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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Maverick CEO How He Persuaded His Team to Leap into the Future

고객보다 직원 먼저... 춤추는 CEO의 혁신 비결

비닛 나야르 | 74호 (2011년 2월 Issue 1)

어느 날 정신을 차리고 보니 사무실 밖 난간에 기대 앉아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고 상상해보라. 건물은 불타오르고 있고 창문은 열리지 않는다. 앉아 있던 창틀로 불길이 번지기 시작한다. 더는 발 디딜 곳이 없다. 너무 놀라 발조차 떨어지지 않는다. 얼어붙은 채로 누군가 구해주길 간절히 기도하거나 실낱 같은 희망을 걸고 미지의 세상을 향해 뛰어내려야 한다.
 
필자가 5년 전 인도 델리에 본사를 둔 정보기술(IT) 서비스업체 HCL테크놀로지 사장으로 취임할 때의 상황이 이랬다. 당시 HCL테크놀로지의 매출은 연간 30%씩 증가하고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시장 점유율이나 경쟁 업체와 비교한 고객 인지도 점유율(mindshare)은 계속 감소했다. 반면 경쟁 업체는 연간 4050%씩 성장하고 있었다. IT 서비스 산업은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었다. 고객들은 차별화되지 않은 단편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서비스 제공자를 선호하지 않았다. 고객이 원하는 건 필요한 모든 서비스를 포괄적으로 제공하는 장기적 파트너였다. HCL이 그런 요구에 부응하는 회사가 될 수 있을까.
 
그렇다. 지난 수년간 회사는 그렇게 일해왔다. HCL은 2009년까지 사업 모델을 변화시키는 노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연간 매출과 시가총액이 각각 3배, 2배로 증가했다. 글로벌 HR 컨설팅기업 휴잇이 HCL을 인도에서 가장 일하기 좋은 기업 1위로 꼽기도 했다. 여기에는 필자가 ‘선(先) 직원, 후(後) 고객(Employees First, Customers Second·EFCS)’이라고 부르는 선도적이고 독특한 경영 문화가 한몫을 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먼저 이것은 나 혼자 한 일이 아니라고 얘기하고 싶다. 100명의 경영진과 5만 5000명의 직원들이 함께 해낸 일이다. 그렇다면 필자는 어떻게 이들이 혁신에 동참하도록 설득했을까? 진실을 말하고,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이야기를 들려주고, 질문을 하고, 심지어는 춤까지 췄다. 무엇보다, 미지의 세상을 향해 가장 먼저 뛰어내렸다.
 
포인트A(출발점)를 인정하고 포인트B(지향점)를 설정
조직이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데도 굳이 불확실한 미래에 몸을 내던질 사람은 없다. 필자는 취임 이후 처음 몇 주는 전세계 HCL 지사를 방문하고 간부들과의 소규모 회의 및 대규모 모임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먼저 필자가 포인트 A라고 부르는, 조직의 최근 현황에 대해 토론했다. 일부 간부들은 위험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들은 회사 실적과 IT 시장의 호황, 과거의 성공만 보는 것 같았다. 대다수의 간부들은 특별한 의견이 없었다. 이들은 상황이 확실해지기 전까지 좀더 지켜보고자 했다. 그러나 일부 간부들은 현 상황이 아주 급박하며 좀더 일찍 변화를 시작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회의가 거듭되면서 조직을 뒤흔드는 효과가 나타났다. 내가 카리스마 넘치는 연설로 변화의 필요성을 역설했기 때문은 아니다. 그저 한 번도 공론화되지 않았던 사실을 제시하고 의견을 밝혔을 뿐이다. 이 회의들을 ‘거울로 비춰보기(Mirror Mirror)’라고 불렀다. 물론 공식 명칭은 아니었다. 다시 말해, 필자는 이 회의를 통해 새로운 각도로 거울을 들이대 조직의 상황을 있는 그대로 보여줬다. 이렇게 되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 점차 사라졌다. 지금도 사업 환경이 변화할 때면 우리는 ‘거울로 비춰보기’ 과정을 통해 HCL의 입지를 점검한다.
 
필자는 전세계 지사 방문을 위한 출장길에 고객사도 많이 만났다. 이를 통해 HCL이 무엇을 지향해야 하는지 윤곽을 잡기 시작했다. 놀라운 점은 고객들이 우리 상품이나 서비스, 기술에 관해 이야기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직원들에 대해 집중적으로 이야기했다. 우리 회사가 제공하는 가치는 고객과 대면하는 일선 직원들이 만들어가고 있었다. 회사의 가치가 창출되는 곳이 바로 고객과 일선 직원의 접점이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회사 조직은 가치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맞춰져 있지 않았다. 일선 직원이 감독 관리자의 요구를 따르는 전형적 피라미드 구조였다. 직원들이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하기는 어려웠다. 필자는 역으로 인사나 재무 책임자, 혹은 최고경영자(CEO)와 같은 고위 경영진이 일선 직원의 요구를 따르는 조직 구조가 가능한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막연했던 생각은 차츰 구체화됐다. 그리고 EFCS라는 원칙으로 확정돼 현재 HCL이 하는 모든 업무와 운영의 기본 방침이 됐다.
협업을 통한 전략 개발
나는 전사 직원에게 앞으로 협업을 통해 전략을 구상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이를 행동에 옮겼다. 2005년 7월 필자는 100명의 고위 관리자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HCL은 단순 IT 서비스 업체에서 글로벌 기업 IBM, 액센츄어, EDS와 경쟁하는 글로벌 IT 서비스 파트너로 변신하겠다고 밝혔다.
 
이 전략을 꼭 관철시켜야겠다고 마음 먹지는 않았다. 회사에서 가장 뛰어나고 경험이 풍부한 사람들이 내 제안을 거절한다면 분명 그에 필적할 만한 더 좋은 해결책을 제시할 거라고 믿었다. 필자는 중간 경영진들이 “좋아요. 하지만…”이라고 말할 때마다 그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물었다. 이런 반응은 변화를 수반하는 전략이 진행될 때 당연히 제기될 수 있는 우려와 경고였다.

좋아요. 하지만…”이라는 반응은 협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첫 단계기도 하다. 이들이 제시한 우려에 대해 제대로 답을 하지 못한다면, 사람들은 의문과 의심을 해소하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이들이 한 팀으로 일하게 만들 수도 없다.
 
좋아요. 하지만…”이라는 반응은 3개의 형태로 나타났다. 첫 번째 그룹은 선도적 글로벌 기업을 경쟁자로 설정하고 이들과 같은 시장에 뛰어들면 그간 쌓아왔던 입지가 무너지고 그나마 가진 것도 잃을 수 있다고 걱정했다. 두 번째 그룹은 필자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문제들을 제기했다. 예를 들어, “IT 애널리스트들은 기존 업체를 선호하는데 그들이 고객사에 HCL을 추천하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와 같은 질문을 내게 던졌다. 세 번째 그룹은 회사 상황을 답답하게 여기고 있었고, 내가 제안한 전략을 적극 지지했다. 이들은 내가 다른 이들의 반대를 무시하고 과감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논의가 진행되는 동안 나는 말을 아꼈다. 먼저 나서서 답을 제시하고 싶지 않았다. 또 일부 주장을 정당화하는 빌미를 주거나 새로운 내용을 제안하고 싶지도 않았다. 간부들이 각자 의견을 표출하고, 합의점을 찾을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3일 동안 토론이 이어졌고, 간부들은 내가 제안한 전략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모든 직원들이 같은 전략 아래 한 팀으로 뭉친 것이다. 적어도 이론 상으로는 그랬다.
 
간극 좁히기
필자는 이 기간에 일선 직원들과 비공식적 만남을 갖고 HCL이 어떤 회사가 됐으면 좋겠는지, 자신의 직장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등을 물었다. 이 모임은 2006년부터 ‘디렉션(Direction)’이라고 불리는 전사적 회의로 발전돼 공식화됐다. (디렉션 회의는 지금도 열린다.) 디렉션 회의가 열리면 전세계 지사에서 직원 수천 명이 대회의장에 모인다. 나는 회사의 미래 전망에 대해 논쟁적인 화두를 던진다. 이후 직원의 질문을 받고 대화와 토론을 가진다.
 
첫 회의 때 필자는 이런 느낌이 들었다. 넥타이를 맨 말쑥한 정장 차림으로 연단에 올라 연설을 하면서 직원들이 기탄없이 얘기해줄 것을 기대하는 일이야말로 비생산적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분위기에서는 아주 용감하거나 괴짜가 아니라면 입을 열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거울로 비춰보기 솔직하게 말하고 진실과 대면한다. 직원들이 변화의 필요성을 인정하게 만든다.
 
투명성을 통해 신뢰 구축 신뢰 문화를 구축해서 직원들이 변화 계획을 기꺼이 수용하도록 한다. 재무 성과가 좋건 나쁘건 자료를 전 직원과 공유한다. 신뢰성을 기반으로 성과 평가와 전략적 계획 수립을 위한 새로운 방안을 모색한다.
 
조직 피라미드 뒤집기 이전의 조직 구조를 뒤집어서 지원 부서나 경영진이 일선 직원의 요구에 응답하도록 한다. 이렇게 하면 가치를 증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조직의 목적이 명확해지고 의미가 생긴다.
 
CEO의 역할을 재정립한다 변화의 주도권은 CEO가 아니라 직원이 가져야 하고, CEO는 답을 하기보다 질문을 해야 한다.
 
직원과 경영진 사이의 거리를 좁히는 일이 필요했다. 그래서 나는 무대 중앙으로 걸어가 직원 4000여 명과 얼굴을 마주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갑자기 스피커에서 발리우드 음악(역자 주: 뮤지컬처럼 춤추고 노래하는 게 특징인 인도 대중 영화에 삽입된 음악)이 흘러나왔다. 나는 아무 말 없이 춤을 추기 시작했다. 몸을 좌우로 흔들고 흐느적거렸다. 춤추면서 통로로 내려가 앉아 있던 사람들을 일으켜 함께 춤췄다. 지금도 직원들은 당시 내 춤에 관해 이야기하며 웃음을 터뜨린다. 몇 분 후 음악이 끝났을 때 필자는 다시 무대 위로 올랐다. 그리고 연설을 했다. 지독한 몸치라는 사실을 만천하에 알리고 땀에 젖어 헐떡거리는 사람이 하는 연설은 연단 앞에 당당히 선 황제의 연설과는 달랐다. 내가 연설을 끝내자 2시간 동안 다양한 내용에 대한 열띤 논쟁이 이어졌다.
 
같은 해 나는 전 세계 지사를 다니며 25번이나 같은 일을 반복했다. 음악을 틀고 직원들 앞에서 춤을 춘 것이다. 내 춤을 보면서 직원들이 무슨 생각을 했는지는 알 수 없다. 내가 진심으로 EFCS에 미쳐 있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고, 변화를 받아들일 정도로 마음의 벽을 무너뜨렸을 수도 있다. 하지만 연말이 되자 변화를 위한 전략이 추진력을 얻기 시작했다는 점은 분명했다.
BOD를 통한 변화 추진
혁신을 위해서는 말뿐 아니라 행동도 중요하다. 하지만 대대적인 기술 변화나 조직 재편이 반드시 필요한 건 아니다. 우리는 필자가 ‘블루오션 물방울(Blue Ocean Droplet·BOD)’이라 부르는 작은 변화를 통해 혁신을 추진했다. BOD는 김위찬 교수와 르네 마보안 교수가 저술한 「블루오션 전략」에서 차용한 개념이다. HCL이 추진한 4개 BOD는 다음과 같다.
 
재무자료 공유(Sharing financial data)직원들은 담당 프로젝트와 관련된 재무 정보를 볼 수는 있지만, 사업부서나 회사 전체 상황이 어떤지는 전혀 알 수 없었다. 자신의 부서와 타 부서 성과를 비교할 수도 없었다. 우리는 포괄적 재무 정보를 직원들과 공유하기로 결정했다. 경영 투명성을 제고해서 직원들이 회사 상황을 정확히 알고, 경영진을 신뢰하도록 만들기 위해서였다. 경영진이 솔직하게 정보를 공개하자, 직원들 또한 회사에 대한 불신을 버리고 변화에 참여할 수 있었다.
 
스마트 서비스창구(Smart service desk)조직내 누구라도 불만을 제기하거나 서비스 제안을 할 수 있는 온라인 시스템을 만들었다. ‘티켓 오픈(지원요청)’ 제도였다. 티켓을 처리하는 절차도 정의했다. 예를 들어 관리자들은 모든 티켓에 응답해야 한다. 지원 요청을 한 직원이 관리자의 해결책이 만족스러웠는지를 평가하도록 했다. 이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관리자를 일선 직원을 위한 서비스에 효과적으로 투입할 수 있었다.
 
포괄적 360° 다면 평가(Comprehensive 360-degree) HCL은 이전부터 360° 다면 평가 시스템을 실시하고 있었다. 그러나 직원들의 상사 평가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직원들이 상사 평가를 통해 얻는 게 무엇인지를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관리자에게 피드백을 제공한 직원들은 누구나 그 결과를 볼 수 있도록 했다. 직원들이 보다 평가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을 것이고,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관리자들은 팀원들과 함께 성과를 자축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관리자들에게 상향 평가 결과를 공개하라고 강요할 수는 없었다. 다른 간부들을 움직이려면 필자가 솔선수범해야 했다. 2006년 내 평가 결과를 인트라넷에 공개하자, 대부분의 경영진이 이를 따랐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무언가 감추고 싶어한다는 인상을 주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온라인 기획 절차(Online planning process)사업계획을 100명의 최고 경영진과 논의하는 예전방식도 바꿨다. 대신 간부들이 자신의 경영 계획을 요약해서 설명한 동영상을 다른 경영진과 공유하는 온라인 포털에 올리도록 했다. 온라인 동영상을 본 경영진은 의견을 교환하고 변화 방안을 논의했다. 덕분에 경영진이 사업 계획을 세우고 전달하는 방식에 변화가 생겼다. 계획은 더욱 구체화됐고, 실행 가능성도 높아졌다.
 
열정을 계량하라
직원 근무 환경을 개선하자 중간 관리자의 권한이 일부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났다. 필자는 직원들의 근무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직원 만족도 조사를 하려고 했다. 그런데 ‘만족(Satisfaction)’이란 수동적인 상태를 뜻하며 변화를 주도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는 걱정이 들었다. ‘참여(Engagement)’도 별반 나을 것 같지 않았다. 참여가 반드시 변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열정’을 원했다. 그래서 우리는 ‘직원 열정 지수(Employee Passion Indicative)’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직원의 열정을 이끌어내는 동인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이를 바탕으로 우리는 예술에서 음악, 봉사활동, 사회적 책임까지 구체적인 열정을 대상으로 ‘직원우선 협의회(Employees First Council)’를 구성했다. 협의회는 직원들이 회사 생활과 개인 생활 사이의 벽을 없애고 자신의 일에서 더욱 보람을 느끼도록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자 예상치 못했던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새로 결성된 모임 중에는 클라우드 컴퓨팅과 같이 경영과 관련된 모임도 있었다. 직원 개인의 열정이 회사를 위한 혁신을 창출하기 시작했다. 이런 변화 덕분에 필자는 지원 부서의 관리자들을 하급관리(petits fonctionnaires)에서 기업 및 조직 문화의 공헌자(contributor)로 탈바꿈시킬 수 있었다. 이제 외부 수요가 많아도 HCL을 떠나는 직원은 드물다. 일이 의미 있고 흥미로워지기 때문이다.
이사회 투명성 높이기
필자가 HCL CEO로 취임했던 2005년 시브 나다르 회장과 이사회는 회사가 위기에 봉착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었다. HCL 창립자이자 인도 재계의 전설적 존재였던 시브 회장은 변화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었다. 필자는 재량권을 요구했고, 회장은 흔쾌히 수락했다. 시브 회장은 한 번도 내게 무슨 대책이 있느냐고 추궁하지 않았다. 다행이었다. 당시 내게 뾰족한 대책은 없었다.
 
시브 회장과 이사회는 회사가 변화의 과정을 겪는 동안 자신들의 역할에 대해 신중히 의논했다. 중요한 결정이 있을 때면 이들은 반드시 필자와 논의하고 의사결정을 했다. 하지만 일상적 결정에는 참견하지 않았다. 나는 이들의 지지가 필요했다. 이들이 가진 경험도 활용하고 싶었다. 그러려면 필자가 먼저 투명해져야 했다. 나는 이들에게 변화 보고서를 상시적으로 제출했으며 추가 회의를 소집해 어느 때보다 많은 사람이 변화 과정에 참여하도록 했다. 고위 경영진과 이사들은 새로운 아이디어나 방향을 제시했다. 그 후 5년간 이사회는 내가 제시한 제안을 만장일치로 받아들이고 지원했다.
 
혁신의 초기 단계에서 나는 주가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애널리스트나 주주에게 언젠가 한 번쯤 들어본 약속을 되풀이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필자는 먼저 결과를 보여주고 나서 어떻게 이를 달성했는지를 설명하고 싶었다.
 
연말이 가까워지자 HCL은 1년 전에는 꿈도 꾸지 못했던 계약들을 따내기 시작했다. 첫 번째가 바로 2005년 11월 오토데스크와의 계약이었다. 2006년 1월에는 가전 체인 DSG 인터내셔널과 5년간의 장기 계약을 했다. 인도에서 체결된 IT 서비스 계약 중 사상 최대 규모였다.
 
같은 해 HCL은 세계 유수의 IT 서비스업체와 겨루면서 총 7억 달러어치의 외주 계약 5개를 수주했다. 그러자 시장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시사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IBM을 비롯한 다국적 기업이 세계 5위의 IT 서비스 기업, 인도의 HCL 테크놀로지를 보며 긴장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가장 어려운 결정은 언제 혁신을 시작해야 하는지에 대한 결정이었다. 우리는 HCL이 아직 양호한 성장률을 보일 때 혁신을 시작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다소 이른 감도 있었지만 이때 신속히 조치 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성공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세계 경기가 침체되기 시작됐을 때, 우리는 다시 회사 현황을 논의했다. 우리는 구조조정이나 정리해고를 하지 않고 이 힘든 시기를 헤쳐가기 위한 방안을 직원들에게 물었다. 직원들은 다양한 의견을 내놨다. 이 중에는 비용 절감과 관련된 제안도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제안이 매출 신장을 위한 것이었다. 가장 중요한 점은 직원들이 어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에 참여했다는 사실이다. 다른 IT 기업과 달리 사업 운영에서 소외되지 않은 직원들은 불확실한 미래에 관해 불안해 하지 않았다. 경기가 바닥을 치면서 다른 기업의 매출이 모두 하락했던 해에도 HCL의 매출은 20% 증가했다. 이는 결코 우연이 아니다. 2008년 HCL은 전년도의 2배에 이르는 계약을 수주했고, 미국 및 영국을 비롯한 전세계에서 수백 명의 직원을 신규 채용했다.
 
지금도 많은 CEO들이 창문 난간에 위태롭게 서있다. 뒤에 있는 건물이 불타오르고 있는데도 이를 눈치채지 못하거나 부인하면서 말이다. 창문을 두들기며 도와달라고 소리치는 사람도 있고, 두려움에 얼어붙어버린 사람도 있다. 과감하게 다른 쪽을 향해 가보자고 생각하는 사람은 극히 소수다. 경험으로 판단하건대, 방법은 오직 하나 밖에 없다. 뛰어내리는 것이다.
 
비닛 나야르 HCL 최고경영자(CEO)는 직원들이 위기를 인정하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독특한 ‘직원 우선(Employees first)’ 문화를 선도적으로 도입했다. 직원들의 열정을 되살리기 위해 직원들 앞에서 춤을 추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편집자주 이 글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2010년 6월 호에 실린 HCL 테크놀로지 CEO 비닛 나야르의 글 ‘A Maverick CEO Explains How He Persuaded His Team to Leap into the Future’를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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