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소녀 3명이 자외선차단제를 구매하기 위해 쇼핑몰을 돌아다니고 있다. 소녀들은 사전 계획 없이 충동적으로 자외선차단제 구매를 결정했으며 천연 제품을 구매하기로 했다. 한 매장에서 소녀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제품을 찾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계산을 하러 가는 길에 한 소녀가 휴대전화를 꺼내 제품의 바코드를 갖다 댔다. 얼마 후, 계산대에서 소녀가 신용카드를 꺼내 들자 아이폰에서 메일이 도착했다는 신호가 울렸다. 메일에는 소녀들이 구매하려는 자외선차단제에 산호초 파괴와 관련된 물질이 함유돼 있다는 짧은 메시지가 담겨 있었다. 뿐만 아니라, 소녀들이 고른 자외선차단제는 재활용이 힘든 플라스틱 용기에 담겨 있었다. 휴대전화가 GPS를 이용해 소녀들의 위치를 정확하게 인식한 덕에 소녀들은 같은 쇼핑몰 내에 위에서 언급한 그 어떤 문제도 없는 좀 더 ‘친환경적인’ 자외선차단제를 파는 매장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소녀들은 계산대를 떠나 휴대전화가 알려준 다른 매장으로 갔다.
위 시나리오는 결코 몽상이 아니다. 사실 이런 일을 가능케 하기 위한 기술은 이미 존재한다. 월마트와 같은 소매업체들은 현재 지속가능 지수(sustainability indices)를 개발하고 있다. 조만간 상대적인 제품 평가 등급이 가격표 옆에 함께 등장하게 될 것이다. 굿가이드닷컴(GoodGuide.com)은 수만 개의 제품이 환경, 건강,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비교 평가하는 아이폰 전용 응용 프로그램을 무료로 제공한다. 이런 기술로 인해 점차 많은 기업들이 판매자의 경각심을 일깨우는 고객 우선주의를 중요한 원칙으로 받아들이게 됐다. 점차 많은 시장이 환경 문제에 민감한 고객들에게 한층 더 ‘투명한’ 곳으로 변해가고 있다. 이런 추세로 인해 과거 기업이 선택할 수 있는 문제였던 지속가능성이 생존을 위해 반드시 갖춰야 할 요소가 됐다. 지속가능성은 기업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사실상의 ‘면허’(de facto ‘license’)에 영향을 미친다. 고객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이 면허를 박탈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많은 경영진이 이와 같은 역학관계가 자사의 기업 활동을 근본적으로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잘 알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들은 지속가능성이라는 건 결국 조직 전체의 지속가능성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회사를 변화시키기 위해 필요한 요인에 대한 기본적인 오해로 인해 이런 변화를 만들어 나가는 데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많은 기업들이 지속가능성을 기업의 다른 중요 활동처럼 대하는 우를 범한다. 하지만 여러 중요한 측면에서 볼 때 지속가능성은 다른 활동들과 차이가 있다. 혹은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여러 해 동안 꾸준히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가정하기도 한다. 사실 지속가능성은 3개의 단계로 구성되며 각 단계는 각기 다른 리더십 기술을 필요로 한다. 상업적인 이유를 근거로 지속가능성을 포함하는 비즈니스 전략을 실행하기 위해서 관리자들은 먼저 이런 노력이 얼마나 독특한 건지 깨달은 후 지속가능성 활동을 구성하는 3단계를 진행해나가는 최고의 방법이 무엇인지 이해해야 한다.
과거와는 다른 기업의 지속가능성 활동
불과 얼마 전만 하더라도 대다수 기업들은 지속가능성을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많은 기업들이 지속가능성을 전략적인 기회로 여기며 운영 능력의 일환으로 이를 추구한다. 가장 우수한 방식으로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기업들은 지속가능성을 핵심 가치, 즉 사업을 꾸려 나가는 근본적인 방식으로 간주한다. 이런 변화를 위해 가장 먼저 경영진은 지속가능성을 다른 기업 활동과 구별하는 3개의 기본적인 방법을 이해해야 한다.
첫째, 지속가능성은 대중의 인식보다 기업 운영 현실을 우선시 해야 한다. 실질적인 성과를 넘어서 외적인 이미지를 홍보한다면 회사의 명성에 심각한 타격을 입힐 위험이 있다. 그 여파는 개별 브랜드의 차원을 훨씬 넘어서게 된다. 둘째, 다른 활동들은 비용 절감, 목표 부문 확장, 가격 정책 상품화 등 분명한 상업적 결정 성향을 갖고 있다. 반면 지속가능성은 잠재적·상업적 영향에 대한 모호한 그림과 함께 지속가능성 자체에 대한 모호한 정의에서 출발하는 경우가 많다. 셋째, 다른 활동들은 ‘저스트 인 타임(JIT)’ 방식 실행, 제품 중심에서 지역 중심으로 재편성 등 지속가능성 전략의 한 부분이 될 수 있다. 지속가능성 전략은 범위가 매우 크다. 다른 활동들은 구매, IT, 영업 등 특정한 기능을 중심축으로 하는 경향이 있지만 지속가능성은 기업의 모든 역할 및 활동에 접목된다. 지속가능성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문화적 변화와 더불어 조직 전체를 아우르는 운영 변화가 요구된다.
본 연구는 성공적인 지속가능성 활동이 3개의 단계를 따라 진화하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지속가능성 활동의 3단계’ 참조). 하지만 각기 다른 활동들이 함께 진행된다 하더라도 진화 과정이 각기 다른 경우가 많다. 각 단계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나가기 위해서는 각기 다른 조직 역량 및 지속가능성 전략에 관한 총괄 책임을 맡고 있는 리더의 각기 다른 능력이 필요하다(‘연구 내용’ 참조). 필자들은 지금 지속가능성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지금껏 보지 못했던 특이하고 특별한 능력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다만, 필요한 능력들을 적시에 적절하게 조합하면 유사한 임기와 책무를 부여 받은 경영진에게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기준을 넘어설 수 있다는 뜻이다. 각 단계를 자세히 살펴보면 이러한 능력 및 리더십 과제에 관한 자세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대니얼 골먼(Daniel Goleman)
Daniel Goleman is an author, psychologist and science journalist. He has written a number of books, including Ecological Intelligence (Basic Books, 2009) and Emotional Intelligence (Bantam Books, 19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