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5월, 뉴멕시코 반델리어 유적지 부근에서 300에이커의 땅 위에 무성하게 올라와 있는 관목을 태우는 작업을 하던 소방관들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 직면했다. 이미 꺼졌다고 생각했던 불씨가 자꾸만 살아나더니, 급기야 미국 역사상 최악의 산불 중 하나로 꼽히는 세로 그란데(Cerro Grande) 화재로 이어졌다. 당시 세로 그란데 화재는 로스 앨러모스 시와 인근 로스 앨러모스 국립 실험실로 번져 무려 10억 달러의 재산 피해를 초래했다. 이 화재로 1만 8000명의 주민들이 대피해야 했다. 산불은 2주에 걸쳐 4만 7000에이커의 땅을 불태우고 300채의 집과 실험실 건물들을 전소시킨 후에야 비로소 사그러들었다. 1 1 AK.E. Weick and K.M. Sutcliffe, “Managing the Unexpected: Resilient Performance in an Age of Uncertainty” (San Francisco: Jossey-Bass, 2007), 2. Learning When to Stop Moment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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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재난이 그러하듯이 많은 요인들이 세로 그란데 화재에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필자들이 ‘역기능 모멘텀(dysfunctional momentum)’이라 부르는 요인이 특히 중요한 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 있다. 진로를 수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신호가 나타났음에도 불구하고 잠깐 멈춰서 일이 진행되는 과정을 재조정하거나 재점검하지 않은 채 오히려 원래 목표를 향해 계속해서 나아가기만 할 때 발생하는 것이 바로 역기능 모멘텀이다. 뉴멕시코 소방관들에게 벌어진 일들은 이례적인 게 아니다. 역기능 모멘텀은 조직 내에서 매일 발생하며 끔찍한 결과를 야기하기도 한다. 통제할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달은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구성원들은 뒤늦게 지나온 행적을 되돌아보며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진다. ‘왜 우리는 이렇게 되었을까?’, ‘왜 우리는 엄청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신호를 놓쳤을까?’, (혹 구성원들이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신호를 포착한 경우라면) ‘왜 우리는 진로를 수정하지 않았을까?’
많은 산불 사건에서와 마찬가지로, 비즈니스와 관련된 재앙도 작은 문제에서 시작되곤 한다. 관리자들이 문제의 징후를 포착해내긴 하지만 그 문제에 대해 별로 걱정하지 않는 사례가 많다. 하지만, 작은 ‘불꽃’이 모여서 그 규모가 점점 커지거나 진행 방향이 바뀐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사실, 사람들이 한창 무슨 일을 하고 있을 때에는 자신의 행동에 지나치게 몰두해, 상황이 변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채지 못하거나 진로 변경이 필요하다는 경고 신호를 종종 무시한다. 결국 재앙이 겉잡을 수 없이 커진 다음에야 잘못을 알아차린다.
기업 관리자들은 매일 복잡하고 불안정한 상황을 다루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로부터 역기능 모멘텀 발생을 예방하여 궁극적으로 비즈니스 재앙을 막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화재 진압과 같이 매우 위험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은 대중을 보호해야 할 책임을 갖고 있는 동시에 자신의 목숨을 걸고 일을 하는 만큼 새롭게 발생하는 문제를 특히 경계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이들은 역기능 모멘텀이 갖고 있는 힘을 깨닫고 이를 극복하는 능력이 뛰어난 전문가들이다. 전 세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할 만한 귀중한 기술을 갖고 있는 셈이다. 이들이 설사 맡은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때에도, 우리 모두에게 귀중한 교훈을 줄 수 있다.
역기능으로 이어지는 길
조직 및 조직 구성원들은 특정한 행동 노선(대개는 특수한 목표를 위해서)을 걷고 있을 때 모멘텀을 경험한다. 뉴턴의 제1법칙에 의하면 외부로부터 힘이 작용하지 않을 경우 물체의 운동 상태는 변하지 않는다. 뉴턴이 설명하는 물리적인 모멘텀과 마찬가지로 조직의 모멘텀도 의도적인 방해가 없으면 변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필자들은 사람, 혹은 팀이 실패하는 행동 노선을 계속해서 따르거나 제대로 중단시키지 못하는 현상이 발생할 때 모멘텀이 역기능을 한다고 표현한다.
그렇다면, 어떤 상황 하에서 역기능 모멘텀이 발생할까? 황무지에서 발생한 화재 진압과 관련한 전형적인 사례를 간단하게 살펴보면 한층 이해가 쉽다. 화재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삽에서부터 비행기까지 다양한 장비를 사용하여 한 팀으로 움직여야 한다. 각 구성원이 갖고 있는 기술 수준이 다양하며 탈진의 위험이 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화재 진압팀 구성원들은 필요한 순간에 올바른 자원을 올바른 장소로 가져갈 수 있도록 서로 적극 협조해야 한다. 또 소방관들은 음식과 물, 의료 서비스를 제공받아야 한다. 경우에 따라 위험한 장소에서 지원이 이루어질 수도 있다. 이런 요소들은 사람이 통제할 수 있지만 바람이나 날씨 등은 갑자기 바뀔 수 있다. 리더는 전체 사건 중 일부만을 직접 체험한 상태에서 사태의 전모를 파악해야만 한다. 이런 상황에서 역기능 모멘텀이 발생하게 되리라는 것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화재 진압 현장에서 나타나는 이와 같은 복잡성과 변동성이 기업 관리자들에게는 매우 친숙하게 느껴질 것이다.
캐슬린 M 서클리프(Kathleen M. Sutcliffe)
Kathleen M. Sutcliffe is an associate dean for faculty development and research, Gilbert and Ruth Whitaker Professor of Business Administration and professor of management and organizations at the Ross Schoo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