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가 견실하게 회복되고 있다는 낙관론이 힘을 얻고 있다. 그러나 이번 경기침체기에 추진됐던 원가절감 방안들은 한동안 많은 기업들의 전략적 우선순위로 남게 될 것으로 관측된다. 맥킨지가 올해 4월 각국 2059명의 경영진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올해 2월에서 4월까지 향후 12개월을 겨냥한 운영 원가절감을 위한 방안을 수립했다’고 응답한 기업 임원들은 경기회복 심리의 확산에도 불구하고 대폭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1).
경기둔화기에 달성한 그 어떤 성공적인 원가절감 효과도 시간이 흐르면 점차 약화되게 마련이다. 많은 경영진들도 “불황기에 달성한 원가절감 중 일정 부분은 향후 12∼18개월 내 다시 원상 복귀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전에 실시된 리서치 결과 역시 원가절감 방안 중 추후 3년간 그 효과가 지속된 비율은 약 10%에 불과했다.
원가절감의 지속기간이 얼마가 됐든 최근의 경기침체 초반에 착수했던 모든 원가절감 노력들은 약발이 다해가고 있다. 원가절감분이 성장 추진을 위한 재원으로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판매관리비는 좀처럼 개선의 조짐이 보이지 않는 항목에 해당한다. 최근 10년간 평균 S&P 500대 기업이 제조 효율성을 높여 달성한 매출원가 절감분은 약 2.5%에 달하나, 판관비만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그림1)
그렇다면 원가절감 효과를 지속하기가 이토록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 대부분의 경우 원가절감 추진 시 진정한 원가발생 요인을 다루지 않았거나, 시간이 지나면서 그 효과를 유지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관리자들이 실질적인 원가절감 목표를 설정할 수 있을 만큼 자사의 오퍼레이션에 대한 깊은 통찰력이 없을 때도 있다. 따라서 이들은 위기가 닥쳤을 때 쉽게 입수할 수 있는 벤치마크들에 의존하게 된다. 즉, 절감이 가능하며 반드시 절감해야 할 원가 요소가 무엇인지를 밑바닥에서부터 철저히 고찰하기보다는 단순히 동종업체들의 사례를 참조하는 데 그치고 만다. 혹은, 각 사업부서장 차원에서 원가절감 목표 달성을 위한 특단의 조치를 추진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장기적으로 매우 비현실적이다. 또 결과적으로는 가치를 창출하는지 혹은 파괴하는지에 대한 분별 없이 두루뭉술한 절감 목표를 중심으로 추진되는 경우가 많다. 또 부정확하고 불완전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원가를 추적함으로써 중대한 기회를 놓치거나 책임성 확립을 위한 노력을 좌초시키고 마는 사례도 있다.
원가관리 프로그램의 효과를 영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묘책은 없다. 그러나 다수의 사업부로 구성된 대기업들이 적어도 그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은 있다. 이를 ‘책임성의 증진’ ‘원가절감 방안에 주력’ ‘전략과의 명확한 연계 확보’ ‘원가 절감을 지속적 과제로 간주’라는 네 가지로 구분해 하나씩 살펴보겠다.
최적 레벨 관리자에게 책임을 할당하라
원가절감 프로그램의 성공을 위해서는 최고경영진의 지원이 필수적이라는 사실에 이의를 제기하는 이는 없을 것이다. 특히 최고경영자(CEO)와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적극적인 참여는 원가 절감이 가져오는 정치적인 긴장 관계를 중재하거나 원가 절감을 추진하기 위한 동력을 마련하고 구성원들의 동기를 유발할 수 있다. 그러나 최고경영진은 다른 이니셔티브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마련이다. 사업 성장기에는 특히 더 그럴 수 있다. 따라서 최고경영진의 참여를 확보하는 것만으로는 결코 충분하지 않다.
이보다는, 대부분의 원가 혁신이 매우 소규모의 실질적인 수준에서 이뤄진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런 차원에서 원가를 세부적으로 구분하면 방만한 원가 관리의 책임이 어느 그룹 혹은 어느 개인에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또 해당 영역에 대한 신속한 대응도 가능해진다. 한 다국적 하이테크기업이 추진한 원가절감 프로그램의 예를 들어보자. 초창기 이 회사의 CFO는 각 비용별 책임 소재에 대한 실질적 정보가 거의 없었다. 또 지역 세일즈 조직이 쓰는 비용이 더 많았는데도 손익계산서는 제품 기반의 사업부 단위로만 작성되고 보고됐다. 세부 정보의 부족은 전체적 원가 절감의 책임을 나누는 작업을 매우 어렵게 했다. 예를 들어, 한 사업부의 화물운송비가 매년 많아지고 있었지만 이게 공장의 배송 관행 때문인지 혹은 제3의 부품을 고객에게 배송하는 과정에서 세일즈 조직에 의해 발생한 것인지 판단하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 회사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보 취합 및 보고 방식을 재편해 사내의 100개 조직 단위로 원가를 분류할 수 있게 했다. 그 결과 관리자들은 원가 급상승을 야기한 두 개의 본사 조직과 한 개의 세일즈 조직을 신속히 파악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이를 종합해 향후 원가 관리 계획을 수립할 수 있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도출된 계획은 무엇보다 60개 이상의 조직별로 원가에 대한 책임성을 배분해 의사결정에 가장 긴밀하게 관여하는 사람들이 원가를 관리할 수 있게 했다. 이와 함께 원가 관리가 비즈니스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일이 없도록 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식스시그마 등의 운영개선 프로그램을 실행하는 프로세스 기획자들이 대부분 원가절감을 관리하는 적임자가 아니라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이들은 비용 발생영역을 파악하기 위해 더욱 심도 있는 지식이 요구되는 부분에 대해 관련 지식이 없어서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어려운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권한조차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사례도 많다. 특정 클라이언트와의 미팅이 직접적 만남, 즉 출장이 필수적인 사안인지 아니면 화상회의로도 충분히 대체될 수 있는 것인지를 판단하려면, 이와 관련한 상세한 지식은 물론 의사결정 권한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또 이러한 인물들은 세일즈 매니저 등 조직 내에서 어느 정도의 직책을 갖춘 사람이어야 한다. 이렇게 정확한 정보에 기반해 원가절감을 추진하면 그 효과가 지속될 가능성 역시 커진다. 원가 및 비즈니스 실적 모두를 반영한 성과평가 등 적절한 인센티브 제도를 통해 해당 책임자에게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기 때문이다.
원가절감의 폭보다는 원가절감 방안에 초점을 맞춰라
시간이 지남에 따라 원가 절감 프로그램의 약발이 종종 떨어지는 것은 애당초 최고경영진이 굵직한 원가절감 목표만 수립한 채(“달성하고자 하는 절감 폭은 어느 정도인가?”), 구체적인 달성 방안 결정을 일선 관리자들에게 모두 일임했기 때문이다. 이는 실무 관리자들이 해당 비즈니스 영역을 더욱 깊이 이해하고 있으며, 따라서 원가 관리를 위해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역량이 있다는 가정에 기반한 것이다. 물론 이런 가정이 적용되는 기업도 있다. 그러나 너무 많은 기업에서 이런 식으로 일을 처리하면 결정적인 투자의 지연, 회계 항목 간 원가 이전, 매출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는 원가 절감 등 그릇된 의사 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렇게 달성한 원가절감 효과는 단명할 수밖에 없다. 때로 장기적으로 가치 창출을 저해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