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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nding Great Ideas In Emerging Markets

역동적 신흥시장에서 아이디어를 포착하라

네이선 T. 워시번(Nathan T. Washburn) | 106호 (2012년 6월 Issue 1)






편집자주

이 글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2011 9월 호에 실린 네이선 T. 워시번과 B. 톰 헌세이커의 글 ‘Finding Great Ideas In Emerging Markets’를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2012 Harvard Business School Publishing Corp

 

성숙기에 접어든 시장에서 활동하다가 신흥 시장에 진입한 기업들은 그저 새로운 고객을 찾기 위해 신흥 시장을 선택했다고 믿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수많은 혁신이 도사리고 있는 신흥 시장의 잠재력을 눈치 채지 못한다. 그러나 비전을 가진 소수의 다국적 기업들은 제품 및 서비스 개선을 위해 필요한 아이디어를 신흥 시장에서 얻고 있다. 제너럴일렉트릭의 휴대용 초음파 기기와 인텔의 초저가 컴퓨터 클래스메이트(Classmate) PC가 그 좋은 예다.

 

기회를 보고도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기업도 있다. 이들은 낯선 환경에서 발견한 아이디어를 글로벌 사업으로 진행시키거나 실질적 상품으로 전환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는다. 최고위급 경영자들은 와해성(disruptive) 아이디어에 저항하거나 해외 사업부 관리자들이 부하 직원에게서 배우기보다는 직원들을 가르치는 입장에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대다수 기업들은 외부 혁신을 수용하는 데 필요한 절차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

 

연구 결과, 다국적 기업들은 신흥 시장에 침투하기 위해 필요한 혁신적 에너지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었다. 여기서 관건은 새로운 유형의 관리자, 서로 다른 시장과 문화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하는글로벌 브리저(global bridger)’를 배치하는 것이다.

 

지난 2년 동안 우리는 AT&T나 코노코필립스(ConocoPhilips), 엑손모빌(Exxon Mobil), 월마트(Walmart)와 같은 다국적 기업의 아프리카, 아시아, 동유럽, 중남미, 중동, 러시아 사업부에서 근무하는 52명의 관리자와 인터뷰를 가졌다. 그리고 글로벌 브리저들이 신흥 시장에서 어떻게 혁신을 이루고 이를 본국으로 수출해 전 세계 시장에 어떻게 적용시키는지 연구했다.

 

다국적 기업의 성패는 브리저에게 달렸다. 타타(Tata)가 인도에서 출시한 2500달러짜리 초저가 승용차 나노(Nano)와 중국 BYD의 배터리 기술, 브라질의 엠브라에르(Embraer)가 이뤄낸 제트기 설계 혁신 등 신흥 시장에서는 아찔할 정도로 신선하고 파괴적인 혁신이 줄을 잇는다. 앞으로는 이런 혁신적 아이디어의 발전이 더욱 가속화할 것이다. 신흥 시장의 혁신 잠재력을 무시하는 다국적 기업은 경쟁에서 뒤처질 것이 분명하다.

 

이번 기사에서는 글로벌 브리저를 파악하고 개발하는 법, 그리고 이들의 아이디어를 업무 절차에 반영하고 통합하기 위한 조직 구조에 대해 알아보도록 한다.

 

‘브리저’는 어떤 사람인가?

52세의 애브너 포르틸로(Abner Portillo)는 코노코필립스의 멕시코 및 중앙아메리카 지역 본부장이자 거대 에너  지 기업 코노코필립스에서의 근무 경력만 20년이 넘는 업계 베테랑이다. 2009년 포르틸로는 제품 용기 부문에서 중요한 혁신 기회를 발견하고 이를 실험한 뒤 본국에 해당 아이디어를 적용했으며 이 과정에서 회사가 새로운 상품 라인을 출시하도록 했다.

 

포르틸로는 트럭 및 중장비 윤활유 시장에서 약체로 평가되는 경쟁업체들이 코노코필립스의 시장점유율을 빼앗고 있다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이들은 코노코필립스보다 훨씬 품질이 떨어지는 윤활유를 비슷한 가격에 판매하면서도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있었다. 포르틸로는 평소 신뢰하던 동료를 채용해 현지 유통업자였던 그와 함께 조사에 나섰다. 고객 행동을 관찰하고 의견을 들어본 결과, 고객들이 55갤런 드럼으로 윤활유를 사는 대신 5갤런 용기에 든 윤활유를 선호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미국에서는 윤활유가 주로 중장비 점검 시설이나 수리점에 대량으로 신용 판매된다. 그러나 중남미에서는 주로 현금으로 결제할 뿐 아니라 구매 후 도로에서 쉽게 사용하기 위해 휴대 용기에 윤활유를 넣고 다닌다. 포르틸로는 새로 발견한 사실을 다른 고객 그룹에 시험해 본 후 윤활유 한 종류를 5갤런 용기에 넣어 시험 판매했다. 그러자 작은 용기에 판매하는 윤활유가 더 좋은 반응을 얻었다.

 

확신을 얻은 포르틸로는 미국 휴스턴 본사에서 평소 친분이 두터웠던 국제 윤활유 사업부 책임자에게 연락을 취해 코노코필립스가 컨테이너 크기를 줄여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을 분석했다. 그 결과, 작은 용기에 담은 윤활유는 멕시코 및 중미뿐 아니라 전 세계 시장에서 매출을 끌어올렸다.

 

이 같은 경험은 코노코필립스가 신흥 시장에 접근하는 방식을 바꿨다. 이제 해외 시장을 관리하는 책임자들은 신흥 시장에서 혁신적 기회를 찾고 공식 채널을 통해 본사에 전달해야 한다.

 

포르틸로처럼 성공한 브리저는 흔하지 않다. 인터뷰에 응한 52명의 기업 사업부 책임자 중 28명만이 신흥 시장을 관리하는 동안 회사의 경영 판도를 바꿀 만한 혁신 기회를 파악하고 추진했다고 답했다. (Tip ‘브리저를 찾아서참조.) 이들 중에서도 효과적 브리저로 분류할 수 있는 사람은 14명뿐이었다. 효과적 브리저들은 모두 고위경영자였다. 일부는 신규 사업 개발을 담당했고 영업이나 제조 부문을 최종 관리한 경영자도 있었다. 이들은 직책상 완수해야 하는 책임에 서로 다른 시장 사이의 가교 역할까지 해냈다. 상당수는 자율적 노력을 통해 브리저로 성장했으며 이 과정에서 회사는 지원해주기보다 방해하는 경우가 많았다.

 

신제품 및 서비스를 위한 인터뷰를 진행하고 가설을 시험하며 제안서를 작성하는 일은 일주일 중 반나절의 시간만 투자해도 가능하다. 그러나 실질적인 브리저 업무는 해외 시장에서의 거의 모든 업무와 긴밀히 연결돼 있다. 고객이나 협력업체, 혹은 직원과 협업하는 중에 혁신의 기회가 얼마든지 만들어질 수 있으며 브리저는 끊임없이 아이디어와 영감을 모을 수 있기 때문이다.

 

‘브리저’로 불릴 만한 사람들은 많은 공통점을 가진다. 교육 수준이나 경험, 연령대는 다양하지만 이들은 모두 신뢰 관계를 구축하고 유지하는 데 능하다. 신흥 시장에 대한 이해력도 높고, 근무 기간도 길다. 또한 자신의 아이디어에 대한 내부 지원을 이끌어내는 데 능숙하다.


신뢰 관계 유지.
브리저는 자신이 담당하는 지역의 주요 이해관계자들은 물론 본사에서 자신의 생각을 지지해줄 고위경영진과 돈독한 관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한 다국적 유통업체의 관리자는 본사가 내세우는 캠페인 중 무엇이 성공하거나 실패할지, 그리고 그 이유는 무엇인지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일선 직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래서 그녀는 유통 매장 직원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애썼고 회식을 주도적으로 이끄는 등 여러 노력을 기울였다. 덕분에 이 관리자는 본사에서 매장 사정을 가장 잘 이해하는 관리자로 자리를 잡았다. 그녀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발견해서 다른 지역에도 적용해 성과를 냈다. 그녀가 이끌었던 혁신 중 일부는 본사의 지지를 받아 본사가 위치한 미국 시장에도 도입됐다. 신흥 시장에서의 성공이 본국으로 전파된 것은궁극적인 성공이나 다름없다고 그녀는 말했다.

 

다른 사람에게 관대하고 유능하며 성실한 사람으로 평가받을 때 신뢰 관계가 구축된다는 사실은 연구를 통해 밝혀진 바 있다. 다시 말해 타인과 조직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여기며 맡은 바 책임을 다하고 모두가 합의한 원칙을 성실히 지켜내는 사람이 신뢰를 얻는다는 뜻이다. 이렇게 이타적이고 유능하며 양심적인 관리자라면 직원들이 과중한 업무로 허덕일 때 회사의 고용 및 해고 규정을 위반하지 않고도 인력 배정 조정 등을 통해 직원의 부담을 줄여줄 수 있다.

 

성실함과 관대함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대인 관계에 끊임없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앞서 설명한 유통업체 관리자는 신뢰가 얼마나 깨지기 쉬운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낮은 직급의 부하 직원들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 전속 운전기사에게 무례하게 대하는 등의 작은 실수도 이미지를 회복 불가능한 수준으로 망가뜨릴 수 있으며 그로 인해 직원들로부터 정보를 얻기가 힘들어진다는 사실을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신흥 시장 이해. 훌륭한 브리저가 되는 사람들은 다수의 해외 지역에서 근무했거나 글로벌 경영 및 신흥 시장의 중요성에 대해 교육받은 경우가 많다. 브리저가 신흥 시장에서 나오는 아이디어의 진정한 가치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이런 과정이 필요하다. 2010년까지 인텔(Intel) 신흥 시장 플랫폼 그룹을 총괄했던 릴라 이브라힘(Lila Ibrahim)신흥 시장이 가진 혁신 잠재력을 알아챈 관리자도 있는 반면 그렇지 못한 이들도 있다고 말했다. 후자에 속한 이들은 당연히 시장을 전복할 혁신을 찾아보지 않는다.

 

이브라힘은 경영직에 오르기 오래 전부터 글로벌 시장을 관통하는 시각을 갖고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가족과 함께 전 세계를 여행했고 인텔에서 근무하는 동안 다양한 지역 및 상품 부서에서 일했기 때문이다. 신흥 시장 사업부를 총괄한 2007년에는 인텔의 교육 자선 사업을 지원하기 위해 학교에 기술을 제공하는 프로젝트를 책임지기도 했다. 이때 이브라힘은 저가 노트북이 신흥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다.

 

이브라힘은 문화인류학자를 포함해 다양한 브리저로 이뤄진 팀과 함께 일했다. 이들은 브라질과 중국, 인도, 나이지리아 등의 신흥 시장에서 근무하며 현지 시장의 수요와 선호 사항을 분석했다. 브라질로 파견된 팀원들은 그곳의 학생들로부터 PC에 카메라 기능이 꼭 들어가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이브라힘은 처음에 그 이유를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브라질을 직접 방문한 후 컴퓨터에 있는 카메라 기능이 학생들을 서로 연결해 주는 사회적 도구로 활용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브라힘은 카메라를 장착하는 것은 물론 카메라가 움직일 수 있도록 하자는 제안까지 받아들였고 스크린 크기와 내구성, 충전 및 무선 기능 등의 요소에 대해 전문가 의견을 수용해 이를 관철하기 위해 애썼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클래스메이트 PC는 인텔 넷북 프로젝트의 선두주자가 됐다. 넷북은내구성이 높고, 휴대 가능하며, 저렴하고, 사회적 기능이 강화된 PC’라는 새로운 시장을 인텔에 열어줬다. (인텔은 컴퓨터 자체를 생산하지 않고 컴퓨터에 들어가는 칩을 만든다. 인텔 칩이 들어가는 컴퓨터 본체는 다른 제조업체가 생산한다.) 인텔은 지난 2년 반 동안 무려 8500만 개의 넷북 칩을 아수스(ASUS)를 비롯한 컴퓨터 제조업체에 판매했다.

 

오랜 근무 기간.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아 이행하는 일은 자사 사정을 잘 아는 사람이 맡아야 한다. 브리저들은 자신이 속한 회사의 경쟁 우위와 역사, 사업 모델 등에 관한 심층적 지식을 활용한다. 이런 지식들은 이들이 혁신의 성공 가능성을 전망하게 하는 데 도움을 준다. 조사 결과, 효과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브리저들은 평균 12년의 업무 경력을 가지고 있었다. 

아이디어 설득. 훌륭한 브리저들은 의사소통에도 뛰어났다. 특히 자신이 내놓은 아이디어의 가능성을 다른 사람이 납득하게 하는 데 뛰어난 능력을 보였다. 1998년 나이키(Nike) 미주 지역 총괄 매니저였던 톰 하트지(Tom Hartge) 10달러짜리 운동화 월드 슈(World Shoe)를 신흥 시장에 판매하자는 아이디어를 본사에 전달해 지지를 얻어내는 데 성공했다. 그가 경영진의 지지를 얻을 수 있었던 데는나이키만의 언어를 구사할 수 있었던 덕이 컸다. 그는 15년 이상 나이키에서 근무했던 경력을 살려 대중을 위한 저렴한 신발을 판매해도 나이키의 브랜드 가치가 떨어지지 않을 것이란 사실을 설득력 있게 풀어냈다. 하트지가 이끄는 팀은 풍부한 경력을 가진 디자이너를 섭외해서 나이키의 디자인 철학을 반영한 운동화를 만들었다. 하트지는 월드 슈가 운동을 취미로 즐기는 사람을 스포츠 스타와 동급의 반열에 올려준다는 나이키의 이상을 실현한다고 경영진을 설득했다. 신흥국 빈민가에서 맨발로 누더기 공을 차는 사람들은 여느 프로 선수만큼이나 자신의 스포츠를 사랑하고 진지하게 임하고 있으며 따라서 그만한 신발을 신을 자격이 충분하다는 논리였다.

 

월드 슈 프로젝트는 결국 끝까지 추진되지 못했다. 저렴한 신발을 효과적으로 유통할 만한 역량이 나이키에는 없었기 때문이다. 실패했지만 하트지의 열정이 부족해서는 아니었다. 복도에서 5명의 사람에게 이야기를 하든, 강당을 꽉 채운 500명의 청중에게 연설을 하든, 하트지는 선교사였다. 청중의 마음을 흔드는 언어와 영상을 활용해 자신이 믿는 아이디어를 설득했다.

 

경영진은 해외 사업 관리자를 선발할 때 뛰어난 브리저의 특성을 기억해야 한다. 다수 기업에서 활용하는 해외 관리직 선정 기준은 아주 좁다. 해당 부서에 대한 자격과 현지 환경 및 문화에 대한 지식, 현지 언어 구사력만 살펴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런 기준만으로는 진정한 글로벌 브리저를 찾을 수 없다. 신흥 시장에서 혁신적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싶다면 해외 관리자의 역할에 대해 좀 더 포괄적인 시각을 가져야만 한다.

 

브리저의 아이디어를 최대한 활용하라

글로벌 브리저 양성 및 훈련, 지원을 효과적으로 추진하려면 우선 가장 성공적인 브리저가 보통 어떤 역할을 수행하는지 이해해야만 한다. 다시 말해 이들이 아이디어를 찾고 현지통역사(translator)’를 양성하고 실험을 통해 아이디어를 입증한 후 본사에 도입하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

 

아이디어 물색. 브리저가 되기 위해서는 미묘하지만 꼭 필요한 시각의 전환이 있다. 보고 싶은 것이 아니라 봐야 하는 것을 관찰하는 능력이다. 이를 위해서 관리자들은 조직의 시각이 가지는 한계를 인식해야 한다. 포르틸로는 바로 이 능력을 강조한다. “나는 스페인어를 구사한다. 그리고 (현재 일하는 지역과) 같은 문화권 출신이기도 하다. 그러나 상황을 파악할 때에는 본사의 시각에서 해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사실을 항상 인식해야 한다고 그는 말했다.

 

최고의 브리저는 의도적으로 고객과 협력업체, 경쟁업체를 관찰한다. 이들의 행동 기저에 깔린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서다. 의도적인 관찰이 지닌 가치는 매니저 6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험에서 명확히 드러났다. 백화점 쇼핑객의 동영상을 보여주면서 고객이 느끼는 불편의 원인을 찾아보라는 말을 분명히 들은 매장 매니저들은 그렇지 않은 매니저보다 교통 체증에 걸리거나, 원하는 상품을 찾지 못하거나, 낯선 매장 배치에 어려움을 느끼거나, 탈의실을 찾지 못하는 등의 문제점을 훨씬 더 잘 찾아냈다. 이런 문제점을 잘 분석하면 모두 매장 혁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 관찰이 업무의 일부라고 분명히 매니저에게 말해주지 않으면 이들은 자기 주변에서 일어나는 문제와 경향, 초기 혁신을 알아보지 못한다. 브리저 중에는 자신의 통찰력을 기록하고 걸러내기 위해 기록하는 사람도 있다. 이를 통해 고객이 느끼는 어려움 또는 좌절을 해결할 행동적 실마리를 찾거나 신규 사업 아이디어 및 제품, 서비스에 관한 가설을 구상할 수 있다.

 

브리저를 관리하던 릴라 이브라힘은 인텔 매니저들이 해외 고객을 직접 방문하고 이들의 필요에 따른 혁신을 적극 모색하도록 돕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브리저를 잘 관리하기만 하면 아이디어 이전을 촉진할 뿐만 아니라 해당 아이디어의 가치에 관한 메시지도 전파할 수 있다. 조사 결과, 기업과 브리저 모두가 기회를 적절히 고려한다면 통찰력의 질은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역사 육성. 글로벌 브리저의 중요 업무 중 하나는 현지 환경을 이해하고 브리저가 그 상황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울 조력자를 육성하는 일이다. 브리저는 이런 역할을 맡는 사람들(‘통역사(translator)’로 부르겠지만 언어를 해석하는 일은 이들의 업무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과 관계를 구축해야 하므로 현장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야 한다. 호텔에서 며칠 묵으며 수박 겉핥기식으로 현장에 들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보통통역사의 역할은 브리저의 동료나 부하 직원들이 맡는다. 그러나 조직에 속하지 않은 제3자가 더 효과적일 때도 있다. 이들은 외부인의 눈에는 잘 보이지 않는 현지 경쟁기업의 전략 및 특성을 보다 잘 이해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기업은 해외 매니저에게통역사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의 가치를 가르쳐 주고 이들과의 관계를 구축하고 유지하는 능력을 기준으로 매니저 역량을 평가해야 한다.

 

이브라힘은 근무 시간 중 20%를 자신에게 직접 보고하는 관리자를 지도하는 데 사용한다. 이들은 본사에 보낼 e메일을 작성하거나 프레젠테이션 준비를 할 때 이브라힘의 지도를 받는다. 이브라힘은 브리저로 성장할 직원들이 현지인과 무리 없이 어울릴 수 있도록 파티를 열고 동료들을 초대해서 즐거운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때로는통역사들을 인텔의 미국 본사로 보내 기업이 갖고 있는 관점에 친숙해지도록 했다. 중국 시장에 현지 정보를 전해주며 사람들과 원만히 지냈던 엔지니어가 있었다. 그러나 그는 본사의 경영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통역사로서의 역량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했다. 본사에서 짧은 시간을 보낸 후에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보다 효과적으로 브리저에게 전달할 수 있었다.

 

실험. 성공적인 브리징을 위한 세 번째 방법은 실험하는 것이다. 실험을 통해 입증되지 않은 아이디어를 본사에 보내 버리면 글로벌 브리저에게도 별 도움이 안 된다. 그렇게 보낸 아이디어는 본사 경영진의 주목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유능한 브리저들은 자신의 관찰 결과를 검토해 그중에서 잠재 가치가 가장 큰 것을 찾는다. 그리고 혼자서 혹은통역사의 도움을 받아 실험을 실시한다.

 

제너럴일렉트릭(General Electric·GE)은 뚜렷한 혁신 개발 전략을 수립한 소수의 글로벌 기업 중 하나다. 제프리 이멜트(Jeffrey Immelt) CEO는 개도국 시장에서 소위폭발적인잠재력을 가진 아이디어를 활용하는 데 막대한 자원을 투입한다. GE에서는 최근 글로벌 성장 및 운영 부서를 신설하고 GE 내에서 이멜트 CEO가 아끼는 2번째 유력자 존 라이스(John Rice)에게 총괄책임을 맡겼다. 레이날도 가르시아(Reinaldo Garcia) GE 중남미 사업부 CEO는 이렇게 말한다. “신흥 시장에서 솟아 나오는 아이디어 및 혁신의 다수는 현실화되지 못했다. 우선순위에 들지 않았거나 강력한 지원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현지 시장의 자원이 충분치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글로벌 성장 및 운영 부서는 현지화를 앞당기고이전부터 존재했지만 결실을 맺을 정도로 충분한 지원을 받지 못한아이디어에 노력과 자원을 집중하기 위해 신설됐다.

 

GE처럼 해외 사업 운영 및 성과 측정, 목표 달성 등 혁신을 위한 아이디어 취합을 하나의 절차로 삼아야 한다. 그러나 조사 결과, 브리징 노력에 대한 공식적인 인센티브는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아이디어 모색에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기업에서 가장 많이 활용하는 보상 수단은 인정과 승진이다. 그러나 브리저에게 진정으로 적절한 보상을 지불하기 위해서는 최적의 인센티브 제도를 통해 최종 결과뿐 아니라통역사와 함께 일하거나 혁신의 기회를 잡아내는 등의 중간 결과에 대해서도 보상을 제공해야 한다. 최종 결과는 보통 수년은 지나야 나오기 때문이다.



 

아이디어를 본사로 돌아오게 하라

새로운 아이디어는 기존 권력 구조를 위협하기 때문에 기업 지도자들은 멀리 신흥 시장에 있는 동료들의 아이디어를 받아들이지 않는 경향이 있다. 미국 컨베이어벨트 제조사에서 근무하는 한 관리자는 이런 상황을 서로 다른 2개의 시각에서 경험한 바 있다. 본사에서 근무할 당시 그는 해외 관리자가 제안한 아이디어에 별로 관심을 두지 않는다는 동료들의 말을 자주 들었다. 이후 신흥 시장 근무를 맡게 됐을 때 그는 본사 동료들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쉽게 외면한다는 사실을 경험했다. 이런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자신의 아이디어를 본사 중심부에 전하려는 브리저는 다각적 접근 방식을 취할 필요가 있다. 본사에서 사용하는 용어를 사용하며 실험을 통해 얻은 입증 자료를 준비하고 자신의 아이디어를 적극 피력하며 다른 중역을 자기편으로 확보해 지원을 받아야 한다.

 

연구 대상 중 14명의 효과적 브리저들이 본사에 지지 세력(advocates)을 두고 있었다. 반면 지원 세력을 확보하지 못한 관리자들은 자신의 아이디어를 설득하는 데 신통치 않은 결과를 냈다. 강력한 지지자는 브리저의 아이디어가 외면당하지 않도록 도와주며 아이디어의 가치를 알리기 위해 필요한 대화를 유도한다. 조사에 참여한 지지자 중 일부는 해당 회사에서의 경험이 길지 않은 신참 경영진이었지만 모두 최고경영자와 직접 논의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고 브리저를 지원하는 과정에 깊숙이 개입하려는 의지를 갖고 있었다. 깊숙한 개입은 매우 중요하다. 나이키에서 하트지의 월드 슈 아이디어를 지지했던 중역은 월드 슈의 가치를 믿었지만 해당 프로젝트에 충분한 시간을 투자할 여력이 없었다.

 

GE 헬스케어 시스템(Healthcare Systems) CEO였다가 메드트로닉(Medtronic) CEO로 취임한 오마르 이시락(Omar Ishrak)은 브리저의 아이디어를 지원하는 입장에 있었다. GE 의료 초음파 사업을 총괄하던 당시 그는 다이아나 탱(Diana Tang) J.K. (Koo)라는 2명의 GE 브리저가 보고한 휴대용 초음파 기기 아이디어를 듣고 이를 발전시키기로 결심했다. 그는 이들의 노력을 전폭적으로 지지했고 중국 시장을 위한 초음파 부서를 신설해서 해당 팀이 중국 시장에 필요한 제품을 개발하도록 했다. 이들의 노력으로 탄생한 소형의 저가 초음파는 다른 시장에서도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다.

 

이시락과 같은 지지자들은 본사 경영진을 설득해 대대적 혁신에 적합한 기업 구조를 만드는 데 기여한다. 기업 구조 변경은 필수적일 때가 많다. 신흥 시장에서 시작된 혁신은 기존 제품의 대대적인 변혁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비효율성과 고객 혼란 없이 기존 경로를 통해 신제품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기업은 고군분투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GE의 휴대용 초음파 개발은 기존 초음파 사업부와 별도로 행해졌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

 

영리한 기업들은 브리저와 지지자 사이의 관계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아채고 직원들이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를 지원 사격하도록 독려한다. 경영진은 브리저가 본사에서 근무하는 동안 지지자들과 관계를 형성하도록 상황을 마련해주고 해외 시장에서 근무할 때에도 그 관계를 유지하도록 조언한다. 조직은 지지자들이 단순한 충고와 지원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도록 만들어야 한다. 이들은 현지 시장을 직접 방문해 브리저와 시간을 보내고 신흥 시장에서 새로 발생하는 아이디어를 보다 잘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해당 아이디어를 끝까지 추진해서 시장에 출시하는 책임까지 브리저에게 주면 성공을 이끄는 데 도움이 된다. 인터뷰에 응한 브리저들은 자신에게 그런 책임이 주어지지 않는다면 다른 부서의 관심 부족과 심리적 저항으로 혁신이 좌초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브라힘이 이끄는 팀이 성공을 거둔 것은 이들이 신제품을 개발하고 새로운 지원 역량을 구축할 재량권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가장 효과적인 브리징 전략은 앞서 말한 모든 요건을 충족한다. 그리고 신흥 시장 아이디어 개발을 위한 기업 구조를 구축한다. 해외 관리자들이 기록을 남기고 보고서를 작성하며 내부 웹 기반 포럼에 참여하도록 독려하면 조직은 브리저가 가진 지식을 활용해 회사를 발전시켜 나갈 수 있다. 혁신적 아이디어를 기록하는 기업은 인맥과 통찰력, 실험 결과를 축적해 해외 관리자들이 체계적이고 효과적으로 신흥 시장을 관찰하며 새롭고 위대한 아이디어를 찾아내도록 할 수 있다.

번역 |우정이 woo.jungyi@gmail.com

 

 

 

네이선 T. 워시번 (Nathan T. Washburn)

필자는 선더버드 국제경영대학원(Thunderbird School of Global Management) 부교수다.

B. 톰 헌세이커 (Tom Hunsaker)

필자는 선더버드에서 MBA 프로그램을 가르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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