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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roductivity Paradox

생산성의 역설: 덜 요구할수록 더 일한다

토니 슈워츠 | 76호 (2011년 3월 Issue 1)

우리의 대부분은 ‘제대로’ 일하지 않는다. 기업의 직원 몰입도(employee engagement)가 위험스러울 정도로 낮다는 연구 결과도 속속 나오고 있다. HR 컨설팅 업체 타워스 페린(Towers Perrin)이 2007년 전 세계 9만 명의 직장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직장에서 일에 완전히 몰두한다는 응답은 전체의 21%였다. 반면, 일에 흥미를 잃거나 의욕이 사라진 직원은 전체의 40%에 이르렀다. 직원의 업무 몰입도 저하는 회사의 수익성에 직접적 타격을 입힐 정도로 부정적인 요소인데도 말이다. 타워스 페린은 업무 몰입도가 낮은 기업의 영업이익이 연간 33% 감소했으며, 순이익 성장률은 11% 하락했다는 점을 발견했다. 반면, 직원 몰입도가 높은 기업의 영업이익과 주당 순이익은 각각 19%, 28% 증가했다.
 
필자가 설립한 컨설팅사 에너지프로젝트는 10년 전부터 직원의 업무 몰입도를 개선해서 기업 성과를 높이는 작업을 수행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과로에 따른 기력 소진이 직원 의욕 상실의 원인이라고 판단하고, 직원의 에너지를 관리해서 생산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에너지 관리는 단순한 시간 관리와 구분되는 개념이다.(HBR 2007년 10월호 <시간이 아니라 에너지를 관리하라(Manage Your Energy, Not Your Time)> 참조) 시간은 한정된 자원이지만, 개인의 에너지는 언제든 확장될 수 있으며 정기적으로 재충전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상의 결정이 자신의 에너지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알고 있는 사람들은 자신의 ‘연료 탱크’를 늘리고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새로운 전략을 터득하게 된다. 어떤 일을 하겠다고 생각하고 매일 시간을 내 꾸준히 반복해보라. 그 행동은 결국 일상에 편입돼 의식적 노력이나 강제하는 규칙이 없어도 자연스레 몸에 밴다. 이를 우리는 일상의 ‘의례(ritual)’라고 부른다. 단순한 ‘의례’라고 해도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복잡하고 중요한 일에 방해를 받지 않고 몰두하려고 매일 2시간씩은 e메일 창을 닫아둔다거나 감정적, 혹은 정신적 휴식을 위해 매일 오후 3시에 산책을 한다거나 하는 행동이 이 같은 ‘의례’에 해당한다.
 
우리는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에너지 충전을 위한 의례를 수행하는 훈련을 시켰다. 그리고 그들이 직장에서 이 의례를 실제로 해보도록 했다. 하지만 조직으로 돌아간 직장인들이 우리에게 배운 원칙과 관행을 실천하는 과정에서 조직 내의 엄청난 반발에 부딪히곤 했다. 우리가 처음에 했던 작업이 실패한 이유다. 우리는 여전히 개인들이 태도와 행동을 먼저 바꿔야 조직적 변화를 감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초기의 시행착오를 통해 기업 문화의 변화를 유지하려면 고위 경영진의 의지가 선행돼야 한다는 점을 깨달았다.
 
소니 픽쳐스 엔터테인먼트(Sony Pictures Entertainment)의 사례를 소개하려고 한다. 우리는 이 회사가 전사적으로 추진한 ‘에너지 재충전(Energy Building)’과 ‘의례 재구성’ 프로그램의 초기 작업을 지원한 바 있다.
 
캘리포니아 컬버 시티(Culver City)에 위치한 소니 픽쳐스는 TV 드라마와 영화를 제작, 판매, 유통하는 엔터테인먼트 회사다. 지금까지 소니 글로벌 직원 6300명 중 3000명이 우리 회사의 에너지 관리 프로그램을 수료했고, 이번 여름에는 유럽과 싱가포르, 라틴 아메리카 지부 직원 1700명이 추가로 프로그램 연수를 받을 예정이다.
 
이 프로그램에 대한 소니 직원의 반응은 굉장히 좋다. 참가자의 88%는 프로그램 덕분에 업무 집중력과 생산성이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90% 이상은 매일 더 활기차게 일할 수 있게 됐다고 답했다. 업무 수행 능력과 몰입도가 나아졌다는 응답도 84%였다. 소니 경영진도 프로그램 도입으로 회사 실적이 크게 나아졌다고 생각한다. 이 회사는 금융위기와 경기침체가 닥쳤던 2008년에도 어느 때보다 높은 수익을 달성했고, 이듬해인 2009년에는 최고의 매출 실적을 올렸다. (DVD 시장이 무너지면서 2010년 초 어쩔 수 없이 인력을 정리해고하긴 했어도 말이다.)
 
소니는 우리 프로그램을 선택한 다른 많은 기업처럼 자사의 직원 관리 방식에 대한 두 가지 근본적 변화를 시도했다. 첫째, 직원은 컴퓨터가 아니다. 빠른 속도로 줄기차게 일할 수 없고, 여러 업무를 동시에 수행할 수도 없다. 사람은 업무 집중과 재충전 시간을 번갈아 가질 때 생산성이 극대화된다. 둘째, 어떻게 하면 직원들을 더 많이 일하게 할까 궁리하기보다는 이들이 에너지를 유지하고 스스로 일상 업무에 더 몰입하도록 영감을 주기 위해 필요한 네 가지 요소를 체계적으로 제공하는 것이다. 에너지 유지를 위해 필요한 4대 요소는 바로 신체적 건강(Physical health·영양 섭취와 수면, 매일의 재충전, 운동), 정서적 안정(Emotional well-being·가치와 능력을 인정받을 때 상승), 명료한 정신(Mental clarity·에너지 집중, 업무의 우선순위화, 창의적 사고 능력), 영적 의미(Spiritual significance·단순한 수익 창출을 넘어서 의미 있는 일을 했을 때 느끼는 감정)이다.

최고 경영진의 태도 변화
소닉 픽쳐스의 경우 공동 대표 마이클 린튼(Michael Lynton)과 에이미 파스칼(Amy Pascal)이 직접 전면에 나서 변화를 이끌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 변화의 목표는 바로 직원 친화적인 문화를 통해 업무 몰입도와 성과를 개선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서는 최고 경영진의 행동이 직원 에너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부터 파악해야 했다. 우리는 린튼과 파스칼로부터 수하 임원과 동종 업계의 절친한 동료를 인터뷰할 수 있도록 허락 받았다. 우리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이들의 친구, 가족과도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린튼과 파스칼에게 지인들이 그들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들려주고, 자신의 어떤 점을 개선하고 싶은지에 대해서도 물었다.
 
내향적이고 자신의 속을 잘 털어놓지 않는 성격이었던 린튼은 자신의 감정이 주변 사람에게 잘 전달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린튼은 직원들이 훌륭하게 업무를 수행했을 때 이를 감사하게 생각한다는 점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이를 위해 전화나 e메일을 통해 직원들의 성과를 인정하고 치하하는 ‘의례’를 정례화했고, 이는 직원의 정서적 에너지를 높이는 결과를 낳았다.
 
파스칼은 조직 내외의 갈등을 회피하는 경향이 있다는 지적에 관심을 기울였다. 그리고 이를 고치고 싶어했다. 직원들은 직접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파스칼의 성향 때문에 나름대로 상황을 파악하느라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었다. 그래서 파스칼은 보다 직설적으로 갈등을 거론하기 위한 ‘의례’를 만들었다. 불편한 상황에 놓일 때마다 파스칼은 ‘지금 해야 할 옳은 일(right thing)은 무엇일까?’라고 자문했다. 여기서 ‘옳은 일’이란 파스칼이 지금 당장은 불편하게 느낄지 몰라도 회사에 최상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행동을 말한다. ‘옳은 일’을 하기 위해 파스칼은 때론 자신이 아끼고 존경하며 상처 주고 싶지 않은 사람에게 ‘안 된다’고 단호히 말해야 했다. 어려운 일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파스칼은 자신의 솔직함을 사람들이 더 고마워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상대가 원하는 답변이 아니더라도 솔직히 말하고 나면 기분이 좋아졌다. 파스칼은 어렵사리 존경하는 감독 스티븐 소더버그가 마이클 루이스의 소설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 ‘머니볼(Moneyball)’에 대한 제작 투자를 중단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스티븐은 언제라도 함께 일하고 싶은 감독”이라고 파스칼은 말했다. “그러나 이번 프로젝트의 경우, 스티븐의 영화에 대한 비전은 우리와 너무 달랐다.”
 
각 부서의 참여를 이끌어라
다음으로 우리는 소니 픽쳐스의 각 부서장을 프로그램에 참여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린튼과 파스칼은 15명의 중역과 함께 에너지프로젝트의 연수를 받았다. 구체적인 에너지 관리 ‘의례’를 정하고 이를 통해 참가자의 역량 및 리더십을 함양시키는 데 초점을 둔 프로그램이었다. 이들은 에너지 재충전을 위해 필요한 요소 중 지원이 부족한 부분을 파악하고 필요한 개인적 ‘의례’을 정했다. 일례로, 마케팅 및 유통 책임자인 제프 블레이크는 자신의 감정적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했다. 우리의 프로그램을 마친 그는 통제 불가능한 분노와 좌절이 자신의 에너지를 갉아먹고 동료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자신의 감정을 좀더 잘 통제하기 위해 그는 좌절감이 쌓일 때마다 스튜디오 근처를 산책하며 한 발짝 뒤로 물러나 상황을 분석하는 습관을 들였다.
 
산책을 ‘의례’로 만든 그는 여유를 가지고 현실을 재점검하고 대응 방안을 좀더 신중히 검토하게 됐다. TV 시장 유통을 총괄하는 키이스 르고이(Keith LeGoy)도 블레이크와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었다. 그는 누군가 자신의 심기를 거스르는 발언을 할 때 즉각적으로 반응하지 않기 위해 크게 숨을 들이마시며 심호흡을 하는 습관을 들였다. 마음이 진정되고 나면 ‘이 사람과 좀더 효과적으로 협력하려면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자문하는 의례를 만들었다.
 
스튜디오 작업을 총괄하는 개리 마틴은 어려운 업무에 집중하는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업무 시간 중 e메일 창을 닫는 일을 습관화했다. 홈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총괄하는 데이비드 비숍은 다른 사람과 통화를 할 때 절대 e메일을 열지 않고 상대와의 대화에 온전히 집중하겠다고 약속했다. 콜롬비아 픽쳐스와의 대외사업 및 업무를 총괄하는 앤드루 검퍼트는 저녁 때마다 업무에 우선순위를 부여하는 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퇴근 후 5분 정도 시간을 내서 다음 날 해야 할 중요 업무 두세 개를 미리 결정한다. 이어 그는 매일 아침 6090분의 시간을 내서 전날 생각한 주요 업무를 가장 먼저 처리한다. 이렇게 하면 e메일을 보내거나 밤 동안 밀려든 일을 처리하느라 오전시간을 낭비하는 일을 방지할 수 있다.
 
필자와 동료들은 소니 픽쳐스 임원진과 협업 강화를 위한 ‘의례’도 만들었다. 이 회사의 주간임원회의는 겉으로는 화기애애하고 서로 평등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속내는 달랐다. 경영진들은 예의를 갖추면서도 자기 부서의 정보를 쉽사리 공유하려 하지 않았다. 자신의 업무 영역과 다른 의견은 일단 반대하고 보는 경향도 있었다. 그 결과 마찰이 발생했고, 이는 생산성을 떨어뜨렸다.
 
파스칼과 린튼의 권유로 임원들은 솔직하게 대화를 하고 서로에 대한 믿음을 강화하는 ‘의례’를 제도화했다. 이들은 매주 임원회의가 열리기 전 안건을 명확히 정하고 주요 전략 이슈에 집중해 이야기를 나누기로 합의했다. 또 토론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다양한 제안을 하는 한편, 회의 중 결정된 내용에 대해서는 반드시 힘을 합해 시행하자고 뜻을 모았다. 결정을 내릴 때에는 개별 부서의 이익보다 회사 전체의 이익을 먼저 고려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최고 경영진이 직원의 에너지 재충전을 도울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 먼저 모범을 보이고, 직원들이 마음 편히 에너지를 재충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면 된다. 다음은 경영자가 할 일(Dos)과 해서는 안 될 일(Don’ts)이다.
 
할 일(Dos)
여유롭게 점심을 먹어라(Take back your lunch)사무실 책상에 앉아 점심을 먹지 말고 밖에서 점심을 먹어라. 그렇게 하면 더 많은 에너지를 얻어서 남은 시간을 더욱 알차게 보낼 수 있다. 리더가 밖에서 점심을 먹으면 직원들도 밖에서 점심을 먹을 것이다.
 
어떤 일에 가치를 부여하는지 알려라(Communicate your values)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싶어 한다. 이는 인간의 중요한 정서적 욕구 중 하나다. 일주일에 한 번은 직원들의 노고를 치하하는 글을 써서 전달한다. 직원이 자신이 부여한 어떤 가치를 잘 수행했는지 구체적으로 말해주는 것이 좋다.
 
창의성을 계발한다(Cultivate creativity)직원의 창의적 발상과 영감을 촉진할 공간을 만들어라. 편하게 여유를 즐길 만한 공간이면 더 좋다. 최소한 2주에 한 번은 직원들이 함께 모여 창의적 아이디어를 의논하고 장기 프로젝트와 전략을 구상하는 회의를 갖도록 한다.
 
열정을 공유하라(Share your passion)단순한 이익 창출이 아닌, 보다 높은 차원의 비전과 구상을 제시한다. 만약 그런 비전이 없다면 시간을 내어 자신이 어떤 가치를 추구하는지 생각해본다. 하루를 시작하게 하는 힘의 원천은 무엇인가? 이 세상에 전달하고자 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다른 사람을 동참하게 만들고픈 당신의 열정은 무엇인가?
 
해서는 안 되는 일(Don’ts)
갈등을 피한다(Avoid conflict) 어려운 상황을 외면하는 일이 직설적이고 솔직하게 얘기하는 것보다 더 나쁘다. 허심탄회한 대화를 하려면 무조건 자신이 옳다고 가정하지 말고, 열린 사고와 호기심으로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
 
동시에 여러 개의 일을 한다(Try to do multiple things at the same time)사람들과 대화를 할 때에는 상대에게 온전히 집중한다. 상대의 말을 끊지 말고 주의 깊게 듣는다. 방금 들은 말을 그대로 되풀이할 수 있다면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
 
자신에게만 신경을 쓴다(Be self-absorbed)자신을 세상의 중심에 두는 사람이 많다. 자신이 당장 원하는 것에만 신경 쓰지 말고, 자신의 뒤를 따르는 직원들에게 무엇이 필요한지를 생각하라.
 
솔직함을 권장하기 위해서 이들은 ‘코드(Code)’라고 명명한 의례를 도입했다. 말 못할 감정이나 걱정을 상대에 대한 비난이나 공격 없이 솔직하게 공론화하고 싶을 때 “코드”라고 외친다. 이는 “당신 의견이 정말 궁금하다. 그러니까 솔직히 말해주면 좋겠다”는 뜻이다.
 
파스칼과 린튼은 코드가 둘의 관계에서 특히 유용하게 사용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일례로, 파스칼이 린튼에게 자신이 주재하는 마케팅 회의에 참석해줄 것을 요구했다. 그런데 갑자기 다른 일이 생기는 바람에 린튼은 회의 직전 참석을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 파스칼을 배려한 린튼은 “그냥 나 없이 회의를 진행하라”고 말했고, 파스칼은 “알았다”고 답했다. 그런데 파스칼은 린튼이 회의에 참석 못하는 게 정말로 괜찮은지, 자신에게 피해를 주기 싫어서 예의상 그렇게 말한 것은 아닌지 궁금했다. 린튼의 경우 반대로 파스칼이 참석을 요청했던 회의에 불참하는 게 파스칼에게 무례를 범하는 건 아닌지 궁금해졌다. 둘 다 분쟁을 싫어해 불만이나 걱정에 대해서는 솔직하게 표현을 하지 못하는 성격이다. 이럴 때 “코드”라고 말하면 둘은 쉽게 마음을 터놓고 직접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껄끄러운 상황에서 진실을 이야기하기 위한 의례”라고 파스칼은 설명했다. “이런 의례를 통해 신뢰를 구축한다. 요즘에는 굳이 ‘코드’라고 말할 필요도 없을 만큼 서로 솔직해졌다.”
 
소니 경영진이 프로그램 내용을 익히고 난 후, 우리는 같은 내용을 이들의 직속 보고 라인 125명에게 전수했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분기별로 고위 경영진과 만나 이들이 리더십과 경영진의 몰입도 개선을 위한 의례를 지속하도록 지원했다. 한 번은 회의에서 e메일이 논의 주제가 된 적이 있다. 회의 중에는 e메일을 확인하거나 보내는 일을 금지하기로 했지만 다른 문제가 남아 있었다. 소니 픽쳐스 간부들은 퇴근 후나 주말에도 e메일로 업무를 처리하는 문화가 있었다. 이는 퇴근 후에도 회사에서 일하는 느낌을 주어 간부들의 에너지를 갉아먹었고, 당연히 불만을 키웠다.
 
간부들은 e메일을 보내고 확인하는 시간을 주중 오전 8시에서 오후 8시로 제한하는 데 합의했다. 이 외의 시간에는 e메일을 무시해도 되는 자유가 주어졌다. 반드시 답변을 받아야 하는 긴박한 사안이 발생할 때는 전화로 연락하기로 했다. 소니 픽쳐스의 최고재무책임자(CFO) 데이비드 헨들러는 “서로에 대한 요구 사항이 완전히 변했다”고 말했다. “이제는 가족과 함께 있을 때 블랙베리를 습관적으로 확인할 필요가 없다. 가족들도 이런 변화를 반긴다. 덕분에 근무 시간에 더 많은 에너지를 쏟아 부을 수 있게 됐다. ‘아, 가족과 시간을 함께 보내고 싶었는데’라는 한탄을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전사적 에너지 관리
경영진이 프로그램을 수료한 후, 파스칼과 린튼은 이를 회사 전체에 단계적으로 확대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소니 픽쳐스는 촬영 스튜디오를 개조해서 우리가 직원들을 25명씩 훈련시킬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고, 이와 함께 에너지 재충전의 일환으로 직원들이 운동할 수 있는 공간과 영양 상담, 요가 수업, 마사지 등을 제공했다.
 
소니 픽쳐스는 직원들이 4대 핵심 영역에서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는 캠페인을 전사적으로 도입했다. 모든 직원이 이용 가능한 구내 식당과 샐러드 바를 만들어 건강 식단을 지원했고, 영양사를 고용해서 직원들이 원하면 영양 섭취에 대한 조언도 해줬다. 또한, 다양한 운동 기구를 갖춘 체육관을 만들고 직원들이 이야기를 나누거나 휴식할 수 있는 녹지 공간을 조성했다. 직원들의 영적 보람을 위해서 비영리 기관에서 봉사하거나 봉사활동을 스스로 조직할 수 있는 유급 휴가도 보장했다.
 
파스칼을 비롯한 고위 경영진에게 가장 강력한 변화는 바로 직원 개개인의 에너지 상태와 충전의 핵심 요소를 표현하는 공동의 언어를 채택한 것이다. 이제는 ‘재충전 휴식(renewal break)’ ‘의례’ ‘방아쇠(trigger)’ 등의 단어와 “그건 ‘팩트(fact, 있는 그대로의 사실)’인가, ‘스토리(story, 말하는 사람이 주관적으로 해석한 상황)’인가?”라는 질문이 일상적으로 오간다. “그게 내 방아쇠를 당겼어”라는 말은 ‘그 말이 나를 자극해서 감정적으로 폭발했어’라는 뜻이다. 이는 자신이 선택한 반응과 행동에 대해서는 자신이 책임진다는 뜻을 내포한다. “그건 팩트인가, 스토리인가?”라는 질문은 주어진 사실을 해석하는 사람은 바로 나라는 사실을 알려줘서 긍정적이고 관대한 시각으로 상황을 바라보도록 돕는다. 직원들은 자신의 에너지 상태가 업무 성과에 주는 영향에 대해서도 전보다 더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됐다. 스트레스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동료에게 “지금 에너지 상태가 어때?(What energy zone are you in?)”라고 묻는 일도 일상화됐다. 단순한 질문이지만, 이를 통해 동료는 자신의 감정을 추스르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다. 이제 소니 픽쳐스 직원들은 업무 시간에 편하게 휴식을 취하거나 잠시 e메일을 끄거나 체육관을 찾는 일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기업이 생산하는 상품만큼 기업 문화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는 과정이었다”고 파스칼은 말했다. “아직 원하는 만큼 변화를 이루지는 못했지만, 공통의 언어를 통해 에너지 상태에 대해 이야기하고 공통의 원칙을 세웠다. 이를 통해 결속력도 한층 강화됐다. 함께 만들어가는 문화가 우리를 하나로 단결시켜준다. 시장에서 어떤 시련이 닥쳐도 기민하고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도 한다. 직원의 에너지 관리에 투자하면서 우리는 직원에게 힘을 불어넣고 동기 부여를 해주었다. 이런 노력 덕분에 아주 어려운 시기를 견딜 수 있었다고 확신한다.”
 
토니 슈워츠는 세계적 기업을 상대로 컨설팅을 제공하는 에너지 프로젝트의 사장 겸 CEO다. 진 곰스(Jean Gomes), 캐서린 맥캐시(Catherine McCathy)와 함께 <일하고도 일하지 않은 이유: 기업 성과 개선의 4가지 열쇠 (The Way We’re Working Isn’t Working: The Four Forgotten Needs That Energize Great Performance)>를 함께 썼다.
 
편집자주 이 글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2010년 6월 호에 실린 컨설팅사 에너지 프로젝트(Energy Project)의 사장 겸 최고경영자(CEO) 토니 슈워츠(Tony Schwartz)의 글 ‘The Productivity Paradox, How Sony Pictures Gets More Out of People by Demanding Less’를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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