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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측 불가의 세상, 코코넛 위기에 대비하라

스피로스 마크리다키스 | 55호 (2010년 4월 Issue 2)

마치 머나먼 은하계에서 오래전부터 그래왔던 것 같다. 하지만 이 지구상에서 그런 일이 벌어진 건 2006년이었다. 금융계의 제다이라 부를 만한 우수한 사람들이 고안해낸 AAA 등급의 혁신적인 투자 상품에 힘입어 전 세계 경제가 호황을 누렸다. 하지만 호황을 누리던 경제가 뒷걸음질을 치며 무너지자 세계적인 불황이 찾아왔다. 갑자기 모든 것이 끝나버렸다. AAA가 ‘서브프라임’을 나타내는 완곡한 표현으로 변해버렸고, ‘서브프라임’이라는 단어는 ‘부실’이라는 뜻으로 번역되기 시작했다. 은행업계에서 권력을 휘두르던 기업들이 아무런 보너스도 없이 시장에서 퇴출당했다. 많은 기업들이 파산, 인수, 국유화 등의 길을 걸었다. 그렇게 세계 경제가 신용 경색의 제국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다.
 
위 내용은 영화 <스타워즈>만큼이나 잘 알려진 이야기이다. 하지만 위기에 관한 이 유명한 이야기가 우리 관심을 끄는 이유는 쉽게 간과되곤 하는 한 가지 사실, 즉 거의 누구도 위기가 다가오고 있음을 간파하지 못했다는 사실 때문이다. 그 어떤 전문가도, 그 어떤 학자도, 그 어떤 정치인도, 그리고 우리가 알고 있는 한 그 어떤 금융 최고경영자(CEO)도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 따라서 이제 비즈니스 전문가들과 재계에서 활동하는 전문가들이 정확하게 예측을 한다는 것은 한마디로 불가능하다는 냉혹한 현실을 받아들여야 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연구 내용’ 참조) 이와 같은 걱정스러운 부분을 강조하는 동시에 마음의 위안을 얻을 수 있도록 자연 재해에 비유해보고자 한다. 필자들은 지진과 허리케인 간의 비교를 통해 두 종류의 불확실성을 살펴볼 것이다. 마지막으로, 정확한 예측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결정을 내리고 계획과 전략을 수립하기 위한 큰 틀을 제시할 것이다. 필자들은 근본적으로 기업들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태도로 미래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GP TIP 연구 내용


이 연구의 기원에 관한 내용은 ‘단순한 모형이 더 나은 이유’에 설명되어 있다. 스피로스 마크리다키스는 111개의 시계열을 활용해 예측에 관한 첫 번째 연구를 마친 후 자신의 동료이자 당시 인지 심리학자였던 로빈 M 호가스를 찾아갔다. 마크리다키스가 “정교한 통계 예측 모형이 제대로 작업을 수행해내지 못한다”며 “아마도 직관을 사용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얘기하자 호가스는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호가스는 심리학 연구 사례를 언급하며 까다로운 진단 문제를 해결할 때 단순한 통계 모형의 예측 정확도가 뛰어난 전문가의 판단보다 우수하다고 설명했다. 호가스도 마크리다키스의 방문을 받기 전부터 예측에 관한 연구를 해왔던 터였다. 호가스는 연구를 통해 단순한 모형이 좀 더 복잡한 통계 모형 및 직관적 판단에 비해 놀랄 만큼 정확도가 높다(물론 완벽하지는 않지만 말이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1970년대 후반, 마크리다키스와 호가스는 정확한 예측에 의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 방안을 마련하는지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기로 결심했다. 두 사람이 각기 다른 대륙에서 개인적인 연구를 동시에 진행하다 보니 연구에 많은 시간이 걸렸을 뿐 아니라 연구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 적도 많았다. 하지만 두 사람이 2006년 애닐 가바와 함께 작업을 하기 시작하면서 연구에 진척이 생겼다. 가바가 연구에 동참한 후 3명의 연구진은 이 논문과 공동 집필 저서 <지하철과 코코넛: 부와 성공을 좌우하는 ‘운’의 비밀>(원월드 출판사, 2009년)을 발표하게 되었다.
 
사회 과학 분야에서 살펴본 간략한 예측의 역사
필자들이 예측의 결점에 매료된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먼저 19701980년대에 경영학계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살펴보자. 당시 경영학 교수들과 다른 사회 과학자들은 우주 이후 시대(post-space-age)의 연산 기술과 정교한 모형의 도움을 받아 물리학자들처럼 정확한 예측을 할 수 있게 될 거라고 기대했다. 여러 가지 이유에서 이들의 희망은 아무런 근거가 없는 것이었다. 대신 실증적인 근거를 통해 다음과 같은 사실이 밝혀졌다.
- 미래는 과거와 유사한 경우도 종종 있지만 결코 같지는 않다. 이는 곧 과거에서 추론한 패턴과 관계를 미래에 접목하는 방식으로는 정확하게 미래를 예측할 수 없다는 뜻이다.
- 과거 데이터에 잘 부합해서 그 데이터에 대한 ‘설명’을 거의 완벽하게 제공해줄 수 있는 정교한 통계 모형이 수없이 많다. 하지만 이런 복잡한 모형이 반드시 미래도 잘 예측하는 건 아니다.
- 반대로 단순한 통계 모형들은 과거를 잘 설명하지 못하지만 복잡한 모형에 비해 미래를 예측하는 능력은 우수하다.(GP TIP 단순한 모형이 더 나은 이유 참조)

GP TIP 단순한 모형이 더 나은 이유


이 논문의 저자 중 한 명은 1970년대 경영대학원에서 통계를 가르치던 중 경영진이 예측에 심취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경영진이 주로 관심을 갖는 분야는 경영 및 경제 데이터였다. 다시 말해서, 제품 판매, 회사 전체의 이윤, 수출, 환율 및 산업 생산에 관한 정보 등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교수는 이론적으로 가장 정교한 최신형 모형의 도움을 받지 않고 예측을 하는 예측 전문가들의 행태를 염려했다. 예측 전문가들은 복잡한 모형보다는 상사에게 쉽게 설명할 수 있는 단순한 기법을 선호하는 듯했다. 이런 상황을 파악한 교수는 예측 전문가들에게 한 가지 교훈을 주기로 결심하고 최신 통계 기법의 우수성을 증명하기 위한 연구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교수와 연구 조교는 다양한 경제·비즈니스 자료를 통해 수많은 관련 데이터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총 111개의 시계열 자료를 확보한 후 실제 예측 과정을 모방하기 위한 자료로 활용했다. 각 시계열은 초기와 후기, 두 가지 데이터 그룹으로 구분됐다. 연구진은 후기 데이터 그룹이 보여줄 상황이 아직 발생하지 않았다고 가정하고 다양한 통계 기법, 즉 단순한 통계 기법과 정교한 통계 기법 모두를 초기 데이터 그룹에 적용했다.

초기 데이터를 ‘과거’로 간주한 후,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 두 가지 접근 방법을 모두 활용한 다음, 편안히 앉아 실제 발생한 일과 ‘예측’되어 나온 결과를 비교한 것이다.

놀랍게도 예측 전문가들이 사용한 단순한 기법이 연구진이 사용한 정교한 통계 기법보다 더욱 정확한 예측을 내놓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i

비교 결과에 당황한 교수는 단순한 모형이 예측한 결과가 더 정확한 이유를 찾아나섰다. 그 결과 복잡한 모형은 과거 데이터에서 존재하지 않는 패턴을 찾아내려고 노력하는 반면 단순한 모형은 이런 ‘패턴’은 무시하고 추세만을 뽑아내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교수는 좀 더 우수한 컴퓨터와 더 많은 데이터를 활용해 여러 해 동안 수차례에 걸쳐 과거 데이터를 초기 데이터와 후기 데이터로 나누어 예측하는 실험을 반복했다.ii 하지만 실험을 거듭해도 매번 결과는 같았다. 단순한 통계 모형을 사용할 때가 복잡한 모형을 사용했을 때보다 예측의 정확도가 높았다.


- 실증적인 증거를 통해서도 미래 예측 능력을 비교했을 때 통계 모형이 인간의 판단보다 낫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 사실, 전문가라고 해서 적당히 정보에 밝고 똑똑한 행인보다 더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도 아니다.
- 사람들은 종종 자신들이 내어놓는 예측 실수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깨닫고선 경악하곤 한다. 통계 모형이 감정을 느낄 수 있다면 통계 모형들도 모형 활용 결과 발생하는 오류가 얼마나 큰지를 깨닫고서 놀랄 것이다.
- 좀 긍정적인 부분을 생각하자면, 여러 개인(전문가와 비전문가 포함)이 내놓는 독립적인 예측의 평균치를 산출하면 예측의 정확성을 높일 수 있다.1
 
한 가지 이상의 모형에서 도출한 예측 결과를 평균하는 것으로도 정확성이 높아진다.
 
위와 같은 실증적인 결론들로 인해 비즈니스 결정을 내리는 모든 사람들이 다음과 같은 중요한 질문을 마주하게 되었다. ‘불확실성이 높고 상상할 수 없는 미래가 펼쳐지는 상황에서 고위 관리자들이 제대로 된 전략(계획은 말할 필요도 없다)을 수립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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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피로스 마크리다키스

    - 의사결정론의 석학. 스탠퍼드대, MIT, 하버드대 등을 거쳐 인시아드(Insead) 경영대학원강의.
    - 젊은 시절 그리스 요트 대표팀으로 올림픽에 출전.
    - 2009년 애닐 가바, 로빈 호가스 교수와 공저한 <지하철과 코코넛(원제 Dance with Chance: Make Luck Work for You)>에서 ‘코코넛위기’라는 개념을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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