 직원 훈련, 경영진 양성에 많은 투자를 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예를 들어, 인포시스는 세계 최대의 기업 교육 전담 시설인 글로벌 에듀케이션 센터(Global Education Center)를 운영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글로벌 에듀케이션 센터는 동시에 만 4000명의 학생을 가르칠 수 있을 만큼 엄청난 규모를 자랑한다. HDFC은행의 문화에 관해 최근 발표된 MBA 논문을 보면 HDFC은행이 직원들을 평가할 때 조직 효과성, 직원 참여도, 서로 지지하는 환경 등을 중요시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갑작스러운 철수는 피한다. 본 연구에 참여한 대학원생들이 탁월한 성장 기업들이 기존 사업 부문에서 철수하거나 대규모 프로젝트를 취소한 사례를 찾기 위해 수많은 자료를 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갑작스레 파괴적인 영향을 미치며 철수한 사례는 거의 전무했다. 이 같은 사실 또한 매우 놀라웠다. 탁월한 성장 기업들은 급진적으로 사업체를 매각하거나 구조조정을 실시하기보다 자원을 점진적으로 재분배했다. 또한 이들은 업계 전체의 발전을 기존 사업을 접고 성장률이 높은 신규 사업에 뛰어들 기회라고 여겼다.

 

본 연구를 진행하는 동안 코그니잔트는 총 9건의 전략적 인수를 진행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동안 사업체를 매각한 경우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신용정보회사 던앤브래드스트리트(Dun & Bradstreet)에서 1994년에 분사된 코그니잔트는 간단한 기술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서 출발했다. 이후 코그니잔트는 전문 컨설팅 서비스 부문에 진출한 후 컨설팅 서비스에 주력하고 고객이 위치한 곳에 자사의 컨설팅 팀을 배치하는 등 적극적인 전략을 통해 차별화를 시도했다. 또한 코그니잔트는 단순한 비즈니스 프로세스 아웃소싱과 같이 성장 가능성이 낮은 비즈니스에서 완전하고 복잡한 소프트웨어 솔루션과 같이 뛰어난 인재를 필요로 하는 하이터치(high-touch) 비즈니스로 기술과 인력을 이동시켰다. 코그니잔트는 사티암 컴퓨터 서비시스(Satyam Computer Services)를 비롯한 경쟁업체들과 달리 대규모 인원 감축 없이 이런 변화를 이뤄냈다.

 

인재를 놓치지 않는다. 기업이 고통스러운 변화 없이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나면 능력 있는 인재들이 불필요한 경력 단절을 겪을 가능성이 줄어든다. 코그니잔트와 마찬가지로 탁월한 성장 기업들은 서둘러 인원을 축소하지 않는다. 또한 새로운 비즈니스로 자원을 이동시킬 때 급진적인 방식보다 점진적인 방식을 택하기 때문에 새롭게 떠오르는 리더들이 언제든 새로운 곳으로 옮겨갈 수 있다. 인포시스의 전략 책임자는 코그니잔트와 유사한 점진적인 방식에 대해 설명하며 이 점을 분명히 지적했다. 우리는 어떤 일을 그만두기로 결정하면 그 일에 자원을 할당하는 속도를 늦춘다. 그러면 그 일의 중요성이 서서히 줄어든다. 어떤 일을 그만두기로 결정했다고 해서 단번에 모든 것을 멈출 필요는 없다. 그저 점진적으로 변하도록 내버려두면 된다. 우리는 인재 비즈니스를 하고 있기 때문에 경영진과 인재를 쉽게 변화시킬 수 있다.” 인재가 갈 곳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보완하기 위해 인포시스는 직원 훈련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이 두 가지가 더해진 덕에 인포시스에서는 거의 항상 사내에서 고위관리자가 나온다.

 

전략의 큰 그림을 다급하게 수정하지 않는다. 본 연구를 진행한 기간은 그야말로 격동의 시기였다. 인터넷 업계의 거품이 터졌고, 9.11 테러라는 비극이 일어났으며, 전 세계의 주택 시장 및 신용 시장에 거품이 형성됐고, 유로화가 도입됐으며,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전쟁이 벌어졌고, 상업의 수단으로 인터넷이 폭발적으로 성장했으며, 2008년에는 대불황이 시작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탁월한 성장 기업의 전략은 놀라울 정도로 안정적이었다. 연구진의 인터뷰 요청에 응한 탁월한 성장 기업의 리더들은 명확하고 간단한 소수의 전략 우선순위, 문화를 만들고 인재를 양성하는 것의 중요성, 핵심 역량 활용 등을 언급했다.

 

칭다오맥주의 경우, 에너지가 넘치는 펑쭈어이(Peng Zuoyi) 사장이 2001년에 급작스레 사망한 후 후계자가 펑쭈어이 사장의 글로벌 확장 전략을 뒤이어 추진했다. ACS가 설립된 1983, ACS CEO ACS를 스페인에서 가장 수익성이 높은 공공 건설기업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발표했다. 이 전략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아트모스 에너지는 전 CEO 1997년에 제시한 전략(규제가 있는 비즈니스 부문은 효율성을 적극 활용하고 규제가 없는 비즈니스 부문은 성장을 추구하는 전략)을 지금도 여전히 따르고 있다. 근원적인 기술의 급진적인 변화와 핵심 고객에 관한 정보의 폭발적인 증가에도 불구하고 팩트셋의 전략 선언문 역시 회사가 설립된 1978년부터 지금까지 전혀 변하지 않았다.

 

신뢰할 수 있는 고객층이 있다. 탁월한 성장 기업은 고객과 놀라울 만큼 안정적인 관계를 맺는다. 점진적으로 전략을 변화한 덕에 고객의 변화에 발맞춰 변화해나가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팩트셋의 2011년 고객 유지율은 92%였다. 애널리스트들은 인포시스와 코그니잔트의 고객 유지 능력이 뛰어나다고 설명한다. 최근 조사에서 코그니잔트의 고객 만족도가 90%로 나타났으며 본 연구진이 최근 실시한 인터뷰에서 인포시스의 고객 유지율이 95%로 확인됐다. 탁월한 성장 기업과 공급업체 간에도 어느 정도 이와 같은 안정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필자가 연구한 바에 의하면 이 부분에 관해서는 일관성이 조금 떨어진다.)

 

최고경영진이 안정돼 있다. 연구진이 살펴본 10개의 기업 모두에서 사내에서 승진한 인재가 CEO의 자리에 앉아 있었다. 백기사나 업계 외에서 영입된 구원자는 없었다. 흥미롭게도(그리고 오랫동안 다른 연구진이 내놓은 수많은 연구 결과와 마찬가지로) 이런 부류의 CEO들은 대개 눈에 띄는 행동을 하지 않는다. 이런 CEO들은 회사에 중대한 기여를 한 것으로 알려져 있고, 직원들로부터 존경받으며, 언론에도 자주 등장한다. 하지만 카리스마 넘치는(혹은 자기 도취적인) 태도를 내비치지는 않는다. 본 연구진에게 직접 만나 뵙는 기쁨을 허락한 5명의 리더들은 모두 절제하며 공손한 태도를 보였으며 다른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연구를 통해 탁월한 성장 기업의 가치, 문화 규범, 전략, 역량, 고객 관계, 경영진이 오랜 기간 동안 한결같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런 조직들은 기업 가치에 많은 투자를 하며 탁월한 성장 기업의 리더들은 의미 있고 상징적인 행동을 통해 기업 가치를 지지한다. 하지만 이처럼 안정적인 분위기 내에서 엄청난 양의 실험과 혁신이 이뤄진다.

 

우리가 내린 결론은 이같이 외견상 역설적인 것처럼 보이는 현상이 탁월한 성장 기업들이 갖고 있는 오류가 아니라 하나의 특징이라는 것이다. 즉 탁월한 성장 기업들이 혁신을 추구하고 안정적인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는 것이 바로 안정성이다. 실험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위험을 감수해야만 한다. 안정성과 투명한 가치가 더해지면 직원들이 자신감을 갖고 기꺼이 위험을 감수하는 문화가 조성된다. 탄탄한 가치는 윤리적인 기준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지속적으로 조금씩 변화를 이뤄나가면 조직이 진부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경영 연속성(management continuity)은 성공적인 혁신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비공식적 사내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 커다란 도움이 된다. 이 모든 요인들이 모여서 주위 환경이 불안하게 흔들리더라도 오랜 기간 동안 일관성 있는 성과를 자랑하는 우수한 조직이 탄생하는 것이다.

 

번역 |김현정 translator.khj@gmail.com

 

 

 

리타 건터 맥그래스(Rita Gunther McGrath)

필자는 컬럼비아 경영대학원(Columbia Business School) 교수다. 맥그래스는 불안정한 환경 내에서의 전략 및 혁신에 대해 집중적으로 연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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