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이 글은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 MBA스쿨의 온라인 매거진 에 실린 ‘Why Middle Managers May Be the Most Important People in Your Company’를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NYT 신디케이션 제공)
에단 몰릭(Ethan Mollick) 와튼스쿨(경영학) 교수는 지식 기반 기업들에 ‘중간급 관리자들에게 좀 더 많은 관심을 보여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한다. 중간급 관리자들이 조직 내 다른 어떤 부류의 사람들보다 기업의 성과에 더 커다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몰릭은 “조직 내에서 흔히 간과되고 이따금씩 비방을 받기도 하는 중간급 관리자들이 실제로는 매우 중요하다”며 “중간급 관리자들은 쉽게 교체할 수 없는 대상”이라고 덧붙인다. 몰릭의 주장은 기업들이 각기 다른 성과를 보이는 것은 직원들의 차이로 인한 게 아니라 비즈니스 전략, 경영 시스템, 인사관리 관행 등 조직적인 요소 때문이라는 오랜 통념을 완전히 뒤흔드는 것이다.
몰릭은 컴퓨터 게임, 소프트웨어, 컨설팅, 생명공학, 마케팅 등 혁신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업계 및 분야에서는 개개인이 갖고 있는 능력과 기질이 기업의 성과에 특히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한다. 몰릭은 최근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하는 논문 ‘인재와 공정: 간부와 혁신가: 개인과 기업 성과(People and Process: Suits and Innovators: Individuals and Firm Performance)’를 발표했다. 몰릭은 이와 같은 지식 집약적인 산업에서는 중간급 관리자가 갖고 있는 역량의 차이가 “기업의 성과에 특히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면서 “중간급 관리자의 역량 차이가 혁신을 책임지는 사람들의 역량 차이보다 기업의 성과에 훨씬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한다. (위 논문에서 몰릭은 중간급 관리자를 간부(suits)라고 표현한다.)
몰릭은 간부들이 이토록 막강한 영향력을 갖는 건 자원을 할당하고 마감기한을 감독하는 등 프로젝트 관리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사실 중간급 관리자들이 맡는 이런 역할들은 관료주의적이며 틀에 박힌 일로 그다지 매력적이지는 않은 것으로 여겨진다.) 중간급 관리자들은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환경을 장려하는 데 있어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게임 산업에 관한 고찰
중간급 관리자와 혁신가의 상대적인 기여도를 측정한 연구 사례가 부족한 탓에 몰릭은 연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몰릭은 전형적인 지식 기반 산업인 동시에 ‘기업과 개인 간의 긴장감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대표적 사례’인 컴퓨터 게임 산업을 분석해 중간급 관리자와 혁신가의 상대적인 기여도를 확인했다.
몰릭은 컴퓨터 게임 업계에는 상대적으로 기반이 탄탄하고 명료한 제품 전략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요 인재의 혁신 역량’에 상당히 의존하는 기업이 많다고 지적한다. 뿐만 아니라 몰릭은 논문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게임 업계에서 성공하려면 혁신을 책임지고 있는 관리자의 역량뿐 아니라 프로젝트 관리자의 역량 또한 중요하다. 프로젝트 관리자는 수십 명의 프로그래머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경우에 따라 수천 만 달러까지 증가하는 예산을 잘 조정해야 한다.’
몰릭은 논문에서 최고경영자(CEO),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비롯한 대기업의 고위급 경영진이 성과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이전의 연구 결과를 인용하긴 했지만 고위급 관리자의 영향력을 별도로 분석하지는 않았다. 사실 포춘(Fortune) 선정 800대 기업의 경우를 살펴보면 고위급 관리자의 역량이 기업의 성과 변화에서 차지하는 부분은 5% 미만이다. 몰릭은 같은 주제를 다룬 다른 연구에서도 동일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규모가 크고 탄탄한 기반을 갖고 있는 조직 중 일부가 다른 업체에 비해 더 나은 성과를 보이는 이유를 조사해 보면 고위급 관리자가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미미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몰릭은 최고 경영진이 회사의 전반적인 방향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하지만 최고 경영진은 개별 프로젝트 선정이나 운영 방식을 결정할 때에는 그다지 중요한 역할을 하지 않는다. 적어도 게임 업계에서는 이런 역할을 맡는 존재가 바로 중간급 관리자다. 여러 지식 기반 산업에서도 동일한 현상이 나타날 거라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몰릭은 논문에서 ‘제조업과 같이 규모의 경제가 중요하며 성과를 설명할 때 개개인의 기여도를 고려할 필요가 없는’ 전통적인 업계와 지식 기반 기업을 구별하고 있다. 토요타(Toyota)가 대표적인 경우다. 논문 내용 중 일부를 살펴보자. ‘6개의 계층으로 이뤄진 조직 구조를 갖고 있으며 직원들이 다양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훈련을 시키고 각 부서의 역할을 명료하게 정의하는 토요타는 효율적인 자동차 생산을 위해 복잡한 메커니즘 속에서 직원들을 통합시키는 제조업계의 거물이다. 개별 근로자들은 동일한 수준의 포괄적인 훈련을 받은 다른 직원들과 대체 가능하다.’ 생산 공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개별 직원의 기술이 아니라 적절한 인재를 채용·훈련시켜 적절한 자리에 배치하는 회사 차원의 공정’이다.
하지만 새롭게 떠오르는 신흥산업들은 공정과 조립라인보다는 지식과 혁신에 더욱 의존한다. 이런 모델을 감안했을 때 개별 중간급 관리자가 회사의 성과에 미치는 영향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다음과 같은 답을 내놓는 경우가 많다. ‘중간급 관리자의 성공 여부는 조직의 구조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중간급 관리자가 성과에 각기 다른 영향을 미치는 것은 개인적인 역량의 차이라기보다 기업 구조와 문화로 인한 것이다’
몰릭은 게임 산업 분석을 통해 조금 다른 결과를 제시한다.
훌륭한 기술은 이동 가능하다
몰릭은 자신이 추진한 연구의 핵심 내용을 설명하면서 게임 업계의 경우 일이 진행되는 방식 자체가 조금 다르다고 설명한다. 논문 내용 중 일부를 살펴보자. ‘모든 게임에는 디자이너, 프로그래머, 아티스트 등 창작을 담당하는 사람들로 구성된 팀이 배정된다. 창작을 담당하는 프로젝트팀은 다양한 규모의 회사에서 일을 한다. 게임 업계에서 개발된 여러 게임의 경우 게임 개발에 참여한 각 개인이 어떤 기여를 했으며 회사 자체가 성과에 어떤 기여를 했는지 정확하게 가려낼 수 있다. 따라서 업계 내에서 혁신과 기업가 정신을 장려하는 개인 및 기업을 정확하게 추적해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