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회원가입|고객센터
Top
검색버튼 메뉴버튼

통합적 제휴메커니즘을 구축하자

울리히 바스메르 | 57호 (2010년 5월 Issue 2)

중국 식음료 시장에서 오랫동안 주도적 위치를 점유해온 프랑스의 거대 식품기업 다논 그룹은 최근 중국 시장에서 자사의 위상이 급격히 무너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중국의 대표적 음료업체 항저우 와하하 그룹과 체결한 전략적 제휴가 와해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와하하는 1996년 다논과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중국 생수 및 무알코올 음료 시장을 장악했다. 그러나 2007년부터 와하하는 다논이 로버스트, 아쿠아리우스, 멍니우 데어리, 브라이트 데어리 & 푸드와 같은 중국내 경쟁 식품사와 합작사를 설립했다며 비난하기 시작했다. 다논은 와하하가 제휴 범위를 넘어선 사업에서조차 다논 브랜드를 사용했다며 와하하를 고소했다. 그러자 와하하는 이에 대한 보복으로 몇몇 다논 경영진을 법정에 세웠다. 이들이 와하하-다논 합작사와 경쟁 합작사의 이사회를 겸직해 이해상충이 발생했다는 게 소송 이유였다. 양사의 관계가 악화되면서 소송이 줄을 이었다. 결국 3개 대륙에서 총 30여 개의 소송이 제기됐다. 2009년 말 합의가 이루어지면서 다논과 와하하는 서로에게 이별을 고했다. 이로써 다논은 중국 내 매출액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사업부문을 잃었다. 다논은 당시 중국에서 전세계 매출액의 10%에 해당하는 약 30억 달러를 거둬들였었다.
 
서투른 제휴 체결로 다논이 잃은 시가총액 가치만 아마 수십억 달러에 달할 것이다. 기업의 제휴 결정 방식에 대한 필자들의 연구 결과, 이 같은 자기파괴적 행동은 매우 흔하다는 사실이 발견됐다. 요즈음 대부분의 기업들은 각기 다른 기업과 동시 다발적으로 제휴 관계를 맺는 제휴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다. 1  글로벌 항공운송 산업의 예를 들어보자. 다른 항공사와 항공기 편명 공유(code-sharing)를 사용하는 폭넓은 제휴 포트폴리오를 통해 제휴사의 운항지까지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네트워크를 대폭 확장하고 있다. 1994년만 해도 항공사당 평균 제휴 파트너는 4개 밖에 되지 않았지만, 2008년에 들어서면서 상황은 완전히 변했다. 제휴 포트폴리오의 규모는 항공업 전체에 걸쳐 평균 12개로 증가했다. 일부 항공사는 제휴 파트너가 최대 30∼40개에 달한다. 2 이렇게 기업간 협업은 흔해졌지만 이와 동시에 다소 우려되는 패턴도 함께 발견됐다. 기업이 제휴를 체결할 때 해당 제휴가 개별적으로 창출하는 가치에만 집중하고, 그것이 전체 포트폴리오에 미칠 영향은 제대로 고려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특정 제휴가 개별적으로 가치를 창출한다고 해서 전체 포트폴리오 차원에서도 같은 가치를 창출하는 건 아니다. 혼자서는 가치를 창출해도 전체적으로는 오히려 가치를 파괴하는 제휴도 분명 존재한다.
 
글로벌 항공운송 산업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필자들은 이 같은 명제에 대한 구체적 증거를 찾아냈다. (‘연구 설명’ 참조) 포트폴리오 상에서 기존 제휴와 시너지를 창출하는 제휴는 시너지를 거의, 혹은 전혀 창출하지 못하는 제휴보다 기업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연구 결과, 기존 제휴 파트너 기업과 시장이 중복되는 제휴를 강행한 기업들은 주식 시장에서 불리한 입장에 처한다는 사실도 발견됐다. 특정 사업부에 이득이 되지만 기업 전체에 해로운 결정은 때로 기업의 구조적 결함으로 유도되기도 한다.
 
GP TIP 연구 설명

연구는 두 가지 형태로 진행됐다. 첫 번째는 정성적 연구다. 우선 제휴 포트폴리오가 주요 전략 도구이자 사업의 필수 요소로 기능하는 산업을 선택했다. 그리고 이 산업에서 활동 중인 글로벌 기업을 추려내, 이들 기업에서 제휴 결정에 참여하는 중역들을 인터뷰했다. 구체적으로 보자면, 국제 항공운송(아메리칸 항공, 에어 캐나다, 에어 프랑스, 델타 항공, 독일 루프트한자, 기타 항공사), 포장식품(다논), 항공우주 및 방산(EADS, SAFRAN), 금융 서비스(산탄데르 은행, 빌바오 비스카야 아르헨타리아 은행), 통신산업(텔레포니카 통신, 닝보 버드) 업체 중역들이 인터뷰에 참여했다.

두 번째로는 국제 항공운송 업체에 대한 정량적 연구를 실시했다. 연구는 제휴 포트폴리오가 개별 제휴 체결 활동들로 인해 도출된 기업 가치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보다 잘 이해하기 위해 실시됐다. 19개국에서 국제 노선을 취항하며 증시에 상장된 24개 항공사를 선정, 이들의 제휴 포트폴리오와 함께 5년간 체결된 259개의 항공기 편명 공유 상황을 살펴봤다. 공동 운항편명을 사용하는 제휴 체결이 발표된 다음에 초과수익(abnormal returns)이 실현된 적이 있는지 추적하기 위해 사건 연구 방법(event study methodology)을 적용했다. 24개 항공사의 제휴 포트폴리오가 개별 제휴 체결 이후 발생한 초과 수익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살펴보기 위해, 다양한 제휴 포트폴리오 수준의 조치들을 조작화(operationalize)하고 다변량 통계 기법(multivariate statistical techniques)을 적용해 기업 가치에 미친 영향을 함께 분석했다.


이러한 현상을 관찰하다 보면 세 가지 질문이 떠오른다. 첫째, 기업들은 왜 철저한 분석이나 고려없이 제휴에 나서는 것일까? 둘째, 보다 전략적인 방식으로 효과적인 제휴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데 장애 요소는 무엇인가? 셋째, 해법은 무엇인가? 즉, 제휴 포트폴리오의 가치를 최적화하려면 어떤 시스템과 절차를 수립해야 할까?
 
이 보고서는 제휴 체결을 왜곡하는 비생산적 유인(誘因) 구조를 좀 더 잘 이해해서 기업이 지금과 같은 주먹구구식이 아니라 현명한 방식으로 제휴를 결정하도록 돕기 위해 마련됐다. 기업은 제휴를 개별적 계약으로만 파악하지 말고, 새로운 제휴가 기존 제휴와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면밀히 관찰해 보다 전략적인 관리에 나서야 한다.

제휴 포트폴리오 확장 과정에서 빠지는 오류
제휴 포트폴리오는 종종 ‘퇴적’(sedimentary)을 통해 형성될 때가 있다. 다시 말해, 기업은 오랜 시간 동안 다수의 기업들과 하나씩 제휴 관계를 체결해 나가고, 이렇게 체결된 제휴 관계는 무작위로 누적된다. 대부분의 제휴, 심지어 기업의 전체 성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광범위한 제휴조차도 영업선에서 특정 사업부의 문제에 대해 임기응변 식으로 추진할 때가 많다. 반대로 회사 차원에서 추진하는 포괄적 제휴가 실질적 사업 개발로 이어지는 사례는 드물다.
 
그 결과, 조직의 극히 일부에 해당하는 특정 사업부서가 다른 부서나 회사 전체에 가져올 영향을 간과한 채 자기 부서의 이익만을 고려해 제휴를 체결하는 일이 발생한다. 특정 사업부서가 단독으로 제휴를 결정할 때가 많고, 조직 전체와 의견을 조율하는 일이 별로 없다는 사실은 그리 놀랍지 않다. 사업상의 문제, 그리고 이로 인해 창출되는 제휴 기회는 어느 한 부서에서만 발견되는 게 아니라 여러 부서에 고루 분포된다. 따라서 문제의 당사자도 당연히 여러 사람이다. 제휴 체결과 관련된 문제는 다수의 관리자에게 영향을 미친다. 안타깝게도 이들이 서로 만나거나 의견을 조율하는 일은 전혀 없거나, 있다 하더라도 극히 드물다. 제휴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봤을 때, 하위 부서에서 시작한 하의 상달식(bottom-up) 제휴 결정 방식은 의사결정권자가 자기 부서의 상황만 고려하고 새로운 제휴와 전체 포트폴리오의 조화를 무시할 때 더욱 심각한 문제를 안겨준다. 기업은 한 부서의 문제만 해결하고 다른 부서에는 새로운 문제를 안겨주는 임시변통의 해결책을 선택한 셈이 된다. 결국 새로운 제휴는 기업 가치를 창출하는 데 실패하고, 심한 경우 기업의 전체 가치까지 파괴하는 결과를 낳는다.
 
이러한 부서이기주의적 사고방식(silo thinking)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다. 사업부 단위의 관리자는 자기 부서의 성공과 불가분으로 연관된 뚜렷한 실적 목표를 가질 때가 많다. 이를 달성하려다 보면 자연히 회사 전체보다 자기 부서의 니즈를 먼저 생각하게 된다. 또 연구 결과를 보면, 관리자들은 종종 기회주의적 행태를 보이며, 자신의 자율권을 강화하기 위해 제휴를 이용하기도 한다. 3 파트너사와 제휴를 공동 관리하려면 파트너사 담당자와의 개인적 관계가 매우 중요한데, 회사의 경영진들은 이 역할을 잘 해낼 수 없다. 덕분에 해당 사업부서의 관리자는 제휴 체결 과정에서 확실한 행동의 자유를 보장받게 된다.
 
1980년대 체결된 스페인 항공 방산업체 CASA (Construcciones Aeronauticas SA)와 맥도넬 더글러스와의 제휴를 살펴보자. 제휴는 생산 공장 레벨에서 출발했다. CASA는 가동률을 제고해야 할 유휴 공장설비가 있었다. CASA는 맥도넬 더글러스의 MD-80 민간 항공기 프로젝트에 참여함으로써, 스페인 세비야의 공장 중 한 곳을 가동시킬 수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맥도넬 더글러스와의 제휴는 특정 지역의 사업 문제(유휴 제조 설비)를 해결한 셈이 된다. 그러나 제휴 포트폴리오 전체 관점에서 봤을 때, 이 결정이 가져온 문제는 심각했다. 1971년 이후로 CASA는 에어버스와 협업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에어버스는 맥도넬 더글러스의 강력한 경쟁사이자 MD-80과 치열한 경쟁을 벌였던 A319 기종의 생산업체다. 맥도넬 더글러스와의 제휴 체결은 CASA와 에어버스의 관계를 악화시켰다. 결국 CASA는 에어버스의 신규 프로젝트에서 당초 기대했던 역할을 맡지 못했다. CASA 세비야 공장의 관리자들은 에어버스 제휴를 관리하는 담당자가 아니었기 때문에 맥도넬 더글러스를 파트너사로 선택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결과를 예측하지 못했다.
 
개별적으로 봤을 때는 가치를 창출해 주지만 전체 포트폴리오 상에서는 오히려 가치를 파괴하는 제휴 사례는 이 외에도 수없이 많다. 스페인 텔레포니카 통신은 1990년대 네덜란드 이동통신사 코닌클리케 KPN N.V., 스웨덴 스톡홀름에 본사를 둔 텔리아, 스위스 텔레콤, AT&T 월드 파트너로 구성된 컨소시엄 유니소스 NV와 제휴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1990년대 후반, 텔레포니카 사업부 중 하나였던 텔레포니카 인터내셔널(TISA)이 중남미 시장에서 사업 기회를 잡기 위해 브리티시 텔레콤과 MCI의 합작사인 콘서트와 제휴를 체결했다. TISA의 의사결정권자들은 콘서트와의 제휴를 통해 얻게 될 이익에만 집중했고, 이것이 포트폴리오 전체에 안길지도 모르는 피해는 무시했다. TISA가 콘서트와 제휴를 체결하자, 유니소스의 파트너사들은 콘서트가 AT&T 월드 파트너의 경쟁사가 돼가고 있다며 우려를 표시했고, 결국 텔레포니카 측에 유니소스 컨소시엄을 떠나달라고 요청했다. 텔레포니카는 컨소시엄에서 탈퇴하며 유니소스 측에 140억 페세타(약 9400만 달러) 이상을 지불했다.

 

각각의 제휴를 조화시켜라
사업부 차원에서 이득이 될 뿐 아니라 다른 제휴와도 일관성 있게 조화를 이뤄 개별 제휴를 합친 것보다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내는 제휴를 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기업의 다양한 부서에서 일어나는 제휴 관련 모든 활동을 조율하는 전사 차원의 조직을 만드는 게 한 방법이다. 4 일명 ‘제휴 기능’이라 부를 수 있는 이 전담 부서는 전체 제휴 포트폴리오를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하다. 제휴에 대한 아이디어는 조직 하위 부서에서부터 시작될 수도 있다. 하지만 제휴로 인한 가치가 개별 전략 레벨에서뿐 아니라 전체 포트폴리오 차원에서도 창출될 수 있도록 하려면, 개별 제휴가 전체 포트폴리오와 합치를 이루는지 여부를 확인해줄 총괄 부서가 필요하다.
 
제휴 기능 전담 부서는 제휴 포트폴리오가 시간에 따라 어떻게 진화하는지 점검하고, 제휴가 필요한 특정 부서의 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전체 제휴 포트폴리오의 효과성이 유지될 수 있도록 균형을 잡아줘야 한다. 그러나 실제 기업 환경에서는 제휴 관계를 총괄하는 전담 사업부가 존재하기보다 종종 기업 내부 컨설팅 부서에서 해당 기능을 수행한다. 그러나 컨설팅 부서는 대개 원가 중심점(역주: 직접적으로 수입을 만들지 못하는 부서·cost center)으로서, 직접적으로 비즈니스를 수행하는 의사결정권자들에 대한 장악력이 거의 없다. 이처럼 제휴 기능 전담 부서와 특정 제휴를 주도하는 사업 부서간에는 종종 서로 다른 이해관계와 성과 측정지표 때문에 충돌을 피할 수 없을 때가 많다. 제휴 기능 전담 부서는 전체 제휴 포트폴리오의 효과성과 전사적 제휴 정책 이행력에 따라 평가받는다. 하지만 개별 제휴의 성공 여부와 더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당사자는 제휴를 처음 제안했던 사업부다. 제휴의 실패에 대한 최종 책임 또한 제휴 포트폴리오를 조율하는 제휴 부서가 아니라, 처음 제휴를 제안했던 사업부가 지게 된다.
 
필자들은 연구 결과에 기초해서 경영자들이 제휴를 체결할 때 국지적 측면은 물론 전체 포트폴리오 차원에서의 이익을 모두 고려해 체계적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기본틀을 구축했다. 다음의 세 가지 요건을 실행할 때 경영자들은 현명한 제휴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첫째, 개별적 차원뿐만 아니라 전체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제휴의 비용과 편익을 분석하는 제휴 비즈니스 케이스 분석틀(alliance business case framework)을 구축한다. 둘째, 통합적이고 명문화된 의사 결정 프로세스(decision process)를 만든다. 이 프로세스에는 해당 사업부의 관리자뿐 아니라 회사 경영진까지 포함돼야 한다. 셋째,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모든 당사자의 역할과 책임 (roles and responsibilities) 범위를 명확히 정의한다.
 
전체적 비용-편익 분석
전략적 제휴를 체결하면 비용과 편익이 동시에 발생한다. 5 합리적인 기업이라면 가치 창출이 확실한 제휴만 체결할 것이다. 이는 다시 말해, 제휴로 기대되는 편익이 비용보다 높을 때 제휴를 체결한다는 뜻이다. 6 따라서 제휴를 결정할 때에는 각각의 제휴에 대해 비즈니스 케이스를 구성해 보는 작업이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 7
 
제휴에 관한 비즈니스 케이스를 구성할 때, 대부분의 기업은 신규 제휴와 연관된 비용 및 편익을 기존 제휴와 분리해서 분석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그런 근시안적인 비용-편익 분석은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다른 제휴와 연결시키지 않고 단독 분석했을 때는 좋은 결과가 나왔던 제휴도, 전체 포트폴리오 상에서 분석하면 완전히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 따라서 정확하고 설득력 있는 비즈니스 케이스를 구성하기 위해서는 개별적으로, 또 전체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다양한 비용 및 편익을 확인하고 정확한 수치로 계산할 필요가 있다.
 
개별 제휴의 비용 및 편익
다른 제휴 관계와 연결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파악했을 때, 각각의 제휴는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측면에서 기업에 기여할 수 있다.
 
제휴사와 서로 유사한 자원, 지식 혹은 기술을 한 데 모아 자원화함으로써 규모의 경제를 달성한다 폭스바겐 AG와 르노 S.A는 제휴를 통해 자동 변속장치를 공동 개발·생산했다. 유럽의 자동변속차량 시장이 워낙 작은 데다가 두 회사 모두 효율적 생산을 달성할 만큼 생산량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사의 부족한 점을 보완할 수 있는 파트너사의 자산, 지식 및 기술에 대한 접근권을 얻게 된다 폭스바겐(VW)은 상하이 자동차(SAIC)와의 제휴를 통해 상하이 VW을 개발했다. VW의 제품·기술력에 SAIC가 가진 중국 시장에 대한 지식, 생산·유통 자산에 대한 접근권을 결합시킨 결과물이었다.
 
새로운 기술에 대한 접근권을 얻는다 앞선 예와 비슷하다. 제너럴 모터스(GM)와 도요타 자동차는 NUMMI라고 불리는 제휴 관계를 체결했다. 제휴를 통해 GM은 도요타의 린(lean) 생산 공정을 배웠고, 도요타는 GM으로부터 미국 노조를 상대하는 노하우를 얻었다.
 
시장의 경쟁을 줄이는 한편, 시장 장악력을 키운다 다임러 크라이슬러 항공우주AG(DASA), 영국우주항공(British Aerospace), CASA, 아에로 스파시알 마트라(Aerospatiale Matra)는 각각 경쟁하기보다 에어버스 관련 제휴를 체결해서 제품을 공동 개발하고 생산했다. 참여 기업은 이를 통해 유럽의 민간 항공기 시장에서 경쟁자의 수를 줄이고 그에 따른 이득을 누릴 수 있었다.
 
개별 제휴 관점에서 효과가 있더라도, 파트너사들은 제휴에 따른 비용 역시 부담해야 한다. 가장 확연히 드러나는 비용은 제휴를 시작하는데 들어가는 착수 비용(start-up cost)이다. 그 이후에는 상시적 조율을 위한 조정 비용(coordination cost)이 들어간다. 쉽게 포착하기 어려운 비용으로는 예상치 못한 기술이나 정보의 유출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들 수 있다. 이 비용은 제휴에 참여한 기업이 자사 편의주의적으로 행동해서 파트너사의 기술과 지식을 빼돌릴 때 발생한다. 제휴 참여 기업이 자사의 이득을 위해 파트너사의 지식과 기술을 빼돌린 사례는 무수히 많다. 이러한 ‘기술 가로채기’는 외견상 품위있는 비즈니스로 보이는 화훼 육종 사업에서도 만연해 있다. 장미 품종 개량에서 주도적 위치를 점유한 프랑스의 밀랑 앙테르나시오날(Meilland International)은 라이선스 파트너십을 맺었던 중국 기업 중 한 곳에서 자사의 특허 화훼 품종을 로열티도 지불하지 않고 대규모로 재배해서 판매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8
 
그러나 개별 제휴의 비용과 편익을 따지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제휴를 위한 사업 계획을 구상한다면 반드시 여기서 더 나아가 해당 제휴가 회사의 전체 제휴 포트폴리오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봐야 한다.
제휴 포트폴리오의 비용 및 편익
제휴 포트폴리오 차원에서의 편익은 새로운 제휴와 기존 제휴가 도움을 주고받는 방식에 따라 결정된다. 이 같은 시너지 효과는 두 가지로 구분된다.
 
노하우 공유 혹은 결합 새로운 제휴를 통해 제공되거나 개발된 자산, 지식 및 기술은 현재 진행중인 다른 제휴에도 적용할 수 있다. 새로운 제휴는 다른 제휴에서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기술을 회사가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새로운 제휴를 통해 제공되거나 개발된 자산과 지식은 기존 제휴에서 얻은 자산 및 지식과 결합돼 신규 서비스나 제품을 개발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둔 웹기반 온디맨드(on-demand) 서비스 제공업체인 세일즈포스닷컴은 포트폴리오 상에 있는 다양한 제휴 관계의 물리적·지적 자산을 결합해 고객에게 보다 광범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성공했다. 일례로, 세일즈포스닷컴이 구글과의 제휴를 통해서 제공하는 ‘세일즈포스 포 구글 앱스’는 “전문가들이 웹에서 실시간으로 의사소통하고 협업하도록 돕는” 9 생산성 제고 애플리케이션이다. 이후 세일즈포스닷컴은 고객에게 더 많은 컴퓨팅 파워를 제공하고 이들이 포스닷컴 플랫폼 상에서 공식 홈페이지나 회사 인트라넷을 구축하도록 돕기 위해 아마존닷컴과도 제휴를 체결했다. 온라인 유통업체인 아마존닷컴은 광대한 서버 네트워크를 운영하기 때문에 세일즈포스닷컴에게 잉여 서버 공간을 제공해 줄 수 있다. 세일즈포스닷컴은 구글과 아마존과의 제휴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며 고객에게 보다 다양하고 포괄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기존 제휴 관계 강화 두 번째 유형의 시너지를 가장 잘 보여주는 예는 항공 산업이다. KLM은 에어 프랑스와의 합병으로 에어 프랑스와 델타 항공이 결성한 스카이팀에 합류했다. 하지만, 노스웨스트 항공과 오랫동안 유지하고 있던 제휴 관계를 끊지는 않았다. 노스웨스트는 다른 항공사와 제휴를 맺는 대신 오랜 파트너였던 KLM을 따라 스카이팀에 합류하기로 결정했고, 두 항공사의 관계는 더욱 강화됐다. (수 년 후, 노스웨스트 항공은 델타에 합병됐다.)
 
제휴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새로운 제휴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은, 기존 제휴들과의 갈등 해결 과정에서 발생한다. 이 비용은 기존 제휴 파트너사의 신뢰와 선의를 다시 얻는 과정에 소요되는 비용이다. 새로운 제휴가 기존 제휴사와의 관계를 방해할 때도 발생할 수 있다. 새롭게 제휴를 체결한 상대 기업이 기존 파트너사의 기술을 모방하거나 기존 파트너사와 유사한 상품 및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기존 파트너사는 더 많은 위협을 느낄 것이다.
 
새로운 제휴가 기존 파트너사의 제품 혹은 시장 영역과 중복된다면, 기업은 갈등 해결을 위해 더 많은 비용을 치러야 한다. 최악의 경우, 기존 제휴 관계를 끝내는 과정에서 수반되는 결과들을 모두 감수해야 한다. 기존 파트너사가 새로운 제휴 체결과 그로 인해 발생할 갈등에 대한 반발로 제휴 관계 종결을 먼저 제안할 수도 있다. 이런 식으로 제휴 관계가 종결되면 기업은 귀중한 자원과 함께 수입원 또한 잃게 되고, 그에 수반하는 비용까지 감당해야 한다. 다논과 와하하의 불행한 경험이 그 좋은 예다.
 
항공 산업에서도 이와 비슷한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BA(British Airways)가 AA(American Airlines)와 제휴를 체결하자, US에어웨이그룹(US Airways Group)은 BA와의 항공기 편명 공유 및 상용고객 우대 프로그램 관련 제휴(fre-quent flyer partnership)를 즉시 종결시켰다. US에어웨이는 BA와 AA간 제휴로부터 위협을 느꼈던 것 같다. BA는 US에어웨이의 결정에 대해 “실망스럽고 당혹스럽다” 10 고 논평했다. 하지만 US에어웨이는 BA가 규모나 영향력 면에서 자사보다 월등한 AA와의 제휴를 더 중요시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의심했던 것 같다. 예를 들어, BA는 항공편의 대부분을 AA의 중추공항(hub airport)으로 옮기거나, AA와 매끄러운 환승편 운항을 위해 US에어웨이에 불이익을 줄 가능성이 있었다. 싱가포르 항공(Singapore Airlines)도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델타 항공, 스위스 항공과 지분스왑(equity swap)이 포함된 다자간 제휴(multipartner alliance)를 체결했던 싱가포르 항공은 이후 독일 루프트한자와 운항편명 공유 및 공동 마케팅 관련 제휴를 맺었다. 이로 인해 델타 항공과 스위스 항공은 싱가포르 항공과의 제휴를 끝내버렸다.
 
신규 제휴로 인해 중복과 가치 잠식이 일어나 비용이 발생할 때, 새로운 파트너십과 기존 파트너십간 갈등은 더욱 두드러진다. 새로운 제휴와 기존 제휴의 영역이 겹치면, 어느 한 쪽의 이득이 잠식될 가능성이 있다. 다양한 선택안을 통해 위험을 분산시키기 위해 일부러 영역이 중복되는 제휴를 체결할 때도 있다. 서로 경합 중인 기술을 동시에 개발하는 R&D 제휴가 좋은 예다. 그러나 이런 경우에도 기업은 중복되는 제휴 관리를 위해, 단독 제휴를 체결했을 때보다 더 많은 인적 자원을 투입해야 하기 때문에 잉여 비용을 감당해야 한다.
효율적인 제휴 결정 방법
제휴 결정을 현명하게 내리기 위해서는 우선 사업부뿐 아니라 기업 차원에서 의사결정권자들이 모두 참여하는 통합된 의사결정 절차가 필요하다. 그래야만 체결하려는 제휴에 대해 개별적으로, 또 전체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비용과 이득을 체계적으로 분석할 수 있다. 이를 위한 의사결정 과정은 해당 제휴를 개별적 관점에서 분석하는 1단계와 제휴 포트폴리오 관점에서 분석하는 2단계로 구분된다. 기업은 제휴 기회를 엄격하게 평가할 필요가 있다(그림 ‘제휴 평가 의사 결정 과정’ 참조). 현재 대부분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는 프로세스를 체계화하면, 체결을 고려중인 제휴가 해악보다 이득이 더 많을 것인지 좀 더 잘 확인할 수 있다.
 
GP TIP 제휴결정: 누가, 무엇을 책임지는지 파악하라

통합된 의사결정 절차를 수립한다면 현명한 제휴 결정을 내릴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방법이 바로 RACI 모델이다. 결정을 내리는 데 필요한 정보의 머리글자를 따서 붙여진 이름 RACI는 의사결정 참여자와 이들의 역할 범위를 도표로 표시한 의사결정 모델이다. 구체적 내용은 다음과 같다.

- 누가 수행 책임(Responsible)을 지는가? 해당 작업을 수행해야 하는 사람은 누구인가?

- 총괄 책임(Accountable)은 누가 지는가? 누가 결과에 대해 최종적으로 책임을 지고, 만약 일이 잘못된다면 물러나야 할 사람은 누구인가?

- 의사 결정 절차를 거치는 동안 자문(Consulted) 역할을 해 줄 사람은 누구인가?

- 의사 결정 절차를 거치는 동안 일의 경과를 계속 보고(통보)받아야 할(Informed) 사람은 누구인가?

특히 신경써야 할 점은 제휴 부서 관리자의 역할이다. 제휴 부서 관리자란 회사의 제휴 포트폴리오를 조율하는 중앙 사업부나 해당 부서의 책임자를 의미한다.

 


제휴 체결이 합리성을 갖기 위해 필요한 또 하나의 중요한 조치는 바로 의사결정 과정에서 누가 어떤 역할을 담당할지를 명확히 정의하는 작업이다. 제휴 포트폴리오를 가진 기업에서는 제휴 결정을 내릴 때 제휴가 필요한 사업부와 전사 차원에서 다양한 당사자들이 참여한다. 그만큼 의사결정 과정이 매우 복잡하다.
 
효과적인 제휴 체결 의사 결정을 위해서는, 그 과정에 참여하는 개인 등 개별 당사자 혹은 위원회의 역할과 책임 범위를 명확히 정의해서 명문화해 조직 전체에 전달할 필요가 있다. 비즈니스 프로세스 분석에서 흔히 사용되는 방법으로 RACI 분석이 있다. 한 개 혹은 그 이상의 핵심 역할을 담당하는 조직 내 다양한 책임자들의 역할을 구분해 표시하는 방법이다. 필자들은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제휴 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다양한 주체 및 주체별 담당 역할을 표시한 RACI 도표를 도출했다(‘제휴 결정: 누가, 무엇을 책임지는지 파악하라’ 참조).
 
의사결정 과정을 명확히 정의하고 역할과 권한에 대한 내용을 명문화했다면, 텔레포니카 같은 기업도 보다 큰 그림을 볼 수 있었을지 모른다. 그랬다면 개별 사업부 차원에서는 가치를 창출해도 다른 제휴와 충돌해 회사 전체 가치를 파괴하는 위험한 제휴는 피해갈 수 있었을 것이다. 다시 말해, 명확히 수립된 의사결정 과정만 있었어도, 텔레포니카의 TISA 사업부는 새로운 제휴의 장단점에 대한 이전의 분석 내용을 깨끗이 잊고 조직 내 다른 부서들을 결정 과정에 참여시켜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것이다. 역할 및 권한을 명확히 규정했더라면, 텔레포니카의 제휴 사업부는 제휴가 회사의 전체 전략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상할 수 있었을 것이다.

결론
기회를 활용하고 위협을 중화하려는 기업에 제휴 포트폴리오 구성은 분명 효과적이고 중요한 전략 도구다. 그러나 놀랍게도 제휴 포트폴리오 구성과 관련된 의사결정의 다수는 전체 포트폴리오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지 않은 채 사업부 단위에서만 이루어진다. 그러나 통합적 제휴 비즈니스 케이스를 수립하고, 의사결정상 역할과 권한을 명확히 정의한 절차를 엄격히 따른다면, 기업은 제휴가 마구잡이로 발생하지 않도록 할 수 있다. 이로 인해 기업의 제휴는 그 전체 가치가 개별 제휴의 단순 총합보다 높아질 수 있다.
 
기업 경영학자 D.A. 레빈탈이 말했듯이 “복잡한 의사결정을 필요로 하는 문제에서 최적의 답을 찾기란 지극히 어려운 작업이다.” 11  기업의 다른 부서나 외부 당사자가 참여한다면, 최적의 답을 찾기 위한 결정은 훨씬 더 어려워질 것이다. 제휴 결정은 그 성격상 다수의 사업부서가 관여하고 서로 독립적인 파트너사간의 상호작용이 필수다. 따라서,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함정은 곳곳에 산재한다. 이런 관점에서 봤을 때, 제휴 체결은 기업이 내릴 수 있는 가장 위험하고 불안한 결정일 수도 있다.
 
앞서 설명한 도구들은, 기업이 제휴 포트폴리오 관점에서 제휴 체결 결정을 내릴 때 부딪히는 공통된 세 가지 문제를 해결하는 데 근본적으로 도움이 되는 기재들이다. 즉, 부서이기주의(silo)를 철폐하고, 정보 불균형을 극복하며, 특정 사업부서의 국부적 니즈와 조직 전체의 니즈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데 도움이 된다. 다양한 부서에서 온 의사결정권자들이 같은 책상에 둘러 앉아 함께 논의한다면, 서로의 시각을 이해하고 제휴의 잠재적 위험을 심도있게 파악해서 토론과 협상을 통해 모두가 수용가능한 해결 방안을 도출할 수 있다. 중앙 부서에서 제휴 업무를 총괄하는 이런 방식은 제휴 관리 부서의 지위 및 영향력, 권한을 강화해줄 것이다. 그 결과 기업은 지역 사업부의 이익보다 전사적 경영 목표를 우선시하는 결정을 보다 용이하게 내릴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제휴가 가져올 비용 및 편익에 대해 심층적 분석을 실시하고 계획을 세운다면,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모든 주체가 제휴의 장단점에 대해 최소한 추정치라도 수치를 산출하게 되고, 해당 제휴가 가져올 영향에 대해 사업부 차원에서뿐 아니라 전사적 차원에서 보다 객관적인 평가를 내리게 될 것이다.



감사의 말
보고서 초안에 대해 건설적 논평을 해준 실비야 스베제노바에게 감사드린다. 아코르-에어 프랑스-프랑스 철도공사(SNCF) 경영대학원 서비스경영학 원장의 도움에 대해서는 피에르 뒤사지가 특별한 감사를 표했다.
 

 

 
편집자주 이 글은 MIT Sloan Management Review 2010년 봄호에 실린 울리히 바스메르, 피에르 뒤사지, 마르셀 플라넬라스의 글 ‘How to Manage Alliances Better Than One at a Time’을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인기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