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애호가들은 학창 시절의 스포츠 활동이 사회 생활에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이 주장을 입증하기 위해 이들은 다양한 증거를 내세운다. 기업 최고경영자(CEO)의 상당수가 학생 때 스포츠 팀에서 활약했고, 고용주들은 채용 시 지원자의 스포츠 경험을 살펴본다는 것. 또 고등학교 때 스포츠 팀에서 활약했던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소득이 더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스포츠와 직업적 성공의 상관관계는 ‘달걀이 먼저냐, 닭이 먼저냐’의 문제와 비슷하다. 스포츠 활동이 성공에 도움이 되는 걸까, 성공의 자질을 갖춘 사람들이 스포츠를 좋아하는 걸까?
이는 결코 시시한 질문이 아니다. 미국에서는 매년 전체 학생의 절반에 달하는 700만여 명의 고등학생이 교내 스포츠 팀에서 활약하고 있다. 그러나 고등학교 스포츠 팀에 재정적 지원을 해주면 어떤 효과가 있느냐에 대해선 아직도 의견이 분분하다.
와튼 경영대학원의 새로운 연구 결과가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내놓았다. 베시 스티븐슨 와튼 경영대학원 경영 및 공공정책학 교수는 ‘교실을 넘어서: 고등교육법 수정안으로 바뀐 고등학교 체육 교육의 효과 측정’이라는 논문을 통해 학창시절의 스포츠 경험이 고등 교육 확대와 더 나은 고용 기회로 이어짐을 입증하는 경험적 증거를 제공했다.
“고등학교 스포츠 팀에서의 활동이 학구열, 학업 성취도, 사회 진출 후 연봉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는 결과를 보고한 연구가 많다”고 스티븐슨 교수는 말했다. “그러나 이들 논문에서도 이런 긍정적인 결과가 스포츠 참여로 얻게 된 순수한 처치효과(treatment effect)인지, 애초에 스포츠를 좋아해서 팀에 참여한 학생의 성격과 관련된 선택효과(selection effect)인지 정확히 구분하지 못하고 있다. 운동선수들은 보다 외향적이고 적극적이며 성취 지향적인 성격을 갖고 있는데,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성향이 원래 그런 것인가, 아니면 운동을 하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인가? 선수들은 운동을 통해 필요한 능력을 배우는 걸까, 아니면 그런 능력을 갖춘 사람이 스포츠 팀에서 활약할 가능성이 높은 걸까?
스티븐슨의 논문은 1964년 제정된 민권법에 대한 1972년 고등교육법 수정안 제9장에 초점을 맞추었다. 제9장은 여학생에게도 고등학교 체육 교육의 기회를 동등하게 주어야 한다고 규정한다. 스티븐슨은 고등교육법 수정안 도입 전과 후에 학교를 다녔던 전국 여학생들의 졸업 후 삶을 비교 분석한 결과, 스포츠 경험이 이들에게 도움을 주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주 전체에서 여성의 스포츠 참여가 10%포인트 증가했을 경우, 여성의 대학 진학률은 1%포인트, 구직률은 1∼2%포인트 상승했다”고 논문은 설명했다. “여기에 더해, 스포츠 참여 기회가 많아지자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직업, 특히 숙련된 지식과 기술을 필요로 하는 직업군에서 여성의 참여율이 높아졌다.”
스포츠 규칙과 팀워크
스티븐슨은 스포츠나 사회 생활에서의 성공을 위해서는 ‘의사소통 능력과 협업 능력, 경쟁력,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는 능력과 자기관리 능력’이 공통으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스포츠 경험은 여학생들에게 특히 도움이 될 수 있다. 스포츠를 통해 사회 생활에서 유용하게 활용 가능한 기술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스포츠는 규칙을 통해 엄격하게 통제된 환경 속에서 사회적 갈등이 긍정적으로 표출되도록 만들어 준다. 이를 통해 선수들은 정해진 규정과 법칙 속에서 성공적으로 경쟁하고 실력을 펼치는 법을 배운다. 또 한 팀이 되어 협력하는 법도 배운다. 이러한 기술은 이후 남성들이 독식한 업무 영역에서 활동하려는 여성에게 매우 중요한 자산이 될 수 있다.”
스티븐슨은 연구 결과 고등학교 때 운동팀에서 활약한 학생들은 이후 소득이 훨씬 높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고등학교 때 운동 선수였던 여성과 남성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각각 14%, 19% 높은 연봉을 받았다. 그러나 가정 환경이나 학교 특성이라는 변수를 감안했을 때 이 수치는 하락했다. 가정 환경이 좋은 아이일수록 운동을 배울 가능성이 높고, 더 좋은 교육이나 고용 기회를 얻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렇게 다른 변수의 영향을 감안해도 스포츠와 성공 사이에는 긍정적 상관관계가 존재한다고 스티븐슨은 말했다. 스포츠가 연봉 향상에 직접적으로 기여한다는 증거는 없지만, 상관관계는 분명히 존재한다는 얘기다.
“스포츠 활동을 하는 학생들의 능력이 더 뛰어난 이유는 스포츠를 좋아하는 사람의 특성 때문이라는 반론은 오래 전부터 있었다”고 스티븐슨은 지적했다. “다시 말해, 원래 자율적이고 진취적인 학생들이 스포츠를 더 좋아한다는 뜻이다.”
고등교육법 수정안 도입으로 스티븐슨은 수정안 도입 전 스포츠 참여 기회를 거의 갖지 못했던 여학생들과 도입 후 기회를 갖게 된 여학생들을 비교할 수 있는 실제 사례를 얻게 됐다. 표본은 전국에 걸쳐 있었고, 주마다 스포츠 참여 증가율이 달랐기 때문에 각 주를 비교하기도 쉬웠다. 스티븐슨은 이를 통해 고교 시절 운동 경험이 직접적으로 미치는 장기적인 영향을 표본 별로 분리해서 평가할 수 있게 됐다. “인과 관계를 확인하기 위한 최상의 방법은 스포츠에 참여하는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을 무작위로 배분하는 것”이라고 스티븐슨은 설명했다. “고등교육 수정법안이 바로 그런 역할을 해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